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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시선] K게임 다음 개척지 '블록체인'에 힘을

"요즘 지하철에서 게임하는 사람 본 적 있으세요?"최근 한 게임사 관계자에게 업계 분위기를 물었더니 돌아온 질문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게임에 몰두하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대부분 유튜브나 틱톡, 넷플릭스 등 영상 콘텐츠에 빠져있다.이처럼 게임사의 경쟁자는 다른 게임사를 넘어 전체 앱으로 확대됐다. 결국 많이 실행하고 시간도 써야 광고를 보여주든 결제를 유도하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게임은 OTT와의 시간 뺏기 싸움에서 사실상 패배했다.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서 한국인 게임 이용률은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년 70.5%에서 2022년 74.4%까지 치솟았다가 2023년 62.9%로 뚝 떨어졌다.이에 반해 OTT는 이용률이 2023년 86.5%에서 2024년 89.2%로 오르며 곧 국민 10명 중 9명이 시청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OTT에 맞서기도 힘겨운데 그 사이 게임 시장은 확 바뀌었다. 신작만 내놓으면 실적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던 과거와 다르다. 업계 '맏형' 엔씨소프트도 12년 만에 적자를 볼 정도로 치열해졌다. 추격자였던 중국은 앱마켓 매출 순위를 장악하며 국내 게임 시장을 주무르고 있다.게임사의 한 관계자는 "중국 게임의 침공으로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게임 업계는 더는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한국 게임사들도 이런 심상치 않은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위기 탈출구로 블록체인을 앞세워 3~4년 전부터 속속 뛰어든 이유다. 실물 경제와 연계해 게임을 즐기는 것을 넘어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로블록스'라는 절대 강자가 버티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와 달리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이른바 P2E(돈 버는 게임)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국내 블록체인 게임 시장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장현국 전 위메이드 대표가 주목한 P2E 대표작 '엑시 인피니티'도 최근 이용자가 급감하고 토큰 가치가 하락하는 구조적 문제를 맞닥뜨렸다.콘텐츠 수출 비중에서 게임이 절반 이상으로 압도적인 한국 개발사들이 도전한다면 이런 사례를 학습해 P2E 시장에서 충분히 빛을 볼 수 있다.하지만 우리나라 게임 산업은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당시 뿌리 깊게 박힌 규제에 묶여있다.게임 산업 진흥을 다루는 게임산업법은 '게임 과몰입이나 사행성, 폭력성, 선정성 조장 등 게임의 역기능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 개발 및 시행'으로 역할이 한정돼 있다.지금은 물러난 한 국회의원의 코인 은닉 논란으로 가상화폐는 국회에서 금기어가 됐다.이런 상황에서 게임 업계는 조심스러운 도약의 발걸음을 떼고 있다.위메이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대작 MMORPG '레전드 오브 이미르'를 출시한다. 넥슨도 조만간 첫 블록체인 게임인 '메이플스토리N'을 공개한다. 장현국 전 위메이드 대표는 게임사 액션스퀘어의 수장에 올라 못다 이룬 블록체인 꿈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다.이처럼 게임사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나섰지만, 진흥책은 전무한 실정이다.연평균 30%의 성장이 예상되는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제대로 깃발만 꽂는다면 '오징어 게임' 못지않은 대박 콘텐츠를 노릴 수 있다.국내 게임사들의 도전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 우려보다는 생태계 확장을 위한 예외 조항 마련 등 정부 차원의 지원 사격이 절실하다.정길준 경제산업부 기자 kjkj@edaily.co.kr 2025.01.21 07:00
드라마

[IS시선] 문화재 못질 논란, 책임자는 없다..KBS 또 알맹이 없는 사과

KBS는 문화재 못질 논란에 촬영 분량을 전량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그 외에 별다른 조치를 염두에 두지 않은 듯하다는 것이다. KBS가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제대로 인지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알맹이 없는 사과만으로 끝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KBS는 지난 15일 안동시청, 국가유산청 측과 논의해 배우 서현과 옥택연 주연의 KBS2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이하 ‘남주의 첫날밤’)의 병산서원 촬영분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촬영 당시 못질 훼손 논란이 지적된 만대루, 동재 보아지 등을 포함해 병산서원에서 촬영한 영상을 모두 폐기한다. 안동시는 지난 6일 해당 촬영분에 대해 폐기를 요청했고, KBS는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이번 논란의 시작은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의 문화재인 병산서원에서 진행된 ‘남주의 첫날밤’ 촬영 현장에서 제작진이 만대루, 동재 보아지 등에 촬영 소품을 설치하기 위해 총 10곳에 못질을 한 것이다. 결국 기둥에는 두께 2~3㎜, 깊이 약 1㎝의 못 자국이 남았다. 논란이 불거지자 KBS는 두 번의 공식 사과를 하며 피해 복구에 힘쓰겠다고 밝혔다.병산서원은 사적 제26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재다. KBS는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으나, 문화재는 훼손된 부분의 복구가 쉽지 않은 동시에 복구 과정에서 추가 훼손될 위험도 크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훼손 행위를 강력 처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법원은 최근 1심에서 지난 2023년 발생한 경복궁 담벼락 사건을 사주한 이른바 ‘이 팀장’은 징역 7년, 이 사건을 모방한 또 다른 낙서범은 징역 2년을 선고하며 엄중한 판단을 내렸다.그러나 KBS의 이번 문화재 훼손 논란에 대해서는 정작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공동 제작사 몬스터유니온과 스튜디오N 중 몬스터유니온이 KBS 자회사이고 연출, 책임프로듀서 모두 KBS 소속이며 편성도 KBS에 확정이 된 만큼 촬영 현장 관리감독의 책임은 KBS에 있다. 하지만 KBS에 확인을 한 결과 이들에 대한 문책은 예정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이렇다 보니 KBS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도 의심된다. KBS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문화재 촬영 가이드라인도 전면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지난 2007년 KBS1 대하사극 ‘대조영’ 촬영 때 문화재 훼손 논란이 일었을 당시에도 책임을 통감한다며 복구 및 재발 방지를 약속했던 바 있다. 결국 당시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촬영을 위해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제작진의 인식이 부족하다면 문화재 훼손 같은 문제는 되풀이되기 십상이다. 책임자 문책은 제작진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더구나 KBS는 공영 방송이다. 제작진 한명 한명이 여느 방송사들보다 더 큰 책임의식을 지녀야 한다. 더 강력한 조치가 국민의 신뢰가 더 추락하는 길을 막고, 사과의 진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5.01.20 06:00
스타

대중이 본 ‘있는 그대로’의 나인우는 물음표 아닐까 [IS시선]

“많은 분들이 절 좋아해 주는 이유가 밝고 에너제틱한 모습이기 때문에….”배우 나인우가 군 면제 논란과 관련해 침묵을 선택했다. 그는 4급 보충역 판정을 받고 사회복무요원 소집을 기다려왔으나 3년이 지나 면제 대상자가 됐는데 애초 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는지, 또 면제 결정이 나기 전까지 사회 복무 요원 대체 복무 시기를 함구했던 이유 등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으면서 여러 의혹을 자초한 상황이다. 이후 첫 공개적인 자리였던 지난 9일 MBC 금토드라마 ‘모텔 캘리포니아’ 제작발표회에서 나인우는 이와 관련한 질문에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개인적 사유와 병명은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나인우의 군 면제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당시 형성된 부정적 여론은 시간이 지나서인지 “아무리 힘들고 아프다 한들 그 모습을 보여줄 순 없었다”는 그의 입장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져서인지 다소 가라앉은 부분은 있다. 다만 명확한 답변이 없다면 논란과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나인우 입장에서 연기자로서 대중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병명 등을 밝히는 것은 선입견을 만들어 놓을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더구나 나인우의 병역 면제 처분은 법적 근거에 따른 것으로, 현재까지 문제될 만한 부분이 드러난 것은 없다. 병역법에 의하면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후 3년간 소집되지 않을 경우 병역 면제 처분을 받게 된다. 지난 2019년 이후 매년 1만 명 이상이 나인우와 같은 사유로 병역면제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문은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았다. 1994년생인 나인우는 ‘의무이행일 연기는 30세를 초과할 수 없다’는 병역법에 따라 지난해 입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돌연 ‘모텔 캘리포니아’ 출연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두 달 뒤인 7월엔 고정 출연하던 KBS 예능 ‘1박 2일 시즌4’에서 하차했는데 당시 나인우 측은 “드라마 촬영에 집중하기 위해”라고 이유를 밝혔고 당시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 언급된 병역 문제와 관련해선 함구했다. 드라마는 통상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이상 촬영하기에 입대가 임박했고 이를 염두에 뒀다면 배우 입장에서도 제작진 입장에서도 빠듯하고 부담스러운 일정일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출연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건지도 의문이 남는다. 그러다 ‘모텔 캘리포니아’ 첫 방송을 앞두고 군 면제 소식이 전해졌다. 나인우는 “있는 그대로 봐주시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저의 마음”이라고 호소했지만, 이런 일련의 상황들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연예인이 ‘공인’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공적 관심’을 받고 그로 인해 수익을 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만큼 대중이 궁금해 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답을 해줘야하는 의무도 있다.나인우의 당부처럼 대중이 본 ‘있는 그대로’의 나인우는 여전히 물음표가 아닐까 싶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5.01.13 06:21
산업

[IS시선] 최대 규모 한국 기업, CES 2025 '전시 성과'에 만족하지 않기를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 2025’가 7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린다. 한국은 올해 CES에도 변함없이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 업체들이 총출동한다. 올해도 한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눈에 보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삼성과 SK, LG 부스 등을 비롯해 정부의 통합한국관(445개사) 부스에 힘을 실은 모습이다.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에 따르면 이번 CES에 참가하는 한국 기업은 1031곳에 달할 정도로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국가별로 주최국인 미국(1509곳)과 중국(1399곳)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규모다. CES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전시회지만 미국의 빅테크들은 참여하지 않아 물음표가 붙고 있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지금까지 한 번도 CES에 참가하지 않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해 현대차의 경우도 실리적인 이유로 참가하지 않는 추세다. 글로벌이 아닌 아시아 기업들의 경연장이 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은 경쟁적으로 CES에 참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 기업 간 세를 과시하기 위해 경쟁에 불이 붙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과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CES 스펙’을 쌓기 위해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주관사인 입장에서는 막대한 참가비를 내면서 앞다퉈 참가 신청을 하는 한국 기업이 ‘귀한 고객’이 아닐 수 없다. CES 주관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CES 혁신상’을 한국 기업에 가장 많이 수여하며 이에 보답하고 있는 형국이다. CTA는 매년 CES 개막에 앞서 100여명의 심사위원의 평가로 출품목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선정해 CES 혁신상을 수여하고 있다. 최근 CTA가 발표한 1차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CES 혁신상’ 수상 기업(292개) 중 한국 기업이 129개로 가장 많은 상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CES 2024에서도 가장 많은 CES 혁신상(133개)를 수상하기도 했다. 2019년 9개에서 2022년 74개, 2023년 116개 등 비약적으로 수상 기업이 증가했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제품과 솔루션 등으로 혁신상을 싹쓸이하는 것은 박수치며 환영할 일이다. 그렇지만 이런 수상 릴레이가 ‘우리들만의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CES에서 중국이 매섭게 추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대놓고 한국을 모방하는 등 삼성전자, LG전자 옆에 대규모 부스를 구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대중 규제 강화 움직임 속에서도 중국은 되려 참가 규모를 늘리며 CES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지난해 1104곳과 비교해 참가 기업이 235곳이나 더 늘었다. 참가 기업은 한국보다 많지만 혁신상 수상 기업은 올해 16에에 불과해 국가별 순위에서는 한국, 미국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트럼프 2.0’ 시대가 열리면서 관세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단순한 ‘전시 성과’가 아닌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중국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두용 기자 2025.01.07 07:00
문화

국가애도기간, 공연이 생업인 이들의 희생은 강요 말아야 [IS시선]

179명의 사망자를 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선포된 일주일간의 국가애도기간이 지난 4일 끝났다.지난달 29일 발생한 사고로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되면서 연말에 맞춰 준비됐던 많은 공연, 행사가 멈춰섰다. 사고 발생 이후 지상파 방송 3사가 연말에 맞춰 준비하던 각 사별 예능을 중심으로 한 ‘연예대상’과 드라마 중심의 ‘연기대상’, 가수들의 연말 결산 무대인 ‘가요대전’도 모두 중단하거나 연기됐고 마찬가지로 조용필, 이승환, 알리, 김희재 등 많은 가수들이 공연을 취소했다. 연말은 공연업계에 ‘대목’으로 꼽히는 시기다.이 기간에 가수 임영웅과 성시경은 예정된 공연을 일정 변경 없이 진행하며 공연 도중 묵념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방식을 선택했다가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모두가 애도하며 슬퍼하는 시기에 꼭 콘서트를 했어야 하느냐는 이유에서다.이번 제주항공 참사와 앞서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된 이태원 참사 모두 안타깝게 일어난 대규모 인명피해인 만큼 국민이 함께 애도해야 하는 사안이라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로 인해 어떤 이들은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마저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국가애도기간은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재난, 사고 및 국가적으로 중요한 인물이 서거했을 때 정부가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기간이다. 정부는 이 기간에 국민이 함께 애도의 뜻을 표할 수 있도록 ▲조기 게양 ▲공식 분향소 설치 ▲정부·지자체 주관행사 연기 또는 취소로 추모 분위기를 조성한다.콘서트는 가수가 혼자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는 것으로 성사되는 게 아니다. 가수 개개인도 각자 인지도에 따라 수입에 큰 차이가 있다. 한번 공연으로 큰 돈을 버는 가수, 기획사도 있지만 영세한 상태에서 공연을 생계수단으로 삼는 가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공연 개최에 생계가 달린 스태프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음향과 조명, 무대설치, 대관, 경호보안업체 등에는 공연이 열릴 때 일을 하고 그 일당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다.많은 사람들이 입은 피해를 함께 슬퍼하자는 국가애도기간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그 슬픔에 함께 하자는 의미로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지 되짚어볼 일이다. 현재 벌어지는 상황이 자발적 선택의 범주를 벗어난 듯하기에 하는 말이다. 티켓을 구매한 팬, 관객 입장에서 국가애도기간인 만큼 자신의 티켓 예매만 취소하면 될 터인데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간섭을 넘어 공연 개최 자체에 대한 비난까지 확대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더구나 공연은 대중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활동이다.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일상에서 입은 슬픔, 지친 마음에 위로를 받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다. 그게 음악이든 연극이든 코미디든, 엔터테이너들에게 공연은 대중에게 애도의 메시지를 전하고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최선의 행위일 터다. 어떠한 상황이더라도 그 행위의 가치가 충분히 고려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5.01.06 05:30
스타

[IS시선] 폴리테이너는 시국에 의해 만들어진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고,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도 국회를 통과하며 정국 불안정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며 비상계엄을 주동한 이들에 대한 수사가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 상식과 정도를 벗어난 논리로 이들을 호위하는 듯한 주장이 이어지는 등 사태 수습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이에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은 시민들이 촛불과 응원봉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이들 시민 중엔 연예인도 상당수였다. 이승환은 지난 13일 탄핵 촉구 집회, 하림은 24일 파면 촉구 집회의 무대에 각각 올라 음악과 발언으로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조진웅은 21일 집회 중 영상 발언으로, 이원종은 28일 집회 현장에서 직접 비상계엄의 무도함을 고발하고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드러냈다. 이들 외에도 브로콜리너마저·이날치 등 뮤지션들은 무대를 통해 힘을 보탰고 아이유·뉴진스·유리(소녀시대) 등은 추운 날씨 속 집회에 나서는 팬들을 위한 통 큰 선결제로 간접적으로 마음을 더했다.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현 시국에 대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SNS를 통해 소신을 밝힌 이채연은 악플 테러를 받았고, 아이유는 일부 극우 유튜버로 인해 CIA에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승환은 구미 콘서트 사흘 전, 공연에서 정치적 선동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발언을 하지 말 것에 서약을 강요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연예인에게 재갈을 물리는 행태는 낯설지 않다. 실제 그간 국내 정서는 ‘가수는 노래만, 배우는 연기만’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때문에 정치적 발언으로 낙인이 찍혀 활동이 어려워지거나 유, 무형의 블랙리스트로 섭외가 끊기는 일도 허다했다. 이승환 역시 최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다들 (정치)성향 드러내는 걸 힘들어한다. 다들 대표가 있고, 그분부터 압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말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연예인들이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데 따르는 안팎의 부담을 에둘러 전했다.하지만 이번 사태는 단순히 특정 당 지지 여부로 국한되는 협의의 정치가 아닌, 민주주의와 상식의 문제라는 점에서 연예인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최근 ‘시선집중’에 출연한 하림의 말처럼 연예인 역시 자연스럽게 의견을 표명해야 되고, 그게 보장돼야 건강한 사회다. 그 와중에 이승환에게 되도 않는 서약을 강요한 구미시장의 만행은 어불성설이다. 현재 이승환은 구미시장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데서 나아가, ‘공연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장과 같은 국가 기관이 연예인에게 ‘정치적 언행, 정치적 선동을 하지 말라’는 서약서을 쓰게 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확인을 받기 위한 헌법소원도 준비 중이다. 폴리테이너가 생기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결국 폴리테이너는 시국에 의해 만들어진다. 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4.12.30 05:42
산업

[IS시선] 우리는 이미 트럼프를 겪어봤다

내년 초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산업계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핵심 산업인 반도체는 물론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까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기업들은 곧장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지원 정책에 비판적인 트럼프 당선인을 의식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현지 생산 시설 구축을 조건으로 약속한 각각 6조9000억원, 6600억원의 보조금을 확정지었다. 서둘러 계약을 매듭지었지만 실제 지급은 결국 트럼프 행정부 기간 이뤄질 예정이라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을 받기 위해 북미 투자를 확대한 배터리 업계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을 확 낮추고 관세를 높이면 국산 배터리의 경쟁력이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이것도 모자라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가 야기한 탄핵 정국은 수조원대 잭팟을 노릴 수 있는 방산 산업의 발목을 잡았다. K방산 수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등의 사업장 방문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며 허탈한 장면을 연출했다. 장바구니 들고 온 손님을 집안 난리통에 쫓아낸 셈이다.이렇게 한숨 나오는 소식만 가득하지만 아직 희망적인 대목이 있다. 한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태풍의 소용돌이 속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이미 가지고 있다.최강국 수장 이름 옆에 '리스크'라는 이례적인 표현이 붙을 정도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예측 불가능했다. '자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선포했고,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무기처럼 들고 다니며 다른 국가들을 압박했다. 수입차 쿼터제에 가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철강 반덤핑 관세 논의까지 제조업이 근간인 한국은 마음 편히 발 뻗을 날이 없었다.우리 정부는 기업 대신 직접 발로 뛰는 '아웃리치'(대외접촉) 전략을 펼쳤다.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으로 건너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공화당 의원 등 현지 주요 인사들을 만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근거 삼아 관세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그 결과 대다수 국내 산업은 미국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며 업계가 한숨을 돌렸다. 동시에 그간 중국에 의존했던 한국의 수출 구조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이런 교과서를 가지고도 현재 정치권은 차기 정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에 혈안이다. 통상 환경을 살펴봐야 할 시기에 국무위원들은 검찰의 비상계엄 조사에 출석하는 등 정부가 사실상 가동 중단된 상태다.어쨌거나 내년 상반기 대선이 끝나면 한국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다. 윤 대통령이 극적으로 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가 짜인 만큼, 지금은 당장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 친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때다. 언제까지 허겁지겁 홀로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기업 총수들의 뒷모습에 기대를 걸 텐가.정길준 경제산업부 기자 kjkj@edaily.co.kr 2024.12.24 07:00
예능

내밀한 부부 문제까지…선 넘는 이혼 예능, 누구를 위한 것일까 [IS시선]

“시청자가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할까요?”이혼 예능의 선정성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 불륜은 물론 극단적 선택, 야동 중독 등 자극적 단어들이 난무한다. ‘솔루션’이라는 그럴듯한 이유로 포장했지만 부부 사이의 내밀한 문제들까지 들춰지며, 갈등 해결이 아닌 부추기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시청자 반응도 “보면 혈압만 오른다”, “부모들의 행동이 아동 학대 수준이다” 등 우려가 대다수다.이혼 예능은 TV조선 ‘이제 혼자다’, MBN ‘한번쯤 이혼할 결심’, JTBC ‘이혼숙려캠프’, SBS Plus ‘솔로라서’ 등 각 방송사마다 1개쯤은 있을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 ‘가족 해체’, ‘이혼 조장’ 등 여러 우려와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최근 방송들은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다. 지난 19일 방송된 ‘이혼숙려캠프’ 18회에서는 결혼 6년 차 국제 부부의 사연이 전해졌다. 방송에는 남편이 아내를 두고 3번이나 외도를 저질렀고, 야동 중독자이며 아내는 그런 남편 때문에 우울증을 앓고 아들 앞에서 여러 번 극단적 선택까지 했다는 등의 내용이 다뤄졌다. 이때 ‘벌거벗은 상태가 될 뻔했다’, ‘칼날을 잡아 피를 많이 흘렸다’ 등 남편의 외도 행위와 아내의 극단적 선택 정황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방송에 고스란히 담겼다. MC인 서장훈과 박하선, 진태연도 이들의 사연을 듣다가 혀를 내둘렀고, 특히 서장훈은 “나 집에 갈래”라며 포기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연예인 부부가 출연하는 예능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15일 방송된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는 개그맨 김경진, 모델 전수민 부부가 이혼 상담을 받으러 간 모습이 그려졌고, 이들 부부가 부동산 4채 보유, 자산이 23억원이지만 빚이 14억원이고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방송 말미에 두 사람은 결과적으로 서로에 대한 애정을 보이며 상담은 밝은 분위기에서 마무리 됐지만, 전문가에게 재산 분할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를 물어보기도 했다. 친한 관계에서도 잘 드러내지 않는 매우 민감한 돈 문제를 노출하는 것도 의아한 대목이었지만, 무엇보다 이혼을 화두에 올리는 것 자체가 너무나 쉬운 일로 비치는 점이 우려를 낳았다.이들의 사연을 지켜보는 MC들의 반응처럼 시청자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위기를 맞은 부부들이 방송에서의 솔루션을 통해 관계가 개선되는 전향적인 결말을 맞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솔루션보다 갈등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과거에 비해 이혼이 보편화되고, 이에 대한 인식이 개방적이 됐다 하더라도 이런 상황 변화가 대중의 원초적 궁금증에 중점을 두고 자극성만 쫓아도 된다는 이유는 되지 않는다. 이런 주제를 남용하는 제작 방식은 없어져야 마땅하다. 부부 관계처럼 양쪽 입장이 첨예하고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게 어려운 문제는 제3자가 개입하고 말을 얹는게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부부 사이 내밀한 속사정이 대중의 흥밋거리가 돼서도 안된다. 두고두고 이들에게 꼬리표가 될 수도 있다.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12.23 05:55
금융·보험·재테크

[IS시선] 윤 대통령 자책골에 멈춰버린 ‘밸류업’

정권이 멈췄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공)에 힘주며 화이팅을 외치던 기업들은 맥이 빠졌단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지금 뭘 한다고 되겠습니까.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 뿐입니다”고 말했다.'금융지주가 흔들린다’ ‘밸류업 전략에 먹구름이 꼈다’ 등의 헤드라인이 매일같이 등장한다.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은 이탈하고 환율은 상승, 대외신인도는 추락했고 소비 심리도 바닥으로 떨어지는 등 겹, 겹, 겹악재가 드리운 상황이다.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이 시작이었다. 이를 내뱉은 윤석열 대통령은 일주일 만에 코스피 시가총액 144조원을 증발시켰다. 주식 시장은 계엄 충격에서 여전히 허덕이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지난 한 주 2조2300억원을 순매도하며 ‘국장(국내 주식시장)’을 뜨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격파하자”며 ‘밸류업’을 외치던 윤 대통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기름을 퍼부은 꼴이 됐다.외국인들은 진작에 가방을 쌌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넉달 새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20조원에 달한단다. 결국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반가운듯 코스피는 2500선을 뚫었지만, 수장 없는 대한민국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밸류업 공시를 쏟아낸 금융사들은 “약속대로 이행”을 외치며 고군분투하고는 있다. 하지만 ‘주주환원 정책’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밸류업을 띄워줄 인센티브 법안도 멈춰있던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20% 폐지 등 내용을 포함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부결된 것이다. 좌초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에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자녀 공제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었다. 이는 밸류업 참여 기업에 상속세와 증여세를 완화해준다는 인센티브 측면의 목적과 함께 대주주가 세 부담 완화를 위해 주가 상승을 억누르는 현상을 방지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국회에서 부결되며, 밸류업 정책 동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한 금융사 관계자는 “대통령의 거취가 정해지더라도, 정상적으로 국회가 돌아가려면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며 "만약 정권이 바뀌면 밸류업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금융당국도 밸류업을 밀어줄 여력이 없어 보인다. 지난달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기반한 상장지수펀드(ETF)출시하며 힘을 실어주던 한국거래소도 코 앞의 정국이 혼란하다. 정권이 바뀌면 금융 수장 역시 바뀔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기존의 밸류업이 현 탄핵 정국과 관계없이 이행 가능한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 2024.12.17 07:30
뮤직

[IS시선] 대중가요, 이제 다시 화합을 노래할 때

여의도와 광화문, 대한민국이 둘로 쪼개졌다. 각 장소에서 울려퍼진 대중가요는 분열의 상징이 됐다. 8년 만에 또 다시 맞은 대통령 탄핵 정국에 국회도, 국민도 분열됐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령 선포로 촉발된 탄핵 정국에 국민들은 한겨울 다시 거리로 나왔다. 장소는 각기 다르다. 여의도에서 탄핵 찬성, 광화문에서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국민들이 집회 현장에서 대중가요를 함께 부르는 이른바 ‘떼창’ 현상은 이제 새롭진 않지만, 이번 대국민 집회에서는 각기 다른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는 상황에 외신들의 눈길도 쏠렸다. 여의도에서는 K팝 아이돌의 응원봉과 함께 ‘다시 만난 세계’, ‘넥스트 레벨’ 등 다양한 아이돌의 곡들이 그 일대를 가득 메웠다. 광화문에서는 태극기를 든 국민들이 ‘내 나이가 어때서’에 맞춰 함께 노래를 불렀다. 외신 또한 두 장소를 비교하며 여의도는 ‘K팝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최신 곡들이, 광화문은 ‘올드한’ 곡들이 흘러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는 단순히 두 곳의 분위기 비교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도사린 이념간, 세대간 갈등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여의도와 광화문의 갈라진 분위기를 각기 다른 대중가요가 대변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됨으로써, 이제는 헌재의 시간이다. 탄핵 여부에 대한 선고까지 최소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국정 혼란은 불가피한 터라, 얼마나 이를 최소하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그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최대한 안정화를 꾀하는 동시에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사실 대중가요를 비롯한 대중문화 콘텐츠가 역할을 해야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세대간, 이념간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으로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대중문화 콘텐츠다. 실제 한국 대중가요는 그 동안 국민을 한데 묶는 역할을 해왔다. 우리 국민의 희로애락을 담으며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로 자리잡아 왔다.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은 일제의 탄압에 암울했던 그 시절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줬고,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녹여 한국전쟁 후 국민들을 어루만졌다. 최근에는 나훈아의 ‘테스형’이 답답했던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국민의 속을 뚫리게 하는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디 그 뿐인가. 싸이의 ‘강남 스타일’,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히트곡들은 대한민국을 전 세계 대중음악 팬들의 가슴에 새기는 자부심의 첨병이 됐다.대중문화 콘텐츠는 남녀, 노소간 대화의 물꼬를 트고 서로간 소통을 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드라마, 영화는 물론 가수 경연 프로그램까지 대중문화 콘텐츠는 우리나라의 부침 가득한 역사와 함께 했고, 위기의 파고를 이겨내는 등불과 같았다. 다시 대중문화 콘텐츠가 본연의 기능을 가동할 때다. 대한민국을 하나로 묶는 화합의 매개로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4.12.16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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