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5연속 루징시리즈, 부진, 부상, 벤치···롯데, 그 기세 돌려주오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던 '거인 군단'의 기세가 완연히 꺾였다. 롯데 자이언츠는 이번 주중 KT 위즈와의 원정 3연전에서 또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지난 2~4일 KIA 타이거즈전 2승 1패 이후 5연속 열세 시리즈(3연전 중 2패 이상)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는 5월까지만 하더라도 '기세'를 올려 선두 싸움을 펼쳤다. 4월 30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3으로 승리하며 개막 첫 달을 1위로 마감했다. 롯데가 시즌 10경기 이상 치른 시점에서 선두에 오른 건 3949일 만이었다. 내친김에 5358일 만에 9연승을 달렸다. 5월에도 13승 9패를 올려 '봄데(봄에만 잘하는 롯데)' 이미지를 탈피했다.
롯데는 6월 팀 승률이 최하위로 떨어졌다. 이달 승률은 0.263(5승 14패)다. 선두 싸움은커녕 4위도 위태롭다. 21일 기준으로 5위 키움 히어로즈와 2경기 차, 8 KIA와도 3경기 차밖에 나지 않는다. 5할 승률에도 적신호가 커졌다. 5월 말 승패 마진이 최고 +11이었지만, 최근 부진으로 +1(32승 31패)로 떨어졌다. 투타 모두 부진하다. 6월 팀 평균자책점은 5.25로 10위, 팀 타율은 0.254로 9위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4.46 5위로 나쁘지 않은 데다,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는 8회로 두 번째로 많다. 하지만 불펜(6월 평균자책점 6.48, 10위) 부진하거나, 타선이 터지지 않아 고개를 떨구기 일쑤다. 시즌 팀 홈런(26개)이 가장 적은데 6월 팀 OPS(출루율+장타율)마저 0.663으로 최하위다.
벤치의 작전도 통하지 않는다. 지난 20일 KT전에서 선발 투수 댄 스트레일리가 5이닝 무실점으로 모처럼 호투했다. 하지만 2-0으로 앞선 6회 등판한 한현희가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3실점으로 역전을 허용한 끝에 2-5로 졌다. 팔꿈치 수술을 마치고 이인복이 돌아오면서, 올 시즌 5선발로 활약한 한현희가 이날부터 불펜으로 보직 전환했는데 첫날부터 '깜짝 카드'가 실패한 것이다. 최근 롯데는 희생번트를 통해 주자를 득점권에 갖다 놓아도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런앤드히트 작전도 실패로 돌아가곤 했다.
부상 또는 부진으로 이탈하는 선수도 늘어나고 있다. 6월 초 김상수와 한동희, 김진욱이 부진으로 한 차례 2군에 내려갔다. 이때부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5월 중순부터 3주간 부상으로 빠진 잭 렉스는 여전히 무릎 상태가 좋지 않다. 쏠쏠한 활약을 펼친 노진혁과 정훈은 옆구리 통증으로 이탈했다.외야수 안권수는 지난 8일 우측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투수 최준용은 등 부분 미세염증으로 퓨처스(2군)리그에서도 두 달 넘게 휴업 중이다. 나균안의 몸 상태에 이상 신호가 들어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나균안은 5이닝 10피안타 6실점으로 부진한 21일 KT전에서 1-5로 뒤진 6회 말 무사 1루에서 스스로 교체를 요청했다. 구단은 "나균안이 팔을 회전할 때 오른쪽 팔꿈치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올 시즌 롯데의 에이스로 군림하며 팀 상승세를 이끈 나균안은 다승(6승)과 투구 이닝(83이닝)이 팀 내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22일 자기공명영상(MRI) 검진 결과 단순 염증 진단을 받았지만,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후 단기간에 투구 이닝이 큰 폭으로 늘어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일단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뜨거운 봄을 보냈던 거인 군단이 무더위와 함께 기세를 잃어가고 있다. 이형석 기자
2023.06.23 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