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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8년 전 WBC 소환한 이종범-후지카와 재대결...긴장감 사라졌지만, 야구팬 향수 자극

일본 프로야구에서 가장 늦게 지어진 최신식 돔구장 에스콘필드. 일본 홋카이도현 기타히로시마시 소재로 현재 퍼시픽리그 니혼햄 파이터스의 홈구장이다. 지난 22일 밤 한·일 야구를 빛낸 올드 보이들이 에스콘필드에 모였다. 한일프로야구 드림 플레이어스 게임을 치르기 위해서다. 한국은 '국민 사령탑' 김인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바람의 아들' 이종범, '양신' 양준혁, '타격 기계' 김태균 등 1990년도 초반부터 수 년 전까지 KBO리그와 국제대회를 이끈 선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일본은 하라 다쓰노리 전 요미우리 자이언츠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이나바 아쓰노리 전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조지마 겐지, 후쿠도메 고스케 등 국내 야구팬에게도 익숙한 '전' 선수들이 합류했다. 정규이닝을 7회까지로 한정한 이날 경기는 한국이 6-10으로 역전패했다. 5회까진 앞섰지만, 6회 말 1사 2·3루에서 고창성이 이토이 요시오에게 스리런홈런을 맞고 역전을 허용했고, KBO리그 통산 111홀드 투수 윤길현이 141㎞/h까지 찍히는 '강속구'로 응수했지만, 빗맞은 안타를 연속으로 허용하는 등 흔들리며 추가 실점 했다. 한국 선수 중 가장 주목받은 건 일본 리그 주니치 드래건즈에서 뛰었던 이종범이었다. 이젠 메이저리거 이정후의 아버지로 더 유명하지만, 그는 한국 야구 역사를 대표하는 천재 야구 선수였다. 상대적으로 젊은 이대형(1983년생)조차 실전 감각을 되찾지 못해 자신의 강점인 주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50대 중반 이종범은 이날 펄펄 날았다. 1번 타자로 나선 그는 안타 3개와 볼넷 2개를 기록하며 5출루 경기를 펼쳤다.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가 2루수로 자리를 옮겨 수비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올드 야구팬 추억, 향수를 자극하는 장면도 나왔다. 이종범과 후지카와 큐지의 대결이 7회 초 펼쳐졌기 때문이다. 2006년 열린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로 거슬러 올라간다. 2라운드 한일전 0-0으로 맞선 8회 초 1사 2·3루에서 타선에 선 이종범은 당시 일본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던 후지카와의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치며 한국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타구가 외야에 떨어지자, 두 손을 번쩍 들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의욕 앞선 주루를 하다가 3루에서 아웃된 장면이 아직도 야구팬 기억에 선명이 남아 있다. 무려 18년이 흘러 다시 투타 맞대결을 한 두 선수. 1980년생 후자카와도 어느덧 4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다. 구속은 130㎞/h대로 떨어졌다. 긴장감 있는 승부도 없었다. 후자키와의 공은 3구 연속 낮았고, 결국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후지카와는 해맑게 웃어보였다. 이종범은 출루로 1사 1·2루 득점 기회를 열었지만, 후속 타자로 나선 이대형과 양준혁이 후지카와를 상대로 각각 삼진과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결국 한국은 역전에 실패했다. 경기 뒤 이종범은 "어렸을 때부터 일본과의 승부는 목숨처럼 생각하면서 했다. 일본은 강적이었고, 그 강적 물리치기 위해서 팀워크로서 경기를 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고 돌아보면서도 "지금은 은퇴를 해서 다들 배도 나오고 머리도 벗겨지고 그런 모습도 있다 보니, 그런 점들도 즐거움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졌지만 즐거운 추억이다. 일본에서 뛸 때 알고 지낸 일본 후배 선수들을 만나 즐거웠다"라고 말했다.안희수 기자 2024.07.2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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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스위트홈’, 호평 대신 의미 챙겨 떠났다

‘스위트홈’이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시즌3를 지난 19일 공개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또 한 번 혹평이 이어졌지만, 글로벌 시장에 K크리처를 알렸다는 나름의 유의미한 성과는 챙겼다.‘스위트홈’은 욕망이 괴물이 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시즌3는 ‘스위트홈’의 마지막 이야기로 괴물화의 끝이자 신인류의 시작을 맞이하게 된 세상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이들의 사투를 그렸다.◇시즌3, 초반 화제성 몰이는 성공시즌제인 만큼 초반 화제성을 잡는 데는 성공했다. 21일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스위트홈’ 시즌3는 공개 당일 ‘넷플릭스 TV 쇼 부문 톱10’ 7위를 차지했다.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국가는 국내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으로 전체 1위에 올랐다.다만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는데 호평보다는 혹평이 주를 이룬다.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란 이응복 감독의 말처럼 시즌3에서는 앞서 흩어졌던 캐릭터들이 각자의 목적을 들고 하나둘 스타디움으로 돌아온다. 눈길을 끄는 캐릭터는 죽은 줄 알았던 이은혁(이도현)과 직전 시즌에서 분량이 실종됐던 차현수(송강). 이은혁은 ‘신인류’로 등장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고, 차현수는 내면의 괴물에 잠식된 흑화한 모습으로 시청자들과 마주한다. 두 캐릭터의 부활 혹은 폭주는 단연 이번 시즌의 공통된 호평 포인트다. 반면 시즌2의 패착으로 꼽혔던 산만함은 여전하다. 그간 펼쳐놓은 방대한 이야기를 한꺼번에 회수하려다 보니 밀도 유지에 실패했다. 무분별하게 키워둔 세계관 속 수많은 인물의 이야기가 산발적으로 펼쳐지면서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흩트린다. 서사의 깊이보다 확장을 택했으니 개연성 부족을 느끼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잔인한 연출 역시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다. 그로테스크하다기보단 고어물 특유의 잔인함에 가깝다. 극단적 자극에 단련된 관객이라면 즐길 수 있겠지만, 평소 스플래터 무비를 즐기지 않는 시청자라면 부대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인간성’이란 시리즈 고유의 메시지도 휘발됐다. 실제 ‘스위트홈’ 시즌3 오픈톡에는 “의리로 끝까지 봤다”, “메시지는 없고 잔인하기만 함”, “개연성 1도 없음” 등 부정적인 시청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K크리처→대세 배우 탄생그럼에도 ‘스위트홈’은 유의미한 작품으로 기억될 만하다. 특히 전 세계에 K크리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 2020년 12월 공개된 ‘스위트홈’ 시즌1은 해외 13개국 ‘넷플릭스 TV 쇼 부문 톱10’ 1위에 올랐으며 70개국 톱10에 랭크됐다. 동시에 한국 시리즈물 최초로 미국 톱10에 진입, K크리처물의 탄생을 알리며 K콘텐츠 확산에 일조했다. 이는 넷플릭스 내 K콘텐츠 장르 확장으로도 이어졌다. ‘스위트홈’으로 쌓은 K크리처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에 시각특수효과(VFX)를 비롯한 기술적 노하우가 더해지면서 ‘기생수’, ‘지옥’, ‘경성크리처’ 등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게 넷플릭스 측 설명이다. 즉 ‘스위트홈’이 넷플릭스 K크리처물의 주춧돌인 셈이다. 신예 발굴 역시 ‘스위트홈’이 일군 성과 중 하나다. ‘스위트홈’이 시작할 때만 해도 송강, 이도현, 고민시, 박규영, 고윤정 등은 인지도가 거의 없는 신인 배우들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이들은 이후 시장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고, K콘텐츠를 이끄는 주역이자 대세 배우로 승승장구했다.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를 담당하는 이기오 디렉터는 “‘스위트홈’은 ‘오징어 게임’이 나오기 전 공개된 작품이었다”며 “놀랍고 즐거운 경험이었고 (넷플릭스의) 성장의 계기가 된 작품이다. 얻은 게 많다. 특히 좋은 이야기를 만들면 어디서든 사랑받을 수 있다는 목표 의식을 깨닫게 한 뜻깊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7.22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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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 불타는 날개→이도현·고민시 재회…‘스위트홈’ 시즌3, 베일 벗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가 보도스틸을 통해 베일을 벗었다.넷플릭스 측은 25일 살아남은 이들의 치열한 사투를 엿볼 수 있는 ‘스위트홈’ 시즌3의 보도스틸 24종을 공개했다.​‘스위트홈’ 시즌3는 괴물화의 끝이자 신인류의 시작을 비로소 맞이하게 된 세상, 괴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더 처절하고 절박해진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먼저 불타오르는 날개를 끌고 어딘가로 향하는 현수(송강)의 스틸이 눈길을 끈다. 괴물화 사태 이후,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괴물에 잠식되기까지 했던 현수가 이번 시즌에서는 과연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되찾고 모두를 지킬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상욱(이진욱)은 더 막강한 힘과 완벽한 몸을 갖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실험실을 벗어나 스타디움으로 향한 상욱은 생존자들에게 혼란과 분열을 일으키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어 시즌2에서 괴물로 변해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던 이경(이시영)은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포착됐다. 이경은 죄책감과 책임감, 모성애 등 여러 감정이 뒤섞인 혼란스러움 속에서 또 한 번 활약을 펼친다는 귀띔이다. 은유(고민시)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주변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고 함께 살아남으려 한다. 특히 은유는 지난 시즌 그토록 찾아 헤매던 오빠 은혁(이도현)과 기적처럼 재회하며 새로운 서사를 보여줄 전망이다. 서로를 마주 보는 은유와 은혁의 스틸은 이전과는 미묘하게 달라진 이들 사이의 공기를 예상케 하며 다시 돌아온 은혁에 대한 궁금증을 고조시킨다.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어딘가 달라진 모습으로 살아 돌아온 은혁의 모습은 신인류의 탄생이 괴물화 사태에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화염 속에서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찬영(진영)의 스틸은 살아남은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 그의 용감한 면모를 짐작케 하며, 모든 것이 변한 세상 속에서도 변치 않는 정의로움으로 활약을 이어갈 그의 모습에 대한 궁금증을 높인다.스타디움의 생존자들을 통솔하는 까마귀 부대의 탁인환(유오성), 특수감염인과 신인류에 대한 남다른 집착을 드러내는 임박사(오정세), 그리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다시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UDT 출신 중사 김영후(김무열), 인간과 괴물 사이의 경계에 선 심상치 않은 능력의 소유자 아이의 모습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들은 신인류의 등장과 함께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속, 각자의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며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스위트홈​’ 시즌3는 스타디움의 실세 지반장(김신록), 자유롭게 거리를 떠도는 하니(채원빈), 그린홈을 떠나 스타디움에서 성장한 영수(최고)의 이야기도 더욱 풀어낼 예정이다.한편 욕망에서 탄생하는 괴물로 K-크리처물의 시작을 알린 시즌1, 장기화된 괴물화 사태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을 조명하며 세계관을 확장한 시즌2에 이어 대서사의 피날레를 장식할 ‘스위트홈​’ 시즌3는 오는 7월 1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6.25 13:04
영화

군대 간 송강→이도현, ‘스위트홈3’로 컴백…“이번엔 진짜 죽여줄게”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이 시즌3로 대서사의 화려한 피날레를 예고했다.넷플릭스는 21일 ‘스위트홈’ 시즌3(이하 ‘스위트홈3’의 티저 포스터와 티저 예고편을 공개했다. ‘스위트홈3’는 괴물화의 끝이자 신인류의 시작을 비로소 맞이하게 된 세상, 괴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더 처절하고 절박해진 사투를 그린 작품. 공개된 티저 포스터는 괴물화 사태로 무너져버린 세상의 한 가운데, 괴물의 날개를 펼친 현수(송강)의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크래치가 난 콘크리트 벽과 부서진 건물의 파편은 더욱 강하게 돌아온 현수에 대한 기대를 높임과 동시에 괴물에 잠식되었던 그가 과연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되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고조시킨다. 여기에 “모두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대결”이라는 카피는 괴물과 특수감염자에 이어 신인류까지 등장하게 된 괴물화 사태 속에서 현수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그가 보여줄 마지막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함께 공개된 티저 예고편은 “안녕하십니까, 스타디움 생존자 여러분…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라는 말과 함께 생존자들의 삶의 터전인 스타디움을 찾은 상욱(이진욱)과 그의 추종자 무리들의 모습으로 시작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증상자에게 제약을 가했던 예전과는 달리, 편의를 봐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상욱의 무리에 생존자들은 혼란에 빠진다. 더이상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 되어버린 스타디움과 여전히 괴물로 가득한 바깥 세상에서 괴물과 싸우는 은유(고민시)와 찬영(진영)의 모습은 생존자들이 마주하게 될 잔혹한 현실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한다. 여기에 고치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사람과 이곳저곳에 매달려 있는 고치의 모습은 새로운 존재인 신인류의 본격적인 등장을 암시하며 세계관 속 어떤 변화와 사건을 불러일으킬지 호기심을 더한다. 뿐만 아니라 “어떻게든 꺼내서, 이번엔 진짜 죽여줄게”라고 말하는 현수와 그의 뒤에 함께 서있는 은혁(이도현) 그리고 그들과 대립하고 있는 상욱의 모습은 돌아온 은혁이 보여줄 새로운 모습은 물론, 끝이 보이지 않던 이들의 긴 싸움이 어떤 엔딩을 맞이하게 될지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다.‘스위트홈​3’는 오는 7월 1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이주인 인턴기자 juin27@edaily.co.kr 2024.06.2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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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니는 은어를 좋아하는가..장재현 감독이 밝힌 ‘파묘’ A to Z [전형화의 직필]

“‘검은 사제들’(544만명)보다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는데 감사할 뿐입니다.”장재현 감독은 ‘파묘’가 올해 첫 600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에 대한 반응이 자신의 예상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스스로는 영화 전반부보다 후반부를 오컬트 마니아들이 더 좋아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일반 관객들이 더 호응해주고 있는 탓이다. “감사하다”는 말을 연거푸 하는 그에게 ‘파묘’의 A부터 Z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물었다. 때로는 의도한 것부터, 더러는 관객이 의미를 부여해준 것까지 ‘파묘’의 아주 긴 뒷이야기를 전한다. 이 인터뷰는 ‘파묘’의 스포일러를 대거 포함합니다. -엄청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데.호불호가 있는 장르라 엄청 큰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저 ‘검은 사제들’보다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내심 있었을 뿐이다.-어렸을 때 이장을 하는 것을 보고 ‘파묘’의 원형적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고 했는데. 본격적인 준비는 ‘사바하’ 이후부터였을텐데.살던 동네가 그런 일들이 많았다. 이장을 했는데, 굿도 하고 제사도 크게 지냈다. 무덤을 파고 관을 뜯었다. 고백하자면 그 때부터 관을 좋아했다. 무덤에서 갓 꺼낸 낡은 관이 주는 이미지를 좋아했다. 관을 놓고 이야기를 발전하려 했다. ‘사바하’ 끝나고 한국장례협회를 찾아 대표님을 만나서 이틀 동안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풍수지리사 분들도 만났고. 통상적으로 지관이라고 하는데, 지관은 조선시대 관직이고 풍수지리사가 더 맞는 말이다. 풍수지리사협회가 여러 곳이 있는데, 그 중에서 한국풍수지리협회 분들을 만났고 협회에 소속 되지 않고 혼자 재벌집 묫자리를 봐주는 분들을 만났다. 동시에 장의사분들도 만났고.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분들이 살면서 쌓아온 코어랄까, 내공이랄까, 거기에 공통된 것들이 있더라. 대체로 이장의 80% 정도는 땅을 팔거나 재개발이 돼 하는 경우다. 나머지 20%가 다른 경우인데, 무덤을 꺼내는 것 자체가 잘못됐던 걸 꺼낸다는 의미다. 그게 과거로 가는 여정 같다고 생각했다. 뭔가 과거의 잘못된 것을 꺼낸다는 것, 거기에서 이야기가 출발했다. -파묘와 친일파, 일본제국주의를 연결한 까닭은.소재를 계속 파헤치면서 어떻게 하면 더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올까 고민했다. 그런데 파묘를 검색하다보면 친일파 파묘란 단어가 많이 나온다. 현재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가까운 과거이면서 더 밑에는 뭐가 있을까로 계속 들어갔다. 티눈 수술을 했는데 고름을 빼도 끝이 아니더라, 뿌리까지 뽑아야지 새로운 게 나온다. 그것처럼 친일파 밑으로 뿌리까지 파 내려가보자고 마음먹었다. -영화 초반 틀니 일화는 감독의 실제 일화에서 비롯 됐다던데.친척 분 중에 무속인이 계신다. 난 할머니가 거의 키워주시다시피 해서 할머니에 대한 정이 많다. 돌아가신 뒤 할머니를 기억하려 틀니를 보관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친척 분이 할머니 틀니를 갖고 있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갖고 가셔서 불 태워서 공양하셨다고 하더라. -일제가 한반도의 정기를 끊기 위해 쇠말뚝을 박았다는 이야기는, 사실 실체가 불분명하다. 말뚝을 박아서 정기를 끊는다는 이야기는 정조실록에 정조가 인재가 없는 걸 한탄하자 고려말 명나라 도사가 와서 정기를 끊기 위해 말뚝을 박아서 그렇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오래된 이야기이기도 한데. 그 이야기를 영화 속으로 가지고 들어온 이유는. 그말대로 쇠말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사로도 “99%는 가짜다. 그럼 1%는?”이란 대사를 넣었다. 영화 속에 실제 쇠말뚝을 안 넣은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니깐. 게다가 쇠말뚝을 넣으면 너무 ‘국뽕’일 듯 했다. 그래서 쇠말뚝을 대체할 수 있는 상징성이 있는 걸 넣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걸 오컬트 장르에 붙여보자고 생각했다.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중에 ‘사무라이의 시대’란 게 있다. 그걸 재밌게 봤는데, 4화인가에 임진왜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무라이들이 조선인을 죽이는 게 삽화로 묘사되는데 기분이 너무너무 안 좋더라. 그래서 일본 제국주의, 군국주의 침략의 상징과 사무라이 정령을 결합시키고 그걸 쇠말뚝을 상징화하는 걸로 만들었다. 그걸 뽑으면 이 땅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파묘’에 그 상징을 한반도 허리에 해당하는 곳에 박아놓는 음양사 이름을 무라야마 준지라고 설정했는데.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귀신’ 등을 집필한 무라야마 지준에서 따온건가.노코멘트다. ‘사바하’ 때 고생을 많이 해서리. -최민식이 맡은 상덕, 김고은이 맡은 화림, 유해진의 영근, 이도현의 봉길 등 주요 인물들의 이름들이 다 독립운동가에서 비롯됐다. 나라를 지킨다는 뜻의 보국사나 그 절을 세운 스님 이름이 원봉이라는 것도 그렇고, 의열장의사란 이름도 그렇고. 이렇게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언제부터 마음 먹었나.처음부터다. 원래 전작들에서도 극 중 인물들 이름을 영화 주제에 맞게 지었다. ‘파묘’는 앞에는 오컬트, 뒤에는 항일이다고 하는 평이 있는데 난 두 개가 같은 맥락이라고 처음부터 생각했다. 무덤을 한 번 더 파는 것이라고. 친일청산과 항일을 나눠서 생각하는 게 아닌 것처럼. 독립기념관에 갔는데 잘 모르는 독립운동가 분들이 너무 많더라. 그 분들의 이름을 어감을 고려해 되살리려 했다.-네 명 주인공들의 옷색이 파란색(좌청룡)과 검정색(북현무), 빨간색(남주작), 하얀색(우백호)인 건 사방신의 의미를 고려한 것인가. 캐릭터 포스터에서도 이들이 각 사방을 보고 있는데.의상을 설정 할 때부터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가장 먼저 고려한 건 최민식-유해진 세대와 김고은-이도현 세대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초반에 화림이 의뢰를 받은 미국 저택에서 불상 뒤에 야차상을 꺼내 놓는 건, 2부 오니의 등장을 알리는 복선으로 준비한 것인가.그렇다. 영화가 두 번째 이야기로 넘어갈 때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도깨비, 요괴 등 이물감을 줄 수 있는 물건들을 곳곳에 배치했다.-왜 이야기를 이렇게 두 갈래로 만들었나. 원래 구상을 할 때는 미국 의뢰인 박지용이 주인공이었다. 깔끔한 오컬트 같은 구성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쓰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다. 극장에 가서 마스크를 쓰고 영화를 보는데 많이 답답하더라. 그 당시 작가주의 작품들이 많이 개봉하기도 했는데, 여느 때라면 극장에서 사유할 거리를 얻고 극장문을 나서는데, 코로나 때는 답답하게 나오게 되더라. 그럼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게 뭘까를 고민하게 됐다. 난 체험이라고 생각했다. 관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앞의 빌런과 뒤의 빌런을 다르게 하고, 정통 오컬트에 다른 장르를 접목시키고자 했다. 난 뒷부분을 크리처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뱀파이어, 미이라, 강시영화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것들 역시 광의의 오컬트물이고. 초자연적 존재들의 이야기니깐. 그리고 그런 뒷부분을 이런 장르물 마니아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의 반응이었던 건, 앞에는 보편적이고 뒤에는 마니아들이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반대였다는 점이다. ‘황혼에서 새벽까지’처럼 영화 속에서 장르가 바뀌는 부분이 덜 대중적이고 마니아들이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반대라 의외였다.-무속인들이 LA에 출장을 많이 가나.실제로 많이 간다. 특히 일본으로 가장 많이 간다. 일본에는 우리 같은 의미의 신내림이 거의 없어서 알음알음 소개로 많이 간다. 미국도 재미교포들 소개로 많이 가고. 풍수사들도 해외 출장을 많이 다닌다.영화에 편집된 장면이 있는데 화림과 봉길이 일본으로 출장을 갔던 장면이 있다. 무당길드라고 해야 할까, 스승님이 있고 거기서 파생된 신자매, 가족들이 있다. 대사에도 나오지만 그 스승님이 일본과도 연이 있었던 거다. -그래서 첫 장면에 김고은이 일본인이 아니다라고 일본어로 이야기하는 건가.화림이 일본어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 영화의 톤앤매너, 지향하는 바를 그 대사로 보여주고 싶었다. -컨버스를 신고 에어팟을 꼽는 MZ무당이 화제를 모았는데.실제로도 그렇다. 무속인들을 만나면 생각보다 많이 젊다. 세대교체도 되고 있고. 많이 뛰다 보니 도가니가 아파서 컨버스 같은 편한 신발, 편안한 구두를 많이 신는다. -이도현이 맡은 봉길이 몸에 새긴 문신은 태을보신경인가. 그 캐릭터도 실제 인물에서 가져왔다던데.태을보신경이 맞다. 잡귀신으로부터 몸을 보호해달라는 경이다. ‘사바하’ 때 야구선수를 하다가 신병이 와서 무당이 된 분을 만났는데 그 분이 몸에 그렇게 문신을 새겼다. 언젠가 그 캐릭터를 꼭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봉길로 가져왔다. -대살굿이 원래 있나? 타살굿인데 영화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대살굿으로 바꿨나.통상적으로 타살굿이라고 많이 한다. 저승사자가 왔을 때 마지막으로 제물이 대신 죽는 굿. 그걸 대살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대살굿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영화적으로 대살굿으로 썼다.-김고은이 대살굿을 할 때 받는 건 몸주신인 할머니인가, 아니면 다른 귀신인가. 할머니와 대살굿이 어울리지 않는데.대살굿을 할 때는 장군신을 받는다. 아주 강력하게 맞서야 하니깐. 대살굿은 저주 같은 오펜스굿이 아니라 방어하는 디펜스굿이다. 그래서 그 때는 자신의 몸주신이 아니라 장군신이 오는 것이다. -대살굿은 실제 굿의 동선을 그대로 가져온 것인가.그렇다. 원래는 4시간 짜리 굿을 5분 안에 보여줘야 했기에 어떤 걸 보여줘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김고은이 무속 선생님 집에서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하루 종일 리허설을 했다. 그 뒤 하루에 몰아서 카메라 4대로 찍었다. 그 감정을 나눠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깐. 일단 김고은에게 즐기는 모습을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실제로 무속인은 신을 받으면 즐긴다. 웃음도 보이고. 김고은이 굿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칼로 자신의 얼굴을 긋는 장면, 뜨거운 숯에 손을 넣는 장면 등은 자신에게 신이 들어왔는지를 확인하고 남들에게도 보여주기 위해서다. 내 안에 신이 들어와서 나도 멀쩡하니 당신들도 안전할거야라고. 그걸 보고 인부들이 일을 시작한다. 칼을 땅에 묘지 방향과 반대로 던지는 건, 원래 모든 굿이 그렇다. 이 근처의 나쁜 것들이 이 칼 밖으로 나가 일종의 결계가 쳐지는 것이다. 화림이 동물 피를 마시는 건, 신에게 일종의 밥을 바치는 의미이고. -굿을 시작하기 전 봉길이 화림의 신발끈을 묶어주는 게 많은 연성러들을 자극시켰는데. 둘의 관계는 이성적인 게 담겨 있거나 발전 가능성이 있는 건가. 둘의 전사를 담은 이야기를 만들 계획은?무속 세계에선 스승이 굿 준비를 하면 제자나 신아들,딸들이 옷도 입혀주고 신발도 신겨주고 다 준비를 해준다. 둘의 관계를 분명하게 보여주려고 그 장면을 넣었다. 이성적인 마음이 담겨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둘의 전사를 담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파묘’보다 더 재밌는 좋은 이야기여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산소탈로 직계 장손들이 해를 입는데, 왜 직계가 아닌 의뢰인의 어머니 즉 친일파 유령의 며느리까지 죽임을 당하는 건가. 영화적 설정 오류이지만 며느리가 죽는 건, 엔딩크레딧에 써 있듯이 이름이 배정자이기 때문인가? 일제시대 대표적 친일파?노코멘트다. 설정이 어긋나는데 작가의 개입인 것만은 분명하다. -친일파 영혼이 LA집 창문을 열어달라거나 프라자호텔 창문을 열어달라고 하는데. 사실 문을 열어줘야 들어간다는 건 뱀파이어물의 특징이지, 동양적인 오컬트 특징은 아닌데. 맞다. 연출적으로 재미를 주려고 섞은 것이다. -전반부 친일파 귀신 장면은 덜 자극적인 것 같은데.일부러 담백하게 담았다. 더 직접적이고 잔인한 장면들이 있었는데 편집했다. 전반부가 담백해야 후반부에서 더 강렬할 것이라 생각해서 그리했다. -친일파 귀신이 사실 영화 속 곳곳에 숨겨져 있는데.유리에 비추기도 하지만, 잘 찾아보면 많은 곳에 있다. 심령사진을 보면 귀신은 찍는 게 아니라 찍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찍힌다는 느낌으로 영화 속에 담았다. -첫 번째 묘를 꺼낼 때 등장하는 뱀은 일본요괴 누레온나인데. 하필이면 돼지띠 일꾼에게 죽임을 당한다. 돼지랑 뱀은 상극이기도 한데. 그래서 동티 난 그 일꾼은 틀니 파묘할 때 나온 인물이기도 한데. 일이 해결된 뒤 어찌 되나. 누레온나는 물의 요괴다. 잘못된 것을 건드렸다는 설정으로 넣었다. 물의 요괴라 그걸 건드리자 비도 오고 그러는 것이다. 원래 묘가 탈이 나는 경우 뱀이 관에 들어오는 ‘사염’, 벌레가 들어오는 ‘충염’, 바람이 든다고 해서 ‘풍염’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는 뱀이 관에 들어갔는데 밑의 요기가 너무 세서 뱀이 변태가 일어나지 않았을까란 설정이다. 그래서 비슷한 대사도 넣었다. 그 인부는 틀니 파묘할 때 나온 인물이 맞다. 일부러 동티 나는 인물로 연결하기 위해 틀니 파묘할 때 포커싱을 잡았다. 편집됐는데 나중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그 양반도 좋아진다는 장면이 있었다. 동티풀이가 된 셈이니깐. -조선총독부가 보이는 프라자호텔은 세트 촬영인가.내부는 세트고, 창에 보이는 광화문 정경은 프라자호텔에서 소스 촬영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소스를 LED월을 띄우고 촬영했다. 블루스크린를 놓고 합성을 하는 건 색감이 잘 안맞는 것 같았다. -친일파 귀신 혼부르기를 할 때 화림이 그 장례식장 주소를 읊는데.실제로 그렇다. 혼이 와야 할 위치를 부른다. 무속인에게 고증을 받아 만들었다.-의뢰인에게 진짜 상덕이 거는 휴대전화 진동음과 친일파 귀신이 거는 휴대전화 진동음이 다른가.아니다. 같다. 쇼트 길이가 차이가 나서 같은 음을 넣는데 리듬이 달라진 것이다.-의뢰인이 욕조에 누워있는 것을 비롯해 전반부에 물의 이미지가 많은데.그렇다. 욕조도 그렇고 땀도 그렇고 비도 그렇다. 후반부에는 불의 이미지가 많다. 드럼통 불도 그렇고. 그렇게 물과 불의 이미지를 전반부와 후반부에 대비시켰다. -친일파 관을 태울 때 일제 시대 때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훈장이 들어있는데.그래서 이장할 때 그 신분이 드러날까봐 관을 열지 말고 그대로 화장하라고 한 것이다. 우리는 염을 할 때 먼길옷을 입히는데, 우리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생전에 고인을 상징하는 옷을 입히는 경우도 있다. 고인이 좋아하는 물품을 넣기도 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숫자는 실제로 한반도의 허리에 해당하는 곳인가. 어디며 어떻게 짚었나.풍수사들에게 물었더니 모두 같은 곳을 이야기하더라. 강원도 고성 향로봉이다. 영화 속에도 나온다. 상덕 화림 등이 얼굴에 문신하고 산에 올라갈 때 드론샷으로 산의 정경을 인트로로 잡는데 바로 그곳이 향로봉이다. -관을 두 개 넣는 첩장은 새로운 건 아니지만 밑에 넣는 관을 세로로 넣어서 마치 못의 형국으로 만든 게 기발한데.이야기했지만 실제 쇠침, 쇠말뚝을 넣는 게 아니라 그걸 상징하는 걸 넣고 싶었다. 그래서 그 자체를 못처럼 만들었다. -흉한 것인 오니의 설정은.전쟁터에서 신처럼 모셔지려면 외형부터 거대해서 위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8척 거구를 생각했고, 2미터 40센치미터로 설정했다. 임진왜란에도 참전했고, 그 뒤 세키가하라 전투에 도쿠가와 이에야스 반대 진영에 참전했다가 패배한 뒤 영화 내용처럼 된 인물이란 설정이다.-한국의 도깨비와 일본의 오니는 다른 존재인데. 그래서 5장 도깨비불 옆에 일본어로 오니라고 적었다. 다른 소제목은 다 한글 옆에 한자인데 그것만 일본어다. 원래는 그 장의 제목을 도깨비라고 했다가 너무 의미가 많을 듯 해서 좀 더 명징하게 가고자 도깨비불로 가고 옆에 오니를 넣었다. 그때부터 막가는 설정이니 좀 더 직관적인 제목으로 관객을 인도하고 싶었다.-도깨비불로 주인공들이 환각을 보는 데 별다른 설명은 없는데.자연스럽게 관객이 같이 홀리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왜 나이트클럽 들어가면 처음에 사이키 조명에 홀린 것처럼. 플래시백 느낌으로 만든 게 아니니 설명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니가 오백년 전에 불경을 정복했다고 하는 장면은 ‘드라큘라’가 떠오르는데.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 광팬이다. 거기에서 드라큘라가 십자가를 이미 정복했다고 한 장면의 오마주다. -오니가 은어와 참외를 좋아한다는 설정은.일본만화 ‘음양사’를 좋아하는데, 은어와 참외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거기에서 전국시대 사무라이가 좋아할 법한 음식들을 고민해서 가져왔다. -화림이 탑으로 가니 안전했다는 건. 탑, 곧 부도는 스님의 사리가 있는 곳이고 그래서 신성하다는 의미로 설정했다. -보국사 보살이 봉길 위에 올라간 뒤 자신의 옷을 찾는데. 불교에서 선종할 때 부처의 옷을 입고 육신의 원한을 잊는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인지. 보통 영은 무엇인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고, 그 억울함을 표현할 수 있는 것과 스님의 옷을 매칭시켰다. 그 장면을 그렇게 해석해도 될 듯 하다. -음양오행을 마지막 문제 해결의 원리로 사용했는데.오행이 원래 풍수지리의 베이스다. 풍수사가 과연 어떤 걸 마지막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결국 풍수사가 오행을 고민해서 싸우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영화 속에서 화림과 봉길은 ‘음양’, 상덕 영근은 ‘오행’이란 설정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거론되는 그 무덤을 만든 기순애는 일본어로 여우인 키츠네에서 온 것인가. 그렇다. 일제 때 우리나라 문헌에도 여우를 기순애라고 표현한 것들이 있다. 연배가 있으신 분들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보국사 표시판에 있는 풍수사 표식은 원래 있는 것인가.그렇다. 풍수사협회에 따라 다양한 표식들이 있는데 가장 이 영화에 맞는 걸 가져왔다.-화림의 몸주신인 할머니는 일본 음양사랑 맞섰거나 그런 전사가 있는 인물인가. 실제 무속인인 고춘자님이 연기했다던데.화림의 조상 중 음덕을 많이 쌓은 분이란 설정인데 그런 전사까진 설정하진 않았다. 일종의 수호천사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고춘자님이 두 번 정도 등장하는데, 그 장면들은 직접 찍으셨다. 그런데 워낙 바쁜 분이라 보충 촬영은 대역이 찍었다. -여느 퇴마극과 달리 주목을 사이에 놓고 오니와 화림이 대화를 나누는 게 이채로운데.어느 산이든 산주인이라 불리는 큰 나무가 있고, 그걸 주목이라 불렀다. 일본은 그런 경우가 많은데, 우리도 성황목이라 불리는 나무들이 있었고. 그걸 일본의 정령신앙을 대입해서 풀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병실에 누워있는 봉길을 놓고 도깨비놀이를 하는데. 제주도에 있는 굿인데, 귀신을 속여서 정체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오니 투구에 지네 문양이 있고, 봉길을 놓고 닭으로 대살굿을 준비하는데. 지네와 닭이 천적이라는 걸 고려한건가.지네는 항상 북쪽으로 간다. 뒤로 가지 않고 전진을 하고. 그걸 오니의 캐릭터에 은유하고 싶었다. 그리고 닭은 그걸 고려했다기보다 봉길이 닭띠라 닭을 준비한 거다. 일종의 대살굿이니 앞에서 돼지 띠 인부들을 위해 돼지를 준비한 것처럼.-유해진을 교회 다니는 설정으로 한 건.그래도 제가 교회 다니는 집사인데 이런 영화 만들면서 교인들에게 면피를 하고 싶었다. 실제로도 만난 장의사 중 한 분이 교회 장로님이기도 했고. -음악 설계는 어떻게 했나. ‘사바하’도 같이 했던 김태성 음악감독과 작업했는데.전체적으로 저음이 많다. 불협화음이 도드라지고. 김태성 음악감독님이 훌륭히 해주셨다. -마지막 결혼식 사진 장면은 독립운동가 사진들을 은유한 것인가. 또한 ‘사바하’ 이다윗이 등장하는 건 장재현오컬트유니버스를 고려한 설정인가.독립운동가 사진처럼 찍은 것이냐는 질문은 노코멘트하고 싶다. 이다윗이 등장하는 건 사실 원래 조명팀 중 한 명에게 그 장면을 부탁했는데, 마침 다윗이 시간이 있다고 해서 찍었다. 특별히 장재현오컬트유니버스를 고려한 건 아니다.-‘사바하’의 이정재 이다윗, ‘파묘’의 김고은 이도현이 한 사건을 쫓는 설정으로 ‘사바하2’를 만들 계획은 없나.오컬트유니버스가 계획에 없는 건 아니어서 매 작품마다 다른 배우들을 캐스팅 하기는 했다. 시나리오를 빨리 쓰기야 ‘사바하2’보다 ‘파묘2’가 빠를 수는 있겠지만 더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 것이라 장담을 못하겠다. 등장인물보다 얼마나 재밌는 이야기여야 하는 가가 가장 중요하다. -‘검은 사제들’에선 사람을, ‘사바하’에선 하늘을, ‘파묘’에선 땅을 이야기했는데. 차기작은 어떤 걸 이야기할 계획인가.신에 대한 이야기다. 믿음에 대한 이야기고. 어두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건국전쟁’ 감독이 ‘파묘’에 좌파가 몰리고 있다고 했는데.일단 영화를 봐주셔서 감사하다. 아무래도 영화를 보시고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겠나. 난 ‘파묘’가 색깔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땅에 사는 한국사람이라면 무의식에 담겨 있는 과거에 대한 이야기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4.03.05 13:40
연예일반

“험한 것이 깨어났다”…‘파묘’ 눈 뗄 수 없는 2차 예고편 공개

‘파묘’가 눈을 뗄 수 없는 강렬한 몰입을 예고했다.영화 ‘파묘’가 30일 2차 예고편을 공개했다.공개된 2차 예고편은 수상한 묘를 이장한 후 기이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들의 모습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상덕(최민식)과 영근(유해진)은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의 제안에 거액의 의뢰를 받아들이나, 산꼭대기에 자리한 묘를 보자마자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의뢰인의 간절한 부탁 끝에 파묘와 동시에 대살굿을 진행하게 된 이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존재를 맞닥뜨리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땅 속에서 험한 것이 깨어났다’는 의미심장한 문구는 이들에게 닥칠 미스터리한 사건과 정체를 모를 존재 ‘험한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한편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작품이다. 다음 달 22일 개봉한다.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4.01.30 17:00
드라마

[정덕현 요즘 뭐 봐?]‘이재, 곧 죽습니다’, 회귀물로 펼쳐놓은 장르 종합선물세트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를 보다 보면 그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에 빠져들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약간의 피로감을 느끼며 조금은 달달한 드라마가 당기기도 한다. 그래서 드라마들은 이른바 ‘멀티 장르’를 종종 시도해왔다. ‘동백꽃 필 무렵’이 멜로드라마에 까불이라는 연쇄살인범을 등장시켜 스릴러 장르를 끼워 넣음으로써 달달함과 따뜻함으로 자칫 느슨해질 수도 있는 드라마의 텐션을 높여놓는 그런 방식이다. 도저히 하나로 엮일 수 없을 것 같던 멜로와 스릴러도 엮이니, 의학과 사극이 더해지고, 무협액션과 멜로가, 심지어 크리처물과 시대극이 더해지는 건 이제 더 이상 이상한 일도 아니게 됐다.그래서일까.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를 보면 아예 본격적인 장르의 종합선물세트도 가능해졌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첫 회 한 회차만 봐도 청춘멜로와 재난물이 등장하더니 2회에는 학원액션물에 조폭누아르가 펼쳐진다. 3회로 가면 감옥을 배경으로 하는 액션스릴러가 펼쳐지더니 4회에서는 또 눈물샘을 자극하는 절절한 멜로가 등장한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회귀물이라고 하는 신박한 장치를 환생 판타지와 엮어 가능해진 서사다. 드라마는 회귀물의 정석대로 주인공인 취준쟁 이재(서인국)가 등장한 지 15분 만에 절망의 끝에 내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태강그룹 최종 면접에서 불운하게 떨어진 이후 오래도록 취준생의 삶을 살아온 이재는 여자친구 지수(고윤정)와도 소원해지고 아르바이트로 번 돈 전부를 투자 사기에 날려버린 후 삶에 대한 의지를 놓아버린다. 그는 “사는 게 두렵지 죽음 따윈 전혀 두렵지 않다”며 건물 옥상에서 투신한다. 하지만 이렇게 삶을 함부로 하고 ‘죽음’을 업신여긴 대가는 혹독했다. 깨어난 이재 앞에 나타난 죽음(박소담)이라는 미스터리한 여인은 그가 저지른 죄에 대한 벌로 12번의 죽음을 겪는 고통을 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죽음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가를 알려주겠다는 것. 그래서 죽음에 의해 삶으로 되돌려준 이재는 12번의 새로운 몸으로 들어간다. 재벌 3세 박진태(최시원)로 깨어나 개인 전용 비행기를 가진 부자로서의 삶을 꿈꾸게 되지만 그 꿈은 이내 추락하는 비행기와 함께 사라져버린다. 새로운 몸으로 깨어나긴 하지만 그 몸의 주인들은 모두 죽을 위기에 처해있다는 게 함정. 이재는 그 위기를 넘어야 비로소 그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처지에 놓인다. 다양한 장르의 변주는 그래서 이재가 새로운 삶으로 들어갈 때마다 가능해진다. 박진태가 재난물의 장르를 가능하게 한다면, 두 번째로 깨어난 몸인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 송재섭(성훈)은 낙하산 없이 추락해 안전그물이 처진 곳으로 떨어져야 하는 미션을 수행함으로써 코믹 액션 장르를 가능하게 한다. 또 세 번째 몸으로 회귀한 권혁수(김강훈)가 열일곱살 고등학생으로 학교폭력의 피해자라는 사실은 학원 액션물의 서사가 펼쳐지게 해준다. 이즈음 되면 시청자들은 이 신박한 세계관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지루해질 틈 없이 전개되는 새로운 서사와 새로운 장르들이 펼쳐지는데, 그것이 하나로 꿰어져 있어 일관된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어서다. 회귀물이라는 실로 다양한 장르와 서사들의 구슬을 꿰어 놓았다고나 할까. 이재 역할의 서인국과 죽음 역할의 박소담이 전체를 꿰어주는 실이 되어주면서 여기 꿰어지는 다채로운 배우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구슬 같은 존재감도 매력적이다. 최시원, 성훈, 김강훈, 장승조, 이재욱, 이도현, 김재욱, 오정세 같은 대세배우들이 저마다의 매력적인 연기를 색다른 장르 속에서 풀어내고 여기에 고윤정, 김지훈, 김성철, 유인수, 려운 같은 배우들이 연기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시청자들로서는 이처럼 다양한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진다. 그리고 이 화려한 장르의 종합선물세트를 따라가다 보면 그 재미 속에서 묵직한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그것은 죽음 따윈 전혀 두렵지 않아 쉽게 죽음을 선택했던 이재가 새로운 삶들로 회귀되면서 점점 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인다는 데서 나온다. 죽음을 마주해서야 비로소 보이는 삶의 의지. 그 의지가 있다면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의 삶조차도 하나의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고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2024.01.15 05:05
연예일반

‘이재, 곧 죽습니다’, 아마존프라임 톱2…글로벌 시청자들 홀린 비결은 [IS포커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이하 ‘이재’)가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글로벌 OTT 아마존프라임비디오에서 글로벌 TV쇼 차트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것. 1위가 아마존 오리지널인 미국 드라마 ‘리처’인 만큼 ‘이재’가 비영어권 1위인 셈이다. ‘이재’가 글로벌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데는 전세계적으로 통하는 장르적 쾌감과 묵직한 서사뿐 아니라, 작품의 구성이 변화된 시청 환경과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이재’는 에피소드마다 내용과 장르가 다른데 모든 에피소드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몰입도를 높인다. 이야기의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은 최근작들 중 독보적”이라며 “지금의 시청환경은 숏폼 위주의 짧은 분량 영상인데 ‘이재’는 각 에피소드마다 높은 수준의 재미뿐 아니라 독자성과 개별성을 지녀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9일(현지시간) ‘이재’는 플릭스패트롤 기준 글로벌 서비스를 담당하는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에서 영미권을 포함한 TV쇼 글로벌 종합 순위 톱2에 랭크됐다. 지난 7일 같은 순위에 오른 후 이날까지 3일 연속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재’는 약 71개 국가에서 톱 10에 랭크됐으며 동남아시아 외에도 프랑스, 멕시코 등 다양한 국가에서 신규 진입해 흥행세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해외 리뷰 사이트 IMDb 등에서는 10점 중 평균 9점을 매기면서 호평이 이어졌다. 국내에서도 입소문이 본격 시작됐다. 티빙에 따르면 ‘이재’는 파트2 공개 3일간 시청 시간이 약 1억 2000만 분을 기록하며, 공개 첫 주 대비 약 134% 급증했다. ‘이재’는 공개 첫 주 만에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중 ‘술꾼 도시 여자들’에 이어 시청 순 방문자수(UV) 2위에 오른 바 있는데 그 인기가 더 높아진 것. 키노라이츠,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등 다양한 화제성 차트에서 작품과 출연 배우들이 10위권에 안착했다. ‘이재’는 웹툰 원작으로 7년째 취업에 실패한 이재(서인국)가 스스로 목숨을 져버린 후 죽음(박소담)으로부터 12번의 삶을 살아야 하는 형벌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흥미로운 서사뿐 아니라 서인국, 박소담, 김지훈, 최시원, 이재욱, 이도현, 김재욱, 오정세, 김미경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에피소드마다 다른 장르적 쾌감‘이재’는 에피소드마다 각기 다른 장르로 재미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드라마는 이재가 재벌후계자,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 비밀조직원, 격투기선수 지망생, 모델, 경찰 등으로 환생해 번번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내용이 릴레이 형식으로 펼쳐진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죽음의 심판 속 핵심 인물로 등장해 멜로, 누아르, 액션 등 다양한 장르 속에서 흥미와 재미를 자아낸다. 사실 이러한 판타지적 요소는 그동안 수많은 콘텐츠에서 등장한 회귀물과 가까운 데다, 앞서 흥행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처럼 주인공이 다른 인물로 바뀌는 내용이라 기시감으로 떠오르지만 ‘이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재의 삶 전체가 매번 바뀌는 설정으로 차별점을 확보한다. 각 인물들이 환생할 때마다 장르도 휙휙 바뀐다. 이재의 실제 삶을 표현할 때는 드라마와 멜로였다가, 비밀조직원이 될 때는 피가 튀는 누아르가 된다. 에피소드의 장르뿐 아니라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가 될 때는 고공 낙하 장면이 펼쳐지는 등 캐릭터적 특성도 또 다른 쾌감을 자아낸다.장르물의 경우 자칫 선정성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는데 ‘이재’는 이를 영리하게 피해간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재’는 청소년관람불가로 일찍이 다소 자극적인 장면을 예고했는데, 이 같은 요소들이 전체적 서사와 맞물리면서 선정적으로 여길 수 있는 장면들도 설득력을 높인다는 평가다. 공희정 평론가는 “‘이재’는 장르물적 성격 때문에 캐릭터와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법이 때로 잔혹성을 띠고 있다. 수위가 꽤나 높다”며 “그럼에도 이러한 표현 방식이 전체적인 서사를 이루는 주요한부분으로 작용하는 데다가, 캐릭터들의 선악이 혼재되는 스토리가 시청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을 낮춘다”고 말했다. ◇ 다양한 사회 문제 짚고 모성애로 연결‘이재’는 에피소드마다 다른 이야기와 장르가 펼쳐지면서, 각각이 전하는 메시지도 다채롭다. ‘죽음과 삶’이라는 전체 서사에서 이재가 다른 삶을 살 때마다 펼쳐지는 이야기는 반전의 재미를 주거나, 더 나아가 우리 사회 문제를 건드린다. 이재가 갓난아이가 됐을 때는 아동학대, 청소년으로 변했을 때는 학교폭력 등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짚어내는 것이다.각각의 에피소드가 지닌 메시지는 다르지만, 드라마 전체 말미에서 이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묵직한 한방으로 폭발한다. ‘이재’의 전체적인 메시지는 첫번째 에피소드와 맞물리면서 모성애를 이야기하는데, 자칫 진부할 수 있는 해당 주제를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들과 함께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재’의 높은 작품성에는 각 에피소드를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내는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의 하병훈 감독은 드라마 ‘고백부부’, ‘18어게인’ 등을 통해 가족애 등 묵직한 메시지를 다양한 장르적 재미로 표현해내며 뛰어난 연출력을 입증해왔다. 여기에 서인국은 청춘의 모습을, 박소담은 서늘한 ‘죽음’을, 김지훈은 잔혹한 악인을 몰입감 높게 그려냈다. 각 에피소드 주인공을 맡은 최시원, 이재욱, 이도현, 김재욱, 오정세, 김미경 등도 드라마의 전체적인 서사와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수준 높은 연기력을 자랑한다. 조성경 드라마평론가는 “이재가 다른 사람의 삶을 살게 된다는 기본 장치, 설득력 있는 반전들이 모성애라는 큰 틀의 주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며 “모성애의 표현 방식 또한 억지로 눈물을 자극하는 신파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아울러 “배우들의 연기도 능력치와 스타일이 각기 다를 수밖에 없는데 드라마의 전체 톤에서 이질감 없이 표현됐다”고 평가했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4.01.11 06:00
금융·보험·재테크

하나금융, 성수동에 여행 감성 자극하는 팝업스토어 오픈

하나금융그룹은 여행의 즐거움을 담은 팝업스토어 '하나뿐인 공항, 성수국제공항'을 오는 16일까지 성수동 쎈느에 오픈한다고 7일 밝혔다.이번 팝업스토어는 여행의 단계별 설렘을 다채로운 이벤트와 오감을 자극하는 콘텐츠로 트렌디하게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먼저 현장 이미지를 SNS에 업로드하면 100% 당첨 스크래치 쿠폰을 제공하는 '럭키드로우 이벤트'와 그룹 통합 멤버십 앱 '하나머니'에서 외화 충전 및 인스타그램 팔로우 시 특별 기내식 패키지를 제공하는 'F&B 이벤트'를 진행한다.체크아웃 카운터의 키오스크에서 '트래블로그'의 혜택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다.트래블로그는 환율 우대 혜택은 물론 해외 가맹점 이용 수수료 및 해외 ATM 인출 수수료 무료를 보장하는 하나금융그룹의 해외여행 서비스 플랫폼이다.비행기를 형상화한 팝업스토어는 비행기 창문으로 보는 일출과 석양, 비행기가 착륙할 때 볼 수 있는 지면의 반짝거림을 공감각적으로 표현했다.이번 팝업스토어 오픈에 앞서 지난 6일에 열린 프리오픈 행사에는 2018년부터 하나금융그룹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축구 선수 손흥민을 비롯해 배우 이도현, 걸그룹 아이브의 안유진 등이 참석했다.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팝업스토어에서 경험할 수 있는 트래블로그의 다양한 장점이 고객에게 전달돼 여행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07.07 16:10
연예일반

‘나쁜엄마’, 흥행할 수 밖에 이유 3가지 ②

“이번 한번만 나쁜 엄마가 될게” 자식을 위해 한번쯤은 독해지고 나빠질 수 밖에 없는 게 부모의 마음 아닐까. JTBC ‘나쁜엄마’는 초반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서 꾸준히 시청률이 상승하면서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나쁜엄마’가 흥행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짚어봤다. ◇ 자칫 진부한 서사, 유쾌함과 뭉클함 잘 섞어내 ‘나쁜엄마’는 자칫 무겁고 뻔할 수 있는 서사를 감동적이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극 중 라미란은 돼지농장을 꾸리던 남편이 자살로 위장된 채 살해 당하자 홀로 억척스럽게 농장을 운영하면서 아들 강호(이도현)를 키워낸다. 그렇게 강호는 검사가 되지만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우벽그룹 회장이 된 송우벽(최무성)의 밑으로 들어가 불법적인 악행을 저지른다. 순조롭게 아버지의 복수를 진행하던 강호는 검찰 출신 의원 오태수의(정웅인)의 계략에 의해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하반신 장애와 기억상실을 겪게 된다. 엎친데 덮친격 라미란 본인은 위암말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고 애지중지 운영하던 돼지농장에도 불이 난다.이렇듯 ‘나쁜엄마’에서 라미란의 삶은 비극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마냥 ‘나쁜엄마’를 무겁게만 보지 않았다. ‘나쁜엄마’ 연출을 맡은 심나연 감독도 “꼭 엄마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가 묻어난다. 슬픈 순간들 속에서도 즐거울 때가 있다. 무겁지만은 않고 편안히 보실 수 있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심 감독의 말처럼 정씨(강말금), 이장(김원해), 청년회장(장원영) 등 감초 같은 역할을 하는 ‘조우리 마을’ 주민들이 극중에 잘 녹아들면서 무거웠던 서사에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서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안겼다. 여기에 스스로 나쁜 엄마가 되기를 자처한 라미란을 마냥 비난 받을 수 없게 그리면서 공감대를 높였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나쁜엄마’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토리에 오늘날의 시대정신과 문제를 담아서 리뉴얼을 시켰다”며 “‘나쁜 엄마’가 진짜 사랑받은 이유는 나쁜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연대의 대상으로 품을 수 있게 한 연출력”이라고 호평했다.◇ 중년 여성의 주인공 공감 포인트 지난 4일 화제 속에 종영한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과 ‘나쁜 엄마’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중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닥터 차정숙’은 의대 졸업 후 20년 넘게 가정주부로 살던 차정숙(엄정화)이 생사의 고비에서 살아난 후 가정의학과 레지던트 1년 차로 복귀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정숙이 충분히 좌절할 만한 상황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꿈을 위해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그려내 중년여성들의 과몰입을 유발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나쁜엄마’도 마찬가지다. 가난을 되물림 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쁜 엄마가 되기를 자처한 라미란이 이도현을 호되게 혼내고 뒤에서 몰래 눈물을 흘리는 장면, 이도현이 남긴 밥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거나, 자신이 아픈 사실을 숨기는 등 자식을 둔 중년의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법한 이야기로 눈물버튼을 자극했다.JTBC는 지난해 11월, ‘닥터 차정숙’ ‘나쁜엄마’ 등이 포함된 2023년 드라마 라인업을 공개하면서 대중성을 강조했다. 두 드라마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라미란X이도현의 호연 좋은 드라마가 있기 전에 좋은 배우가 있다. ‘나쁜엄마’에서 가슴 아프면서도 절절한 모자관계를 보여준 라미란과 이도현의 연기 합은 빛을 발했다. 라미란에게 ‘엄마’ 역할은 처음이 아니다. ‘응답하라 1988’에서는 정환(류준열)의 엄마로 화끈한 여장부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막대 먹은 영자씨’에서는 사춘기 아들을 둔 엄마를 연기한 바 있다. 그간 수많은 엄마를 연기해왔던 라미란은 이번 작품과 차별점에 대해 “특별한게 없다.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은 모두 같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실제 20살이 된 아들을 두기도 한 라미란은 노련한 엄마 연기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샀다.극 중 라미란의 아들 이도현의 연기도 단연 백미다. 이도현은 넷플릭스 인기작품 ‘더 글로리’에서 트라우마를 가진 의사 주여정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찍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 ‘나쁜 엄마’에서 냉철한 검사에서 불의의 사고로 7살 어린아이의 지능을 가지게 된 최강호로 완벽 변신했다.그는 제작발표회 당시 냉혈 검사와 해맑은 아이의 극적 변화를 오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이도현은 라미란과 상의를 하며 연기합을 맞춰갔고, 심지어 평상시에 연기 몰입을 할 수 있도록 라미란을 ‘누나’가 아닌 ‘어머니’로 불렀다고 전했다. 무겁지만 결코 무겁게만 그리지 않은 서사와 배우들의 연기합이 빛난 ‘나쁜엄마’가 세상을 향해 던진 마지막 메시지는 “결코 나쁜엄마는 없고, 나쁜 상황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메시지가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샀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나쁜엄마는 사회에 존재하는 거대한 악 속에서 나쁘게 변할 수 밖에 없었던 부모의 서사를 고급스럽게 표현했다”며 “강호가 몸이 약해지면서 가족과 주변 사람에 대한 ‘연대’의 중요성을 알게되는 등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동시에 사회적 악에 대해 묵직한 한방을 던지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3.06.0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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