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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경정] 강철보다 강한 유니폼...경정 장비의 모든 것

경정은 6명의 선수가 모터보트를 타고 순위를 다투는 수상 스포츠다. 모터보트의 최고 속도는 시속 80㎞에 이른다. 그래서 마치 물 위를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런 이유로 선수들은 안전을 위해 여러 장구류를 착용하고 출전한다.선수들이 입는 유니폼과 장비는 대부분 강철보다 강한 '파라 아라미드' 섬유로 제작된다. 파라 아라미드는 최대 5∼6배 높은 인장 강도와 뛰어난 내열성·내화학성·내구성을 자랑하는 고성능 섬유로 방탄복이나 소방복에도 쓰이고 있다. 상의 유니폼은 점퍼 형태로 파라 아라미드 섬유로 안감이 구성돼 외부 충격을 막아준다. 하의는 같은 소재(파라 아라미드)를 두 겹으로 겹쳐 만든다. 경주 중 모터보트가 전복될 경우 프로펠러와 접촉해 부상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물이 많이 튈 수밖에 없는 경정의 특성상 위·아래 방수복도 입는다. 또 경정용 장갑은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겉감은 가죽, 안감은 파라 아라미드 소재로 만들어졌다.선수들은 왼쪽에만 팔 보호대를 착용한다. 몽키턴(Monkey turn) 때문이다. 몽키턴은 선수들이 선회할 때 보트에서 일어나 등을 구부린 자세로 체중을 이동하는 모습이 원숭이와 비슷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반시계 방향으로 선회하기에 왼쪽 팔에 압력이 가해져 이를 보호하기 위해 왼팔에만 보호대를 착용한다. 선수들이 신는 경정화도 독특하다. 바닥은 미끄럼 방지 고무, 티타늄 판 1겹, 파라 아라미드 3겹, 우레탄 깔창 1겹으로 만들어졌다. 발등 부분은 티타늄 판, 파라 아라미드 2겹, 방수 원단으로 만들어졌다. 선수용 구명조끼는 물에 빠졌을 때 거의 수직으로 세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헬멧도 어떤 각도에서나 물에 떠오르도록 제작해 선수들을 보호한다. 경정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모터보트는 각각 모터와 보트로 구분된다. 모두 국민체육진흥공단 소유인데, 초창기에는 일본에서 수입해 사용했다. 현재는 국내 생산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이 모터와 보트는 회차마다 각각 110대가 운영되며, 입소한 선수들은 추첨을 통해 모터와 보트를 배정받는다. 선수들은 거의 매번 다른 모터와 보트를 타고 경주에 임한다.경정 보트 외부 껍데기(카울)는 섬유강화플라스틱(FRP), 나머지는 거의 목재 소재로 만들어졌다. 충돌이 생겼을 때 충격을 줄여 부상을 방지한다. 이 보트의 정비는 전담 부서에서 맡고 있다. 이와 달리 모터는 선수들이 직접 정비한다. 경주 전날인 화요일 오전, 추첨으로 모터를 배정받고 각자 분해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비한다. 주로 전기 장치, 실린더 헤드, 기화기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정비한 모터를 보트에 장착할 때 각도를 '틸트각'이라고 한다. 통상 장착 각도는 78도가 기준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자신의 성향에 따라 –0.5, 0, +0.5, +1, +1.5도 각도를 조정할 수 있다. 틸트각의 수치가 작을수록 선회 성능이 좋아지고, 클수록 직진 성능이 좋아진다. 이서범 경정코리아 전문위원은 "보트와 모터는 고유번호가 정해져 있고, 각각의 경주기록, 정비기록 등 세세한 정보가 경정 누리집에 공개된다. 그중에서 모터의 착순점을 잘 살펴보는 것이 추리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안희수 기자 2025.08.27 11:00
프로야구

[류선규의 다른 생각] 단계적 1군 기용이 신인 육성의 모범 답안이다

KBO리그 2025년 신인 드래프트는 '역대급'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올해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신인만 무려 8명이었다. 그런데 25일 기준으로 시즌을 완주하고 있는 건 배찬승(삼성 라이온즈·1R 전체 3순위)과 김영우(LG 트윈스·1R 전체 10순위), 둘 뿐이다. 두 선수는 이미 한 시즌을 온전히 소화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1군 등록일수 145일을 넘겼다.대구고 출신 '로컬 보이' 배찬승은 리그 데뷔전(3월 23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시속 155㎞ 강속구를 뿌려 화제였다. 이후 기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나름 안정된 성적(53경기 1승 2패 15홀드 평균자책점 4.46)으로 순항하고 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올해 마무리 투수를 두 번이나 바꾸는 결단을 내렸는데 배찬승은 아니었다. 별다른 보직 변경 없이 꾸준히 셋업맨 자리를 그에게 맡긴다. 신인 투수를 보호하면서 승부처에 기용하는 일종의 '투 트랙 전략'인 셈이다.서울고 출신 김영우는 1군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모두 소화하며 주목받았다. 염경엽 LG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그를 마무리 투수 후보로 언급하기도 했다. 개막 후에는 단번에 마무리 투수를 맡기는 게 아닌 단계별로 육성하고 있다. 우선 점수 차에 여유가 있는 상황에 등판시켜 경험을 쌓게 했다. 그의 프로 첫 등판은 14-4로 크게 앞선 3월 29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이었다. 접전에서 처음 투구한 건 4월 19일 인천 SSG 랜더스전. 5-4로 앞선 7회 말 2사 1·3루에서 한 타자를 막고 데뷔 첫 홀드를 따냈다. 스텝 바이 스텝이라는 말처럼 작은 성공을 경험하면서 단계별 성장 중이라는 게 눈에 띈다. 김영우의 성적(51경기, 평균자책점 2.12)은 배찬승보다 더 안정적이다. 고교야구는 시즌 중에 지역별로 주말리그가 진행되고 평일은 경기가 없다. 또 대부분의 전국대회는 고등학교 팀들이 나눠서 출전하고 한 대회에서 우승까지 4~5차례 경기를 소화하는 일정이다. 따라서 경기가 띄엄띄엄 치러진다. 반면 프로야구는 1년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치러진다. 대부분의 신인 선수들이 빡빡한 경기 일정을 처음 소화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즉 후반기 들어서는 체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김영우의 경우 시즌을 치를수록 더 좋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성공 체험을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염경엽 LG 감독의 역할이 작지 않다.KBO리그는 몇 년째 '육성'이 화두다. 지난 10여 년 동안 다수의 구단이 2군 훈련장을 확충했고, 미국과 일본 유명 아카데미로 선수를 파견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2군에서 선수를 육성하는 최대치가 70~80% 정도이다. 부족한 나머지는 1군에서 채워야 한다. 2군 못지않게 1군에서 어떤 로드맵을 갖고 있느냐가 육성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디테일에서 희비가 갈린다.배찬승과 김영우의 성공 과정은 다른 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신인 선수를 1군 경기에 단계적으로 기용하고 '성공 체험'을 만들어주는 프로세스가 선수 육성의 모범 답안이라는 걸 몸소 입증하고 있다.전 SSG 랜더스 단장정리=배중현 기자 2025.08.27 09:04
프로야구

로봇인 듯, 인간인 듯 '하이브리드 터미네이터' 안현민 [김식의 엔드게임]

안현민(22·KT 위즈)은 지난 22~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3연전에서 13타수 5안타를 때렸다. 그는 지난 15일 서울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수비 도중 양쪽 종아리 부상으로 쓰러진 바 있다. 검진 결과 근육통으로 밝혀졌으나, 혼자 걷지 못할 만큼 통증이 심했다.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후송된 안현민은 사흘만 쉬고 19일 SSG 랜더스전에 돌아왔다. 감각을 되찾은 그는 주말에 안타 행진을 재개했다. 지난 6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안현민은 9회 투수 김서현을 상대했다. 마무리 투수의 강속구가 몸쪽으로 날아들어도 그는 꼼짝하지 않았다. 결국 3볼-1스트라이크에서 150㎞/h의 패스트볼을 받아쳐 중전안타를 날렸다. 하루 전 그는 5일 김서현에게 사구를 얻어맞았다. 시속 156㎞의 빠른 공이 머리 쪽으로 날아든,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때의 공포와 고통이 채 가시지 않았을 재대결에서 안현민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당시 이강철 KT 감독은 “사우나에서 안현민을 만나 ‘어제 맞은 부위 어떠냐’고 물었더니 ‘괜찮다’라고 하더라”며 “인터넷에서 안현민이 머리 쪽으로 날아오는 공을 피하지 않는 영상이 화제더라. 그만큼 몸이 흔들리지 않은 채 ‘벽’을 세워놓고 타격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이런 에피소드를 보면 안현민에게 ‘터미네이터’라는 별명이 붙은 건 너무나 자연스럽다. 우람한 상체, 터질듯한 하체 근육에서 뿜어내는 파워와 스피드를 보면 마치 ‘타격 로봇’ 같다. 단단한 멘털과 빠른 회복력도 그렇다.그렇다고 안현민의 하드웨어만 보고 그의 타격을 평가하는 건 단견이다. 터미네이터의 더 많은 기능에 대해 주변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단단한 코어, 유기적 하체 이동안현민의 타격자세는 한 가지로 프로그래밍 돼 있지 않다. 특히 하체 움직임의 변화는 상당히 큰 편이다. 오른손 타자인 그는 이동발인 왼발을 배꼽 높이까지 올린다. 레그킥(leg kick)을 통해 힘을 끌어모았다가 앞으로 내디디며 치는 파워 히팅을 구사한다. 가끔은 토탭(toe tap)도 활용한다. 왼발 뒤꿈치를 살짝 들었다가 엄지발가락 부위로 지면에 착지하는 방법으로 하체 이동을 최소화한다. 타격의 정확성을 높이는 콘택트 히팅이다. 안현민은 상대 투수 유형과 자신의 컨디션, 그리고 경기 상황까지 고려해 폼을 다채롭게 바꾼다.이런 경우 대응력은 높아지겠지만, 타격에서 가장 중요한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다. 유한준 KT 타격코치는 “레그킥을 강하게 해도 안현민은 하체 밸런스를 잃지 않는다. 코어(core) 근육이 단단해서 타격 메커니즘의 중심이 잘 잡혀 있기 때문”이라며 “주로 강속구 투수들에게 토탭을 쓴다. 더 나은 콘택트를 위해 늘 노력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안현민은 스탠스에도 변화를 준다. 준비 자세에선 왼다리를 좌익수 방향으로 열어놓는 오픈 스탠스로 공을 기다린다. 이어 투구에 따라 같은 리듬으로 왼다리가 투수 쪽을 향하는 스퀘어 스탠스로 바꾼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홈플레이트로 날아드는 0.4초 동안 안현민의 왼다리는 정교하게 목표물을 추적, 타격한다.하체 이동에서 시작한 그의 타격은 폭발적인 허리 회전, 그리고 빠른 배트 스피드로 이어진다. 안현민의 키(1m83㎝)는 KBO리그 평균 수준이지만, 탈 아시아인급의 타구를 때려낸다.유한준 코치는 “안현민이 처음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데도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도전한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타격을 정립하는 게 정말 대단하다. 코치로서 그걸 존중하면서, 그의 장점을 극대화할지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험 이기는 ‘스마트 프로그래밍’안현민의 폭발력을 보며 29년 전 ‘리틀 쿠바’ 박재홍(당시 23세)을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 신인으로서 30홈런(1위)-36도루(4위)-108타점(1위)을 기록할 그는 파워·콘택트·스피드 툴을 모두 갖춘 슈퍼루키였다. 올 시즌을 퓨처스(2군) 팀에서 시작한 안현민은 다른 선수들보다 한 달 이상 늦은 4월 30일부터 1군 출전 기회를 얻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안현민 천하’다. 25일 현재 타율 0.345(1위) 출루율 0.453(1위) 장타율 0.585(2위) OPS(출루율+장타율) 1.038(1위)를 기록 중이다. 타석 수가 적어 홈런은 11위(19개)이지만, 타수당 홈런(17.39)은 국내 선수 중 1위다. 박재홍 MBC 해설위원은 자신과 닮은 후배의 소프트웨어에 더 주목했다. 그는 “안현민이 투수와 볼카운트 싸움을 하는 걸 보면 깜짝 놀란다. 유인구를 잘 참아내다가, 자신이 노린 공이 오면 주저하지 않고 스윙한다”며 “경험이 별로 없는데도 이렇게 타격하는 건 매우 영리하다는 뜻”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박재홍 위원은 “안현민이 공 보고 공 치는 게 아니다. 경기 전 상대를 분석하고, 대기타석에서 투수를 관찰하며 머릿속에 정보를 입력한다. 투수와 직접 상대하면서는 전략을 계속 바꾸는 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레그킥을 바꾸는 것도 그 일환이다. 피지컬이 워낙 좋고 (이동발을 어떻게 써도) 중심을 안정적으로 잡기에 가능한 타격”이라고 덧붙였다.2022년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전체 38순위) 지명을 받은 안현민은 마산고 시절 ‘도루하는 포수’로 유명했다. 나도현 KT 단장은 “당시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다른 잠재력이 워낙 뛰어났다. 발이 빠른 데다, 어깨도 강해 외야수로서 성공할 거로 판단했다”라며 “안현민이 포지션을 외야수로 바꾼 뒤 입대했다. 메이저리그(MLB)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처럼 타격 파워와 정확성, 수비와 주루까지 다 잘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나도현 단장은 “지난 3~4년 동안 안현민을 만난 건 항상 웨이트트레이닝장이었다. 워크에식(work ethic, 성실성)이 좋아서 ‘넌 무조건 성공한다’고 말해 줬다”며 “야구뿐만 아니라 선후배, 구단 직원,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도 훌륭하다. 메이크업(인성)과 리더십도 뛰어나기 때문에 스카우팅 리포트가 좋을 수밖에 없는 선수”라고 말했다. 슬럼프도, 투수들의 반격도 있다KT 입단 후 군에 입대한 안현민은 취사병으로 근무했다. 보직 특성상 매일 고단한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선임병에게 “일과 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시간을 달라”고 간청했다. 안현민은 구단 트레이너에게 훈련 사진·영상을 보내며 벌크업 과정을 체크했다. 신중하게, 그러나 지독하게 근육을 만들었다.모든 과정이 계산대로 된 건 아니다. MLB의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의 타격폼을 복제하려던 안현민은 올해 초 스프링캠프에서 완전히 타격 밸런스를 잃었다. 스윙이 무너진 그를 보고 이강철 감독은 “원래 폼으로 바꾸라”며 2군 캠프 이동 명단에 안현민을 포함했다. ‘인간적인 실수’를 극복한 안현민은 두 달 만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이 감독의 ‘최상급 아이템’이 됐다. 탄탄한 신체뿐 아니라 뛰어난 선구안과 메커니즘, 스마트한 머리를 갖췄다는 안현민은 지금까지 파죽지세로 KBO리그를 정복했다. 아직 끝은 아니다. 박재홍 해설위원은 “지금까지 투수들이 ‘어어’ 하다가 안현민에게 당했다. 앞으로 위협구 등에 잘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잘할 땐 모든 게 쉬워 보이지만, 슬럼프에 빠지면 지독하게 안 풀리는 게 야구다. 물론 안현민이 그런 과정에 있는 건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8월에는 홈런을 하나도 때리지 못하고 있는 것, 수비 중 뜻밖의 부상을 입은 건 그가 완전한 기계는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있다.안현민의 두 번째 과제는 투수들의 반격에 응수하는 것이다. 지난 5일 시속 161㎞의 강속구를 뿜어낸 한화 문동주(22)와 대결한 장면이 상징적이었다. 1회 유격수 땅볼, 4회 삼진, 7회 볼넷을 기록한 안현민은 “(동갑내기인) 동주를 처음 상대했다. 노림수대로 내 스윙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타구가 앞으로) 안 가서 허탈했던 것 같다. 동주가 좋은 투수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안현민이 허탈한 감정을 느낀 순간, 인간적인 표정이 나왔다. 마운드 위에서 문동주가 그걸 봤다. 문동주는 “현민이 타석 때 코너워크가 잘 됐다. 자주 만나고 싶지 않은 타자”라며 “파울을 치고 현민이가 씩 웃더라. 왜 웃지? 살인미소였나?”라며 고개를 갸웃했다.보통 살인미소는 치명적인 매력을 일컫는다. 아무리 자신감이 넘치는 문동주라고 해도 리그 최고 타자와의 승부에서 그런 여유를 느끼기는 어려웠을 거다. 터미네이터의 미소에서 섬뜩함을 감지한 것 같다.역대급으로 뜨거운 봄과 여름을 보낸 안현민은 어떤 가을을 맞이할까. 기계적이면서도 인간적인 ‘하이브리드 터미네이터’의 두 번째 미션이 시작됐다. 김식 기자 2025.08.26 06:18
프로야구

'홈런왕' 데이비슨이 왜 마운드에? 한국서도 투수 데뷔...KBO 역대 최초

NC 다이노스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34)이 KBO리그 역대 외국인 야수로는 최초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NC는 지난 24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 팀이 4-17로 크게 뒤진 9회 초 2사 1루 수비 상황에서 투수 김민규를 교체했다. 잠시 후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다름 아닌 1루수 데이비슨이었다. 데이비슨은 롯데 황성빈에게 초구 몸쪽 138㎞/h의 공을 던졌다. 이어 2구째 시속 137㎞ 공을 던져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임무를 마쳤다.구단에 따르면 "데이비슨이 '팀이 필요하면 내가 등판해 공을 던지겠다'라는 의사를 드러냈다"라고 밝혔다. 데이비슨은 "오늘 같은 상황이라면 언제든지 팀을 위해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데이비슨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투수로 나선 경험이 꽤 있다. 통산 6차례 투수로 등판해 6과 3분의 1이닝 5안타 3볼넷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에는 신시내티 레즈 소속이던 2020년 9월 1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 팀이 1-14로 크게 뒤진 8회 초 투수로 나서 2이닝 3피안타(1홈런) 1볼넷 2실점을 기록한 바 있다. 이 경기에서 세인트루이스 선발 투수였던 김광현(SSG 랜더스)은 5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또한 시카고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고 있던 2018년 8월 7일에는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적도 있다. NC는 24일 경기에서 임시 선발 이준혁(1⅓이닝 4실점)과 두 번째 투수 전사민(1.2이닝 2실점)이 무너졌다. 손주환-김태훈-최우선-김민규 등 투수진 소모가 많았고, 최근 필승조의 체력 부담이 컸다. 마운드 전력을 최대한 아끼고 싶었던 NC는 6회까지 17점을 뺏긴 터라 팬서비스 차원에서 데이비슨을 등판을 허락한 것으로 보인다. NC 팬들은 수비 상황에서 데이비슨이 마운드에 오르자 그의 응원가를 불렀다. 데이비슨은 지난해 46홈런을 쏘아올린 KBO리그 홈런왕 출신이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NC와 1+1년 320만 달러(44억원)에 재계약했다. 올 시즌에는 부상으로 세 차례나 1군에서 제외(총 45일)됐지만 82경기에서 타율 0.300 24홈런 6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달 19경기에서 홈런 8개를 쏘아올려 NC의 5강 경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형석 기자 2025.08.25 10:19
프로야구

64세 코치가 고개 숙여 경의 표현, 폰세는 폰세였다 [IS 피플]

한화 이글스 에이스 코디 폰세(31)가 열흘 만의 복귀전에서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양상문 한화 투수 코치는 폰세가 임무를 마치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했다. 폰세는 2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0-0이던 8회 말 한승혁에게 마운드를 넘겨 시즌 16승 달성은 다음으로 미뤘다. 폰세는 올 시즌 KBO리그 최고 투수로 군림하고 있다. 투수 트리플 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은 물론 승률 1위와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넘볼 태세다. 지난 12일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에서 개막 15연승 신기록과 함께 200탈삼진을 기록했다. 개막 15연승은 정민태(현대 유니콘스·2003년)와 헥터 노에시(KIA 타이거즈·2017년)의 14연승을 넘어선 KBO 신기록이다.그러나 폰세는 19일 두산 베어스전 선발 등판을 앞두고 감기와 장염 증세로 등판을 한 번 건너뛰고 휴식했다. 그 사이 한화는 연패에 빠져 선두 LG 트윈스와 승차가 더 벌어졌다. 열흘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폰세는 여전한 위력을 발휘했다. 1회와 2회, 5회 주자 한 명씩을 내보냈지만 2루는 허용하지 않았다. 3회와 4회는 삼자범퇴로 막았다. 폰세는 6회 초 선두 타자 박성한을 8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실점하진 않았다. 7회는 한유섬-안상현-고명준 세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하고 이날 투구를 마쳤다. 폰세는 이날 총 96개의 공을 던졌고, 스트라이크 비율이 73%에 이를 만큼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였다. 직구 최고 시속은 156㎞까지 나왔다. 탈삼진은 9개였다. 폰세가 7회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자 양상문 투수 코치가 환한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이어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선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했다. 장난기가 섞인 행동이었지만, 에이스의 위용을 보여준 외국인 투수에게 고마움을 표현한 것이다. 폰세는 양상문 코치와 끌어안아 포옹하며 화답했다. 그러나 폰세도 양상문 코치도 마지막에 웃지 못했다. 한화는 연장 11회 초 2사 후 SSG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결승점을 내줬고, 11회 말 공격에서 열세를 만회하지 못해 0-1로 졌다. 결국 최근 6연패에 빠졌다. 이형석 기자 2025.08.22 22:10
프로야구

'주중 LG전 12타수 7안타' 유강남 91일만의 홈런, '10연패' 롯데 오늘도 선취점 출발

롯데 자이언츠 포수 유강남(33)이 무려 91일 만에 홈런을 터뜨렸다. 최근 10연패 중인 롯데에는 굉장히 귀중한 홈런이다. 유강남은 2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 5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팀이 1-0으로 앞선 1회 초 2점 홈런을 기록했다. 유강남은 2사 1루에서 NC 선발 신민혁의 시속 120㎞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0m의 2점 홈런. 5월 23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91일 만에 터진 유강남의 시즌 5호 홈런이다. 유강남은 지난 19~21일 친정팀 LG 트윈스와 주중 3연전에서 12타수 7안타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되찾았다. 창원으로 옮겨 NC와 첫 경기 첫 타석부터 상승세를 이어갔다. 유강남은 전날까지 올 시즌 99경기에서 타율 0.285 4홈런 33타점으로 지난해(타율 0.191 5홈런 20타점) 극심한 타격 부진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한편 10연패에 빠진 롯데는 최근 2경기 연속 선취점을 뽑았다. 롯데는 1회 초 1사 후 박찬형이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후속 고승민의 12구 승부 끝에 투수 앞 땅볼로 아웃될 때 2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최다안타 1위' 빅터 레이예스가 1타점 선제 적시타를 뽑았다. 롯데는 전날 LG와 원정경기에서 14경기 만에 선취점(1회 초)을 올린 바 있다. 이형석 기자 2025.08.22 19:09
메이저리그

'복귀 준비 OK' 김혜성 트리플A 첫 재활 경기서 멀티 히트

김혜성(LA 다저스)이 부상 복귀 후 첫 실전 경기에서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터트렸다.다저스 산하 트리플A 팀인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 소속의 김혜성은 22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의 체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타코마 레이니어스(시애틀 매리너스 산하)와의 경기에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이날 경기는 김혜성이 지난달 30일 부상자 명단(IL)에 오른 뒤 치른 첫 실전 경기다. 김혜성은 앞서 왼쪽 어깨 점액낭염 진단을 받고 열흘짜리 IL에 등재됐다. 재활 및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모처럼 트리플A 경기에 나선 김혜성은 첫 타석부터 안타를 뽑아내며 좋은 타격감을 자랑했다. 그는 1회 초 무사 1루에서 상대 선발 니코 텔라체의 6구째 시속 132㎞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팀이 3-0으로 앞선 2회 초 2사 후에는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 정면을 향해 아쉽게 물러났다. 김혜성은 팀이 4-1로 앞선 4회 초 1사 1, 2루에선 빠른 발로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이후 6회 초 타석에서 호세 라모스와 교체돼 이날 경기를 마쳤다. 김혜성은 몸 상태에 큰 문제가 없으면 이달 말에 복귀 예정이다. 김혜성은 부상 이탈 전까지 58경기에서 타율 0.304 2홈런 15타점 1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44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내야수 줄부상에 신음하는 다저스는 김혜성의 복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이형석 기자 2025.08.22 15:57
스포츠일반

최태호, 한국 사이클 첫 세계주니어 경륜 금메달

사이클 유망주 최태호(강원도사이클연맹)가 2025 트랙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경륜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모겡 걸었다. 한국 선수가 이 대회 경륜 종목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최태호는 8월 22일 오전 3시(한국시간) 네덜란드 아펠도른에서 열린 2025 트랙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남자 경륜 결승전에서 우승했다.앞서 단체 스프린트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던 최태호는 이번 우승으로 대회 두 번째 시상대에 오르며 세계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이번 대회 남자 경륜에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33명의 선수가 출전했다.최태호는 예선 1조에서 가볍게 1위로 통과한 데 이어 준결승에서도 여유 있는 승리를 거두며 1~6위 결승전에 진출했다.결승에는 단체 스프린트 금메달을 따낸 영국의 강호 선수 2명이 출전해 철저히 견제했지만, 최태호가 폭발적인 스퍼트를 앞세워 달아났다. 그는 마지막 한 바퀴에서 시속 70km 이상으로 치고 나가며 독주를 펼쳤고, 결승선 직전 뒤를 돌아보는 여유까지 보이며 가장 먼저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한국 사이클 역사상 주니어 경륜 종목 첫 금메달이다.최태호는 어린 시절 스키 선수로 활동하며 운동 감각을 키웠고, BMX 레이싱에서도 다수의 메달을 따내며 ‘만능 스포츠맨’으로 주목받은 유망주다. 중학교 시절 트랙 사이클에 입문한 뒤, 고교 진학과 함께 사이클 강국인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사이클 유학하며 현지 대회에서 다수의 금메달을 휩쓸며 기량을 쌓았다.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는 스프린트와 단체 스프린트에서 동메달 2개를 획득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금메달 3개를 목표로 도전했고, 단체 스프린트 은메달에 이어 경륜 금메달을 따내며 순항하고 있다. 이상현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은 “한국 최초로 세계주니어대회 경륜 종목에서 금메달이 나온 것은 큰 성과”라며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국 최초 올림픽 메달이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최태호는 오는 23일 자신의 주종목인 스프린트 경기에 출전한다. 김우중 기자 2025.08.22 13:19
메이저리그

이정후, MLB 개인 최다 연속 경기 안타 경신하나...8월 타율 0.338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올 시즌 최다인 10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냈다.이정후는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5 미국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원정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0.262(458타수 120안타)로 변함이 없다. 이정후는 12일 샌디에이고전부터 시작한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을 10경기로 늘렸다. 이정후는 개인 최고 기록에 한 발짝 다가섰다. 지난해 미국 무대에 진출한 이정후는 2024시즌 4월 8~21일 11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 MLB 개인 최다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이다. 이정후는 이달 타율 0.338(71타수 24안타)로 타격감이 좋다. 이달 19경기(현지시간 기준)에서 무안타에 그친 경기는 지난 11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이 유일하다. MLB 진출 후 개인 최다 연속 경기 안타 기록 경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이정후는 이날 1회 첫 타석에서 안타를 뽑아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는 샌디에이고 선발 투수 딜런 시즈의 2구째 시속 153㎞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중전 안타를 뽑아냈다. 이정후는 팀이 1-0으로 앞선 3회 무사 2루에선 내야 땅볼에 그쳤으나 상대 실책으로 1루를 밟았다. 이번에도 무사 1, 3루에서 앨리엇 라모스가 또 병살타를 때려 2루에서 아웃됐다. 이정후는 2-2로 맞선 5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볼넷을 골라 걸어 나갔으나 후속타 불발로 아쉬움을 삼켰다. 7회에는 2루수 직선타로 아웃됐다.샌프란시스코는 4-8 패배로 최근 3연패를 당해 가을야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형석 기자 2025.08.22 09:10
프로야구

'만루포' 박계범 "류현진 선배라 이른 카운트 노렸다...올라올 때가 돼서 올라온 것" [IS 대전]

두산 베어스를 7연승으로 이끈 한 방은 박계범(29)의 그랜드 슬램이었다.두산은 2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원정경기에서 6-3으로 이겼다. 한화와의 대전 주중 3연전을 스윕한 두산은 7연승을 달렸다. 시즌 초부터 하위권으로 떨어진 두산은 여전히 5할 승률 아래(52승 59패 5무)에 있는 9위. 그러나 7월 이후 상승세를 타더니 포스트시즌 커트라인인 5위(KT 위즈)를 3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다. 중위권 팀들이 물고 물리면서 두산의 상승세가 더 돋보이고 있다.박계범은 2-2이던 7회 초 무사 만루에서 한화 선발 류현진이 초구 커브(시속 115㎞)를 잡아당겼다. 날카로운 스윙에 걸린 타구는 120m를 비행한 끝에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순식간에 6-2를 만든 결승타였다. 투구수 90개를 채운 류현진은 결정타를 얻어맞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올 시즌 첫 홈런을 류현진을 상대로, 그것도 만루홈런을 터뜨린 박계범은 "커브를 노린 건 아니다. 류현진 선배님의 컨트롤이 워낙 좋기 때문에 (만루 상황에서) 초구는 무조건 스트라이크가 들어온다고 생각하고 휘둘렀다. (류현진 제구가 좋아서) 최대한 이른 카운트에서 승부를 보려 했다"고 말했다. 2014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데뷔한 박계범은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2021년 두산으로 이적했다. 그해 118경기를 뛰었으나, 이후엔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시즌이 많았다.이날로 통산 17홈런을 기록한 박계범은 만루포 비중(총 3개)이 꽤 높은 편이다. 2019년 9월 4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개인 통산 첫 그랜드슬램 손맛을 봤고, 두산 이적 첫 해인 2021년 9월 17일에는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 만루홈런을 쏘아 올렸다. 박계범은 "만루 홈런은 다 기억이 난다. 그래도 오늘 홈런이 연승을 만든 홈런이라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웃었다.이날 모처럼 선발(7번 타자-2루수)로 출전한 그는 2회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5회 기습번트를 시도하다 아웃된 박계범은 가장 중요한 순간 만루포를 터뜨리며 환호했다. 7연승을 이끈 박계범은 "요즘 팀에서 젊은 선수들이 열심히 뛰며 성장하는 걸 보면, 내가 나이를 먹었는지 (그들과 주전 경쟁을 해야 하는데도) 뿌듯하다"며 "우리 팀은 언제나 열심히 했다. 9위에 있을 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올라올 때가 돼서 올라오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대전=김식 기자 2025.08.22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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