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41건
프로야구

'배트 선물로 교감'...빅리그 맞대결 기약한 이정후-요시다

'예비 메이저리거'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가 '현역 빅리거' 요시다 마사타카(30·보스턴 레드삭스)와 교감했다. 일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주축 타자이자 올 시즌(2023) 빅리그 데뷔를 앞둔 요시다는 13일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이정후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서로의 이름과 메시지가 새겨진 배트를 들고 포즈를 취한 모습이었다. 요시다는 '곧 만나자(See you soon)는 바람을 적었고, 이정후도 'TO. 요시다 형'이라고 한글로 새겨 선물했다. 한국과 일본 대표 타자인 두 선수는 지난 10일 WBC B조 1라운드에서 맞대결했다. 이정후는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요시다는 혼자 3안타 5타점을 올렸다. 승부는 한국의 4-13 완패. 일본 프로야구(NPB) 최고의 타자였던 요시다는 올겨울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MLB) 보스턴과 계약했다. 기간 5년, 총액 9000만 달러(약 1100억원)라는 후한 대접을 받았다. 콘택트와 장타력을 모두 갖춘 '완성형' 타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정후도 2023시즌이 끝나면 MLB 도전에 나선다. 이미 '거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이끄는 보라스 코퍼레이션과 계약했다. 먼저 빅리그를 밟는 요시다가 연착륙하면, 이정후의 몸값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동안 한·일 대표 선수들이 교감하는 일은 자주 있었다. 양의지(두산 베어스)와 민병헌(은퇴)은 부상으로 일본에서 재활 치료를 받던 2017년, 당시 일본 리그 대표 타자였던 쓰쓰고 요시토모와 식사 자리를 갖고 야구 얘기를 나눴다. 같은 꿈을 꾸고 있는 두 선수가 그라운드 밖에서 교감하며 서로의 미래를 응원했다. 한일전 결과, WBC 성적을 떠나서 이정후에게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안희수 기자 2023.03.14 15:18
프로야구

[IS 피플] 6년 전 추신수 대체자, 이제는 '현역 타율 2위'로 세계무대 서는 박건우

박건우(33·NC 다이노스)가 자신의 두 번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무대를 밟는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2017년엔 누군가의 대체 선수로 합류했다면, 이번엔 외야수 ‘베스트 5’로서 당당히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6년 전 WBC 최종 명단엔 박건우의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당시 미국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이었던 추신수(41·SSG 랜더스)가 소속팀 반대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면서 박건우가 대체 발탁됐다. 당시 두산 베어스 소속이었던 박건우는 2016년 132경기에 나와 타율 0.335 20홈런 OPS 0.940으로 맹활약했다. 대표팀에 뽑혀도 손색이 없는 성적이었지만, 당시 대표팀엔 2016년 타격왕 최형우(삼성·현 KIA)를 비롯해 이용규(한화·현 키움), 손아섭(롯데·현 NC), 민병헌(두산·은퇴) 등 쟁쟁한 베테랑 외야수들이 있었다. 이제 막 꽃을 피운 박건우가 들어가기엔 자리가 너무나 비좁았다. 하지만 6년 뒤 박건우는 당당히 첫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그때의 설움을 날렸다. 지난해 박건우는 111경기에 나와 타율 0.336 10홈런 61타점 OPS 0.866을 기록하며 타고투저 시절이었던 2017년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타율과 출루율은 리그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고, 국내 우타자로 범위를 좁히면 1위에 해당한다. 6년 전보다 리그 성적이 훨씬 좋다. 아울러 박건우는 6년 전보다 훨씬 성장했다. 2017년 타율 0.366 20홈런 OPS 1.006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그는 2022년까지 3할 타율을 꾸준히 기록하며 리그를 호령하는 외야수로 성장했다. 특히 박건우는 2022시즌을 마치고 현역 통산 타율 2위(0.327, 1위는 이정후 0.349)에 오르며 KBO리그 최고의 타자 반열에 올랐다. 2017년 발탁 당시 0.288의 꼬꼬마 타자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박건우는 6년 사이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이제 박건우는 한국 최고의 우타자 자격으로 세계무대를 누빈다. 이정후(키움)과 김현수(LG), 나성범(KIA), 박해민(LG) 등 쟁쟁한 외야수들과 경쟁을 치러야 하지만, 박건우는 대표팀 내 유일한 우타자 외야수라는 장점이 있다. 좌완투수를 상대로 한 장점이 분명한 데다, 지난 시즌엔 우완투수를 상대로 더 좋은 성적(타율 0.335, 좌타자 상대 0.330)을 기록한 바 있어 활용가치가 높다.그동안 박건우는 2017년 WBC를 비롯해 세 차례 국제대회에 나섰지만 모두 백업 역할만 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대회를 치를수록 존재감은 커졌다. 2019년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 국제대회 첫 선발 기회를 받은 박건우는 안타와 볼넷으로 멀티 출루하며 활약했고,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미국전과 동메달 결정전 선발로 나서 추격의 타점을 올리기도 했다. 박건우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번 국제대회에서 지난 대회에서의 설움을 극복하고 현역 타율 2위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승재 기자 yogiyoon@edaily.co.kr 2023.02.24 07:34
프로야구

데뷔 타석서 벨트 끊어진 황성빈, 외야 경쟁도 끊을까?

이제 막 1군에 데뷔한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25)의 첫인상은 아주 강렬했다. 새로운 활력소로 기대를 모은다. 우투좌타 외야수 황성빈은 지난 14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 처음 선발 출전했다 1-4로 뒤진 3회 초, 데뷔 첫 타석에서 투수와 1루수 사이에 기습 번트를 했다. 1루로 전력 질주한 황성빈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번트 안타를 완성했고, 이어 상대 실책이 겹쳐 2루까지 진루했다. 곧바로 그는 슬라이딩 과정에서 허리 벨트가 끊어진 것을 확인, 이를 교체했다. 롯데는 3회 선두 타자 황성빈의 출루 덕에 3점을 올려 4-4 동점을 만들었고, 결국 8-5로 역전승을 거뒀다. 황성빈은 8회 또 번트 안타를 만들었다. 프로 데뷔 첫 타석에서 기습 번트 안타도 흔치 않지만, 처음 선발 출장한 경기에서 2개의 기습번트 안타를 뽑는 것은 정말 보기 드물다. 이날 멀티 홈런을 기록한 이대호는 서준원, DJ 피터스와 함께 황성빈을 집어 "이들이 중요할 때 활약해 이겼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15일 한화전에도 9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황성빈은 4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전날 번트 안타로 센스를 뽐냈다면, 이날에는 단타와 내야 안타·3루타까지 타격 재능을 선보였다. 소래고 출신의 황성빈은 경남대를 졸업하고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전준우-손아섭(현 NC 다이노스)-민병헌 등 외야가 탄탄했던 롯데는 대졸 황성빈에게 현역 입대를 권유했다. 좋은 잠재력을 지녀 전역 후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황성빈은 지난해 10월 제대했다. 올해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진 못했지만 5월 초 육성 선수에서 정식 선수로 전환됐다. 서튼 감독은 자신의 야구 색깔을 선보이기 위해 주루가 좋고 센스를 갖춘 선수를 찾고 있다. 롯데는 타격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많지만, 짜임새는 다소 떨어진다. 팀 도루는 15개로 지난해에 이어 꼴찌다. 황성빈이 서튼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는 활약을 펼쳤다. 14~15일 두 경기에서 번트 안타에 도루까지 기록했다. 그는 경남대 시절 리드오프로 활약하며 4년간 통산 50경기에서 타율 0.407·61도루를 기록했고, 2019년 대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때는 태극마크도 달았다. 양상문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 야구를 잘하고 싶은 의지가 엿보인다. 이런 물건이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났는지 모르겠다"며 칭찬했다. 롯데는 손아섭이 떠난 우익수 자리에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고승민과 추재현, 신인 조세진까지 번갈아 기용했지만 타율 2할을 넘긴 선수가 없다. 외야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중요하다. 강렬한 데뷔전을 치른 황성빈이 타격과 함께 다양한 매력을 선보인다면, 롯데 타선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형석 기자 2022.05.17 12:38
야구

이대호의 마지막 소원은 우승…그러나 롯데는 물음표 투성이

2021년 1월 29일, 이대호(39)는 롯데 자이언츠와 FA(자유계약선수) 협상 진통 끝에 2년 총액 26억원에 사인했다. 이 계약에는 연간 1억원씩 우승 옵션이 포함됐다. 그는 "2년 내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뒤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우승 시 받는 1억원은 지역 불우이웃을 위해 100% 기부하겠다"며 "팀의 우승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하겠다"라고 강조했다.사흘 뒤인 2월 1일 스프링캠프 첫날 인터뷰에서 이대호는 '우승'이라는 단어만 12차례 언급했다. 2001년 롯데에 입단해 타격 7관왕 등 최정상에 올랐던 그였지만, 롯데에서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프로야구 원년 구단 롯데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우승은 1992년이었다. 10개 팀 중 우승을 못 한 지 가장 오래됐다.이대호가 현역 최고령 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뛰는 내년 시즌에도 크게 다르진 않을 전망이다. 8위(65승 71패 8무)에 그친 올 시즌과 비교해 여태껏 뚜렷한 전력 보강은 이뤄지지 않았다. 냉정히 말해 2022년 우승을 다툴 전력은 아니다. 구단의 시선도 비슷해 보인다. 지난 17일 서튼 감독과 2023년까지 1년 연장 계약을 발표하면서 롯데 구단은 계약 이유에 대해 "서튼 감독의 체계적인 경기 운영과 육성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볼 때 팀의 체질 개선을 완성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2022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물음표투성이인 포지션이 많다.먼저 외국인 선수 3명의 얼굴이 모두 바뀌었다. 보류 선수 명단에 포함된 댄 스트레일리가 미국 메이저리그(MLB) 재진출 의지 속에 팀을 떠났고, 앤더슨 프랑코(투수)·딕슨 마차도(내야수)와 재계약은 포기했다. 외국인 선수 교체로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리스크도 존재한다. 스트레일리는 2년 동안 25승을 거둔 '효자 투수'였고, 마차도는 공격은 기대에 못 미쳤으나 수비력은 팀의 오랜 약점을 메웠다.특히 확실한 선발 투수 자원이 박세웅밖에 없어 새 외국인 투수 찰리 반스와 글렌 스파크먼의 활약이 중요하다. 새 외국인 선수의 성공 여부는 기량 못지않게 한국 무대 적응력에 달려 있다. 새 외국인들의 적응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미지수다.2018년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로 떠난 이후 롯데는 여전히 '안방 고민'을 안고 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 FA 포수가 많았지만, 롯데는 데려오지 않았다. 결국 내년 시즌에도 주전 포수는 안중열과 지시완 체제가 유력하다. 둘 다 공격과 수비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타 팀에 비하면 안방이 약해 보인다.롯데는 내년 시즌 부산 사직구장 그라운드를 확장한다. 외야 펜스를 기존 4.8m에서 6m로 더 높이고, 홈플레이트를 백스톱 쪽으로 이동시킨다. 타자 친화 구장에서 투수 친화 구장으로 변모하면서 외야수의 수비가 더 중요해졌다.수비력을 갖춘 DJ 피터스를 새 외야수로 맞았으나 불안 요소가 발생했다. 민병헌이 은퇴하고, 손아섭은 NC 다이노스로 떠났다. 손아섭이 수비력은 다소 약하지만, 역대 개인 통산 타율 3위(0.324)에 오를 정도로 공격력이 뛰어나다. 롯데는 김재유와 추재현, 신용수 등으로 손아섭의 공백을 메울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은 올 시즌 많은 경험을 쌓았음에도 1군 출장 기록이 각 195경기·109경기·93경기에 그친다. 단기간에 손아섭의 빈자리를 메울 것이라고 기대하기 쉽지 않다.마차도가 떠난 유격수의 빈자리는 더 커 보인다. 새 유격수로 후보로는 김민수와 배성근이 떠오른다. 롯데는 지난 몇 년간 내야 불안이 지속돼 마차도를 영입했다. 김민수와 배성근이 수비 물음표를 완벽하게 지워갈지는 미지수다. 내·외야에 신인 유망주가 많이 들어왔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롯데는 이번 스토브리그에 외국인 선수 교체를 제외하면 특별한 전력 보강이나 변화 없이 손아섭의 FA 이적만 발생했다.또 롯데는 내부 FA 정훈과의 계약 협상을 남겨두고 있다. 정훈은 내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로, 올해 135경기에서 타율 0.292·14홈런·79타점을 기록했다. 4번 타자로 가장 많이 나섰고, 팀 내 타율 4위·홈런과 OPS(0.818)는 3위였다. 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oongang.co.kr 2021.12.30 13:21
야구

외야 FA 홍수, '현역 안타 1위' 손아섭의 가치는?

2022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대어급 외야수가 넘쳐난다. '몸값이 150억원에 육박할 것' '모 구단으로 이적할 것' 등의 소문이 벌써 무성하다. FA 자격 선수 총 19명 가운데 외야수는 나성범과 김현수, 김재환, 박건우, 박해민 등 8명이다. 현역 통산 안타 1위(2077개) 손아섭을 향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고 조용한 편이다. 나지완은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고, 민병헌은 건강 관리 차원에서 은퇴했다. 손아섭의 최대 무기는 악바리 정신이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전력으로 뛴다. 통산 타율 0.324를 기록, 역대 30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중 장효조(0.331) 박민우(NC·0.326)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2010년 주전으로 도약한 뒤 2019년(0.295)을 제외한 나머지 11시즌은 시즌 타율 3할을 넘겼다. 타 구단에서의 영입 부담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손아섭은 4년 전 첫 번째 FA 계약 당시 수도권 구단의 제안을 고심 끝에 뿌리치고, 롯데와 4년 총 98억원에 사인했다. 올해 연봉은 5억원이다. 전년도 20억원에서 75%를 깎았다. 타 구단이 B등급으로 분류된 손아섭을 영입하면 보상금은 5억원(전년도 연봉의 100%+보상 선수 1명)에서 최대 10억원(선수 보상 없이 전년도 연봉의 200%)이다. 손아섭의 몸값이 오르면, 원소속구단인 롯데가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선수를 붙잡아 둘 수 있다. 하지만 FA 손아섭의 매력은 4년 전보다 상당히 떨어져 있다. 그는 올 시즌 개막 후 두 달이 지나도록 3할 타율을 한 번도 밟지 못하다가 프로 데뷔 후 가장 늦게 3할 타율을 터치(시즌 타율 0.319)했다. 홈런은 3개, 장타율은 0.397에 그쳤다.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 행진이 멈췄고, 통산 장타율(0.466)에 훨씬 못 미쳤다. 롯데는 내년 시즌 사직구장이 더 넓어진다. 홈플레이트를 뒤로 물러서 펜스까지의 거리를 높이는 것은 물론 펜스의 높이를 6m로 높일 계획이다. 타자 친화적 구장에서 탈피한다. 손아섭은 장타력도, 수비력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직구 타율이 지난해 0.360에서 올해 0.305로 떨어져 배트 스피드가 느려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가 외부 FA나 외국인 타자 등 밖에서 외야수 영입을 고려하는 것도 손아섭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다만 손아섭은 2007년 롯데 2차 4라운드로 입단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다. 롯데도 손아섭을 놓칠 시 부담이 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올해도 구단 내부 방침상 내외부 FA 계약에 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 2021.11.28 10:12
야구

민병헌 현역 은퇴 선언…서튼 감독 "몸 상태 허락되지 않아"

뇌동맥류 수술 후 이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롯데 외야수 민병헌(34)이 은퇴한다. 롯데 구단은 26일 "민병헌이 최근 현역 생활 지속 및 은퇴 여부를 두고 숙고하다 결국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병헌은 2017년 11월, 4년 총 80억 원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고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했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총 4시즌 동안 342경기에서 타율 0.286, 28홈런, 134타점을 기록했다. 프로 통산 기록은 1438경기 동안 타율 0.295, 99홈런, 578타점이다. 민병헌은 2019년 두통으로 병원을 찾았다 뇌동맥류를 발견했다. 이후 정기검진을 통해 경과를 지속해서 추적 관찰해왔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지면서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으로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뇌 속 시한폭탄'이라고 불린다. 민병헌은 지난해 고통을 참고 뛰었다. 개인과 팀 성적 부진으로 신체적, 정신적 부담이 컸던 민병헌은 지난해 여름 2군행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주장을 맡은 책임감 속에 1군에서 이탈하지 않고 끝까지 시즌을 완주했다. 단지 이전처럼 온 힘을 다 써서 뛰고, 배트를 휘두르지 못했다. 컨디션 저하 속에 109경기에서 타율 0.233으로 부진했다. 시즌 종료 후 "수술이 필요하다"는 병원 측의 소견에 따라 지난해 1월 수술대에 올랐다. 2006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전지훈련에서 빠졌다. "건강하게 돌아오겠다"고 다짐한 민병헌은 예상보다 이른 5월 말 1군에 복귀했다. 하지만 7시즌(2013~19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던 때처럼 날카로움은 없었다. 1군 14경기에서 타율 0.190(42타수 8안타)에 그쳤다. 결국 서른넷, 다소 이른 시점에 선수로서 유니폼을 벗기로 결정했다. 가장 최근 1군 경기 기록은 8월 29일 두산전이었고, 퓨처스리그 출장도 8월 18일 KIA전이 마지막이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26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민병헌의 몸 상태는 1년 전보다 좀 더 나아졌다. 하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만큼 몸 상태가 허락되진 않았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꾸준하게 경기에 내보내지 못했다"며 "수술 후 짧은 기간 내에 경기에 나설 만한 몸 상태를 만든 것이 대단하다. 그는 좋은 리더였다. KBO에서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했고, 2군에서도 젊은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 좋은 얘기를 해주려고 노력했다"라고 평가했다. 민병헌은 은퇴 후 치료에 전념할 계획이다. 민병헌은 "선수 생활 종반을 롯데에서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구단에 조금 더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아주 아쉽다. 그동안 아낌없는 사랑과 많은 성원 보내주신 팬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고척=이형석 기자 2021.09.26 19:10
야구

롯데 민병헌, 결국 은퇴 결정 "감사하고 아쉽다"

롯데 외야수 민병헌(34)이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다. 롯데 구단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현역 생활 지속 및 은퇴 여부를 두고 숙고했던 민병헌은 26일 현역 은퇴를 최종 결정했다"고 전했다. 2018년 FA(자유계약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민병헌은 올 시즌까지 총 4시즌 동안 342경기, 타율 0.286, 28홈런, 134타점을 기록했다. 프로 통산 기록은 1,438경기, 타율 0.295, 99홈런, 578타점이다. 민병헌은 지난 2019년 뇌동맥류를 발견했다.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지면서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뇌출혈로 이어질 위험도 있지만,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데뷔 후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109경기 타율 0.233, 2홈런, 23타점. 뇌동맥류는 두통을 동반한다. 운동을 하는데 치명적이진 않지만, 적잖이 고생했다는 건 짐작할 수 있다. 고참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 성적 부진 탓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1월 뇌동맥류 수술을 받았다. 지난 5월 말 1군에 복귀했지만 이전만큼의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다. 1군 14경기에서 타율 0.190(42타수 8안타)에 그쳤다. 가장 최근 1군 기록은 8월 29일 두산전이었고, 퓨처스리그 출장도 8월 18일 KIA전이 마지막이었다. 민병헌은 "선수 생활 종반을 롯데에서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구단에 조금 더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다. 그동안 아낌없는 사랑과 많은 성원 보내주신 팬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라고 했다. 박소영 기자 2021.09.26 10:22
야구

롯데 민병현 은퇴 발표, "아쉽고 감사하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민병헌(34)이 은퇴한다.롯데 구단은 26일 "민병헌이 최근 현역 생활 지속 및 은퇴 여부를 두고 숙고하다 결국 현역 은퇴를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민병헌은 2017년 11월, 4년 총 80억 원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고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했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총 4시즌 동안 342경기에서 타율 0.286, 28홈런, 134타점을 기록했다. 프로 통산 기록은 1438경기 동안 타율 0.295, 99홈런, 578타점이다.민병헌은 최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2020년 시즌 도중부터 참고 뛰었지만, 결국 지난 1월 뇌동맥류 수술을 받았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전지훈련에서 빠졌다.예상보다 이른 5월 말 1군에 복귀했지만 이전만큼의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다. 1군 14경기에서 타율 0.190(42타수 8안타)에 그쳤다. 가장 최근 1군 기록은 8월 29일 두산전이었고, 퓨처스리그 출장도 8월 18일 KIA전이 마지막이었다.민병헌은 은퇴 후 치료에 전념할 계획이다.민병헌은 "선수 생활 종반을 롯데에서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구단에 조금 더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다. 그동안 아낌없는 사랑과 많은 성원 보내주신 팬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이형석 기자 2021.09.26 10:15
야구

[김기자의 B토크] 웃으며 돌아와라, ‘악바리’ 민병헌

“놀라지 마세요. 저 괜찮아요.” 17일 오전, 전화기 저쪽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민병헌(34) 목소리는 무겁지 않았다. 이날 롯데 구단은 민병헌이 뇌동맥류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지면서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뇌출혈로 이어질 위험도 있지만,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를 받았다. 민병헌은 “2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가족력이 있어 줄곧 체크하고 있었다. 시즌 뒤 정밀 검사를 받고 수술 날짜(22일)를 정했다”고 말했다. 그의 부친은 그가 중학생일 때 뇌출혈로 별세했다. 그는 “아버지와 똑같은 곳이 아파서 어머니한테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소식이 전해진 뒤) 전화를 많이 받았다. 다들 우울한 목소리다. 나는 정말 괜찮다”며 웃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2019년부터 치료를 받아왔다. 개인적인 부분이라 공개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민병헌도 드러내고 싶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수술 일정이 잡혀 다음 달 시작하는 스프링캠프에 참여하기 어렵게 됐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공개했다. 2018년 자유계약선수(FA)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민병헌은 2시즌 연속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WAR, 스탯티즈 기준) 3점대를 기록했다. 2018년 팀 내 4위, 19년 2위다. 2019년에는 투구에 손가락을 맞아 43경기에 결장했는데도 그 정도로 활약한 거다. 지난해 데뷔 후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109경기 타율 0.233, 2홈런, 23타점. 뇌동맥류는 두통을 동반한다. 운동하는 데 치명적 문제는 아니지만, 고생이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고참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에 성적 부진까지 겹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민병헌은 최선을 다했다. 시즌 중 2군행을 자처했지만,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어달라”는 허문회 롯데 감독 부탁을 받아들였다. 부진한 탓에 벤치를 지켜도 더그아웃에서 목청 높여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는 롯데 이적 후 “힘들다”는 얘기를 가끔 했다. “몸이 아픈 건 아니다”고 했지만, 구단 내 소수 관계자는 그의 질환을 알고 있었다. 그는 “편하지는 않았지만, 그걸 핑계로 대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행히 뇌 신경까지 손대는 수술이 아니라서 운동 기능에 큰 영향은 없다고 한다. 의료진에 따르면 수술 후 2~3개월 회복이 필요하다. 5월은 돼야 정상적인 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민병헌은 야구계의 소문난 악바리다. 학창 시절부터 ‘어머니와 동생을 위해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두산 시절 두꺼운 선수층으로 기회를 잡지 못해 좌절도 했다. 그래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코치들이 “너무 많이 하지 말라”며 만류했다. 야간훈련을 밥 먹듯 했다. 지금은 부상 위험으로 자제하지만, 현역 몸맞는공 15위일 만큼 온몸을 던졌다. “어디 부러지지 않으면 나가야죠”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민병헌은 “베테랑 선수로서 끝까지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안 좋은 소식을 전해 죄송하다. 빨리 돌아와서 건강한 모습으로 팀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봤던 그는 약속하면 지켰다. 이번에도 꼭 그럴 거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1.01.20 08:36
야구

[신년특집]'20년 동행' 정수빈·허경민 "혼자가 아니기에"

"우리가 신년 특집이요? 설마 1면은 아니죠?" (정수빈)"1면 맞아요? 우리, 성공했네요." (허경민) 정수빈(31)과 허경민(31·이상 두산)은 인터뷰하는 동안 '우리', '함께'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둘은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주시하고, 미래를 그리는 모든 순간에 '동행'했다. "서로에 대해 너무 좋은 얘기만 하면 재미없지 않겠느냐"며 낯간지러운 대화를 경계한 두 선수. 팀의 미래에 관해 얘기를 나눌 때는 "함께 가는 친구가 있어 다행"이라며 웃었다. 둘의 표정이 어쩐지 비슷했다. 정수빈과 허경민은 고교 졸업반인 2008년 운명처럼 만났다.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제23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두산에서 함께 뛰고 있는 박건우도 마찬가지. 18세 소년들은 그 대회에서 미국을 꺾고 우승하며 기쁨을 만끽했고, 2주 뒤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선 나란히 두산의 2차 지명을 받았다. 출발선이 같았던 건 아니다. 정수빈이 비교적 빨리 1군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허경민은 2군에서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처한 상황은 달랐지만,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함께 그라운드에 서는 날을 머릿속에 그렸다. 2015년을 기점으로 꿈은 현실이 됐다. 정수빈은 외야, 허경민은 내야에서 두산의 왕조 시대를 활짝 열었다. '대박'도 함께했다. 두 선수는 2020시즌이 끝난 뒤 나란히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다. 다른 구단의 영입 구애가 있었던 것도 비슷했다. 고심 끝에 선택한 건 2009년 프로 기회를 열어준 친정팀 두산이었다. 허경민은 최대 7년, 총액 85억원에 계약했다. 정수빈은 6년 총액 56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일간스포츠는 2021 스토브리그 주인공이 된 허경민과 정수빈을 만났다. ▶목표는 장기 계약 성공 사례 -FA 계약 직후 '허경민이 귀찮을 정도로 연락을 많이 했다'고 언급했는데.정수빈(이하 정)="기분 좋은 귀찮음이었다. 계약을 고민하고 있을 때 경민이와 계속 연락했다. 집 앞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같이 먹자고 연락하더라. 그래서 함께 먹고 그랬다." 허경민(이하 허)="한 번은 혼자 밥 먹고 있는데 수빈이가 오더라. 서로 약속이 돼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이 정도면 너랑 나랑 떨어질 수 없다'고 얘길 했다(웃음)." -둘 다 KBO리그 역사에 남을 장기 계약에 사인했는데.정="6년 이상 장기 계약이 거의 없지 않았나. 그런데 경민이가 두산과 계약(최대 7년)하면서 '구단에서 이 정도로 해줄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장기 계약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다른 것보다 경민이랑 함께 야구를 했고, (박)건우랑 셋이서 두산의 원클럽맨으로 남았으면 했다." 허="(동반 FA 잔류로) 함께 하는 건 정말 좋은데 책임감도 생긴다. 우리가 잘하지 않으면 이런 계약이 또 나오기 쉽지 않을 거다. 젊었을 때 FA가 된 선수들이 장기 계약을 따내는 게 어려울 수 있다. 나 혼자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클텐데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텐데.정="한화 구단의 오퍼가 있었다. 한화에 가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생각도 컸다. 두산은 잘하는 선수들이 워낙 많아서 (나는) 주로 밑에서 받쳐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만 했다. 이번 기회에 직접 끌고 가는 역할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야구 커리어도 더 높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그 상황에서 경민이와 많이 대화했고, 결국 생각이 바뀌었다. 두산에서도 좋은 조건을 제시해주셨다." 허="구단이 장기 계약을 제안한 건 그만큼 우리에 대한 믿음이 크다는 뜻으로 판단했다. 수빈이가 말한 '도전'도 충분히 이해됐다. 그 생각이 강하다면 팀을 옮기는 게 괜찮다. 하지만 두산도 선수들이 젊어지는 추세라서 그 도전을 여기(두산)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네가 받은 두산 팬들의 사랑은 얼마의 가치가 있을까'라는 얘기도 했다." -어깨가 무거운 계약인데.정="경민이나 나나 본보기가 되고 싶다. 우리는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가 아니다. 나 같은 경우엔 남들이 봤을 때 (개인) 성적이 특출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홈런이 많거나 타율이 높지 않다는 평가를 인정한다. 하지만 수비를 비롯해서 정말 열심히 했다. 자신의 강점을 보여주면 좋은 결과가 있다는 걸 보여준 거 같다." -FA 계약 이후 달라진 게 있다면,정="마음이 안정됐다. 앞으로 걱정 없이 맘 편하게 야구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심리적인 안정이 크다." 허="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매 시즌 '조금 더 하자'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조금 더 잘하고 싶고, 조금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FA 계약은 야구 선수를 마쳤을 때 돌아보면 행복하겠지만, 지금은 치열하게 야구 해야 한다." ▶'에드먼턴 키즈' 비긴스-2008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이전엔 서로에 대해 잘 몰랐나.허경민="전혀 몰랐다. 대표팀에 소집된 후 인연이 시작됐다. 건우는 딱 봐도 서울 출신었다. 수빈이는 '저런 애가 어떻게 대표팀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머리카락이 짧았다. 유신고에 저런 선수가 있었나 싶었다. 체구는 작은데 정말 잘하더라." 정="난 당시 전국체전 대회를 뛰느라 대표팀 합류가 늦었다. 1차 소집과 2차 소집을 모두 못 갔다. 다른 선수들은 이미 안면을 튼 상태에서 운동하는데 나만 지각 합류했다. 하필 그때 삭발을 하고 있었다. 다들 '얘는 누구지'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때 팀(유신고)이 약체여서 전국대회 나가더라도 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콜드게임도 자주 당했다." -안치홍은 당시 "허경민과 김상수가 라이벌이었다"고 얘기했는데.허="겸손이 아니고 그 친구들은 나보다 기량이 한 단계 위였다. 내가 수비를 잘했다면, 다른 친구들은 공격과 수비에서 월등한 기량을 갖췄다. 평가는 감사하지만, (실력이) 정말 달랐다. 치홍이는 2루수, 상수는 외야수까지 봤다. 야구 센스나 감각이 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함께했다는 게) 자랑스럽다." -스토리가 많은 대회였는데.(정수빈은 이 대회에서 올스타에 선정됐다) 정="준결승에서 내야 안타를 치고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손가락이 골절됐다. 다친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다음 경기가 결승전이었다. 이런 경기를 뛰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서 참고 뛰었다. 결승전까지 다 뛰고 우승까지 했는데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를 할 때 나는 병원에 가서 치료받은 뒤 혼자 방에 있었다(웃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의 의미가 있다면.허="그때가 청소년대표팀의 마지막 국제대회 우승 아닌가. 장난으로 '우리가 마지막 우승이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당시 이야기가 나오면 기분이 좋다. 대표팀에 뽑힌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고 자부심을 느꼈다. 잘하는 선수들 틈에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정="우승하고 프로에 갔다. 대부분 (그 대회를 뛴 선수들이) 잘됐다. 되돌아보면 추억도 정말 많고 벌써 10년이 넘었다는 게 감회가 새롭다. 사실 난 대표팀에 뽑힐 수 없는 조건이었다. 팀이 하위권이어서 운 좋게 뽑혔는데 '흙 속의 진주'였다(웃음)." -대회 우승 후 프로 지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지 않았나.허="당시 2차 지명을 기다리는 입장이었다. '어떤 팀에 갈까', '대학을 가야 하나'는 생각이 정말 많았던 시기다. 그때 지명받고 서로 축하한다고 개인 SNS(소셜미디어)에 글을 남기고 그랬다." 정="드래프트에 큰 관심이 없었다. 안 뽑혀도 무조건 신고선수(육성선수)로 갈 생각이었다. 운동하고 있는데 2차에 뽑혔다는 얘길 누가 해줬다. 당시에는 '2차 뒷순위에 뽑혀서는 프로에 가더라도 출전 기회를 잡기 어렵다. 차라리 대학을 가라'는 얘기가 많았다. 난 대학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프로에 가기만 하면 잘할 자신 있었다. 대학에 가면 4년, 군대 2년, 프로 자리 잡는 데 2~3년 걸린다. '야구 좀 하려고 하면 서른 살이 되지 않을까', '못하더라도 프로에서 해보자'고 생각했다." -에드먼턴 대회처럼 큰 경기를 뛴 경험이 프로 무대에서도 영향을 미쳤을까. 정="아무래도 큰 대회 경험이 중요하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긴장을) 즐길 수 있다. 중요한 경기에서 긴장하고 부담을 느끼는 선수가 있다. 성격에 따라 그걸 즐길 수도 있는 것 같다. 출전 기회를 많지 얻지 못했던 선수들이 오히려 큰 경기에서 잘할 수 있다. 워낙 기대치가 높은 선수들은 잘해야 본전이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부담이 있다." ▶경쟁자, 그리고 동반자 -두산 입단 첫 시즌을 떠올려 본다면.정="나는 입단 첫해부터 1군에 안착했다. 운이 좋았다. 당시 김경문 감독님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마침 기회도 왔다. 주축 선수이셨던 이종욱 선배가 다치신 게 팀의 불행이었지만, 그 상황에서 출전 기회가 많아져 나를 알릴 수 있었다. 타이밍 덕분이었다." 허="나는 1년 차 때 2군에 있었다. 수빈이가 너무 멋있었다. 스무 살 선수가 1군에서 그토록 잘할 수 있다는 게 놀랐다. 더 잘해주길 응원했다. 또래 선수가 1군에서 잘하는 모습은 나에게도 힘이 됐다. 만약 수빈이가 못했다면 '프로의 벽이 그렇게 높은가'라고 생각하며 위축됐을 것 같다." -팀 내 입지가 달라지면 서로 멀어지기도 한다. 정="항상 경민이와 건우에게 '너희는 무조건 나보다 더 잘 된다'고 말했다. 두 친구의 실력이 나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잘 알았다. 내가 먼저 1군에 자리 잡았지만, 결국 두 선수가 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친구 하나가 먼저 앞서가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내 말이 건방지게 들렸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때 나는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해줬다. 결국 내 말대로 두 친구가 더 잘하지 않나." 허="수빈이가 진짜 그런 말을 해줬다. 격려도 많이 받았다. 무엇보다 매 순간 세 친구가 함께 있었다는 자체가 가장 큰 힘이 됐다. 나는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을 때도 수빈이네 집에서 잤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었어도) 항상 교감했다." -둘 다 경찰야구단에서 복무했다.(허경민은 2010~11년, 정수빈은 2017~18년)허="수빈이는 까마득한 아래 기수다. 보이지도 않는다. 난 스물한 살 때 막내로 가서 고생 좀 했다. 수빈이는 들어보니까 좀 편안하게 한 것 같다. (전 두산 동료인) 민병헌 형도 내 후임으로 들어왔다. 내가 '교육'을 좀 하면 병헌이 형이 '우린 나가서도 본다'며 핀잔을 줬다. 물론 군 복무를 함께하며 더 친해졌다. 그 시간을 겪으면서 단단해질 수 있었다. 2군 생활을 겪어보지 않은 선수들은 잘 모른다. 늦게 핀 꽃이 오랫동안 지지 않는다." -두 선수의 야구 인생 전환점은 2015년 포스트시즌이 아닐까.(정수빈은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허경민은 안타 23개를 때려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웠다)정="그해 두산이 14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이후 가을의 강팀으로 거듭났다. 개인적으로도 MVP를 수상했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허="2015년 포스트시즌은 '두산이 가을 야구에서 잘한다'는 이미지를 야구팬에 심어준 계기가 됐다. 수빈이도 MVP를 수상했다. 그 경력은 은퇴 뒤에도 정말 큰 영광으로 남을 것 같다. 지난 얘기지만, 난 조금 아쉽다. 데일리 MVP에도 선정되지 못했다. 수상하고 싶으면 강하게 어필할 필요도 있다는 걸 느꼈다(웃음)." 정="솔직히 경민이가 포스트시즌에서 A급 활약을 했다. 시리즈 MVP도 경민이로 굳어지는 듯 보였다. 그런데 내가 5차전 7회 말에 3점 홈런을 치면서 (MVP 투표 표심이) 바뀐 것 같다. 'A+'급이 나와버린 거다(웃음)." 허="수빈이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왼 검지 부상을 당했다. 스토리도 있었다. 평생 남는 (수상) 기록이다. 그때는 '팀이 우승하면 만족한다'고 했지만 돌이켜 보면 진짜 아쉽다. 이제 현역 은퇴까지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 재경신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 같다(웃음)." -두산은 왜 강팀인가. 정="모든 선수가 백업부터 시작한다. 주전을 맡은 선배를 보고, 배우고, 그 선배처럼 되기 위해 노력한다. 나이가 들어 주전을 맡았던 선배가 은퇴하면 자연스럽게 그 길을 따라가던 선수가 자리를 물려받는다. 그런 문화가 있다. 경민이는 손시헌 선배, 나는 이종욱 선배를 롤모델로 삼았다. 이제 우리가 (후배들을) 끌고 가야 할 위치다. 후배들이 나와 경민이를 보며 따라와 줄 것이다. 자리도 넘볼 것이다. 이런 선순환이 이어진다면 두산은 더 강해지고, 앞으로도 계속 강팀으로 남을 것이다." 허="2015년 우승할 때, 젊은 선수였던 나와 수빈이가 조금은 (선배들을) 서포트를 했기 때문에 두산이 강팀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선배들 역할을 우리가 해야 한다. 두산도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젊은 야수들이 나와야 한다. 우리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나 혼자라면 힘들 것이다. 그러나 수빈이와 건우가 있기 때문에 큰 힘이 될 것 같다. 안 그래도 요즘 팀의 미래를 위해 얘기를 많이 나눈다."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의 길-힘든 순간마다 서로에게 힘이 됐을 것 같다.정="건우까지 세 친구가 모두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모여서 밥 먹고, 얘기하고, 가끔 맥주도 한 잔 마신다." 허="그 자리에서 했던 얘기가 있다. '너희가 있어서 외롭지 않다'고. 같이 못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웃음)." 정="맞다. 솔직히 같이 못 하고 있어야 공감대가 형성된다. 잘하는 애는 그냥 웃고만 있을 것이다." 허="두 명이 못하고 한 명이 잘할 때면, 그 한명이 다른 친구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잘하든 못하든 서로 위로하지만, 그것보다 같이 못 하고 있을 때 위안을 받은 기억이 더 남는다. 확실한 건 세 친구가 같이 있을 때는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 같다." -서로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정="경민이가 동기 중 가장 리더십이 있다. 실제로 후배들을 가장 잘 이끈다. 조금 더 잘 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내 할 일을 하면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을 주려고 한다. 경민이를 열심히 돕겠다." 허="수빈이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웃음). 앞으로 6년 동안 이전보다 더 서로를 의지하게 될 것 같다. 지칠 때 일으켜주고, 힘들 때 토닥이며 힘이 돼줄 것이다. 6~7년 뒤 '마무리도 잘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에서는 일단 수빈이도 좋은 짝을 만났으면 좋겠다. (나처럼) 내조를 받으면서 야구를 하면 더 잘할 것이다. 함께 가족 여행도 가고 싶다. 그런데 둘(정수빈·박건우) 다 짝이 없다(웃음)." -이전과 다른 이미지를 만들고 싶진 않나.정="'잠실 아이돌'이라는 별명이 있다. 여전히 어색하다. 그러나 은퇴한 뒤에도 들으면 영광일 것 같다. 김원형 SK 감독님도 영원한 '어린 왕자'로 통하지 않나. 내가 하던 야구를 은퇴할 때까지 계속 보여주고 싶다." 허="나는 별명보다는 내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 더 나이가 들면 할 수 없는 것들을 해내는 데 집중하겠다. 신체 능력은 당연히 떨어지게 마련이다. 야구를 가장 잘할 수 있는 나이와 위치에 있는 만큼 더 좋은 타구를 생산해서 더 좋은 기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허="프랜차이즈 선수는 한 팀의 이미지다. 은퇴하실 때까지 잡음 없이 훌륭한 기록을 남기신 박용택 선배가 LG의 이미지다. 한 팀에서만 뛰었다고 프랜차이스 스타라는 수식어가 붙을 순 없다. '팬들에게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 정="같은 생각이다. 박용택 선배처럼 기억에 남는 선수가 돼야 한다. '본인들의 역할을 잘해내며 두산에 헌신한 선수였다'고 인정받는 게 프랜차이스 스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후배들도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도 해야 한다." 배중현·안희수 기자 2021.01.01 05:58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