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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불황·사고·파업 '3중고' 빠진 포스코...근본 '철강' 무너질라

국내 대표 철강기업 포스코가 연이은 악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잇단 공장 폐쇄와 화재 사고에 이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 위기까지 직면해 있다. 대외 리스크도 날로 커지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관세 장벽이 더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내부 리스크를 조속히 해결하고 변화하는 통상 환경 대비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창사 이후 첫 파업 위기28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대표 교섭노조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다음 달 2일과 3일 각각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파업 출정식을 연다.앞서 포스코 노사는 올해 11차례 임금협상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8.3% 인상과 격려금 3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회사 측은 기본급 8만원 인상, 일시금 6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조정 회의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특히 노사가 가장 대립하고 있는 지점은 '조합원만을 위한 혜택'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조합원만 100% 정년 후 재채용, 별도타결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사 측은 거부하고 있다.이에 포스코 노조는 지난 2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재적인원(7937명) 기준 72.25%(5733명)의 찬성으로 파업 등 쟁의권을 확보했다. 포스코 노조는 “쟁의행위는 결코 가볍게 내릴 수 있는 선택이 아니지만, 지금 침묵한다면 국민기업(포스코)은 미래를 잃게 될 것”이라며 “포스코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파업출정식을 연다”고 설명했다. 사 측은 추가 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노조가 행동에 나설 경우 1968년 창사 이래 첫 파업이 된다.업계에선 노조가 당장 파업에 돌입하기보다는 쟁의행위권을 바탕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추가 협상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포스코 노조는 첫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77.8%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했지만, 사 측과 협의를 거쳐 11일 만에 임금협상을 최종 마무리지은 바 있다. "가뜩이나 힘든데"다만 파업이 현실화되면 국내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포스코는 세계 경제 침체와 중국발 저가 제품 공세, 건설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실제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8조32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743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9.6% 감소한 4970억원으로 기록됐다.특히 주력인 철강(포스코, 해외 철강)부문 매출은 15조66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6.7% 줄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4660억원으로 45.4% 급감했다. 당기순이익도 3230억원 줄어든 23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포스코는 감산은 물론, 일부 공장은 가동을 중단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지난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에 이어 지난 19일에는 1선재공장의 폐쇄를 결정했다. 또 지난해 1699억원의 적자를 낸 중국 스테인리스강 생산법인인 장가항포항불수강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문제는 전망이 어둡다는 데 있다. 당장 저가 중국산 철강재 유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에서 수입된 철강재는 673만톤(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다. 여기에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귀환으로 철강 수입 규제 강화를 위해 고율의 관세 부과나 현재 쿼터를 조정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2주 사이 같은 공장서 폭발·화재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포스코는 잇단 화재로 안전 관리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지난 24일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 지난 10일 불이 난 것에 이어 두 번째다.불은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각각 수 시간 만에 꺼졌으나 시설이 타거나 파손됐다.경찰과 소방 당국은 10일 사고 당시 3파이넥스공장의 용융로 하부에 있는 산소 주입용 풍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포스코는 지난 10일 불이 난 뒤 9일 만인 19일 재가동을 시작했다. 재가동하기는 했지만 시험 가동이어서 쇳물 생산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포스코는 전했다.이런 상황에서 다시 24일 같은 3파이넥스공장에서 폭발·화재가 발생하면서 포스코의 안전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3파이넥스공장은 연간 200만톤 규모의 쇳물을 생산하는 시설로 지난 2014년 준공됐다. 비(非)용광로 쇳물 제조법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준공 당시부터 주목받았다. 현재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하는 전체 쇳물의 약 10%를 담당하고 있다.잇따른 악재에 철강도시인 포항에도 포스코 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철강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지원과 응원에 나서고 있다.포항시의회는 지난 25일 형산교차로 및 신형산교 일원에서 철강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캠페인을 펼쳤다. 또 제31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포항 철강산업 위기극복을 위한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지정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정부의 지원과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노조 파업과 같은 여러 악재가 겹치면 반등을 위한 힘을 잃게 될 것"이라면서 "우선 노조와의 협상을 최대한 이끌어내 회사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을 해결한 뒤 차근차근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안민구 기자 2024.11.29 07:00
자동차

"4년 만에 신차 내놨는데"…르노코리아, 이번엔 임단협 난항

4년 만에 신차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를 내놓은 르노코리아가 쏟아지는 악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차 출시 전 한 직원의 손가락 제스처로 인해 암초를 만난 데 이어 본격적인 고객 출고 시점을 앞두고는 '노조 리스크'에 직면했다.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 가운데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임금단체협상을 매듭 짓지 못한 곳은 르노코리아 단 한 곳 뿐이다.르노코리아 노사는 지난 3일 기본급 7만3000원 인상을 비롯, 신차 그랑 콜레오스 성공 출시금 300만원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6일 진행된 노조 조합원 총회(찬반투표)에서 과반의 반대표가 나오며 타결이 무산됐다. 반면 르노코리아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4개사는 임단협의 모두 마무리하고 있다. 기아 노사 이날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임단협 9차 본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오는 12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되면, 기아 단체 교섭은 추석 연휴 이전 마무리된다. 앞서 현대차동차와 KG모빌리티, 한국GM은 모두 교섭을 타결한 상태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현재 사측과 교섭 날짜를 조정 중이다. 2차 잠정 합의안 도출과 조합원 찬반투표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추석 연휴 전 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최악의 경우 르노코리아 노조가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대규모 손실은 물론 판매량 반등을 이끌어야 할 그랑 콜레오스의 신차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르노코리아는 최근 XM3 이후 4년 만의 신차 그랑 콜레오스를 공식 출시했다. 지난달 시승 및 전시용 물량을 소량 선출고한데 이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박차를 가해 고객 인도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사전계약 등 누적 계약 대수가 1만3000여 대에 달한다. 르노코리아는 초반 신차효과 극대화를 위해 이달에만 4000여 대를 출고할 방침이었다. 앞서 그랑 콜레오스는 출시 이전부터 악재를 겪었다. 지난 7월 신차 홍보 영상에 나온 '집게손' 손 모양이 남성 혐오 표현이라는 논란이 일면서 물의를 빚었다. 이 여파로 '르노코리아 불매운동'까지 거론됐고, 실제 영업 일선에서는 사전 계약 취소로 이어지는 등 홍역을 치렀다.여기에 노조 리스크까지 겹치며 갈 길 바쁜 르노코리아의 주름살만 깊어지고 있다. 르노코리아의 2023년 판매량은 10만4273대로 전년 대비 38.5%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에도 내수는 8.6%·수출은 41.2% 떨어지며 판매량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통상 신차 효과는 출시 3~4개월 사이에 최대로 나타난다"며 "출시 초기 생산 차질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신차 효과를 제대로 누려보지도 못하고 날려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안민구 기자 amg9@edaily.co.kr 2024.09.11 07:00
IT

삼성전자 전영현의 'CORE 전략', 새 리더십으로 반등 기회 만들까

삼성전자가 새로운 수장을 중심으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TSMC를 따돌리고 다시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여기에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근원적인 경쟁력 회복을 선언하며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HBM 참사’ 막을 CORE 워크 승부수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반등하며 분기 영업이익 10조원대를 회복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 74조683억원, 영업이익 10조443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어선 건 2022년 3분기(10조8520억원) 이후 처음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15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DS 부문이 살아난 게 고무적이다. DS 부문의 2분기 매출은 28조5600억원, 영업이익은 6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범용 D램의 공급 증가와 가격 상승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이 다시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고, D램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삼성전자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들면서 서버 투자가 확대되고 있고 덩달아 고성능·고용량 D램과 낸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로 인해 범용 D램 공급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범용 D램 매출 비중은 올해 1분기 52%까지 증가했고, 4분기에는 66%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반도체 사이클에서 '나무(HBM)보다 숲(범용 D램)'을 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은 반등하는 업황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전략으로 이 기세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우선 전 부회장은 DS 부문장에 오른 후 처음으로 직원들에게 공식적인 메시지를 내는 등 근원적인 경쟁력 회복을 선언했다. 그는 지난 1일 사내 게시판에 “2분기 실적 개선은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다. 근원적 경쟁력 회복 없이 시황에 의존하다 보면 또다시 작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이에 그는 반도체 신 조직문화 ‘C.O.R.E. 워크’를 제시했다. 반도체 고유의 치열한 토론 문화 재건을 통해 ‘HBM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CORE 워크는 문제 해결·조직간 시너지를 위해 소통하고(Communicate), 직급·직책과 무관한 치열한 토론으로 결론을 도출하며(Openly Discuss),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Reveal)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하고 철저하게 실행한다는(Execute) 의미다.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HBM 분야에서 경쟁사 대비 시장 대응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민첩하게 움직이고 철저하게 실행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신 조직문화 전략은 이런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경영진의 의지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2년 만에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탈환 삼성전자는 DS 부문에서 경쟁사 TSMC에 빼앗겼던 ‘왕좌’를 되찾았다. 올해 2분기 매출 28조5600억원의 삼성전자는 TSMC의 매출 28조5000억원을 근소하게 추월하며 2022년 2분기 이후 2년 만에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범용 D램의 공급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제 HBM 공급만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완연한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5세대 HBM인 HBM3E 제품에 대한 엔디비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HBM3E 8단 제품은 고객사 평가를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며 3분기 중 양산 공급이 본격화될 예정"이라며 "HBM3E 12단 제품 역시 복수의 고객사 요청 일정에 맞춰 하반기에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HBM 공급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한 만큼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HBM은 통상 사전에 고객사와 맺은 계약을 토대로 공급 물량을 결정하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고객사를 이미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HBM 매출 비중이 상반기 대비 3.5배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김재준 부사장은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 여부에 대해서 “고객사와의 비밀유지계약 준수를 위해 언급할 수 없다”고 했다. 노동조합의 압박에서도 벗어나 한숨을 돌리게 됐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는 총파업 25일 차인 지난 1일 현업 복귀를 결정했다. 삼성전자 창사 이후 첫 파업이라는 변수는 다행히 생산에 큰 차질을 끼치지 않았다. 임금 교섭이 타결되지 않아 ‘노조 리스크’는 여전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등의 동력 강화를 위해 원만한 해결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DS 부문 영업이익이 상반기에만 8조3600억원으로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전 부회장은 “당초 경영계획 목표 영업이익 11조5000억원을 달성할 경우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이 0~3%다. 하지만 현재 반도체 시황이 회복되고 있어 모든 임직원이 함께 노력한다면 OPI 지급률은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8.05 07:00
산업

한화, 번번이 발목 잡는 대우조선 '노조리스크' 해결할 수 있을까

한화그룹이 번번이 인수합병에 발목을 잡았던 대우조선해양의 ‘노조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수 대금과 결합 이슈 등이 해결된 만큼 강경 노조와 소통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온전히 품기까지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고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는 27일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그룹의 특혜, 졸속 매각을 중단하라. 속도보다 방산 재벌 한화의 검증이 우선”이라고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대우조선해양의 정규직 노조는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에 속해 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도 “노조와 구성원 참여 없는 일방적인 매각 발표에 분노한다. 매각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조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의 우선 협상자로 선정된 한화를 향해 우선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에 대한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 등을 포기하라며 엄포를 놓고 있다. 하청노조는 지난 6월 2일부터 7월 22일까지 51일간의 불법 점거로 대우조선에 큰 피해를 줬다. 이 장기 파업으로 대우조선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배를 물에 띄우는 진수 작업을 중단해야 했다. 이에 사측은 지난달 노조 집행부 5명을 상대로 47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가압류를 건 상태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아직 경쟁 입찰이 진행 중이다. 노조와 관련한 문제는 본계약 이후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인수합병 타임테이블에 따르면 경쟁 입찰의향서 접수가 끝난 뒤 내달 17일부터 정밀실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실사 이후 본계약은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체결될 계획이다. 지난 2008년 우선 인수 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는 한화는 당시 대우조선 노조의 반발로 정밀실사를 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지금도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라 실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를 낳고 있다. 대우조선의 노조리스크는 매각 과정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2018년 호반건설, 2019년 현대중공업가 인수를 추진했을 때도 노조의 반대에 부딪혔다. 한화도 매각 과정에서 노조와의 진통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하지만 강경 노조를 상대로 매각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달린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노조 관계 경험이 많지 않다. 대우조선처럼 강경 노조 상대는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본계약 이후 노조와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관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금속노조가 계속 태클을 거는 상황이라 본계약 이전에 어떻게든 노조와의 소통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선산업은 다단계 하청 구조 형태를 띤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인수를 위해 한화는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2개의 노조와 상대해야 한다. 조선하청지회는 파업 철회 이후에도 시민단체들과 함께 고용승계 합의 이행을 위해 국회에서 단식농성을 하며 투쟁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노란봉투법 제정을 위해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뜻한다. 21대 국회에서는 대우조선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의 계기로 총 8건의 노란봉투법이 발의된 상황이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09.29 07:01
금융·보험·재테크

'부실 폭탄'에 파업…9월의 은행은 '초긴장' 중

9월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며 국내 은행들은 초긴장 상태다. 코로나19 사태에 빚이 급격히 늘어난 자영업자 지원이 9월 종료를 앞두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노조가 총파업까지 선언하고 나서면서다. 22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960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해 40.3%(276조원) 증가했다. 제2금융권 대출도 최근 2년 6개월 동안 160조4000억원(70.7%) 증가했다. 또 3곳 이상의 금융권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는 7만5000명에서 33만명으로 4.4배나 늘었다. 은행권에서 추가 대출이 막히자 고금리의 제2금융권으로 대거 넘어간 것이다. 업계는 코로나19로 정상 영업이 불가능해진 자영업자들이 빚으로 매출과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른 자영업자의 평균 채무는 1억1864만원으로 연간 원리금 상환금액만 1737만원이다. 저축액보다 부채가 더 많은 상태로 재무상황이 좋지 않다. 특히 다중채무자의 평균 채무는 7400만원으로 70% 이상은 연 소득 4000만원 미만의 영세사업자다. 금융업계는 자영업자의 부실이 만기연장과 상환유예가 종료되는 9월 말부터 현실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더군다나 현재 대출 차주에게 주어진 금융환경도 좋지 않다. 금리상승 리스크가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변동금리 비중이 70.2%나 된다. 또 만기 1년 이내 대출도 69.8%로 비슷한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9월 말 종료 즉시 부실로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점차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은행은 부실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동시에, 내달 16일 예고된 금융노조 총파업도 마주해야 한다. 전국 시중은행, 지방은행, 국책은행 노동자들이 속해있는 금융노조는 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며 6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금융노조는 올 4월부터 시작된 산별교섭에서 임금 6.1% 인상과 주 36시간(4.5일제) 근무, 영업점폐쇄 금지, 정년연장 등을 요구해오고 있다. 노조와 사측은 이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며, 결국 파업까지 이르게 됐다. 가장 큰 쟁점은 임금인상률이다. 노조는 6.1%의 인상률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1.4%를 제시해 양측의 간극이 크다. 은행 측은 글로벌 경제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이고, 1억원을 웃도는 주요 시중은행 평균 연봉을 고려하면 국민 정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 2022.08.23 07:00
자동차

현대차 노사, 임금협상 잠정 합의…4년 연속 무분규

현대자동차 노사가 4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합의했다. 현대차 노사는 12일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협상 15차 교섭을 열고 기본급 9만8000원 인상 등을 담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5월 10일 노사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금협상을 시작한 지 2개월 만이다.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4.3% 인상(9만8000원, 호봉승급분 포함), 경영성과금 200%+400만원, 품질 향상 격려금 150만원 등이 담겼다. 하반기 목표 달성 격려금 100%, 미래 자동차 산업 변화 대응 특별격려 주식 20주,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등도 포함됐다. 노사는 앞서 지난 11일 교섭에서 국내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과 기존 노후 생산라인 단계적 재건축 방안을 골자로 하는 ‘국내 공장 미래 투자 관련 특별합의서’를 마련한 바 있다. 현대차가 국내에 새로운 공장을 짓는 것은 1996년 아산공장 완공 후 29년 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최대 규모 국내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지난 5월 미국 조지아 전기차 공장 건설 계획을 공개한 데 이어 국내에도 전기차 전용공장을 신설키로 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에 선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에 발맞춰 글로벌 수준의 생산효율·품질 확보, 공장 재편에 따른 차종 이관과 인력 전환배치, 투입 비율 조정 및 시장수요 연동 생산 등 제반 사항 협의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미래 산업 전환에 따른 인력 감소에 대비해 생산·기술직도 신규 채용한다. 내년 상반기에 전동화, 제조기술 변화 등을 고려한 전문인력 중심 기술직을 새로 뽑는데, 채용 규모와 방식은 향후 정년퇴직 발생에 따른 필요 인원과 중장기 자동차 산업변화 감소 요인 등을 고려해 올해 11월 말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노사는 또 급변하는 자동차산업 경영 환경과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노사 대표가 참석하는 '국내 공장 대내외 리스크 대응 노사협의체'를 구성하고, 분기 1회 정례회의를 열어 미래 자동차 산업 트렌드, 생산·품질·안전 지표 등을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현대차 노사는 이번 잠정합의안을 파업 없이 마련해 2019년 이후 4년 연속 무분규 합의를 이뤘다. 2019년 한일 무역 분쟁, 2020년 코로나19 위기 등으로 무분규 타결했고, 지난해에도 차량용 반도체 대란 등을 고려해 무분규 타결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내외 리스크 속에서도 노사가 속도감 있는 논의 끝에 4년 연속 무분규 잠정합의를 끌어냈다”라며 “국내 사업장이 글로벌 허브 역할과 위상을 공고히 해 미래 모빌리티 시대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19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올해 현대차 임금협상은 완전히 마무리된다. 안민구 기자 amg9@edaily.co.kr 2022.07.13 10:05
생활/문화

커지는 카카오 류영준 '먹튀' 논란

지난해 '온라인 플랫폼 갑질'로 뭇매를 맞은 카카오가 연초부터 경영진 리스크에 직면했다. 지난해 말께 류영준 카카오 신임 공동대표 내정자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해 400억원이 넘는 이득을 취하면서 불거진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듯하다가 다시 불붙고 있다. 노조가 최근 류영준 대표 내정자가 사퇴하지 않으면 설립 이후 첫 쟁의 행위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노조는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문제가 될 것이라며 경고했다. 카카오 대표 내정자, 자사주 팔아 469억원 차익 9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노조가 요구한 류영준(현 카카오페이 대표) 신임 공동대표 내정 철회와 관련해 대응안을 모색 중이다. 이날 카카오 관계자는 본지에 "(아직) 공식입장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다만 소통은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논란은 류영준 대표를 비롯한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이 지난달 10일 44만993주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불거졌다. 약 900억원에 달하는 주식이 한꺼번에 매물로 풀리면서 증시에 악영향을 줬다. 이중 류 대표는 469억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11월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됐으며, 오는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선임될 예정이다. 한때 상장일 대비 약 24%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하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경영진 주식 매각 소식이 전해진 날부터 지난 7일까지 약 22% 주저앉았다. 모회사 카카오의 주가도 같은 기간 약 18%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경영진이 책임경영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신의 사업전략이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저렴한 가격에 회사 주식을 쓸어모은 뒤 주가가 안정적 흐름을 보일 때 팔아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법적 문제는 없지만 이와 같은 경영진의 대규모 스톡옵션 행사는 기업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카카오페이 종목 토론실에는 "경영진이 주가 조작 세력과 다를 바가 없다" "무슨 생각으로 상장하고 이런 상황을 만드나" 등 부정적 의견이 대부분이다. 노조 "윤리의식 결여…쟁의도 불사"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만간 상장을 앞둔 카카오 계열사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모빌리티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 콘텐트 사업을 영위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데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혁신'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런 계열사 상장이 혁신을 위장해 경영진 배 불리기에 악용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카카오페이는 별도 자리를 마련해 임직원과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지난 4일 사내 간담회에서 류영준 대표는 "저를 비롯한 경영진들의 스톡옵션 행사와 매도로 인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 송구하다"며 "상장사 경영진으로서 가져야 할 무게와 책임감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으며,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회사 경영진의 해명에도 여론은 계속 악화해 카카오 노조까지 행동에 나섰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 지회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카카오는 이번 사태의 핵심인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신임 카카오 대표 내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또 "직원들은 지금까지 충분히 고통을 감내하고 회사 성장을 위해 참아왔지만, 그 결과로 경영진은 수백억원의 차익을 얻었다"며 "주요 경영진의 집단적 매도는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을 알고 있음에도 주요 경영진들이 동시에 지분을 매각한 것은 유가증권시장 개장 이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로 경영자로서 윤리의식이 결여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류 대표의 사퇴 외에는 타협안이 없다며 응답이 없을 경우 회사 창립 이래 지금까지 없었던 쟁의 단계에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발자 파업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지회장은 이날 본지에 "현재 추가로 전할 말은 없다. 10일 입장을 공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2.01.10 07:00
경제

반도체 품귀 장기화…자동차 업계 발 동동

국내 완성차 업계가 추석 전 '파업 리스크'를 해소하며 실적 반등에 나섰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델타 변이 코로나19 확산이 심해지면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다시 심화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오는 4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 아산공장 또 가동중단…반도체 공급난 여파 15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자동차용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의 영향으로 아산공장이 이날부터 17일까지 생산을 중단한다. 가동 재개 예상 시점은 추석 연휴 이후다. 현대차는 지난 9, 10일에도 아산공장 가동을 멈췄다가 14일 반도체 부품이 재공급에 따라 생산을 재개했지만, 정상 가동 이틀 만에 다시 문을 닫게 됐다. 당시 발생한 생산 차질은 2000여 대로 추산된다. 현대차 공장이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는 이유는 엔진 전자제어장치(ECU)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공급하는 말레이시아 기반 협력사가 델타 변이 확산으로 휴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당초 3분기 이후 반도체 공급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봤다. 공급난 장기화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을 확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도체 제조 공장이 몰려 있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예상이 빗나갔다. 말레이시아에는 독일 인피니온, 스위스 ST마이크로 등 글로벌 주요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공장이 모여 있다. 25개의 반도체 공급 업체가 있는 동남아 최대 차량용 반도체 생산기지다. 다른 업체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기아는 지난 7일 미국 조지아 공장의 조업을 중단했다. 국내에서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쏘렌토의 월 생산량을 5000대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반도체 부족으로 대부분의 차종에서 부품공급 차질이 발생하자 라인업을 유지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생산을 제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쏘렌토의 미출고 물량은 4만여 대에 달한다. 중대형 SUV에 대한 선호가 증가한 가운데 반도체 부족이 겹치며 주문이 쌓이고 있다. 4만대의 출고 대기물량 중 3만대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내연기관·가솔린 모델을 계약할 경우 출고까지 4개월 정도를 기다리지만, 하이브리드차를 구매한 소비자는 6개월을 대기해야 한다. 한국GM은 주력 차량인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 1공장의 가동을 이달 들어 50%로 줄였다. 트랙스 등을 생산하는 부평 2공장 역시 50%만 가동 중이다. 특히 한국GM의 경우 이미 상반기에만 반도체 품귀 문제로 8만대 이상의 생산 차질을 빚은 데 이어 하반기에도 추가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영난을 겪는 쌍용차 역시 반도체 등의 부품 수급 제약으로 더 뉴 렉스턴 스포츠&칸 출고가 지연되고 있다. XM3의 유럽 수출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건 르노삼성차 역시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 7월 반도체 부족으로 부산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감산 릴레이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자동차 토요타는 이달 일본 내 주요 공장의 가동을 2주 동안 중단했다. 닛산은 이미 25만 대 감산 계획을 발표했고, 혼다는 생산량 감축으로 판매량이 15만 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그동안 수익성이 높은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경우 가까스로 생산을 이어갔지만, 최근 반도체 부족에 트럭과 SUV까지 감산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직원에게 보낸 사내 메일에서 3분기 인도 물량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생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것"을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머스크 CEO는 "3분기 초 극심한 부품 수급 차질에 시달렸다. 이에 따라 분기 말 이례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테슬라는 역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며 "우선 일부 부품을 제외하고 차량을 제작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지난달 전자제어 유닛(ECU)용 반도체 부족으로 나흘간 중국 상하이 공장 일부 라인 가동을 멈췄다.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 2세대 양산형 모델 출시는 오는 2023년으로 미뤘다. 반도체 품귀 장기화 우려 문제는 빠른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비대면 경제까지 확산하며 파운드리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공급난이 중·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삼성전자·TSMC·인텔·U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최근 앞다퉈 파운드리 증설에 나섰지만, 투자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병목현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맞물려 최근 독일 뮌헨에서 'IAA 모빌리티 2021'에서 폭스바겐·다임러·BMW·포드의 경영진은 이구동성으로 ‘칩 부족 문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회장은 “중국 시장에서 칩 부족으로 큰 타격을 입었고 시장점유율을 크게 잃었다”며 “칩 부족은 정말 큰 문제이며 중국 동료들이 반도체를 구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스 회장은 “코로나가 진정된다고 해도 전반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군나르 헤르만 포드 유럽 총괄은 “칩 부족이 2024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언제 끝날지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로의 전환으로 상황이 더 악화했다”며 “예컨대 내연기관차인 포드 포커스에는 약 300개의 칩이 들어가지만, 포드의 새 전기차는 최대 3000개의 칩을 쓴다”고 말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 회장은 “이번 3분기가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분기 바닥을 치고 4분기에 회복되길 바라지만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리버 집세 BMW 회장도 “최소 내년까지 반도체 공급이 빡빡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메르세데스 벤츠와 포드, 토요타 등 외국 완성차 업체들은 당초 계획보다 생산량을 대폭 줄이면서 하반기 실적 전망을 낮춰잡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오토포캐스트솔루션은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올해 약 850만대가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측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미국, 일본, 유럽 등 자동차를 생산하는 선진국이 다시 자국 내 생산을 늘리는 등 앞다퉈 반도체 공급망을 점검하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도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2021.09.16 07:00
경제

"추석 전 타결 목표"…완성차, 임단협 본격 돌입

여름휴가를 마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이번 주 다시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에 나선다. 추석 연휴 전 타결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오는 10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다. 합법적인 파업 권한을 확보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앞서 기아 노조는 지난달 20일 사측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으며, 중노위는 같은 달 30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급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정년연장(최대 만 65세), 노동시간 주 35시간으로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아직 별도의 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GM 노조는 오는 10일 확대간부합동회의를 열고 잠정합의안 부결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다. 노조는 간부회의 후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열어 파업과 특근 거부 등 쟁의행위 돌입 여부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22일 14차 교섭에서 기본급 3만원 인상과 450만원의 일시금 지급 등의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노조가 지난달 26~27일 진행한 조합원 대상 투표에서 51.15%가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노조 측은 월 기본급 9만9000원 정액 인상 등 1000만원 이상의 일시금 지급을 요구해 왔다. 작년 임단협을 아직 끝내지 못한 르노삼성차 노사도 이번 주 본교섭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사측은 2020·2021년 임단협 통합 교섭, 기본급 동결 보상금 200만원과 생산성 격려금 1인당 평균 200만원 등 총 800만원의 일시금 지급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며 맞서 휴가 전 잠정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노조는 이번 주 사측의 추가 제시안을 보고 쟁의행위 찬반투표 실시 여부 등을 정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 '맏형' 격인 현대차 노사가 3년 연속으로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하면서 업계의 관심은 기아 등 다른 완성차 업체의 교섭으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여파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위기가 지속하는 가운데 나머지 업체가 '노조 리스크'를 털어내고 미래차 전환 등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2021.08.09 07:00
경제

부진한 한국GM, 임단협 협상도 난항…하반기 어쩌나

한국GM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내수와 수출 모두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가운데 여름휴가 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타결마저 물 건너갔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수백만 원대의 할인 판촉에 나섰지만,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올 하반기 경영정상화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내수·수출 동반 부진 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달 내수 4886대, 수출 1만4329대를 포함 총 1만921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44.5% 감소한 수치다. 국내는 소형차 인기가 줄어드는 동시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30.1%나 판매가 쪼그라들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총 1991대 판매돼 내수 판매 1위를 차지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 20.2% 감소했다. 효자 품목이었던 스파크는 국내에서 1571대가 판매됐지만, 지난해보다 29.3% 줄었다. 같은 기간 말리부는 277대로 39.4%, 부분변경 모델 출시를 앞둔 볼트 EV는 69대로 4.2% 감소했다. 수출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보다 48.2%가 줄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형제 차종인 뷰익 앙코르 GX와 함께 1만1484대가 수출되며 한국GM의 수출 실적 전반을 이끌었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막지 못했다. 한국GM은 내수 실적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쉐보레 브랜드의 트래버스, 트레일블레이저, 스파크, 말리부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36개월 무이자 할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또 저리 할부와 현금 지원이 결합한 콤보 할부 선택 시 트래버스 250만원, 말리부 180만원, 트레일블레이저 80만원, 스파크 60만원의 현금을 지원한다. 이달 구매 혜택 적용 시 차종 별 최대 가능 혜택 금액은 트래버스 430만원, 말리부 250만원, 트레일블레이저 110만원, 스파크 80만원이다. 임금협상 타결 '불발' 한국GM이 급한 대로 할인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내수 실적을 끌어 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장 여름휴가 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해 생산 차질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국GM 노조가 조합원 6727명을 대상으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과반수인 3441명(51.15%)이 반대표를 던졌다.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다. 잠정합의안 가결이 무산되면서 노사는 재협상을 통해 다시 잠정합의안을 마련하고 전체 노조원 대상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여름휴가를 맞아 이달 초 국내 자동차 공장이 일제히 가동을 중단하는 만큼 본격적인 재협상은 이달 중순 이후가 될 전망이다. 앞서 한국GM 노사는 기본급을 3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하고, 450만원의 일시·격려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마련했다. 부평 2공장 생산 일정을 최대한 연장하고 창원공장의 스파크 생산 연장 가능성을 검토하는 내용도 합의안에 포함됐다. 하지만 노조가 기존에 요구했던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성과급·격려금 1000만원 이상 인상에는 못 미치면서 조합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부평 1·2공장과 창원공장의 미래 생산 계획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부평 2공장은 생산일정이 내년 7월까지만 예정돼 있어 조합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에서도 수차례 파업을 벌이며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45%의 찬성밖에 얻지 못해 부결된 바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이번 부결로 노조가 바로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반도체 부족에 노조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생산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반도체 부족으로 지난 2월 부평 2공장의 가동률을 절반으로 줄였고, 지난 4월에는 부평 1공장과 2공장의 생산을 일주일간 전면 중단했다. 현재도 창원공장과 부평 2공장은 절반만 가동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 7월부터 해소될 것으로 예측됐던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가 하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임단협을 두고 한국GM 노조가 또다시 파업 카드를 꺼낸다면 생산 문제는 더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3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 한국GM 노사의 이런 행보는 국내 완성차 업계 1위 현대자동차와 비교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8일 전체 조합원(4만8천534명)을 대상으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한 결과, 4만2745명(투표율 88.07%) 참여, 2만4091명(56.36%) 찬성으로 가결했다.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200%+350만원, 품질향상 및 재해예방 격려금 230만원, 미래경쟁력 확보 특별합의 주식 5주, 주간 연속 2교대 20만 포인트(20만원 상당),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상품권 10만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이번 가결로 현대차 노사는 3년 연속 파업 없이 임단협을 타결하게 됐다. 현대차 노사는 2019년에는 한일 무역분쟁 여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파업 없이 교섭을 마무리했다. 올해 역시 코로나19 여파가 지속하고 반도체 수급 문제로 휴업 사태를 빚는 등 위기가 여전하다는 점에 노사가 공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GM 본사인 GM은 국내 생산 물량 배정을 주저하고 있다. 현재 한국GM은 국내에서 중형 세단 말리부, 소형 SUV 트랙스·트레일블레이저, 경차 스파크만을 생산 중이다. 하지만 일부 모델들은 이미 생산 중단이 확실시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단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트랙스와 말리부의 부평공장 생산 일정은 2022년 7월까지로 정해져 있다. 또 창원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경차 스파크는 내년 하반기 중으로 생산이 중단돼 단종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와 2023년 배정 예정이 크로스오버차량(CUV)만 생산하게 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지난해 1월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이후 국내에서 생산하는 신차 배정이 끊겼다. 수입차만 들려와 판매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 수입 판매사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2021.08.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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