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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침묵의 시간' 길었던 이재용, 2심 선고 후 적극적으로 나설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침묵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내달 3일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사건 2심 선고를 앞두고 숨죽이고 있다는 평가다. 2심 선고 이후에는 위기를 맞은 삼성그룹의 쇄신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심 앞두고 현장 경영 자제 ‘자숙의 시간’ 이재용 회장은 긴 설 연휴에 조용히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사업 현안을 점검하고 올해 경영 구상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통상 설·추석 연휴 기간 해외 사업장을 방문해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해 왔다. 그러나 올해 설 연휴에는 2월 3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어 자택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에는 유럽을 찾아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폐회식에 참석하고, 폴란드 현지 매장과 생산공장을 찾는 등 명절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갔다.재계 관계자는 “2심 선고가 코앞이기 때문에 해외 행보를 이어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을 것이다. 자숙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외부적으로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삼성그룹이 사실상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침묵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가 ‘실적 쇼크’로 전영현 부회장이 주주들에게 공개 사과를 한 이후 경영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올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3일 대한상의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5년 경제계 신년인사회’가 마지막이다. 경제인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이 회장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인사를 하는 정도였다. 이 회장의 국내외 현장 경영 행보는 지난해 10월 초 삼성전기 필리핀 사업장이 마지막이다. 당시 그는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현지 생산법인을 방문해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경영진과 미래 사업 전략을 논의한 뒤 MLCC 공장을 직접 둘러봤다. 이 자리에서 인공지능(AI)과 로봇,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선점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2심 무죄 선고되면 적극적인 경영 행동 펼칠까 검찰은 지난해 11월 항소심 마지막 공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던 이 회장은 2심에서도 무죄가 나오면 길고 길었던 ‘사법 리스크’를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관계자는 “1, 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으면 대법원에 가더라도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2심에서 무죄 선고가 나온다면 이 회장이 위기를 맞고 있는 그룹 경영을 위해 중대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2심에서 무죄가 나온다면 경영적인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위기를 맞고 있는 삼성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수장으로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지금은 초격차가 아닌 다시 본원적인 경쟁력 회복에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반도체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에서 고전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2024년 실적 부문에서도 SK하이닉스에 뒤졌다. SK하이닉스는 역대 최대인 23조467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이에 한참 못 미쳤다. 삼성전자의 4분기 전사 영업이익이 6조5000억원이었는데 SK하이닉스 반도체 부문의 8조828억원에도 미치지 못한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전자의 분기 전체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보다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 인해 이 회장은 위기 돌파를 위해 그룹 컨트롤타워를 부활하거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려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등 광폭 행보를 펼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검찰은 2심을 앞두고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훼손한 것은 우리 경제의 정의와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며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지배주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위법과 편법을 동원해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검찰은 항소심에서 약 2300건의 증거 목록을 새롭게 제출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와 관련해 서울행정법원 판결을 반영해 공소장을 변경하는 등 1심 결과를 뒤집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이 회장도 2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소명에 집중할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합병 추진을 보고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들을 속인다거나 하는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호소했다.김두용 기자 2025.01.29 07:00
IT

인사 앞당긴 이재용, 삼성 반도체 '초격차' 대수술

초유의 위기론에 휩싸인 삼성전자가 예년보다 빠른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변화의 시기를 앞당겼다. 시장 우려를 직접 언급한 이재용 회장의 메시지를 반영해 '초격차' 기반 반도체 리더십 탈환 가속 페달을 밟았다는 분석이다.힘 얻은 반도체 수장 전영현삼성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 일주일가량 앞당긴 사장단 인사를 27일 발표했다. 12월 초에 사장단·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 방안을 내놨던 관례를 이번에도 깼다.이번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부회장급 경영진의 과감한 교체도 조심스럽게 점쳐졌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도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차세대 메모리 경쟁에서 뒤처지며 실적과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경쟁사 SK하이닉스는 최신 HBM3E 시장 주도권을 잡고 최대 고객인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우위를 점하며 올해 20조원 초중반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삼성전자를 추월할 전망이다.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이제 막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하기 위한 최종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이런 상황에 삼성전자는 올해 5월 DS(반도체)부문장에 오른 전영현 부회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위기 탈출에 속도를 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전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하고 메모리사업부를 직접 지휘하도록 해 DX(디바이스 경험)부문장 한종희 부회장과 함께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그룹 내 2인자로 꼽히는 정현호 사업지원TF장도 유임하며 부회장 3인 체제가 유지됐다.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인적 쇄신"이라며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해 부문별 사업 책임제 확립과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 지속 성장 가능한 기반 구축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반도체 사업을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내용의 조직 정비를 실시했다.먼저 DS부문 직속의 사장급 경영전략담당 보직을 신설했다. 반도체 기획·재무 업무를 거쳐 미래전략실 전략팀, 경영진단팀 등을 경험한 '전략통' 김용관 사장에게 반도체 경쟁력 조기 회복 미션을 부여했다.글로벌 1위 대만 TSMC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반등을 노리기 위해 파운드리사업부장은 교체했다.램·플래시설계팀과 SSD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하고 최근까지 미국 반도체 사업을 이끈 한진만 사장이 글로벌 고객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신기술 넘어 품질도 집중 모니터링스마트폰과 가전, TV를 아우르는 DX부문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종희 부회장이 위원장을 맡아 전사 차원의 품질을 점검하는 품질혁신위원회를 새로 만들었다.삼성전자가 애플과 전 세계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지만, 신제품 품질 이슈가 속속 제기되는 데 따른 판단으로 보인다.회사가 올해 하반기 선보인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3 프로'는 프리미엄 제품인데도 접합부 유격과 충전 박스 단차 등 불량이 발견되며 홍역을 앓은 바 있다. 경영진 교체는 최소화하면서도 반도체 조직에 대대적인 변화를 준 이번 결단에 업계 우려를 인지한 이재용 회장의 위기의식이 녹아있다는 해석이 나온다.이 회장은 지난 25일 열린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이 회장은 또 "삼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며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증권가는 이번 변화를 기점으로 삼성전자가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단기 실적의 방향성보다 HBM과 DDR5, 고용량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의 개선, 조직 개편 이후 점유율이 아닌 기술 중심의 리빌딩 전략 실행 여부 등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11.28 07:00
산업

총수의 ‘굳은 표정’, 전사적 위기 대변...이재용 ‘승어부 전략’ 언제 나오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굳은 표정’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어닝쇼크’의 성적표에 미래 전망에도 먹구름이 잔뜩 낀 상황이다. 내외부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재용 회장의 ‘취임 2주년’ 메시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회장 취임 2주년, ‘쇄신 카드’ 있나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오는 27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승진한 지 2주년을 맞이한다. 전사적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는 가운데 2주년을 겸해 언급되고 있는 ‘승어부(아버지를 능가함) 전략’에 대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25일에는 고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를 맞아 삼성 계열사 사장단과 오찬이나 만찬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에도 추도식 참석 후 사장단과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할 때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삼성전자는 이렇다 할 ‘과감한 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대응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에 ‘어닝쇼크’의 성적표를 받았다.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주력인 반도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실적이 기대치에 밑돈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DS 부문의 매출이 30조원 수준이고, 영업익은 4~5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반도체 성장이 꺾이면서 4분기 실적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망한 성적표에 주가는 5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 급기야 DS 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은 실적 발표 후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까지 내야 했다. 전 부회장은 당면한 위기 극복 방안으로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보다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 3가지를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자랑했던 초격차 경쟁력을 잃어버리면서 미래 준비에도 실패한 것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나온 위기 극복 방안인 셈이다.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공식석상에서 이 회장의 얼굴도 굳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필리핀·싱가포르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 회장은 위기 극복과 관련된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일관하며 침묵을 지켰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귀국장에서 살짝 미소를 보이거나 ‘수고가 많다’는 식의 가벼운 인사말을 건넨 예년과 달리 근심이 가득했다”고 했다. 오는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 55주년을 맞아 ‘쇄신’을 위한 인사나 조직 개편이 예고되고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의 재건 카드가 나올 수도 있다. 그동안 빠른 경영 판단을 위한 선택과 집중을 위해 컨트롤타워 부활이 거론된 바 있다. ‘컨트롤타워의 수장’ 후보로 꼽히는 정현호 사업지원TF장(부회장)은 이번 필리핀·싱가포르 출장에 동행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TSMC와 격차 커져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은 지난 18일 준감위 정례회의에 앞서 “삼성은 현재 사면초가의 어려움 속에 놓여있다”고 평가했다. 내부뿐 아니라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삼성은 경제 전문지 포브스 선정 '세계 최고 직장' 순위에서 그동안 1위를 유지하다 올해는 3위로 2계단 하락했다. 실적이 예전 같지 않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놓친 데다 삼성전자의 첫 노동조합 파업 문제 등이 겹치면서 순위가 내려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수치상으로도 삼성전자는 더 이상 반도체 1위 업체가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HBM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7조원대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4~5조원대보다 월등히 앞서는 수치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엔비디아의 HBM3E(5세대) 납품 테스트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4분기에는 실적 격차가 더 벌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타이틀을 가져왔지만 1분기 만에 다시 TSMC에 내주는 게 유력하다. TSMC는 3분기 매출이 7596억900만 대만달러로 약 32조3000억원이라는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DS 매출 추정치는 많아야 30조원인 상황이다. TSMC도 엔비디아의 칩을 생산하며 AI 열풍에 올라선 상황이라 삼성전자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1위 업체인 TSMC는 삼성전자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62.3%대 11.5%까지 벌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위기론은 다른 분야가 아닌 반도체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반도체 부문에서 쇄신 카드를 내놓아야 근원적인 경쟁력 회복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10.21 07:00
산업

이재용, 길고 긴 ‘사법 리스크’ 해소 첫문 열릴까

이번 주에 3년 넘게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혐의에 대한 1심 결과가 나온다. 이 회장이 길고 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첫 문이 열릴지 주목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는 오는 26일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 공판을 연다.이 회장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과 함께 2020년 9월 기소된 지 3년 4개월여 만이다.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그룹 참모 조직인 미전실 주도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 거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그 결과 삼성물산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 공소사실이다. 검찰은 삼성물산 이사들을 배임 행위의 주체로, 이 회장을 지시 또는 공모자로 지목했다.이 회장은 2017년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도 2021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받고 수감됐으나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2022년에는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복권됐다. 그러나 부당 합병 의혹 사건으로 인해 경영일선 복귀 이후에도 지난해 11월까지 1∼2주에 한번 꼴로 법원에 출석해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작년 11월 17일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하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하고,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준 사건"이라는 이유다. 반면 이 회장 측은 당시 합병이 합리적 경영 판단이었고 합병 후 경영실적이 개선됐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두 회사의 합병이 지배구조 투명화와 단순화라는 사회 전반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검사의 주장처럼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다른 주주를 속인다든가 하는 의도가 없었던 것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수사기록은 19만 페이지에 달하고, 재판은 3년 넘게 진행됐다. 이 회장은 이번 1심 재판부가 자신의 손을 들어준다면 경영활동에 제약을 줬던 사법 리스크에서 일부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오용 기자 bandy@edaily.co.kr 2024.01.21 17:41
경제일반

'남매 갈등' 아워홈, 오빠 구본성 고소에 동생 구지은 "사실과 달라"

아워홈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여동생인 구지은 현 부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고소한 것에 대해 "고소 관련 내용의 전반적인 사실관계가 불분명하다"고 9일 밝혔다.아워홈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당사에 고소장이 공식 접수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의) 보도자료가 배포됐다"며 "구본성 전 부회장의 횡령, 배임 혐의 공판이 이어지며 이에 따른 나름의 조치로 고소와 보도자료 배포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지적했다.앞서 구본성 전 부회장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구지은 부회장이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의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결의가 위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통해 거액의 이사 보수를 수령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아워홈은 이에 대해 "아워홈은 창사 이래 이사 전원의 보수한도(총액)를 정하는 결의에 있어, 이사인 주주가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결의해왔으며, 이는 구본성 전 부회장 재직 시절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고 반박했다.이어 "구본성 전 부회장이 이사 보수 관련 내용으로 회사로부터 소송을 당한 것은 한도를 초과해 보수를 수령했기 때문이고 현 경영진은 한도는 물론, 이사회 규정에서 정한 개별 보수한도 역시 초과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아워홈은 창립자인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1남 3녀가 전체 주식의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아워홈 지분구조를 보면 최대주주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분 38.6%를 보유하고 있으며 구지은 부회장과 미현·명진 등 세 자매가 모두 59.6% 지분을 갖고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2021년 6월 여동생 세 명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패배해 해임됐다.안민구 기자 amg9@edaily.co.kr 2024.01.09 14:04
산업

[IS시선] 이재용 100차 공판 출석, 그리고 삼성의 잃어버린 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벌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과 관련한 100번째 공판에 출석했다. 4년째 이어지고 있는 1심 공판의 선고가 연내 내려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의 부당합병 재판은 9월 들어 속도를 낼 전망이다. 8월까지 3주에 한 번꼴로 열렸던 공판이 앞으로 매주 열릴 예정이다. 101차 공판은 9월 8일로 예정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당합병과 관련해 재판부가 "삼성 사건을 집중 심리해 11월께 거의 끝날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2020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과 이를 위한 회계 부정을 지시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로 기소되면서 삼성그룹은 4년째 ‘사법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 총수가 재판에 발이 묶이면서 삼성의 글로벌 경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100번의 공판 가운데 ‘재판부의 재가’를 받고 불출석한 12차례를 제외하고, 총 88차례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출석 때마다 재판과 관련해 신경써야 하는 요소가 너무 많기에 경영적인 측면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해당 재판의 증거목록만 책 4권 분량으로 방대해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총수의 사법리스크로 삼성이 글로벌 시장의 속도전에서 힘을 내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이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에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자하고 있지만 혁신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대형 인수합병(M&A) 소식은 전무한 게 현실이다. 공교롭게 이 회장의 법정 공방이 시작되면서 '삼성의 대형 M&A 시계'도 멈췄다. 2017년 3월 자동차 전장·오디오 업체 하만 인수(80억 달러) 완료 이후 대형 M&A 소식이 끊긴 상태다. 삼성전자가 올해 내로 대형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017년 이 회장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삼성이 진행 중이던 굵직한 사안들이 올스톱될 수밖에 없었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과 관련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2021년 8월 가석방됐다. 이와 별도로 부당합병 재판이 지속되면서 사법리스크로 7년째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1심 선고가 11월쯤 내려지더라도 2심, 3심으로 이어질 가능성 커 사법리스크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이달 정경유착의 원흉으로 지목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재가입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명칭을 바꾸며 쇄신을 약속하고 있지만 의심의 눈초리가 여전하다. 한경협은 정치적 색깔을 버려야 하는 게 최우선 과제이지만 ‘정치권과의 연’을 놓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김병준 전 회장직무대행이 고문을 맡았고, 서울대 출신의 외교부 관료 출신인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 대사가 상근부회장으로 선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현 한경협의 구도에서는 정치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경협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이재용 회장 등이 다시 국정농단과 같은 사태에 휘말리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8.29 07:00
산업

오너가 초고속 승진 이유...분쟁 사라지고 외아들로 후계 구도

주요 대기업의 임원 인사가 마무리되고 있다. 오너가의 젊은 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서며 신사업을 비롯해 핵심 계열사를 챙기는 등 역할이 커지고 있다. 승계 구도가 결정된 그룹에서는 후계자들의 초고속 승진이 눈에 띄고 있다. 승계 끝난 4대 그룹, 이재용·최성환만 승진 13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대기업 인사의 키워드로 30~40대 젊은 오너가 3·4세들의 약진이 꼽힌다. 한화그룹을 비롯해 GS, CJ, 코오롱 등은 오너가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세대교체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4대 그룹으로 한정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SK를 제외하면 오너가의 변동이 거의 없다. 삼성은 이재용이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고 이건희 회장의 빈자리를 채웠다. 직급의 변동은 있지만 아직 대표이사나 등기 임원이 되지 않았다. SK의 경우 최태원 SK그룹 회장 직계는 큰 변동이 없다. 다만 SK그룹의 맏형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일가만 움직임이 있다. 최신원 전 회장이 퇴진했기 때문에 장남인 최성환이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으로 승진한 정도다. 현대차, LG그룹의 경우 오너가의 내외부의 움직임이 없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최근 승계를 마무리하면서 자리를 잡았고, 후계자가 정해지거나 경영에 참여한 자녀들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광모 회장의 경우 자녀들이 아직 어리고, 정의선 회장의 아들은 대학생 신분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4대 그룹의 경우 경영 승계가 모두 마무리된 상황이라 오너가의 인사이동이 없다. 또 왕이 건재하지만 아직 ‘세자’가 책봉되지 않은 상황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5대 그룹으로 넓혀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의 행보가 시선을 끌고 있다.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신유열 상무는 올해 5월 임원으로 승진하며 역할이 커졌다. 아직 연말 인사가 나지 않은 롯데그룹은 15일 이사회 이후 상세한 인사가 날 전망이다. 3·4세대 줄어든 경영권 분쟁, 후계자 초고속 승진 최근 3·4세 오너가는 부모 세대보다 초고속 승진이 이뤄지고 있다. CEO스코어가 지난해 분석한 오너가의 임원 승진 속도는 1·2세대에 해당하는 부모세대는 임원 승진까지 5.1년이 소요됐다. 하지만 3·4세 자녀세대는 임원 승진까지 4.5년이 걸리고 있다. 3·4세 오너가의 사장 승진까지는 평균 41.3세에 13.6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반인의 경우 임원 승진까지 25년이 걸리고 사장단의 평균 나이가 58.8세에 달한다. 신유열 상무의 경우 2020년 입사했으니 임원 승진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후계자 구도가 정해진 한화그룹 3형제의 경우도 초고속 승진이 이뤄지고 있다. 1983년생인 장남 김동관은 2020년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0년 한화에 입사한 지 10년 만에 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그리고 다시 1년이 채 되지 않아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한화그룹의 후계자로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에서 1년 5개월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김동선 전무는 그룹의 유통·호텔·레저 부문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그룹의 경우 1984년생 이규호가 사장으로 승진하며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사장은 그룹 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별도로 만드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아무래도 오너가가 지휘봉을 잡아서 모빌리티 사업이 더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전 같은 형제간 경영 분쟁이 없고, 후계자가 일찌감치 결정되고 있는 점도 초고속 승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외아들 집안이 많아져서 후계 구도가 단순해진 측면도 있다. 오일선 소장은 “창업주에 이은 2세대에서는 형제간 권력 다툼이 심했다. 하지만 3·4세대 접어들면서 이런 경영권 분쟁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삼성, SK, 현대차, 현대중공업, 코오롱그룹의 총수의 경우 외아들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12.14 06:59
산업

회장 취임 첫 '빅 위크' 이재용, 거물급 인사와 연쇄 회동 결과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번 주 거물급 인사들을 연이어 만나는 ‘빅 위크’에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절친한 해외 인사들을 만나는 자리라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중대한 행보가 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와 피터 베닝크 ASML CEO,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연쇄적으로 만난다. 3명의 인사 모두 삼성의 중요한 파트너사의 경영 책임자나 권력자라서 어떤 논의가 오갈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동선에 대해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회장 취임 후 국내 행보를 적극적으로 홍보했지만 이번 거물급 인사와의 만남은 사업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니 만큼 향후 결과물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방한하시는 분들과의 일정에 대해 전혀 알려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5일 모습을 드러낸 나델라 CEO와 만났을 것으로 보인다.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나델라 CEO는 'MS 이그나이트 스포트라이트 온 코리아'의 기조연설에서 "한국 기업이 세계적으로 클라우드 분야에서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히며 한국 파트너와의 교류를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출장 중에 MS 본사를 직접 찾아가 나델라 CEO를 만난 바 있다. 16일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베닝크 CEO와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베팅크 CEO는 이날 삼성전자의 화성캠퍼스 인근에 있는 ASML의 반도체 클러스터 ‘뉴 캠퍼스’ 기공식에 참석했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업체인 ASML은 2400억원 들여 2024년 완공 예정인 부품 제조센터 등을 한국에 짓는다. ASML은 이번 뉴 캠퍼스 조성을 통해 국내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을 더욱 다질 전망이다. 첨단장비 관련 소재·부품 공급망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평가된다. 베닝크 CEO는 이 회장과의 만남에 대해 "우리는 늘 고객을 만난다.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는 사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올해 6월 유럽 출장 당시 ASML 본사를 방문해 베닝크 등 ASML 경영진을 만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베닝크에 이어 17일 방한하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회동 가능성이 있다. 17일에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티타임을 겸한 회동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도 함께 한다. 이를 위해 이날 열리는 ‘삼성 부당합병 의혹’ 공판에 대한 불출석 의견서까지 법원에 제출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의 결정권자다. 17일 삼성물산 등이 참여하는 국내기업 컨소시엄은 왕세자의 방한에 맞춰 진행되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추진 프로젝트에 대한 양해각서(MOU) 체결한다. 65억 달러(8조5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알려졌고, 이 회장은 이를 시작으로 향후 협약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11.17 06:58
산업

이재용, 회장 승진 뒤 첫 행보는 '광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회장 승진 후 첫 공식 행보는 광주 사업장과 지역 협력업체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전 광주에 있는 삼성전자 협력업체를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애로 사항 등을 청취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이사회에서 이 회장은 승진 안건이 의결된 직후 별도 취임식 없이 예정돼 있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사건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한 바 있다. 이에 사실상 이날 광주 방문이 회장 승진 후 첫 행보가 된 셈이다. 첫 공식 행보로 협력사 방문을 택한 것은 새로운 미래 시장을 개척하고 초격차를 확대하려면 중소기업은 물론 협력업체 등과도 '동행'해야 한다는 이 회장의 평소 철학이 반영된 걸로 보인다. 이 회장은 전날 취임사를 갈음해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도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며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광주사업장 내에 있는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을 방문해 교육생을 격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 2022.10.28 10:32
산업

이재용 10년 만에 회장 승진 "세상에 없는 기술 투자"

공식적인 ‘이재용 시대’가 열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0년 만에 회장직에 올랐다. '삼성 회장' 타이틀을 단 이재용 회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과 위기 속에 스스로 구심점이 되겠다고 약속하며 정면 돌파를 예고했다. 세상에 없는 기술 투자, 위기 정면 돌파 선언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이사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평소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중시해 온 만큼 이사회 동의 절차를 거쳤다. 승진 안건은 사외이사인 김한조 이사회 의장이 발의했고, 이사회 논의를 거쳐 의결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책임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 회장의 선임을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회장 타이틀에 집착하지 않는 면모를 보여왔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재판에서 “앞으로 삼성그룹에 회장 타이틀은 없을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마지막 회장이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자신의 발언을 번복하고 회장으로 승진할 만큼 상황이 절박하고 절실한 의지를 담은 행보로 보인다. 이 신임 회장은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데 이어 4년여 만에 공식 회장 직함을 달게 됐다.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한 지 2년 만이자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1년 만이다. 앞서 1987년 12월 45세에 회장직에 오른 이건희 회장보다는 9년 정도 늦은 나이다. 이병철 창업자는 28세에 대구 서문시장에서 삼성상회를 설립하며 삼성그룹의 발판을 다진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발표한 지난 3분기 실적에서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10조8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39%나 줄었다. 이로 인해 재계 안팎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고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응하려면 회장 취임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그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재판 출석에 앞서 취재진에게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 만들어보겠다”며 많은 응원을 당부했다. 또 고 이건희 회장 2주기 때 그룹의 사장단에 전했던 각오를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그는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다.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별도의 취임 행사 없이 예정대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했다. 각오와 소회로 취임사를 대신한 이 회장은 조만간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다 바꿔라"로 압축되는 부친 이건희 회장의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의 뒤를 이을 이 회장이 꿈꾸는 '뉴삼성'에 시선이 쏠리게 됐다. 회장 타이틀을 달고 경영 전면에 나서는 만큼 바이오, 인공지능(AI), 차세대통신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의 컨트롤타워 복귀도 관심사다. 삼성은 2017년 2월 말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폐지하고,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EPC(설계·조달·시공)·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사업 부문별로 쪼개진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등기이사 복귀 않아 책임경영 외면 이 회장은 이사회 절차를 거친 ‘셀프 승진’을 했지만 법적 책임이 있는 등기이사가 된 건 아니다.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등기 임원에 다시 복귀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부친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선 바 있다. 이어 2016년 10월에는 삼성전자 등기이사가 됐다. 이건희 회장이 2008년 4월 비자금 특검 수사로 쇄신안을 내놓고 전격 퇴진한 이후 8년 6개월 만에 삼성 오너 일가 중 처음이자 입사 이후 25년 만에 등기이사직을 맡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같은 해 11월 참고인 신분으로 첫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어 2017년 2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되며 삼성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영어의 몸이 됐다. 이후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며 풀려난 뒤 부친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정신을 계승한 '뉴삼성' 비전을 밝히고 '이재용 체제'를 시작하려 했으나 작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재수감됐다. 두 번이나 옥고를 치른 이 신임 회장은 2019년 10월 임기만료로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상태다. 이에 따라 책임경영 차원에서 내년에 다시 등기임원이 될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책임경영을 외면한 이 회장의 승진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 지배권 승계 의혹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임에도 가석방 특혜를 받아 풀려났고, 약 1년 후 대통령 특별복권 특혜까지 받았다”며 “회사와 주주들에게 조금이라도 책임감을 느낀다면 지금 회장 승진을 감행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리스크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시점이라 등기이사 복귀에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아직 진행되고 있는 재판도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에서도 완전히 자유롭지 못해 등기이사 회장직은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10.28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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