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86개? 뭐라카노, 니 한 개도 안 던짔다" 핫초코처럼 달콤했던 첫 QS의 맛, '미떼소년' 데운 한마디 [IS 인터뷰]
"니 몇 개 던졌노?"이닝을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온 목지훈(NC 다이노스)에게 이용훈 투수 코치가 물었다. 목지훈은 씩씩하게 말했다. "86개 던졌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뭐라카노? 니 한 개도 안 던짔다." 공의 개수를 더 늘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음 이닝도 '1회'라 생각하고 던지라는 뜻이었다. 목지훈은 지난 2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95개의 공을 던져 5피안타 4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2023년 신인인 목지훈은 이날 프로 데뷔 처음으로 선발 무실점과 함께 첫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이호준 NC 감독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튿날(22일) 만난 이호준 감독은 "어제 (목)지훈이가 정말 잘 던졌다. 작년보다 공이 훨씬 좋아졌고, 가지고 있는 공이 워낙 좋아서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기복이 있는 것과 1회를 조금 버거워하는 것만 고친다면 더 좋은 투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사실 목지훈은 NC가 시즌 전 구상한 정식 선발 로테이션에 있던 투수는 아니었다. 부상 회복으로 지각 합류하는 신민혁과 김영규의 빈자리를 채워줄 '6~7선발'이 필요했고, 목지훈이 여기 포함됐다. 하지만 목지훈은 기회를 잡았다. 목지훈은 올 시즌 NC 토종 투수 중 신민혁 다음으로 가장 많은 경기(9경기)·이닝(39이닝)을 던지며 '4선발'이나 다름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첫 로테이션인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특히 시즌 첫 경기였던 지난 3월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잘 던지다가 보크 2개로 실점하며 조기 강판되기도 했다. 목지훈의 말에 따르면, 고등학교 시절에도 없었던 첫 보크였다. 프로 2년차, 신인급 선수에게 앞으로의 투구에 위축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목지훈은 곧바로 훌훌 털어냈다. 22일 본지와 만난 그는 "그날(삼성전) 3루에서만 보크를 두 번 해서 2실점을 했는데, 오히려 그게 내겐 큰 약이 됐다. 멘붕(멘털 붕괴)도 했지만 오래 가진 않았고. 딱 다음 경기 전까지만 헤매다가 투구 시작 후에는 괜찮았다"라며 웃었다. "코치님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고치려고 노력했고,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으면 되니까, 안 좋은 생각은 딱 끊어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선발 로테이션에 살아남은 목지훈은 경험이라는 세금을 내고 나날이 성장 중이다. 목지훈은 마인드 컨트롤의 방법으로 "최대한, 단순하게, 나를 믿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 이닝, 한 이닝을 '1회'라 생각하고 던진다. 이전에 어떤 결과를 냈든 심적으로 초기화해서 마운드에 오른다. 이용훈 투수코치님이 가르쳐 주신 방법이다. 멀리 보지 않고 한 이닝, 한 구에 집중해서 던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첫 QS의 기쁨을 만끽한 그는 시즌 목표도 바뀌었다. 목지훈은 "원래 시즌 목표에 대한 질문을 들으면 '몇 승' 이렇게 대답했는데, 지금은 매 경기 긴 이닝을 던지는 걸로 목표를 바꿨다"며 "QS가 긴 이닝을 '잘' 던져야 거둘 수 있는 선발투수의 미덕 아닌가. 더 많은 QS를 기록하는 걸 목표로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5.06.23 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