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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인싸 삐약이' 메달도 배지도 추억도 가득 수집, '첫 AG' 신나게 즐기다 해피엔딩

"저, 인싸 아닌가요?"신유빈(19·대한항공)은 자신의 경기장 출입증 목걸이에 단 배지들을 보여주며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방금 막 탁구 여자 복식 준결승전을 끝냈고, 6시간 뒤 결승전을 앞둔 선수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인싸'는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른다. '탁구 신동' 신유빈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금메달리스트'로 성장했다. 아울러 국제무대에서 진정한 '인싸'가 됐다. 신유빈은 지난 2일 열린 항저우 AG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를 4-1로 물리쳤다. 신유빈이 국제 종합대회에서 따낸 첫 금메달이자, 한국 탁구가 AG에서 무려 21년 만에 얻은 금메달이다. 신유빈은 한국 탁구의 현재이자 미래다. 5세 때부터 탁구채를 잡은 신유빈은 '탁구 신동'으로 불렸고, 최연소 국가대표로 성장했다. 현재 세계 랭킹은 8위. 국내 여자 선수 중 세계 랭킹 20위권에 유일하게 포함되어 있다. 대회 초반에는 단체전 부진으로 침울했다. 특히 4강 일본전에서 1·4단식 주자로 나서 모두 졌다. 그는 "생각을 내려놓고 다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평소 해맑고 자신감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눈물을 꾹 참는 듯했다. 항저우 AG 단체전 탈락 며칠 뒤 다시 만난 신유빈은 "저 원래 밝아요. 응원 많이 해주세요"라며 다시 웃어 보였다. 단체전 동메달에 그쳤으나 숙소로 돌아가 "나도 (동)메달 생겼다"라며 좋아했다. 2년 전 도쿄 올림픽 단체전 8강 탈락 후 "나 때문에 졌다"고 눈물을 쏟은 신유빈은 한 단계 성숙해진 에이스로 변모했다. 'MZ 세대' 답게 아쉬움을 금세 털고 대회를 즐겼다. 지난 2일 여자 복식 결승전을 6시간 앞둔 상황,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자신의 출입증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많은 배지들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이 배지, 엄청 예쁘지 않나요? (구하기 힘든) 배지는 일부러 방에 두고 다녀요. 자꾸 바꿔 달라고 해서"라고 말했다. 대회 기간 선수단, 취재진, 자원봉사자 사이에서 각국의 배지 교환은 일종의 추억 만들기다. 지난 1일 단식 4강 탈락으로 동메달이 확정된 후에도 신유빈은 실망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 시상식도 진짜 재밌게 하고 있는데, 못 보셨죠?"라며 먼저 웃었다. 시상식 세리머니를 궁금해하는 취재진을 향해 "비밀"이라던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우리 시상식, 보여드릴까요?"라며 까르르 웃었다. "볼 하트를 했고요" "우진 오빠가, 이게 재밌는 거예요"라며 신나게 설명했다. 영락없는 10대 소녀의 순수함을 보여줬다. 지난 1일 단식 4강전에서 신유빈은 세계 랭킹 1위 중국의 쑨잉샤와 대결했다. 패색이 짙던 4게임 도중 동점까지 따라붙자 관중으로부터 '플래시 방해'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신유빈은 싫어하는 기색 없이 웃으며 심판진에 다가가 이를 설명했다. 베테랑처럼 여유가 있었다. 그는 "(고의성 여부는 모르겠지만, 카메라 플래시가) 자꾸 내 눈에 비쳤다. 그런 것도 경기의 일부"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신유빈은 동메달 3개(단체전, 혼합 복식, 단식)를 획득한 뒤 "메달색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큰 경기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즐긴 신유빈은 마침내 전지희와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유빈은 "대회가 1년 연기돼 운 좋게 출전하는 행운이 찾아왔다. 성적(금메달 1개, 동메달 3개)도 잘 나와서 잊지 못할 아시안게임이 됐다"며 기뻐했다. 도쿄 올림픽을 통해 '삐약이' 별명을 얻은 신유빈은 첫 AG에서 메달도, 배지도, 추억도 신나게 수집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최고 스타 중 한 명이다. 항저우(중국)=이형석 기자 2023.10.04 06:15
스포츠일반

복싱 감독도 도쿄 못간다, ‘AD 카드’ 없어서

한국 복싱대표팀 감독이 ‘AD(Ac-creditation 승인) 카드’가 없어서 도쿄올림픽에 가지 못한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올림픽이 다가오고 있다. 나동길 복싱대표팀 감독은 올림픽을 한국에서 TV로 봐야 한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AD 카드 발급을 줄인 여파 때문이다. AD 카드는 올림픽조직위원회가 경기장·선수촌·훈련장 등의 출입을 승인하는 패스다. 도쿄올림픽조직위는 참가국에 AD 카드 수량을 예년 대비 80%로 줄여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AD가 없으면 일본에 입국조차 할 수 없다. 한국 복싱대표팀은 감독 없이 선수 2명, 코치 2명만 도쿄로 간다. 임원용 AD 카드를 2장밖에 배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자대표팀 라이트급 오연지와 페더급 임애지, 그리고 둘을 지도한 한순철, 아리안 포틴(캐나다) 코치만 동행한다. 도쿄에 가지 못한 나동길 감독은 “나보다는 여자 선수들을 전담해서 지도해 온 두 코치가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AD 카드를) 양보했다. 남자 대표팀 선수가 와일드카드로 추가 발탁되길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올림픽에 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감독 없는 올림픽팀’. 그러다 보니 ‘AD 대란’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선수단은 도쿄올림픽에 선수 232명, 지원 인력 122명(경기 임원 88명, 본부 임원 34명)을 파견한다. 2016년 리우올림픽 파견 인원(선수 223명, 지원 인력 105명)과 비교하면 큰 차이는 없다. 지난 6월 대한체육회는 세부 종목 수, 직전 대회 파견 수, 경기력 등을 고려해 AD를 배분했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은 이전과 달리 데일리패스(1일 임시 출입증)와 트랜스퍼 카드(다른 종목에 양도 가능한 출입증)를 사실상 없앴다. 도쿄올림픽 참가 정임원은 PTO(Primary Team Officials), 즉 경기장과 훈련장, 선수촌 출입이 가능한 패스를 받는다. 감독, 코치, 지원 인력용 PTO는 꽤 줄었다. 추가 인원인 ATO(Additional Team Officials)는 자비로 체제비를 부담해야 한다. 훈련장 패스인 TAP(Training Access Pass)는 종목에 따라 경기장에 훈련 시간만 입장 가능하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TAP의 수량은 충분했지만 의외로 신청자가 적었다. 아마도 경기 시간에 들어갈 수 없어서인 것 같다”고 전했다. 한 종목 관계자는 “ATO는 모두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는지, TAP는 아예 경기장 자체를 못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현장을 가봐야 알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쿄올림픽은 무관중 경기라서 입장권을 사서 경기장에 들어갈 수도 없다. 도쿄에 가는 한국 유도대표팀의 전담 트레이너는 ‘0명’이다. 동행하는 파트너 선수도 1명뿐이다. 금호연 유도대표팀 감독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는 파트너 선수만 7명 따라갔다. 이번 올림픽에는 트레이너도 대한체육회 의무실로부터 빌려서 써야 한다. 그렇다고 지난 5년 동안 고생한 코치들을 데려가지 않을 수도 없다. 대한유도회 회장님도 못 가신다”고 했다. 가라테는 선수(박희준)와 감독(아마드 사피) 2명으로만 꾸리는 ‘초미니 대표팀’이다. 야구대표팀은 김경문 감독과 최일언 코치가 PTO다. 이종열 코치는 ATO이지만 정임원 AD를 받은 덕분에 3명 모두 더그아웃에 들어갈 수 있다. 아울러 야구대표팀은 ATO 5명(코치 3명, 트레이너, 직원), TAP 6명(트레이너·전력분석·불펜포수 등)을 추가로 보낸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다른 국제 대회와 비교하면 적은 인원이다. 다른 코치 1명과 배팅볼 투수도 못 가게 됐다. 불펜포수도 경기 시간에는 출입할 수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여자 배구대표팀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과 세자르 에르난데스 코치가 PTO로 가며, 전력분석관·통역원·의무트레이너·트레이너가 동행한다. 마시모 메라치 체력 트레이너는 개인 사정으로 도쿄에 가지 못한다. 축구대표팀은 협의를 통해 AD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 이와 별도로 도쿄올림픽 한국 선수단 본부 임원 34명 중 코로나19 전문가는 역학조사관 1명뿐이다. 이밖에 의사 3명을 파견하는데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담당의다. 감염병 전문가는 사실상 ‘0명’인 셈이다. 대한체육회와 질병관리청이 방역 강화를 위해 논의했지만, 충분한 지원에 합의하지 못했다. 선수들에게 피해가 생길 경우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가능성도 작지 않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1.07.1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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