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위크
[신작IS] 오늘 개봉 '블랙머니', 조진웅X이하늬X정지영 감독의 날카로운 화살
정지영 감독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향해 다시 한번 날카로운 화살을 쏜다. 조진웅, 이하늬와 함께다. 오늘(13일) 개봉하는 정지영 감독의 신작 '블랙머니'는 수사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막 가는 '막프로' 양민혁 검사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정지영 감독은 '남부군' '하얀 전쟁'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 지난 37년간 숱한 화제작을 통해 한국 사회에 날카로운 일침을 가해왔다. 이번에도 역시 쉽지 않은 실화를 선택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소재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분명히 힘이 있는 영화다. 그 힘이 관객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그는 "세상엔 무수한 영화 소재가 있다. 제가 영화화 하고싶은 소재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들이다. 그럴 때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런 것을 파헤쳐서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토론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노장의 손을 잡은 배우는 조진웅과 이하늬다. 강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에 자주 힘을 보태는 조진웅이 이번에도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낸다. 조진웅은 "당시 사건을 알고는 있지만 내 세금이 날아갈 정도의 사건이라곤 인식하지 못했다. 이렇게 모르게 할 수 있나 싶다"면서 "아무 생각 없이 지내왔다. 누군가 끄집어내 시나리오를 써서 내 앞에 내보이니 '눈 뜨고 코 베었네'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관객들에게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코믹한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이하늬는 냉철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오랜만에 보여준다. 조진웅이 진실을 향해 직진하는 인물 양민혁을 연기한다면, 이하늬는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 김나리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가 반드시 세상에 나와야 한다고 외친 이하늬.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 억울하더라.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당시 그렇게 어리지 않았던 나이였는데도 모르고 있었다. 대중이 알아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거창한 선진 의식 같은 것이 아니다. 국민은 알 권리가 있지 않나. 이전에는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소수만 알았다면, 이제는 다 공유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이건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금융 그리고 실화라는, 이 영화를 수식하는 복잡한 단어들이 관객의 발걸음을 멈칫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블랙머니'는 어렵지 않다. 경제 까막눈 양민혁 역할의 조진웅을 화자로 활용해 관객과 함께 학습하는 영화다. 조진웅의 행보에 발 맞추게 만들며 부당한 사건을 향한 공분이라는 결론으로 데려간다. '블랙머니'는 론스타 사건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전염병처럼 퍼진 여러 폐해를 짚고 넘어간다. 가진 자들의 독점욕으로 비롯된 언론 장악, 공기업 민영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무심코 등장하는 TV 화면 하나, 사무실 액자에 적혀있는 사자성어 하나까지 이같은 의미를 담고 있어 이를 발견하는 영화적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영화가 시사를 통해 처음 공개된 후 정지영 감독은 "어려운 경제 이야기에 사회를 고발하는 작품이다. 관객들은 오락 영화를 보고 싶어 할 거다. 이것을 재미있고 설득력 있게 만들려고 얼마나 고생했겠나. 이렇게 만들려다 보니 많은 부분 고민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19.11.13 0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