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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감독 밝힌 이병헌·안효섭 협업 이유 “지금 韓 살고 있는 한국인 이야기”

“처음부터 케이팝 영화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적인 흥행에 힘입어 매기 강 감독의 일문일답을 25일 공개했다.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케이팝 슈퍼스타인 ‘루미’, ‘미라’, ‘조이’가 화려한 무대 뒤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임팩트 있는 음악과 한국만의 고유한 특징들이 녹아 있는 디테일, 그리고 ‘케이팝 퇴마 액션’이라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신선한 장르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매기 강 감독은 케이팝을 소재로 한 계기에 대해 “애니메이션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우리 문화에 대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나온다면 너무 멋있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그러던 중 감독을 맡게 될 기회가 생겨서, 스토리를 구상하다가 이상하게도 악귀 디자인이 굉장히 멋있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이어 현실적인 여성 슈퍼 히어로를 구상하던 중에 ‘데몬 헌터’가 연상됐으며 “대부분 숨어서 하는 일이다 보니 정체를 숨기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고, 이때 케이팝이 떠올랐다”며 “케이팝이 들어가고 나니 뮤지컬이 되었고, 콘서트 배경 같은 스펙터클도 영화에 있어서 더 좋은 포인트가 될 것 같아서 케이팝이 소재가 되었다”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목소리 연기에 참여한 이병헌, 안효섭을 비롯한 한국 배우들과의 협업도 뜻깊었다고 밝혔다. 매기 강 감독은 “현재 활동 중인 한국 배우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 미션 중 하나였다. 한국계 미국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이어 “이병헌 배우가 사실 할리우드에 진출한 첫 한국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많이 존경스럽고 감사하는 마음도 있었다”며 “안효섭 배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전형적인 K-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와 함께 하는 것이 저희의 꿈이었는데, 안효섭과 함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와 캐릭터에 진정성이 부여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매기 강 감독 일문일답 전문Q.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의 인기와 화제에 대한 소감은?이 영화를 만들면서 많은 걱정이 있었습니다.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특히 한국에서 한국 분들이 어떻게 생각을 할까’에 대해 많이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데 반응이 너무 좋은 것 같아서 긴장이 좀 풀렸고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Q. 주위에서 작품의 인기에 대한 반응을 실제로 들으셨는지?한국에서는 사촌들과 식구분들이 유튜브나 기사를 많이 보내 주셔서 한국에서도 반응이 괜찮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 알던,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던 분들도 메시지와 DM이 오곤 합니다. 그리고 한국 제작진들도 한국 식구 분들에게서 많은 DM이 온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Q. 어떤 문화적 배경에서 자라 어떤 공부를 하셨고, 어떤 영화나 드라마, 책, 음악을 즐기시는지?저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제가 5살 때 아버지가 회사 일로 토론토에 가게 되셨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1, 2년만 캐나다에 있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생각을 했는데, 5년이 지난 후 부모님께서 그냥 캐나다로 이민을 하자고 결정을 내리셨습니다. 그래도 초등학교 때 여름방학은 모두 한국에서 보내며, 한국 사촌들과 놀고, 한국 텔레비전을 보고, 한국 음악을 듣고 자라서 한국의 팝 컬쳐를 많이 경험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저희 아빠는 영화 감상이 취미셨습니다. 그래서 구로사와나 펠리니, 키에슬로프스키와 왕가위, 채플린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이나 영화 제작에 관심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렸을 때부터 단편 영화를 굉장히 많이 써보면서 캐릭터 디자인이나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그래서 이 모습을 보신 부모님이 제가 예술 쪽으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을 하시고 이쪽으로 지원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제가 자란 토론토 근처에 쉐리던 컬리지라는 유명한 애니메이션 학교가 있는데요. 저는 이 곳에서 2D 애니메이션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쉐리던은 3학년 때 졸업 작품으로 단편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영화를 만들면 캐나다, 미국의 스튜디오들이 와서 리크루팅을 하는 ‘인더스트리 데이’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제가 졸업하는 해에는 드림웍스, 블루스카이, 니켈로디언 세 회사가 저희 학교로 왔습니다. 이 회사들과 다 인터뷰를 하고, 드림웍스에서 두 달 정도 후에 드림웍스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지원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수백 명의 지원자 중 6명을 뽑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다행히도 제가 선발이 되어서, 그때부터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드림웍스에서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10년 정도 일을 했고, 그 후 블루스카이, 워너 애니메이션, 일루미네이션에서도 근무를 했습니다. 워너에서 슈퍼바이저로 일을 하다가 스스로 감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오리지널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Q. 케이팝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와, 케이팝 아이돌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과정은?처음부터 케이팝 영화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애니메이션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우리 문화에 대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나온다면 너무 멋있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감독을 맡게 될 기회가 생겨서, 스토리를 구상하다가 이상하게도 악귀 디자인이 굉장히 멋있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돌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저승사자, 도깨비, 물귀신과 같은 이미지들은 해외에서 만드는 프로젝트에서는 나올 수 없는 이미지니까요. 그리고 슈퍼히어로 이야기는 요즘 많이 나오는데, 어떻게 이런 슈퍼히어로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섹시하고 터프하고 멋있는 여자 슈퍼히어로 캐릭터는 요즘 많이 등장하는데, 저는 조금 더 리얼한 여자 캐릭터를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웃기고, 약간은 바보 같고, 이상한 표정도 짓고, 먹는 것을 좋아하는,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저 같은 캐릭터를 보고 싶어서 그런 캐릭터를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데몬 헌터’는 대부분 숨어서 하는 일이다 보니 정체를 숨기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고, 이 때 케이팝이 떠올랐습니다. 케이팝이 들어가고 나니 뮤지컬이 되었고, 콘서트 배경 같은 스펙터클도 영화에 있어서 더 좋은 포인트가 될 것 같아서 케이팝이 소재가 되었습니다.Q. 작품 속 뮤지컬적인 요소에 한국 무속인들의 굿도 영향이 있었는지?굿이라는 건 음악과 춤으로 요괴들을 물리치는 것이다 보니, 이 영화의 컨셉과 딱 맞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 문화에 이미 있는 것인데, 아이디어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무당은 거의 다 여성이기 때문에 좀 더 연결이 잘 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굿이 최초의 콘서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당과 작품을 연결시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만들게 됐습니다.Q. 케이팝, 그리고 한국 문화가 이토록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온다고 생각하시는지?제 생각에 한국인들은 모두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하든 열정이나 감정을 다해서 하고, 이것을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요즘 K-팝이나 K-뷰티처럼, 뭐든 ‘K’가 앞에 들어가면 미국인들은 열광합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문화가 정말 훌륭해졌고, 이제는 전 세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문화구나’라는 것을 느껴서 이런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Q. 전반적인 음악 작업 과정은 어땠는지?저희는 작품 속 음악이 진정한 케이팝 음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전통적인 뮤지컬의 형태를 띄기 원치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예전의 뮤지컬처럼 캐릭터들이 자기의 감정을 노래하는 방식의 뮤지컬은 만들고 싶지 않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모두 케이팝 아이돌이다 보니 콘서트도 해야 하고, 자신들이 직접 노래를 써야 하기 때문에 이런 접근이 잘 맞아 떨어지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또한, 영화에 삽입되는 모든 음악들을 정말 수준 높고, 잘 만들어진 진정한 케이팝다운 음악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케이팝 레이블과 함께 협업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겠다고 생각했고, 제가 개인적으로 ‘원타임’ 시절에 테디 님의 팬이었기 때문에 더블랙 레이블, 그리고 테디 님과 협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특히 더블랙 레이블의 음악이 ‘헌트릭스’의 무드나 감성과도 잘 맞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이그제큐티브 음악 프로듀서이신 이안 아이젠드래스님도 합류하셨습니다. <위키드>, <백설공주>​의 실사 영화에 참여하신, 정말 스토리텔링을 잘 할 수 있는 분으로, 진정성 있는 팝 음악을 통한 스토리텔링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BTS나 트와이스 같은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는 분들도 합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장 케이팝 시장에 바로 음원을 발매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케이팝다운 음악으로 인지될 수 있을만한 음악들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습니다.그런데 어려웠던 지점은 아무도 케이팝 음악으로 뮤지컬을 해본 적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다보니 작곡가 분들이 곡을 쓰는 과정에서 7번, 8번까지 수정을 거치고 곡을 다시 쓰는 과정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중간에 갑자기 이야기가 바뀐다든가, 음악 자체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됐을 때 다시 돌아가서 수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그동안 케이팝 작곡을 해오신 분들에게는 조금은 어렵고 생소한 과정이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굉장히 다층적이고 복잡한 과정을 통해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음악들이 탄생했습니다.Q. 실제 한국 음악들을 선곡하게 된 과정과, 트와이스와 협업하게 된 계기 및 소감은?처음 영화를 만들 때 항상 스토리보딩이라고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이 때 모든 장면을 이미지화하고, 이 이미지를 편집실로 가져가서 목소리와 음악을 얹어 봅니다. 실제 성우 분들이 연기를 하시는 것은 아니고, 사실 대부분의 경우 스토리보딩 때 제가 성우 연기를 했습니다. 이 때 음악을 얹어보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음악으로 엑소와 멜로망스의 음악을 넣어봤는데 너무나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두 곡은 초기부터 정해져 있었고, 실제로 음악 라이센싱 과정과 새로운 스코어 작곡 과정을 거치며 이 두 곡은 너무 완벽해서 그대로 쓰면 좋겠다는 결정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트와이스의 ‘Strategy’ 같은 곡은 저희와 함께 일을 해왔던 파트너인 리퍼블릭 레코드 측에서 제안해 주셨습니다. 이전에 이 레이블에서 트와이스와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어서 제안을 해주셨는데, 이 제안을 듣고 너무나 기뻤습니다. 트와이스는 전 세계적으로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룹이고, 트와이스의 음악이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요소들이 저희 영화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와도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결국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고, 기운을 얻을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트와이스는 더없이 완벽한 파트너였습니다.‘Takedown’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그 곡을 부탁했다기보다는 트와이스 분들께 많은 노래 중에 어떤 곡을 커버하고 싶으신지 선택하실 수 있게 했고, 트와이스가 ‘Takedown’을 선택해 주셨습니다. 저희 팀은 이 협업에 대해 너무나 행복했고, 트와이스 분들과 참여하신 모든 분들도 너무나 만족해주셨으며, 트와이스 분들께서 영화도 재미있게 봐주시고 홍보도 함께 해주셔서 굉장히 훌륭한 파트너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 멤버들의 비주얼은 실제 케이팝 아이돌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멤버들의 비주얼은 어떻게 탄생했는지?디자인을 할 때 특정한 그룹이나 멤버를 레퍼런스로 삼지는 않았습니다. 저와 크리스 감독님, 다른 아티스트 분들도 모두 본인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캐릭터들을 누구처럼 만들고 싶냐는 논의를 할 보드를 만들었고, 이 보드는 결국 거의 모든 아이돌이 다 들어가서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시청자들이 ‘이 멤버는 누구다’를 연결시키는 전형적인 역할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떤 멤버는 막내고, 어떤 멤버는 몸이 좋고 이런 역할이 있기 때문에 여러 멤버들을 보고 영향을 받았고 굉장히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결국 디자인은 한 그룹에서 나온 것은 아니고, 모든 케이팝 그룹과 멤버들에게서 영향을 받아서 탄생하게 됐습니다.Q. 실제로 좋아하는 한국 배우나 뮤지션, 최근 재미있게 본 K-콘텐츠가 있다면?영화를 만들면서 바빠지기 전에는 드라마를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운 좋게도 ‘진우’ 캐스팅을 논의할 때 제가 을 보고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고 안효섭 씨의 팬이 됐고, 한 장면에서 안효섭 씨가 전화할 때 영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씬이 있었습니다. 이 장면을 보고 ‘아, ‘진우’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진우’의 역할로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남자 배우를 찾고 싶었는데, 영어를 완벽하게 해야 했기 때문에 캐스팅이 굉장히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안효섭 씨를 보고 ‘저 분은 ‘진우’다’라고 단번에 선점을 했습니다. 그리고 , 같은 드라마를 많이 보며 여기에서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나중에는 너무 바빠서 드라마를 잘 못 챙겨 보게 됐지만요.그리고 너무 바빠지다 보니 영화도 쉬운 영화들 위주로 보게 됐습니다.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이병헌, 이정재, 정우성, 신동엽, 유재석, 김윤진, 배두나, 전도연 씨 같이, 이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활동해오고 계신 분들을 많이 보고 자랐습니다.Q. 케이팝과 한국의 전통을 결합시킨 이야기가 탄생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이 영화는 최대한 한국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한 한 가지 방식은 모든 장면, 그리고 모든 디자인에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헌트릭스’ 멤버들의 모든 옷, 그리고 모든 장면마다 한국적인 요소가 다 반영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이 모든 것을 저 혼자 다 할 수는 없었고, 이 영화의 모든 분야, 모든 영역에 굉장히 많은 한국 분들의 손길이 들어가 있습니다. 모든 분들이 이렇게 한국적인 요소가 많이 담긴 작품을 만든다는 것 자체를 너무나 기뻐하셨고, 오랫동안 이런 작품을 기다려왔던 분들이기 때문에 미술, 애니메이션 같은 모든 요소에 있어서 한국적인 디테일을 가미하는 것에 흔쾌히 함께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캐릭터들이 영어로 대사를 말하지만, 마치 한국어를 할 때의 입 모양처럼 애니메이터 분들이 작업해 주셨습니다. 이런 것들도 모두 한국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그리고 캐릭터의 리액션 같은 것도 모두 한국 스타일로 생각하며 애니메이션 작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혼자서는 다 할 수 없었습니다. 어떨 때는 과자 포장에 한국어가 거꾸로 되어 있으면 제작진 분이 ‘이 장면에 글자가 거꾸로 되어 있다’고 말해 주시면 제가 고치고, 이런 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 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Q.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의 시각적 디자인은 어떻게 잡아 나가셨는지?디자인 컨셉을 시작할 때 아티스트 분들이 민화를 찾으셨습니다. 이런 민화의 호랑이 디자인이 유독 재미있기 때문에, 민화 호랑이 컬렉션 폴더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캐릭터를 어떻게 이용하고, 어떻게 쓸지는 몰랐습니다. 그러던 중에 ‘루미’와 ‘진우’가 만나서 대화를 해야 하는데, ‘진우’는 옛날 사람이기 때문에 문자를 보내는 건 이상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편지를 보내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호랑이가 ‘진우’의 편지를 ‘루미’에게 보내주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나와서, 호랑이가 편지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눈이 3개 달린 까치의 아이디어는 셀린 김이라는 아트디렉터님이 만들어 주신 것으로 기억합니다.Q. 한국 고유의 문화를 디테일하게 고증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셨는지?대부분의 경우 사실 저의 개인적인 어린 시절 경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제가 정말 좋아했던 음식들, 그리고 제가 애니메이션에서 보고 싶었던 음식들을 많이 추가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작품에서 한국의 모든 것을 담고 싶었습니다. 특히 음식은 한국 문화에서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잖아요. 음식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기 상당히 까다롭고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그리고 X에서 한 아티스트 분이 ‘수저 밑에 냅킨 까는 것은 내 아이디어였다’라고 올린 글을 본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이 분이 수저 밑에 냅킨을 까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이 부분을 꼭 추가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디자인을 할 때 팀원 10명 정도를 데리고 리서치를 위해 한국에 여행을 갔습니다. 여행을 통해 모든 부분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북촌 같은 경우에도 그 골목이 얼마나 가파른지와 같은 디테일은 그 로케이션에 직접 가봐야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이것을 직접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팀원들과 함께 한국에서 직접 리서치를 했습니다. 민속촌도 가보고, 명동 거리의 벽돌이나 길 디자인은 어떻게 생겼나 살펴보고, 느낌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그리고 제작진 분들이 모든 컨셉, 애니메이션에 한국적인 요소를 모두 녹여주셨습니다.Q.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국 배우들이 직접 더빙에 참여했는데 어떠셨는지?개인적으로 너무나 영광스러운 작업이었습니다. 특히 이병헌 배우와 함께한 작업이 너무나 영광스러웠고,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설레고 중요하다고 여겨졌던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이병헌 배우에게 이 이야기에 대해 피칭하던 때가 기억이 많이 납니다. 그 때 정말 많은 질문을 하셨고, 저희가 구상하고 있는 컨셉에 대해 너무 멋지고 좋다고 동의해 주셨고, 그 결과 성우로 참여해주시기로 결정하셨습니다.김윤진 배우도 마찬가지로 저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 예술적인 비전에 대해 굉장히 놀라워하셨습니다. 특히 단순히 현대의 한국을 그리는 작품일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에 대한 이야기도 녹아있다는 점을 특히 마음에 들어 해주셨습니다. 저희에게는 현재 활동 중인 한국 배우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 미션 중 하나였습니다. 한국계 미국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한국 배우들과 작업해야 이 이야기가 실제 한국 문화에 부합하는 정당한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개인적으로는 이병헌 배우님과 함께한 게 남다르게 특별했던 지점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병헌 배우가 사실 할리우드에 진출한 첫 한국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많이 존경스럽고 감사하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안효섭 배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게 전형적인 K-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와 함께 하는 것이 저희의 꿈이었는데, 안효섭 배우와 함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와 캐릭터에 진정성이 부여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Q. 각자의 결핍과 두려움을 가진 두 주인공인 ‘루미’와 ‘진우’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는지?저희 모두 이런 결핍과 두려움들을 많이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굉장히 오랫동안 한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가 있는데, 특히나 자신이 타인과 유대를 느끼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이 되고, 관계를 맺고자 하는 과정에서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가진 불안, 두려움 같은 부분들을 완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이를 이겨내고 극복하려는 노력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나’가 될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도 마음을 터놓고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Q.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만들어진 작품으로도 전 세계에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저는 문화적으로는 한국인이지만, 또 북미에서 자랐기 때문에 양쪽 세계에 다 발을 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그 두 세계를 화합해야 했습니다. 저는 영어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 방식이 저에게 맞는 방식이라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영어로 한국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독특하거나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렇게 문화적으로 온전히 한국적인 영화가 미국 회사에 의해서 제작이 된다는 사실은 한국 문화가 가진 강력한 힘을 나타내주는 증거와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 문화가 얼마나 많이 발전해 왔는지, 한국이 문화적으로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 대해서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6.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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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이정재 “언어 차이, 연기에 영향 無…공감이 중요” [일문일답]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수상으로 K 콘텐츠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주역들은 13일(한국시간)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74th Primetime Emmy Awards)(‘에미상’) 시상식이 끝난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에서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다 456억 원이 걸린 생존 게임에 참가한 성기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훤칠한 비주얼의 청춘 배우로 인기를 누렸던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을 통해 지질함을 입고 완벽 변신에 나서 전 세계의 호평을 이끌었다. 그 결과 이정재는 미국 배우 조합상 남우연기상을 포함해 다수의 해외 시상식에서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또한 이날 한국 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는 쾌거를 이뤘다. -에미상 시상식에 참석하게 된 소감은. “황동혁 감독과 김지연 대표, 넷플릭스 관계자들, 배우, 스태프들이 열심히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려 노력했다. 특히 감독님이 준비한 시나리오와 프로덕션 과정이 너무 훌륭했고, 그 훌륭한 세트장 안에서 연기를 생동감 있게 할 수 있었다. 훌륭한 제작 준비 과정과 우리의 생동감 있는 연기를 많은 시청자가 재밌게 봐준 것 같다. 촬영은 오래전에 끝났지만, 기억이 계속 새록새록 나면서 오늘의 영광까지 온 게 아닌가 싶다.”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소감은. “여기 와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비영어권 콘텐츠로 어떻게 그렇게 많은 관객에게 사랑을 받았냐’였다. 오늘 이 상을 받고 또 그 질문을 받았다. 연기자는 꼭 언어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법으로 표현한다.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오징어 게임’을 통해 증명한 것 같다. 어떤 주제와 이야기로 소통하는 방법은 많고, 많은 사람과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 ‘오징어 게임’이 그것에 답한 것 같아 기쁘다.” -한국어로 수상 소감을 한 이유가 있나. “시청자들을 항상 생각하며 일하기 때문에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금 시청자들이 무엇에 더 관심이 있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시는지를 잘 느끼려 한다. 그래야 시나리오에 반영이 되고 만들 때, 연기할 때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개봉이나 방송할 때까지 시청자만 생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시청자들의 마음에 흡족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다음 작품을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말로 꼭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스타워즈’ 시리즈 ‘어콜라이트’ 주인공에 캐스팅됐다. “‘스타워즈’는 너무 극비여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비행기 타고 오는 중에 핸드폰이 꺼져있을 때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사가 먼저 나와 나도 많이 놀랐다. 아직은 계속 이야기 하고 있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좋은 뉴스가 있을 것 같다.” 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2.09.13 18:58
연예일반

문근영 “감독 경험으로 세상 넓어져, 이정재 선배까지는 갈 길 멀다”[일문일답]

문근영 페이즈2라 불러도 좋다. 연출가에 이어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로 심사위원으로까지 발을 넓힌 문근영을 일간스포츠가 만났다. 문근영은 15일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안승균, 정평 등 동료 배우들과 만든 창작집단 바치의 프로젝트와 심사위원으로 영화제에 참석한 소회, 연출가 및 배우로서의 계획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놨다. -영화제 어떻게 즐기고 있나. “14일까지 한국경쟁심사 때문에 영화를 계속 봤다. 그러고 나서 다른 심사위원분들과 최종적으로 회의를 마쳐 수상작을 결정했다. 이제 조금 한가하다.” -심사위원으로 영화제에 참석한 심경이 남다를 것 같다.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기는 했다. 그런데 이번 영화제에서 만난 권해효 선배가 ‘너무 어렵고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마라. 어쨌든 너를 심사위원으로 뽑았다는 건 네 취향과 관점을 존중한다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해줬다. 나를 믿고 영화를 보면 된다는 좋은 말씀을 들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심사할 수 있었다.”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영화제가 정상화됐다. 관객들 보니 어떻던가. “사실 심사를 해서 거의 극장에 있기는 했는데, 다른 관에 많은 관객이 자리했다는 걸 알게 돼 반가웠다. 기분이 무척 좋더라. 영화계가 다시 부흥하는 때가 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더라.” -이번 영화제에서 ‘심연’, ‘꿈에 와줘’, ‘현재진행형’ 등 단편 연출작을 공개했다. “연출 작업이 재미있었다. 그동안엔 연기로만 무언가를 해소했던 것 같은데 직접 글도 쓰고 연출도 하니 많은 것들을 새롭게 배우게 됐다. 감독이라는 게 이렇게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자리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계속 배우로서만 바라보던 관점들이 다양하게 넓어졌다.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세 작품 모두 대사가 없던데.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면 ‘심연’의 경우 물속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자연히 대사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 촬영을 하고 나서 대사 없이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치의 첫 프로젝트는 대사 없이 눈빛과 표정, 움직임으로 전달하는 작품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두 번째 프로젝트도 구체화되고 있나. “아직 구체적인 단계는 아니다. 다만 두 번째 프로젝트에는 대사를 조금 넣을 생각이다. (웃음) 사실 이번 세 작품은 말이 없고 음악과 영상으로만 진행이 되다 보니 조금 직관적이지 않나.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조금 더 섬세하게 전달하는 연기를 담아 보려고 한다.” -‘심연’의 수중촬영은 어땠나. “전에 수중촬영을 해봤는데 그때 너무 재미있었다. 이번에도 재미있게 찍었다.” -최근 이정재가 ‘헌트’로 상업영화 감독 데뷔를 했다. 좋은 반응 얻는 선배 보며 좋은 자극을 받을 것 같은데. “나는 이정재 선배처럼 되려면 아직 한참 더 배우고 경험해야 한다. (웃음) 지금은 소소하게 조금씩 작은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벌써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계획이 있다면. “최대한 여러분께 많이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지금 하는 프로젝트도 잘 준비하고, 좋은 작품도 잘 찾고 싶다. 꾸준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연기자로서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 말 이미 많이 듣지 않았나. “더 듣고 싶다. (웃음) 가야 할 길이 너무 길다고 생각한다. 천천히 또박또박 긴 길을 걸어가고 싶다. 이런 시도, 저런 모험도 다 해보고 싶다. 약간 기대하지 않은 면모를 보시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시고 ‘아, 저 배우가 여러 고민을 하고 있구나’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2.08.16 12:14
영화

‘헌트’ 정우성 “이정재와 ‘아이구’ 하면서 액션 찍었죠”[일문일답①]

배우 정우성을 수식하는 문장에는 ‘짜릿하고 새롭다’는 게 있다. 그의 잘난 미모를 설명하지만, 이 문장은 데뷔 28년 차의 업력에도 해당될 듯 싶다. 개인차는 있겠으나 대체로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움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익숙한 것에서 오는 편함을 유지하려 하기에. 그런데 정우성은 역할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추구하는 쪽이다. 10일 개봉을 앞둔 절친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에 출연한 정우성은 친구의 손을 빌어 인생 캐릭터를 경신할 조짐이다. ‘헌트’는 군사정권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첩보 액션 영화다.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 사건을 마주하고 대립한다.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동반 출연이 성사되기까지 정우성은 세 번 거절하고 4번째 출연에 응했다. 이 영화에서 짜릿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준 정우성은 겸손하게 공(功)을 친구에게 양보했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사고초려(四顧草廬) 끝에 출연한 이유는. “(이정재를) ‘오징어 게임’에 출연시키기 위해 거절했다. 하하하. 우여곡절의 시간을 지켜보며 작품이 좋다, 나쁘다의 관점에서 거절한 게 아니다. 회사를 차린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외부적 시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회사 차리더니, 작품을 한다더니 둘이 출연한다와 같은 소리들. 작품의 본질에 대한 평가보다 외부의 시각을 의식한 허들을 넘어야 했다. 작품을 진행시키는데 장애 요소를 우리 스스로 만들면서 갈 필요는 없었다.” -이정재의 연출은 어땠나. “속으로 ‘고생 좀 해보시겠다’ 했다. 감독을 결정했을 때 나는 ‘보호자’를 촬영하고 있었다. 고된 상황을 아니까 선뜻 ‘하세요’라고 말을 못하겠더라. 본인이 도전을 선택했기에 온전히 조력자로서 도전을 잘 마무리하도록 해주고 싶은 입장이었다.” -이정재와 오랜만의 연기 호흡도 궁금한데. “감독의 짐도 버거운데 왜 바구니에 두 개의 계란을 넣으려 하나 싶었다. 시나리오를 계속 만지면서 이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의 무게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구나 생각했다. 그렇다면 외부의 시선을 이겨내고, 계란이 깨질지언정 후회없이 작업해보자 싶었다. 이정재의 감독 도전, 이정재와 정우성의 만남 같은 것은 다 던져버리고 치열하게 즐겨야 했다.” -원래부터 김정도 역을 제안받았나. “원작은 박평호의 원톱 스토리다. 박평호의 시점에서 영화가 시작한다. 그래서 박평호에 대한 이해의 깊이는 정재 씨가 제일이었다. 나는 김정도의 캐릭터에 대한 접근이 아니라 여러가지의 시선과 도전을 위한 산을 넘어야 했다. 수정된 시나리오는 온전히 스스로 존재할 수 없는 구조였다. 박평호와 김정도가 대치할 때 만들어지는 존재감이 영화에서 확인된다.” -현대의 역사를 다루는 점에서 부담은 없었는지. “내 1980년대를 생각하면 최루탄이나 재건축을 위한 도시정화 작업이 기억난다. 사당동 산꼭대기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 등하교 때 데모를 진압하던 최루탄 가스 냄새. 어릴 적이지만 그 기억이 희미하지 않다.” -정우성이 해석한 김정도는 어떤 인물인가. “5.18을 겪은 군인 출신의 안기부 요원이다. 김정도는 스스로를 객관화하면서 딜레마에 빠진 인물이다. 군이 행하는 폭력을 보며 군인의 본분이 무엇인지, 정당한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5.18은 민족에게 한을 남긴 사건이다. 나는 피해에 대한 울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했다.” -시대 고증을 위해 따로 준비한게 있다고 들었는데. “그 시대에 바르던 포마드나 옛날 빗을 준비해 외형적 모습을 갖추려 했다. 옛날에 쓰던 포마드가 요새도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일본에 노부부가 만드는 제품을 공수해 사용했다. 포마드를 발라 단정함을 보이는 것은 김정도가 자기의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정도로 보면 된다.” -뛰고 구르고 때리고 맞는 액션 연기를 하는데. “부상은 만약에 생기면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줄이기 위해 안전을 최우선시 하며 촬영했다. 맨몸 액션을 다치기 쉬워 조심했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더라. 둘이서 ‘아이구’ 하면서 계단신 등을 촬영했다.” 이현아 기자 lalalast@edaily.co.kr 2022.08.09 10:59
연예일반

장인 이정재가 한땀한땀 찍어 만든 ‘헌트’[일문일답]

어떤 영화가 안 그렇겠느냐마는 영화 ‘헌트’는 이정재의 눅진한 노력이 꽉 담긴 영화다. 배우로 30여년의 세월을 보낸 이의 감독 데뷔작이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을 터다. 이정재는 최근 ‘헌트’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무려 5년여 동안 준비했다며, 그러면서도 시나리오를 쓴다는 이야기를 밖에서 잘 하지도 못 했다고 털어놨다. 영화를 ‘제대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컸는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의 마음과 현장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의 고충, 평론가들의 비평까지 하나하나 귀에 새긴 작업기는 듣는 것만으로 절로 탄성이 나오게 했다. -영화 개봉이 코앞이라 바쁘고 일정도 힘들겠다. “영화 작업이 끝났기 때문에 진짜 힘든 건 끝이라고 본다. 나로서는 이 마무리가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당당하게 많은 개인적인 고민과 많은 분의 의견이 합쳐진 결과라고 얘기할 수 있다. 사실은 언론 시사회 이후에도 작업을 며칠 더 했다. 편집을 바꾼 건 아니고 사운드 적인 부분과 색 보정,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더 했다. 이제 정말 끝났다.” -감독으로서 상업영화 데뷔다. 작품에 만족하나. “전체적으로 보면 내가 의도했던 대로 마무리가 됐다. 많은 분의 의견을 받았다. 투자배급사, 블라인드 시사에서의 의견, 제작사 등. 예상하지 못 했던 의견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최대한 다 반영하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없어도 그분들 의견을 반영한 부분은 다 직접 보여드리고 확인시켜드렸다. 의견을 많이 받았고, 반영했고,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에 만족한다.” -왜 직접 감독을 맡을 결심을 했나. “아무도 이 영화를 찍어주지 않으니까. (웃음) 훌륭한 감독님이 맡아 찍어주셨다면 나야 좋았을 거다. 그런데 다들 고사를 하셨다. 사실 만들기 전에는 얼마나 만족할 수 있는 영화가 나올지 모르는 거겠지만, 시도는 해볼 만한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감독을 찾는 데 쓰는 시간이 아까워서 ‘나는 이런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는 마음을 보여주려고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 그러다 초고가 완성됐고, 수정고가 나왔다. 그 기간이 굉장히 길었다. 그 사이에 7편의 작품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내가 왜 여기에 이렇게 집착을 하고 이걸 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수차례 포기도 했다. (웃음) 그래도 완성고가 나왔고, 제작사에서 ‘이 정도 썼으면 연출을 직접 해 봐도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해서 연출까지 하게 됐다. 나로서는 용기를 한 번 더 낸 것이다.” -시나리오나 연출 작업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막다른 길이 너무 많았다. 스파이 장르의 특색을 살려야 하는데, 시나리오를 처음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직조된 치밀함을 살리기가 어렵더라. 자료 조사를 하는 데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조사된 자료들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내용이 아닌지를 확인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이 정도 반전으로는 안 되는데’ 싶어 검열을 스스로 많이 했다.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 만큼 캐릭터의 온도를 올리는 데도 신경을 썼다. 1980년대라는 시대 배경을 그대로 쓸지도 고민이었다. 사실 현대 버전의 시나리오도 있다. (웃음) 결과적으로 영화에 담고 싶었던 메시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1980년대 배경이 좋겠다고 결론이 나서 지금의 버전이 된 것이다.” -어느 정도 작품을 준비했나. “시나리오만 4년 정도를 썼다. 프리 작업이 5개월, 촬영도 약 5개월이었다. 합쳐서 5년 반 정도 되지 않았나 싶다.” -그 오랜 준비 기간 동안 주변 동료들에게서 들은 조언이 있다면. “‘뭘 그렇게 여기에 매달리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웃음) 사실 시나리오는 거의 숨어서 썼다.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자랑거리도 아니고, 쓰다가 포기했을 경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포기했는데 누가 ‘그 작품 어떻게 돼 가?’라고 물으면 머쓱하지 않나. 4~5년 동안 7 작품은 굉장히 빡빡한 스케줄이기 때문에 설마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생각을 주변에서 못 했을 거다.” -연출가로서의 경험이 배우 일에도 도움이 될까. “연출이 연기에 도움이 될까는 아직 결론을 못 낸 부분이다. 다만 시나리오를 쓰는 건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료 연기자들에게 연출하라는 소리는 안 하는데 시나리오 쓰라는 말은 많이 한다. 캐릭터를 설정하고 그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무엇을 삶의 목표로 두고 사는지를 상상하는 과정을 통해 사고를 확장할 수 있더라. 좋은 경험이었다.” -정우성이 네 번이나 캐스팅을 거절했다고 하던데. “사실 그 이야기를 공개한 건 우리가 사심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다. 정우성 배우의 입장에선 거절할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태양은 없다’ 이후 많은 영화인이 우리에게 ‘두 배우가 함께 나오는 영화를 빨리 보고 싶다’거나 ‘너희 둘 데리고 빨리 영화를 찍어야 하는데’라는 말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나름대로는 우리 둘이 나오는 영화는 흥행이 잘되거나 작품성으로는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다. 그런데 정우성은 내가 연출을 하면서 연기까지 하고, 거기에 자기까지 출연을 한다고 하면 너무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생각한 거다. 실질적으로 거절할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처음부터 박평호를 본인(이정재)의 롤로 생각했나. “전혀 아니다. 나는 모든 인물을 열어뒀다. 연출하는 입장에서 배우들에게 선택권을 먼저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먼저 누구를 찜하고 다른 배우들에게 나머지에서 고르라고 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았다. ‘당신이 하나를 고르면 나머지를 내가 할게요’라는 방식으로 캐스팅을 했다.” -액션 연기는 어땠나. “이제는 액션신을 연기하기 싫다. 몸도 무겁고 솔직히 전만큼 속도도 잘 안 나온다. 테이크 가면 갈수록 더 힘들어지고 그림도 안좋아진다. (웃음)” -감독으로서 배우 이정재를 다시 캐스팅할 마음이 있나. “앞으로는 연기만 하고 싶다. (웃음) 사실 배우가 연출을 한다는 게 스태프들에게도 부담이 되겠더라. 그냥 연출만 하는 사람이면 시원하게 ‘이건 이랬으면 좋겠다’고 하면 되는데, 나는 연기를 해야 하니까 스태프들이 연기자로서 나의 컨디션까지 고려하는 게 느껴졌다. 연기자의 컨디션이 좋아야 좋은 연기가 나오고, 스태프와 연출가는 그런 좋은 연기를 잘 담아야 좋은 장면이 나온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어서다. 그래서 현장에서 나름대로는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모든 사람이 다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끝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 사실 연출을 해보니 연기가 진짜 어렵게 느껴졌다. 더 잘할 수 있게 계속 연기에 매진하고 싶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2.08.07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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