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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평창] 합동 훈련으로 ‘스타트 보완’→올림픽 메달 외친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한국 봅슬레이 스켈레톤 대표팀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약점인 스타트 보완에 힘쓰고 있다. 주축 선수들은 나란히 “올림픽 메달”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20일 강원도 평창의 올림픽슬라이딩센터 스타트하우스에서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올림픽 시즌을 앞둔 대표팀은 현재 평창에서 웨이트와 스타트 훈련을 병행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한국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지난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2018년 평창 대회(금메달 1개·은메달 1개)와 비교하면 차이가 컸다.이번 대표팀은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노린다. 봅슬레이 남자 대표팀 파일럿 김진수(30·강원도청)는 지난 대회의 아픔을 딛고 입상을 노린다. 베이징 대회서 원윤종 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과 합을 맞췄던 그는 브레이크맨이 아닌 조종사 3년 차 시즌을 앞두고 있다. 그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게 목표”라며 “나도 내 기량이 절정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메달을 딴 나의 모습을 많이 상상했다”라고 웃어 보였다. 대표팀 브레이크맨 김형근(26·강원도청)은 “김진수 선수를 믿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스타트 기록을 최정상으로 올려놓는 게 목표”라고 힘을 실었다. 지난 대회서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모노봅(1인승) 종목 출전에 성공한 김유란(33·강원도청)도 다시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여자 봅슬레이 2인승과 모노봅에서 출전권을 따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스타트가 약점이지만,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격차를 0.2초 줄이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김식 봅슬레이 대표팀 코치는 “올림픽 시즌인 만큼, 대회 전 월드컵에서 포디움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일럿인 김진수 선수의 기량은 가파른 성장세다. 깜짝 메달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스켈레톤 간판으로 꼽히는 정승기(26·강원도청)는 “베이징 대회가 경험이었다면, 이번 대회는 성과를 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지난 2023 세계선수권서 동메달을 목에 건 실력자다. 이날은 자메이카 선수들 앞에서 직접 웨이트 훈련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했다. 대표팀 리더인 김지수(31·강원도청)는 “이번 올림픽을 위해 4년 동안 열심히 준비했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인데, 과거엔 나를 남들과 비교하기 바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에게 더 집중하고, 훈련에 더 매진하고 있다. 자메이카 선수들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고, 나도 그에 맞춰 노력했다”라고 웃었다.첫 올림픽 출전에 도전하는 여자 스켈레톤 홍수정은 “고등학교 때 처음 스켈레톤을 접하게 됐다. 시합에 나가면서, 나 자신과 싸우는 느낌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스켈레톤을 시작하게 됐다. 해외 트랙 경험이 적은데, 올림픽에 나서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꼭 이탈리아로 가겠다”고 힘줘 말했다.이들을 지도하는 이한신 스켈레톤 코치는 “우선 전 종목 올림픽 출전이 목표다. 남자부의 경우 톱3를 바라보고 있다. 좋은 성적을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새 시즌을 앞두고 개도국 초청 합동훈련을 통해 약점인 스타트를 보완하고 있다. ‘육상 종주국’ 자메이카 대표팀이 한국 선수단과 함께 하면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는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한국 선수단은 자메이카 대표팀에 웨이트 훈련 노하우를 전했다. 특히 자메이카 대표팀 소속 티퀜도 트레이시가 스타트 훈련 시범을 보이는 등 선수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100m 9초96의 기록을 보유한 정상급 스프린터 출신이기도 하다. 한국 선수들은 이들과 함께 몸을 푼 뒤 웃음과 함께 스타트 훈련을 소화했다. 트레이시는 “한국을 방문한 게 두 번째인데, 이렇게 훌륭한 시설은 처음”이라면서 “덕분에 내가 부족한 부분을 알게 됐다. 한국 스포츠가 투자를 계속 이어간다면, 어떤 종목이든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거”라고 박수를 보냈다.토드 헤이스(미국) 자메이카 대표팀 코치는 “우리 대표팀은 대부분 나이가 어리다. 한국 대표팀의 노력하는 자세를 보며 동기 부여를 얻길 바란다. 우리 대표팀 입장에서도 매우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헤이스 코치는 선수 시절 2002 레알솔트레이크 올림픽서 봅슬레이 4인승 은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끝으로 이날 행사에 참석한 원윤종 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은 “자메이카 대표팀 선수들 대부분 스프린터 출신이다. 이들의 훈련 노하우와, 우리의 시스템을 접목해 좋은 결과를 내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처음 봅슬레이를 시작했을 때가 2010년인데, 그때와 비교하면 이런 시설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이제는 우리가 다른 나라를 초청해 훈련을 하고 있지 않나. 이제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 같다. 이런 성장으로 한국 스포츠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남다른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대표팀은 이달 말 올림픽이 열리는 이탈리아로 향해 시범경기를 소화할 예정이다. 평창=김우중 기자 2025.10.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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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컬링 선수권대회, 19일 의정부서 개막

대한컬링연맹이 2025 한국컬링선수권대회가 오는 19일부터 27일까지 의정부컬링경기장에서 열린다고 이날 밝혔다. 이 대회는 차기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다.'2025 한국컬링선수권대회'는 블랙야크, 다림티센, 블루웹스, 국민체육진흥공단, 대찬병원 등 여러 후원사의 지원으로 열린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출전을 앞두고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으로 남자부와 여자부 각각 9개 팀이 참가해 치열한 결쟁을 펼친다.연맹은 "대한민국 컬링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본 대회는 참가팀의 공정한 경쟁과 최고의 경기력을 보장하기 위해 세계적인 아이스메이커 이반 모글리아(Ivan Moglia)를 초청해 국제대회 수준의 빙질을 조성한다"라고 소개했다.이번 대회 우승팀에게는 2025~2026 시즌 4인조 컬링 국가대표 자격이 주어진다. 내년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참가 자격과 함께 여자부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 직행권, 남자부는 12월에 개최되는 올림픽 최종예선 참가 자격이 부여된다.여자부에는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5G’ 경기도청, 평창올림픽 은메달 신화의 ‘팀 킴’ 강릉시청, 그리고 2025 세계주니어컬링선수권대회에서 대한민국 여자부 최초 금메달을 달성한 전북특별자치도청 등 9개 팀이 출전한다.남자부에서는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은메달을 획득한 의성군청, 2023-2024 시즌 국가대표 강원도청 등이 강력한 우승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개막식은 오는 19일 오전 10시 30분 의정부컬링경기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이번 대회 경기방식은 남녀 각 9개 팀이 예선 라운드로빈 경기를 치른 뒤, 상위 4팀의 순위를 부여해 1, 2위 경기와 3, 4위 경기로 플레이오프를 진행한다. 그 후 1위와 2위 경기의 승자가 결승전에 진출한다. 준결승전은 1위 대 2위 경기의 패자와 3위 대 4위 경기의 승자가 경기를 진행하고, 여기서 승리한 팀이 결승전에 진출한다. 결승전은 오는 27일 열린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데 이어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유치해 매우 뜻깊다”며 “올림픽 무대에 나설 대표팀을 결정짓는 중요한 대회인 만큼 많은 시민들이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한상호 대한컬링연맹 회장은 “이번 대회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향한 국가대표 선발의 중요한 관문으로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 또한 “연맹은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즉시 가동해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2025 한국컬링선수권대회 참가 팀△ 여자부: 경기도청, 강릉시청, 서울시청, 의성군청, 전북도청, 춘천시청, 경일대학교, 송현고등학교, 유봉여자고등학교△ 남자부: 의성군청, 강원도청, 경북체육회, 서울시청, 가톨릭관동대학교, 경일대학교, 충남, 의성고등학교, 의정부고등학교김우중 기자 2025.06.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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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둔둔 버렸다" 中 욕설테러에, 차민규가 올린 사진 한장

스피드스케이팅 은메달리스트 차민규(29·의정부시청)가 중국 누리꾼들의 어이없는 공격에 인증 사진까지 올렸다. 차민규는 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받았던 마스코트 인형 '수호랑'과 베이징올림픽에서 받은 '빙둔둔' 인형을 나란히 놓은 사진을 게재하며 "예쁘네"라고 글을 올렸다. 어사화를 쓴 수호랑 인형과 금테를 두른 빙둔둔 인형은 메달 획득 선수들에게만 주는 한정판이다. 경기 뒤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선수들에게 수여됐다. 차민규가 인형 사진을 올린 건 중국인들의 음해 때문이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딴 차민규는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 메달 플라자에서 열린 메달 수여식에서 시상대에 올라가기 전 시상대 바닥을 손으로 쓰는 행동을 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평창올림픽 당시 동메달을 획득한 캐나다 쇼트트랙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르기 전 했던 행동과 비슷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캐나다 선수들은 다른 종목에서 자국 동료들의 판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행동을 했고, 차민규도 판정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경기에선 일본 선수들의 부정 출발과 관련한 이슈가 있었고, 가오팅위(중국)가 금메달을 땄다. 중국 누리꾼들은 "무덤을 쓰는 것이냐"라는 등 심한 욕설과 비하의 메시지를 차민규에게 보냈다. 차민규는 나중에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을 받으면서 "시상대가 내게 소중하고 값진 자리라서 경건한 마음으로 올라가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다. 나중에는 차민규가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받은 빙둔둔 인형을 버렸다는 낭설까지 나왔다. 국내 미디어에서 이를 받아쓰면서 차민규에 대한 오해가 더 커졌다. 차민규의 SNS 인증은 이같은 오해를 덮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효경 기자 2022.02.2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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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윤종 팀 메달은 놓쳤지만...끝까지 빛난 투혼의 레이스

한국 봅슬레이 간판 원윤종 팀이 2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파일럿 원윤종과 김진수, 김동현(이상 강원도청), 정현우(한국체대)로 꾸려진 원윤종 팀은 20일 중국 옌칭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끝난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경기에서 1~4차 시기 합계 3분58초02로 18위에 머물렀다. 총 28팀이 참가했다. 원윤종 팀은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은메달리스트다.이로써 한국 썰매는 노메달로 베이징올림픽을 마쳤다. 썰매는 4년 전 평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수확하며 한국 겨울스포츠 신흥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앞서 남자 2인승에선 원윤종 팀이 19위에 그쳤다. 평창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남자 스켈레톤 윤성빈도 메달 없이 물러났다. 첫 메달 발굴에 도전했던 루지 등도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리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원윤종 팀의 투혼이 빛났다. 원윤종과 12년간 호흡을 맞춘 팀의 핵심 브레이크맨 서영우가 올 시즌 어깨, 아킬레스건 부상 등으로 함께 훈련하지 못했다. 올림픽 출전은 가능할 것으로 보였지만, 직전 부상으로 모든 계획이 어긋났다. 서영우 공백 탓에 원윤종 팀은 스타트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없었다.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스타트에서 경쟁 팀에 밀렸다. 그래도 주행을 펼칠 수록 시간을 단축했다. 파일럿 원윤종의 경기 운영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3차 시기에서 59초38을 기록하며, 대회 최고 기록인 1차 시기 59초45를 경신했다. 최종 라운드에선 59초59를 기록했다. 독일의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 팀이 원윤종 팀보다 3.72초 빠른 3분54초30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현존 최고의 파일럿으로 불리는 프리드리히는 이로써 두 대회 연속으로 남자 2인승과 4인승을 모두 석권, 두 대회 연속 2관왕의 쾌거를 달성했다. 독일 썰매는 올림픽에 걸린 10개 금메달 중 9개를 쓸어 담으며 '절대 1강'의 지위를 재확인했다. 독일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루지 4종목과 남녀 스켈레톤 금메달을 싹쓸이한 데 이어 봅슬레이에서도 여자 모노봅(1인승)을 제외한 3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22.02.2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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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동계올림픽 최강 노르웨이의 비결①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겨울스포츠에 어울리는 적절한 자연환경, 그리고 동계 종목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 뒷받침이다.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국가는 인구가 540만 명에 불과한 노르웨이다.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1924년 1회 대회부터 2018 평창 대회까지 노르웨이는 368개의 올림픽 메달(금 132, 은 125, 동 111)을 획득했다. 두 번째로 많은 메달을 기록한 나라가 노르웨이보다 인구가 60배나 많은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인 미국(305개)이다. 서울 인구의 절반에 불과한 노르웨이는 어떻게 동계스포츠의 최강자가 될 수 있었을까?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모든 북유럽 국가들이 동계스포츠에 강하지는 않다. 덴마크와 아이슬란드가 여기에 속한다. 덴마크는 1998 나가노 대회에서 획득한 컬링 은메달이 전부다.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나라 덴마크는 적은 강설량에 평지로 구성된 국토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동계스포츠에 대한 낮은 관심과 부족한 시설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인구가 35만 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는 동계올림픽에서 하나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국명(Iceland)과 달리 이 섬나라는 멕시코만류의 영향으로 같은 위도상의 다른 나라보다 훨씬 온화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겨울 평균 온도가 0°C에 불과하고 기후 변화가 심해서, 얼마 안 되는 이 나라 유망주들은 날씨의 영향을 덜 받는 하계스포츠에 집중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노르웨이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이 그들을 동계스포츠 최강국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분명 그들이 가진 풍부한 눈과 얼음 등은 많은 도움을 줬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든다. 그렇다면 왜 그들과 비슷한 자연환경을 가진 이웃 부자 나라 스웨덴은 노르웨이만큼 동계올림픽에서 성공하지 못했나. 1000만 명 넘는 인구를 가진 스웨덴은 158개의 메달을 획득, 노르웨이의 메달 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핀란드가 획득한 메달 수도 167개에 그친다. 인구 3800만 명을 가진 G7국가이자 동계스포츠에 최적화된 자연환경을 품은 캐나다는 어떨까? 캐나다가 평창올림픽까지 획득한 메달 수는 199개다. 이 중 75%에 해당하는 149개가 1994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나왔다. 다시 말해 캐나다가 동계스포츠 강국이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따라서 자연환경만으로는 노르웨이의 동계올림픽 성공을 설명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적절한 기후는 동계스포츠에 필요조건인 관계로, 오늘은 노르웨이가 가진 환경을 알아보자. 노르웨이 사람들은 자연을 사랑한다. 그들은 여름에는 하이킹을, 겨울에는 스키를 타는 등 일 년 내내 자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 나라에는 많은 캠핑용 오두막집이 있고, 이곳에서 사람들은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간을 즐긴다. 대부분의 도시도 자연과 가까이 인접해 있어 접근성도 좋다. 이 나라에는 많은 눈이 내린다. 그냥 눈이 아니다. 노르웨이에는 솜털같이 부드럽고 스키 타기에 좋은 최상급 품질의 눈이 내린다. “노르웨이인은 스키를 신고 태어난다(Norwegians are born with skis on their feet)”는 속담이 있듯이, 이들과 스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태어나서 걸음마를 배울 때 사람들은 스키도 같이 배운다. 스키는 노르웨이에서 단순히 스포츠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이자 문화다. 그들은 스키를 타고 어디든지 간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스키로 통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노르웨이인들은 수도 오슬로를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스키를 타고 학교와 직장을 가고, 가방을 들고 다니듯이 스키를 지니고 다닌다. 많은 나라에서 인기를 얻는 스키는 산악지형의 경사면을 내려가는 알파인 스키다. 그에 반해 노르웨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지형이 비교적 평탄한 곳에서 교통수단으로 발달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보며 ‘힘들고 지루하며 이상함’을 느낄 때, 노르웨이 사람들은 이를 ‘삶의 일부이자 자연과의 교감’으로 생각한다. 크로스컨트리 스키가 언급된 흥미로운 역사도 있다. 12세기 노르웨이의 내전 당시 농부 집단인 비르케바이너는 숨진 왕의 두 살 아들을 품에 안은 채 혹독한 산악지역 450㎞를 스키로 행군한 끝에 어린 왕자를 안전하게 피신시켰다. 이 왕자가 바로 노르웨이 왕국의 위대한 군주로 불리는 호콘 4세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노르웨이에는 90년 전통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대회가 있다. 참가자들은 당시 어린 왕자의 몸무게를 상징하는 3.5㎏짜리 배낭을 멘다고 한다. 노르웨이가 동계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의 33%는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 나왔다. 이 종목에서 파생된 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 스키+사격), 노르딕 복합(크로스컨트리 스키+스키점프)과 스키점프에서도 노르웨이는 세계 최강이다. 성공한 스키선수들은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 이들은 축구로 따지면 메시나 호날두 같은 존재이다. 따라서 유망주들은 다들 스키선수가 되고 싶어하고, 이러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노르웨이 스키는 최고의 자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스케이팅도 노르웨이에서 이동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강이나 호수가 얼면 신발에 동물 뼈를 달고 미끄러지듯이 그 위를 지나 목적지에 갔다. 이 나라는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별로 강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으나, 노르웨이(85개)는 이 종목에서 네덜란드(129개) 다음으로 많은 메달을 획득했다. 1998 나가노대회부터 20여년 동안 이어진 부진으로 이러한 선입견을 준 것뿐이다. 부진 속에 스케이팅팀은 스폰서가 없어지고 예산도 대대적으로 깎였다. 하지만 2018 평창올림픽에서 노르웨이는 4개(금2)의 메달을 획득하며 부활의 서곡을 알렸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노르웨이 스케이팅은 자국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 같은 최고의 인기 스포츠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들이 가진 자연환경은 노르웨이를 하계대회보다 동계올림픽에서 훨씬 더 많은 메달을 획득하는 조금은 특별한 나라로 만들었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02.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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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규 은메달에…"민규야 사랑한다" 제갈성렬 폭풍오열한 이유

"민규야 사랑한다."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500m 경기를 해설하던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은 중계 도중 눈물을 터트렸다. 차민규(29·의정부시청)가 은메달을 따냈기 때문이었다. 제갈성렬 해설위원 뿐만은 아니었다. 이상화, 이강석, 모태범 해설위원도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제갈 위원이 기뻤던 건 차민규가 그의 제자이기 때문이다.차민규는 제갈성렬 감독이 이끄는 의정부시청 소속이다. 2018년 평창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그는 2019년 2월 제갈 감독과 손을 잡았다. 하지만 차민규는 이후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2020년 스프린트 세계선수권에서 3위에 오르긴 했지만, 평창 때만큼의 결과물은 얻지 못했다.하지만 4년 만에 다시 선 올림픽 무대에서 그는 또 한 번의 역주를 펼쳤다.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34초39로 가오팅위(중국)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0.07초 차. 한국 단거리 선수 중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따낸 건 이상화(2010 밴쿠버 금·14 소치 금·18 평창 은) 이후 처음이다. 경기 뒤 만난 제갈성렬 감독은 "사실"이라고 한 뒤 말을 잇지 못했다. 중계 중에도 눈물을 보였던 그는 다시 한 번 감정이 벅차오르는 듯 했다. 제갈 감독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경기다. 평창 이후에 대체 복무, 골반 부상으로 인해서 재활·보강 치료를 하다보니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했다. 제갈 감독은 "올 시즌 들어 스케이트 문제가 심각했다. 날을 보통 1년에 한두 번 바꾸는데, 민규는 다른 선수들보다 예민한 편이다. 월드컵 네 대회 내내 적응을 못했다. 절망적인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했다.제갈 감독과 차민규는 어려운 선택을 내렸다. 제갈 감독은 "저와 이강석 코치, 민규가 상의해 평창 때 장비를 맡아준 선생님(장치영)에게 가서 부탁했다. 사실 처음엔 대표팀 장비담당이 있어서 고사했다. 그래도 민규를 위해 힘든 결정을 내려주셨다. 단시간 안에 세팅을 끝냈다"고 말했다. 차민규는 메달 후보로 분류되지 않았다. 월드컵 시리즈에서 한 번도 메달을 못 땄다. 최고 순위는 7위, 랭킹은 11위였다. 제갈 감독은 "대다수 전문가는 차민규를 7위, 김준호를 10위 정도로 내다봤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다만 올림픽이기 때문에 변수가 많다. 스케이트장 환경은 그때 그때 달라질 수 있다. 민규에게 정해진 미래는 아니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 결과를 기다리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이뤄졌다.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차민규는 이날 아웃코스에서 출발했다. 제갈성렬 감독은 "민규는 스타트 위치가 인코스든 아웃코스든 상관하지 않는다. 최고 장점은 3코너에서 후반에 들어올 때 빠르다. 보통 스타트를 9초7대로 끊는데 9초6만 나오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그런데 9초64가 나왔다. 사실 가오팅위도 이길 수 있었지만 상대가 너무 잘 탔다. 하지만 은메달도 좋은 결과"라고 웃었다.차민규는 쇼트트랙에서 스피드로 전향했다. 그래서 곡선주로 주행에 능하다. 제갈 감독은 "오른발, 왼발 코너웍을 완벽하게 구사한다. 쇼트의 장점을 가져왔다"며 "뿐만 아니라 단시간에 벌어지는 500m 경기를 차분하게 운영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큰 무대의 중압감을 잘 이겨냈다. 늘 덤덤한 성격이다. 긴장을 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라고 웃었다.제갈성렬 감독은 경기 전 차민규를 만나지 않았다. 그는 "어제 저녁에 통화했다. '자신감 있게, 후회없이'라고 두 마디 했더니 '네'라고 하더라"고 웃으며 "경기 전에 만나면 누구라도 긴장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스피드스케이팅은 김민석이 동메달(남자 1500m)을 따낸 데 이어 차민규가 은메달을 획득했다. 김준호도 메달은 놓쳤지만 좋은 성적(6위)을 냈다. 차민규와 김준호는 함께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았다. 제갈성렬 감독은 "준호도 정말 잘 했다. 완벽한 레이스였다. 메달이 연이어 나오고 있어서 좋은 분위기가 다른 선수들에게도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2.02.13 09:12
스포츠일반

'아이언맨' 윤성빈, 12위로 올림픽 마감…정승기 10위

남자 스켈레톤 국가대표 정승기(23·가톨릭관동대)와 윤성빈(28·강원도청)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각각 10위와 12위로 마쳤다.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정승기는 11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슬라이딩센터에서 끝난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1~4차 시기 합계 4분03초74를 기록해 출전 선수 25명 중 10위에 이름을 올렸다.2018년 평창 대회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썰매 종목 금메달을 땄던 윤성빈은 합계 4분04초09로 12위를 기록했다.금메달과 은메달은 '썰매 강국' 독일 선수들이 가져갔다. 크리스토퍼 그로티어가 4분01초01로 1위를 차지했고, 악셀 융크가 4분01초67로 뒤를 이었다.썰매 세 종목(루지·봅슬레이·스켈레톤) 중 유독 스켈레톤에서만 올림픽 메달과 인연이 없던 독일은 그로티어와 융크의 활약으로 남자 스켈레톤 '노 메달'의 한을 풀었다.홈 트랙에서 뛴 중국의 옌원강은 3차 시기까지 4위였지만, 마지막 4차 시기에서 전체 1위로 주행해 역전 동메달을 땄다. 중국이 올림픽 썰매 종목에서 얻은 사상 첫 메달이다.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2022.02.12 09:25
스포츠일반

'악바리' 최민정 결국 눈물 쏟았다…1000m서 따낸 '값진 은메달'

값진 은메달이었다. 쇼트트랙 대표팀 에이스 최민정(24·성남시청)이 쇼트트랙 대표팀에 두 번째 메달을 선사했다.최민정은 11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1분28초443의 기록으로 2위에 올랐다. 2018 평창올림픽 2관왕(여자 1500m, 3000m 계주) 최민정은 통산 세 번째 메달을 거머쥐었다. 최민정은 경기 뒤 감정이 복받쳤는지 오열했다. B파이널(순위결정전)에서 두 번째로 들어온 이유빈은 6위에 올랐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황대헌(남자 1500m)에 이어 2개째 메달 사냥에 성공했다.결승까지 가는 과정은 험난했다. 준준결승에선 선두로 달리다 스케이트가 빙판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중심을 잘 잡고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준결승에선 초반에 치고나갔으나 막판에 추월을 당해 3위에 머물렀다. 최민정은 다른 조 3위 이유빈보다 기록이 빨라 마지막으로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결승에서 최민정은 네 번째로 출발했다. 두 바퀴를 남기고 마지막 스퍼트를 했다. 2위 다툼 속에서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와 크레스틴 산토스(미국)가 충돌했다. 수잔 슐팅(네덜란드) 뒤로 달린 최민정이 마지막 날 내밀기를시도했으나 0.042초 뒤졌다.최민정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힘든 시간을 겪었다. 2021~22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두 차례나 다른 선수와 부딪혀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발목과 무릎을 다쳐 2차 대회엔 불참했고, 3차 대회에선 은메달 1개만 목에 걸었다. 마지막 4차 대회에서야 금맛(1000m)을 봤다. 대표팀내 불미스러운 일로 분위기도 뒤숭숭했다.결전지 베이징에서도 고난이 이어졌다. 5일 혼성 계주에선 박장혁(24·스포츠토토)이 넘어져 예선 탈락했다. 7일 여자 500m에서도 준준결승에서 넘어졌다. 최민정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주변에서도 기대가 컸는데 결과로 이어지지 못해 아쉽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 번 쓰러지진 않았다.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승부사답게 마지막엔 강적들을 모두 제쳤다.최민정은 키 1m62㎝로 큰 체구가 아니지만, 힘이 좋다. 추월하기 힘든 바깥쪽을 파고들면서 상대를 쉽게 제친다. 대표팀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개인 훈련을 하는 악바리도 최민정이다. 7일 열린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나서 아웃코스로 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따라잡아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최민정은 가장 마지막까지 훈련하는 악바리다. 덕분에 '체력왕'으로 통한다. 레이스 막바지에도 시속 40㎞대 속도를 유지한다. 그는 "남들이 바깥쪽 추월이 어렵다고 하는데 나는 안쪽보다 바깥쪽이 훨씬 편하다. 연습을 할 때도 상대 선수를 추월할 수 있는 막판 스퍼트에 집중한다"고 했다.안쪽 추월은 심판에게 반칙을 지적당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실제로 황대헌과 이준서가 안쪽을 파고들다 실격됐다. 민감한 판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이번 대회에서 특히 최민정의 활약이 기대된 것도 그래서다.최민정은 3000m 계주(13일)과 1500m(16일)에서 다시 한 번 메달에 도전한다. 특히 1500m는 4년 전 금메달을 땄던 그 종목이다. 베이징=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2.02.11 22:25
스포츠일반

쓰레기통에 던진 금메달, 클로이 킴에게 돌아왔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이 열린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켄팅스노파크. 1차 시기를 마친 재미동포 클로이 킴(22·한국명 김선)은 자신의 연기가 믿기지 않는 듯 머리를 부여잡으며 슬로프를 내려왔다. 이어 무릎을 꿇고 슬로프에 입을 맞췄다. 고개를 든 그는 “오 마이 갓”이라고 외치며 활짝 웃었다. 전광판에 찍힌 점수는 94점. 하프파이프는 원통을 반으로 잘라 놓은 듯한 형태의 슬로프를 질주하며 점프와 회전 등 예술적인 동작으로 승부를 가리는 종목이다. 6명의 심판이 높이, 회전수, 기술 등에 따라 채점한다. 6명이 준 점수 중 최고점과 최저점을 뺀 점수의 평균을 구하여 순위를 결정한다. 만점은 100점이다. 2018 평창 대회 금메달리스트 클로이 킴의 움직임은 가벼웠다. 그는 1차시기에 공중에서 세 바퀴(1080도)를 도는 고난이도 기술을 두 번(프런트·백사이드 각 1회)이나 성공했다. 단번에 금메달 획득이 유력해졌다. 1차 시기 중 90점을 넘은 선수는 클로이 킴이 유일했다. 2·3차시기가 이어졌지만 어느 누구도 그의 점수를 넘지 못했다. 클로이 킴은 자신을 뛰어넘는 도전에 나섰다. 2·3차시기에서 넘어져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여자 선수들이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세 바퀴 반(1260도)을 시도했다. 그는 이 도전에 실패하자 짧은 탄식을 내뱉으며 아쉬워했다. 슬로프를 내려와서는 동료들과 웃으며 포옹했다. 2·3차시기를 모두 20점대 점수를 마쳤지만 금메달을 가져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클로이 킴은 1998년 나가노 대회부터 정식 종목이 된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남자부에서는 숀 화이트(미국)가 2006년 토리노 대회와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2연패를 이룬 바 있다. 클로이 킴에 이어 은메달은 케랄트 카스텔레(스페인·90.25점), 동메달은 도미타 세나(일본·88.25점)가 각각 차지했다. 클로이 킴은 평창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다소 부침을 겪었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관심에 부담감을 느꼈다. 평창 대회 직후에는 발목 부상으로 휴식을 취했고, 이듬해 명문 프린스턴대학에 진학해 스노보드를 그만두고 평범한 대학생이 되기도 했다. 미국 내 일부 인종주의자들 사이에서 인종차별의 타깃이 됐던 것도 문제가 됐다. 계속된 심리적 압박감에 그는 지난달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모델로 등장해 “평창올림픽 금메달을 부모님댁 쓰레기통에 던졌다”고 고백했다. 클로이 킴은 인터뷰에서 “나를 짓누르는 부담감과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결정이었다”라며 “과도한 관심 때문에 항상 화가 나 있었다. 단 하루만이라도 혼자 있고 싶었다.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클로이 킴은 실력으로 부담감과 비난을 이겨냈다. 방황을 끝낸 후 다시 스노보드장으로 돌아와 이번 올림픽을 비롯해 세계선수권, 월드컵 등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꿈을 잠시 놓아버렸던 그가 스노보드를 다시 단단히 잡고 마침내 역사를 완성한 것이다. 김영서 기자 kim.youngseo@joongang.co.kr 2022.02.11 09:11
스포츠일반

바람을 뚫고 실패의 벽을 넘은 황대헌

쇼트트랙은 승부를 결정하는 변수가 꽤 많다. 112.12m 트랙 주로 중 48%인 53.81m가 곡선이다 보니 코너링이 강조된다. 선수들은 코너를 돌 때 기울어진 몸을 지탱하기 위해 빙판에 손을 짚는데, 이때 발생하는 마찰력을 줄이려고 에폭시 수지가 처리된 특수 장갑을 착용한다. 코너링만큼 중요한 게 공기 저항이다. 운동하는 모든 물체는 공기 저항을 받는다. 물리학적으로 공기 저항값은 정면 면적에 비례하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쇼트트랙 선수들이 몸을 굽혀 레이스하는 것도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장거리 레이스에선 초반 선두로 나서면 공기 저항을 정면으로 맞는다. 바람을 안고 달리는 만큼 체력 소모가 크다. 대부분의 선수가 중위권에서 기회를 엿보다 경기 후반 승부수를 던진다. 황대헌(23·강원도청)은 달랐다. 그는 지난 9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공기 저항에 정면으로 맞섰다. 트랙을 13바퀴 반(1513.62m) 도는 1500m는 쇼트트랙 개인전 최장거리. 무려 10명이 출전한 결승전 초반 눈치 싸움이 예상됐다. 황대헌도 첫 3바퀴를 모두 9위로 돌며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9바퀴를 남겨 놓은 시점 폭발적인 스피드로 단숨에 1위 자리를 꿰찼다. 결승전에서 가장 빨랐던 랩타임 8.61초를 기록, 경쟁자를 모두 앞섰다. 공기 저항을 고려하면 패착이 될 수 있는 승부수였다. 2, 3위로 황대헌을 뒤쫓던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와 세묜 옐리스트라토프(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공기 저항에서 이득을 보며 체력을 아끼는 것도 위험 요소였다. 하지만 그는 역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1위로 올라선 뒤 단 한 번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으며 대표팀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황대헌에게 4년 전 평창 대회는 아픔의 연속이었다. 당시 1500m 세계랭킹 1위에 세계기록까지 보유한 금메달 후보였지만 결승전에서 두 바퀴를 남겨 놓고 넘어지는 불운에 울었다. 1000m 준준결승전에서도 대표팀 동료와 충돌하며 탈락했다. 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위기는 그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황대헌은 2019 세계선수권에서 종합 2위, 2020 4대륙선수권에선 4관왕에 올랐다. 기대 속에 개막한 베이징 대회. 지난 7일 열린 1000m 준결승전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 예상하지 못한 악재가 발생했다. 4년 전 악몽이 되풀이되는 듯했지만 의연하게 대처했다. 황대헌은 경기 다음 날 "지난 일은 신경 쓰지 않는다. 잘 먹고 잘 잤다"며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은 중국 선수들의 반칙성 플레이가 최대 화두다. 경기가 끝난 뒤 비디오 판독에서 순위가 바뀌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워낙 많은 선수가 진출한 남자 1500m 결승전은 경기 중 충돌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컸다. 하지만 황대헌은 괴물 같은 스피드로 선두 자리를 꿰찼고, 빼어난 힘과 지구력으로 버텨냈다. 과감하게 공기 저항에 맞선 그의 승부수는 금빛 필승 전략에 가까웠다. 그는 "평창올림픽에서 겪은 두 번의 아픔이 나를 성장시켰다. 그 덕분에 1000m에서 실격당한 후에도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 '괜찮다'고 계속 생각하면 정말 괜찮아지더라"며 "사람이 의도치 않게 벽에 부딪히면 자신감을 잃는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절실한 마음으로 계속 벽을 계속 두드리면 안 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베이징=안희수 기자, 배중현 기자 2022.0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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