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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390만’ 영화 리뷰 유튜버, ‘77억’ 나인원한남 전세 계약자였다 [왓IS]

약 390만 구독자를 보유한 영화 유튜버 지무비(본명 나현갑)가 초고가 주택 ‘나인원한남’의 최고가 전세 계약자로 드러났다.28일 한국경제TV 보도에 따르면 유튜버 지무비는 지난 7월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06㎡(75평) 1가구에 보증금 77억원을 주고 전세 계약을 맺었으며 두 달 뒤인 9월 전세권을 설정했다.이는 해당 면적대 전세 거래 중 최고가에 해당해 눈길을 끈다. 나인원 한남의 같은 주택형이 지난 5월 70억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것에 비해서도 3억원 이상이 뛰었다. 또한 나인원한남의 전용 244㎡(89평)은 지난 8월 100억원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국내 최고가 전세 기록을 새로 썼다.나인원한남은 과거 용산 미군기지 외인아파트 부지를 개발해 2019년 준공됐으며,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특히 단지 입구부터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면서 다수 셀러브리티 및 기업인의 선택을 받았다. 가수 지드래곤과 그룹 BTS RM과 지민, 배우 주지훈 등이 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한편 지무비는 지난 2017년 채널을 개설해 이날 기준 389만 구독자를 보유했다. 영화를 소개하고 분석하는 콘텐츠로 한국 영화 리뷰 유튜버 순위 1위에 올랐다.과거 은행원과 승무원 취업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전재산 28만원으로 시작해 365일 중 360일을 일한 결과 한달에 은행원 연봉 4배를 벌게 됐다”며 억대 수익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10.28 17:32
해외축구

‘정강이 태클→다이렉트 퇴장’ 위험 요소 터졌다…홍명보호 ‘양날의 칼’ 카스트로프

‘혼혈 태극전사’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가 시즌 첫 레드카드를 받았다. 그의 플레이가 대표팀에서는 ‘양날의 검’이 되리란 평가가 나왔는데, 위험 요소가 이번에 터졌다.카스트로프는 25일(한국시간) 독일 묀헨글라트바흐의 보루시아 파크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의 2025~26 분데스리가 8라운드 홈 경기에 오른쪽 수비수로 선발 출격했지만, 킥오프 19분 만에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팀은 0-3으로 완패했다.이날 뮌헨 센터백 김민재도 선발 출전하면서 ‘코리안 더비’가 성사됐다. 하지만 카스트로프가 이른 시간 이탈하면서 싱겁게 끝났다.카스트로프는 전반 15분 왼쪽 측면에서 볼을 받은 뮌헨 윙어 루이스 디아스의 볼을 빼앗으려 빠르게 달려들어 태클했다. 그러나 디아스는 본인에게 오는 볼을 곧장 앞으로 쳐놨고, 결과적으로 카스트로프의 태클은 디아스의 정강이 쪽으로 향했다. 축구화 스터드가 있는 발바닥으로 가격한 위협적인 태클이었다.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냈지만, 온 필드 리뷰 후 카드 색을 바꿨다. 결국 ‘1승’이 급했던 묀헨글라트바흐는 이른 시간 수적 열세에 놓이고 패배했다. 개막 8경기 무승(3무 5패) 늪에 빠진 묀헨글라트바흐는 리그 18개 팀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멀티 플레이어’인 카스트로프는 한국 축구의 자산이 될 선수로 꼽힌다. 미드필더, 측면 수비, 측면 공격 등 여러 역할을 두루 소화할 수 있고, 모처럼 한국에 ‘투쟁심’을 갖춘 선수가 나왔다는 호평을 받았다. 왕성한 활동량, 전진성도 돋보이는 선수로 평가된다.그러나 카스트로프가 지닌 특유의 거친 플레이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카스트로프는 상대와 몸싸움을 꺼리지 않고 몸을 던지는 태클도 마다하지 않는다. 상대의 기세를 꺾을 때는 장점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까딱 선을 넘었다가는 뮌헨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실제 카스트로프는 독일 분데스리가2(2부) 뉘렌베르크에서 뛰면서 ‘카드 수집가’란 별명을 얻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많은 카드를 받았다. 2023~24시즌에는 리그 27경기에서 옐로카드 10장, 레드카드 2장을 받았고, 지난 시즌에는 25경기에서 노란 카드만 11장을 받았다. 2경기당 한 경기꼴로 경고성 파울을 범한 것이다.분데스리가에 처음 입성한 올 시즌에는 본인의 리그 일곱 번째 경기에서 첫 레드 카드를 받았다. 지난 9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카스트로프는 3선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세간의 기대를 받았다. ‘진공청소기’ 김남일 이후 오랜만에 ‘파이터형’ 선수가 등장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확실한 색깔을 지닌 카스트로프의 플레이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한국에 도움이 되리란 기대는 여전하지만, 뮌헨전 같은 장면이 본선에서 나오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카스트로프로서는 투쟁심을 발휘할 때와 냉정한 판단을 내릴 때를 구분하는 플레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김희웅 기자 2025.10.27 18:37
영화

청춘·코미디 그리고 차은우…‘퍼스트 라이드’ 흥행 삼합 [IS리뷰]

무모하고 찬란했던 청춘을 복기하는 건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이다. ‘퍼스트 라이드’는 그 판을 깔아주는 영화다. 같이 낄낄거리고 웃으면서, 잘 컸다고 또 잘 크자고 다독인다.주인공은 여섯 살에 만난 사총사 태정(강하늘) 도진(김영광) 연민(차은우) 금복(강영석). 네 사람은 고등학교 졸업과 연민의 이민을 앞두고 생애 첫 해외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던 이들의 바람은 태정의 수능 만점으로 현실이 된다. 하지만 여행 당일,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지면서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간다.시간이 흘러 삼십 대에 접어든 사총사는 각자의 삶에 치여 얼굴 한 번 보기도 쉽지 않은 사이가 된다. 간간이 연락이나 하는 친구들을 불러 모은 건 도진. 도진은 무작정 ‘그때의 여행’을 다시 가자고 고집을 부리고, 친구들은 마지못해 그의 제안을 수락한다. 장소는 태국, 목적은 도진과 연민이 오랜 시간 동경해 온 DJ 싸우스(South)의 마지막 공연 관람이다.‘퍼스트 라이드’는 끝을 보는 놈, 해맑은 놈, 잘생긴 놈, 눈 뜨고 자는 놈, 네 친구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그린다. 지난 2023년 영화 ‘30일’로 극장가 흥행 이변을 쓴 남대중 감독의 신작으로, 아픈 친구의 소원, 남자 간 우정 여행 등 여러 부분에서 그의 데뷔작 ‘위대한 소원’(2016)을 연상시킨다. 물론 닿아있다는 게 답습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위대한 소원’이 남성 판타지를 담은 섹드립의 향연이었다면, ‘퍼스트 라이드’는 청춘과 성장, 그리고 ‘현재’에 초점을 뒀다. 누군가에게 불편하고 예민한 지점을 깔아뭉갠 채 직진하는 코미디도 결코 아니다. 착실히 쌓은 무해한 웃음들이다. 유효한 건 코미디 구현 방식으로, 상황적 아이러니와 재기 발랄한 B급 설정을 웃음의 주동력으로 삼았다. 서사도 나아갔다. 남 감독은 강고해진 드라마로 공감과 감동의 볼륨을 키웠다. 실제 남 감독의 유쾌한 터치가 당도하는 곳은 상처를 묻고 또는 앓고 지낸 자들의 순정이다. 그는 주인공들이 모든 아픔을 이겨낸 후 진짜 행복으로 나아가는 순간으로 후반을 꾸린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작위적인 설정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장르의 컨벤션으로 허용될 만한 수준이다.웃음이라는 최초의 목적지에서 이탈하지 않은,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엔딩은 ‘퍼스트 라이드’의 또 다른 재미다. 다만 이 중 한 에피소드는 현 사회 이슈인 동남아 지역 범죄를 연상시킨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마냥 웃을 수는 없지만, 여기에 어떠한 정치, 사회적 시선이나 잣대를 들이대는 건 비약이다. 남 감독의 말마따나, 이 영화는 ‘30일’보다 먼저 기획됐다. 시나리오를 쓴 것도 그즈음이다. 촬영을 시작하고 마치는 동안에도 지금의 상황을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강하늘, 김영광, 강영석 등 배우들의 연기 콤비는 이 영화를 풍성하게 채운다. 특히 인상적인 건 한선화와 차은우다. 홍일점 옥심 역의 한선화는 ‘일당백’ 연기로 이 작품이 남성들의 영화로 소비되지 않게 균형을 잡는다. 차은우는 그저 존재 자체로 재미를 유발한다. 대사도 몸짓도 아닌 오직 얼굴로 웃기는데, 이를 그대로 활용한 남 감독의 재치와 맞물려 더욱 유쾌하게 느껴진다.오는 2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10.23 10:12
뮤직

[IS리뷰] 설움 딛고 월드클래스로…스트레이 키즈, 7년 만에 국내 스타디움 우뚝

“한국에서 이렇게 큰 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글로벌 톱 아티스트로 우뚝 선 그룹 스트레이 키즈가 데뷔 7년 만에 국내 스타디움 무대에 올랐다. 스트레이 키즈는 지난 18, 19일 이틀간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도미네이트 : 셀레브레이트’ 피날레 공연을 개최했다. 지난해 8월 서울 KSPO돔에서 출발해 지난 7월 로마 스타디오 올림피코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34개 지역 54회 월드투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공연으로 스트레이 키즈가 데뷔 7년 만에 국내 스타디움에 입성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였다. ‘마운틴스’, ‘소리꾼’, ‘쨈’으로 화려한 공연의 포문을 연 이들은 “지구 일곱 바퀴를 돌고 돌아왔다. 역대급 규모, 피날레 공연인 만큼 스케일이 커졌다. 여러분과 함께 뛰어놀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데뷔곡 ‘디스트릭트 9’을 비롯해 ‘백 도어’, ‘삐처리’, ‘도미노’, ‘칙칙붐’ 등 히트곡 레퍼토리를 선보였고 디지털 싱글 ‘믹스테이프:도미네이트’에 수록한 유닛곡 무대도 선보이며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푸른 한복 디자인의 의상을 입고 북청 사자놀이를 떠올리게 하는 퍼포먼스와 함께 ‘워킨 온 워터’ 무대를 선보이는가 하면, 국악 스타일로 편곡한 ‘신메뉴’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 공연 중반부엔 역대급 스케일의 드론쇼로 ‘도미네이트’ 성료를 자축했다. 투어명 ‘도미네이트’(dominATE)를 형상화해 지구촌을 씹어 먹고 ‘본진’ 한국에 돌아온 이들의 자축 세리머니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세리머니’ 콘셉트에 걸맞게 승리의 트로피에 자신들의 이름 ‘SKZ’를 새기는가 하면 <스트레이 키즈 에브리웨어 올 어라운드 더 월드>라는 위풍당당한 슬로건도 드론으로 표현해 감동을 안겼다. 스트레이 키즈의 패기 넘치는 강렬한 음악이 K팝 팬덤과 대중을 파고들기까지의 여정은 녹록치 않았지만 이들은 우직한 행보로 ‘빌보드200’ 7연속 1위를 달성, 데뷔 7년 만에 글로벌 팝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다만 글로벌에 일찌감치 통한 것과 달리 국내에서 인정받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 만큼, 이날 멤버들은 “한국에서 이렇게 큰 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을 표했다. 리더 방찬은 “쉬운 길을 걷진 않았다. 초반에 여러 일들도 있었고, 힘들기도 했다. 음악을 만드는 입장에서 ‘왜 사람들이 많이 사랑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데뷔 초부터 많이 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사장님(JYP 박진영)이 ‘줏대 있게 하고 싶은 대로 쭉 가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해주셨고, 그 말을 믿고 서로를 믿고 줏대를 지켜왔는데 이렇게 우리 음악과 무대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은 “이번 투어가 새로운 챕터가 될 거라 말했었는데, 그 순간을 스테이와 함께 할 수 있어 정말정말 행복했다”고 말했고, 현진은 “앞으로도 스트레이 키즈는 계속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5.10.20 09:55
영화

‘세계의 주인’, 주인들의 세계에게 건네는 쪽지 [IS리뷰]

여기 한 여학생이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 목소리도 크고 행동도 거침없으니 요즘 말로 ‘인싸’다. 선생님을 상대로도 너스레를 잘 떠는 이 친구는 어쩐지 사과만 보면 속이 거북해지지만, 장난스러운 반응으로 넘긴다.주변 친구들은 저마다 그 이유를 갖다대 보며 그를 아는 체해보지만 사실 뭐하나 맞는 말은 없다.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은 열여덟 청소년 주인(서수빈)을 둘러싼 세계를 통해 그 선의 혹은 다정함 이면의 타인을 향한 무심한 판단을 이야기 삼는다.‘세계의 주인’은 전작 ‘우리들’과 ‘우리집’을 통해 틀에 갇히지 않은 아이들의 눈높이로 세상을 탐구했던 윤 감독의 6년 만의 신작. 전작들에 비해 연령대를 고등학생으로 높여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애써 눈을 돌리고 싶어질 수 있는 화두를 꺼내왔다.극중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 주인이 반 친구 수호(김정식)가 주도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출발한다. 주인이 서명을 거부하는 이유는 명확했지만 쉬이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집요한 추궁이 이어지자, 주인은 홧김에 그 이유를 고백해 버리고 더욱 이상한 눈총을 받게 된다. 언제나처럼 농담이었다고 넘겼지만 주인에게 익명으로 쪽지가 오기 시작한다. 관종이냐, 거짓말쟁이냐, 무엇이 너의 ‘진짜’냐고. 그렇게 주인이 과거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 진실에 다가가는 구성으로 영화는 흘러간다. 교실에서의 고백을 기점으로 그간의 모든 장면이 단서가 되고 주인을 바라보던 관객의 시선도 바뀌는데, 등장인물의 반응을 통해 마치 거울처럼 돌려주는 점이 이 영화의 놀라운 지점이다. 윤 감독은 선입견은 물론 “괜찮냐”는 걱정조차 때론 ‘피해자다움’의 자기 증명을 요구하는 것 만큼이나 아프다고 주제를 확장한다. 그러면서도 상처를 끌어안고도 당당히 살아가고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내는 사람들의 세계를 따스하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가르치거나 위로하려는 톤은 아니다. 자극적이고 호기심도 부르는 남 이야기 같겠지만 실은 우리 모두가 각자 세계의 ‘주인’들이라고 툭 건넨 쪽지처럼 조곤조곤 말을 걸 뿐이다.어느 삶의 풍경을 들여다본 듯한 자연스러운 화면과 배우들의 호연도 리얼리티를 뒷받침한다. 이 영화로 데뷔하는 신예 서수빈은 있을 법한 친근한 얼굴로 사춘기 감수성과 어른스러움을 오간다. 윤 감독의 페르소나인 장혜진은 이번엔 주인의 엄마 태선 역으로 무너질 듯 보이지만 단단한 모성을 그려낸다. 주인과 공감대를 형성한 선배 미도 역으로 출연한 고민시의 새로운 얼굴도 눈길을 끈다.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려는 열여덟 청소년의 이야기는 지켜보는 관객의 세계까지 넓힌다. 민감하고 내밀한 주제지만 사전 정보나 편견 없이 바라볼수록 그 울림은 크게 다가온다. 지아장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연상호 등 세계 감독이 사랑하고 한국 영화 최초로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세계를 놀라게 한 이유 있는 수작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119분. 오는 22일 개봉.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10.20 09:49
영화

‘굿뉴스’가 전하는 진짜 블랙코미디..재능의 만개 [IS리뷰]

변성현은 위악의 예술가다. 멀쩡한 얼굴 밑에 자글거리는 욕망들을 끄집어내 예술적으로 보여준다. 성공하기 위해 믿어주는 사람을 뒤통수 치든, 근엄한 정치인의 뒤를 까발리든, 평범한 얼굴로 사람을 죽이든, 그는 위선을 풍자하며 짐짓 예술인양 포장하지 않는다. 그저 앞과 뒤가 다른 걸 보여주고, 앞과 뒤가 달라도, 아니 그 다름이 본질이라고 이야기한다. ‘굿뉴스’는 그런 변성현의 재능이 만개한 작품이다.지금이야 다 생소한 이야기겠지만 1970년 요도호 납치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서구의 68 혁명이 실패로 끝나갈 무렵, 자본주의를 무너뜨리고 공산 혁명을 이루겠다는 일본 적군파의 마지막 발악이라 할 수 있던 여객기 납치 사건. 많은 세상 사람들에게 납치범들은 “우리는 ’내일의 죠’다”라고 만화 제목이나 외치던 철딱서니 없는 것들일 수 있겠지만, 납치범 자신들에겐 너무나 절박하고 절실한 일이었을 터. 그렇게 평온한 세상과 절박한 비행기 안. 영화는 그렇게 출발한다.인질 구출보단 자신들의 체면이 더 중요한 일본의 윗분들과 평양으로 가려는 요도호 상황을 활용하고픈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의 윗분들은 각자의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그런 가운데 진실을 거짓으로,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는 기획자 아무개의 지휘가 시작된다. 출세가 하고픈 공군 대위 서고명은 아무개의 지휘 속에서 때로는 건맨으로, 때로는 솔리스트로, 때로는 내레이터로 활약한다. 그렇게 거짓을 진실로, 진실을 거짓으로 둔갑시키는 쇼가 시작된다.변승현 감독은, “우리는 ‘내일의 죠’다”라고 외친 여객기 납치범들과 김포공항을 평양공항으로 탈바꿈시켜 실제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켰던 요도호 사건을, 매우 탁월한 블랙코미디로 만들어냈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밑바닥에 있는 욕망을 수면 위로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위선 따윈 없다. 위악의 시대다. 고상 따윈 개나 줘버리고, 각자가 각자의 욕망을 드러낸 채 춤을 춘다. 이 춤은 때론 탱고 같고, 때론 바이브 같고, 때론 막춤 같다. 이 위악의 춤들은 북한 사람들로 둔갑하면 군무가 되고, 저 혼자 달리다가 자빠지는 슬랩스틱이 된다. 이 춤들의 향연은 매우 부조리하고 매우 웃기며 매우 씁쓸하다. 변성현의 위악은, 이제야 예술이 됐다.빛과 미쟝센에 강박적인 변성현 감독은, ‘굿뉴스’에 이 빛과 미쟝센을 더욱 강박적으로 끌어올렸다. 오렌지와 블루가 단계로 나뉘며, 어둠도 그 짙음에 따라 색이 변주된다. 대형 스크린에서 관객들이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활주로 위의 개 마저 탁월하다. 한국과 일본 배우들이 ‘연기 차력쇼’를 벌이는 게 아니라 이 영화의 음악처럼 기괴하고 절묘한 ‘연기 합주’를 이뤄냈다. 특히 아무개 역의 설경구와 영부인으로 특별출연한 전도연의 연기는 백미다. 설경구는 비로서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 전도연은 유달리 길게 뽑아 도드라지는 목주름마저 아름답게 위악스럽다. 명언이란 대체로 그럴싸한 말에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면 완성된다. 그 말의 배경이나 진위 여부는 관심도 없고 잘 모르는 법이다. 그저 그럴싸하면 그럴듯하게 느껴진다. 대체로 세상사가 그렇다. 숙취로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하고 영부인이 대통령을 대신하는 영화 속 설정처럼, 그럴싸하면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변성현 감독은, 이 위악이, 악이 아니라 말한다. 그렇게 통찰한다. ‘굿뉴스’ 야말로 어쩔 수가 없는 블랙코미디다. 10월 17일 공개. 15세 이상 관람가.추신. ‘굿뉴스’는 일본 상황에선 연극 같고, 한국 상황에선 영화 같다. 이 대비가 지극히 시네마적이다. 넷플릭스여서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지만 넷플릭스여서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게 매우 아쉽다. 일반 관객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게 매우 안타깝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5.10.17 10:32
영화

[IS리뷰] ‘보스’ 명절 코미디는 이래야지 [무비로그①]

부르지 않아도 꼭 찾아오는 명절 단골 ‘조폭 코미디’인가 싶지만, 남녀노소 부대끼지 않을 건강한 웃음으로 무장한 ‘보스’다.1999년, 중식도 한 자루로 범상치 않은 칼질을 보여주는 주방장 순태의 식당 미미루 풍경에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짜장면 한 그릇도 한껏 묵직하게 만들어 내는 그 장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은 식구 같은 ‘식구파’ 조직원들이 맛있게 먹어줄 때다.사실 순태는 건달이다. 그것도 보스 대수(이성민)의 신임을 꽤나 받는 식구파 에이스다. 한없이 가벼워 보이지만 눈 돌아가면 무서운 식구파 적통 후계자 강표(정경호)와 눈에 뵈는 게 없이 가스통 들고 판부터 엎으려는 판호(박지환)와 뭉치면 라이벌 조직 정리는 일도 아니니, 파죽지세로 시를 평정하고 낙원호텔까지 장악한 대수의 뒤는 든든하다.하지만 비겁하다 욕하지 말라며 더러운 뒷골목을 헤매던 봄날이 그토록 빨리 가버릴 줄이야. 더 이상 조폭은 낭만도 없고 무서운 존재도 아니게 됐다. 반면 진정한 ‘짱개’(장궤, 가게의 주인) 즉 중식당의 ‘보스’를 꿈꾸며 착실하게 가게 미미루와 가정을 일군 순태는 자신의 맛으로 전국구 평정을 위해 프랜차이즈 계약까지 한걸음 남은, 인생의 전성기를 코앞에 뒀다.그러나 보스 대수가 한껏 기울은 조직 경영 사정 속 세상을 떠나며 차기 보스가 필요해지고, 순태는 출소 후 댄서로 살려던 강표와, 보스에 진심이지만 아무도 따르지 않는 판호에게 ‘보스’ 자리를 양보하려는 치열한 대결에 뛰어든다.이야기 속에서도 “언제 적 ‘조폭’”이냐 자조하듯, 사실 극장가에서도 조폭 코미디는 트렌디한 소재는 아니지만 ‘보스’는 이를 색다르게 변주해 낸다. ‘보스’는 오랜 세월 명절 극장 관객을 웃긴 ‘가문의 영광’ 시리즈, TV 추석 특선영화로 만날 수 있던 성룡의 코믹 액션 영화들의 유산을 따르는 듯하면서도 최후의 1인이라는 자리를 차지하려는 게 아닌 서로에게 떠넘기려는 점부터 포인트가 다르다. ‘보스’는 삶이 팍팍해서든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서든, 고려해 보는 본업과 부업의 괴리가 이야기의 골자다.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닌 등장인물들은 식구를 챙기느냐 나를 지키느냐의 사이에서 고민하기에 ‘웃픈’ 상황들이 줄을 잇는다. 중식 요리사와 탱고 댄서 같은 평범한 듯 비범한 ‘부캐’ 설정을 매력적으로 웃음에 버무리는 건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다.조우진은 살벌한 카리스마 대신 조직에서도 가족들에게도 성실한 ‘가장’의 고뇌를 능청스레 표현했다. ‘코믹 액션’이라는 장르에 걸맞은 움직임도 볼거리다. 조직의 또 다른 두 축으로 조우진의 우직한 리듬감을 변주하는 건 정경호와 박지환이다. 정경호가 만화 속 탕아 같은 ‘비주얼 담당’으로 보는 맛을 더한다면 얼굴 근육이 아파 보일 정도로 ‘표정 액션’하는 박지환은 과거 아시아의 코믹 액션물 계보 그 자체다. 여기에 이규형을 초반부터 눈여겨보면 더욱 재밌다. 식구파에 잠입했지만 별다른 수확이 없는 비운의 언더커버 경찰을 제대로 살린다. 그의 전작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추억을 건드리는 ‘약 빤’ 연기는 이번 하이라이트 장면 속 회심의 ‘킥’이다. 이빨 빠진 호랑이같은 진상 장년을 삼킨 이성민과 그를 상대하는 은행 직원 정상훈의 깐족거림, 코미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황우슬혜가 조우진과 빚는 현실 부부 케미 등 앙상블이 탄탄하다.바르게는 못살아도 제대로 살아보려는 차기 보스들의 몸부림은 웃으며 보다가도 응원하고 싶어진다. 영화 ‘바르게 살자’(2007)를 연출했던 라희찬 감독은 조폭과 마약 등 심란한 소재는 우스꽝스럽게, 대신 맛있는 음식과 춤을 ‘꿈’으로 놓으며 낭만을 건드린다. 명절에 오랜만에 만난 가족 삼대가 함께 봐도 입맛에 맞을 MSG가 분명하다.오는 10월 3일 개봉. 98분. 15세 이상 관람가.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9.26 06:00
영화

[30th BIFF] 가장의 무게, 이병헌도 ‘어쩔수가없다’ [IS리뷰]

박찬욱 감독이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로 돌아왔다. 신작 ‘어쩔수가없다’를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의 불안과 구조적 모순을 꼬집는다.만수(이병헌)는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로, ‘올해의 펄프맨’으로 선정될 만큼 성실한 노동자다. 그 덕에 오랜 시간 꿈꿨던 집을 되찾고, 그곳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만족스러운 삶을 누린다. 하지만 행복이 정점에 달한 그때, 만수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는다.만수는 3개월 내 재취업을 자신했지만, 13개월 후에도 아르바이트만 전전한다. 결국 퇴직금이 동나고 집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만수는 자존심마저 내던지고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자신에게 ‘적격’인 자리를 발견한다. 문제는 세 명의 경쟁자. 고민 끝에 만수는 스스로 이들을 제거하겠다는 어마무시한 결론을 내린다.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제목 그대로 인간이 처한 불가피한 상황을 다룬 작품이다. 이야기는 한 중년 남성이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는 과정을 따라 흐른다. 그간 복수, 욕망 등 주로 추상적 개념을 탐구했던 박찬욱 감독은 이 작품에선 노동과 생존이란 보다 구체적인 현실로 시선을 옮겼다. 박 감독은 우리 시대의 구조적 모순을 포착, 노동자의 존엄이 어떻게 소거되는지 보여주고, 현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 사회적 불안을 직시한다. 방법은 유쾌하고 또 잔혹하다. 영화는 초반부 익숙한 가족 드라마의 질감을 깔아 관객이 각자의 삶을 빗댈 수 있게 인도한다. 여기에 곳곳에 배치된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꾸준히 엇박자를 만들며 ‘웃픈’ 웃음을 안긴다. 하지만 능력도, 재능도 없는 살인자가 등장하면서 장르는 스릴러로 무게 중심을 옮긴다. 조금씩 배어 나오던 어둠은 이내 유머를 삼키고 불안과 불편의 감정을 켜켜이 쌓는다.사운드와 공간의 힘도 상당한 작품이다.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김창완의 ‘그래 걷자’를 비롯한 1980년대 가요와 클래식 등 감미로운 음악이 극의 역설적 재미를 더하고, 제지 공장의 거대한 기계음 등으로 주인공의 내적 불안을 극대화한다. 박 감독이 직접 “중요한 캐릭터”라고 칭한 집은 단순히 물리적 거처를 넘어 만수의 정체성으로, 영화 자체의 동력이 된다.이병헌의 연기는 이 영화의 메인 이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병헌은 139분의 한정된 시간 동안 인생의 희로애락을 밀도 높게 담아낸다. 이병헌이 그려낸 중년 가장의 절박함과 분노, 무너져가는 자존심은 만수를 절로 지지하게 만든다. 만수의 아내로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손예진은 현실과 환상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해낸다. 다만 박 감독의 전작 속 여성 캐릭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상이 선명하지 못한데, 배우의 문제라기보다는 만수에 방점이 찍힌 서사적 한계다. 주연급 조단역 라인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염혜란이다. 염혜란은 근작들에서 보여준 얼굴과는 상반된 모습으로, 쟁쟁한 배우들을 집어 삼킨다.‘어쩔수가없다’는 박 감독이 자신한 것과 달리 아주 대중적인 작품은 아니다. 물론 그의 필모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지만, 단순히 웃기거나 울리는 오락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박찬욱 영화는 박찬욱 영화다.오는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부산=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9.19 06:05
영화

‘얼굴’ 2억원으로 추출한 ‘연니버스’ 정수 [IS리뷰]

저예산 영화라기엔 호화롭고 화려하다기엔 묵직하고 담백하다. 연상호 감독의 초심과 실험이 담긴 새 영화 ‘얼굴’이다.극중 시각장애를 가졌으나 아름다운 필체로 도장을 파내는 임영규(권해효)는 ‘기적의 사나이’로 불리는 전각 장인이다. 번듯한 사업체도 세운 덕에 언론 취재도 흔히 가진다. 자수성가의 비결을 묻는 다큐멘터리 PD 김수진(한지현)의 질문에 흔쾌히 답하던 임영규는 아들 동환(박정민)을 홀로 키워낸 고충을 건드리자, 돌연 불편한 기색으로 이내 자리를 뜬다.문득 김수진의 눈에 들어온 사무실의 사진 한 장엔 도장 좌판에서 미소를 짓는 젊은 영규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는 “아버지와 닮았다”는 감상을 동환에게 건네지만, 동환 역시 이에 얽힌 아버지의 떨떠름한 언젠가의 반응을 떠올리며 심경이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그 얼굴에 띄운 표정을 보여주지 않은 채 이야기는 출발한다.다큐멘터리 촬영은 경찰서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으며 새 국면을 맞는다. 영규의 아내이자 동환의 어머니, 정영희가 40년 만에 백골 사체로 발견됐다는 소식이다. 영정 사진도 없는 장례식장엔 ‘이모’라면서 생면부지인 정영희의 언니 가족이 나타나고 대뜸 유산 얘기부터 한다. 이에 염증을 느낀 동환은 어머니 사진이나 달라고 하지만 이들은 도저히 상식선에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당연하단 듯 꺼낸다. ‘정영희가 못생겨서 없다’고. ‘얼굴’은 바로 그 사라진 혹은 잊힌 정영희의 얼굴을 추적하며 한국이 급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룬 1970년대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다. 특종을 예감한 수진과 그가 불편해도 어머니의 죽음의 진실을 찾으려는 동환이 정영희가 당시 근무한 청계천 의류 공장의 주변 사람들과 다섯 번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구성으로 풀어낸다.사람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현재와 회상이 교차하는데 흐름이 군더더기 없다. 공장 직원들의 기억 속 정영희는 ‘못생겼다’는 말은 기본이요, 더욱 모멸적인 별명으로 불린다. 이를 처음 접한 요즘 젊은이, 수진과 동환은 도저히 공감할 수 없지만 당시 그게 자연스러운 줄 알고 젊은 시절을 보낸 노년의 직원들에겐 지금도 우습기만 한 일로 치부되며 연 감독 특유의 풍자가 도드라진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정영희가 다소 핸디캡이 있을 뿐 그저 선하게 마땅한 일을 하고 싶었던 소시민이고, 그로 인해 더욱 심한 차별과 끔찍한 폭력까지 당했음이 드러난다. 의류 공장 앞 좌판에서 인연이 닿은 젊은 영규와 서로 비슷한 처지끼리 통해 가정까지 이뤘음에도 말이다. 영화는 닮은 듯했던 두 사람 중 임영규는 살아남고 정영희가 조용히 퇴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향해 충격적인 전개로 내달린다.판타지 소재를 걷어내니 연 감독이 얼마나 현실의 단면을 매력적인 이야기로 깎는지 확실히 보인다. 2018년 출간된 그의 첫 그래픽노블을 원작으로 하는 ‘얼굴’은 K좀비물의 지평을 연 천만 영화 ‘부산행’보다도 먼저 구상됐고, ‘지옥’ 등 자본의 맛이 느껴지는 연 감독의 넷플릭스 작품들과도 결이 다르다. 비현실적인 연출과 거대한 세계관으로 인해 주목이 분산되곤 했던 연 감독 표 메시지를 좀 더 음미할 수 있기에 마치 ‘연니버스의 정수’ 같다. 제작비도 2억 원에 불과하다. 한국 영화 제작 현실에선 실험 격이다. 오랜 인연이 있는 소수 정예 스태프진과 2주 동안 프리 프로덕션을 진행했고, 촬영도 단 13회차로 이뤄졌다. 그럼에도 완성작은 엉성함이 느껴지지 않는 ‘때깔’을 자랑한다.배우들의 열연도 빛났다. 앞이 보이지 않는 예술가를 성립시킨 권해효는 물론 그와 2인 1역이자, 극의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1인 2역을 소화한 박정민의 표현력이 다시 보인다. 단 한 번도 ‘얼굴’을 보이지 않은 신현빈의 목소리와 몸짓은 진한 여운으로 맴돈다.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03분.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9.12 05:40
영화

K팝 뮤비 감독표 괴담 종합 세트 ‘귀시’, 비주얼이 다 했네 [IS리뷰]

시상식을 방불케 하는 캐스팅이 기괴하면서 어딘가 아름답기도 한 화면에 녹았다. 서태지부터 방탄소년단과 함께한 K팝 뮤직비디오 대부 홍원기 감독의 색깔이 좋게도, 아쉽게도 담긴 공포 영화 ‘귀시’ 이야기다.이제는 ‘K오컬트 국룰’로 자리매김한 굿 한바탕이 펼쳐지는 가운데 박수무당(원현준)과 기이한 당산나무 한 그루를 비추며 영화는 출발한다. 한적한 시골 마을의 중심에 딱 버티고 서있는 이 나무는 오랜 시간 이곳 사람들의 신앙의 대상이지만, 골프장 개발 사업으로 인해 잘릴 위기에 처했다.유명 작가를 꿈꾸며 마을에 자리를 잡은 미연(솔라)은 이에 흥미를 갖고 취재를 시작하지만, 남몰래 당산나무를 죽일 생각이었던 마을 이장이 얼굴에 하얀 꽃을 가득 피운 모습으로 숨진 것을 발견하면서 마을을 덮친 기괴한 저주에 휘말리게 된다. 이것이 실제 상황일까 아니면 미연이 상상한 시나리오일까. 절묘하게 장면이 전환되며 포커스는 미연이 연락을 주고받던 친구 채원(문채원)에게 넘어간다. 매부리코가 콤플렉스인 직장인 채원은 어느 날 ‘완벽한 아름다움’을 주겠다고 적힌 옆집의 택배를 훔친다. 상자 안에 든 코 모형을 홀린 듯 부착한 그는 수술 없이 마음에 쏙 드는 코를 얻게 된다. 그러나 택배의 주인인 옆집 여자 은서(서지수)는 이를 알아차리고 두 여성은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인다.‘귀시’는 욕망으로 대변된 귀신을 사고 또 팔 수 있는 시장에 모여든 사람들을 조명한다. 당산나무에서 굿판을 벌인 수상한 박수무당이 귀신 시장을 아우르고 성형과 성적뿐 아니라 승진, 인기 등 자신이 갖지 못한 것들을 좇던 각 인물들은 그 욕망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주요 등장인물만 9명에, 10~20분 분량 5개의 에피소드가 마치 도시 괴담 종합 세트처럼 이어진다. 옴니버스 구성인데 마치 같은 콘셉트 아래 멤버별 다른 설정을 부여받은 K팝 세계관 스토리텔링 같기도 하다. 1994년 한국 마을의 서낭제에서 출발한 이 세계관은 심지어 글로벌하게 뻗어나가 2024년, 무려 베트남 대학 캠퍼스에도 당도한다. 어디든 영혼 세계로 통하는 문이 연결되어 있고, 그곳에선 언어도 초월한다니 확장성마저 어쩐지 K팝스럽다.홍원기 감독이 “전엔 뷰티컷을 찍느라 정신없었는데 이젠 피범벅을 찍느라 정신없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듯, 그의 뮤직비디오 뷰티컷에 함께했던 K팝 ‘연기돌’ 군단이 대거 출연했다. 마마무 솔라, 스테이씨 배수민(수연 역)은 이 작품으로 첫 연기에 도전했고 홍 감독의 전작 ‘서울괴담’에서 주연을 맡았던 러블리즈 서지수(은서 역)와 지난해 오컬트 호러영화로 스크린 데뷔한 우주소녀 손주연(은진 역)도 함께 했다. 유일한 보이그룹 출신 B1A4 차선우(윤건 역)도 출연했다. 이들 아이돌 출신 배우들은 각자 맡은 캐릭터를 준수하게 소화해냈다. 스크린 데뷔작부터 극 초반부에 등장해 관객들의 몰입 형성이라는 적지 않은 몫을 담당한 솔라의 경우, 아직 연기 톤이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호러퀸’ 잠재력을 보여줬다.이는 유재명(동식 역)과 문채원, 서영희(희진 역), 원현준 등 베테랑 배우진의 연기가 중심을 잡아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첫 호러 장르에 도전한 문채원의 새 얼굴도 눈길을 끈다. 비속어도 불사하고 도덕관념이 희박한 인물을 소화하면서 히스테릭한 서지수와 광기 대결을 펼친다.제대로 잔인한 비주얼에 구도와 연출에서도 홍 감독만의 미학이 느껴지는데 ‘호러’로서 이야기 자체의 재미는 마니아 관객에겐 다소 순한 맛이다. 달리 말하자면 쫄보도 가볍게 즐길 수 있을 킬링타임 무비다. 오는 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96분.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9.1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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