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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빌드업 코리아] 한국 체육, 새로운 길을 고민하다 ②엘리트-생활 체육 화학적 통합 이뤄야

일간스포츠는 창간 55주년을 맞아 ‘한국 체육, 새로운 길을 고민하다’라는 주제로 총 세 편의 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국제대회 성적만을 목표로 반세기 가까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한국 스포츠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여러 문제와 마주했습니다.그동안 한국 스포츠의 국제경쟁력을 키워줬던 엘리트 육성 시스템은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정부 지원금을 예산의 큰 축으로 하고 있는 각 종목단체들은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인 행정 체계가 파헤쳐지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스포츠계가 집중해왔던 생활체육과 엘리트 스포츠를 통합 노력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향후 한국 체육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한국 체육, 새로운 길을 고민하다① 한계 다다른 엘리트 육성 시스템, 돌파구는② 엘리트-생활 체육 화학적 통합 이뤄야 ③ 종목단체 재정자립, 거버넌스 개혁은 필수 지난 2016년 3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됐다. 엘리트 스포츠 육성기관과 생활체육 총괄 단체를 합쳐 앞으로는 선진국형 스포츠클럽을 육성하자는 목적이 컸다. 8년이 지난 현재, 그 성과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정부는 체육단체 통폐합 전부터 약 20년간 스포츠클럽 육성을 지원했지만, 여전히 스포츠클럽 출신 엘리트 선수는 극소수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기존 전문 운동부 지원이 줄면서 경쟁력만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났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크다. 정부가 경기 출전 일수 제한, 합숙소 폐지, 최저학력제 도입 등을 시행했으나, 이와 병행해야 할 경기력 향상 대책이 없어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다. 김민철 KBSN스포츠 배구 해설위원(조선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은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가 침몰하고 있다"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각종 대책 도입이 선수 육성 환경을 제약했고, 교육청과 학교에 큰 부담을 안기며 선수 자원 고갈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앞으로 저출생 때문에 전문 선수 육성이 더 어려워질 거로 예상한다. 대한체육회가 중장기적 대책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대한체육회 관리하에 운영 중인 스포츠클럽은 약 250개에 달한다. 여전히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김민철 교수는 성과가 크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스포츠클럽 육성 정책이 유소년 엘리트 선수 발굴·육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본다. 전문 선수 수준이라 하기엔 평균적인 경기력이 낮았다. 우수한 선수를 만들려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선수 발굴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 정책이 힘을 보태는 데 실패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 운동부 시스템으로 회귀하는 건 대책이 될 수 없다. 스포츠클럽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되, 교육청과 학교가 엘리트 선수 육성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가 이를 보완해 선수 육성 체계를 복원하는 방안을 논의해 가야 한다. 김민철 교수는 "각 협회의 유소년 경기력 향상 목적 비용이 연간 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예산이 부족한 게 아니라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엘리트 선수를 육성해야 한다. 예산과 인력을 통합하고 각 조직에 중복 지원되는 예산, 효과가 떨어지는 정책은 과감하게 걷어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1996년 이후 꾸준히 엘리트 스포츠 혁신을 추진해 온 독일 시스템을 참고할 필요도 있다. 독일은 엘리트 스포츠 부진의 이유를 시스템의 공정성과 투명성 부족으로 진단했다. 이에 따라 독일은 잠재력 평가시스템(포타스)을 신설, 각 종목 협회의 운영 현황과 성적 데이터를 중앙으로 통합했다. 이를 기반으로 성과를 내고, 또 낼 수 있는 종목들에 지원을 늘렸다. 독일은 데이터를 활용해 올림픽 성과 보고서를 만든다. 김미숙 한국스포츠과학원 수석위원은 "대한체육회에서 발간하는 한국 성과 보고서에는 각 메달을 합친 종합 순위 중심 평가만 나온다"며 "독일은 각 종목 1위부터 16위까지, 낮게는 32위까지도 분석해 살펴본다. 세계 각 선수의 객관적 경기력 데이터를 그레이스 노트(미국 데이터분석업체), Elo 레이팅 시스템(선수, 팀의 순위를 매기는 데 사용하는 알고리즘) 같은 업체를 통해 구비해 활용한다"라고 설명했다. 정량적 데이터 기반 시스템은 분명 한국 체육 현실에 절실한 부분이다. 김미숙 위원은 "대한체육회도 가맹단체들을 평가하지만, 정성적 평가가 많다"고 했다. 대한체육회의 파리 올림픽 메달 예측이 크게 빗나간 것만 봐도 한국 체육은 정량적 분석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투명한 행정이 필수다. 박재우 한양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능력 있는 정부의 효율적인 공공 정책 및 서비스 제공과, 시민 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결합된 ‘굿 거버넌스’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인맥’이 통하는, 사회 전문성이 부족한 분야인 체육계에 쇄신이 필요하다는 시선이다. 중요한 건 스포츠는 결국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모두가 행복하게 운동하자’ 같은 말은 현실적으로 공허한 구호다. 뛰어난 엘리트 선수를 만들어내는 것은 시대가 변한다고 해도 한국 체육의 목표 리스트 상위에 있다. 엘리트 선수들의 성과는 곧 생활 체육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낙수 효과다. 생활체육 동호인들의 동기부여,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한다. 박재우 교수는 “영국, 독일, 프랑스도 결국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을 균형감 있는 투트랙 방식으로 국가가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현재 한국의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이 물리적으로 통합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아직 화학적인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다. 엘리트 선수들의 활동량이 늘어나서, 자연스럽게 생활 체육 현장까지 누비는 등 공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이를 구축하기 위해선 균형감 있는 정책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9.29 11:00
프로축구

K리그, 출범 40주년 기념 ‘명예의 전당’ 제도 신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31일(화) 프로축구 출범 40주년을 기념해 ‘K리그 명예의 전당’ 제도를 신설하고 첫 헌액자들을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K리그는 1983년 출범 후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지난 40년 동안 K리그를 빛낸 수많은 선수, 지도자, 관계자들 중 성과와 업적을 특히 기릴 만한 인물들을 선정해 그 발자취를 남긴다는 것이 ‘K리그 명예의 전당’의 설립 취지다.‘K리그 명예의 전당’은 ‘선수(STARS)’, ‘지도자(LEADERS)’, ‘공헌자(HONORS)’ 3개 부문으로 구성된다. 선수 부문은 선수로서, 지도자 부문은 감독으로서 큰 성과를 남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공헌자는 선수와 지도자 외에 행정, 산업,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K리그 발전에 기여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올해를 시작으로 2년마다 선수 부문에서 4명, 지도자 부문과 공헌자 부문에서 각 1명씩 총 6명을 선정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선수 부문에서는 K리그 40주년의 의미를 담아 지난 10년 별로 최고의 선수 1명씩을 선정해 4명의 선수를 헌액한다.헌액자 선정 절차는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자 선정위원회’(이하 ‘선정위원회’)가 진행한다. 초대 선정위원회는 ▲위원석 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이 위원장을 맡고, ▲김호곤 전 수원FC 단장, ▲박재영 전 프로스포츠협회 사무총장, ▲안기헌 전 부산아이파크 대표이사,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한준희 쿠팡플레이 축구해설위원이 위원으로 참여한다.선수 부문 후보는 지난 40년간 K리그를 거쳐 간 선수들 중 최상위리그(승강제 이전 K리그 및 승강제 이후 K리그1)에서 ▲300경기 이상 출전, ▲100골 이상 득점, ▲100경기 이상 클린시트 달성, ▲시즌 최다득점 또는 최다도움상 수상, ▲시즌 베스트일레븐 수상, ▲시즌 MVP수상 등 조건을 하나 이상 충족하는 선수들 약 200명을 대상으로 선정위원회가 내부 논의를 거쳐 투표 대상자를 정한다.선정위원회는 각 10년을 대표하는 15명씩을 후보로 정하고, 이 후보군을 대상으로 선정위원회 자체 투표, 구단 대표자 투표, 미디어 투표, 팬 투표 결과를 합산해 최종 헌액자 4명이 정해진다. 팬 투표는 2월 중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투표 방법과 부문별 비중 등은 추후 공개된다. 지도자와 공헌자 부문의 헌액자는 선정위원회가 직접 선정한다.헌액자 최종 선정은 3월 중 완료된다. 이후 트로피와 헌액증서 수여, 토크콘서트, 소속 구단 홈경기 초청 등 오프라인 행사와 기념 영상, 온라인 기념관 내 헌액 등 연중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K리그 명예의 전당’ 사상 첫 헌액자들의 업적을 알리고 기념할 예정이다.김희웅 기자 2023.01.31 15:30
스포츠일반

돈 내야 본다, 스포츠 중계권 양극화

프로스포츠 중계권이 양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인 프로야구·프로축구·프로배구·프로농구 중계권 계약이 2019년부터 올해에 걸쳐 갱신됐다. 프로야구와 프로배구는 금액 면에서 이전 계약 규모를 뛰어넘었다. 반면, 프로축구와 프로농구는 계약이 무산될 뻔했다. ◆‘부익부’ 프로야구·프로배구=KBO는 지난해 2월 지상파 3사(KBS·MBC·SBS)와 KBO리그(프로야구) TV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4년간 2160억원(연평균 540억원)이다. 이는 국내 프로스포츠 중계권 계약 역대 최고 금액이다. 프로배구는 16일 스포츠 전문채널 KBS N과 6년간 300억원(연평균 50억원)에 중계권 계약을 마쳤다. 프로리그가 출범한 2005년 당시 연 3억원이던 프로배구 중계권은 연 50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프로야구와 프로배구는 국제대회의 좋은 성적으로 팬층을 넓혔다. 팬의 관심은 경기 중계 시청으로 이어졌고, 방송사는 이들 종목 중계권 확보에 애썼다. 2000년대 초 연 79억원이던 프로야구 중계권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 몰고 온 야구 열풍 덕분에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로 연 100억원을 넘겼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등에 힘입어 연 500억원까지 치솟았다. 프로배구는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여자가 선전했고, 지난해 ‘배구 여제’ 김연경이 국내 무대에 돌아오면서 역대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프로배구 중계권 가격이 올라갈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빈익빈’ 프로축구·프로농구=프로축구와 프로농구는 중계권 시장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해 1월 대한축구협회(KFA)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국가대표팀 경기(A매치)와 K리그(올스타전 제외) 중계권을 통합해 팔기로 했다. 최저입찰조건으로 4년 1000억원(연평균 250억원)을 제시했는데, 아무도 받지 않았다. 결국 프로축구만 따로 계약했다. 케이블과 지상파 여러 방송사가 나눠서 중계한다. 중계권은 2019년 당시의 연 65억원보다 깎인 연 5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프로농구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기존 중계권사인 MBC 스포츠 플러스가 계약이 두 시즌이나 남았는데도 적자 심화를 이유로 중계권을 반납했다. 중계방송 없는 프로리그가 될 위기에 몰린 프로농구연맹(KBL)은 에이클라 엔터테인먼트와 5년 계약을 했지만, 중계권은 연 30억원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축구는 해외축구 인기에 묻혔고, 프로농구는 25년간 올림픽 무대에도 서지 못하는 등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팬이 이탈했다. ◆‘게임 체인저’ OTT 중계=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시대가 열리면서 프로스포츠 중계권의 부익부 빈익빈에 가속도가 붙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한 스포츠 경기 시청이 늘면서 통신 3사(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 포털(네이버·카카오) 등이 앞다퉈 중계시장에 뛰어들었다. 가장 매력적인 스포츠 콘텐트는 프로야구다. KBO는 2019년 통신·포털 컨소시엄과 5년간 1100억 원(연평균 220억원) 규모의 유무선(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뉴미디어 중계권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프로농구는 지난 시즌 포털이 중계하지 않아 기존 농구팬조차 시청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최근에는 쿠팡플레이나 티빙 등 유료 회원제 OTT 플랫폼까지 스포츠 중계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잡은 콘텐트는 프로축구나 프로농구가 아닌 해외축구(유로2020), 여자배구 국제대회(여자 발리볼네이션스리그) 등이다. 얼마 전부터는 류현진이 출전하는 메이저리그(MLB)와 손흥민이 나오는 프리미어리그(EPL) 등도 유료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유료 OTT가 많아질수록 스포츠 경기 중계 양극화는 심화할 것이다. 돈을 내고 보는 스포츠에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중계 시장에서 소외된 스포츠는 인기 스포츠와 연대해 함께 중계권을 판매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2021.06.18 08:18
축구

차범근, 포포투+ 창간호 주인공 장식

차범근 차범근축구교실 이사장이 축구 계간지 창간호를 장식했다. '한국 축구의 선구자'로 의 처음을 함께 한 차범근 이사장은 독일 무대를 개척한 지난날을 돌아보며 눈물을 쏟았다. 축구 매거진 는 지난 9월 호를 끝으로 월간지 체제에서 계간지 체제로 거듭났다. 계간지 는 3개월마다 발간된다. 한 가지 주제를 다각적으로 담는 무크지(단행본과 잡지의 특성을 동시에 갖춘 출판물)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포포투 코리아 편집부가 컨텐츠를 맡고, 브레인스토어가 출판을 담당했다. 3개월여 준비 끝에 발간되는 창간호는 차범근 이사장을 주인공으로 했다. 차범근 이사장은 해외에 진출한 축구 선수 1호로, 1970년대 말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해 10여년을 활약했다. 그는 1989년 은퇴할 때까지 분데스리가에서 통산 308경기 출전, 98골을 기록했다. 컵 대회와 유럽축구연맹 주관 대회까지 합하면 372경기에서 121골을 쏟아냈다. 아인트라흐트프랑쿠프르트와 바이엘04레버쿠젠에 각각 역사상 유일한 UEFA컵(현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안기기도 했다. 는 전설처럼 흩어져 존재하는 차범근 이사장에 대한 기록과 기억을 정리했다. ‘차범근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는 취지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또한 차범근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했다는 것도 주목했다. 새로 시작하는 포포투+도 차범근처럼 독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싶다는 열망도 담았다. 창간호에는 차범근과 인연이 있는 12인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아시아 최초 분데스리가 진출에 성공한 오쿠데라 야스히코 요코하마FC 회장, 이영표, 구자철, 박주호, 송범근, 한준희 KBS 해설위원, 송기룡 대한축구협회 심판운영실장, 미하엘 라이펜슈툴 주한 독일대사, 하석주 아주대학교 축구부 감독 등이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의 에세이와 이종성 한양대학교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 교수의 칼럼도 실려 있다. 1970~80년대 발간된 , 독일 , , , 프랑스 , 영국 , 일본 , 등 국내외 매체를 통해 차범근을 보다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토트넘 홋스퍼에 왔을 때, 차범근 감독님이 자신의 롤 모델이자 우상이었다고 말하더라. 내가 생각하기에 차범근 감독님을 보는 전 세계의 시선은 우리의 평가보다 훨씬 더 높다.” - 이영표, 전 국가대표 선수 “차범근은 당대의 문화 현상이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시절에 무에서 유를 창조한 한국 축구의 ‘개척자 오브 개척자’가 아닌가 싶다.” - 한준희 KBS 해설위원 “차범근은 유럽이나 남미 선수만 축구를 잘한다는 독일인의 선입견을 깼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다른 어떤 한국의 운동선수보다도 한국과 독일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 미하엘 라이펜슈툴, 주한독일대사 “차범근이 케빈 키건 제치고 분데스리가 외국인 평점 1위를 차지했다. 본지는 월드 클래스에 오르려면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원칙을 깨기로 했다.” - 독일 축구 전문지 차범근 이사장과 심층 인터뷰도 담겨있다. 차 이사장은 에 허벅지를 단련 시켰던 아버지의 특별훈련부터 청소년 시절 겪은 첫 좌절과 극복, 분데스리가 성공 비결, 레버쿠젠 이적 비화, 차두리 오산고등학교 감독에 대한 사과, 소명으로 삼고 있는 유소년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첫 순간에 대한 기억까지 공유했다. “내가 독일 가서 어려움을 느낀 걸 사람들은 잘 모를 거야. 사느냐, 죽느냐의 싸움이었는데 말이야. 난 무조건 성공해야 했어. 그래서 10년 동안 어디 구경 한번 못 다녔어. 나는 정말 기계처럼 살았어. 마음속엔 중압감이 늘 있었고, 불안하고 초조했어. 그 공포감을 끝까지 풀지 못했지.” 차범근 이사장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독일 무대 진출을 희망한 이유 세 가지를 꼽으면서였다. 이 밖에 에는 차 이사장과 인연이 깊은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 도시 이야기, 화보 등이 담겨있다. 차범근 이사장을 담은 창간호는 22일부터 인터넷 서점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정가는 15,800원이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2020.12.23 08:07
스포츠일반

스포츠7330봉사단 6기 해단식 및 성과공유회 개최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는 7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스포츠7330봉사단 6기 해단식 및 성과공유회'를 개최하고, 올해의 스포츠7330봉사단 활동을 마무리한다. 생활체육 동호인, 은퇴선수, 대학생 등 21개조 총 195명으로 구성된 6기 스포츠7330봉사단은 지난 5월 발대식을 시작으로 6개월 간 전국의 소외계층 및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200여회의 체육 재능나눔을 실천했다. 이번 행사에는 스포츠7330봉사단 6기 단원을 포함하여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가하며, 봉사단원이 올 한 해 동안 활동한 영상 상영 및 우수사례 발표 등을 통해 활동 내용을 서로 공유할 예정이다. 봉사단 활동을 모두 마친 단원들은 활동인증서를 받게 되며, 우수한 성과를 보인 팀 선정 및 시상도 함께 진행된다. 특히, 최우수 봉사 조로 선정된 ‘Firebird’는 한양대학교 중앙야구동아리 소속 대학생 5인으로 구성되었으며, 성동지역아동복지센터에서 저소득 및 다문화가정 아동을 대상으로 방과 후 야구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운영하며 지역 사회 스포츠 사회공헌에 앞장서왔다. Firebird 조장인 권재현(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학생은 “스포츠7330봉사단 활동을 통해 좋아하는 야구로 지역 소외계층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으며 대상자뿐만 아니라 봉사단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앞으로도 체육봉사 활동이 지속 전파·확산되어 제2, 제3의 Firebird 봉사단이 탄생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문화체육자원봉사 매칭시스템 온·오프라인 홍보 강화를 통해 전년 대비 홈페이지 방문자 수 46% 증가, 체육자원봉사 신규가입자 수 62% 증가, 매칭시스템을 통한 체육자원봉사 활동횟수 884% 증가 등에 기여했다. 최용재 기자 2019.12.06 10:33
스포츠일반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국내 대학 최초 미국 지역 스포츠위원회와 MOU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가 국내 대학 최초로 미국 지역 스포츠위원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학과장 박성배)는 지난달 27일 미국 워싱턴 주 스포캔에 있는 스포캔 스포츠위원회(Spokane Sports Commission)와 MOU 조인식을 가졌다고 5일 밝혔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는 5박 7일 일정으로 진행했던 미국 스포츠산업 분야 연수를 통해 스포캔 스포츠위원회와 인턴십 프로그램을 포함한 실무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국내 대학 가운데 미국 지역 스포츠 위원회와 직접적 교류를 하게 된 첫 번째 사례로 주목된다.이번에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와 MOU를 맺은 스포캔 스포츠위원회는 2018년 전(全)미 스포츠 위원회 연합으로부터 올해의 스포츠 위원회로 선정될 정도로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스포츠 위원회로 알려져 있다.스포캔 스포츠위원회는 연평균 50~70개에 달하는 지역·국내·국제대회를 유치해 왔으며 1년에 스포츠 이벤트로 15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를 통해 5500만 달러(한화 약 670억 원)의 경제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미국 내 우수 스포츠위원회로 손꼽힌다. 스포캔 스포츠위원회는 최근 지역경제 발전과 생활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스포츠 콤플렉스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포캔 스포츠위원회는 WT(세계태권도연맹) 주관의 대형 스포츠 대회 등 국제 스포츠 이벤트 개최와 함께 새로 건설될 스포츠 콤플렉스 시설을 시민들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스포캔 스포츠위원회는 연간 3300만 달러(한화 약 400억 원) 이상의 추가적 스포츠 관광 수입 상승효과를 기대하고 있다.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는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스포캔 스포츠위원회와의 MOU 체결을 통해 학과 학생들에게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고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리서치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만들었다. 특히 스포캔 스포츠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WT 국제대회의 입찰 경쟁 프로젝트에 대한 컨설팅과 국내 스포츠 관련 기관과 스포캔 스포츠 위원회의 업무교류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했다.미국 각 지역에 존재하는 스포츠위원회는 NCAA March Madness(전미 대학농구 토너먼트, 3월의 광란)를 포함한 각종 국내·외 스포츠 이벤트 유치와 지역 내 생활 스포츠 활성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기관이다. 특히 ‘스포츠 투어리즘’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산업적 기반을 창출하고 있어 한국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경제 활성화 정책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다.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2019.09.06 08:31
야구

'28명 중 17명' WBC 대만 대표팀의 원주민 파워

28명 가운데 17명.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만 대표팀에는 '다수파'가 있다. 대만 원주민 출신 선수다. 투수 7명, 야수 10명으로 전체의 60.7%다. 대만 인구 2300만 명 가운데 84%는 청나라 이전 이주한 내성인, 14%가 국공 내전 이후 장제스정부와 함께 대만해협을 건넌 외성인이다. 원주민은 전체 인구의 2%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WBC 대표팀에서는 절대 다수다.대표팀의 유일한 '미국파' 투수인 쟝샤오칭(클리블랜드)은 아메이족 원주민 출신이다. 미국 진출 첫해인 2012년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을 받아 2013년까지 제대로 뛰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싱글 A에서 8승12패 평균자책점 3.96으로 호투했다. 시속 153km에 이르는 강속구와 싱커, 커브, 체인지업을 던진다. 원주민 가운데서도 아메이족은 유독 우수한 야구선수를 배출했다.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인 대만의 '국민 타자' 린즈셩도 아메이족 출신이다.이들 외에 린천화·황셩슝·천홍원(이상 투수), 쩡다홍(포수), 린즈샹·왕셩웨이·쟝즈시엔·천용지(이상 내야수), 쟝즈하오·쟝정웨이(이상 외야수) 등이 모두 아메이족이다. 투수 천홍원은 당초 대표팀 발탁을 고사했지만 궈타이위안 감독의 설득으로 합류했다. 인구 20만 명 가량인 아메이족에서만 대표 선수가 12명 배출됐다. 여기에 형제 외야수인 가오궈후이와 뤄궈룽은 아버지가 객가인, 어머니가 아메이족이다. 두 선수를 포함하면 14명이다. 아메이족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화롄현은 대만에서 야구 전통이 깊은 지역이다. 미네소타 트윈스 마이너리그에서 뛰다 현재 일본 독립리그 구단 고치 파이팅독스에서 뛰고 있는 투수 로궈화는 시디그족 출신이다. 2014년 제작된 웨이 더솅 감독의 러닝타임 4시간36분짜리 영화 는 1930년대 시디그족의 항일운동을 다루고 있다. 구원투수 왕징밍은 대만 동부 해안 지역에 거주하는 베이난족 출신이다. 과거 KBO 리그의 SK 입단을 추진했던 베테랑 투수 판웨이룬은 마카다오족이다. 대만 남부 가오슝과 핀동 평원 일대에 주로 거주하는 마카다오족에는 판 씨가 많다. 대표팀에선 제외됐지만 대만 프로야구 통이 구단의 대표 외야수인 판우슝도 마카다오족이다. 최종명단에서 제외됐지만 50인 예비엔트리에 포함된 원주민 출신 선수도 있다. 요미우리와 FA 계약을 하며 불참한 외야수 양다이강, 20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밀워키 투수 왕웨이중, 클리블랜드 마이너리그 출신 내야수 쟝위청, 피츠버그 출신 포수 쟝진더 등이 아메이족이다. 또한 클리블랜드 소속 포수 주리런은 파이완족, 보스턴 소속 유격수 린즈웨이는 부농족, 대만프로야구 푸방의 포수 팡커웨이는 저우족 출신이다. 대만 중앙산맥 고지대에 거주하는 저우족은 일본 강점기 시절 마지막까지 저항한 원주민 부족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인구의 2%에 불과한 원주민 집단에서 왜 우수한 야구 선수들이 많이 배출됐을까.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원주민 사회에서 야구는 정체성의 일부"라고 지적한다. 대만에서 야구는 일제 시대 도입됐다. 국민당 정부는 야구를 일제 강점기의 흔적이라는 이유로 홀대했다. 1923년 건설된 '대만 야구의 성지' 위안샨 구장이 1951년 미국군사지원고문단 본부로 사용된 건 상징적인 일화다. 이 교수는 "대만에서 원주민들의 사회 경제적 지위는 과거보다 향상됐지만 아직 하류층이 많다. 야구는 원주민들에게 성공을 거둔 분야다. 이 점이 긍정적인 집단 기억으로 작용해 야구에 더 집중하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주민에 대한 유무형의 차별 때문에 야구가 원주민 젊은이들에게 일종의 '출구'가 되기도 했다. 재일 한국인들이 일본에서 스포츠와 연예계로 많이 진출한 것과 유사하다. 대만 야구전문가인 김윤석 WBC 대표팀 전력분석원은 "대만에선 '원주민 출신 선수는 운동 능력이 뛰어나다'는 게 정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만에는 원주민 야구선수 협회가 따로 있다. 소수민족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분위기"라며 "특유의 끈끈한 단결력은 이번 WBC 대표팀의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규 기자 자료제공=김윤석 WBC 전력분석원 2017.03.08 06:00
축구

KFA 새 집행부 25명 발표…설기현·황선홍·하석주 포함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20일 부회장과 분과위원장, 이사진을 포함한 새 집행부 25명 명단을 발표했다.이용수 기술위원장과 조병득 대회위원장, 정태준 인천시축구협회장이 새로 부회장에 선임됐으며, 기존 김호곤, 심태형 부회장과 안기헌 전무이사는 유임됐다.분과위원장은 4명이 바꿨다. 심판위원장에 원창호 전 심판이 선임됐으며, 공정위원장(옛 명칭 징계위원장)에는 서창희 변호사, 사회공헌위원장에 설기현 성균관대 감독, 의무위원장에 윤영설 연세의료원 국제처장이 각각 새로 선임됐다.일반 이사에는 황선홍 FC서울 감독과 하석주 아주대 감독 등 9명의 신임 이사가 포함됐다.대한축구협회는 “집행부 25명중 절반이 넘는 14명을 새로 영입하면서 변화를 주고자 했다. 이용수, 조병득 위원장을 부회장으로 올려 기술 파트와 국내대회 운영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었다”고 밝혔다.아울러 “설기현, 황선홍, 하석주 등 일선 젊은 지도자들을 발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와 함께 새로운 시각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생활축구 출신 인사도 8명을 배치해 조직 통합의 의미를 살렸다”고 강조했다. 전체 임원의 평균 연령은 기존 62세에서 57세로 5살 낮아졌다.새로 구성된 집행부의 첫 이사회는 20일 오후 3시 30분 백범기념관 회의실에서 열리며, 내년도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심의할 예정이다.서지영 기자*대한축구협회 제53대 집행부 명단부회장이용수(57, 기술위원장 겸)조병득(58, 대회위원장 겸)정태준(57, 신임. 생활축구 담당. 인천시축구협회장)김호곤(65, 유임. 성인리그 담당)심태형(57, 유임. 생활축구 담당. 前 서울시 축구연합회장)전무이사안기헌(62, 유임)분과위원장원창호(52, 신임. 심판분과위원장. 前 심판)서창희(53, 신임. 공정분과위원장.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설기현(37, 신임. 사회공헌분과위원장. 성균관대 감독)윤영설(55, 신임. 의무분과위원장. 연세의료원 국제처장)유대우(64, 윤리분과위원장. 前 부회장)일반 이사황선홍(48, 신임. FC서울 감독)하석주(48, 신임 아주대 감독)최준서(48, 신임.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박채희(43, 신임. 한국체육대 교수)한승섭(59, 신임. 경희대 한의대 교수)김용주(64, 신임. 前 경남축구연합회 부회장)장부남(66, 신임. 前 강원도축구연합회 회장)김종환(54, 신임. 중앙대 스포츠과학부 교수)오대균(57, 신임. 서울 송파구체육회 부회장)이태부(71, 前 부회장)한웅수(58, 유임.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최만희(60, 유임. 부산아이파크 대표이사)박경훈(55, 유임. 성남FC 감독)홍은아(36, 유임.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교수) 2016.12.20 18:26
야구

한국인은 잘 모르는 대만과 야구, 그 역사

대만은 동아시아에서 일본, 한국에 이어 세 번째로 프로야구리그를 출범시킨 나라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개최를 두고 한국과 경쟁했다 .대만의 수퍼스타 린즈셩은 지난해 KBO리그행을 타진하기도 했다. 1990년대까지 국제대회에서 대만은 한국 야구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다. 지금도 한국을 최대 라이벌로 보고있다. 정작 한국에서 대만 야구는 큰 관심이 없다. 그래서 대만 야구가 갖는 한국에의 라이벌 의식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있다. 이유를 찾는다면, 대만인에게 야구는 그만큼 특별한 경기기 때문일 것이다. 이종성 한양대 교수가 대만의 역사 속에서 야구를 다룬 원고를 일간스포츠에 보내왔다. 국내에서 발간된 한 대만 여행 안내서가 언급하듯 대만은 ‘중국어를 쓰는 일본’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일본 기업의 광고, 일본 백화점과 일본 식당 등을 목격하면 대만에서의 일본의 영향을 쉽게 실감할 수 있다. 1895년부터 1945년까지 무려 51년 간 일본의 식민지로 곡물생산과 경공업 단지역할을 했던 대만의 역사도 이를 일정부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장제스(將介石)가 일제와 치열하게 대립하다 결국 공산당에 밀려 중국 본토를 떠나 정착한 곳이 대만이라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대만 야구의 개화를 도운 한국의 3·1 운동 대만에서 일본의 영향이 가장 짙게 나타나는 분야 중 하나는 야구다. 대만의 야구는 일제 식민통치 기간 중 일본에서 파견된 공무원, 기업가들의 자손을 일본 제국의 위대한 일꾼으로 만들기 위해 일본인 학교부터 확산되기 시작했다.하지만 1910년대까지 대만인들에게 야구는 그저 ‘침략자 일본’의 스포츠였다. 또한 유교사상이 깊게 배어 있던 대만 사회에서 야구는 언제 어떻게 공에 맞아 치명적인 부상을 당할 지도 모르는 위험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었다.이 같은 대만 사회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19년 이후였다. 일본의 또 다른 식민지였던 한국에서 일어난 3·1 운동은 일본이 강압적 식민지 통치 방식을 동화(同化)주의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이 시기가 일본 역사에 있어 양당체제가 확립되고 보통선거가 치러지는 등 근대 민주주의가 시작되는 타이쇼(大正, 1911~1925)시기였다는 점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일본은 1922년부터 대만인들이 일본인과 함께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기 시작했고 1924년에는 대만의 모든 학교가 1년에 한 번씩 운동회를 치르도록 했다.이 과정에서 대만 전역의 학교에서는 야구가 성행했다. ‘위험한 침략자의 스포츠’ 야구가 대만 ‘모던 보이’들의 로망으로 서서히 탈바꿈하기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지역적인 차이는 존재했다. 일본은 대만의 중심지인 타이베이를 축으로 한 북부에서는 대만인들의 야구 참여를 제한했던 반면 상대적으로 빈곤층 농업종사자들이 몰려 있었던 남부에서는 대만인들의 야구 참여를 제한하지 않았다. 일본은 대만 남부에 주로 많이 거주했던 원주민들을 폭력성이 강한 ‘미개인’이라고 생각했고 이들을 대일본제국의 일원으로 만드는 데에 야구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대만인 주도하에 야구 팀이 생겨난 곳도 원주민들이 많았던 남부지역이었다. 1920년대 초반 가오샤 지역에서 탄생한 한 팀은 곧 일본 총독부에 의해 능가오(能高)라는 이름을 얻게 됐고 원주민 선수들은 화리안(花蓮)농업학교에 다닐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대만 순회경기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능가오 팀은 1925년 일본 총독부의 지원에 힘입어 일본 학교들과 원정경기를 펼쳐 3승 1무 4패라는 성적을 냈다. 일본 야구계는 능가오 팀의 선전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고, 팀 선수 가운데 무려 4명이 당시 일본 중등야구계의 명문인 헤이안(平安) 중학 야구부로 스카우트될 정도였다.비(非)일본학교로 고시엔 대회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낸 지아농(嘉農)학교 매년 8월마다 일본 열도를 야구 열기로 뒤흔들고 있는 여름철 고시엔(甲子園) 전국고교야구 대회에서 준우승의 쾌거를 이룬 팀도 대만 남부에 위치한 지아이 농림학교(嘉義農林學校, 일본명 가기 노린 가코)였다.지아농(嘉農)은 1931년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며 고시엔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1921년부터 만주, 조선 대표의 고시엔 대회 출전이 이뤄졌고 1927년부터 대만 대표의 고시엔 출전이 시작된 이래 일본 본토 팀이 아닌 팀으로서는 사실상 최고의 성적이었다. 물론 1926년 고시엔 대회에서 만주 대표 다롄(大連)상업학교도 준우승을 기록했지만 당시 다롄 상업학교는 선수 전원이 일본인이었다.반면 1931년 준우승을 기록할 때 지아농은 원주민, 본성인(本省人: 명말청초시기부터 일제강점기 동안 대만으로 이주한 중국인)과 일본인의 혼합 팀으로 대만은 물론 일본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지아농은 대부분 대만 학교 야구 팀의 출발이 그렇듯, 야구를 좋아하는 일본인 교사에 의해 야구부가 창설됐다. 1928년 창단한 지아농의 야구가 급성장한 계기는 야구 명문 와세다 대학교 출신의 콘도 효타로가 감독으로 부임해 오면서부터였다. 스파르타 식 훈련으로 정평이 난 콘도 감독은 일본선수와 대만선수의 차별을 두지 않았다. 오직 승리만을 위해 매진했던 콘도 감독은 재능 있는 선수라면 누구라도 야구부 가입을 허락했고 이런 과정을 통해 원주민, 본성인, 일본인이 섞여있는 팀이 완성됐으며 팀의 주축은 본성인과 원주민이었다.1931년 지아농이 고시엔 대회 결승에 오르자 많은 대만인들은 전파사 앞에 모여 라디오 중계를 들었다. 하지만 지아농은 1931년부터 1933년까지 여름철 고시엔 대회 3연패를 이룩하는 주쿄(中京)상업학교에 4-0으로 패했다.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이미 세 경기를 완투했던 지아농의 에이스 우밍제는 결승전에서 특유의 제구력을 발휘하지 못해 분루를 삼켰다.하지만 지아농의 쾌거는 대만에게 야구로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일본 제국의 스포츠인 야구가 멀리 떨어져 있는 식민지 대만에 확실하게 정착해 일본의 식민지 동화정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1931년부터 일본 야구계까지 인정한 명문 팀으로 자리매김한 지아농은 1936년까지 여름철 고시엔과 봄철 고시엔(센바츠)을 합해 모두 5번이나 출전했고, 훗날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즈에서 대활약하며 일본야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우창정(吳昌正, 일본명 고 쇼세이)과 같은 일본 프로야구의 대스타도 배출했다. 사진출처 = J-Photo DB국민당 장제스 총통은 왜 야구를 홀대했나? 급속도로 성장하던 대만 야구는 1949년 공산당에 밀린 장제스와 그를 따르는 많은 외성인(外省人)들이 중국 본토에서 이주하면서 잠시 휴화산이 됐다.장제스의 국민당 정권은 식민통치 시절 남아있던 일본 잔재를 지우고 중국 전통주의로 돌아가는 것이 급선무였으며 본성인과 원주민들이 가꿔 온 대만의 정체성 또한 바꾸려고 했기 때문이었다.더욱이 이 시기에 중국 본토를 떠나 대만에 정착한 외성인들에게 야구문화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중국 본토에서 경험했던 축구나 농구 문화에 훨씬 익숙해 있었다.축구와 농구는 대만에 세워진 국민당 정권의 정당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했으며 해외에 퍼져 살고 있던 중국 화교계의 지원을 이끌어 내는 유용한 창구였다. 주로 홍콩 출신 선수들로 이뤄진 대만 축구는 1954년과 1958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1948년과 1960년 올림픽에도 참가했다. 농구도 1954년과 1958년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대만 국민당 정부에 중요한 스포츠는 이처럼 축구와 농구였으며 야구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1923년 설립된 대만 야구의 성지인 위안샨(圓山)경기장이 1951년부터 미군사지원고문단(MAAG) 본부로 사용된 사례다. 이후 1989년 위안샨 야구장은 종샨(中山) 축구장으로 다시 바뀌었다.대만 야구 붐 재점화 시킨 리틀 야구 축구, 농구에 밀려 있던 대만 야구가 다시 부흥기를 맞이한 것은 1960년대 후반이었다. 이미 1962년 아시안게임에서 개최국 인도네시아의 친 중국 노선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등 국제 스포츠계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된 대만은 1970년대 초반 미국과 중국의 관계개선으로 위기를 맞게 됐다.이 와중에 다양한 원주민들이 모여 살던 대만 동부 타이동 현에 위치한 홍계(紅 葉)초등학교가 대만 야구 붐을 재점화 시켰다. 빈촌에서 자라난 원주민 아이들의 꿈을 이루게 해 준 홍계 초등학교 야구 팀은 1966년 대만 유소년 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홍계 초등학교 선수가 주축이 된 대만 연합팀은 1968년 일본 간사이 지방 대표 팀을 5-1로 제압하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국민당 정권은 이 경기를이례적으로 TV 생중계 하도록 했으며 대만인들은 이 경기를 통해 일본을 이겼다는 국민적 만족감에 빠졌다. 이 쾌거를 계기로 대만은 미국에서 펼쳐지는 세계리틀야구대회를 목표로 진격해 1969년부터 1981년 까지 무려 10번의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아마추어 야구는 쿠바, 리틀 야구는 대만’이라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부터다.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리틀 야구. 하지만 리틀 야구는 대만으로서는 매우 중요했다.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외교적으로 고립된 대만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흥미롭게도 대만 중앙은행은 1999년 자국 500위안 지폐에 도안돼 있던 장제스 총통 대신 한 리틀 야구 팀을 새겨 넣었다. 원주민들이 주축을 이뤄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한 난왕(南王) 초등학교 야구팀이었다. 또한 같은 해 대만의 금마장 영화제에서도 홍계 초등학교 야구 팀을 주제로 한 영화가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새로운 대만 국가주의를 상징하는 두 가지 사건은 일제강점기부터 본성인과 원주민이 일군 대만 야구에 대한 헌정이나 다름없었다. 또한 이는 정치적으로 본성인 지식층의 지지를 받는 민진당이 2000년 국민당 장기집권으로부터 정권을 획득하게 되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이종성(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2016.07.12 07:00
야구

강정호, 박병호를 잇는 차기 넥센의 '스타'는 누구인가

'킹캉'과 '박뱅'을 잇는 차기 '히어로즈'의 대스타는 누구일까. 넥센은 최근 4시즌 동안 내로라하는 스타 선수를 길러냈다. 강정호(29·피츠버그)와 박병호(30·미네소타)를 KBO 최고의 거포 유격수이자 '홈런왕'으로 성장시켜 미국 메이저리그로 보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 손승락(34·롯데) 역시 넥센이 만든 히트상품이었다. 공교롭게도 지금은 셋 모두 팀을 떠났다.넥센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스타를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 2008년 창단된 히어로즈는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끼고 있지 않아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다. 여러 메인스폰서를 전전하는 사이, 트레이드 등이 이뤄지며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됐다. 넥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보유 선수를 톱 스타로 키우고 팀 성적이 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넥센은 '유망주를 키워서 스타를 만드는 팀'이 되며 팀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염경엽(48) 넥센 감독 역시 "2016년에는 '대스타'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팀이 살고 성적도 난다"라고 말했다. 대표 후보는 김하성이다. 김하성은 지난해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0, 148안타 19홈런 89득점 73타점 22도루를 기록했다. 신인답지 않은 수비 실력과 야구 센스로 강정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웠다. 포스트시즌에도 클러치 능력을 발휘하며 침체한 팀 타선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홈런 한 개가 부족해 20홈런-20도루 달성에 실패했고, 신인왕을 구자욱(23·삼성)에게 넘겼다. 실력과 가능성, 나이를 고려하면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염 감독은 "김하성을 스타로 자리 잡는 시즌이 돼야 한다. 스타가 떠나고 또 한명의 스타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안정을 이뤄야된다"고 덧붙였다.종전의 스타 선수는 한 단계 끌어올려 대스타로 세워야 한다. 2014시즌 정규시즌 200안타를 넘기며 신기록을 작성한 서건창(27)과 최고의 3루수를 향해 도전하는 김민성(28)이 대표적이다. 둘은 이미 인기 플레이어다. 그러나 독보적인 톱스타라고 하기에는 약간 부족하다는 것이 염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지금 우리 팀에 대스타는 이택근 하나다. 대스타란 최고 수준의 성적이 3년 이어질 때 붙여지는 것이다"며 "서건창이 신기록을 세웠고, 김민성도 지난해 3할을 작성했다. 그러나 몇 시즌 동안 이어지지 못했다. 그 기록 가지고 대스타라고 하기 어렵다. 큰 선수로 가는 '진행형'이라고 볼 수 있겠다"고 했다. 서건창과 김민성이 대스타가 되고 김하성 등 유망주들이 올라오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때 팀 성적이 난다. 염 감독은 "톱스타가 예년만큼 못하고, 유망주가 올라와 봐야 아무소용 없다. 지난 3시즌 동안 넥센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박병호·강정호·손승락 등이 커리어 하이를 찍는 동시에 서건창 같은 유망주가 성장하면서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서지영 기자 2016.02.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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