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민호 형 덕분" 원태인·최원태·이호성의 합창, 이것이 베테랑 강민호의 존재감 [준PO1 스타]
"(강)민호 형 리드대로 던졌다."와일드카드 결정전(WC) 2차전부터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까지, 포스트시즌(PS) 2연승을 이끈 투수들은 이구동성으로 강민호(40)의 이름을 언급했다. 결정적인 순간, 그의 리드가 자신의 호투와 팀 승리를 이끌었다는 감사의 말이었다. 원태인은 지난 7일 대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WC 2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3-0 승리와 함께 준PO행을 이끌었다. 이날 원태인은 100구가 넘어간 6회, 1사 후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을 연달아 내주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두 타자를 '강민호의 리드'로 잡아내며 무실점했다. 1사 1, 2루에서 맞은 대타 박건우와의 승부가 가장 큰 위기였다. 이날 박건우는 햄스트링 통증으로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원태인을 상대로 통산 타율 0.457(35타수 16안타) 2홈런 OPS 1.268로 강했던 '천적'. 원태인은 박건우에게 6구 연속 변화구를 던지다가 마지막 147km/h 직구로 루킹 삼진을 이끌어냈다.
경기 후 원태인은 "예전 창원 NC전에서 박건우를 만났을 때 3-2 볼카운트에서 커브로 삼진을 잡은 기억이 있다. 오늘은 (강)민호 형이 (마지막 공으로) 무슨 구종을 요구할까 생각했는데, 직구 사인이 나더라. 오늘 내 직구가 좋긴 좋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자신 있게, 맞더라도 들어가자는 생각으로 던졌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민호 형이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이겨줘서 고마웠다"라고 전했다. 이틀 뒤인 9일엔 최원태가 강민호에게 엄지를 추어 올렸다. 이날 인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준PO 1차전에 선발 등판한 최원태는 역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5-2 승리를 견인했다. 그동안 최원태는 가을야구 17경기에 나와 승리 없이 2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1.16을 거두며 부진했는데, 이날 PS 첫 승리와 함께 가을 악몽도 떨쳐냈다. 경기 후 만난 최원태는 "(포수) 강민호 형이 낸 사인을 한 번도 고개 젓지 않고 던졌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6회 끝나고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강민호에게 엄지를 추어 올리기도 했다. 최원태는 "경기 전에 민호형이 147㎞ 이상 던지면 제구가 안 되니까, (빠르게) 던지지 말라고 했다"라며 "마지막 삼진 잡을 땐 커브 생각을 했는데 딱 (민호 형의 커브) 사인이 나오더라. 민호 형에게 감사했다"라고 돌아봤다.
리드는 물론, 후배의 멘털을 잡은 것도 강민호의 몫이었다. 이날 삼성은 8회 말에 큰 위기를 맞은 바 있다. 7회 1아웃부터 올라온 이호성이 8회 2사까지 잘 잡아놓고는, 이후 연속 안타와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맞으며 흔들린 것. 이때 최일언 투수 코치와 함께 강민호가 이호성을 다독이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경기에서 이호성이 홈런 타자 고명준을 땅볼 처리하며 실점 위기를 지워냈다. 이호성은 "강민호 선배가 긴장을 풀어 주셨다"라고 돌아봤다. 만루 위기에도 웃고 있는 이호성을 향해 강민호가 "쫄지 않네? 표정 마음에 든다"라며 반색했다는 후문. 강민호는 "우린 할 거 다 했다. 만루 홈런 맞아도 되니까 들이 받아"라고 후배를 다독였다고 한다. 이호성은 "강민호 선배의 말에 부담감을 덜었다"라고 회상했다. 이호성의 인터뷰 때 강민호가 찾아와 그와 주먹 인사를 나누며 "공 좋았다"라고 토닥인 건 덤이다.
이어진 강민호의 인터뷰 때, 채상병 코치가 지나가면서 "안타 쳐라, 안타 쳐"라며 핀잔 아닌 핀잔을 줬다. 그러자 강민호는 "수비, 수비(도 중요합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분명 강민호는 이번 가을 동안 타격에서 아쉬움을 보이고는 있다. 하지만 풀타임 출전에 투수들을 이끄는 굳건한 리드, 정신적 지주까지 베테랑 안방마님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팀의 가을을 이끌고 있다. 인천=윤승재 기자
2025.10.10 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