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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이탈리아 축구의 인종차별은 일부의 일탈이 아니다②

2019~20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의 2라운드 경기에서 인터 밀란은 칼리아리를 만나 후반 중반까지 1-1로 팽팽히 맞섰다. 후반 27분 인터 밀란은 페널티킥을 얻어 냈고, 벨기에 국가대표이자 아프리카 콩고 혈통을 가진 로멜루 루카쿠가 키커로 나선다. 그러자 칼리아리의 홈구장 관중석에서 ‘원숭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흑인인 루카쿠를 겨냥한 인종차별 행위였다. 야유에도 킥을 성공한 루카쿠는 세리모니 대신 항의의 표시로 관중석을 쳐다봤다. 경기 후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축구가 인종차별과의 싸움에서 후진(going backwards)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러한 차별에 강력 대응을 촉구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인종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강한 처벌도 불사하고 있다. 따라서 칼리아리는 팬들의 원숭이 구호로 벌금이나 승점 감점 등 징계를 받아야 할 처지였다. 하지만 이탈리아축구협회(FIGC)는 시끄럽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관중이 명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어 ‘인종차별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신 FIGC는 파르마와의 경기에서 칼리아리 팬들이 경기장에 병을 투척했다며 5000유로(665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FIGC는 인종차별은 묵과한 대신, 병을 던진 행위에만 벌금을 부과한 것이다. 인터 밀란의 팬클럽 중 하나인 ‘쿠르바 노드(Curva Nord)’가 루카쿠에 보낸 공개편지는 충격적이다 못해 어이가 없다. 이들은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며 칼리아리 팬들도 마찬가지”라고 밝히며, “인종차별이 심각한 북유럽과는 다르게 이탈리아에는 그러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원숭이 구호는 인종차별이 아니며, 도리어 루카쿠를 향한 ‘존경의 형태(form of respect)’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편지는 “우리는 항상 그러한 방식으로 응원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끝을 맺었다. 일부 극단적인 팬들만 이런 황당한 사고방식을 가진 것이 아니다. 이탈리아 축구를 규제하는 기관에도 인종차별은 뿌리 깊게 퍼져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FIGC 회장 선거 유세 중 나온 발언이다. 카를로 타베키오는 자국 프로 축구에 외국인 선수가 너무 많다고 비판하며 "이전에는 바나나를 먹었던(previously ate bananas) 선수들이 1군 선수가 됐다"고 언급했다. 이런 발언에도 불구하고 타베키오는 축구협회장에 선출됐고, 유럽축구연맹(UEFA)은 그에게 6개월 자격 정지를 내렸다. 2019년 9월 밀라노에 본사를 둔 TV방송국 해설위원인 루치아노 파시라니는 인터 밀란의 루카쿠 영입은 성공이었다며 그의 재능을 칭찬하는 듯했다. 하지만 파시라니는 상대 팀이 루카쿠를 막기 위해서는 ‘10개의 바나나’를 피치에 던져, 그의 주의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막말을 던졌다. 꼭 이렇게 사람을 원숭이에 비교하거나 바나나를 언급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일까? 인종차별을 연구한 사회학자 마우로 발레리에 의하면 이탈리아 축구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곧잘 “말은 아프지 않다(words don’t hurt)”고 말한다고 한다. “세 치 혀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유소년 축구에도 인종차별이 상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2017년부터 두 시즌 동안 유소년 축구에서 보고된 차별사례는 약 80건이었다. 문제는 세리에A나 B에서 인종차별이 벌어지면 그나마 주목을 받지만, 하위 리그나 유소년리그에서 벌어지는 차별은 그냥 묻힌다는 것이다. 특히 유소년 경기는 증거를 기록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는 경기장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인종차별 문제를 공론화하기 더 어렵다고 한다. 분명 인종차별적인 구호가 관중석에서 나왔지만, 이들은 이를 차별이라 생각하지 않기에 심각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한참 성장하고 있는 유소년 선수들에게도 자행되는 인종차별적인 폭언은 너무 가혹하다. 잉글랜드·프랑스 등과 달리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에는 흑인 선수가 거의 없다. 아프리카 가나 혈통의 마리오 발로텔리는 천부적인 재능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대표팀 에이스에 오른 특별한 선수였다. 그런 발로텔리마저도 역겨운 인종차별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그는 2019년 세리에A로 복귀할 때 “제가 마지막으로 여기 있었을 때 있었던 일들이 반복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하며, 이탈리아가 그동안 변했기를 소망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참다 결국 터진 발로텔리는 원숭이 구호를 외친 베로나 관중석으로 축구공을 힘껏 차 버렸다. 이로 인해 그는 엘로 카드를 받았지만, 다른 나라 팬들은 발로텔리를 동정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이탈리아 사회는 발로텔리 같은 이민자의 자녀를 이탈리아인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실에 그들은 관심이 없다. 중요한 것은 피부색과 얼굴이다. 흑인이거나 아몬드 아이즈(almond eyes, 아몬드 모양의 눈으로 아시아인들의 눈을 의미)를 가진 사람은 진정한 이탈리아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2021년 유벤투스 여자축구팀은 아시아인을 조롱할 때 자주 쓰는 눈꼬리를 잡아당기는 트윗을 올려 구설에 올랐다. 이런 일은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다.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이 낮은 이탈리아가 얼마나 인종차별에 무감각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탈리아 사회에 만연한 인종차별을 축구장에서 추방하기는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인종차별적인 구호는 관중석 전체가 아니라, 일정 집단에서 나온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세리에A 축구장에 설치된 TV 카메라 등을 이용하면 인종차별적인 구호를 외치는 관중을 잡아낼 수 있다. 이들을 식별하고 처벌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문제는 아무도 그러한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데에 있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08.03 07:00
연예

"인류가 진화할수록 하얘지나?" KBS, 이번엔 인종차별 논란

왜색 논란에 휩싸이며 곤욕을 치른 공영방송 KBS가 이번엔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은 포스터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KBS는 지난 18일 허위 정보, 디지털 성범죄, SNS 알고리즘, 디지털 페어런팅, 가상 현실 등을 다룬 5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호모 미디어쿠스' 포스터를 공개했다. 포스터를 통해 미디어 환경에 따라 급변하는 인류의 모습을 표현했는데 유인원에서 인간으로 진화할수록 피부색도 유색인에서 백인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담으면서 문제가 제기됐다.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인류가 진화하면서 피부색이 하얘졌나?"라며 "다른 나라에서 이런 포스터가 나왔으면 엄청난 비난을 듣고 대표가 사과했을 수준인데 한국에서는 공영방송사에서 만든 인종차별적인 이미지가 버젓이 돌아다닌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자이너가 별 생각 없이 만들었더라도 최소한 몇 명은 확인, 승인하는 단계를 거쳤을 것 같은데 아무도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피부색에 대한 인종차별적 사고방식에 익숙하다는 얘기"라면서 "흰 피부에 대한 선호가 유난히 높은 아시아적 사고도 이런 차별적 태도에 일조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KBS는 진화 단계에 포함된 다섯 형태의 인류를 모두 동일한 색으로 수정한 포스터를 재배포했다. KBS는 19일 "어제(18일) 보내드린 호모 미디어쿠스 포스터 이미지는 수정 작업이 필요해 다시 제작할 예정"이라며 "어제 받으신 이미지는 사용하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KBS는 논란이 제기된 포스터를 사용하지 말아 달라면서도 인종차별 논란에 대한 사과 표명이나 구체적인 제작 경위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앞서 KBS는 지난 11일 설 특집으로 방송한 프로그램 '조선팝어게인'에서 일본 건축물을 무대 배경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KBS는 18일 입장문을 통해 "상상 속의 용궁을 표현한 이미지"라며 "용궁을 구현하기 위해 여러 레퍼런스와 애니메이션 등을 참고해 제작했다"고 해명했다. 또 같은 날 방송된 KBS 1TV 설 특집 '국악동요 부르기 한마당'에 대해서도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이에 KBS는 "'조선팝어게인'과 마찬가지로 용궁을 표현한 것이며 일본성을 의도적으로 카피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2021.02.20 09:54
스포츠일반

유럽 언론에 비친 '행복한 손흥민', 또 다른 인종차별?

“손흥민을 이곳에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서 흥분한 관광객 취급하지 말라”(Stop treating Son like a starstruck camera-wielder.) 유럽의 축구 블로그 ‘풋볼365(Football365)’가 소개한 한 현지 축구팬의 편지다. 편지의 내용은 유럽 미디어들이 쓰는 손흥민에 대한 기사가 다소 인종차별적이라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미디어에서는) 손흥민의 미소 짓고 있는 얼굴과 행복감에 찬 태도를 언급한다. 손흥민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갖고 있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게 그에게만 있는 특별한 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백인 선수라면 이런 식으로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The continuous reference to his smiling face and happy demeanour — While I don’t disagree that the guy has a very positive attitude to his job, I don’t think it is unique to him and I don’t think a Caucasian guy would receive the same commentary in the same way.) 해당 편지는 유럽 미디어들이 세계적 선수인 손흥민을 마치 영국에 여행 와 셀카봉 들고 다니며 신나게 사진 찍는 행복한 동양인을 바라보는 것처럼 다루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일부 아시아 나라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중시한다. 때로는 이 때문에 실제 가치보다 낮게 (혹은 높게)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손흥민은 그 이상이다. 그는 세계적인 선수, 아니 월드 클래스다. 그런데 (유럽 미디어들을) 그를 마치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동양인처럼 묘사한다.” (For all there is a big residual emphasis in parts of Asia about presentation, sometimes to the detriment of content or, this guy is way beyond that – he is international, if not actually world clas residual s, but the coverage of him (yours included I am afraid) has conformed to a caricature of the obsequious Asian that is just happy to be there.) 유럽 언론들이 손흥민이 얼마나 행복한지, 그리고 얼마나 잘 웃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다른 선수들에 대해선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그런 예를 더 찾아볼 수 있다. ‘더 텔레그래프(The Telegraph)’는 손흥민에 대한 기사에서 “A Valentine to Son Heung-min - the Tottenham forward who radiates joy(손흥민에게 보내는 발렌타인 메시지 - 기쁨을 내뿜는 토트넘의 포워드)”라는 제목을 달았다. 기사에선 “토트넘의 손흥민이 골을 넣을 때마다 축복의 시선이 쏟아지고, 억제할 수 없는 미소를 띄우는 선수의 기쁨은 마치 싫증내지 않는 아이 같다. (Gaze upon the bliss of Tottenham’s Son Heung-min whenever he scores a goal, the irrepressible smile of a player whose connection with the spontaneous joy felt as a child has not been jaded)”라고 묘사했다. 그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다른 선수들에 대해선 이렇게 쓰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손흥민이 얼마나 잘 하는지가 아니라 그의 미소와 그가 얼마나 행복해하는지를 먼저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유로스포츠(Eurosport)는 손흥민의 실력에 비해 찬사가 부족하다며 어쩌면 동양 선수에 대한 편견 때문일 수 있다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Heung-Min Son has arrived as a Spurs superstar... so where are the wider plaudits?” (손흥민이 (토트넘) 스퍼스의 슈퍼스타로 도착했다… 그런데 더 열광적인 찬사는 어디에 있는가?) “어쩌면 그의 깔끔한 태도 때문에 사람들이 (더 큰 찬사를) 미루게 되는 것일 수 있다. 어쩌면 그가 커리어 초반에 출전했던 큰 경기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더 나쁜 이유일 수도 있겠다 : 축구에 깊게 뿌리 박힌 사고방식에서는 동양인 선수들은 진정한 슈퍼스타(Galatico)보다는 조연 역할을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 (Perhaps it is the clean-cut attitude that puts some off. Perhaps it is the reputation earned earlier in his career that he goes missing in big games. Or perhaps it is something slightly more sinister; a deep-rooted mentality within football that Asian players are support stars at best rather than the true Galacticos.) 여기서 Galactico는 원래 레알 마드리드의 슈퍼스타라는 뜻인데, 요즘엔 모든 슈퍼스타를 가리키는 말도 그 뜻이 확장됐다. 하지만 손흥민은 경기마다 뛰어난 활약으로 동양인 선수에게 있을 지도 모르는 편견을 날려버리고 있는 중이다. 최근 손흥민이 영국 프리미어 리그 올해의 선수에 뽑힐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그의 활약이 더 높게 평가 받지 못하는 이유가 혹시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 때문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도 일부 팬들 및 언론들 사이에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일간스포츠 2019.02.2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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