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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돌아보는 2025 영화계: 희망편 [2025 연말결산]

영화계는 올해도 희비가 교차했다. 해외시장에서 K영화인들이 연이어 낭보를 전하며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켰지만, 국내 극장 산업은 좀처럼 재기하지 못하며 곳곳에서 곡소리가 이어졌다. 기쁨과 슬픔이 공존했던 2025년 영화계를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2025년 영화계는 웰메이드 작품들이 글로벌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특히 한국 거장 감독 박찬욱의 ‘어쩔수가없다’는 해외 유수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았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에 등극하며 K컬처를 크게 견인했다. 글로벌 주목도 속 국내 제작·배급사도 해외 영화 시장으로 새 활로를 찾았다. ◇韓영화 자존심 살린 ‘어쩔수가없다’, 해외 유수 영화제 낭보박찬욱 감독 ‘어쩔수가없다’가 올해 한국 영화의 글로벌 존재감을 빛냈다. 앞서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을 시작으로 해외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은 이 작품은, 한국 영화를 대표해 내년 열릴 제9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출품됐고, 국제장편영화 부문 예비 후보에 올랐다.박 감독의 미학이 녹은 블랙코미디와 이병헌의 정교한 열연에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토론토영화제, 시체스영화제 등 수상 낭보도 쏟아졌다. 내달 열리는 ‘오스카 전초전’ 미국 골든글로브에서도 외국어영화상을 포함한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특히 이병헌이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쥘지 기대가 모인다. ◇K컬처 위상 드높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신드롬올해 전 세계 화제의 중심엔 단연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 6월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과 한국 전통 무속을 결합한 오컬트 소재 판타지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공개 후 트렌디한 OST 트랙은 물론, 캐릭터가 입은 한복 의상 및 갓, 노리개, 극중 배경으로 등장한 북촌 한옥마을, 남산 서울타워 등 전통과 현대를 아울러 한국 문화에 대한 글로벌 관심을 크게 견인했다.식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며 공개 석 달째인 지난 9월 넷플릭스 콘텐츠(영화·시리즈, 영어·비영어 통합) 최초로 시청 수 3억 회를 돌파하며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원안부터 직접 집필한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을 비롯해, 주인공 루미 역 가창자이자 OST 작곡가 이재 등 한국 창작자가 대거 참여해, 해외자본 주도 글로벌 제작 환경에서도 지역성을 지킨 모범적 선례에 등극했다. ◇해외 활로도 숨통 틔웠다…한국-글로벌 합작 영화 봇물글로벌 합작 프로젝트 소식도 쏟아졌다. 한국-베트남 합작 영화 모홍진 감독의 ‘엄마를 버리러갑니다’와 김성훈 감독의 ‘나혼자 프린스’는 양국의 제작진이 협업해 현지 관객도 만족할 수 있는 K무비로 완성됐다. 특히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지난 8월 베트남 개봉 후 누적매출 1718억 동(96억 5516만 원)을 기록, 현지 개봉한 역대 한국 영화 흥행작에 ‘파묘’ ‘육사오’와 함께 이름을 나란히 했다.베트남뿐 아니라 가까운 일본부터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권은 물론, 스페인 등 유럽 등으로 합작 파트너십 국가도 확장됐다. 일례로 ‘파묘’를 배급한 쇼박스는 태국 대표 영화 제작·배급사 M스튜디오와 개발부터 배급까지 전 과정을 긴밀히 협업하는 MOU를 체결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12.18 05:55
스타

송창의, 4년 만 와이원엔터 전속계약…류승범X황정음 한솥밥 [공식]

배우 송창의가 와이원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고 다시 한 번 힘찬 출발을 예고했다.와이원엔터테인먼트는 22일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탄탄한 내공을 지닌 송창의 배우와 다시 한 가족이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며 “드라마·영화·무대를 아우르는 전방위 활동이 가능한 배우인 만큼, 새로운 시작과 함께 더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앞으로의 행보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송창의는 2002년 뮤지컬 ‘블루 사이공’으로 데뷔한 이래 장르 불문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드라마 '황금신부', '인생은 아름다워', ‘대풍수’, ‘신드롬’, ‘닥터프로스트’, ‘내 남자의 비밀’, ‘여자를 울려’, 최근 '친절한 선주씨' 등에 출연하며 섬세한 감정선과 안정적인 캐릭터 구축으로 ‘믿고 보는 배우’의 저력을 입증했다.또한 뮤지컬 ‘레베카’, ‘마타하리’, ‘헤드윅’, ‘엘리자벳’, ‘광화문연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의 흥행작을 통해 보여준 밀도 높은 표현력과 폭발력은 작품의 무게중심을 단단히 잡아내며 폭넓은 관객층의 신뢰를 얻었다.아울러 그는 1970-80년대 금지되었던 명곡들을 재조명한 블랙코미디 ‘금지가요’와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자들을 납치하여 사죄를 받아내려는 복수·스릴러 '개미잡이'의 개봉을 앞두고 진정성 있는 연기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한편, 다수의 연기파 배우들이 소속된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매니지먼트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OTT 제작을 아우르며 사업 영역을 전방위로 넓히고 있는 와이원엔터테인먼트는 김선아, 류승범, 예수정, 이범수, 손종학, 김선화, 성기윤, 신성록, 이태리, 김송일, 도지한, 장재호 등이 소속되어 있다.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5.10.22 08:46
영화

“변성현의 역작”…‘굿뉴스’, 넷플릭스 K무비 효자 꿰찬다 [줌인]

“늘 재밌다. (변)성현아.”이제는 영화 팬들 사이에서 하나의 ‘밈’이 되어버린 변성현 감독 작품 후기 짤이 오랜만에 ‘끌올’됐다. 신작 ‘굿뉴스’에 대한 평가인데, 이번엔 호평 범위가 덕후들을 넘어섰다.21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굿뉴스’는 지난 17일 공개 후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영화’에서 나흘 연속 1위를 유지 중이다. 신작 공개 효과, 이른바 ‘오픈빨’도 있지만 호평이 쇄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오리지널 영화에서 유독 박한 평가를 받으며 맥을 못추리던 넷플릭스에 모처럼 ‘효자작’이 탄생할 거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굿뉴스’의 인기 요인은 명확하다. 잘 쌓은 서사와 빈틈없는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이 완벽하게 맞물렸다. 영화는 1970년 요도호 납치 사건을 모티프로, 각기 다른 속내를 품고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메가폰을 잡은 변성현 감독은 하이재킹, 더블 하이재킹, 모래성, 배드뉴스, 굿뉴스 등 총 5개 챕터로 나눠 서사를 빈틈없이 꾸렸다. 여기에 매치컷 등 화면 구도를 적극 활용한 연출과 편집으로 타임라인을 흥미롭게 조율한 변 감독은 그 끝에 사상과 이념, 나아가 믿음과 삶에 대한 꽤나 철학적인 질문을 남긴다. 실화 자체로 흥미를 유발하는 작품이지만, 단순 사건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호평 이유로 손꼽힌다. 변 감독은 하이재킹의 긴장감 위에 블랙코미디의 아이러니를 덧입혀, 국가 권력과 체제의 모순을 위트있게 해부한다. 특히 현실을 빗댄 상징과 풍자, 예컨대 영부인 캐릭터나 권력자의 볼펜 세우기 장면 등으로 관객에게 ‘웃픈’ 재미를 안긴다. 설경구를 필두로 홍경, 류승범, 야마다 타카유키, 카사마츠 쇼, 야마모토 나이루 등 이미 각국에서 연기력을 증명받은 한일 대표 배우들은 각자의 리듬으로 극을 이끈다. 이들의 호연은 절박한 비행기 내부와 상황을 관망하는 지상 작전본부의 대비를 극대화하며, 영화의 핵심 정서를 강조한다.다만 시대 풍자가 가미됐다는 점은 어떤 지점에서 ‘굿뉴스’의 허들이기도 하다. 장르 특성상 ‘굿뉴스’는 사회·정치적 배경지식 또는 이해도에 따라 재미가 배가되는 작품으로, 북미 등 글로벌 시장까지 선점하지는 못했다. 다만 공개 첫날 넷플릭스 전체 영화 부문 22위(플릭스패트롤 기준)로 출발했던 순위는 하루 만에 14위로 큰 폭 상승하며 ‘뒷심’을 예고했다. 톱10 진입국가도 이틀 새 5개국 늘었다.뜨거운 글로벌 평단의 반응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달 14일 폐막한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 전 세계에 최초 공개된 ‘굿뉴스’는 지금까지 로튼토마토 신선도 100%를 꾸준히 유지 중이다. 작품이 공식 공개됨에 따라 리뷰수가 늘고 있지만, 흔들림 없는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특히 버라이어티는 ‘‘길복순’의 감독이 선보이는 도쿄에서 평양으로 예기치 못한 우회로 - 날카로운 정치풍자극’이란 제목으로, ‘굿뉴스’를 조명했으며, 인디와이어는 “136분이란 러닝타임 동안, 비행시간보다 활주로 이용 시간이 더 긴 것이 용납될 만큼 익살스럽고 반전이 있으며 스타일리시하다”고 극찬했다.스크린인터네셔널 역시 “장르를 뒤섞고, 톤을 혼합한 스릴러 코미디로, 변 감독 작품 중 가장 야심 찬 영화”라고 치켜세웠다. 넥스트베스트픽쳐스는 “변 감독은 영화의 코믹한 톤을 확고히 유지하면서도 서스펜스 넘치는 순간들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연출하고, 에너지 넘치는 서사를 만들어낸다. 그의 코미디 감각은 출연진들과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배우들 모두 영화의 톤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10.22 05:45
영화

‘굿뉴스’가 전하는 진짜 블랙코미디..재능의 만개 [IS리뷰]

변성현은 위악의 예술가다. 멀쩡한 얼굴 밑에 자글거리는 욕망들을 끄집어내 예술적으로 보여준다. 성공하기 위해 믿어주는 사람을 뒤통수 치든, 근엄한 정치인의 뒤를 까발리든, 평범한 얼굴로 사람을 죽이든, 그는 위선을 풍자하며 짐짓 예술인양 포장하지 않는다. 그저 앞과 뒤가 다른 걸 보여주고, 앞과 뒤가 달라도, 아니 그 다름이 본질이라고 이야기한다. ‘굿뉴스’는 그런 변성현의 재능이 만개한 작품이다.지금이야 다 생소한 이야기겠지만 1970년 요도호 납치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서구의 68 혁명이 실패로 끝나갈 무렵, 자본주의를 무너뜨리고 공산 혁명을 이루겠다는 일본 적군파의 마지막 발악이라 할 수 있던 여객기 납치 사건. 많은 세상 사람들에게 납치범들은 “우리는 ’내일의 죠’다”라고 만화 제목이나 외치던 철딱서니 없는 것들일 수 있겠지만, 납치범 자신들에겐 너무나 절박하고 절실한 일이었을 터. 그렇게 평온한 세상과 절박한 비행기 안. 영화는 그렇게 출발한다.인질 구출보단 자신들의 체면이 더 중요한 일본의 윗분들과 평양으로 가려는 요도호 상황을 활용하고픈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의 윗분들은 각자의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그런 가운데 진실을 거짓으로,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는 기획자 아무개의 지휘가 시작된다. 출세가 하고픈 공군 대위 서고명은 아무개의 지휘 속에서 때로는 건맨으로, 때로는 솔리스트로, 때로는 내레이터로 활약한다. 그렇게 거짓을 진실로, 진실을 거짓으로 둔갑시키는 쇼가 시작된다.변승현 감독은, “우리는 ‘내일의 죠’다”라고 외친 여객기 납치범들과 김포공항을 평양공항으로 탈바꿈시켜 실제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켰던 요도호 사건을, 매우 탁월한 블랙코미디로 만들어냈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밑바닥에 있는 욕망을 수면 위로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위선 따윈 없다. 위악의 시대다. 고상 따윈 개나 줘버리고, 각자가 각자의 욕망을 드러낸 채 춤을 춘다. 이 춤은 때론 탱고 같고, 때론 바이브 같고, 때론 막춤 같다. 이 위악의 춤들은 북한 사람들로 둔갑하면 군무가 되고, 저 혼자 달리다가 자빠지는 슬랩스틱이 된다. 이 춤들의 향연은 매우 부조리하고 매우 웃기며 매우 씁쓸하다. 변성현의 위악은, 이제야 예술이 됐다.빛과 미쟝센에 강박적인 변성현 감독은, ‘굿뉴스’에 이 빛과 미쟝센을 더욱 강박적으로 끌어올렸다. 오렌지와 블루가 단계로 나뉘며, 어둠도 그 짙음에 따라 색이 변주된다. 대형 스크린에서 관객들이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활주로 위의 개 마저 탁월하다. 한국과 일본 배우들이 ‘연기 차력쇼’를 벌이는 게 아니라 이 영화의 음악처럼 기괴하고 절묘한 ‘연기 합주’를 이뤄냈다. 특히 아무개 역의 설경구와 영부인으로 특별출연한 전도연의 연기는 백미다. 설경구는 비로서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 전도연은 유달리 길게 뽑아 도드라지는 목주름마저 아름답게 위악스럽다. 명언이란 대체로 그럴싸한 말에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면 완성된다. 그 말의 배경이나 진위 여부는 관심도 없고 잘 모르는 법이다. 그저 그럴싸하면 그럴듯하게 느껴진다. 대체로 세상사가 그렇다. 숙취로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하고 영부인이 대통령을 대신하는 영화 속 설정처럼, 그럴싸하면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변성현 감독은, 이 위악이, 악이 아니라 말한다. 그렇게 통찰한다. ‘굿뉴스’ 야말로 어쩔 수가 없는 블랙코미디다. 10월 17일 공개. 15세 이상 관람가.추신. ‘굿뉴스’는 일본 상황에선 연극 같고, 한국 상황에선 영화 같다. 이 대비가 지극히 시네마적이다. 넷플릭스여서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지만 넷플릭스여서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게 매우 아쉽다. 일반 관객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게 매우 안타깝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5.10.17 10:32
영화

‘굿뉴스’ 설경구가 다시 구겨졌다 [줌인]

“앞면이든 뒷면이든 달은 달”(‘굿뉴스’ 대사)이고, 펴지든 구겨지든 설경구는 설경구다. 배우 설경구가 신작 ‘굿뉴스’를 통해 자신이 대체 불가능한 배우임을 다시 한번 복기시킨다.1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는 설경구와 변성현 감독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킹메이커’, ‘길복순’에 이어 네 번째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1970년 요도호 납치 사건에서 출발한 영화는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다.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서 설경구는 가상의 인물 아무개를 연기했다. 인칭 대명사를 이름으로 차용한 점에서 알 수 있듯, 모든 것이 불분명한 ‘정체 미상’의 인물이다. 동시에 유난히 비상한 머리와 빠른 임기응변, 유연한 대처 능력으로 암암리에 나라의 대소사를 도맡아온 ‘실력자’이기도 하다.그의 단골 거래처는 중앙정보부장 박상현(류승범). 여느 때처럼 그를 부른 박상현은 평양으로 향하는 납치된 일본 여객기를 대한민국 땅에 착륙시키라고 지시한다. 국제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사안에 아무개는 거절의 뜻을 내비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건 협박에 가까운 회유뿐이다. 결국 아무개는 비상한 머리를 다시 한번 돌리고, 공군 중위 서고명(홍경)을 앞세운 새 판을 짠다. 아무개는 ‘날 것’의 설경구를 담았다는 점에서 더없이 반가운 캐릭터다. 설경구는 ‘지천명 아이돌’이란 별칭을 얻은 ‘불한당’ 이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반듯한 역할을 도맡아왔다. 직업으로 분류하자면 변호사(‘퍼펙트맨’ ‘보통의 가족’)나 정치인(‘킹메이커’ ‘돌풍’), 혹은 총독부(‘유령’), 청부살인업체(‘길복순’) 등에 몸담은 권력자로, 변 감독의 말마따나 ‘빳빳하게 핀’ 캐릭터들이었다.반면 이번 아무개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변성현이 날 (예전처럼) 다시 구겨버리겠다고 했다”는 설경구는 이 말을 현실화시키겠다는 듯 사정없이 찌그러진다. 눈 아래 모반을 찍고 허름한 외투에 삐뚤어진 볼캡을 쓴 외형은 잡상인과 다름없고, 건들건들한 행동과 방정맞은 말투는 신뢰 대신 반감을 안긴다. 하지만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얼핏 헛소리만 늘어놓는 듯하지만 몇 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있고, 얼핏 겁쟁이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배포가 크다.극의 객체이자 주체라는 점도 흥미롭다. 아무개는 제삼자처럼 사건을 면밀히 지켜보는 도구로 쓰이다 순식간에 상황을 전복시키는 플레이어가 된다. 핵심은 서고명처럼 내레이션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는 각 상황을 설명하기보다 만들어낸다. 동시에 블랙코미디 속 주인공의 의무, 예를 들면 대화와 상황의 엇박자, 슬랩스틱 등을 매끄럽게 소화하며 변 감독의 메시지를 챙긴다. 변 감독은 “‘불한당’ 이후 설경구가 다른 작품에서도 슈트만 입고 나오던데 (실제로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다른 모습, 매력을 꺼내고 싶었다”며 “테스트 촬영 때 설경구가 몇 발짝 걷는 것만 보고 ‘됐다’ 싶었다”고 귀띔, 작품 속 그의 활약에 자신감을 드러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10.17 06:00
영화

‘굿뉴스’ 류승범 “도저히 집에 안 가”…12시간 설득에 출연 ‘OK’

류승범이 변성현 감독의 12시간 설득 끝에 ‘굿뉴스’에 출연했다고 이야기했다.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배우 설경구, 홍경, 류승범과 변성현 감독이 참석했다.이날 류승범은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에 매혹됐다. 제가 해본 적이 없더라”며 “시나리오 속 표현들이 이중성, 겉과 속이 다르고 웃기면서 뼈가 있는 등 감독님이 숨겨둔 의도들이 웃음과 장르적 표현으로 묘사되어서 매혹적이었다. 굉장히 흥미롭고 힘 있는 시나리오”라고 치켜세웠다. 극중 그는 작전 총책임자인 중앙정보부장 박상현을 연기하며 직접 제안한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해 능청스러움을 살렸다.이에 변 감독은 “류승범에게 시나리오를 사실 거절당했었다. 보통 배우가 거절하면 알겠다고 하고 가야하는데 전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할때까지 집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커피 한잔 마시러 갔는데 12시간 앉아있었고 승낙 받은 뒤 귀가했다”고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그러자 류승범은 “작품에 ‘NO’를 한 건 아니고 휴식을 취하고 싶던 시기인데 촬영 스케줄이 전작 끝나고 곧장 해야 했다. 그게 도움이 될지 고민이 됐던 거다. ‘굿뉴스’에 대한 의심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 자리에서 (출연하기로) 결정났다. 도저히 집에 안가시려고 하더라”라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이토록 류승범과 꼭 작품을 해야했던 이유에 대해 변 감독은 “1970년대 역사물을 다룬 시대극에 중앙정보부장은 늘 등장하는 인물인데, 이번에도 어느 정도 결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걸 새롭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찾았다”며 “카리스마 있는 악당인데 그 악함이 천진난만한 배우를 찾았을 때 그게 류승범이었다. 무거운 장르를 희석할 수 있는 것도 류승범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12시간을 버틴 건 맞는데 같이 술을 마셨던 것이고 취기를 이용해 회유해서 만취된 승범 씨의 오케이를 받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류승범이 시나리오가 새까맣게 변할 정도로 노력했다고도 증언했다. 변 감독은 “류승범이라는 배우가 본능적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치밀하게 준비하는 배우였다. 제가 개인적으론 애드립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류승범에게는 열었다. 오히려 ‘뭐 없어요?’라고 제가 묻기도 했다”며 “테이크 마다 새로웠다. 어렸을 때부터제 친구긴하지만 워낙 팬이기도 해서 이번 작업이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한편 ‘굿뉴스’는 1970년 일어난 요도호 납치 사건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다. 오는 17일 공개.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10.14 12:35
연예일반

[포토] '굿뉴스', '블랙코미디' 장르 기대해 주세요

변성현 감독, 배우 설경구, 류승범, 홍경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굿뉴스'는 1970년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 영화. 오는 17일 공개.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5.10.14/ 2025.10.14 11:39
드라마

“이영애 뒤흔들 지렛대”…박용우, ‘은수 좋은 날’ 분위기 책임졌다 [RE스타]

배우 박용우가 KBS2 새 토일드라마 ‘은수 좋은 날’에서 극의 무게중심을 단단히 붙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베테랑 형사 장태구 역을 맡아 긴장과 블랙코미디가 공존하는 작품의 색깔을 선명하게 살리고 있다.지난달 20일 첫 방송된 ‘은수 좋은 날’은 평범한 학부모 강은수(이영애)와 두 얼굴의 선생 이경(김영광)이 우연히 손에 쥔 마약 가방을 둘러싸고 벌이는 처절한 동업기를 그린다. 박용우는 극중 광남경찰서 마약과 에이스 팀장 장태구로 등장, 초반부터 긴장감을 조율하며 극에 진입했다.그는 마약 밀매 조직의 실체를 추적하는 베테랑 형사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고무줄을 습관처럼 사용하는 시그니처로 첫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더니 범인과의 추격전, 몸을 던진 액션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폭력보다 언변으로 상대를 압박해 자백을 받아내는 수사 방식은 실제 형사를 연상케 했고, 직감에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향후 전개를 예상치 못하게 흐르게 하면서 재미를 더했다.무엇보다 박용우의 연기는 ‘은수 좋은 날’의 블랙코미디적 색채와 맞물리며 살아났다. 그간 묵직한 캐릭터로 눈도장을 찍은 그는 이번 작품에서 날것의 형사 이미지에 유연함을 얹었다. 덕분에 초반 다소 미약했던 김영광 캐릭터의 존재감을 자연스럽게 보완했고, 이영애와 김영광의 불안한 공조 구도 위에서 무게추 역할을 했다.사실 박용우는 형사 역할에 일가견이 있다. 1995년 MBC 2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뒤 줄곧 무게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는데 특히 영화 ‘투캅스3’, ‘조용한 세상’, ‘뷰티풀 선데이’에서 연이어 형사 역을 맡으며 몸으로 뛰는 연기에 강점을 보였다. 해당 작품들과 비교해 ‘은수 좋은 날’은 또 다르다. 마약이라는 소재 속에서 냉철함과 베일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한 단계 확장하는 도전에 나섰다. 이영애와의 호흡도 인상적이다. 이영애가 연기하는 은수는 평범한 주부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인물로, 장태구가 은수를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본격 시작됐다. 박용우는 특유의 압박감과 미묘한 심리 묘사로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승하 ‘은수 좋은 날’ CP는 “박용우가 연기하는 장태구는 반전이 있는 캐릭터”라며 “극이 진행될수록 장태구는 은수의 감정을 추동하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박용우는 이번 작품에서 단순히 사건을 좇는 형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은수와 이경을 둘러싼 갈등의 축을 형성하며 드라마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만든다”고 짚었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5.10.13 13:17
영화

신예 천영민, ‘앙투아네트’ 주인공 발탁…1200:1 경쟁률 뚫었다

신예 천영민이 영화 ‘앙투아네트’(가제)로 관객을 만난다.‘앙투아네트’는 외모와 성공을 좇는 사회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20대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 드라마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연출로 현대 청춘의 불안과 욕망을 담아낼 예정이다.천영민은 주인공으로 영화에 합류했다. 이번 캐스팅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진행됐으며, 전국에서 약 1200명이 지원했다. 제작진은 “천영민은 캐릭터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작품이 지닌 정서를 정확히 이해한 연기를 보여줬다”며“신인임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몰입력으로 현장 분위기를 사로잡았다”고 전했다.‘앙투아네트’로 첫 주연을 맡게 된 천영민은 “많은 배우와 오디션을 준비하며 스스로에 대해 많이 배웠다”며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표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앙투아네트’는 주요 캐스팅을 마치고 촬영 준비에 돌입했으며, 2026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10.13 11:27
영화

‘굿뉴스’ 야심가 홍경이라니[IS포커스]

배우 홍경이 1970년대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낯선 얼굴과 익숙한 얼굴을 모두 품은 채 시대의 ‘영웅’을 꿈꾼다.홍경의 신작은 오는 1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다. ‘굿뉴스’는 1970년 일어난 요도호 납치 사건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린다.극중 홍경은 채희석 관제사를 모티브로 한 서고명을 연기했다. 고난도 랩컨(레이더 관제 시스템) 시험을 통과한 공군 엘리트이자 원칙주의자로, 수상한 인물 아무개(설경구)를 만나 삶의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는 캐릭터다. 서고명은 아무개의 제안으로 하늘에 있는 여객기를 지상에서 다시 하이재킹해야 하는 기상천외한 작전에 참여하지만, 예기치 못하게 상황이 흘러가며 두려움과 분노에 휩싸인다.서고명은 그간 홍경이 보여준 캐릭터 중 가장 강한 캐릭터다. 홍경은 주연 배우로 성장 후, 근 3년 동안 청춘의 얼굴을 주로 그려왔다. 다만 홍경의 청춘은 밝고 활기찬 ‘캔디’가 아니라, 대체로 불완전하고, 위태롭고, 흔들리는 존재로 묘사됐다. 꿈과 희망보다는 불안과 방황에 가까웠고, 빛보다는 그림자 아래에 있었다. 사랑 앞에서는 서툴렀고, 폭력 앞에서는 분노했으며, 체제와 마주했을 때는 혼란을 겪었다.반면 서고명은 앞선 캐릭터와 달리 기개와 패기가 있다. 높을 고(高), 이름 명(名)이란 이름의 뜻처럼 출세에 향한 야망이 가득한 그는 아버지가 남긴 대통령 손목시계를 차고선 아버지가 받지 못한 훈장 수령을 꿈꾼다. 위험하고 무모한 임무에 두려워하는 건 찰나일 뿐, ‘이름값’을 할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에 묘한 설렘마저 느낀다. 홍경은 서고명을 통해 그간 본 적 없는 공세적인 태도와 열렬한 야심가의 얼굴을 꺼내 신선함을 안긴다. 연출을 맡은 변성현 감독은 “서고명을 정의감 때문에 움직이는 히어로로 설정하지 않으려 했다”며 “홍경 내면에 숨어있는 젊은 패기와 도발적인 매력을 끄집어내서 서고명에게 주입시켰다”고 설명했다.물론 홍경은 언제나 잘 해왔던 내면의 갈등 연기도 무리 없이 해낸다. 서고명은 초반부에는 원칙과 출세욕에 휩싸여있지만, 협상의 과정을 거치며 윤리적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성공하고 싶은 마음’과 ‘인간의 도리’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던 그는 결국 “영웅이 되지 못하더라도 살인자는 되고 싶지 않다”며 진짜 ‘영웅’이 되는 길을 택한다. 블랙코미디란 장르적 특성상 웃음으로 치환되는 장면도 있지만, 되레 이 지점이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배우로서 노력이 돋보이는 지점도 있다. 홍경은 ‘굿뉴스’에서 한국어는 물론, 일본어에 영어 대사까지 소화한다. 분량 자체도 적지 않은데, 단순 대사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홍경은 외국어 대사에도 자신의 감정을 담아내고 상대의 감정을 받아낸다. 실제 홍경은 카사마츠 쇼 등 일본 배우들과의 호흡을 살리고자, 일본어 기초부터 공부했다는 후문이다.이와 관련, 홍경은 “감사하게도 제작사에서 캐릭터를 준비할 시간을 많이 줬다. 배우로서 프리프로덕션 기간을 오래 가져갈 수 있다는 건 경험이 없는 내게는 중요한 요소”라며 “되레 (내 실력이) 그 시간에 비례하지 못해서, 월등하지 않아서 낯간지럽다”고 자세를 낮췄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10.07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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