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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더오래]목덜미 뻐근하게 야근한 ‘디지털 인형 눈알 붙이기’

━ [더,오래] 박헌정의 원초적 놀기 본능(91) 예년보다 이르게 벚꽃이 찾아왔지만, 꽃구경은커녕 밤낮으로 방에 틀어박혀 일만 했다. 회사 임원으로 있는 친구가 연락해 일거리를 주었는데, ‘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한 한국어 대화 요약작업’이었다. 개인 정보를 숨긴 카톡 대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 원본과 함께 AI에 넣어주면 이 녀석이 그것을 스스로 익힌 다음에 나중에 어떤 내용을 받으면 요약문을 척척 만들어낸다고 한다. 내 역할은 작업자들이 만든 요약문에 어떤 오류 경향이 있는지 분석하고 정리해 제안하는 ‘전문가 감수’였다. 감수를 제대로 하려면 요약작업도 직접 해봐야 할 것 같아 나도 1000개의 요약문을 만들어봤고, 7000개 정도의 요약문을 검토했다. 생활 속 카톡 대화의 깊이나 주제는 뻔하지만, 남들 대화를 합법적으로 보는 것은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읽고 요약하는 것이야 본업에 가까운 일이니 어려울 것 없이 시간만 투자하면 될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디지털 시대의 인형 눈알 붙이기’라고 소개했다. 아내는 일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처음에는 조금씩 참견하다가 한 번만 하게 해달라고 졸랐다. 건당 몇백 원씩 받는 일을 잠깐 넘겨주고 커피를 얻어 마셨으니, 마치 『톰 소여의 모험』에서 벌로 담장을 칠하던 톰이 순진한 친구 앞에서 화가라도 된 듯 무게 잡아 일을 떠넘기고 사과를 받아먹은 것과 같았다. 그런데 반복적인 작업이 그렇듯이 처음에는 재미있지만 열 개와 백 개가 다르고, 백 개와 이백 개는 정말 다르며, 반환점 전부터 진이 빠진다. 한참 한 것 같아도 제자리이고 능률은 점점 떨어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일단 카톡에서 보이는 요즘 세대의 화법을 따라잡기 힘들고, 알 수 없는 말이 너무 많았다. 나도 자녀들을 통해 생파(생일 파티), 문상(문화상품권), 댕댕이(강아지),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같은 말은 조금 알지만, 마통(마이너스 통장), 어좁(좁은 어깨), 현웃(카톡을 보며 실제로 웃음)처럼 줄임말은 끝없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문감콘(김문정 감독 콘서트), 롤드컵(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 같은 그 세대 특유의 문화적 아이콘은 검색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웠고, ㅁㅊ(미친), ㄱㅊ(괜찮아), ㅇㅈ(인정한다), ㅇㅅㅇ(할 말 없을 때의 표정) 같은 것도 다양했으며, 끝까지 파악할 수 없는 말도 많았다. 그런데 새로운 말을 알게 되는 과정은 힘들었어도 언론 등을 통해 ‘~다더라’로만 전해 듣던 20~30대들의 세계와 그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이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저마다 크고 깊은 생각과 인생 계획이 있겠지만 일단 카톡을 통해 오가는 일상의 주제는 알바, 게임, 스마트폰, 먹는 것, 야근, 갑질, 택배, 연애, 온라인 쇼핑 같은 것이었다. 특히 일터에서 접하는 갑질 문화와 꼰대 현상에 대해 그들 관점에서 실감해보았으며, 장난스러운 말투, 은어, 비속어 속에서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세대의 불안감도 감지했다. 이번 작업의 또 다른 의미는 몸이 점점 잊어가던 ‘노동의 고단함’을 느껴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젊은 층의 언어를 잘 이해해 그런지 작업을 빨리 끝내는 것 같았지만 나는 2016년 퇴직 이후 일하는 근육이 많이 녹아내려 30분 집중하면 신경이 분산되고 한 시간이면 눈이 침침하고 몸이 쑤셔서 쉬어야 했다. 머리를 계속 써야 하는 작업이라 더 그렇다. 대화 속 정보만을 토대로 핵심을 요약하면 되지만 모든 문장에 성의를 다하는 습성 때문에 속뜻이 보이는데도 모른 척하며 육하원칙에 따라 무미건조한 한 줄 문장으로, 말하자면 AI가 먹을 수 있는 사료 형태로 만드는 일은 낯설었다. 덕분에 AI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표현하며 내 문장습관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걸 해보니 다른 일을 할 수 없었고, 다른 일을 하다 보면 작업 진도를 나갈 수 없었다. 밥 먹거나 커피 마시러 나갔다가 오고, EBS 강의를 듣고, 아내와 잡담하고, 강아지와 놀고, 원고나 블로그 글 쓰고, 스포츠 중계 보고…. 그때마다 시간은 뭉텅뭉텅 지나가 있다. 그러곤 남는 시간에 하려니 진도가 빠를 리 없다. 결국 야근을 하게 되는데, 일정에 맞춰야 하는 부담감과 피로감 때문에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하고 후회하면서도 빈 사무실에서 새벽 한두 시까지 불 켜놓고 혼자 야근하던 시절이 떠올라 느낌이 새로웠다. 그 시절에는 화장실에 앉아 있어도 회사는 굴러가고 월급은 나왔다. 그러나 인형의 눈알은 커피를 마시거나 뭘 구상하는 순간에는 저절로 붙지 않았다. 집중해서 움직여야 택시 미터기처럼 실적이 올라가니 힘들어도 참다가 어느 지점에 이르렀을 때 허리를 펴든 눕든 할 수 있었다. 물론 회사에 다닐 때도 다른 일에 한눈팔지 않고 회사 일만 생각해야 돈이 나오고 그걸로 식량을 사서 가족을 지켜냈다. 그것이 바로 ‘생업’의 정의였다. 그때는 벚꽃을 본 게 아니고 일하는 곁눈으로 벚꽃이 지나갔던 것이다. 이 일은 한국형 뉴딜 정책 가운데 디지털 뉴딜사업의 최하단부에 있는 디지털댐 구축작업이다. 민간기업의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에서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하고 가공하는 일이 전체 시간의 80% 이상 차지하기 때문에 댐처럼 데이터를 모아두려는 것이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인형 눈알 붙이기가 아니라 물지게를 지고 댐에 물을 채우는 일이다. 비전문적인 대중에게 참여 기회를 주고 수익을 공유하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개념도 처음 알게 되었다. 취업 준비생, 경력단절자 등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한 목적도 있어 지난해에 3만 명 이상 참여했다고 한다. 직접 해보고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집에서 할 수 있으니 고학력의 비숙련자가 물리적인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는 외부작업보다 나은 것 같았다. 모처럼 기한이 정해진 일에 집중하며 단순한 일상에서 이쪽저쪽으로 시야를 확대한 것 같다. 목덜미 뻐근하고 스트레스받으면서도 재미있고 보람 있던 몇 년 만의 야근이었다. 이 일이 나의 의미 있는 경험에만 그치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되고, 그 덕분에 우리 인공지능 산업도 추진력을 얻게 되면 좋겠다. 수필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더오래]스타벅스에 자주 간다고 단골 손님으로 생각할까 [더오래]음식도 신문처럼 '정기 구독'…자가격리 시대의 변화 [더오래]노인은 왜 위험을 무릅쓰고 운전하는가 2021.04.11 12:00
경제

[CEO 이모저모] 구광모 회장, 사장단 워크숍서 ‘변곡점’ 강조 外

구광모 회장, 사장단 워크숍서 ‘변곡점’ 강조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금이 우리가 바뀌어야 할 변곡점’이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지난 22일 LG 사장단 워크숍에서 "평균적인 고객 니즈에 대응하는 기존의 접근법으로는 더는 선택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화두가 되는 개인화 트렌드가 '니치'(틈새)를 넘어 전체 시장에서도 빠르게 보편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에 대한 '집요함'을 바탕으로 지금이 바로 우리가 바뀌어야 할 변곡점"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경영환경은 더 심각해지고 어려움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어려움 속에도 반드시 기회가 있는 만큼 발 빠르게 대응해 가자"고 주문했다. LG 최고경영진 40여 명은 이날 비대면으로 '사장단 워크숍'을 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LG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하고, 보호주의 확산과 탈세계화 가속화, 환율 등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동·교역의 제약은 홈(Home), 건강·위생, 비대면·원격, 친환경 등 새로운 분야로 수요가 재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의선 부회장, 유엔과 지속가능한 사회 조성 협약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유엔개발계획(UNDP)과 손잡고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 조성에 나선다. 현대차는 23일 UNDP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솔루션 창출과 현실화에 대한 업무 협약'을 맺고 '포 투모로우'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포 투모로우 프로젝트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솔루션 모색을 목표로 한다"며 "글로벌 구성원 간의 협업과 기술적인 혁신을 통해 '인류를 위한 진보'를 지속해서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포 투모로우 프로젝트는 교통, 주거, 환경 등 오늘날 글로벌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 각계 구성원의 집단지성을 모아 솔루션을 도출하고 이를 현실화하는 '크라우드소싱' 방식의 캠페인이다. 양측은 협약에 따라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포 투모로우' 홈페이지를 개설한다. 2020.09.25 07:01
경제

하나금융그룹, 하나멤버스 아이디어 공모전 개최

하나금융그룹이 하나멤버스 아이디어 공모전인 ‘내가 만드는 하나멤버스’를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이번 공모전은 크라우드소싱 기반으로 진행 된다는 점에서 기존 공모전과 다르다. 크라우드소싱은 '대중'과 '외부자원활용'의 합성어로, 참가자들이 단순한 아이디어 제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 간의 제안된 아이디어에 대해 활발한 피드백이 더해지면서 하나의 아이디어가 진보하고 발전해나가는 방식을 의미한다.공모주제는 디자인 및 기능개선, 새로운 기능 및 콘텐트, 회원확대, 간편결제 등 총 4개 부문이다. 공모전 총 상금 규모는 7000만원 상당으로 대상 3000만원(1명), 최우수상 1000만원(1명), 우수상 300만원(2명), 장려상 100만원(3명), 멤버스상 100만원(1명)이다.또 총 2780명의 참여자에게는 당선작, 베스트 댓글상, 우수 참여상을 통해 하나머니 또는 경품을 제공한다. 특히 멤버스상 이상 당선자 8명에게는 KEB하나은행 및 하나카드 신입 공채 지원시 서류심사 면제 등 입사특전이 주어질 예정이다.이번 공모전은 하나멤버스 앱을 통해서만 응모 가능하며 1차 아이디어 접수기간은 4월 30일까지다.조은애 기자 cho.eunae@joins.com 2017.03.20 09:44
연예

현대홈쇼핑, 아이디어 공모전 통해 탄생한 첫 상품 무료 방송 진행

현대홈쇼핑은 27일 낮 1시 40분부터 소비자의 생활 속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기획한 '오리엔탈 브런치 식기세트'(7만 9천원)를 방송한다. 이 상품은 현대홈쇼핑이 지난 5월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시행중인 '아이디어톡 공모전'을 통해 발굴된 신상품이다. 소비자의 최초 아이디어를 접수 받은 뒤, 전문가의 의견을 더해 실제 제품으로 만들고, TV홈쇼핑을 통해 무료 론칭 방송까지 제공한다. '1대 아이디어톡 상품'으로 선정돼 무료 방송을 진행하게 될 상품은 '오리엔탈 브런치 식기세트'(7만 9천원)다. 브런치 요리를 비롯해 다양한 음식을 보기 좋게 담을 수 있는 식기를 한 세트로 구성했다. 곰발접시 4P, 블랙홀 접시 2P, 점보 샐러드 보울 1P, 스프 보울 4P 등 총 23P 식기를 제공한다. 여러가지 음식을 한 접시에 담을 경우 소스와 음식물이 섞이고 지저분해 보이는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곰발 접시'와 기름진 요리를 접시에 담을 경우 유분과 수분이 흘러나와 식감을 떨어트리는 것을 방지해주는 '블랙홀 접시'가 바로 고객의 아이디어로부터 나왔다. 최초 아이디어에 네티즌들과 현대홈쇼핑의 전문 MD 평가단이 의견을 덧붙여 최종 브런치 식기 세트가 탄생하게 된 것. 현대홈쇼핑은 지난 5월 말 중소기업청과 MOU 협약을 맺고 '아이디어톡' 공모전을 시작했다. 소비자의 생활 속 아이디어를 접수해 네티즌과 전문가 평가단의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개발해주고, 현대홈쇼핑의 TV 방송을 통해 무료로 첫 론칭시켜주는 프로젝트다. 현재 시행 넉 달만에 아이디어 4천 여건이 접수됐으며, 제 1대 아이디어톡 상품인 '오리엔탈 브런치 식기세트'를 시작으로 올 연말까지 3~4개 정도의 상품을 추가로 론칭할 계획이다. 특히 타 공모전과 달리 아이디어 최초 제안자 및 참여자들에게 판매 수익의 일부를 공유하는 것이 큰 호응을 얻는 이유다. 일반인의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으로 탄생해 판매되고, 다시 판매 수익의 일부를 돌려 받을 수 있어 창조경제의 바람직한 선순환을 이끈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아울러 우수한 제품력에도 불구하고 판로 확장이 어려웠던 중소기업들에게도 무료 론칭 방송 기회와 H몰 등의 다양한 판로 확장을 지원하게 된다. '아이디어톡' 공모전 기획자인 윤정민 현대홈쇼핑 마케팅팀 선임은 “소비자의 아이디어와 네티즌, 전문가들의 의견이 더해져 탄생한 한국판 크라우드소싱 제품이 첫 론칭 방송을 진행한다”며, “참신한 아이디어, 우수한 품질, 합리적인 가격의 좋은 상품 삼박자를 고루 갖춘 자신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유아정 기자 poroly@joongang.co.kr 2014.08.26 14:39
생활/문화

KT 올레내비, 나만 아는 길 공유한다

KT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인 '올레내비'에서 '경로공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18일 밝혔다. 경로공유 기능은 올레내비에 크라우드소싱 방식을 적용해 고객들이 직접 목적지를 쉽고 빠르게 찾아갔던 경로를 공유하고 누구나 이를 이용할 수 있게 한 서비스이다. 올레내비 최신 버전(v3.4.0)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면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자신만 아는 지름길이나 정체 시 우회도로 등을 다른 사용자와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이용자와 경로를 공유하고자 하는 고객은 올레내비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하여 운행을 마친 다음, 목적지 도착 완료 화면에서 ‘경로공유’를 클릭하면 된다. 이렇게 사용자들이 공유한 경로는 목적지 검색 후 추천경로 우측 상단 메뉴에 위치한 ‘고객추천경로’를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다. KT는 이번 올레내비 업그레이드로 올레고객센터, 올레맵, 대리운전 등 다양한 외부 앱과의 연동 기능을 제공한다. 경로 공유 및 외부 앱 연동 기능은 현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이용 가능하며, 내년 1월 초에는 아이폰에서도 쓸 수 있을 예정이다.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 2013.12.1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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