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아싸, 김광현 글러브 생겼다" LG 29번, SSG 29번에 받은 깜짝 선물에 신났다
"아싸, (김)광현이 형 글러브 생겼다."LG 트윈스 투수 손주영(27)이 글러브를 끼고선 싱글벙글 웃었다. 어린아이처럼 신나고 들뜬 모습으로 팀 선배들에게 글러브를 자랑했다. 손주영에게 글러브를 선물한 주인공은 SSG 랜더스 투수 김광현(37)이다. 손주영은 지난 4일 일본 오키나와 기노자 구장의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훈련 중이던 김광현을 만났다. 이날 LG와 SSG는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취소됐다. 손주영은 용기를 내어 김광현에게 다가가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는 "경기장에서 선배님을 만난 적이 있지만 대화를 나눈 건 처음이었다. 내가 무명 선수여서 다가가지 못했다"며 "이번에 김광현 선배님을 보자마자 미소 짓게 되더라"며 부끄러워했다. 손주영은 '선배님, 사진 촬영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고 요청했다. 그렇게 둘은 밝은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뒤 헤어졌다.
촬영 30분쯤 지나 김광현이 손주영을 찾아와 글러브를 건넸다. 김광현의 배번 29가 새겨진 글러브였다. 김광현이 '깜짝선물'을 한 건 손주영을 기특하게 여겨서다. 손주영은 "2008년부터 꿈꿔왔던 순간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했다. 그의 롤모델은 '국가대표 좌완' 김광현이다. 어릴 적부터 김광현의 투구폼을 모방했다. 휴대폰 배경 화면에 김광현 투구 사진을 저장했을 정도였다. 손주영이 등번호 '29'를 단 것도 김광현을 따라 한 것이다.
손주영은 김광현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활약했던 2020~2021년에도 선배의 등판 경기를 빼놓지 않았다. 새벽에 일어나서라도 중계 방송을 챙겨봤다. 손주영은 "이미 많은 인터뷰를 통해 선배님이 우상이고 언급했다. (김광현 선배가) 이를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손주영은 "내 몸이 유연하지 못해 김광현 선배님의 투구폼을 따라 할 수 없었다"라며 웃었다. 그래도 짧은 만남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김광현에게 몸 관리법 등을 물었다.
까마득한 선배의 길을 손주영은 조금씩 따라 걷고 있다. 그는 2024년 총 28경기에 등판, 9승 10패 1홀드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했다. 국내 투수 중에선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3.66)에 이어 평균자책점이 두 번째로 낮았다. 2017년 입단(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 후 2023년까지 통산 2승 6패 평균자책점 6.99에 그쳤던 그는 지난해 '유망주 꼬리표'를 확실하게 뗐다. 염경엽 LG 감독은 손주영에 대해 "류현진(한화 이글스) 김광현(SSG 랜더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의 뒤를 이을 국가대표 왼손 투수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손주영의 포심 패스트볼 분당 회전수(RPM)은 2600 이상으로 측정됐다. 구위는 이미 KBO리그 최고 수준이다.
"김광현이 선물한 글러브를 당장 사용할 건가"라고 묻자 손주영은 "아니요. 이건 보관함에 넣어둬야죠"라고 말했다. 그는 "김광현 선배님의 유니폼과 기념구도 갖고 있다. 이제 글러브도 함께 보관할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김광현은 "내가 (손주영에게)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라며 웃었다. 후배가 자신을 뛰어넘는 투수로 성장하고 있다는 응원이었다.이형석 기자
2025.03.07 0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