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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일반

'삼중고' 침체된 건설업계... 이재명 대통령을 바라보는 '기대감'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진 건설업계가 지방 악성 미분양 해결 및 도시정비사업 활성화, 공공 건설비 현실화 등 시급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이재명 대통령과 새 정부를 향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임 대통령이 행정 경험이 많은 만큼, 과거 민주당과 달리 억제책이 아닌 규제완화와 공급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기대다. 한승구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4일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건설 산업은 공사비 상승과 지속적 규제 강화 등으로 위기에 처했다”고 새 정부의 해결안을 촉구했다. 2025년 국내 건설업계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올해만 해도 벽산엔지니어링(180위)을 비롯해 신동아건설(58위)·삼부토건(71위)·대저건설(103위)·삼정기업(114위)·안강건설(116위)·벽산엔지니어링(180위) 등 시공능력평가기준 200위권 이내의 중견 건설사만도 올해 11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줄도산의 가장 큰 원인은 지방 아파트 악성 미분양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전국 악성 미분양 주택은 2만 6422가구로 2013년 8월(2만 6453가구) 이후 11년 9개월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건설업계는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선 다주택자 세제 중과 폐지나 미분양 주택 취득 시 양도세 한시 감면, 취득세 중과 배제 등의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상무는 “지방에서 민간임대사업자가 아파트를 매입해 등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규제완화책을 주문했다.공사비 현실화도 요구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공사비지수는 2020년 이후 30% 가까이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대형건설사들은 ‘차라리 짓지 않는 것이 낫다’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공공 인프라 사업에서 발을 빼고 있다. 총 공사비가 13조5000억원에 달하는 가덕도신공항, 이달 착공 예정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정부에서 지난달 공공 공사 발주 때 건설사의 공사비를 현실화하는 내용의 정책을 내놨지만, 최근 급등한 공사비를 메우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건설협회는 최근 기획재정부와 국토부에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30조원 이상 편성되도록 건의했다. 투자 확대를 통한 일감 창출도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구체적인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사실상 실패하면서, 집값 급등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지금까지의 민주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건설업계에서는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 재개발과 재건축, 리모델링 사업의 균형 잡힌 제도 개선을 요청하고 있다. 업계는 이 대통령이 무리한 규체책보다는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의 주택 공급에 집중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은 민생과 직결된 산업분야”라며 “침체한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과 과감한 규제 개혁을 통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지영 기자seojy@edaily.co.kr 2025.06.05 07:32
산업

대통령이 필요했던 ‘관세’, ‘에너지’ 세일즈 전략 기대감 상승

‘이재명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한국은 탄핵정국 이후 전략적·외교적 협상에서 수장의 공백을 뼈저리게 절감해야 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을 비롯해 국가기간산업 육성을 지휘하는 대통령이 선출되면서 이제 그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카운터 파트너’로 관세 협상 이재명 대통령은 4일 당선 직후부터 미국의 관세 압박에 직면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인상하는 포고문에 서명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상된 관세율이 4일(현지시간)부터 발효되도록 지시했다. 이로 인해 3월 12일 부과되기 시작한 철강·알루미늄의 품목별 관세는 기존 25%에서 2배로 오르게 됐다. 이에 포스코, 현대제철 등 한국 철강업계는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그동안 한국은 사업가 출신으로 능숙한 비즈니스 전략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상대할 ‘카운터 파트너’의 부재로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새로운 대통령의 선출로 ‘대통령 대 대통령’ 협상이 가능해져 미국의 상호관세 전략 측면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은 예전의 민주당 인사들과는 달리 수에 능하고 셈이 빠른 사업가 기질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관세 전략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미국의 싱크탱크도 이재명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가장 힘든 과제에 직면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 등은 이날 CSIS 홈페이지에 이재명 대통령의 향후 도전과제를 ‘설상가상’(Frying Pan to Fire)으로 평가했다. CSIS는 “이례적인 조기 대선으로 대통령직 인수시간 없이 즉각적으로 국내 및 외교 정책의 쌓여 있는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선은 탄핵의 장이 종료됐지만, 새롭고 더 힘든 장을 열었다”고 평했ㅈ다. 무엇보다 미국의 관세, 중국의 수출 통제,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등 외교적 정세가 엄중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차 석좌 등은 “모두 한국 경제 회복에 불리한 것들이다. 이 대통령이 다뤄야 할 외부 환경은 훨씬 엄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관세 전쟁에서 한국의 무역협상이 진전이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CSIS는 “6월 4일까지 각국이 최선의 무역협상을 제시해야 한다. 7월 8일, 90일의 관세 유예가 종료되기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트럼프와의 협상 타결을 위해 거의 시간이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방산 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세일즈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가 품목이 한국 수출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자동차의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이 전체 50%를 책임지고 있는 최대 시장이다. 대미 반도체 수출도 1278억 달러로 점유율 19%를 점하고 있다. 이에 반도체와 자동차 관세를 유리하게 이끌어내야 하는 전략을 가져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팀 코리아’ 원전의 세일즈 주도 이재명 대통령의 에너지 전략도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다. 그는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고 원전과 재생에너지 믹스로 전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문재인 정부 때와는 달리 ‘탈원전’ 공약은 내세우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공약집에서도 원전 정책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다만 원전 생태계 복원의 필요성 등을 고려한 적절한 수준의 ‘에너지 믹스’를 가져가는 실용 노선을 걸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는 대선 TV 토론 등에서 “원전, 재생에너지, 다른 에너지가 모두 복합적으로 필요한 에너지 믹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서 ‘원전 세일즈’의 수장 역할을 기대케 한다. 원전은 국가기간산업이라 수주전은 ‘국가대항전’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프랑스, 미국과의 ‘국가대항전’에서 승리하며 결실을 목전에 두고 있다. 체코를 시작으로 향후 노르웨이와 스웨덴, 폴란드 등으로 원전 수출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체코는 유럽대륙 첫 원전 진출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여기에 현대건설이 지난 4월 핀란드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사전업무착수계약 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자력 발전소, 미국 미시건주 팰리세이즈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한국의 원전 경쟁력은 업계 1·2위인 미국, 프랑스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이 원전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는 지금이 ‘K원전’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적기로 평가받고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 수주는 ‘팀 코리아’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수장인 대통령의 역할이 세일즈 전략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향후 대통령을 중심으로 팀 코리아의 팀워크를 다져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2025.06.05 06:30
산업

5대 그룹 매출 1025조, GDP 40% 차지...삼성 13%로 최고

지난해 5대 그룹의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의 매출은 GDP의 13%로 가장 높았다. 6일 정부 기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대기업·자산 5조원 이상) 92곳이 지난해 올린 매출은 200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명목 GDP(2549조1000억원)의 78.8%에 달하는 규모다.이 가운데 '상위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1조6000억원 이상) 46곳이 올린 매출액은 1833조1000억원으로 GDP 대비 71.9% 수준이다. 대기업에서도 상위 업체들의 집중도가 압도적이라는 뜻이다.기업 매출은 해외 발생분도 포함하기 때문에 GDP와는 범주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특정 기간의 산출량을 나타낸다는 공통점을 감안하면 대기업 편중 정도를 따지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공정위 기준으로 331조8000억원이다. 삼성그룹 한 곳의 매출이 우리나라 GDP의 13.0%를 차지했다. 다음은 현대자동차그룹(279조8000억원·11.0%), SK(205조9000억원·8.1%) 순이었다.삼성·SK·현대자동차·LG·롯데 등 상위 5대 그룹의 매출액은 1025조원으로 지난해 한국 경제 생산의 약 40%에 달했다.대기업 집중 현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경제 정책의 한 축으로 삼고 공정위를 앞세워 재벌 개혁을 추진했다. 대기업 부당 내부거래 등 반칙행위를 막고 모든 경제 주체들이 상생하도록 갑을관계를 개선하는 데 방점을 뒀다.이에 GDP 대비 대기업집단 매출액 비중은 2018년 70.9%에서 2019년 68.7%, 2020년 65.3%로 점차 떨어졌다.그러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상황이 달라졌다. 위기 대응력이 높은 대기업들의 매출이 크게 상승하면서 이 비율은 2021년 73.5%, 2022년 85.2%까지 뛰었다.2022년 5월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기업 규제 완화 등 친대기업 정책을 펼쳤다.GDP 대비 대기업 매출액은 2023년 79.4%, 2024년 78.8%로 코로나19 때보다 낮아졌지만 문재인 정부 초반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김두용 기자 2025.05.06 09:10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떡락하는 대한민국 매력도

“우리끼리 잘 먹고 잘살면 한식 세계화는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니까 너무 조급하게 정부 가 나서서 한식 세계화를 한답시고 외국인에게 한국 음식을 공짜로 먹이는 행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프랑스가, 이탈리아가, 음식 맛있다고 소문난 그 어떤 나라가, 우리처럼 그러든가요. 여러분은 그들 나라에서 주는 마카롱 하나, 파스타 한 접시 공짜로 얻어먹어 본 적이 있나요. 제발 우리 그런 거 하지 맙시다. 국가적 자존심 좀 지킵시다. 부강하고 매력적인 나라이면 그 나라 음식도 맛있어 보입니다. 한식 세계화가 성공하려면 우리가 잘 먹고 잘사는 게 먼저입니다.”이명박 정부가 한식 세계화를 한다고 국가 예산을 낭비할 때에 언론에다 대고 반복적으로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한식 세계화 관련 정부 예산을 받아다 쓰는 곳곳의 사람들은 저를 아주 싫어했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들의 목에도 포도청이라 불리는 목구멍이 있을 것이니까요. 이래저래 정부의 눈먼 돈은 누군가 챙기게 되어 있고 그걸 어쩌다가 자신이 챙기는 것뿐이니 아주 나쁜 짓은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할 수도 있겠지요.거창하게 국가 단위로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음식도 음식 그 자체보다는 그 음식을 내거나 먹는 사람이 어떤 사회적 위치에 있는가에 따라 맛이 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종갓집 며느리가 하는 음식은 뭔가 다르리라 생각하고, 재벌이나 연예인이 자주 찾는 식당의 음식은 뭔가 다를 것이라고, 보통은 다들 그렇게 생각합니다. 손님들이 줄을 서서 먹는 이유가 대체로 그러합니다.한국 음식이 산업화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달고 매워지기는 했지만 적어도 100년 이래에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음식이 저 혼자 맛있어서 뜨는 것이라면, 한국 음식은 벌써 떴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야 K-푸드 열풍이냐 하면, 이제 와서야 대한민국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매력적인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은 매력적이고, 이 매력적인 대한민국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매력적일 것이라고 세계 시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요.K-푸드라는 단어가 장기적으로 외국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차후에 따 져봐야겠지만 한식이라고 말하기 애매한 음식들까지 이 단어 아래에 둘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합니다. 가령 서울 명동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견과류(수입 원료를 국내에서 가공한 제품)는 한식이라고 보기가 어렵지만 K-푸드에는 포함됩니다. 문화상품은 잘 팔리는 것이면 되었지 굳이 문화적 정체성까지 강요할 것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여간, K푸드라는 한국 음식이 떴습니다.한 국가의 매력도는 매우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이 됩니다. 멋진 자연도 매력도를 높여주지만 말끔한 도시 풍경과 그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여유롭고 세련된 사람들이 매력도 상승에 큰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매력적인 국가가 되려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야 하며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어야 합니다.대한민국은, 세계 시민들 눈에는, 식민지였었고 참혹한 한국전쟁을 겪었으며 미국 원조를 받은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박정희와 전두환의 군부 독재자가 지배하는 나라였습니다.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하고 민주화를 이루었지만 이 같은 국가 이미지는 단번에 개선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그러다 마침내 한국 것이기만 하면 그 어떤 것이든 매력적으로 보이는 시대가 문재인 정부 때에 문득 열렸습니다. 경제적 풍요와 정치적 안정에 더하여,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질서 있게 극복해 내는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 시민들 눈에는 매우 세련된 사람들로 보였을 것입니다. 여기에 한국 영화와 드라마, 팝 등이 매력도를 더하였습니다.“여러분, 세계 시장으로 나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한국 음식이기만 하면 됩니다. 대한민국은 매력적인 국가이고, 이 매력을 우리는 우리 음식에 붙여서 파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식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까지만 해도, 정치판이 다소 시끄러워도 대한민국은 무척 매력적인 국가라고 자부할 수 있었고, 외식업 하시는 분들께 이런 말을 자주 하였습니다. 지금은, 자신 없습니다. 외신에서는 대한민국을 친위 쿠데타가 일어난 정치 후진 국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십 년간 국민이 애써 쌓아온 대한민국 매력도가 ‘떡락’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의 매력적인 대한민국으로 회복시키는 일이 시급합니다. 2025.01.09 07:20
영화

[오동진 영화만사] ‘소방관’이 흥행에 성공한 진짜 이유

곽경택 감독의 ‘소방관’이 지난 22일 전국 관객 250만명을 넘겼다. 250만이라는 수자는 이 영화의 BEP(손익분기점)다. 극장에서 손익 분기를 넘겼으니 이제 한 시름 놓았을 것이다. 게다가 관객 수가 역주행 하는 분위기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시기 개봉한 영화들, ‘1승’과 ‘대가족’이 아쉬운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이 영화만이 안정된 흥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바람을 탄 모양새이다. 이게 어떤 이유로 가능했을까.당연히 영화가 갖고 있는 내적 에너지 때문이다. 솔직히 영화가 뛰어난 구석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분히 상투적이고 진부하며 ‘올드 패셔너블’하다. 그런데 관객들은 영화가 갖고 있는 진심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뭐가 진심일까. 그 핵심은 ‘제복의 진심’이자, ‘제복을 입고 있는 공복들의 진심에 대한 것’이다. 이것은 다분히 시대적인 시의성을 담고 있는 것인데 지금 대중은 대통령을 비롯해 국가의 일부 공무원들에게 배신과 불신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소방관’의 공복들, 곧 소방관들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몸을 바친다. 게다가 실제 이야기다. 사람들은 20여년 전(2001년)에 발생한 서울 홍제동 화재사건에서 희생된 소방관들의 얘기를 판타지(허구)로 받아들일 만큼 지금의 세상에 대해 깊은 회의를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어법이 다소 올드하다 하더라도 바로 그 ‘올드함’이 어쩌면 더욱 정직한 것이며 더욱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할 공산이 크다. ‘소방관’의 흥행 성공은 바로 그 지점에서 찾아진다.극중 주인공이자 소방서 진압팀 반장인 진섭(곽도원)은 대원 둘을 앞에 두고 소방관을 영어로 부를 때 자기는 ‘파이어 파이터’란 말이 좋다며 과거 자신의 선배 얘기를 한다. 불길이 무섭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 선배는 자신도 무섭다며, 그러나 그 불길 속에서 간절하게 구출을 기다리는 사람을 생각하면 ‘그냥 뚜벅뚜벅 걸어가’ 사람들을 데려오게 된다고 했다는 말을 전한다. ‘불길 속을 뚜벅뚜벅 걸어서 사람들을 구해 온다’는 말이 전하는 진심에 대해서는 아무런 미사여구가 필요 없다. 아마 시나리오로 이 대목을 읽으면 약간 손발이 오그라들었을 수도 있겠다. 바로 이런 장면을 감정적 엑스터시로 끌어 올린 것은 순전히 곽도원의 자연스런 연기력 덕이다. 이번 영화는 그의 공이 컸다.서브 텍스트의 배우들, 그 심산하면서도 심란한, 신파스러우면서도 아주 그럴 듯한 연기들이 좋다. 순대국집 할머니 역의 허진은 죽은 대원 용태(김민재)의 기일에 국밥 한 그릇을 따로 퍼다 준다. 그러면서 나누는 대화와 표정도 진짜 국밥집 아줌마라면 응당 그랬을 법한 일상의, 소소한 감동을 준다. 그런 대목들의 연출이 좋다. 진섭의 아내(장영남)는 남편이 소방관 일을 그만 두고 자신과 치킨집을 운영하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 난생처음으로 친정집에서 돈도 꿨다. 죽은 용섭의 얘기를 하면서 아내가 칭얼칭얼 눈물을 흘릴 때 진섭은 살짝 미소만 지은 채, 아내를 쳐다보기만 한다. 만약 그 대목에서 진섭이 이런저런, 궁시렁 대는 변명을 해대거나 사명감이니 의지의 소산이니 따위의 얘기를 했다면 영화는 금방 짜증나는 분위기가 됐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던 연출, 그렇지 않았던 연기가 이 영화를 괜찮은 드라마로 만들게 했다.개인적으로는 2001년도, 한일월드컵이 열리기 전의 한국, 특히 서울 홍제동 골목길의 그 남루함과 궁색함의 분위기를 살려 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영화는 실화다. 2001년의 홍제동 사건이 20년 가까이 지나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서 가까스로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 문제가 실현됐다. 그 20년 동안 한국사회는 엄청나게 변화하고 또 발전했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를 보여 준다. 여기에 오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갈등과 반목, 그럼에도 어떻게든 합의를 만들어 내고 이루어 낸 결과가 지금의 우리라는 것을 영화 속 ‘후진 골목’들이 실감하게 해 준다. 바로 그 점이 좋다. 과거가 현재를 살리고 죽은 자들이 산 사람들을 살리고 있다는 한강 작가의 어록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소방관’은 역설적으로 배급의 시기가 딱 맞아 떨어진 작품이다. 시운이 다이겠는가. 그보다는 작품이 지닌 진심 때문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진정성 있는 영화가 필요할 때다. 대중들이 그걸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12.26 06:05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만찬에 올리지 못했던 개마고원 감자

음식은 맛있어야 합니다. 이건 기본입니다. 그러나 행사 음식은 맛있기만 하면 안 됩니다. 그 행사의 의미를 요리에 담아서 내어야 합니다. 이런 일을 흔히 “음식에 스토리를 붙인다”고 말합니다. 제가 맛칼럼니스트로서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음식 스토리 개발입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만찬 기획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강원도 일대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니 강원도에서 나는 식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내어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만 하면 재미가 없습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무엇이 만찬 테이블에 올라가야 합니다. 이런 거 하라고 저를 부른 것입니다.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있기 200일 전에 평창에서 동계올림픽 성공 기원 행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음식 기획에도 제가 참여를 했습니다. 감자전, 메밀전병 같은 평창 토속 음식으로 차렸고, 제가 행사 참석자들에게 음식 설명을 하며 이런 요지의 말을 하였습니다.“감자 하면 다들 강원도를 떠올리지만, 분단 이전에는 개마고원 감자가 유명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한다면 개마고원 감자로 요리를 하여 함께 나눠 먹으면 좋겠습니다.”북한은 동계올림픽 참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북한 참가의 희망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겨우 200일 남은 시점에서 큰 기대를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개마고원 감자를 가져오고 우리가 감자 요리를 하여 전 세계 귀빈들 앞에 내놓을 밑그림을 그려두었습니다.감자는 신대륙 작물입니다. 우리 땅에 본격적으로 재배를 한 것은 1890년대 이후입니다. 함경도와 강원도 등 산간지에 주로 심었습니다. 일제가 1930년대 개마고원을 관통하는 혜산선을 놓고 거기에다 감자를 집중적으로 심었습니다. 감자는 전분으로 가공해 운송을 했는데, 혜산선을 타고 길주까지 와서 다시 함흥으로 보내졌습니다. 전분이 녹말이고, 녹말의 함경도 사투리가 농마입니다. 함흥의 개마고원 감자 전분으로 뽑은 국수가 농마국수이고, 이 농마국수가 분단 이후 남으로 내려와서 함흥냉면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개마고원 감자는 북한의 주요 식량 자원입니다. 북한의 김씨 일가는 대대로 감자를 거둘 때가 되면 개마고원에 가서 감자 작황을 살피는 사진을 찍습니다. 분단이 되면서 우리는 개마고원 감자와 이별을 하게 되었고, 남한에서는 감자 하면 이제 강원도를 떠올리게 됐습니다.남북으로 분단되기 이전에 한반도의 먹을거리 사정을 개마고원 감자 스토리로 풀어서 동계올림픽 만찬장에 내놓고 싶었습니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결정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에 저는 혼자 신이 나서 ‘개마고원 개마고원 개마고원’을 외며 다녔습니다.“많은 양을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몇 박스만 보내주면 됩니다.”북쪽에 개마고원 감자를 보내올 수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했습니다. 북쪽이 어떤 대답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었고, 유엔의 대북 제재 때문에 북한과는 어떤 물자로 오갈 수 없다는 말을 며칠 후에 들었습니다. 파는 것도 아니고 행사 음식 재료로 쓸 것이라는 사정 따위는 전혀 통하지가 않았습니다.행사 음식은 하나에만 스토리를 붙이는 것은 아닙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만찬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철조망을 녹이는 디저트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를 사진으로 담아갔습니다. 철조망 디저트를 보며 울었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개마고원 감자를 내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워서 만찬장 구석에 앉아 ‘개마고원 개마고원 개마고원’ 했습니다.여의도 시위에 나가려고 방한용품을 찾다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받은 바람막이와 방석 등을 발견했습니다. 2018년의 일인데 까마득히 먼먼 일로 여겨져 울컥했습니다. 금방 다 이룰 것 같았던 남북 교류와 화해는 다 어디에 가고 어쩌다가 전쟁 걱정을 하며 다시 시위를 나가는 처지가 됐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도를 놓고 개마고원을 가로지르는 혜산선을 손으로 짚으며 ‘개마고원 개마고원 개마고원’ 하고 앉았습니다. 2024.12.19 07:00
예능

현정화, 12년째 기러기母 생활 “남편, 미국 너무 사랑해 안 온다” (‘가보자GO’)

탁구 감독 현정화가 12년째 기러기 생활 중인 근황을 공개했다.지난 17일 방송된 MBN 예능 ‘가보자GO 시즌2’ 8회에서는 현 탁구 감독인 현정화 감독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꽃미남 경호원으로 화제를 모았던 최영재가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이날 방송에서 선수촌 숙소를 연상시키는 깔끔하고 미니멀한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고 밝힌 현정화는 “남편과 아이들은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현재 12년째 기러기 엄마 생활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편은 아이들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게 되었고, ‘칼을 뺐으면 무라도 썰어야 한다. 네가 더 능력이 있으니 내가 미국에 남을게’라는 말로 현정화의 커리어를 위해 가족의 곁에 남았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와도 되는데 안 온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가족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뛰어난 재능으로 모두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던 선수 시절의 이야기도 꺼냈다. 88올림픽 당시 금메달을 딸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는지 궁금해하는 MC들에게 현정화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메달을 딸 때마다 마치 살아 계신 것처럼 꿈에 나오셨다. 88올림픽을 앞두고도 나오셨고, ‘내가 금메달을 따는구나’하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또한 현정화는 축구 선수 출신인 안정환과 함께 스포츠 비인기종목에 대한 우려와 고민을 함께 이야기 나누기도 했다. 안정환은 “대중들은 올림픽 시즌에만 관심을 가지고 잘해준다. 그리고 끝나면 관심이 없어진다. 이러다 모든 종목이 전멸될 거다. 지금 운동을 하려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힘든 건 안 하려고 한다”라며 우려했고, 이에 현정화는 “모두가 돈 되는 종목으로 간다. 1순위가 축구, 2순위가 야구, 3순위가 골프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 모두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다.두 번째 게스트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호원이자 화려한 외모로 대한민국은 물론 해외까지 놀라게 했던 최영재가 등장했다. 최영재는 아내와 다툴 때 함께 스파링을 한다고 전하며 “어느 날 스파링을 하는데 맞아서 코피가 났다. 너무 태연하게 ‘주먹이 너무 길게 들어갔다’라고 답했다”라는 아내와의 일화를 전했다.또한 “아내가 나에게 특전사에 가라고 했다. 특전사에 가지 않을 거면 자기랑 만날 생각 하지 말라고 하더라. 제일 힘든 곳에 가라고 했다”라고 밝혔고, 이에 안정환은 “아내가 아니라 선임 같다”라며 웃었다. 이어 첫 파병을 가기 전날 결혼식을 올렸다는 최영재는 “파병을 갔을 때 아내에게 편지를 썼는데 아내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이유를 물어보니 귀찮았다고 했다. 심지어 파병을 끝내고 돌아왔는데 환송식에도 오지 않았다. 수업 때문에 바빴다고 하더라”라며 쿨한 아내의 일화를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MC들은 대통령 경호원은 무엇이 다른지 궁금해했고, 이에 최영재는 “주무실 때 빼고는 늘 경호한다. 화장실도 함께 간다. 그래서 외부 활동을 하실 때는 주변에 뭐가 있는지 위치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꽃미모로 유명세를 타게 된 이후 최영재는 “처음에는 ‘재밌는 일이네’하고 넘겼다. 그런데 행사장 경호를 하러 갔는데 사람들이 나를 따라오고 나를 카메라로 찍더라. 수상한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사람들이 나와 아이컨택을 하고 있으니 혼란스러웠다. 이건 경호원으로서 결격 사유다”라고 밝히며 “그 뒤로는 일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2년 정도 잠적을 했다. 경호원이 경호 일을 못 하니까 잘린 거다”라며 직업을 포기하게 된 일화를 밝혀 안타까움을 샀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8.18 13:00
연예일반

故 김민기 발인식 오늘(24일) 엄수…학전 들렀다 영원히 하늘로

‘한국 대중문화예술계의 대부’ 김민기가 하늘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학전’을 찾는다. 고 김민기의 발인식이 24일 오전 8시 서울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다. 빈소 및 발인 등 장례 모든 절차가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고인은 그의 영혼을 담아낸 공간인 소극장 학전 앞마당과 공연장을 들렀다가 천안공원묘지에서 영면에 든다. 김민기는 지난해부터 투병해 온 위암이 악화돼 21일 가족들 품에서 끝내 눈을 감았다. 학전 팀장이자 고인의 조카인 김성민 씨에 따르면 김민기는 지난해 가을 위암 4기 진단을 받은 뒤 간 전이를 거쳐 폐렴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생전 유언은 ‘그저 고맙다’였다. 빈소가 꾸려진 22일부터 고인의 동료, 후배, 각계 예술인들의 조문 행력이 이어졌다. 가수 윤상, 이은미, 장기하, 알리, 배우 류승범, 김희원, 김대명, 배성우 등이 빈소를 방문했으며 고인의 대표 연출작인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한 배우 장현성, 황정민도 빈소를 찾아 추모했다.예술계뿐 아니라 정치계에서도 고인이 생전에 쌓아온 업적을 높게 사며, 그를 추모했다. 윤석열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김민기와 얽힌 일화를 소개하고 추억을 회상하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1951년생으로 서울대 회화과 전공인 김민기는 학전 소극장의 산파이자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탄생시킨 연출가이면서 ‘아침이슬’, ‘가을 편지’, ‘꽃 피우는 아이’ 등 대표곡을 남긴 천재 음악가였다.대학 1학기를 마친 뒤 고등학교 동창 김영세와 포크송 듀오 도비두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1970년 명동 ‘청개구리의 집’에서 공연을 하며 대표곡 ‘아침이슬’을 작곡했는데 이 곡은 군부 정권에 맞선 민중의 저항곡이 됐다.1971년 발표한 정규 앨범 ‘김민기’ 수록곡 중 양희은이 부른 ‘아침이슬’이 민주화 시위에서 시민들에 의해 널리 불리자 유신 정권은 이 곡을 금지곡으로 지정했고, 김민기를 집요하게 탄압했다. 군부독재의 탄압 속 군대에 다녀온 김민기는 전역 후 생계 유지를 위해 봉제 공장과 탄광에서 일하면서도 음악 작업의 끈을 놓지 않았고, 소위 ‘저항가요’로 외압에 맞서며 당시 시대정신을 노래로 남겼다. 1977년 봉제 공장에서 일하며 ‘상록수’를 작곡해 발표했고, 노래극 ‘공장의 불빛’을 만들었다. 1984년엔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결성해 프로젝트 음반을 발매하며 거리의 음악으로 함께 했다. 이후 신군부 정권 막바지, 1987년 민주화 항쟁의 현장에서 광장에 모인 군중이 ‘아침이슬’을 부르며 저항했고 김민기는 ‘아침이슬’과 함께 그 자체로 민주화와 저항의 상징이 됐다.1991년엔 ‘문화예술계 인재들의 못자리’를 만들겠다는 뜻을 갖고 서울 대학로에 학전 소극장을 열었다. 김민기는 ‘학전’을 30여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들을 양성해 왔는데 가수 고 김광석, 윤도현·박학기 등이 이곳을 거쳤고 배우 설경구, 황정민, 안내상, 이정은, 조승우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다수가 학전을 통해 배출됐다. 대표작은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다.학전은 대한민국 공연예술의 산실로 자리매김했으나 재정난 및 김민기의 투병으로 지난 3월 문을 닫았다가 지난 17일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4.07.24 06:00
연예일반

“그는 선비였다” 박지원→고현정, 故 김민기 별세 이틀째 추모 물결 [종합]

지난 21일 세상을 떠난 가수 겸 공연예술가 고 김민기의 빈소에 고인을 추모하려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문객들의 면면은 서울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인 ‘학전’을 30여 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을 배출해 온 고인의 행적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김민기의 빈소는 22일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날 낮 12시 30분께부터 고인의 동료, 후배, 각계 예술인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가수 윤상, 이은미, 장기하, 알리, 배우 류승범, 김희원, 김대명, 배성우 등이 빈소를 방문했으며 고인의 대표 연출작인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한 배우 장현성, 황정민도 빈소를 찾아 추모했다.SNS를 통한 애도의 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배우 고현정은 “김민기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고 방금 알았다. 아 너무 슬프고 먹먹하다. 마음이 마구 꿀렁거린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비통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김민기의 비보가 전해진 후 예술계뿐 아니라 정치계에서도 고인이 생전에 쌓아온 업적을 높게 사며, 그를 추모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민기 선생은 예술 선비셨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시절 김민기와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박 의원은 “문체부는 문화예술단체를 지원하는 예산이 있는데, 김 선생께 도움을 주겠다는 말을 건넸다가 망신을 당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김민기는 “필요한 문화예술에 지원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우리는 거절한다”고 했다.또 박 의원은 “2년 전 건강이 여의치 못하다는 말씀을 듣고 ‘지하철 1호선’ 관람 일정을 잡고 연락드렸더니 ‘그날 꼭 나오겠다.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고 하셨다”며 “그런데 대학로 극장에 가니 도저히 나오실 형편이 아니란 말씀을 했다. 이렇게 그는 가셨다”고 아쉬워했다. 이외에도 윤석열 대통령, 전 문재인 대통령까지 고인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한편 김민기는 지난해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아오던 중 지난 21일 세상을 떠났다. 발인은 24일이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07.23 10:00
연예일반

“아버지 같은 존재”... 윤 대통령→이적, 故 김민기 별세에 각계 추모 물결 [종합]

대학로 소극장 상징으로 꼽힌 ‘학전’을 33년간 운영해 온 가수 김민기가 21일 별세했다. 고인은 투쟁가이자 예술가로서 한국 사회에 큰 족적을 남겼으며, 수많은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에 정치, 문화, 예술 등 각계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동숭동 학림다방에서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며 “그 열정이 마음에 울림을 줬다. 어린이를 사랑하셨던 선생님의 뜻이 ‘아르코꿈밭극장’에서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애도했다. 김민기는 ‘학전’을 약 30년간 운영해 오다가, 지난 3월 15일 재정난 및 건강악화로 폐관했다. 현재 옛 학전이 자리한 곳에는 ‘아르코꿈밭극장’이 들어섰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김민기에 대해 “엄혹한 시대에 끝없는 고초 속에서도 민주주의의 열망과 함께 영원한 청년 정신을 심어줬던 분”이라고 표현하며 “그의 노래와 공연은 역경과 혼돈의 시대를 걷는 민중들에게 희망이었고 위로였다. 우리들 가슴 속에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이와 함께 김민기의 대표곡 ‘상록수’, ‘아침 이슬’을 인용한 구절을 더했다. 학전 출신 가수 윤도현은 “저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이자, 존경하는 음악가 김민기”라며 “언제나 제 마음속에 살아 계실 김민기 선생님”이라고 지칭했다. 이어 “학전도, 선생님도, 대학로도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라며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윤도현이 올린 흑백 사진에는 고 김민기의 생전 모습이 담겨있었다.고인과 평소 두터운 친분을 자랑했던 학전 출신 가수 박학기도 “형님 감사했습니다. 아름다운 곳에서 평안하세요”라며 애도를 표했다. 학전 폐관 당시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전달했던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이수만은 “역경과 성장의 혼돈 시대. 대한민국에 음악을 통해 청년을 심어줬던 故 김민기 선배에게 마음 깊이 존경을 표하며 명복을 빈다”는 애도의 뜻을 전했다. 후배 가수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가수 이적은 “형님, 하늘나라에서 맥주 한잔하시면서 평안하시리라 믿습니다. 나의 영웅이여.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문구를 남기며 고인을 애도했다. 가수 알리는 “노란 머리 시절, 공연을 마치고 뒤풀이 장소에서 선배님 맞은편에 앉아 수줍게 술 한 잔 받은 날이 처음 선배님과의 만남이었다”고 故 김민석과 추억을 회상했다.이어 “선배님, 예술 인생의 발자취를 알게 되고 느끼고, 노래로 조금이나마 체감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이제 주님 곁에서 평안과 안식을 편히 누리시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인은 21일 암 투병 중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오는 24일 오전 발인 후 학전 터의 마당과 극장 등을 거쳐 천안 공원묘원의 장지에서 안식을 취할 예정이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07.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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