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은행들, 콜센터 '재택근무' 못한다더니…신한은행 전격 시행
신한은행이 콜센터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전격 시행한다. 은행들은 당초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으로 재택근무를 못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서울 한 콜센터에서 100명이 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자 신한은행은 입장을 바꿨다. 이에 일부에서는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16일부터 신한은행 콜센터 직원 150명에 대한 재택근무에 돌입한다고 15일 밝혔다. 은행권에서는 처음이다. 신한은행의 콜센터 직원은 총 900명이다. 이 중 재택근무 대상자는 영업일(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448명 중 3분의 1인 150명이다. 재택근무의 어려움으로 꼽히던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개인정보 조회가 불필요한 업무를 분류해 재택근무 직원에게 배정하기로 했다. 즉, 상담 중 개인정보 조회가 필요할 경우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전화를 이어받을 수 있게 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콜센터 내 감염자가 나오는 등 상황이 악화되면 재택근무 인원을 250명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상담센터 등 밀집사업장에 대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정부의 ‘감염관리 지침’에 따라 신속하게 재택근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개인 정보 유출 문제나 시스템 미비로 콜센터 직원들의 재택근무가 어렵다고 선을 그어왔다. 이에 직원들은 불안감 속에서 업무를 해야 했다. 콜센터는 대부분 개인 공간이 협소한 밀집 구조로 이뤄져 있고, 직원들이 수많은 전화통화에 응대해야 해서 불편한 마스크를 벗고 일하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 구로구의 한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그제야 신한은행이 콜센터 직원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이에 일이 터지고 나서야 대책을 내놓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콜센터의 업무환경 특성상 노동자 사이의 간격이 매우 비좁을 수밖에 없고, 통화를 위한 발성이 일상 업무인 점을 볼 때 집단 감염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며 “사전에 대책을 세우고, 예방해야 할 회사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것이 집단 감염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이번 조처로 KB국민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 등도 콜센터 직원의 재택근무를 시행할지 주목된다. 국내 주요 5개 시중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콜센터 직원은 3530여명에 달한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0.03.16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