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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스' 극복하고 1점대 불펜으로…SSG 박시후 "100순위 지명? 극복해야 할 좋은 꼬리표" [IS 인터뷰]

"지명이 안 됐으면 내 길이 아니었을 거로 생각했을 거 같다."왼손 투수 박시후(24·SSG 랜더스)의 마음 한편에는 2019년 8월 26일의 '기억'이 있다. 당시 인천고 3학년이었던 그는 서울 모처에서 열린 2020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 중계를 동료들과 학교 기숙사에서 TV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10라운드 99순위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자, 밖으로 나가려고 기숙사 문고리를 잡았다. 그 순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SK 와이번스(현 SSG) 마지막 선수 지명하겠습니다. 인천고 투수 박시후 선수."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박시후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뒤) 버스 타고 집에 가는데 눈물이 나더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지명 상황을 돌아봤다. 2020년 입단 동기 중 신인 드래프트 지명 순번이 가장 뒷순위였던 박시후는 "그때 실력으로도 100순위였다. 대학에 가서도 잘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며 "SK 유소년 야구단 출신인데 SK에 오게 됐으니 정말 좋았다"라며 웃었다. 박시후는 상인천초-상인천중-인천고를 졸업한, 이른바 '로컬 보이'다. 박시후는 프로행을 확정한 뒤 한동안 공을 던지지 않았다. 그는 "3학년 때 입스(Yips·각종 불안 증세 때문에 근육 등이 경직돼 경기력이 저하되는 증세) 같은 게 왔었다. 잘해야 한다는 조급함과 불안함 때문이었던 거 같은데, SK에 입단한 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었다"며 "한동안 요령이 없으니까 어떻게 할 줄 몰랐는데 이승호(현 SSG 1군 불펜 코치) 코치님이 정말 많이 가르쳐주셨다. 거의 1대1 전담마크 하는 수준이었다"라고 말했다. 2021년 6월 입단 테스트를 거쳐 왼손 투수 한두솔이 영입된 것도 큰 도움이었다. 여러 조언을 받으면서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성적은 노력과 비례하지 않았다. 2022년 1군에 데뷔했으나 활약은 미미했다. 그렇다고 퓨처스(2군)리그 기록이 눈에 띄는 것도 아니었다. 한동안 좌절의 시간을 보낸 박시후는 지난해 2군에서 21경기 평균자책점 3.61(62와 3분의 1이닝)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겨우내 가동성 훈련에 집중했다. 그는 "2군에서 다른 연도보다 많이 던졌다. 근육이 타이트해졌을 거 같아서 늘리는 쪽으로 운동했다. 골반과 흉추 쪽도 신경을 썼고 투구 폼도 약간 변화를 줬다"라고 말했다. 효과는 만점이다. 올 시즌 박시후는 180도 달라졌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뒤 닷새 만에 2군으로 내려갔으나 지난달 17일 재콜업된 뒤 굳건하게 불펜 한 자리를 지킨다. 17일 기준으로 10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1.84. 피안타율(0.196)과 이닝당 출루허용(WHIP·1.16)도 안정적이다. 직구와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섞는다. 이숭용 SSG 감독은 "어느 시점에 강박감을 이겨낼 수 있을까 물음표였다. 실력은 워낙 좋고 본인이 노력을 많이 했다"며 "압박감을 이겨 낼 수 있는 건 끊임없는 연습이다. 그게 자신감으로 이어져야 이겨낼 수 있다. 너무 뿌듯했다"라고 칭찬했다.박시후는 '신인 드래프트 100순위 지명'을 "극복해야 할 좋은 꼬리표"라고 말한다. 왼손 타자 피안타율 2할 이하, 3점대 평균자책점, WHIP 1.30 이하, 투수 포인트 10개. 1군 출전 경기가 많아지면서 하고 싶은 목표도 이제 많아졌다. 그는 "준비한 것만큼 만족감이 있다. 이젠 더 위를 바라보게 되는 거 같다"며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은 자신감이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5.05.1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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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연 같은 1년 차? 문동주 같은 2년 차? 2025 신인왕, 누구에게 향할까 [IS 포커스]

2025년 신인왕의 주인공도 패기를 갖춘 1년 차일까. 아니면 육성과 적응을 마친 2년 차일까.지난해 KBO리그 신인왕의 주인공은 김택연(20·두산 베어스)이었다. 인천고 3학년 때 청소년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한 그는 프로 데뷔 전부터 정상급 구위로 이목을 끌었다. 일본프로야구(NPB) 구단과 연습 경기에서 호투하더니 3월 열린 LA 다저스와 스페셜 매치에서도 두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했다. 기세를 몰아 맞이한 정규시즌도 3승 2패 4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 마무리 보직을 꿰찼다. 19세이브는 고졸 신인 역대 최다 신기록이었다.지난해 2025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대형 신인들도 제2의 김택연을 꿈꾼다. 1년 차 신인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는 1순위 지명자 정현우(키움 히어로즈)다. 정현우는 지난해 고교야구 16경기에 등판해 48과 3분의 1이닝 8승 무패 평균자책점 0.58로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다. 드래프트 전부터 최고 156㎞/h를 던진 강속구 우완 투수 정우주(한화 이글스)와 1·2순위를 예약했고, 보다 완성도를 갖춘 정현우가 1순위 영광을 차지했다. 올해 정현우의 최고 라이벌도 단연 정우주다. 1군 캠프에 합류한 정우주와 달리 정현우는 캠프 명단에서 제외된 상태다. 그래도 정현우가 신인왕 경쟁을 위한 기회에선 우위에 있다. 외국인 투수 2명과 류현진, 엄상백, 문동주가 있는 한화는 일찌감치 정우주의 불펜 기용을 예고한 바 있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너무 기대를 크게 가져도 안 된다. 선수도 부담을 느끼게 된다. 편안한 상황인 패전 처리부터 내보내고, 선배 타자들과 어떻게 싸우는지 한 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한화와 달리 홍원기 키움 감독은 정현우를 선발 경쟁 후보에 포함시켰다. 키움은 한화와 달리 선발진이 완전하지 않다. 지난해 규정이닝을 소화한 국내 투수는 하영민(9승 8패 평균자책점 4.37)이 전부다. 김윤하, 김인범 등이 선발로 가능성을 보이긴 했으나 풀시즌 선발 투수로서 기량은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 정현우가 로테이션에만 안착해도 경쟁자들을 크게 앞설 수 있다. 야수 최대어로 꼽히는 박준순(두산 베어스)은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덕수고 3학년 때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타격상, 타점상, 홈런상,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하고 황금사자기 타격상과 MVP도 수상한 그는 야수 중 가장 빠른 순번에 지명됐다. 고교 시절 2루수를 소화했는데, 마침 두산은 주전 2루수 강승호를 3루수로 전향시키려 한다. 그는 이유찬, 박계범, 박준영, 여동건 등과 키스톤 콤비 빈자리를 두고 경쟁할 예정이다. 확고한 주전이 없어 경쟁 우위만 점한다면 1군 연착륙을 기대해볼만 하다. 박준순은 "전반기가 끝나기 전까지 1군에 올라가는 걸 목표로 잡겠다. 최종 목표는 신인왕이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겠다"고 다짐했다.신인왕이 1년 차 선수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KBO리그는 5년 차 이하, 투수 30이닝 이내, 타자 60타석 이하를 소화한 선수라면 1년 차가 아니라도 신인왕 후보 자격을 부여한다.김택연에 앞서 신인왕을 수상한 문동주도 2년 차다. 광주진흥고 때부터 던진 강속구로 주목을 받았지만, 1년 차인 2023년엔 부상 회복에 집중하며 13경기 1승 4패 2홀드 평균자책점 5.65에 그쳤다. 첫 해 욕심내지 않은 덕분에 2023년엔 23경기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로 성장했고, 어렵지 않게 신인왕을 수상했다. 문동주보다 먼저 신인왕을 수상한 정철원(두산)도 '중고 신인' 출신이다. 2018년 입단했지만 1군 데뷔를 이루지 못했던 그는 5년 차인 2022년 1군에 데뷔해 4승 3패 3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하고 신인왕을 가져갔다. 신인왕 자격을 유지한 2년 차 투수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육선엽(삼성 라이온즈)이다. 육선엽은 지난해 1군 11경기에 나섰지만, 17이닝만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5.29를 기록했다. 1군 성적이 인상적이지 않아도 2군에선 기량을 증명했다. 퓨처스리그 20경기에 등판한 그는 2패 2세이브를 기록하면서 평균자책점 2.70으로 호투했다. 피안타율 0.229를 기록했다. 다만 2군에서도 40이닝 동안 볼넷 31개를 기록한 제구 불안(1군 17이닝 볼넷 17개)은 숙제다.3년 차지만, 지난해 1군 데뷔하고 9와 3분의 1이닝만 던진 신영우(NC 다이노스)도 기대주다. 경남고 시절부터 정상급 구위와 제구 불안을 동시에 보여준 그는 지난해 퓨처스리그 1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84를 기록했다. 제구 불안은 여전하다. 48과 3분의 1이닝 동안 볼넷 40개, 사구 11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탈삼진이 무려 69개에 달했다. 최근 호주프로야구(ABL) 퍼스 히트도 다녀왔는데, 31과 3분의 1이닝 3승 1패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하는 등 가능성을 확인했다. 팔꿈치 불편감(염증 진단)을 느끼고 조기 귀국했지만 2025년을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한 비시즌이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5.01.29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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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엿한 '2년 차' 마무리 김택연 "세이브, 형들 도움 있어야...욕심 대신 부상 경계" [IS 인터뷰]

"마무리라는 보직은 홀로 기록을 세울 수 없다. 모두가 하나가 돼야 세이브가 만들어진다."1년 전 설렘을 안고 스프링캠프로 향했던 두산 베어스 김택연(20)이 다시 호주로 떠난다. 입지는 달라졌지만, 마음은 그때 그대로다.김택연은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1차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호주 시드니로 출국했다. 1년 전에도 같은 비행기를 탔다.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지명된 그는 1라운더답게 1군 스프링캠프 티켓을 받았다. 1년 차 신인 중에 1군 캠프에 오른 건 그와 전다민 뿐이었다.인천고 3학년 시절 청소년 대표팀 에이스였던 김택연에 대한 기대는 스프링캠프를 소화할수록 높아졌고, 정규시즌 그 기대치를 100% 채웠다. 시즌 중 마무리 자리를 꿰차며 60경기 3승 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8로 팀 뒷문을 단단히 잠갔다. 시즌 종료 후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에 선발됐고 신인왕도 수상했다. 연봉은 무려 366.7%가 올라 1억 4000만원까지 올랐다. 소형준(KT 위즈)과 함께 고졸 2년 차 최고 연봉 타이기록을 썼다. 바쁘게 1년을 달리며 많은 걸 남겼지만, 김택연은 초심을 다지며 호주로 떠났다. 출국 전 취재진과 만난 김택연은 "또 1군 스프링캠프로 가게 돼 영광이고 기쁘다. 항상 내 자리는 없다 생각하고 경쟁하겠다"며 "지난해와 마음가짐은 똑같다. 팀에 좋은 투수도 많아졌고, 동기들도 많다. 안주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고 다짐했다.최고의 1년 차를 보냈지만, 마냥 방심할 순 없다. 김택연은 그를 향한 높은 기대치만큼 '2년 차 징크스'를 의심할 주위의 시선도 이겨내야 한다. 당장 그에 앞서 2023년 신인왕을 수상한 문동주(한화 이글스) 역시 2024년 7승 7패 평균자책점 5.17에 그쳤다. 2023년 첫 풀타임 시즌과 함께 두 차례 국제대회까지 소화한 그는 2024년엔 시즌 초부터 투구 밸런스 난조에 시달렸다.그보다 1년 앞서 신인왕을 수상한 정철원(롯데 자이언츠) 역시 기세를 잇지 못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와 2022년 4승 3패 3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한 정철원은 2023년 7승 6패 13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했고, 지난해엔 2승 1패 6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6.40에 그쳤다.물론 안정적 커리어를 이어가는 선배도 많다. 2021년 신인왕 이의리(KIA 타이거즈)는 3년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을, 2019년 신인왕 정우영(LG 트윈스)도 4년 연속 호투했다. 소형준이 2년 차 시즌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긴 했으나 3년 차인 2022년 13승 6패 평균자책점 3.05로 커리어하이를 되찾은 바 있다. 김택연도 꾸준함의 어려움을 안다. 김택연은 연봉 인상에 대해 "연봉이 한 번 올랐다고 계속 오르는 게 아니다. 더 오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주위에서도 중간투수는 3년을 꾸준히 잘하기가 어렵다고들 말씀 하신다"며 "올해 2년차 징크스도 언급되는데, 의식하지 않겠다. 매년 똑같이 경쟁하는 입장으로 시즌을 준비할 것"이라고 초심을 되새겼다.특별한 징크스만 없다면 김택연은 '최연소 마무리'의 길도 기대해볼 수 있다. 그가 지난해 기록한 19세이브는 2006년 나승현(당시 롯데)의 16개를 넘는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첫 시즌 출발만큼은 최연소 100세이브 기록 보유자인 정해영(KIA·데뷔 시즌 1세이브 11홀드)보다 빨랐다. 김택연은 "가장 큰 목표는 세이브왕"이라면서도 기록에 매달리지 않겠다고 햇다. 그는 "지난해 첫 풀타임 시즌을 치렀다보니, 올해 풀타임을 또 치를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다. 다치지 않고 한 시즌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김택연은 "마무리라는 보직은 홀로 기록을 만들 수 없다. 모두가 하나가 돼야 세이브가 만들어진다. 풀타임을 뛰면서 선배님들, 형들이 많이 도와주시면 좋겠다"며 "가장 큰 목표야 세이브왕이다. 하지만 (기록) 욕심보다는 부상 없이 공을 던져야 한다는 마음을 새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다짐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5.01.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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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제약 시상식] '신인상' 김택연 "잘한다는 보장 없어, 자신 말고 내년 준비"

두산 베어스 김택연(19)이 신인상을 받았다. 그는 올 시즌 60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다. 인천고를 졸업한 그는 지난 2024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데뷔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인천고 3학년 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18세 이하 야구 월드컵)에 출전해 대회 최우수 구원 투수로 뽑힌 그는 데뷔 전 일본프로야구(NPB), 메이저리그(MLB) 팀과의 연습경기에서 호투했다. 3월 23일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데뷔한 그는 1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다. 2군에도 다녀왔다. 성장통이 길지 않았다. 4월 1군에 돌아온 그는 빠르게 필승조로 안착한 뒤 6월 마무리 승격까지 해냈다. 수직 무브먼트를 갖춘 150㎞/h 강속구로 1군 타자들을 제압했다.김택연은 고졸 신인 마무리 투수로 리그에 새 기록을 남겼다. 7월 23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그는 최연소 단일 시즌 10세이브(19세 1개월 20일)를 기록했다. 이어 8월 2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17호 세이브를 거둔 그는 나승현이 가지고 있던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2006년 16개)을 경신했다. 김택연은 "내년에도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 너무 자신하지 말고 내년을 준비하겠다"며 "올해 가을야구는 갔지만, 아쉽게 끝났다. 내년에는 가장 늦게까지 야구할 수 있게 나도, 팀도 노력하겠다. 계속 마무리 투수를 맡게 된다면 세이브 타이틀을 받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당찬 소감을 전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12.0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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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김택연 “개막전 엔트리, 당연히 노린다”…필승조 깜짝 발탁 가능할까

"시범경기,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고 싶다. 목표로 잡는 게 당연하다."김택연(19·두산 베어스)이 당찬 각오를 남기고 호주 스프링캠프로 떠났다.김택연은 지난해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에 지명됐다. 모처럼 두산이 상위 순번으로 뽑은 '특급 신인'이다. 두산은 지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올랐고, 그에 앞서 21세기 들어 꾸준히 가을야구에 나갔다. 상위 순번 유망주 수급이 어려웠으나 2022년 9위로 추락했다. 떨어진 성적은 뼈아팠으나 그만큼 높은 지명권을 받았다.그 선택지가 바로 김택연이었다. 김택연은 인천고 3학년이던 지난해 고교야구에서 13경기 64와 3분의 1이닝 동안 7승 1패 평균자책점 1.13 97탈삼진의 특급 성적을 냈다. 마산 용마고 장현석(LA 다저스) 장충고 황준서(한화 이글스)와 함께 일찌감치 빅3로 꼽혔다.특히 청소년 대표팀에서 존재감이 컸다. 미국전 선발로 7이닝 9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두는 등 존재감을 드러냈다. 시속 150㎞가 넘는 최고 구속, 선발과 불펜에서 에이스다운 투구를 펼친 그를 두산은 고민 없이 선택했다.두산의 기대는 스프링캠프 합류에도 드러난다. 신인 선수들, 특히 투수는 길게 보고 키우는 두산이 이례적으로 그를 이번 캠프 명단에 포함시켰다. 당장 지난해 캠프 명단에서 신인은 대졸 포수 윤준호가 전부였다. 앞서 2022년 캠프에서는 단 한 명도 없었고, 2021년에는 1차 지명 유격수 안재석만이 1군 캠프에서 출발했다. 올해는 김택연과 함께 신인 대졸 외야수 전다민도 합류한다. 전다민은 빠른 발 덕분이고, 김택연은 이승엽 감독이 두 눈으로 그 잠재력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출국 전 취재진과 만난 김택연은 "1군 캠프에 갈 줄은 몰랐다. 좋은 선배님들, 형들이 많아 많이 배우고 오고 싶다. 가게 된 것 자체가 기분 좋다"고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학창 시절을 포함해 첫 해외 전지훈련이라고 웃은 그는 "의식하지 않으려 했는데 공항에 오니 더 설렌다. 막상 와 보니 더 긴장된다"고 했다.핵심은 컨디션이다. 김택연은 지난해 청소년 대표팀에서 맹활약했지만, 5연투를 기록하며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섰다. 두산은 지명 후 그를 관리하며 회복에 전념하도록 했다. 김택연은 입단 후 하프 피칭까지만 단계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치님께서 밸런스가 좋아 보인다면서도 무리하지 말라고 하셨다. 마운드에서 던지는 건 5개월 만이었는데, 다시 적응하면서 강한 힘을 쓰는 데 중점을 뒀다”며 "확실히 쉬면서 몸을 만드니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무리 오는 곳도 없고, 휴식하면서 올 시즌을 잘 준비할 수 있었다. 쉬길 잘 했다"고 돌아봤다.두산의 내로라하는 선배들과도 함께 땀을 흘리게 됐다. 특히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와 만나게 된 것에 대해 그는 "정말 기대되고 영광스럽다. 한국 최고의 포수고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포수다. 함께하는 것 만으로도 경험이 될 것 같다. 하루 빨리 같이 공을 던지고 맞춰보고 싶다"고 말했다.1군 진입이 스프링캠프에 그쳐서는 안 된다. 김택연에게 목표를 묻자 "시범경기, 개막 엔트리 합류를 목표로 잡는 건 당연하다"며 "다만 안 다치는 게 첫 번째다. 몸에 이상만 없다면 1군 엔트리에 들고 싶고, 개막전부터 붙어 있으면서 계속 1군에 남고 싶다"고 다짐했다.이승엽 감독은 스스로 프로답게 캠프를 소화하라고 주문했다. 이 감독은 "프로라면 말이 필요없다. 그정도 페이스 조절은 알아서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 정도 페이스 조절을 하지 못한다면 1군 캠프에서 같이 할 수 없다. 트레이닝 파트, 코칭스태프, 선배가 있기 때문에 오버 페이스를 할 일은 없을 거 같다"고 말했다.개막 엔트리에만 든다면, 기대 이상의 첫 시즌을 보낼 수도 있다. 지난해 불펜 부족에 시달린 두산은 김택연과 같은 강속구 투수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승엽 감독은 "마무리는 정철원이 유력하다"면서도 "개막 전까지 상태를 보고, 컨디션이나 구위도 점검하겠다"며 "백승우, 이병헌, 최지강 등 젊은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고 했다. 구위라면 김택연도 이들에게 밀리지 않는다. 청소년 대표팀 때 모습을 보여준다면, 두산으로서는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2.01 11:12
프로야구

최고 158㎞까지, 150㎞ 이상 투수만 6명…한국 야구 이끌 차세대 주역

덕수고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3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한국 야구를 이끌 차세대 주역들이 등장했다. 1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이번 대회 결승전에서는 덕수고가 강릉고에 5-4, 9회 말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이날 덕수고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정현우는 6과 3분의 2이닝 동안 1피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정윤진 덕수고 감독은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한다. 정말 기량과 인성 모두 가르칠 게 별로 없는 최고의 선수다. 오늘 우승의 일등공신이 아닌가 싶다"라고 평가했다. 강릉고 선발 투수 박지훈의 투구도 대단했다. 이제 막 고교에 입학한 1학년 투수의 데뷔전 무대가 결승전이었는데, 7이닝 6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최재호 강릉고 감독은 "비록 경기는 졌지만 좋은 투수 한 명 발굴했다. 신입생답지 않게 밸런스가 좋고 짧은 기간 급성장했다"라고 성장을 기대했다. 한국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3회 연속 1라운드 조기 탈락했다. 특히 마운드에서의 전력 격차를 확인했다. 향후 국제대회에서 선전하려면 마운드가 탄탄해야 하고, 이를 위해 새 얼굴의 등장이 필요하다. 이번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인 93개 팀, 약 3500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이번 대회에서 최고 시속 150㎞ 이상을 던진 투수만 총 6명이다. 마산용마고 3학년 우완 투수 장현석은 최고 시속 158㎞ '광속구'를 던졌다. 3학년 우완 인천고 김택연과 서울고 이찬솔은 최고 시속 152㎞를 찍었다. 강릉고 조대현은 151㎞, 장충고 황준서·육선엽은 최고 시속 150㎞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드래프트 상위권 지명이 예상되는 서울고 전준표와 부산고 원상현(이상 149㎞) 휘문고 김휘건·장충고 김윤하(148㎞) 등도 빠른 공을 던졌다. '강릉고 오타니'로 불리는 조대현은 별명답게 투타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이번 대회 타자로 7경기에서 타율 0.481(27타수 13안타) 9타점을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6경기에 나와 2승 평균자책점 0.00을 올렸다. 20과 3분의 2이닝을 던지는 동안 2실점했지만, 모두 비자책이었다. 지난 9일 강력한 우승 후보 장충고와 준결승전에서 5이닝 2실점(0자책) 호투로 결승행을 이끌었다. 강릉고는 육청명이 재활 중인 가운데, 에이스를 맡고 있는 조대현은 준결승전에서 82구를 던져 투구 수에 따른 휴식일 보장(3일 휴식) 규정에 따라 결승전 등판이 불가능했다. 경북고에서 투타 겸업 중인 전미르는 이번 대회 4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2.64를, 타자로는 5경기서 타율 0.286 7타점을 기록했다. 인천=이형석 기자 2023.04.12 00:03
야구

SSG, 인천고 투수 윤태현 1차 지명…"선발진의 미래다"

SSG가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인 인천고 3학년 윤태현(18)을 2022시즌 1차 지명 신인으로 선택했다. SSG는 23일 이같이 밝히면서 "선발투수로서 윤태현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팀 창단 후 최초로 사이드암 투수를 1차 지명했다"고 설명했다. SSG에 따르면, 윤태현은 키 190㎝, 몸무게 88㎏의 좋은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최고 시속 143㎞ 직구를 던진다. SSG는 "수준급 구위와 볼끝 무브먼트가 강점이다. 스트라이크존 좌우 로케이션을 활용한 안정된 제구력을 갖췄고, 경기 운영 능력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윤태현은 고교 3년간 통산 89이닝을 던져 9승 2패, 평균자책점 1.62, 탈삼진 91개, 사사구 21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인천고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2학년인 그가 3학년들을 제치고 고교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최동원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SSG는 "윤태현은 기량이 훌륭한 데다 성실하고 모범적인 생활 태도도 갖췄다. 입단 후 체계적인 훈련과 프로 적응 과정을 거치면, 앞으로 팀의 미래를 책임질 선발투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잠실=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2021.08.23 16:04
야구

인천고 2학년 윤태현, '제3회 대선 고교 최동원상' 수상…"심장이 터질 것 같다"

인천고 2학년 사이드암 윤태현(17)이 고교 최고 투수로 선정됐다. '최동원상'을 주관하는 최동원 기념사업회는 10일 오후 '제3회 대선(大鮮) 고교 최동원상 수상자로 인천고 윤태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강릉고 김진욱·엄지민, 평택 라온고 송재영, 정읍 인상고 나병훈을 비롯해 쟁쟁한 유망주들이 후보군에 올랐고 최종적으로 윤태현이 선택받았다. 윤태현은 올해 고교야구 주말리그와 전국대회 등 총 10경기에 등판해 5승 평균자책점 1.05를 기록했다. 최근 인천고를 봉황대기 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최우수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인천고가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건 2004년 이후 16년 만이었다. 강진수 최동원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올해 고교 최동원상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후보 기준을 다소 탄력적으로 적용했다"며 "심사위원들이 후보 학생 선수들의 시즌 성적과 팀 기여도 등을 종합 평가했다"고 밝혔다. 참고로 지난해까지 '고교 최동원상' 후보 기준은 등판 경기수 15경기 이상, 투구이닝 60이닝 이상, 다승 5승 이상, 평균자책점 2.60 이하, 탈삼진 60개 이상이었다. 윤태현은 프로야구 스카우트 30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20표를 받았다. 지난해 수상자인 강릉고 김진욱이 8표, 같은 학교 2학년 엄지민과 마산용마고 3학년 이기용이 각각 1표씩을 얻었다. 윤태현은 "수상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았다. 후보로 오른 것만 해도 영광인데 수상까지 했다니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며 "부족한 저를 지도해주신 모든 지도자분과 함께 고생한 학교 친구들, 무엇보다 혼신의 뒷바라지를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프로에 간다면 거기서도 더 훌륭한 투수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프로선수로서 '최동원상'을 다시 한번 수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한편 '대선 고교 최동원상' 상금은 1000만원이다. 대선주조(주)가 후원하는 1000만원 중 수상자인 윤태현에겐 장학금 500만원, 소속 학교 인천고에 500만 원이 지원된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11.10 14:46
야구

키 171cm의 '뛰어야 사는 남자' 그래도 행복한 LG 신민재

171cm·64kg. 작은 체구의 LG 신민재(23)는 '뛰어야 사는 남자'다.주로 경기 후반 1~2점 차 박빙의 순간, 그라운드를 밟는다. 빠른 발을 활용해 베이스를 훔치고, 홈 플레이트를 찍는 '조커 역할'이 그의 주된 임무다. KBO 리그를 대표하는 강명구(삼성 코치) 유재신(KIA) 등을 이어 '대주자'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그다. 주루코치를 오랫동안 맡았던 류중일 LG 감독은 그의 발견과 활약에 자주 박수를 친다.그라운드를 밟는 순간은 짧지만 임팩트는 강렬하다. 신민재는 지난 7일 고척 키움전에서 빠른 발을 마음껏 활용해 팀의 대역전승을 견인했다. 9-10으로 뒤지던 9회 무사 1루에서 대주자로 기용된 그는 조상우의 원바운드 공에 재빨리 2루로 내달려 세이프가 된 주루 능력을 선보였다. 1사 3루에선 김용의의 2루수 땅볼 때 지체 없이 홈으로 뛰어들어 세이프를 만들었다. 14경기째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 오던 조상우를 흔들어 놓은 득점이었다. 덕분에 LG는 12-10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올렸다.4월 16일 창원 NC전에선 2-2로 맞서던 연장 11회초, 선두 타자 유강남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자 대주자로 투입돼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신민재는 이어진 무사 1·2루에서 희생번트 작전 때 김용의가 배트에 공을 맞히지 못해 횡사할 뻔했으나 주저하지 않고 3루로 뛰어 세이프됐다. 김용의의 내야 땅볼은 전진 수비 중이던 NC 유격수 노진혁이 공을 잡아 힘차게 홈으로 뿌렸으나 신민재의 발이 더 빨랐다. 3-2로 역전한 LG는 단숨에 분위기를 가져와 7-2로 이겼다. 그는 "군 제대 이후 어떻게 하면 팀에 도움이 되고 내 장점을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요즘은 대주자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 신경 쓴다"고 얘기했다. 신민재는 빠른 발에 자신감이 있다. "100m는 10초80, 50m는 5초 후반에 찍는다. 누상에서 플레이는 모르겠는데, 100m는 KBO 리그 선수들 가운데 가장 빠르게 달릴 자신이 있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 시절부터 감독님의 조언으로 3학년 선배들과 함께 뛰며 주력이 좋아졌다고 한다. 대주자는 자칫 '실수할까 봐'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라운드를 밟는 시간이 적어 이를 만회할 기회도 적다. 육성선수 출신으로 입단 5년 만에 처음 1군을 경험 중이지만, "대주자로 나가는 게 재밌다. 특별히 긴장하지는 않는다. '점수를 얻으면 팀이 더 해 볼 만하다' '오늘 이기겠다'는 생각에 즐겁다"며 강심장을 내비쳤다. 지난달 NC전에서 횡사 위기에 대해서도 "운이 좋았다. 그래도 위축되진 않았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개막 엔트리에 등록돼 지난 27일까지 타석에 들어선 것은 고작 16차례에 불과하다. 대주자 역할에만 그치는 것이 아쉬울 수 있으나 신민재는 고개를 내젓는다. 그는 "지금 경기에 나가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타석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천고를 졸업한 그는 2015년 두산과 육성선수 계약을 했다. 하지만 2015~2016년 단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군 복무 중이던 2017년 11월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그를 눈여겨본 LG가 마지막 3라운드에 '신민재'를 지명했다. 군 제대 이후 팀에 합류한 그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고, 단 한 번의 1군 엔트리 제외 없이 계속 뛰고 있다. 우투양타인 그는 요즘 좌타자에만 집중하며 타율 0.375(16타수 6안타) 4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언제 타석에 들어설지 몰라 홈경기 시에는 오전부터 나와 방망이를 돌린다. 한정된 역할, 적은 기회에도 신민재는 요즘 행복하다. 연이은 실책으로 주전 2루수 정주현이 2군에 내려가면서 신민재에게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다. 그는 "1군 등록이 목표였는데, 대주자로 팀에 기여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짜릿한 득점을 올리고도 겉으로 파이팅하지 못하고 속으로 '잘했어' 정도로만 칭찬한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토록 고대해 온 1군 무대, 신민재는 이제 힘차게 첫발을 내딛었다. 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tbc.co.kr 2019.05.29 05:50
야구

김재환이 중3 꿈나무에게 비법 전수한 사연

"어제 TV로 보던 선수가 지금 제 눈앞에 있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아요."까까머리 중학생 야구선수는 연신 말문이 막혔다. 마치 요즘 한창 인기 있는 걸그룹 멤버라도 만난 것처럼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워했다. 고개를 숙인 채 눈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후배의 모습에 선배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파주 금릉중 3학년에 재학 중인 포수 권순욱(15)군이 "평소 가장 좋아하는 선수"라는 김재환(29·두산)과 마주 앉은 날의 풍경이다.일간스포츠와 조아제약㈜이 공동 제정한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은 지난해부터 저소득층 유소년 선수 및 야구 재단을 후원하는 '야구에게 희망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월간 MVP 수상 선수의 이름으로 매월 유소년 야구선수에게 100만원을 지원한다. 김재환은 7월 조아제약 월간 MVP로 선정됐다. 7월 20경기에 출전해 타율 0.434 9홈런 24타점을 올렸다. 타율과 홈런은 이 기간 리그 1위. 타점도 KIA 최형우, 삼성 구자욱과 공동 1위다. 월간 출루율(0.506)과 장타율(0.855) 역시 10개 구단 타자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는 1.361에 달했다.심지어 7월 26일 수원 kt전부터 지난 9일 잠실 한화전까지 13경기 연속 타점을 기록했다. KBO 리그 역대 최다 연속 경기 타점 기록(종전 11경기)을 갈아 치웠다. 김재환과 권군이 만난 9일은 김재환이 12경기째 연속 타점을 올려 신기록을 작성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권군은 "처음부터 끝까지 게임을 다 보면서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며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했다.김재환은 수줍어하는 권군에게 먼저 살갑게 다가갔다. "왼손이냐, 오른손이냐" "포지션은 무엇이냐" "학교에선 몇 번을 치느냐"고 차근차근 질문도 던졌다. 권군은 "오른손 타자다" "투수를 하다 팔꿈치에 핀을 고정하는 수술을 받아서 지금은 포수로 뛴다" "주로 3번과 4번을 맡는다"고 답변했다. "지금 키가 177cm다"라는 권군의 말에 "중3인데 그 정도면 엄청 큰 것이다. 나는 그때 169cm였다"고 기운을 북돋아 줬다.한창 성장기인 권군은 요즘 키 때문에 고민이 많다. 지금은 또래보다 크지만, 혹시 이 상태에서 멈춰 버릴까 봐 걱정하고 있다. 김재환은 그런 권군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키가 크려면 벌써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너무 많이 하면 안 된다"며 "나는 성장이 조금 늦은 케이스다. 중학교 3년간 7cm씩 컸고, 그러다 고등학교에 간 뒤에도 5cm씩 꾸준히 자랐다. 군대에 가서도 계속 키가 커졌다"고 했다.학창 시절 시도해 봤던 '민간요법'도 알려 줬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건 아니지만, 부모님이 중학교 때 축구 골대 아래서 점프해 손으로 바를 찍는 훈련을 하루에 100개씩 시키셨다"고 귀띔했다. 또 "학교에 갈 때 어머니가 검은콩 두유를 들고 문앞에 서 계셨다. 맛이 없어서 내가 안 먹으려고 하면 아예 학교에 안 보냈다"며 "실제로 '재환이가 두유를 안 먹어서 학교에 못 갈 것 같다'고 전화하신 적도 있다"고 웃어 보였다. 권군은 곧 고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 프로 선수가 되는 길목에서 가장 중요한 3년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김재환은 권군의 손을 뒤집어 손바닥을 살펴보더니 장난스럽게 혀를 끌끌 찼다. "중3 학생 손바닥이 이러면 안 된다. 굳은살이 더 박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솔직히 우리나라 중·고교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비결 중 하나는 그 시기에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운동을 훨씬 많이 하기 때문"이라며 "성인이 되면 신체 조건부터 외f국 선수들을 따라가기 어렵다. 어릴 땐 확실히 연습량이 많은 게 나중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주변에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있다면 '벤치마킹'을 하는 게 좋다는 충고도 했다. 김재환은 "뱀의 머리보다는 용의 꼬리가 낫다. 잘하는 사람들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실력에 큰 도움이 된다"며 다시 한 번 학창 시절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처음 고등학교(인천고)에 가서 1년 선배였던 SK 이재원 형과 항상 캐치볼 파트너였다. 그때 내 키는 170cm밖에 되지 않았고, 형은 이미 키 185cm에 몸무게가 100㎏ 가까이 나갈 때였다"며 "캐치볼할 때 나는 죽을 힘을 다해 던지는데, (이)재원이 형은 가볍게만 던져도 공이 '퍽퍽' 하고 날아오는 거다. 그래서 밸런스를 맞추려고 나도 따라 하다 보니 함께 (실력이) 늘었다. 그 후로 재원이 형이 하는 건 다 따라 했다"고 귀띔했다.이어 "나는 두산처럼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 팀에서 뛴 게 내게 분명히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정말 잘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해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따라 하다 보면 자기만의 것이 생긴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권군은 "우와" 하는 감탄사를 곁들이면서 김재환의 한마디, 한마디를 머릿속에 새겼다.권군은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다. 이미 팀에서 중심타자를 맡는 데다, 시속 130㎞가 넘는 공을 던지던 투수 출신 포수라 도루 저지에 강점도 있다. 2학년이던 지난해 경기도협회장기 중학야구대회에서 타율 0.750를 기록해 타격상도 받았다. 게다가 가족도 야구에 조예가 깊다. 아버지가 권혁돈 전 신일중 감독이다. 필라델피아 김현수와 KIA 나지완이 신일중 시절 권 감독의 제자였다. 권 감독은 "정말 소중한 기회다. 이렇게 프로에서 성공한 선배에게 직접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고마워했다.내내 쑥스러워하던 권군은 헤어질 시간이 되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재환 선배님 덕분에 장학금도 받고 이렇게 좋은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정말 감사하다. 더 훌륭한 선수가 되시기를 응원하겠다"는 인사를 건넸다. 김재환도 "앞으로 부상만 당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해서 좋은 기회가 되면 함께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김재환과 권군 모두에게 뜻깊었던 만남.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여운은 오래 남았다. 배영은 기자 사진=두산 제공 2017.08.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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