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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ACL 가서 '오심' 저지른 '스페셜 레프리'

2020년 초부터 한국 프로축구 K리그에서 숱한 오심 논란이 일어났다. 올해는 K리그 심판 운영 주체가 한국프로축구연맹(축구연맹)에서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로 바뀐 첫해다. 축구협회는 오심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해명했지만, 이후 논란이 더욱 커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예고된 오심. 본지가 심판 문제를 심층 취재하면서 다다른 결론이다. 축구계 일부에서는 축구협회 심판 고위급의 '특정 심판 감싸기'가 잇따른 오심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정 팀을 봐주는 오심이 아니라, 특정 심판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일간스포츠는 이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취재에 들어갔다. 수많은 제보자를 만났고, 심판계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결과 '특정 심판 감싸기'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장면들이 보였다. 잇단 오심은 결국 시스템의 문제였다. 본지는 4회에 걸쳐 심판계의 구조적 문제를 심층 보도한다. 이번 기사는 '특별한 심판'에 관한 내용이다. 현재 한국 축구 심판계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심판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국제심판과 국제심판이 아닌 심판. 2020년 기준으로 국제심판은 총 27명. 이중 남자 심판은 15명(주심 7명, 부심 8명)이다. 국제심판 중에서도 최고로 인정받는 '스페셜한' 심판들이 있다. 이들이 논란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스페셜 레프리의 잇따른 오심 지난달 축구협회는 7명의 국제심판(주심 3명, 부심 4명)이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서부지역 경기에 파견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해외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축구협회는 또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 15개국에서 주·부심 각 24명씩 총 48명의 심판이 참가한다. 한국 심판이 7명으로 가장 많다. 한국 심판들의 기본적인 능력뿐 아니라,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순조롭게 운영된 K리그를 통해 심판들이 실전 감각을 유지한 걸 AFC가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창호 심판위원장은 "여러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한 달 가까이 열리는 대회에 참가를 수락해준 심판들이 고맙다. 매 경기 정확한 판정을 통해 한국 심판의 위상을 높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의 심판들이 국제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ACL에서 한국 심판의 위상을 드높인 것처럼 이해할 수 있다. 실상은 달랐다. 축구협회는 아시아 15개국이라고 강조했지만, 그중에는 아시아의 대표 축구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과 호주는 없다. 심지어 중국도 심판을 파견하지 않았다. 한국 주심의 활약은 기대 이하였다. F, G, H 세 사람이 주심으로 참여했다. F는 총 3경기를 뛰었다. 3명 중 최다 경기다. G는 1경기에 그쳤다. H는 단 한 경기도 배정받지 못했다. 더욱 큰 문제는 가장 많은 경기를 뛴 F가 결정적 오심을 저질렀다는 점이다. 그는 경기 중 한 선수에게 고의적 가격이라며 퇴장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오심이었다. 그 선수는 사후 감면을 받았다. ACL에 간 한국 국제심판의 현실. 축구협회는 이 문제를 조용하게 넘어갔다. 축구협회는 "일본·호주·중국이 참가하지 않은 건 파악하고 있다. F가 오심을 저지른 내용도 알고 있다. 한국 심판들이 조금 더 경기에 뛰었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F, G, H는 축구협회 '스페셜 레프리'다. 스페셜 레프리란 지난해 축구협회가 만든 제도다. '심판 능력 향상과 동기부여, 월드컵 참가 심판 배출, 은퇴 후 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심판강사 및 심판평가관 배출'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상은 국제심판이다. 총 5명이 이 자격을 받았다. 남자 심판은 3명이다. 축구협회는 이들에게 국제축구연맹(FIFA)과 AFC가 주최하는 세미나 등 국제행사에 먼저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또 남자 심판 3명에게는 1인당 연 3000만원을 지원한다. 축구협회가 세계적인 심판으로 키우고자 하는,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심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ACL에서도 그랬듯, 스페셜 레프리 3명은 숱한 판정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G는 2018년 한 국제대회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에는 2019시즌 K리그를 통틀어 가장 논란이 된 VAR(비디오 판독) 오심을 저질렀다. 중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스페셜 레프리 첫해인 2019시즌 K리그1(1부리그) 성적표도 기대 이하다. 한국 최고의 심판이라는 자격과 명성을 갖췄음에도 G과 H 모두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2020시즌 K리그에서 등장한 오심 논란에서도 이들 3명의 이름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여전히 스페셜 레프리다. 스페셜 레프리는 1년 단위로 활동 성과를 평가해 연말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 이들 3명은 모두 재계약에 성공했다. 숱한 논란과 중징계가 있었지만, 1기 스페셜 레프리가 그대로 2기로 이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축구협회는 "한 경기 오심, 한 번의 징계로 전체를 평가할 순 없다. K리그1 순위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나란히 1~3등을 기록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보고 있고, 1년 연장하자는 결정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심판에도 '파벌'이 있는가 축구협회 심판 규정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제29조 (국제 심판 자격부여 및 활동) 1. 응시 자격 가. 최상위 리그에서 활동한 심판으로서 당해연도 FIFA의 국제 심판 선발 기준에 적합한 자'. 가장 기본적인 규정을 축구협회는 지키지 않고 있다. 분명 규정에는 '최상위 리그' 심판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최상위 리그는 K리그1이다. 2013년 프로축구에 승강제가 시작됐고, K리그1과 K리그2(2부리그)는 확실히 구분됐다. 심판위원회는 달랐다. 최상위 리그라고 나와 있음에도 K리그2 소속 심판에게 국제심판의 자격을 부여했다. 규정 위반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축구협회는 "경력이 많은 심판을 새롭게 국제심판으로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심판, 신입 심판들을 임명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보고 선발하는 것"이라며 "승강제 도입 이후 지금까지 주심 중 2부리그에서 국제심판이 된 경우는 세 번이다. 특정 심판에 특혜를 준 적이 없다. 부심 역시 국제심판이 될 당시 K리그2 출신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원창호 위원장은 "K리그1에 편성된 심판들은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국제심판은 어린 친구를 육성해야 한다. 20대에 국제심판을 양성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발전이 힘들다. 한국이 1부와 2부로 나눠진 게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현재 K리그2에도 국제심판이 있다"고 밝혔다. 국제심판과 국내심판의 '파벌 싸움'에 대한 입장도 드러냈다. 그는 "국제파와 국내파 파벌이 있다고 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제심판만 배려한다는 말이 있다. 과거에는 국제심판이 소외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부분이 없다. 많이 해소됐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국제든, 국내든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면 그만한 기회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관련기사 배정 조작의 '주체' 축구심판, 버젓이 활동 중이다 사임 2주 후 다시 지원…심판운영팀장 채용 과정의 전말 K리그2 평점 '11위' 심판이 K리그1 '승격' 2020.10.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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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K리그2 평점 '11위' 심판이 K리그1 '승격'

2020년 초부터 한국 프로축구 K리그에서 숱한 오심 논란이 일어났다. 올해는 K리그 심판 운영 주체가 한국프로축구연맹(축구연맹)에서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로 바뀐 첫해다. 축구협회는 오심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해명했지만, 이후 논란이 더욱 커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예고된 오심. 본지가 심판 문제를 심층 취재하면서 다다른 결론이다. 축구계 일부에서는 축구협회 심판 고위급의 '특정 심판 감싸기'가 잇따른 오심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정 팀을 봐주는 오심이 아니라, 특정 심판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일간스포츠는 이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취재에 들어갔다. 수많은 제보자를 만났고, 심판계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결과 '특정 심판 감싸기'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장면들이 보였다. 잇단 오심은 결국 시스템의 문제였다. 본지는 4회에 걸쳐 심판계의 구조적 문제를 심층 보도한다. 1회의 A는 규정 위반, 2회의 C는 채용 관련 의혹이었다. 3회의 D는 심판계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민감한 승강에 관한 내용이다. 한국의 프로축구는 K리그1(1부리그)과 K리그2(2부리그)로 나뉜다. 2020시즌 K리그2에서 K리그1으로 승격한 부심 C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 논란 속에는 심판 승강 제도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K리그2 11위가 2위로 K리그1 승격 2019시즌 K리그2 소속 심판 D는 평점에서 전체 11위를 기록했다. K리그2 부심은 총 13명. D는 뒤에서 3등이었다. 그런데 D는 2020시즌 K리그1으로 승격됐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2018년까지 프로축구 심판의 승강은 축구연맹의 방식으로 결정됐다. 오직 소속 리그의 평점으로만 순위를 매겨 승격과 강등을 정했다. 2019년부터 축구협회의 방식이 적용됐다. '상위리그 출전 가산점 제도'다. 2019년 12월 축구협회가 작성한 심판 승강 기준을 보면 '리그별로 주, 부심 각 최소 2명씩으로 하되, 심판위원회에서 인원을 확정한다'며 평가 점수 산정 방식은 '소속 리그 연간 평점 평균 점수+상위 리그 경기 평점 평균 점수+상위 리그 경기 출전 가산점'이라고 나와 있다. K리그1 심판의 공백이 생길 때 K리그2 심판이 대신 뛸 수 있다. 상위리그, 그러니까 더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뛰는 심판에게 가산점을 준다는 것이 축구협회의 논리다. 가산점을 적용하자 K리그2 평점에서 11위였던 D의 고과는 2위까지 뛰어올랐다. 가산점 기준도 있다. '상위 리그 경기 가산점은 2019년의 경우 5~10경기는 0.02점, 11~15경기는 0.04점, 16경기 이상은 0.06점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D는 2019년 K리그2 소속으로 K리그1 13경기를 뛰었다. 11위가 2위로 점프한 것에 대해 축구협회는 "D는 2019년 K리그2 평점만 보면 13위 중 11위가 맞다. 그러나 축구협회 심판위원회의 K리그2 심판 평가 방식은 K리그1과 K리그2를 분리해 순위를 매기지 않고, K리그1과 K리그2를 합친 점수로 계산한다. 그 순위에서 2위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판 승강을 정하는 것은 축구연맹이 채점한 평점을 기준으로 축구협회가 정하는 것이다. 평점은 축구연맹이, 가산점은 축구협회가 준 것이라 해석하면 된다. 2019년의 경우 12월 축구협회가 승강 기준을 정한 뒤 평가점수를 축구연맹으로부터 전달받아 심판위원회에서 승강 명단을 확정했다. K리그 심판의 상위 리그 가산점 제도는 2019년 K리그 심판을 정할 때 처음 도입했으며 2020년 두 번째로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본지는 D의 K리그2 평점과 K리그1 가산점, 그리고 합산 점수를 보여달라 축구협회에 요청했지만 "점수 공개는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다. ◈축구협회는 승강 방식을 알리지 않았다 심판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축구협회가 새롭게 적용한 가산점 제도를 심판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승강은 프로 심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인사다. 최상위 리그에서 뛰면 명예가 따라오고, 수당도 두 배다. 그러나 심판들은 승강 방식에 대해 정확히 몰랐다. 입시 요강 없이 입시를 치르는 셈이었다. 대부분 심판은 'K리그1에서 평점이 가장 낮은 두 사람이 K리그2로 강등', 'K리그2에서 평점이 가장 높은 두 사람이 K리그1으로 승격'으로 알고 있었다. 과거 축구연맹이 했던 방식이다. 취재 결과, 축구협회는 K리그 심판들에게 승강 방식을 공지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가산점 제도에 대해 심판들에게 보낸 공지(문서 혹은 문자)가 있으면 달라고 요청하자 축구협회는 "승강 기준에 대해서는 축구협회 심판위원회에서 별도로 공지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유를 묻자 축구협회는 "승강 기준에 맞춰 심판들이 유리한 배정을 부탁하는 등의 부정을 없애고자 시즌 끝날 무렵 승강 기준을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있지도 않은 부정을 막느라, 마땅히 알려야 할 평가 기준을 전달하지 않은 것이다. K리그1에서 뛰는 심판에게 가산점을 주는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심판 관계자는 "사실 K리그1과 K리그2의 판정 난이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K리그2가 쉽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변수가 많은 K리그2 판정이 더 어렵다고 말하는 심판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도 K리그1에서 뛰면 메리트가 있어야 하는 건 맞다. 그렇다고 이게 가산점이 돼서는 안 된다. 가산점이 주관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K리그1에서는 수당이 두 배다. 그걸로 보상되는 거다. 승강은 공평하게 소속 리그 평점만 가지고 해야 한다. 깔끔하게 점수가 나오니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못한다. 가산점 제도는 심판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의심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아빠 찬스' 의혹까지 D가 K리그1으로 승격하자 심판계에서는 '아빠 찬스'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D의 아버지인 E가 축구협회 심판 고위급 인사이기 때문이다. 오해할 만한 환경을 만든 건 축구협회다. 일부 심판들이 이 사건을 '혈연'의 시각으로 의심하고 있다. 게다가 D는 원창호 심판위원장과 '지연'으로 연결돼 있기도 하다. E는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아빠 찬스'라니 당황스럽다. D는 아들이 아니라 심판으로서 공정하게 평가받고 있다. 아버지 때문에 손해도 많이 볼 것이다. 나는 떳떳하다. 평점에도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아들과 심판 이야기를 하지도 않는다. 아들 경기장에도 가지 않는다. 염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깨끗하다"고 호소했다. 원창호 위원장 역시 "승강 점수는 내가 주는 게 아니다. 개입한 것도 아니다. 점수에 의해, 순서에 입각해서 했다. 일부 사람들이 자꾸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내가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역사상 (심판 운영이) 이렇게 공정한 적은 없었다. D가 나와 같은 지역이니까 해줬다고? 일부 사람들이 왜곡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나. 허망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관련기사 배정 조작의 '주체' 축구심판, 버젓이 활동 중이다 사임 2주 후 다시 지원…심판운영팀장 채용 과정의 전말 2020.10.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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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 인정할 때 뒤로 숨은 심판위원장

최근 K리그의 뜨거운 오심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축구협회(이하 축구협회) 심판위원회가 오심을 인정했다. 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21일 축구회관에서 두 번째 공식 브리핑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두 번의 오심을 인정했다. 먼저 지난 18일 K리그2(2부리그) 전남 드래곤즈-부천 FC의 경기 후반 13분 나온 오심. 전남 하승운의 돌파과정에서 나온 파울을 심판은 페널티킥으로 선언했지만 이는 오심이었다. 반칙을 한 지점이 페널티박스 바깥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축구협회 심판위원회 강치돈 강사는 "반칙 지점은 페널티박스 밖이 맞다. VAR은 다르게 판단했지만 주심이 결정을 바뀌지 않은 것은 실수"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오심. K리그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장면이다. 지난 19일 수원 삼성과 성남 FC의 K리그1(1부리그) 12라운드. 후반 24분 성남 이스칸데로프가 오른발 슈팅으로 수원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골 취소가 됐다. VAR(비디오 판독)까지 했지만 결론은 골 취소였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문전에서 성남 김현성과 수원 민상기가 경합을 했고, 공은 성남 유인수에 연결됐다. 이 공을 유인수가 머리로 이스칸데로프에게 패스하며 골이 된 것이다. 공이 김현성의 머리에 맞았으면 오프사이드였지만 맞지 않았다. 따라서 이스칸데로프의 골은 인정됐어야 했다. 축구협회 심판위원회도 오심으로 인정했다. 강치돈 심판 강사는 "쉽게 판단할 상황은 아니었다. 영상을 정밀 분석을 하니 김현성 머리에 터치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김현성 머리에 터치 됐다고 판단했지만 정확하게 잡지 못했다. 오심이다. 심판이 실수했다. 오심이 나온 부분에 있어서 유감이다"고 설명했다. 축구협회 심판위원회가 공식 브리핑에서 오심을 인정한 건 처음이다. 지난 13일 열린 첫 번째 공식 브리핑에서 수원-포항 스틸러스전 김민우(수원)의 골취소 논란에 대해서 심판위원회는 정심으로 결론을 지었다. 이후 후폭풍이 일었다. 모두가 오심이라고 판단하는 사안을 심판위원회 '그들만의 시선'으로 정심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브리핑은 달랐다. 오심을 오심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또 달라진 부분이 있다. 심판위원회 위원장이 브리핑에 참석하지 않은 부분이다. 첫 번째 공식 브리핑에서 원창호 심판위원장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브리핑을 했다. 그러면서 오심이 아니라 정심이라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그런데 오심을 인정해야 할 자리에 공교롭게 원 위원장은 등장하지 않았다. 브리핑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심이 아니라고 강조할 때는 최전방에 서서 목소리를 높였다. 오심을 인정할 때는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이번 성남-수원전 오심은 다른 변명거리가 없었다. 정심이라고 우길 만한 그 어떤 요소도 없었다. 한 심판 출신은 "만약 심판위원회가 오심이라고 주장한다면 변명거리는 뻔하다. 김현성 머리카락에 닿았다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모든 선수들이 머리를 짧게 잘라야 할 것"이라고 까지 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오심 장면. 위원장은 최후방으로 자리를 잡았다. 강치돈 강사가 대신 최선봉에 섰다. 오심에 대한 질타를 한 몸으로 받아야 했다. 간혹 있는 사건도 아니고 2020시즌 K리그 이슈의 중심에 오심 논란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자취를 감춘 심판위원장. 책임감이 결여된 모습이다. 자신이 불리할 때는 뒤로 숨는 모습. 어떻게 심판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가 있겠는가. 이럴 때 일 수록 오심에 대한 질타를 받으면서 해결법을 제시하는 등 직접 최선봉에 나서 진두지휘하는 것이 진정한 심판위원장의 모습이다. 심판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심판위원회의 해명은 이렇다. "심판의 행정적인 부분은 위원장이 브리핑하고, 기술적인 부분은 앞으로도 강치돈 강사가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차 공식 브리핑 때 기술적인 설명을 한 이는 다름 아닌 원 위원장이다. 갑자기 브리핑의 주체를 위원장에서 강사로 바꿨다. '불리할 때 뒤로 숨는 위원장'이라는 해석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걸 심판위원회가 스스로 유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2020.07.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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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의 컷인] 드디어 열린 심판 언론 브리핑,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경기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논란이 되는 판정 상황에 대해 이번과 같은 공식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K리그 심판 운영을 전담하게 된 대한축구협회(KFA)는 보다 공정한 판정을 위해 약속을 하나 했다. 판정 논란이 생길 경우, 심판위원회가 직접 브리핑에 나서 소통하겠다는 약속이다. 단, 기준은 경기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논란이 되는 판정이어야 한다. 10라운드 송범근(23·전북 현대) 백태클 논란 대신 11라운드 김민우(30·수원 삼성)의 골 취소 논란이 KFA 심판위원회의 첫 공식 브리핑 이슈로 결정된 이유다. KFA는 1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심판 언론 브리핑을 개최, 11일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11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수원 삼성전 후반 39분 김민우의 득점 취소 판정에 대해 설명했다. 1-1 상황에서 염기훈이 올린 크로스를 처리하던 포항 골키퍼 강현무(25)가 수비수 김광석(37)과 충돌해 넘어졌다. 흘러나온 공을 김민우가 슈팅, 골을 성공했다. 그러나 주심은 비디오판독(VAR) 과정을 거쳐 김민우의 골을 취소했고,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김민우의 골 취소를 둘러싼 논란은 주말 내내 이어졌다. 정심 여부에 대한 질의와 의문이 쏟아지자 KFA는 매주 화요일로 예정된 판정소위원회에 하루 앞서 이 문제를 브리핑하기로 결정했다. 결론은 '정심'. 브리핑에 나선 KFA 심판위원회 원창호 위원장은 "해당 장면에서 문제가 된 타가트(27)의 위치는 오프사이드가 맞다. 상대 어깨선보다 타가트의 발이 더 안쪽으로 들어와있다"고 말한 뒤 "일반 영상으로는 불분명하지만, 백캠(골대 뒤에서 찍은 VAR 영상)을 보면 타가트로 인해 강현무의 시야가 명확히 차단됐다. 만약 강현무가 공을 보지 않고 있거나 쓰러지는 도중, 즉 플레이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면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겠다. 그러나 시야 방해로 인해 행동하지 못한 만큼 오프사이드 조건인 플레이 간섭, 방해, 이득 3가지 중 방해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원 위원장은 "처음에는 부심도 오프사이드 위치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고, 주심도 마찬가지로 골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VAR룸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프사이드 위치인 것이 발견됐고, 일반 영상으로는 분별하기 어려워 백캠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원 위원장은 이어 "심판들의 의견을 모두 확인했으며, 일반 영상으로 봤을 때 판정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수원 구단 관계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첫 번째 심판 언론 브리핑은 '정심'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김민우의 골에 대한 설명이 끝난 뒤에도 취재진의 질문은 이어졌다. 언론 브리핑이 처음 열린 만큼, 10라운드를 뜨겁게 달궜던 상주 상무-전북 현대전 송범근의 백태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KFA는 해당 장면에 대해 이미 "다양한 의견 있었으며 최종적으로는 주심 판정을 존중한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소위원회 내부에서 이견을 낸 이도 있었지만, 정심 판정을 유지한 바 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어렵게 열린 첫 브리핑에서 송범근의 백태클 문제가 질의 된 이유다. 원 위원장은 "일반 영상에서는 송범근이 (태클로) 도전할 수 없는 위치라고 봤지만, VAR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송범근이 발끝을 세우는 동작이 없었고, 몸이 닿지 않고 들어갔다"며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문선민이 넘어진 이유는 송범근의 발등을 밟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우는 되고 송범근은 안되는' 심판 언론 브리핑의 구체적인 기준이 궁금했다. 이에 대해 송기룡 KFA 심판운영실장은 "내부적으로 세운 기준은 경기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논란이 되는 판정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원 위원장도 "송범근의 경우 승패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 아니었다. 많은 문의가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포항-수원 경기는 일반 영상으로 보면 심판들조차 판정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정도로 오해를 살 수 있어 많았다"고 덧붙였다. 아쉬운 점은 KFA가 판정 신뢰를 높이기 위해 활발하고 명확한 소통을 진행하기로 약속했다는 부분이다. 정확한 판정이었다고 해도 팬들을 충분히 이해시켜야 한다. KFA의 기준이 팬들의 눈높이와 크게 다르다면 노력이 결실을 맺기 어려울 수 있다. KFA 홍보팀은 이에 대해 "홈페이지를 통해 심판평가소위원회 결과를 공지하고, 논란이 되는 경우 매주 화요일 열리는 한국프로축구연맹 브리핑을 통해 설명을 진행한다. 보다 심각한 사안에 대해선 이번처럼 월요일에 브리핑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판정 논란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논란이 생겼을 때는 빠르고 정확한 설명으로 팬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KFA의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한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7.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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