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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LG우먼' 이정애 LG생건 신임 대표의 만만치 않은 길

18년 동안 한 명의 대표이사(CEO)가 이끌어왔던 LG생활건강이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K뷰티 업계는 1위 LG생활건강의 변화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신임 대표가 가진 상징성이 남다를 뿐 아니라, 앞으로 풀어나갈 과제도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봉쇄 정책이 이어지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신임 대표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실적부터 챙겨야 한다. 뼛속까지 'LG우먼' LG그룹은 지난 24일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의 정기 임원인사에서 차석용 부회장이 맡았던 대표이사에 이정애 음료 사업부장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K뷰티 업계 전체가 술렁일만한 소식이었다. 2004년 이후 무려 18년 동안 LG생건을 이끌어 온 차 부회장이 용퇴했기 때문이다. 차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5년 3월까지였다. 그러나 '차석용 매직'으로 불릴 정도로 매년 상승하던 실적이 내리막길을 탔고, 차 부회장 또한 후배의 길을 터 주기로 결심하면서 이번 인사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차 부회장의 수식어였던 '최장수·최고령 CEO'라는 기록도 멈추게 됐다. 차 부회장의 배턴을 이어받은 이정애 신임 대표는 뼛속까지 'LG우먼'이다. 1986년 신입사원 공채로 입사한 뒤 그룹 최초의 여성 대표의 자리까지 올랐다. 포트폴리오가 견실하다. 36년 동안 생활용품사업부장과 럭셔리화장품사업부장, 음료 사업부장 등을 고루 맡아 회사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평가된다. 특히 이 대표가 부사장으로 승진한 2015년 말부터는 럭셔리화장품 사업을 책임졌는데 '후' '숨' '오휘' 등 화장품 브랜드의 경쟁력이 강화된 시기였다. 후는 2018년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연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다. 회사 측은 이번 인사가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고 디테일한 전문성과 실행력을 갖춘 인재를 발탁했다는 입장이다. LG생건 관계자는 "이정애 사장의 성공은 디테일한 면까지 꼼꼼히 챙기는 여성으로서 강점뿐만 아니라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로서의 역량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생활용품·화장품·음료 사업부를 모두 거쳐 전체 사업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고 말했다. 실적·내부 단속…숙제 산적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당장 지난해 4분기부터 곤두박질치는 실적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LG생건은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감소한 5조3780억원, 영업이익은 44.5% 감소한 5822억원을 기록했다. LG생건의 분기 영업이익이 2000억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4분기(1852억원) 이후 5년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특히 주력 부문인 화장품 사업이 부진했다. 3분기까지 화장품 사업 누적 매출은 2조34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1% 줄었고, 영업이익은 66.6% 감소한 2299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기준 화장품 사업 전체 매출의 66%를 차지한 후의 올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나 쪼그라들었다. LG생건은 부진의 원인을 중국 시장에서 찾는다. 코로나19로 인한 도시 봉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 침체까지 겹쳤다는 것이다. 중국은 LG생건의 매출 절반가량을 책임지는 '빅 마켓'이다. 차 부회장이 불확실성이 큰 중국 시장 대신 기업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북미 진출에 몰두해온 배경이다. K뷰티 기업 관계자는 "솔직히 K뷰티 전성기는 옛말이다. 3~4년 전까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뷰티 기업들이 죄다 생존을 걱정할 처지"라며 "LG생건도 공격적으로 북미 진출에 몰두했지만, 지금은 세계 경기가 침체해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말했다. 이 신임 대표에게는 내부 단속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생건은 2004년 12월 이후 차 부회장의 지휘 아래 움직였다. 장수 CEO 체제는 조직이 안정적이고, 리더의 뜻에 따라 비교적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직 체계 역시 매사 적극적이었던 전임 CEO의 뜻과 방침에 따라 오랜 시간 유지됐다. 달라진 LG생건을 보여줘야 하는 이 신임 대표의 부담이 크다. 단기 실적을 위해 곳곳에 뚫린 인사 공백도 긴 안목을 갖고 채워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강산이 몇 번 바뀌었지만, LG생건은 단 한 명의 CEO가 집권했다"며 "새로운 시스템과 틀을 짜야 하는 이정애 신임 대표로서는 만만하지 않은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1.28 07:00
경제

[M리포트] 아시아 넘어 글로벌로…차석용이 이끄는 ‘LG생건 전성시대’

“아시아를 뛰어넘어 글로벌 회사로.”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67)은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의 나침반은 이제 세계를 향해 있다. 차 부회장은 2020년 K뷰티 업계에서 가장 기대를 받는 최고경영자(CEO)다. LG그룹 내 최초의 '비LG맨 출신 부회장'인 그는 15년째 자리를 지키며 최장수 CEO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LG생건은 2005년 차 부회장이 부임한 뒤 1조원 안팎에 그쳤던 매출을 7조원 대까지 키웠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정기임원 인사에서 차 부회장을 재신임했다. 이는 단순히 과거 성과에 대한 치하가 아니다. 2020년에는 더 다른 모습을 보여 달라는 그룹의 뜻으로 읽힌다. 국내 뷰티 업계가 차 부회장이 만들어가는 경자년에 주목하는 이유다. 2020년 K뷰티는 LG생활건강 시대 LG생건은 아모레퍼시픽(이하 아모레)과 국내 화장품 ‘톱2’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매출 1·2위를 다투던 LG생건은 2017년 3년 만에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이후 LG생건은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 치우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이하 후)’의 성공 덕이었다. 후는 지난해 단일 판매로 누적 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LG생건의 올해 매출 목표는 7조원 대다. 전체 화장품 군도 아닌, 단일 브랜드 하나로 전체 3분의 1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셈이다. LG생건의 화장품사업 부문은 럭셔리 화장품과 프리미엄 화장품으로 분류된다. 럭셔리 화장품은 후·오휘·숨마 등이다. 면세점과 백화점을 통해 판매된다. 럭셔리 브랜드 화장품의 매출은 해마다 증가세다. 2016년 2조1979억원이었는데 2019년에는 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LG생건은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후의 초고가 라인인 예헌보를 출시했다. 예헌보는 크림 가격만 100만원 이상이다. LG생건 관계자는 “화장품은 고부가가치 분야다. 가령, 세제는 부피가 커서 운반과 판매가 쉽지 않은데, 개당 1만원 선이다. 화장품은 작지만 개당 단가는 높다. 기업이 럭셔리 화장품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M&A만 20여 차례…인수합병의 귀재 LG생건이 성장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열쇠는 기업 인수·합병(M&A) 이다. 차 부회장은 2005년 이후 코카콜라음료·더페이스샵·태극제약·뉴에이본 등 20여 차례에 달하는 M&A를 성사시켰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코카콜라음료다. LG생건은 2007년 SPC그룹 등 유력한 경쟁업체를 제치고 코카콜라음료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코카콜라음료는 화장품과 생활용품으로 유지되던 LG생건에 음료라는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계기가 됐다. 코카콜라음료는 스프라이트와 조지아 등 주요 브랜드가 선전하면서 지난해 3분기 매출 4029억원, 영업이익 549억원을 달성했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2.4%, 7.9% 증가한 수준이다. 기복이 없고 꾸준하다는 것이 음료 분야의 매력이다. M&A를 통해 미래 먹거리도 발굴한다. 세계 뷰티 업계는 더마코스메틱(약국화장품)에 주목하고 있다. LG생건은 2017년 피부 연고 제품을 주 사업으로 하는 태극제약의 지분 80%를 446억원에 인수했다. LG생건은 M&A를 통해 충청남도 부여, 경기도 화성, 전라남도 장성 등 3곳에 생산공장을 활용하고 더마코스메틱 분야 역량을 키우고 있다. 해외 시장도 개척하고 있다. LG생건의 화장품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에 주로 영향력이 있다. 만약 중국 시장에 문제가 생길 경우 ‘후’ 등 화장품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LG생건은 지난해 미국의 화장품·퍼스널케어 전문회사 뉴에이본 지분 100%를 1억2500만달러(약 1450억원)에 인수했다. LG생건은 뉴에이본을 발판으로 미국과 캐나다·남미·유럽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차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130년 전통의 에이본 사업을 성공적으로 인수해 미주 시장 진출의 교두보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로맨티스트 차석용…”주말엔 아내와 데이트도” 냉정한 경영인 차 부회장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다. 적어도 아내에게는 말이다. 2020년은 차 부회장이 결혼 40주년을 맞는 해다. 차 부회장의 아내 신정희 씨는 2018년 한 매체의 시상식 자리에 참석해 러브스토리를 전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차 부회장이 고교 시절부터 신 씨를 무척 좋아해 “쫓아다녔다”고 한다. 차 부회장과 신 씨는 8년에 걸친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차 부회장과 사이에 1남 1녀를 둔 신 씨는 남편의 생활 방식에 깊은 신뢰를 보였다. 결혼 뒤 한결같은 수면 시간과 삶의 방향성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차 부회장은 자신이 수십 년째 65㎏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으며, 술·골프·회식·의전을 지양한다고 밝혔다. 신 씨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남편은 식사를 알아서 간단히 챙겨 먹는 스타일”이라면서 주말에는 함께 여행을 가는 등 데이트를 한다고 전했다. 법조인이 꿈이었던 차 부회장은 경기고 졸업 뒤 고려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곧바로 군 입대를 했고, 제대 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주립대와 코넬대 MBA를 차곡차곡 마쳤다. 인디애나대학 로스쿨까지 들어갔으나 경제적 상황 때문에 글로벌 생활용품기업 P&G에 입사했다. 차 부회장은 긴 세월 미국생활을 하며 고생한 아내를 국내 법학 대학원에 보냈다. 차 부회장은 때론 감성적인 말로 임직원을 아우른다. 그는 신년사에서 최근 감명 깊게 본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언급하며 “평범하고 작은 사람들의 선의가 모여 우리 사회에 기적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라면서 “LG생건이 써나가는 기적 같은 역사는 우리가 회사를 위해 하루하루 쌓아 올린 작은 차이가 모여 이룬 기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기적이 될 수 있을까요? 네, 우리 모두가 기적의 주인공들입니다”라고 신년사를 끝맺어 직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LG생건 관계자는 "신년사는 모두 부회장께서 직접 준비하신다"고 전했다. 글로벌 명품 향해 도전장 LG생건은 차 부회장과 함께 창사 뒤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차 부회장이 취임할 당시 2만9000원대였던 LG생건 주가는 2일 기준 126만1000원까지 뛰어올랐다. 1조원 수준이었던 매출도 7조원까지 불었다. 이제 차 부회장은 그 너머를 본다. 차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아시아를 뛰어넘어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LG생건은 한국과 아시아권 최고의 뷰티 기업이지만, 글로벌 내 비중은 적다. LG생건의 목표는 로레알그룹·에스티로더그룹·LVMH그룹·시세이도그룹과 어깨를 견주는 것이다. 차 부회장은 이를 위해 “세계적 명품 브랜드 육성을 위한 화장품 사업 경쟁력 강화하겠다. 차별화된 생활용품 통합 프리미엄 브랜드 육성, 글로벌 진출과 미래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디지털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큰 것만 보고 가면 작지만 소중한 것을 놓칠 수 있다. 차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직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작은 것도 귀중히 여기는 마음을 강조했다. 차 부회장은 “작은 일도 경솔하게 처리하지 않는 ‘물경소사’의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고 깊이 있는 혁신을 지속하는 문화를 만들자”고 힘줘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0.01.0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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