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1,468건
영화

‘굿뉴스’ 야심가 홍경이라니[IS포커스]

배우 홍경이 1970년대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낯선 얼굴과 익숙한 얼굴을 모두 품은 채 시대의 ‘영웅’을 꿈꾼다.홍경의 신작은 오는 1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다. ‘굿뉴스’는 1970년 일어난 요도호 납치 사건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다.극중 홍경은 채희석 관제사를 모티브로 한 서고명을 연기했다. 고난도 랩컨(레이더 관제 시스템) 시험을 통과한 공군 엘리트이자 원칙주의자로, 수상한 인물 아무개(설경구)를 만나 삶의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는 캐릭터다. 서고명은 아무개의 제안으로 하늘에 있는 여객기를 지상에서 다시 하이재킹해야 하는 기상천외한 작전에 참여하지만, 예기치 못하게 상황이 흘러가며 두려움과 분노에 휩싸인다.서고명은 그간 홍경이 보여준 캐릭터 중 가장 강한 캐릭터다. 홍경은 주연 배우로 성장 후, 근 3년 동안 청춘의 얼굴을 주로 그려왔다. 다만 홍경의 청춘은 밝고 활기찬 ‘캔디’가 아니라, 대체로 불완전하고, 위태롭고, 흔들리는 존재로 묘사됐다. 꿈과 희망보다는 불안과 방황에 가까웠고, 빛보다는 그림자 아래에 있었다. 사랑 앞에서는 서툴렀고, 폭력 앞에서는 분노했으며, 체제와 마주했을 때는 혼란을 겪었다.반면 서고명은 앞선 캐릭터와 달리 기개와 패기가 있다. 높을 고(高), 이름 명(名)이란 이름의 뜻처럼 출세에 향한 야망이 가득한 그는 아버지가 남긴 대통령 손목시계를 차고선 아버지가 받지 못한 훈장 수령을 꿈꾼다. 위험하고 무모한 임무에 두려워하는 건 찰나일 뿐, ‘이름값’을 할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에 묘한 설렘마저 느낀다. 홍경은 서고명을 통해 그간 본 적 없는 공세적인 태도와 열렬한 야심가의 얼굴을 꺼내 신선함을 안긴다. 연출을 맡은 변성현 감독은 “서고명을 정의감 때문에 움직이는 히어로로 설정하지 않으려 했다”며 “홍경 내면에 숨어있는 젊은 패기와 도발적인 매력을 끄집어내서 서고명에게 주입시켰다”고 설명했다.물론 홍경은 언제나 잘 해왔던 내면의 갈등 연기도 무리 없이 해낸다. 서고명은 초반부에는 원칙과 출세욕에 휩싸여있지만, 협상의 과정을 거치며 윤리적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성공하고 싶은 마음’과 ‘인간의 도리’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던 그는 결국 “영웅이 되지 못하더라도 살인자는 되고 싶지 않다”며 진짜 ‘영웅’이 되는 길을 택한다. 블랙코미디란 장르적 특성상 웃음으로 치환되는 장면도 있지만, 되레 이 지점이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배우로서 노력이 돋보이는 지점도 있다. 홍경은 ‘굿뉴스’에서 한국어는 물론, 일본어에 영어 대사까지 소화한다. 분량 자체도 적지 않은데, 단순 대사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홍경은 외국어 대사에도 자신의 감정을 담아내고 상대의 감정을 받아낸다. 실제 홍경은 카사마츠 쇼 등 일본 배우들과의 호흡을 살리고자, 일본어 기초부터 공부했다는 후문이다.이와 관련, 홍경은 “감사하게도 제작사에서 캐릭터를 준비할 시간을 많이 줬다. 배우로서 프리프로덕션 기간을 오래 가져갈 수 있다는 건 경험이 없는 내게는 중요한 요소”라며 “되레 (내 실력이) 그 시간에 비례하지 못해서, 월등하지 않아서 낯간지럽다”고 자세를 낮췄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10.07 06:23
영화

이름값 ‘어쩔수가없다’ vs 웃음값 ‘보스’, 추석 극장가 살리러 간다 [IS한가위]

일주일간 이어지는 한가위 연휴와 함께 극장가 추석 대전이 시작됐다. 영화 산업 악화에 대형 투자 배급사들의 ‘기권표’가 속출하면서 올 추석 대전은 ‘이름 값’하는 ‘어쩔수가없다’와 ‘웃음 값’하는 ‘보스’의 양강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화제성 최고 ‘어쩔수가없다’‘어쩔수가없다’는 미국 소설 ‘도끼’(The Axe)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다 이뤘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 미리(손예진)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에 선보인 신작으로, 박 감독 스스로 ‘필생의 역작’이라고 칭할 만큼 각별한 애정과 공을 들였다. 국내 개봉에 앞서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섹션,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돼 글로벌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화제성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어쩔수가없다’의 흥행 질주는 이미 시작됐다. 영화는 지난달 24일 개봉 후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찍으며, 5일 만에 1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대중성 면에서 평가는 갈리지만,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등 신뢰성 높은 감독과 배우들의 만남으로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추석 맞춤형 코미디 ‘보스’‘어쩔수가없다’ 독주에 도전장을 내민 유일무이한 한국 작품은 ‘보스’다. 연휴의 시작인 3일부터 관객을 만나는 ‘보스’는 차기 보스 선출을 앞두고 치열하게 다투는 ‘식구파’ 조직원들의 필사적인 대결을 그린다.조폭 코미디란 소재 자체만 놓고 본다면 다소 예스러운 감이 있지만, 과거에 머문 작품은 결코 아니다. ‘보스’는 일인자 자리를 ‘쟁탈’하는 게 아닌 ‘양보’한다는 설정으로 방향을 틀며 신선함을 챙겼다. 최대 강점은 명절 단골손님이자 흥행 불패 카드 ‘코미디’를 앞세웠다는 데 있다. ‘보스’는 쉬운 서사와 유쾌한 웃음으로 무장해 진입 장벽이 낮다. 가족 단위 관객에게 가장 적합한 작품이다. 조우진, 정경호, 박지환, 이규형 등 베테랑 연기파 배우들이 극을 이끌고, 영화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 ‘야당’ 등을 만든 하이브미디어코브가 제작해 완성도를 높였다. 하이브미디어코브는 사회적 함의가 명확한 작품 외에도 다양한 장르 영화에 도전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핸섬가이즈’로 극장가에 신선한 코미디 열풍을 일으켰다. ◇변수는 ‘덕후’복병은 덕후 몰이를 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지난 8월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500만 고지를 넘어서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이하 ‘체인소 맨’)까지 등장했다.‘체인소 맨’은 일본 만화 ‘체인소 맨’ 첫 극장판 영화로, 전기톱 악마 포치타와 계약으로 체인소 맨이 된 소년 덴지와 정체불명의 소녀 레제의 스토리를 다룬다. ‘어쩔수가없다’와 나란히 개봉한 이 영화는 일본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3위에 오른 ‘더 퍼스트 슬램덩크’보다 빠르게 관객을 모으고 있다. 첫 주말까지 누적관객수는 약 47만명으로, 예매량도 꾸준히 상승 중이다.CGV 관계자는 “올 추석 시즌 극장 경쟁은 짐작이 쉽지 않다. ‘어쩔수가없다’가 가장 큰 기대작이지만, ‘보스’처럼 코미디 수요도 있는 시즌”이라며 “변수는 ‘체인소 맨’이다. 현재 예매량도 높고 N차 움직임도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연휴가 길고 정부의 2차 영화 할인 쿠폰 사용도 가능한 만큼, 지난해 보다 많은 관객이 찾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10.02 06:05
영화

김현목 “스테이크 위 버터처럼”…퀴어 취준생부터 수라간 막내 숙수까지 [IS인터뷰]

“‘퀴어물 해도 괜찮겠어?’하는 주변 걱정도 있었죠. 그럴 땐 연기자의 본분을 생각하게 돼요. 전 ‘이야기에서 이렇게 하기로 했으니 난 배우로서 행위한다’는 게 즐거워요.”독립 퀴어영화 ‘3670’부터 글로벌 인기 드라마 ‘폭군의 셰프’까지. 배우 김현목은 그야말로 극과 극을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최근 서울 중구 KG타워 일간스포츠에서 만난 김현목은 “직장에 다니고 가정을 꾸렸다는 동창들을 보면 조바심이 들기도 하지만, 연기하는 순간은 잊고 몰입하게 된다”며 “그래도 누군가의 앞에서 사실성 있게 무엇인가를 재연하는데 재주가 있는 것 같다”고 그의 동력인 ‘연기자로서 확신’을 들려줬다. 데뷔 11년 차인 김현목은 올해 ‘3670’을 통해 전주국제영화제 배우상을 품에 안으며 존재감을 새겼다. 이 작품은 자유를 찾아 북에서 온 성소수자 청년 철준(조유현)이 동갑내기 남한 친구 영준을 통해 관계와 감정의 엇갈림을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사랑과 행복을 찾아가는 성장기를 그린다.김현목은 영준을 성소수자라는 특수성과 취업준비생이라는 보편성의 균형을 맞춰, ‘있을 법한’ 청년상으로 빚었다. 그는 “영준과 철준이 서로의 자기소개서를 제 것처럼 쓸 수 있을 정도로 친해졌다가 나중엔 한 테이블에 있기도 거북해지는 그 서사 자체가 재밌었다”며 “처음엔 게이 인플루언서의 영상도 참조했으나 스테레오 타입처럼 접근하지 않기 위해 화면 밖 영준이 살아온 히스토리를 포착하고자 했다”고 떠올렸다.그 자신과 닿아있던 캐릭터이기도 했다. 김현목은 “영준이 철준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점을 집어내는 모습은 처음엔 과하게 보이기도 했지만, 타인을 향한 시샘과 질투가 와닿았다”고 말했다. “저도 그런 순간 속에 살고 있거든요. 같이 있던 친구가 잘되면 연락을 주저하기도 하고요. 영준을 통해 보니 참 변덕스럽고 까다롭구나 싶으면서도 이야기에 빠져들었죠.”극중 애창곡으로 아이유의 ‘에잇’을 목 놓아 열창했던 김현목. 사실 그는 가수를 꿈꾸며 가족 품을 떠나고 싶었던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부모님은 그에게 “SKY대학 아니면 안 된다”는 조건을 걸었고, 김현목은 재수 생활을 거쳐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 전공으로 진학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던 김현목은 교내 뮤지컬 동아리 활동을 시작으로 연기자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뮤지컬 ‘꽃신’(2015)으로 데뷔해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웰컴투 삼달리’ ‘바니와 오빠들’ 등에 출연하기 전까진 주로 독립영화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걱정하는 부모님을 위해 MBN ‘실제상황’ 같은 재연 드라마에도 출연했다.현실은 녹록지 않았으나 꾸준함 덕에 김현목은 ‘3670’으로 생애 처음으로 해외 영화제도 참석했고, 전작 ‘홍천기’에서 장태유 감독과의 인연을 이어 수라간 막내 민숙수로 ‘폭군의 셰프’에 출연, 15%대 시청률도 맛보고 있다.“상업 작품에선 사실 제가 맡을 배역이 한정적이다 보니 갈증은 늘 있어요. 그럼에도 ‘폭군의 셰프’처럼 큰 스케일의 환경에 녹아들어 연기하는 재미가 있죠. 반면 독립영화는 한 인물의 긴 시간을 표현할 수 있으니 좀더 분석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고요.”다양한 현장을 경험한 김현목은 ‘스테이크 위 버터’처럼 잘 스며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구체적으론 “잘 짜여진 작품 속 한 인물이 되어 이야기 흐름 속 조금씩 다른 결로 확장되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마치 강연하듯 자신만의 ‘연기론’을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김현목은 실제로 최근 공연예술학 석사과정을 마쳤고 박사과정에 도전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했다.“‘김현목’으로 살았다면 겪을 것 같지 않은 갈등과 사건을 마주하는 게 재밌어요. 지금까지도 매체와 장르를 구분하지 않았듯 자연스럽게 오가고 싶어요.”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9.22 06:05
산업

‘케데헌’ 성공 한국 국가 브랜드 강화로 연쇄 파급… ‘넷플릭스 효과’ 봤다 [2025 BIFF]

글로벌 OTT 넷플릭스의 초히트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국가 브랜드를 강화하는 연쇄 파급 효과까지 낳고 있다.넷플릭스는 19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 캠퍼스에서 2025 부산국제영화제 ‘넷플릭스 인사이트’ 미디어 스터디 세션 ‘K의 경제학, K-콘텐츠의 발전이 한국에 기여하는 문화 경제적 효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케데헌’의 문화적 파급력을 언급하며 결과적으로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탄탄하게 만든 이른바 ‘넷플릭스 효과’를 공개했다. 넷플릭스는 특히 한국에서 단순 동영상 콘텐츠 공급자를 벗어나 투자자, 제작자 등으로 영역을 넘나들며 K콘텐츠에 대한 영향력을 전 세계에 확장시키고 있다. 한류를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2016년 한국 진출 이래 꾸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들이 주저하던 신인 창작자 발굴, 산업 인재 양성, 선진 제작 환경 구축에 힘써왔다. 이를 통해 K콘텐츠가 성장하며 문화 산업의 성과를 경제적 가치로 확장시키고, 결과적으로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강화한 효과까지 이어졌다는 주장이다.넷플릭스는 지난 2023년 향후 4년간 25억 달러(약 3조원) 이상의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대규모의 지속적인 투자는 고용과 신규 투자를 촉진하고 제작 생태계 전반에 성장을 공고히 하는 핵심 동력이 됐다. 이 결과로 ‘킹덤’, ‘지금 우리 학교는’, ‘오징어 게임’ 등 장르와 소재 면에서 할리우드에서나 가능하던 수준의 K콘텐츠들을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현지 시청자들을 위한 접근성 확대도 K콘텐츠의 성장에 상당히 기여했다. ‘케데헌’만 봐도 36개 언어 더빙, 33개 언어 자막, 19개 언어의 시각장애인용 오디오 화면 해설 등을 지원했다. 이날 행사의 모더레이터로 참여한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는 “창작자와 플랫폼의 입장에서 어마어마한 확장성이 있다”며 “더빙과 자막 등 동일한 콘텐츠의 확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의 힘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김숙 컬쳐미디어랩 대표는 “넷플릭스의 자막 및 더빙 기술 등이 국내 기업들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특수효과(VFX), 특수분장(SFX), 후반작업(Post Production), 더빙, 자막 등 국내 기업들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조성됐다. 더빙은 한때 사양 산업으로 분류됐지만, 넷플릭스의 현지화 작업으로 활력을 되찾았다. 넷플릭스는 작품 한 편당 평균 10개 언어로 더빙하며, 1개 언어를 더빙할 때 약 50~60명의 인력이 투입된다.동반 성장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출된 K콘텐츠의 현지 홍보와 마케팅도 지원해 한국 문화 산업의 파이를 계속 키워가고 있다.넷플릭스를 만난 K콘텐츠의 성공은 관광, 외식업 등 연계 산업의 낙수 효과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4 외래관광객 조사에 따르면 K콘텐츠를 접한 후 한국 여행에 관심을 가지게 된 외래 관광객이 기존 39.6%에서 전년 동기 대비 10%p 증가했다. ‘케데헌’의 넷플릭스 공개 이후인 올 7월 한 달간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36만 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으로 집계됐다. 일본, 중국 및 중화권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등 다국적 관광객이 증가했고 국립중앙박물관 방문, 세신, K팝 댄스 클래스 등 관련 상품의 예약이 급증했다.‘캐데헌’으로 촉발된 문화적 호기심은 극중 캐릭터처럼 실제로 갓을 쓰고, 한복을 입고, 서울 거리를 걷는 체험으로 이어지며 관광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군에서 경제적인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부산=이현아 기자 2025.09.19 19:27
산업

“‘케데헌’ 서구의 아시안 편견 깨는 중요한 분기점 될 것” [2025 BIFF]

“마이클 잭슨과 오프라 윈프리가 흑인에 대한 편견을 깼듯이 ‘케데헌’이 아시안의 편견을 깨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김태훈 팝 칼럼니스트가 전 세계가 열광하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영향을 진단했다.김 칼럼니스트는 19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영화제 ‘넷플릭스 인사이트’ 미디어 스터디 세션 ‘K의 경제학, K-콘텐츠의 발전이 한국에 기여하는 문화 경제적 효과’에서 이같이 짚었다. ‘케데헌’은 넷플릭스 역사상 최다 시청 기록을 세워 누적 시청 수 3억 뷰를 돌파,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넷플릭스 코리아는 올해 영화제 기간 별도의 시간을 마련해 ‘케데헌’의 산업적 효과를 비롯해 K콘텐츠의 과거와 현재 등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그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언급하며 “그의 당선을 이끈 두 명의 흑인이 있다. 마이클 잭슨과 오프라 윈프리인데 백인 10대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어지는 흑인에 대한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TS에 이어 ‘케데헌’이 기존에 깨려고 했던 아시아인에 대한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중요한 분기점을 맞았다”고 강조했다.김 칼럼니스트와 함께 모더레이터로 참석한 김숙 컬쳐미디어랩 대표는 ‘케데헌’의 인기를 실감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김 대표는 “얼마 전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제임스 A. 로빈슨 교수가 ‘케데헌’을 다섯 번 봤다고 하더라”며 “한국적 정서의 포용이 맞아 떨어진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두 사람은 ‘케데헌’의 전 세계적 성공의 이유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보편적 메시지의 전달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적 취향이 가득한 특수한 소재(K팝·샤머니즘·K푸드·K컬처)를 전 세계인 모두의 고민 영역인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찾는 보편적 스토리가 넷플릭스라는 거대 유통망을 타고 히트했다.김 칼럼니스트는 “‘케데헌’은 ‘미녀삼총사’의 구성에 퇴마사를 얹어 장르를 절묘하게 섞은 두 개의 이야기다”며 “어떤 시청자든 자기와 동일시하는 캐릭터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그러면서 기성세대가 영화를 동경의 콘텐츠 형태로 봤다면 ‘케데헌’은 마치 관광 가이드처럼 음식, 공간을 제안하는 체험형의 콘텐츠로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여행지나 음식 사진을 SNS에 올리는 젊은층에게 ‘케데헌’이야말로 맞춤형 콘텐츠”라고 말했다.김 칼럼니스트는 일부에서 미국기업인 소니픽처스가,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이 만든 ‘케데헌’의 성공에 의심을 거둘 때라고 지적했다. 한국적 소재에 국한된 것을 K콘텐츠라고 한정하기보다 “한국인이 아닌 사람이 한국적 소재로 만들어내는 것에 비판하기보다 즐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부산=이현아 기자 2025.09.19 16:14
영화

[30th BIFF]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박찬욱·봉준호, 어디에도 없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한국 감독과 영화에 애정을 드러냈다.1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영화의 연출을 맡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박가언 BIFF 수석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이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한국과 멕시코는 공유하는 바 많다고 생각한다. 술을 좋아하는 게 그렇다”고 너스레를 떨며 “장르 영화는 문화의 프리즘을 통해서 핸들링한다. 봉준호 감독을 보면 혼돈, 부조리, 그 추악함을 한 영화에 잘 버무린다. ‘살인의 추억’은 존재론적이고 깊은 질문을 허술한 형사, 수사로 드러낸다. ‘괴물’은 괴수로 한국 사회를 보여준다. 문화를 주제에 녹인다”고 말했다.이어 “박찬욱 감독은 아름답고 존재론적인 낭만적인 영화를 한다. 이런 감독은 찾을 수가 없다. 존재론적인 어둠, 낭만론적인 것을 믿는 캐릭터가 살아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니크한 영화들”이라며 “사실 박찬욱이든 봉준호든, 두 사람의 영화는 볼 때마다 에너지와 힘을 느낀다. 상업 영화에서 만드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엄청난 고유한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치켜세웠다.한국과 협업 계획을 묻는 말에는 ‘한국 괴물 백과’ 책을 들어 보이며 “난 괴수를 좋아한다. 이런 아름다운 책을 빌려줘서 너무 좋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같이 도와서 제작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 내가 미치면 직접 만들 수 있다. 만들게 되면 정말 잘 아는 걸 하게 될 거다. 메리 셸리처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그의 손에서 탄생한 괴물이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영화로, 메리 셸리의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오는 11월 공개.부산=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9.19 12:02
영화

[30th BIFF] “가진 게 많은 영화”…‘굿뉴스’ 변성현·설경구→홍경 ‘믿보’ 조합 [종합]

변성현 감독이 신작 ‘굿뉴스’로 부산을 찾았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손을 잡고 시대의 한가운데로 들어갔다.1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굿뉴스’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변성현 감독과 배우 설경구, 홍경, 야마다 타카유키, 박가언 BIFF 수석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굿뉴스’는 1970년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 넷플릭스 영화로, 요도호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이날 변성현 감독은 “1970년대에 벌어진 사건이지만 현재, 현시대로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소재로 삼았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이어 해당 사건을 블랙 코미디 장르로 푼 것에 대해서는 “실화 자체가 코미디 같은 상황이었다. 다만 단순 재미를 주는 게 아니라 날카로움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극을 이끄는 정체불명의 인물 아무개는 설경구가 맡았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길복순’에 이어 변 감독과 네 번째 호흡이다. 설경구는 또 “변 감독이 ‘불한당’으로 날 빳빳하게 피겠다고 했는데 이번엔 다시 구겨버리겠다고 해서 어떻게 구길까 궁금했다”며 “아무개는 다 있을 법한 배역 사이 감독님이 창조해서 던져놓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설경구는 “시나리오를 읽고 처음 든 생각도 ‘다른 배우와 섞이지 않는다’였다. 변 감독도 ‘섞이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래서 개입도 했다가 객관적으로 보기도 하다가 그런다. 비정상과 정상도 왔다 갔다 하고 연극적인 부분도 있다. 몇몇 부분에서는 과장되게 연기하기도 했다”며 “변 감독과 계속 얘기하면 만들어갔다”고 짚었다. 공군 중위 서고명으로 분한 홍경의 이야기도 이어졌다. 홍경은 “실존했고 그 상황에 놓인 중요한 인물이지만, 많은 부분이 재구성된 픽션이라 감독님께서 써놓으신 젊은이를 알아가보는 자유도 있었다. 그래서 실존 인물인 걸 신경 쓰기보다 감독님이 써놓은 고명을 어떻게 풀어 가볼까 노력했다”고 돌아봤다.홍경은 서고명을 통해 한국어와 영어는 물론, 일본어 대사까지 소화한다. 이에 대해 변 감독은 “보통 일본 대사가 있으면 그 대사 자체를 입에 붙게 외운다. 근데 홍경은 일본어를 처음부터 공부했다. 히라가나부터 시작하더라”며 “상대 배우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그 열정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고 극찬했다. 홍경은 “제작사에서 충분한 프리프로덕션 시간을 줬다. 되레 (내 실력이) 그 시간에 비례하지 못해서 낯간지럽다”며 자세를 낮췄다. 야마다 타카유키는 ‘굿뉴스’로 한국 콘텐츠에 처음 출연했다. 한국으로 급파된 운수정무차관 신이치 역할이다. 야마다 타카유키는 “(요도호 사건) 명칭은 알아도 잘 몰랐다. 역사를 아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작품에 참가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다”며 “현장에서는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리얼리티보다는 감독님이 창작한 작중 캐릭터에 집중했다”고 부연했다.영화에서 패러디한 일본 만화 ‘내일의 죠’ 관련 질문에다는 다시 변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다. 변 감독은 “출판사와 작가님께 존경심을 담아 허락을 부탁드린다는 손편지를 썼다. 난항을 겪었지만, 다행히 내 연출 의도를 알아봐 줘서 허락해 주셨다”며 “‘굿뉴스’에 큰 영향을 준 작품이기도 하고, 필연적으로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변 감독은 “열심히 찍었으니 재밌게 봐달라”고 관심을 당부했다.홍경 역시 “‘굿뉴스’는 가진 게 굉장히 많은 영화”라고 자신하며 “코미디에도 여러 장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러 코미디를 지나다 보면 뒤통수를 때리고 나오는, 위안을 줄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히 있다. 그 점을 잘 즐겨달라”고 전했다. 한편 ‘굿뉴스’는 오는 10월 17일 공개된다.부산=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9.19 10:16
영화

[30th BIFF] 인생작부터 ‘♥현빈’까지…손예진의 진솔한 이야기 [종합]

“감내하면 반드시 빛나는 순간이 올 거예요.”배우 손예진이 부산에서 팬들과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손예진은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 손예진’에 참석, 연기와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환한 미소와 함께 등장한 손예진은 “배우에게 이런 기회(‘액터스 하우스’)가 많지는 않다. 어느덧 경험이 쌓이고 내 작품을 좋아해 준 분들이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라며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기에 이 자리에 있는 것을 안다. 배우로서 너무 행운”이라고 인사했다.이어 전날 주연작 ‘어쩔수가없다’를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인 것을 떠올리며 “너무 행복했다. 한국 기자, 관객에게 처음 영화를 보여주는 날이 설렘과 기대를 안고 왔는데 너무 좋더라.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어쩔수가없다’는 부산국제영화제 앞서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초청됐다. “해외 영화제는 처음이었다”는 손예진은 “사실 20대 때 갔다면 크게 감동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박 감독을 향한 존경과 한국영화에 대한 사랑을 몸소 느낄 수 있어서 너무 감격스러웠다. 이런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었다”고 추억했다.지난 필모그래피도 돌아봤다. 특히 손예진은 20대 때부터 영화 ‘외출’, ‘아내가 결혼했다’ 등에 출연하며 또래 배우들과 다른 길을 간 것을 두고 “그때는 빨리 나이가 들고 싶었고, 성숙한 연기가 하고 싶었다. 어설픈 20대의 불안함이 아니라 농밀하고 깊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고 밝혔다. 손예진은 또 “표정, 말투 등 내 식의 연기 패턴이 분명히 있다. 한때는 스트레스였다. 얼굴도 목소리도 바꾸고 싶었는데 결국 그것이 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인정하게 됐다”면서 “여전히 다양한 캐릭터, 장르에 도전하는 이유도 관객이 날 덜 지루해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했다. 배우 인생 변곡점이 된 작품으로는 영화 ‘작업의 정석’을 꼽았다. 손예진은 “매번 울고 죽고 아프고 가련한 비련의 여주인공에서 탈피하게 해준 작품이었다”며 “내가 그런 코미디 연기를 할 거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다. 엉뚱하고 깨는 연기였다. 대중이 내 연기를 보고 울지 않고 웃는 데 희열을 느꼈다”고 부연했다.남편인 배우 현빈과 함께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두고는 “인생작”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손예진은 “매일이 행복했다. 특히 스위스 촬영이 기억난다. 촬영 초반이었는데 엔딩까지 찍어야 했다. 마지막에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리정혁(현빈)을 만나서 안는 장면이 문득 생각난다. 그 풍경도, 그때 리정혁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해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기혼 여배우로서 불안함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손예진은 “시대가 변했고 여배우들이 결혼 후에도 많은 작품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안했다. 내 미래를 생각했을 때 똑같을 거 같지 않았다. ‘멜로를 할 수 있을까?’, ‘날 찾아줄까?’ 싶었다”면서 “그래도 선배들의 발자취를 보면서 당연히 내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고 그때까지 멋지게 성장해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손예진은 이 시기 만난 작품이 이번 ‘어쩔수가없다’라고 덧붙엿다. 손예진은 “이 작품으로 일을 즐기게 된 거 같다. 현장에 갔는데 일이 너무 행복했다. 그전에는 고통 속에서 부담과 책임감, 압박 속에서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아니었다”며 “박찬욱 감독님, 이병헌 선배 덕이 컸다. 덕분에 즐길 수 있었다. 감사했다”고 인사했다. 흥행도 신경 쓰냐는 물음에는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답했다. 손예진은 “어릴 때부터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계속 실패하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다만 흥행은 예측할 수 없기에 대중적 인기만으로 작품을 선택할 수는 없다. 그래서 재밌는 이야기, 끌리는 캐릭터를 선택하려고 한다”고 짚었다.끝으로 손예진은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건 없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이지만, 그걸 위해서 감내해야 하는 시간이 많다. 내 20대 청춘은 작품으로만 남아있다. 즐긴 적이 없다. 하지만 그 시간이 있어서 지금 이 자리가 있는 것”이라며 “무슨 일을 하고 있든, 또 도전하게 되든 죽으라고 한 번 해봐라. 그러면 결국 빛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조언했다.부산=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9.18 19:07
드라마

정의와 부조리 사이… 이엘, ‘사마귀’→‘금쪽’ 온도차 [RE스타]

한쪽에서는 정의를, 다른 한쪽에서는 부조리를 연기한다.배우 이엘이 SBS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이하 ‘사마귀’)과 지니TV ‘금쪽같은 내 스타’에서 전혀 다른 결의 캐릭터를 오가며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이엘은 ‘사마귀’에서 묵직한 분위기로 장르물에 어울리는 얼굴을 완성했다. 극중 그는 연쇄살인마 ‘사마귀’(고현정)를 엄마로 둔 형사 차수열(장동윤)과 대립하는 김나희 역을 맡았다. 김나희는 수사를 위해서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는 성실하면서도 정의로운 성격을 지닌 수사팀 최고참 형사다. 그러나 갑작스레 낙하산처럼 모방범죄 수사팀의 팀장 자리에 오른 차수열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미묘한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이어 모방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차수열이 ‘수사 천재’처럼 사건의 퍼즐을 빈틈없이 맞춰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김나희는 점차 그에게 의심을 품게 된다. ‘사마귀’ 속 이엘은 카리스마와 무게감을 지닌 형사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드라마의 메인 스토리가 모방범죄의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인 만큼, 그는 차수열을 향한 또 다른 의심을 품고 끊임없이 그를 쫓으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단발머리 스타일링과 덜어낸 메이크업으로 냉철하고 묵직한 분위기를 완성, 장르물 특유의 색채를 더욱 짙게 만들어냈다. 반면 이엘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 ‘금쪽같은 내 스타’에서는 톱스타 배우 고희영으로 변신, 다소 가볍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랄한 매력을 듬뿍 드러냈다. ‘사마귀’에서 무게감 있는 형사 캐릭터를 보여줬다면, ‘금쪽같은 내 스타’에서는 긴 머리와 화려한 메이크업으로 통통 튀는 톱스타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정의로움과는 거리가 먼, 욕망에만 가득 찬 부조리한 인물을 연기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극중 고희영은 25년 전 최고의 스타로 여겨진 임세라(엄정화)를 질투했던 인물이다. 한때는 임세라의 친구 역할로 겨우 조연 자리를 따내던 무명이었지만, 임세라가 갑자기 사라진 공백을 기회 삼아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이후 ‘임세라 대신’ 화려한 커리어를 쌓으며 칸국제영화제에서 국내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는 등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그러나 25년 만에 임세라가 다시 연예계로 돌아오자, 고희영은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폭발시키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이엘은 고희영을 겉으로는 아름답고 명예로운 톱배우이지만, 그 이면에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야망이 도사리고 있는 인물로 그려냈다. 임세라가 거절했던 어둠의 자리에 참석해 권력자들의 입맛을 맞추는가 하면, 25년 전 임세라의 교통사고에도 그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돼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앞으로 더욱 악랄한 행보가 예고되면서 극 전개에 대한 기대가 모이고 있다.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편성 등이 미뤄지면서 배우 한 명이 동기간에 서로 다른 두 역할을 맡는 경우가 자주 생기는데, 이엘이 이번에 그 수혜를 얻은 듯하다”며 “원래는 화려한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인데, ‘사마귀’를 통해 연기 변신에 도전하며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 이엘이 출연하는 두 작품이 모두 화제작으로 떠오른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대중에게 확실히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5.09.17 06:05
영화

‘성장캐’ 국민 첫사랑 떴다…‘수지’맞은 가을 [IS포커스]

그야말로 ‘수지’ 맞은 가을이다. 배우 수지가 올 가을 두 편의 신작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과 ‘다 이루어질지니’로 대중을 만난다. 멜로라는 큰 틀 안에서 각기 다른 사랑을 그린 작품들로, ‘국민 첫사랑’의 성장을 ‘직관’할 기회다.먼저 베일을 벗는 작품은 영화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이하 ‘실조찬’)이다. ‘실조찬’은 17일 개막하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3회에 걸쳐 관객을 만난다.영화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모인 조찬모임에서 실연 기념품을 교환하고 아픔을 공유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백영옥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수지는 주인공 사강 역을 맡았다. 원작 속 사강은 유부남인 항공사 기장 정수와 사랑에 빠진 승무원으로, 마침내 이혼을 결심한 정수에게 이별을 고하는 인물이다. 이어 10월 3일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를 공개한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1000여 년 만에 깨어난 ‘경력 단절’ 램프의 정령 지니가 ‘감정 결여’ 인간 가영을 만나면서 시작되는 13부작 드라마다. 넷플릭스가 추석 연휴를 겨냥해 내놓은 올해 야심작 중 하나로, 드라마 ‘태양의 후예’,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등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다.극중 수지는 가영을 연기했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 사이코패스 등의 단어로 설명되는 캐릭터다. 타인의 말에 공감하는 ‘척’만 배운, 로봇같이 차가운 그는 지니를 통해 사랑이란 감정을 깨달아 간다. ‘실조찬’과 ‘다 이루어질지니’는 사랑이란 교집합으로 묶인다. 수지는 로맨스물 제작이 더뎌진 근 몇 년 동안에도 꾸준히 러브 스토리의 여주인공으로 기용돼 왔다. 첫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선물 받은 ‘국민 첫사랑’ 타이틀을 발판 삼아 노력한 대가다. 그는 청순한 미모와 같은 타고난 재능에, 스스로 쌓아 올린 연기력과 내공을 더해 ‘멜로 여주’의 유효기간을 연장시켰다.‘실조찬’과 ‘다 이루어질지니’ 역시 그 길목에서 만난 작품들이다. 수지는 이들 작품을 통해 사랑과 이별이란 모호한 개념을 이미지화하고, 이를 개인의 자아 성장으로 연결시키며 ‘국민 첫사랑’의 내외적 성장을 증명할 예정이다.더욱이 두 작품은 수지란 한 배우의 상이한 매력을 부각했다는 점에서도 구미를 당긴다. ‘실조찬’에서 수지는 털어놓을 수도, 뱉을 수도 없는 캐릭터의 깊은 슬픔을 그린다. 그의 필모에서 접점을 찾자면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영화 ‘원더랜드’ 쪽에 가깝다. 수지는 특정 단어로 형용하기 어려운, 실연한 자의 무수한 마음을 운반한다. 반면 ‘다 이루어질지니’에서는 당돌함으로 시선을 붙든다. 수지는 거친 욕설은 물론, “나 오늘 예뻐” 식의 자화자찬까지 쏟아낸다. 그간 다수의 청춘물에서 보여준 당당함과는 다른 결이다. 정점은 차가움 속 따뜻함, 사랑의 설렘 등 숨겨봐도 기어이 비집고 나오는 감정들과의 ‘밀당’ 연기로, 수지는 이를 너끈히 소화했다는 귀띔이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수지는 걸크러시와 보호 본능 자극, 두 가지 연기를 모두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배우다. 특히 멜로적 감성이 아주 풍부하다”며 “초기에는 본능적 재능만으로 승부를 봤다면 지금은 필모를 쌓으면서 꾸준히 성장했다. 감정을 던져주면 그걸 흡수해서 반응할 줄 알고, 캐릭터에 대한 나름의 소신과 분석력도 갖췄다. 스스로 수지여야만 하는 역할을 만들고 있다”고 평했다.이어 “(수지는) 티켓 파워도 상당하다. 산업적 측면에서 로맨스물은 각광받는 장르가 아니고, 요즘은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K팝 스타란 과거를 가진,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는 우월한 가치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지점을 모두 고려했을 때 앞으로도 수지를 놓고 만드는 멜로는 계속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9.16 05:45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