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런던올림픽 기자들의 수다] 中언론, 박태환에 황당 질문 “당신이 쑨양 우상?”
런던올림픽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개막 후 수많은 스토리와 해프닝이 쏟아진다. 일간스포츠·중앙일보·JTBC 기자들은 런던의 경기장 곳곳을 누비며 생생한 순간을 담아 전하고 있다. 각자 맡은 종목을 취재하느라 바쁘지만 틈나는 대로 모여 정보와 수다를 나눈다. 장혜수·김식·송지훈·장주영·오명철·온누리·이형석 기자가 30일 런던 옥스포드 서커스에 있는 JTBC 지국에 모였다. 기사로 다 전하지 못한 뒷이야기 그 첫 번째.장혜수 오늘 자유형 200m 결승전을 취재한 오명철 기자가 한국-중국 기자들간의 해프닝을 먼저 전해주시죠.오명철 박태환과 중국의 쑨양은 건전한 라이벌인데요. 박태환이 400m 예선에서 실격 판정을 받았을 때 한국언론에 쑨양이 손가락질을 하는 사진이 나가서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졌습니다. 사실 쑨양의 손짓은 별 의미가 없었거든요.김식 대회 전 쑨양이 "400m에서도 박태환을 이길 수 있다"고 강한 주장을 담은 인터뷰도 있었죠.오명철 마침 쑨양이 400m에서 우승하고 '내 롤모델은 박태환이었다'는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게 일부에서는 "내 우상은…"이라고 표현됐거든요. 우상이라는 단어가 특히 중국에서는 신성화의 뉘앙스를 갖습니다. 중국인들로서는 쑨양이 박태환을 우상으로 생각한다는 게 기분이 나빴겠죠.장혜수 200m 결승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선 어떤 일이 있었나요?오명철 한 중국기자가 박태환에게 "한국 언론은 '쑨양이 당신을 우상으로 삼는다'라고 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습니다. 보도의 사실 여부를 선수인 박태환에게 확인하는 질문이라 황당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과연 1500m에서도 쑨양이 박태환을 우상으로 삼을까"라고 물었어요. 박태환은 "아니다. 1500m에서는 쑨양이 최고다"라고 의연하게 답했습니다.김식 중국 기자가 팬의 입장에서 질문한 것이군요.오명철 황당한 질문이 나오자 한국 취재진이 웅성거렸거든요. 공격적인 느낌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한 중국 기자가 한국 취재진에 와서 "박태환과 쑨양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처럼 두 나라에서 보도돼 안타깝다. 오역이 있었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난 한국 특파원을 해서 두 나라 사이의 다른 점을 이해한다. 두 선수 사이엔 문제가 없는데 팬들끼리 등 돌릴 필요는 없다. 오해는 풀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한국 취재진도 고개를 끄덕였고요.온누리 저는 판정 번복의 희생자 유도 조준호를 만났습니다. 많이 속상할 텐데, 오히려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더군요.김식 미안하다고요? 누구에게?온누리 조준호가 최민호 대신 대표팀에 선발됐잖아요. 그래서 약속했답니다. "금메달을 따서 꼭 목에 걸어주겠다"고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 했습니다. 조준호는 "동메달이라도 걸어줘야 겠다. 그걸로는 미안하니 선물을 사가야겠다"고 하더군요. 이런 조준호를 지켜주지 못해 우리가 미안한 마음입니다.장혜수 개막 후 3일 동안 우리 대표팀은 금메달 2개를 땄습니다. 금메달 10개로 종합 10위 안에 들겠다는 '10-10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걸까요?김식 현재까지 금메달 2개입니다. 10개는 쉽지 않아졌습니다. 초반 사흘안에 최소 서너 개는 땄어야 하거든요. 남녀 양궁 개인전, 남자 체조 양학선, 배드민턴 남자 복식, 남녀 태권도, 남자 복싱 신종훈 등이 남은 금메달 후보입니다.장주영 남자 양궁 대표팀 임동현은 '실력'보다 '시력'으로 외신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썩 유쾌한 상황이 아니었는데요. 영국 일간지에서 임동현을 ‘법적으로는 시각장애인이다’는 내용의 오보를 쓰면서 비롯됐습니다.김식 외신도 '인간 승리 드라마'를 좋아하나 보군요.장주영 "법적인 시각장애인이 맞느냐", "활을 쏘는데 지장은 없느냐", "정상인의 시력을 100으로 보면 당신은 몇%로 보냐" 등의 질문이 나왔습니다. 임동현이 처음에는 웃으며 답변하다가 "활을 쏘거나 운전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선을 그었거든요. 그래도 일부 기자들은 계속 질문을 퍼부었습니다. 그러자 주최 측이 나서 기자들에게 "무례한 질문은 그만해 달라"라고 부탁한 뒤 임동현에게 "기분이 상하면 질문에 답변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장혜수 진종오가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우리 대표팀 첫 금메달을 땄습니다. 2위와 2점차 1위로 결선에 올라 쉽게 이길 줄 알았는데 끝까지 팽팽했습니다.김식 마지막 열번째 사격이 10.8점이 되면서 우승했는데요. 9점대 초반을 쐈다면 은메달로 내려 앉았을 수도 있습니다. 진종오는 "마지막 한 발을 쏘고 나서야 금메달을 확신했다"고 말했고요, 코치진은 "예선에서 2점차로 앞섰으니 땅바닥에만 쏘지 않으면 이긴다고 믿었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싸우는 선수와 옆에서 돕는 코치의 차이도 이렇게 크네요.장혜수 진종오가 8월5일에는 50m에 출전하죠? 금메달 하나를 땄으니 50m에서는 조금 편하겠군요.김식 진종오 스스로도 "내 사격 인생에서 가장 편한 경기가 될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기대가 더 큽니다. 김식 축구 대표팀은 스위스를 꺾은 뒤 분위기가 좋아졌나요.송지훈 축구 담당기자로서 겪는 가장 큰 불편사항은 축구대표팀의 '간판스타' 박주영과 말을 섞을 기회가 없다는 겁니다. 소속팀 아스널 퇴출 논란, 병역 논란 등 굵직굵직한 이야깃거리를 지닌 선수라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이슈인데요, 대회 개막 이후 단 한 번도 제대로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김식 현장에 기자들이 많은데도 인터뷰가 안 되나요?송지훈 매번 선수의 거부로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홍명보 감독도 "선수의 집중력 유지를 위해 이해해 달라"며 양해를 구하고 있고요. 그런데 한 가지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유학생들이 축구 대표팀이 훈련하는 코벤트리 워릭대학 연습구장을 찾았다는데요. 박주영 선수가 이들을 너무나 반갑게 맞아줬다고 합니다. 사인을 해주고, 사진도 같이 찍고 "유학생이시냐"고 먼저 말을 거는 등 밝은 얼굴로 한참 대화까지 나눴다더군요. 전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기자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계속 인터뷰를 성사시킬지, 아니면 차라리 현지 유학생으로 위장해서 대화를 시도할 지 말이지요. 박주영씨! 제발 이러지 맙시다.
2012.08.01 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