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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권위 떨어뜨리는 '의미 없는 1표'...대책 없나 [IS 시선]

2024 한국야구위원회(KBO) 골든글러브(GG) 시상식에서 또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KBO는 GG 10명의 수상자를 미디어 관계자의 투표로 결정한다. 2024 GG 투표 기간은 11월 27일 오후 2시부터 12월 2일 오후 3시까지였다. 지난 13일 열린 시상식에서 투표 결과를 공개하니 올해도 어김없이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의미 없는 1표'가 또 여러 표 나왔기 때문이다. 총 81명의 GG 후보 중 1표씩을 얻은 선수가 14명이다. 이들 모두 GG 수상자와 개인 성적에서 현격한 차이를 드러낸다. 가령 2할 6푼~2할 7푼 타율을 기록한 외야수 4명이 '타격왕' '출루왕' '안타왕'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3위' 틈바구니 속에서 한 표씩을 얻었다. 한 표도 얻지 못한 선수가 22명, 2~5표는 18명이다. 투표인단의 시각에 따른 소신 투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GG 투표는 개인 성적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만큼 '의미 없는 1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이 1표가 수상자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다. 1983년(수상자 정구선, 2위 김인식)과 1994년(김동수, 김동기) 2001년(양준혁, 호세) 2010년(조인성, 박경완) 총 4번이나 고작 2표 차로 수상자와 2위의 희비가 엇갈렸다.투표인단의 권리를 저버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KBO는 최근 투표인단 인원을 비공개로 하고 있다. 이에 투표인단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이번에도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은 인원이 꽤 나왔다. KBO는 골든글러브 투표 기간 수 차례 알림을 통해 투표를 독려했다. 앞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도 아쉬운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은 기대를 모은 만장일치 수상에 실패했다. 총 유효표 101표 중 95표, 득표율 94.06%를 기록했다. 나머지 6표는 빅터 레이예스(롯데 자이언츠) 3표,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 1표, 카일 하트(NC 다이노스) 1표,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1표 등 일부 표가 분산됐다. 관점에 따라 '안타왕' '탈삼진왕' '다승왕'에게 소중한 1표를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이들 6표는 한국야구기자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지역 매체에서 전부 연고 구단 선수를 찍었다고 한다. 매년 투표 결과가 알려진 뒤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객관적인 시각으로 공정하게 투표하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논란이 반복되면 권위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투표를 주관하는 KBO 관계자는 "(매년 반복되는 투표 논란과 관련해) 개혁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공감하면서도 "후보 선정 기준이나 투표 시기 등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 2024.12.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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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외인 최초, 또 최초···약속 지킨 오스틴의 멋진 2박 3일 한국행

LG 트윈스 오스틴 딘(31)이 황금장갑을 품에 안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한국에서 멋진 2박 3일 여정을 마무리했다. 오스틴은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1루수 부문 수상자로 무대에 섰다. 총 유효표 288표 중 193표(득표율 67.0%)를 얻어 홈런왕 맷 데이비슨(NC 다이노스·28.8%)를 가볍게 제쳤다. 오스틴은 수상 소감으로 "Wow"를 세 차례 연발했다. 곧이어 휴대전화를 꺼내 준비한 소감을 읽었다. 오스틴은 지난해 LG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당연히 LG 외국인 선수의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 역시 처음이다. 오스틴은 케이시 켈리가 지난 7월 방출되자 "나도 켈리 같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내가 그의 유산을 이어받겠다"라고 한 다짐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오스틴의 수상은 큰 의미가 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선수들 참석률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 선수들은 12월엔 한국에 없기 때문에 구단 관계자가 대리 수상하는 게 관행이다. 가장 최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한 외국인 선수는 2019년 두산 베어스 조쉬 린드블럼(투수)이었다. 이후 4년 동안 외국인 수상자 5명 모두 불참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도 역대 가장 많은 4명의 외국인 선수가 골든글러브를 차지했지만 시상식 무대에 오른 선수는 오스틴이 유일했다. NC 다이노스 카일 하트(투수),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와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이상 외야수)는 불참했다. 오스틴은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태평양을 건너왔다. 오스틴은 지난해 LG 1루수로는 1994년 서용빈 이후 29년 만에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됐으나,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해외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3월에야 그는 서울 잠실구장에 모인 동료들 앞에서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그는 "올해 초에 팬들에게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르면 꼭 시상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본지가 이달 초 구단을 통해 확인하니 "팬들에게 감사함을 전달하고자 행사에 참석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오스틴은 올 시즌 140경기에서 타율 0.319 32홈런 132타점을 기록했다. LG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타점왕에 올랐다. 타율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한 것도 LG 선수로는 최초였다. 국내에서 가장 큰 서울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 홈런 공동 6위, 장타율 5위(0.573)에 올랐다. 오스틴은 지난달 말 LG와 총액 170만 달러(24억4000만원)에 계약했다. LG에서 3시즌을 뛴 외국인 타자는 루이스 히메네스가 유일했다. 다만 교체 외국인 선수로 들어온 뒤 세 번째 시즌 중도에 부상으로 방출됐다. 오스틴은 "큰 목표는 LG에서 좋은 선수로 남는 것이다. 내 다리가 부러질 때까지 열심히 뛰면서 LG에서 끝까지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이형석 기자 2024.12.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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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팀 삼성과 맞대결' KIA 최형우 역대 KS 최고령 야수 출장 신기록

KIA 타이거즈 최형우(40)가 한국시리즈(KS) 최고령 출장 기록을 작성했다. 최형우는 21일 광주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KS 1차전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삼성이 6회 초 1-0으로 앞선 무사 1, 2루에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 가운데, 최형우는 두 타석을 소화했다. 1983년 12월 16일생 최형우는 40세 10개월 5일로 KS 역대 최고령 야수 출장 기록을 작성했다. 종전 기록은 2016년 11월 2일 마산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이호준(현 LG 수석 코치)의 40세 8개월 25일이었다. 최형우와 이호준 외에도 불혹의 나이에 KS에 출전한 선수는 진갑용, 유한준, 추신수, 김강민 등이 있다. 최형우는 이번 KS에서 친정팀을 상대한다. 최형우는 2002년 삼성 2차 6라운드 48순위로 입단해 한 차례 방출을 겪었으나, 군 전역 후 삼성에 재입단했다. 2008년부터 삼성의 중심 타자로 활약했고, 2011~2015년 KS 우승 4회·정규시즌 우승 5회 달성 당시 4번 타자로 군림했다. 2016시즌 종료 후 삼성을 떠나 KIA로 FA(자유계약선수) 이적했다. 최형우는 "삼성이랑 하니까 감회가 새롭고 색다른 느낌이긴 하지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강조했다.최형우는 올 시즌 116경기에서 타율 0.280 22홈런 109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중반까지 타점 선두를 달리며 '역대 최고령 타점왕'을 노렸으나, 시즌 막판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해 타이틀 획득에 실패했다. 그러나 40대에도 여전한 활약을 선보이며 KIA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득점권 타율도 0.331로 높았다. 최형우는 KS 통산 38경기에서 타율 0.232 4홈런 1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삼성이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에서) 홈런을 많이 쳤지만, 우리도 대구에서 많이 쳐서 신경 쓰지 않는다"라며 "오로지 볼넷으로 나가고 진루타도 치고 (주자가) 쌓이면 한 방을 치겠다"라고 다짐했다. 한편 KS 최고령 출장은 임창용이 갖고 있는 41세 4개월 25일이다. 이형석 기자 2024.10.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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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승 1·2위, 타율 2~4위 보유...이정후·안우진 지운 키움, 전반기 꼴찌→PS 진출 해낼까 [IS 포커스]

"야구는 꼴찌가 1등을 이길 수 있는 스포츠." 지난 1월 말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키움 히어로즈 간판타자 김혜성이 전한 말이다. KBO리그 아이콘이었던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MLB) 무대로 떠났고, 에이스였던 안우진은 팔꿈치 수술과 군 복무로 공백기를 갖게 됐다. 키움 전력은 크게 떨어졌다. 2차 드래프트에서 베테랑 내야수 최주환을 영입했지만, 키움의 전력 보강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야구 전문가뿐 아니라 팬들도 키움을 1약으로 꼽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혜성은 키움이 보여줄 반전을 예고했다. 실제로 키움은 2024시즌 초반 짜임새 있는 공·수 전력을 보여줬다. 첫 18경기에서 12승 6패를 기록, 2위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이후 키움은 이형종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악재가 생켰다. 반짝 돌풍은 4월 한 달로 그칠 것 같았다. 실제로 5월부터 내림세에 빠지며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키움은 전반기 막판 치른 7경기에서 6승(1패)을 거두며 후반기 반격을 예고했다. 탈꼴찌는 실패했지만, 마지막 2주 일정으로 좁히면 승률 1위였다. 현재 개인 타이틀 순위를 보면, 키움이 왜 최하위까지 떨어졌는지 의문이 생긴다. 일단 타선. 이정후·김혜성 의존도가 높았던 지난 시즌과 달리, 타선 코어 라인이 단단해졌다. 핵심은 각성한 송성문과 KBO리그 입성 2년 차에 오히려 더 진가를 보여준 로니 도슨이다. 전반기 기준 리그 타율 1위는 기예르모 에레디아(0.361)다. 이어 2~4위 모두 키움 선수들이다. 도슨이 0.358로 2위, 송성문이 0.350, 김혜성이 0.349다. MLB 무대 도전을 선언한 김혜성은 사실상 FA 로이드를 맞았다. 여기에 한층 향상된 장타력을 보여줬다. 이미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을 넘어 데뷔 처음으로 10홈런을 기록했고, 장타율은 지나 시즌 대비 1할 가까이 올랐다. 도슨은 에디슨 러셀의 대체 선수로 입단해 출전한 57경기에서 타율 0.336을 기록하며 콘택트 능력을 증명했다. 하지만 올 시즌 연봉(60만 달러)에서도 알 수 있듯, 풀타임으로 뛰고도 그런 성적을 남길 선수라는 확신은 주지 못했다. 하지만 도슨은 올 시즌 내내 고공비행 중이다. 여기에 한국 문화를 존중하고, 팬 서비스 정신까지 투철하다. 그야말로 복덩이다. 2015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아, 그동안 내야 기대주로 많은 기회를 얻었던 송성문은 올 시즌 만개했다. 개인적으로는 결혼으로 새 출발을 했고, 유망주들에게 출전 기회를 많이 주는 팀 기조 속에 위기감을 느끼며 겨우내 독하게 훈련을 소화했다. 원래 힘이 좋은 선수가 콘택트 능력까지 좋아졌고, 팀 주장까지 맡으며 책임감까지 커졌다. 키움은 '제2의 이정후'로 기대받는 이주형도 있다. 최주환도 기대보다는 성적이 안 좋지만,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다. 현재 타선 전력은 결코 다른 팀에 밀리지 않는다. 여기에 선발진도 하위권으로 보기 어렵다. 전반기 다승 1·2위가 모두 키움 선수들이다.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10승, 아리엘 후라도가 8승을 거뒀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후라도가 13번으로 1위, 헤이수스가 2위다. 두 선수는 평균자책점 부문도 5걸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3선발을 맡고 있는 하영민도 한 차례 슬럼프를 겪었지만,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4·5선발 공백은 리그 상위권 팀들도 가진 숙제다. 현재 키움이 박병호(삼성 라이온즈) 강정호(은퇴) 유한준(KT 위즈 코치) 서건창(KIA 타이거즈)이 동반 활약하고, 앤디 밴 헤켄과 헨리 소사가 원투 펀치를 맡았던 2014시즌 공격력보다 강한 건 아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KS) 준우승을 차지했던 2022시즌보다는 훨씬 좋은 편이다. 10개 구단 최강 원투 펀치와 타율 기준으로는 가장 탄탄한 2~4번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키움. 전반기는 여러 상황 속에 신인 선수, 젊은 선수 기용을 늘려 세대교체를 도모하려는 방침이 명분을 얻었다. 1라운드(2021년)로 지명한 김휘집을 트레이드 카드로 써 지명권을 확보했을 때도 탱킹(향후 드래프트 상위 순번을 받기 위해 당장 성적을 포기하는 운영)으로 폄하받기 보다는 미래 대비 차원으로 여겨졌다. 그 과정에서 고영우, 원성준, 변상권, 박수종(이상 야수) 김인범, 김윤하, 전준표(이상 투수) 등이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남은 후반기 키움의 운영 기조는 단기적으로라도 '윈-나우(Win-now)' 체제가 돼야 할 것 같다. 선수 자질을 확인하고, 1군에서 기회를 부여하려는 의도는 이미 전반기로 충분했다. 8일 기준으로 5위 SSG 랜더스와의 승차는 5경기에 불과하다. 충분히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릴 수 있는 상황에서 육성을 고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키움 라인업에선 경험 많은 베테랑이 주전을 맡아주는 게 바람직 한 포지션도 있다. 안 그래도 불펜진이 약한데, 조상우를 트레이드 카드로 쓰는 건 이토록 페이스가 좋은 선수가 많은 상황에서 가을야구를 포기하는 선택이나 다름 없다. 키움은 불펜에 경험 많은 투수가 부족한다는 명백한 약점이 있지만, 선발진과 화력만큼은 5강을 노려볼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 후반기 키움 성적은 운영이 좌우할 전망이다. 김혜성마저 이적을 예고한 상황.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전반기 최하위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진귀한 레이스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7.0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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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 KT, 응답하라 베테랑 투·박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는 지난주까지 치른 13경기에서 승률 0.231(3승 10패)을 기록하며 10개 구단 중 8위에 머물렀다. 투수들이 잘 버틴 개막 1주 차엔 타자들이 부진했고, 타선이 살아날 조짐을 보인 뒤엔 선발진이 흔들렸다. 이강철 KT 감독은 극심한 투·타 부조화에 "마치 팀 타격이 크게 가라앉았던 지난해 10월 흐름과 지금이 비슷한 것 같다"라고 했다. KT는 지난해 70승에 선착한 10월 7일 이후 급격히 공격력이 떨어졌다. 17일 한화 이글스전부터 5연패를 당하며 삼성 라이온즈에 1위 자리를 내주기도했다. '우승을 놓치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연패 기간 KT 타선의 평균 득점은 1.00점에 불과했다. 당시 막힌 혈을 뚫어낸 선수는 '맏형' 유한준이었다. 그는 10월 2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안타를 치고 2루를 향하며 한 차례, 후속 타자 장성우의 안타 때 홈으로 쇄도하며 다시 한번 몸을 날렸다. 트레이너가 전력 질주를 금지할 만큼 햄스트링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유한준은 투혼을 보여줬다. KT는 이 경기 승리(스코어 6-0)로 분위기를 바꿨고, 이후 삼성과의 타이 브레이커 끝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퍼포먼스라도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선수가 있다. 에이스의 호투, 4번 타자의 홈런은 팀 분위기를 바꾼다. KT엔 부상을 안고도 허슬 플레이를 보여준 41살 노장이 있었다. 강백호, 고영표 등 젊은 투·타 주축들은 "유한준 선배님이 몸소 강한 메시지를 주신 덕분"이라고 했다. 유한준은 지난 시즌 종료 뒤 은퇴했다. 현재 KT 선수단 기둥은 다시 주장을 맡은 박경수(38)와 이적생 거포 박병호(36)다. 팀 위기에서 두 베테랑이 제 몫 이상 해줘야 한다. 좋은 성적뿐 아니라 투지 있는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병호는 올 시즌도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하다. 헛스윙을 연발하며 불리한 볼카운트를 자초한 뒤 4구 안에 삼진으로 물러난 타석만 10번이다. 타석당 투구수는 리그 평균(3.86개)보다 훨씬 적은 3.60개였다. 박병호의 선구안이 갑자기 좋아질 순 없다. 그러나 허무하게 물러나는 승부는 줄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큰 스윙이 아닌 커트(의도적으로 파울을 만드는 스윙)를 해야 한다. 투지가 드러나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박병호는 끈질기고 집요한 승부로 투지를 보여줄 수 있다. 박경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KS)에서 신들린 호수비를 수차례 보여주며 KS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쥔 그는 지난 3일 삼성전 9회 초 수비에서 결정적인 포구 실책을 범하며 역전패 빌미를 줬다. 박경수는 컨디션 난조로 선발 출전마저 줄었다. 현재 박경수가 보여줄 수 있는 투지는 지난해 KS처럼 안정감 있는 수비로 투수를 지원하는 것이다. 맏형의 허슬 플레이는 KT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만들 수 있다. 박병호는 19일 LG 트윈스전에서 8경기 만에 타점을 올렸다. 박경수는 6회 말 만루 위기에서 고영표의 무실점 투구를 돕는 호수비를 보여줬다. KT는 두 베테랑의 활약 속에 리그 2위였던 LG를 5-0으로 잡고 반등 발판을 만들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2.04.20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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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적' 박병호 "KT행은 마지막 도전"

박병호(36·KT 위즈)가 명예 회복을 선언했다. 그는 "야구 인생 마지막 도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올겨울 스토브리그 가장 큰 특징은 각 팀 간판타자들의 연쇄 이동이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박해민, 박건우, 나성범, 손아섭이 차례로 입단했던 팀을 떠났다. 키움 히어로즈를 대표하던 박병호도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지난달 29일 KT와 기간 3년 총액 30억원에 계약했다. 2021년 통합 우승을 차지한 KT는 2연패를 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받는 장타력을 보강했다. 홈런왕만 5차례 차지한 박병호는 최근 2년(2020~2021) 동안 2할대 초반 타율에 그치며 기량이 저하될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KT는 그가 2022시즌도 20홈런 이상 때려줄 것으로 판단했다. 박병호의 원소속팀인 키움에 지급해야 할 보상금(2021년 선수 연봉의 150%) 22억 5000만원까지 감수했다. 이적을 발판 삼아 기량을 꽃피운 선수가 많다. 다름 아닌 박병호가 그랬다. 2005년 1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에 지명받으며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은 박병호는 LG 소속으로 뛴 6년(2005~2010) 동안 24홈런에 그쳤다. 하지만 트레이드로 넥센(현재 키움) 유니폼을 입은 후 리그 대표 홈런 타자로 거듭났다. 박병호도 "처음 넥센으로 이적할 때 나이는 25살로 어렸다. 지난 일이기 때문에 당시 심경에 대해 자세히 말하긴 어렵지만, 프로야구 선수로서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생각했다"라고 돌아봤다. 박병호는 2015년 12월, 메이저리그(MLB)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기간 4+1년·총액 1800만 달러)했다. 프로 데뷔 두 번째 이적이었다. 빅리그 도전은 명백한 실패였다. 2016시즌은 MLB에서 타율 0.191 12홈런에 그쳤고, 2017시즌은 마이너리그를 전전했다. 박병호는 실패한 경험도 자양분으로 삼았다. 그는 "미국 무대에서 비록 부진했지만, 모든 야구 선수가 밟아보길 바라는 무대를 밟았다. 새 환경에서 뛰어난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어서 설렘이 컸다. 배움도 많았다"라고 돌아봤다. 실제로 KBO리그로 복귀한 박병호는 2018시즌 43홈런을 때려내며 녹슬지 않은 장타력을 보여줬다. 공인구 반발 계수가 낮아지며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러진 2019시즌도 홈런왕(33개)에 올랐다. 박병호는 올해 만 서른 여섯살이다.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이 하락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크다. 최근 2시즌(2020~21) 부상과 부진을 겪으며 성적이 떨어지기도 했다. KT 이적은 이런 상황에서 이뤄졌다. 박병호는 "이전 2년 동안 남긴 성적은 분명히 실망스러웠다. 변명할 수 없다"라며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인정했다. 그래서 더 독기를 품었다. 개인 세 번째 이적에 대해 "이렇게 안 좋은 모습으로 끝낼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새로운 팀,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를 한다. 이제 선수 생활도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데, 그 길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마지막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병호는 지난해까지 KT의 주전 지명타자이자 팀 리더 역할을 맡았던 유한준의 은퇴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박병호는 "KT에는 유한준 선배뿐 아니라 경험 많은 고참급 선수들이 많다. '내가 반드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생긴 좋은 분위기가 올해도 이어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말보다는 행동과 결과로 보여주는 선배가 될 생각이다. 박병호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훈련과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KT 젊은 선수들에게 보여주겠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좋은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고도 전했다. 이적할 때마다 터닝 포인트를 만든 박병호가 2022년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선다. 안희수 기자 2022.01.0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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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통합 우승 VS 7연속 KS VS 6년 만에 가을야구

조아제약㈜과 일간스포츠가 공동 제정한 '2021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이 12월 8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다. 감독상 부문에는 이강철 KT 위즈, 김태형 두산 베어스, 허삼영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후보에 올랐다. 이강철 감독이 한발 앞서 있다. 그는 KT 위즈를 창단 첫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9년 KT 감독 부임 후 3시즌 만에 이전까지 최하위권을 맴돌던 KT를 강팀으로 만들었다. 이강철 감독은 안목과 결단력이 뛰어나다. 주목받지 못했던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이끌며 마운드를 강화했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짜임새 있는 타선을 만들었다. KT의 투수 배제성·김민수·조현우, 야수 조용호·배정대는 이 감독 부임 후 야구 인생에 꽃을 피웠다. 이강철 감독은 자신의 판단과 가치관을 고집하지 않았다. 가장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코치진과 선수단의 목소리에 귀를 열었다. 책임감이 강한 맏형 유한준과 박경수가 감독 눈치를 보지 않고 후배들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결과 KT는 단단한 팀워크를 갖출 수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올 시즌 위기 대처 능력도 보여줬다. 개막 초반 주전 선수들이 연달아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내야수 김병희, 외야수 김태훈 등 백업 선수들을 두루 기용해 승률 관리를 해냈다. 기존 필승조 투수들이 컨디션 난조를 보였을 때는 2군에 있던 박시영, 심재민, 이대은을 차례로 올려서 불펜 과부하를 막았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KS)에서는 약해진 허리진을 보강하기 위해 선발 자원 고영표를 구원 투수로 내세워 큰 효과를 봤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의 7년(2015~2021)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이끌었다. KBO리그 역대 최초 기록이다. 김태형 감독은 올해도 특유의 '뚝심 리더십'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두산은 작년보다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 시즌 마지막 KS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김태형 감독은 외부에서 두산의 전력을 낮게 평가할 때도 "지금 있는 선수들로 가장 좋은 전력을 만드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며 개의치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9월 중순 7위까지 떨어지며 가라앉았던 팀을 재정비, 정규시즌 4위까지 올려놓았다. 포스트시즌에서는 '가을 타짜'다운 경기 운영 능력과 임기응변을 보여줬다.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PO), 삼성과의 PO에서 모두 '업셋 시리즈'를 이끌었다. 올해 삼성 감독 부임 2년차를 보낸 허삼영 감독은 한층 세밀해진 데이터 야구를 앞세워 삼성을 6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타선과 마운드 모두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고, 새 얼굴을 다수 발굴했다. 삼성은 2년(2020~2021) 연속 팀 도루 1위에 올랐다. 리그에서 가장 역동적인 공격을 보여줬다. 허삼영 감독도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안희수 기자 2021.12.03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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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 손짓만으로...역대 최고의 세리머니 보여준 KT

준비한 이벤트는 없었다. 뜨거운 시선과 뭉클한 손짓만으로 KT 위즈는 최고의 우승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KT는 지난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8-4로 승리, 역대 9번째로 4연승으로 KS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시즌 1위에 이어 2021년 통합우승이다. 그동안 KS 우승 순간에는 수많은 명장면이 나왔다. 고(故) 최동원, 선동열, 김용수 등 레전드 투수들이 포수에게 안겨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은 올드팬의 향수를 자극한다. 2010년대 최강팀 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는 미리 준비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여유와 관록을 뽐냈다. 2016년 아이언맨 복장을 하고 특유의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한 두산 유희관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NC 다이노스는 모기업의 게임 리니지를 상징하는 아이템 '집행검'을 모형으로 만들어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KT '맏형' 유한준은 18일 4차전을 앞두고 "따로 우승 세리머니를 준비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KT 선수들은 우승 확정 후 마운드 위에서 얼싸안는 모습만 보여줬다. 상대적으로 평범했다. 하지만 연출하지 않은 진짜 감동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쁨을 나누던 KT 선수들은 갑자기 마운드 위에 모여 1루 쪽 더그아웃을 응시했다. 팬들도 두리번거리며 상황 파악에 나섰다. 약 30초 후 다시 함성이 터졌다. 목발을 짚은 '둘째 형' 박경수가 유한준의 부축을 받으며 그라운드로 나선 것. KT 선수들은 "어서 오라"는 손짓과 박수를 보내며 두 선배를 맞이했다. 박경수는 3차전 수비 중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시리즈 내내 그림 같은 호수비를 수차례 보여줬고, 3차전 5회 초 타석에서는 0-0 균형을 깨는 솔로 홈런까지 치며 KT의 1~3차전 승리를 이끈 선수다. 개인적으로는 데뷔 19년 만에 출전한 KS와 우승 도전. 하지만 이 부상으로 남은 경기 출전이 무산됐다. 키스톤콤비인 유격수 심우준은 4차전을 앞두고 "경수 형이 그라운드에서 해준 조언을 잘 생각하며 한 발 더 뛰겠다"라고 투지를 불태웠고, 강백호는 "나도 몸을 던지겠다. 선배님에게 꼭 우승을 안기겠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박경수 대신 선발 2루수로 나선 신본기도 "경수 형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 매 순간 집중하겠다"라고 했다. 유한준은 4차전 내내 박경수 옆을 지켰다. 우승까지 아웃카운트 1개가 남았을 때는 어깨를 토닥였고, 승리를 확정한 순간에는 포옹을 나눴다. 후배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어우러질 때도 두 베테랑은 조용히 서로를 축하했다. 박경수의 등장으로 비로소 완전체가 된 KT 선수단은 두 번째 축하 세리머니를 시작했다. 박경수는 목발을 던져버리고 함께 기쁨을 나눴다. 주장 황재균과 부둥켜안고 한동안 울기도 했다. 내야 막내 권동진은 떨어진 목발을 치켜들며 분위기를 띄웠다. 박경수는 KS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역대 최고령 수상이자 부축을 받으며 단상에 선 최초의 MVP다. 그는 "올 시즌 MVP는 팬 여러분과 팀 KT"라는 소감을 남겼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1.2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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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K-Team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 위즈가 정상에 올랐다. KT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8-4로 꺾고, 4승 무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정규시즌에서 우승한 KT는 KS까지 제패하며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팀 창단 8년 만이다. ‘가을 타짜’ 두산을 상대로 완벽한 시리즈를 만들었다.3연승을 거둔 KT는 벼랑 끝에 몰린 두산을 1회 초부터 몰아쳤다. 무사 1루에서 황재균이 좌중간 적시타를 쳤고, 강백호의 진루타와 유한준의 볼넷으로 만든 기회에서 장성우와 배정대가 안타를 쳐 3-0으로 달아났다. 선발 투수 배제성은 5회까지 리드를 지켜냈고, 불펜진이 두산의 추격을 막아냈다.KT는 정규시즌 1위를 이끈 ‘선발 야구’를 KS에서도 보여줬다. 4경기 모두 선발 투수가 승리를 거뒀다. 타선도 꼭 필요한 순간마다 터졌다. 2021년 가장 강력하고 안정적인 팀은 두말할 것 없이 KT였다.2013년 제10구단으로 창단한 KT는 2015년 1군에 진입했다. 현실은 냉혹했다. 4년 동안 최하위 세 차례(2015~2017년), 9위 한 차례(2018년)를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KT가 리그 품격을 떨어뜨린다”며 냉담한 시선을 보냈다.KT는 2018년 11월 이숭용 단장과 이강철 감독 체제로 새 출발 했다. KT는 이때부터 달라졌다. 취임식에서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팀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전한 이 감독은 이전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새 얼굴을 기용해 마운드를 재편했다. 기존 1군 선수들에게도 명확한 역할을 부여, 실력을 최대한 끌어냈다.타선의 중심은 베테랑 유한준과 박경수가 잡았다. 젊은 선수 중에서는 강백호·배정대·심우준이 성장하며 짜임새가 생겼다. 외국인 선수들까지 제 몫을 다했다. KT는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9년 창단 최고 승률(0.500·리그 6위)을 기록했고, 이듬해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올해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우승까지 내달렸다.KT가 이른 시간에 강팀이 된 비결은 객관적인 전력 상승 때문만은 아니다. 이 감독과 베테랑 선수들의 앙상블로 만든 팀 문화가 KT를 단단하게 만들었다.이 감독은 팀을 하나로 묶는 리더로 유한준을 지목, 그에게 주장을 맡겼다. 이 감독은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유한준은 후배들을 이끄는 힘이 있다”라고 했다. 특급 스타는 아니어도 유한준은 묵묵히 후배들과 함께 나아갔다. 이전 3년(2016~2018) 동안 KT 주장을 맡았던 박경수는 “이제 비공식 부주장이 되어 한준이 형을 돕겠다”고 나섰다.이 감독은 베테랑들의 이야기를 수시로 듣기 위해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만들었다. 어려울 때 선수들과 함께 해결책을 찾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축하를 나눴다. 박경수의 메시지가 가장 많고, 종종 이 감독도 먼저 대화를 시작한다. 시즌이 끝나거나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때는 이 감독은 이들과 함께 식사하며 소통한다.감독이 먼저 선수들을 존중하자, 선수들은 팀을 위해 충성한다. 각자 할 일을 스스로 찾는다. 황재균은 “(번트가 필요할 때) 감독님은 내 자존심을 생각해서 번트 사인 내는 걸 주저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어떤 작전이든 내달라’고 문자를 보냈다”며 웃었다. 포수 장성우는 “내가 타격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투수진을 이끌어 주는 것만으로 고맙다’며 격려하신다. 힘이 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이 감독이 추구하는 건 ‘민주적 위계’다. 한국식 서열 문화를 인정하면서 선수들에게 조금씩 다른 역할을 나눠 맡긴다. 감독이 베테랑을 소중히 여기고, 선배들은 후배들을 배려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감독이 세대교체를 외치며 베테랑들과 갈등하는 경우가 많은 KBO리그에서 KT의 조직문화가 특히 돋보였다. 가장 협력적이며 유기적이다.선수 시절 해태 타이거즈 왕조의 주역이었던 이 감독은 기라성같은 선배들과 함께 뛴 경험이 있다. 룸메이트이자 선배인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에겐 지금도 깍듯하다. 좋은 선배가 후배에게 주는 영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또 타이거즈에만 머물지 않고 두산 등 여러 팀에서 수석코치로 일하며 리더십을 쌓았다.KT 베테랑 선수들은 부드럽고도 단단한 이 감독의 스타일을 닮아갔다. 유한준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모범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평소 과묵한 그의 한마디는 제법 묵직하다. 박경수는 적극적인 퍼포먼스로 선수단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젊은 선수들이 주눅 들지 않고 야구할 수 있도록 앞장선다. 경기 집중력이 떨어지면 후배들을 불러 다그칠 줄도 안다.이런 팀 문화에서 KT의 젊은 선수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운동선수로서 갖춰야 할 소양과 야구관을 선배들로부터 배울 기회를 얻었다. 이렇게 하나씩 만든 팀워크는 올가을 KT를 정상으로 올려놨다. 강백호는 “선배들이 몸소 보여주는 메시지를 마음에 항상 새긴다”라고 했다. KS 2차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소형준은 “박경수 선배님이 뒤에 있어서 든든했다”고 했다.지도자와 선수, 선배와 후배, 각자의 개성과 팀의 목표가 조화를 이룬 KT는 서로 소통하며 세대를 아울렀다. 모든 구성원이 융복합하며 거대한 힘을 만들었다. 2021년 한국사회에서 KT는 가장 역동적인 팀의 면모를 보여줬다.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1.1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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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우승에 다다른 길, 경수대로

박경수(37·KT 위즈)는 한국시리즈(KS) 4차전이 열린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 목발을 짚고 나타났다. 팀 선배 유한준(40)은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짠해 눈물이 났다”고 했다.박경수는 지난 17일 KS 3차전에서 수비 도중 오른쪽 종아리를 다쳤다. 구급차가 그라운드에 들어와 병원으로 이송됐고, 완치까지 6주가 걸린다는 진단을 받았다. 팀의 우승을 결정하는 경기에 더는 뛸 수 없게 된 거다.박경수는 ‘할 만큼 한’ 뒤였다. 1~3차전에서 여러 차례 어려운 타구를 잘 잡아 아웃카운트로 연결했다. 쉴 새 없이 몸을 날리면서 KT 선수단의 투지를 깨웠다. 특히 2차전에선 결정적 호수비로 두산 베어스의 기세를 꺾어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3차전에선 팽팽하던 0-0 흐름을 깨는 결승 홈런도 쳤다.그런 그가 부상으로 쓰러지자 KT는 상심이 컸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전 “안타깝다. 박경수에게 ‘잘 버텨왔다’고 말했다”며 “끝까지 함께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그래도 3차전까지 팀을 잘 이끌어 왔다”고 마음을 썼다. 유한준도 “팬들이 박경수의 플레이를 보고 울컥했다고 한다. 나도 더그아웃에서 같은 마음이었다”며 “박경수 활약 덕에 다른 후배들도 시너지 효과를 냈다. 동생이고 후배지만,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고마워했다.KT의 우승은 박경수의 오랜 꿈이었다. 10년 넘게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한 박경수는 막내 구단 KT로 옮긴 뒤 비로소 야구하는 기쁨과 보람을 찾았다. 서울 팀 LG 트윈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수원을 연고로 하는 KT에서 실현했다. 홈구장 KT위즈파크가 있는 경수대로는 박경수가 KT ‘최초’의 역사를 함께 쌓아온 곳이다.박경수는 이제 KT ‘최고’의 순간도 함께 맞았다. 4차전 그라운드에 나서진 못했지만,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우승의 환희를 나눴다. 그리고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끈 KS MVP로 선정됐다. 투표에 참여한 기자단 90명 중 67명(74.4%)이 그에게 표를 던졌다. KT 역사에 ‘박경수’라는 첫 번째 MVP가 탄생했다.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2021.11.1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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