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 이닝 2아웃, 나홀로 무안타···부상 후 타율 0.118 '최고 몸값' 롯데 유격수의 부진
롯데 자이언츠가 50억원(4년)을 투자해 영입한 자유계약선수(FA) 유격수 노진혁이 부상 이후 슬럼프에 빠져 있다.노진혁은 7월 이후 24경기에 출전해 타율 0.118(68타수 8안타)에 그치고 있다. 홈런은 없고, 타점은 4개뿐이다. 출루율(0.211)과 장타율(0.132)을 보면 더 떨어질 곳이 없다. 8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13일 만에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때려냈다. 그러나 다음날(9일)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서튼 감독은 "특별히 몸 상태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다"고 했다. 최근 부진으로 벤치의 신임을 얻지 못하는 것. 9일 경기 9회 초 대타로 나와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롯데는 이날 3-10으로 뒤진 9회에만 5점을 뽑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노진혁은 선두타자로 나와 뜬공 아웃됐고 타자일순으로 8-10 2사 1, 3루 역전 찬스에서 초구 외야 뜬공으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한 이닝에 두 개의 아웃 카운트를 당했고, 팀은 아쉽게 졌다. 10일 경기에서 노진혁은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노진혁을 제외한 선발 출장한 나머지 8명은 5회까지 일찌감치 최소 안타 하나씩을 뽑았다. 롯데는 시즌 3번째 선발전원안타 기회를 놓쳤다.
이번 FA 시장에서 '큰손'을 자처한 롯데는 노진혁 영입을 위해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다. 50억원은 당시 기준으로 FA 유격수 최고 계약이었다. 국가대표 출신 유격수 김재호가 2017년 두산 베어스와 맺은 4년 총 50억원의 총액과 동률을 이뤘다. 올해 초 오지환이 LG 트윈스와 6년 최대 124억원에 사인했지만, 이는 비FA 다년계약이다. 롯데는 유격수 딕슨 마차도(2020~2021)가 떠난 후 지난해 이학주(트레이드)와 박승욱(방출)을 데려왔다. 그러나 이 포지션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컸다. 계약 규모에서 노진혁에 대한 기대치를 알 수 있었다.
시즌 초반에는 노진혁의 영입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났다. 노진혁은 6월 중순까지 타율 0.273 3홈런 25타점으로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760으로 팀 내에서 가장 높았다. 내야진의 중심을 잡아 수비 안정에도 기여했다. 공수에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고질적인 허리와 옆구리 통증을 안고 있던 노진혁은 6월 15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3주 만인 지난달 5일 돌아온 노진혁은 이전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7월 초~7월 말 23타석 연속 무안타, 7월 말~8월 초 21타석 연속 무안타에 그치기도 했다. 부진이 길어지자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야수 니코 구드럼과 이학주를 유격수로 기용하기도 했다. 유격수 수비까지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 박승욱이 7월 이후 타율 0.308 맹타를 휘두르는 것과 노진혁의 부진은 크게 대조된다.
롯데가 노진혁에게 매력을 느낀 건 유격수 중에는 장타력이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지난해까지 그의 통산 장타율은 0.426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0.332로 뚝 떨어졌다. 최근 6년 연속 4할 이상의 장타율 올렸는데, 올 시즌엔 빨간불이 커졌다. 주전 내야수로 발돋움한 뒤 가장 낮은 장타율을 기록할 페이스다. 부상 전에는 노진혁은 클러치 능력과 함께 경기 후반 결정적인 순간의 타격이 돋보였다. 그러나 최근엔 득점권에서 찬물을 끼얹기 일쑤다. 공교롭게도 노진혁의 부진은 롯데의 하락과 궤를 같이한다. 5월까지 1~2위 LG 트윈스, SSG 랜더스와 선두 싸움을 펼치던 롯데는 6월 이후 팀 성적이 추락하고 있다. 힘겨운 5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노진혁도 자신의 역할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그는 7월 말 결승타를 치고 "우리 팀이 더 잘하려면 내가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활을 염원하는 그의 마음은 간절하지만, 부진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2023.08.11 1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