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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故 김새론 팬들, 추모 성명문... “잘못에 지나치게 가혹한 대중”

배우 김새론이 지난 16일 사망한 가운데, 팬들이 추모 성명문을 냈다.여자 연예인 갤러리는 17일 “김새론이 우리 곁을 떠났다는 비통한 소식을 접하며 깊은 슬픔과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라고 운을 떼며 애도를 표했다.팬들은 “어린 시절부터 연기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재능을 보여줬다. 스크린 속에서 빛나는 존재였다. 수많은 작품에서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해줬으나 그녀가 걸어온 길을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감당해야 했던 비난과 여론의 외면은 인간적 한계를 넘는 것이었다. 저지른 잘못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한 대중의 질타와 냉대 속 이를 감내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회 곳곳에 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정치인들이 책임을 회피한 채 살아가는데 연예인들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이중적 현실에 대해 꼬집었다.김새론은 향년 25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망 당일 오후 5시께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현재까지 밝혀진 범죄 혐의점은 없다. 특히 측근에 의하면 최근 연예계 복귀를 계획해 온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안기고 있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5.02.17 08:21
드라마

‘스터디그룹’ 황민현, 청순미 벗어던졌다 [RE스타]

배우 황민현이 기존 청순한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스터디그룹’에서 완벽한 액션 연기를 선보이며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혔다.‘스터디그룹’은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싸움에만 재능이 넘치는 윤가민(황민현)이 최악의 꼴통 학교인 유성공고에서 피 튀기는 입시에 뛰어들며 스터디그룹을 결성하는 코믹 고교 액션물이다. 지난달 23일 첫 공개된 ‘스터디그룹’은 주간 티빙 유료가입기여자수 2주(1월 27일~2월 2일, 2월 3~9일 집계 기준) 연속 1위를 기록했으며 시청 UV에서 공개 첫 주(1월 23~26일, 2월 6~9일 집계 기준) 대비 2배 증가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하얀 피부에 뿔테 안경. 얌전하고 차분한 성격. 극중 윤가민은 황민현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이미지와 똑닮은 인물이다. 윤가민은 외형으로는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공부 못하기로 악명 높은 유성공고에서도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유지하는 반전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공부를 하기 위해 무엇이든 해내고 마는 캐릭터다.황민현은 그런 윤가민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며 변신에 성공했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스터디그룹’의 매력은 툭툭 튀는 개연성 없는 스토리 전개 속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액션 장면에서 나오는데, 황민현은 착하고 순해 보이는 외모지만 숨겨둔 화려한 무술 실력으로 일진들에 맞서 자신이 결성한 스터디그룹 친구들을 구하는 윤가민을 통해 반전 매력을 선사하며 시청자와 관객을 사로잡았다. 황민현은 ‘스터디그룹’의 액션 장면을 위해 첫 촬영 2개월 전부터 약 8개월 동안 무술 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사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는 “황민현은 ‘스터디그룹’ 촬영 당시 아시아 투어를 병행하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영상을 보며 해외에서도 연습을 이어갔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액션스쿨을 찾아 훈련을 거듭했다”고 전했다. 이어 “날렵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촬영 기간 내내 식단 조절을 했고 캐릭터와 완전히 일체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그 때문인지 ‘스터디그룹’에서 황민현의 액션 연기는 무척이나 돋보인다. 날렵하고 가벼운 몸동작으로 정석에 가까운 액션을 선보인다. 황민현은 대역 배우를 쓰지 않고 직접 와이어에 매달려 수차례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상대 배우와 많은 연습을 하면서 액션 동작을 하나씩 맞춰 나간다. ‘스터디그룹’의 메이킹 영상에서는 황민현이 불에 활활 타는 가방을 차면서 360도 이상을 공중에서 회전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액션을 향한 그의 열정이 눈길을 끈다. 황민현은 tvN ‘환혼’, ‘소용없어 거짓말’ 등을 통해 액션 연기에 도전한 바 있으나 오로지 액션 연기를 통해 극을 이끌어가는 것은 ‘스터디그룹’이 처음이다. 황민현의 진심이 담긴 액션 연기는 ‘스터디그룹’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부여하면서 상승세의 1등 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2012년 3월 그룹 뉴이스트 멤버로 가요계에 데뷔한 황민현은 활동 당시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황민현은 2017년 방송된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해 최종 순위 9위로 그룹 워너원으로 재데뷔에 성공했다. 워너원 활동을 통해 엄청난 인기를 얻은 황민현은 ‘프로듀스 101 시즌2’에 함께 출연해 높은 순위를 기록했던 뉴이스트 강동호, 김종현, 최민기와 함께 그룹의 부활을 이끌었다. 당시 뉴이스트는 멤버 개개인이 실력을 인정받고 인기도 급상승해 단숨에 최정상급 아이돌로 부상했다. 황민현은 그룹 활동을 이어가면서 2020년 JTBC ‘라이브온’을 통해 배우로도 활동을 넓혔다. 학원물인 ‘라이브온’에서 엄격한 방송부장 고은택 역을 맡아 연기를 시작한 황민현은 tvN ‘환혼’을 통해 사극에도 도전했다. 이후 ‘소용없어 거짓말’ 등 로맨스 장르로 귀공자 비주얼의 매력을 극대화 시키는 작품을 선택해왔다.황민현은 ‘스터디그룹’을 통해 원래 가지고 있던 청순한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액션 배우로서의 가능성까지 입증해냈다는 평을 받는다. 감성적인 목소리로 “여보세요”라며 노래 부르고, 귀공자 얼굴로 사랑을 말하던 황민현의 완벽한 도약이다. 한 차례 가수로서 전성기를 누렸던 황민현이 ‘스터디그룹’을 계기로 두번째 전성기는 배우로서 맞이하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황민현은 아이돌 가수 출신이면서 로맨스 장르에서 매력을 보여주던 배우였는데 ‘스터디그룹’을 통해 액션을 완벽에 가깝게 소화하고 있다”며 “여성들이 주요 시청자인 로맨스에서 활약하던 배우가 액션을 잘 소화해내면 선호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이어 “황민현은 ‘스터디그룹’에서 액션으로 스토리를 잘 이끌어 가면서 배우로서 영역을 크게 확장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5.02.12 06:05
프로야구

방출 설움 딛고 새 출발...김동엽·오선진·강진성 3색 각오

오선진(36) 김동엽(35) 강진성(32)은 지난달 23일 키움 히어로즈 1차 스프링캠프(미국 애리조나주) 출국 현장에서 팬과 취재진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았다. 세 선수는 2024시즌 뛰었던 팀에서 방출된 뒤 차례로 키움과 계약,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통산 92홈런을 기록한 '오른손 장타자' 김동엽은 장타력이 부족한 키움 타선에 무게감을 더할 수 있는 선수다. 2020시즌 NC 다이노스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던 강진성은 1루수와 외야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프로 데뷔 17년 차 베테랑 오선진은 내야진 뎁스(선수층)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방출 당한 설움을 딛고 새 출발하는 세 선수는 간절한 마음으로 스프링캠프에 임한다. 겨우내 주변 동료들이 말릴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는 김동엽은 "키움에서도 반등하지 못하면 정말 (난) 재능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절실하게 야구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김동엽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소속이었던 2017·2018시즌, 각각 홈런 22개와 27개를 쳤다. 트레이드로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은 뒤 치른 2020시즌에도 20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4시즌 연속 부상과 부진이 이어졌다.키움 이적을 야구 인생 마지막 기회로 삼은 김동엽은 "항상 부상을 당해 멘털이 무너졌다. 잘 될 것 같다가도, 치고 올라서지 못했다"라며 "아직 파워는 갖추고 있다. 몸 상태도 문제가 없다. 좋았을 때 장타력을 다시 보여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진성은 지난해 11월 열린 키움 마무리 캠프에 참가, 새 소속팀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유롭고 유연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훈련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그는 "키움은 선수들에게 두루 출전 기회가 주어져 동기부여가 커지는 팀"이라며 반겼다. 강진성은 연차에 비해 이적 경험이 많다. 2021년 12월, 박건우의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NC로 이적했을 때 보상선수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고, 2023년 5월 트레이드로 SSG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10월에는 프로 데뷔 뒤 처음으로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실패 경험은 강진성을 더 독하게 만들었다. 그는 2025시즌 주전에 버금가는 성적을 목표로 내세우며 재도약을 다짐했다. 강진성은 "어렵게 다시 기회를 잡은 만큼 더 간절하다. 2025시즌 100경기 이상 출전하고 싶다. 100안타·15홈런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진성의 홈런 커리어하이는 2020시즌 12개다. 2024시즌 키움 야수 홈런 1위는 19개를 친 송성문이었다. 지난 시즌 뛴 롯데에서 방출된 뒤 은퇴까지 고려한 오선진은 직접 키움에 연락해 자신을 어필했다. 선수 생활을 후회 없이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오선진은 "아직 수비력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 관리가 필요할 때 기여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야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다가올 시즌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2.03 06:00
프로야구

박정태 소환한 고승민 "대표팀 승선, 조금 더 성장한 뒤에" [IS 인터뷰]

'윤·나·고·황'은 롯데 자이언츠 20대 초·중반 야수 윤동희(22), 나승엽(23), 고승민(25), 황성빈(28)의 성을 따 만들어진 신조어다. 이 표현에는 네 선수를 향한 롯데팬 기대감이 녹아 있다. 2루수 고승민은 "이제 막 풀타임으로 한두 시즌 치러본 우리(윤·나·고·황)가 롯데를 대표하는 건 아니다. 올해는 롯데 자이언츠라는 팀이 더 부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롯데팬이 젊은 선수들의 성장뿐 아니라 좋은 팀 성적에 기뻐할 수 있는 시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롯데는 2017시즌 이후 한 번도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하지 못했다. 2024시즌 프로 데뷔 처음으로 주전으로 뛰며 순위 경쟁에 기여한 고승민도 '가을 야구'가 더 간절해졌다. 그는 "지난해 데뷔 뒤 가장 많은 안타(148개)를 쳤지만, 롯데가 PS 진출에 하지 못해 아쉬웠다. 결국 선수는 팀이 잘해야 빛난다는 걸 알았다. 개인 기록에 욕심낼 때가 아니다. 팀 승리에 보탬이 된다면, 성적도 따라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9 2차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8순위)에 롯데 지명을 받은 고승민은 데뷔 4년 차였던 2022시즌 출전한 92경기에서 타율 0.316를 기록하며 타격 재능을 드러냈다. 붙박이 2루수로 안착한 2024시즌에는 데뷔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우고 3할대 타율(0.308)까지 해냈다. 타점도 87개를 기록하며 박정태(현 SSG 랜더스 2군 감독)가 갖고 있었던 롯데 2루수 단일시즌 최다 타점(1999년 83개)을 경신했다. 지난해 9월 17일 부산 LG 트윈스전에서는 KBO리그 역대 32번째 사이클링 히트까지 해냈다. 칭찬에 인색한 김태형 롯데 감독이 "(고승민은) 리그 2루수 중 최고 수준"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그러나 고승민은 "솔직히 수비는 소속팀 후배들보다도 떨어진다. 감독님께서 내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야구는 여전히 어렵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더 많이, 더 열심히 훈련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고승민은 "2025년 목표는 안 아프는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기록 목표도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국가대표 2루수'가 되고싶다는 포부는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왼 엄지손가락 수술을 받은 탓에 국제대회 프리미어12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던 그는 "그때는 부상이 아니더라도, '아직 국가대표가 될 때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더 성장해서 몇 년 뒤에는 국가대표 승선을 노려볼 것"이라고 했다. KBO리그 '넘버원' 2루수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지난 3시즌(2022~2024) 연속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김혜성이 지난 4일 메이저리그(MLB)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계약하며 KBO리그 무대를 떠났기 때문이다. 고승민은 빼어난 공·수 밸런스를 보여주며 차기 국가대표 2루수에 어울리는 자질을 보여줬다. 리그 대표 2루수로 나아가고 있는 고승민의 2025년에 시선이 모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1.21 07:51
스포츠일반

[안세영, 전하지 못한 이야기①] 고교생 질리게 만든 열두 살...천성이 악바리

안세영(23·삼성생명)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을 획득한 직후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낡은 관행과 불합리한 규정을 두고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이는 '체육계 개혁'의 불씨를 댕겼다.그러나 이 과정에서 '배드민턴 여제'의 진짜 이야기는 묻히고 말았다. 일간스포츠는 가족·은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 톱랭커' 안세영의 성장기를 2회에 걸쳐 전한다.안세영은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2009년 배드민턴 라켓을 처음 잡았다. 복싱 국가대표였던 그의 아버지 안정현 씨는 딸을 운동선수로 키우고 싶었고, 배드민턴 동호인이었던 친형을 통해 알게 된 최용호(69) 감독을 직접 찾아가 지도를 부탁했다. 최 감독은 2008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이자, 최근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이용대의 은사로 알려진 지도자다. 이용대를 이미 '월드클래스'로 키운 경험이 있는 최용호 감독은 안세영의 비범한 재능을 바로 알아봤다고 한다. 휴일에 시간을 내서 자신을 찾아온 이용대에게 "너보다 더 뛰어난 자질을 갖춘 아이가 있다. 앞으로 잘 지켜봐야 할 선수"라고 안세영을 소개했을 정도였다. 안세영은 '투지의 아이콘'이다. 세계 톱랭커에 오르기 전에도 코트 구석을 쉴 새 없이 쫓아다니며 상대를 압박하는 '질식 수비'로 주목받았다. 상처투성이인 무릎은 그의 강한 승부욕을 상징하는 흔적이었다. 안세영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남다른 근성을 보여줬다.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걷기 위해 전남 나주 중앙초에서 광주 풍암초로 전학한 안세영은 배드민턴부 가입 닷새 만에 전지훈련을 떠났다. 여기서 그는 고학년 선수들도 힘겨워했던 '백사장 러닝'을 악착같이 소화했다. 최용호 감독은 "원래 (안)세영이는 참관 훈련만 시키려고 했다. 농담 삼아 '뛰어볼래'라고 물었더니, 바로 언니 오빠들 뒤로 붙더라. 나도 너무 힘들어하면 그만두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뒤처지고 울면서도 계속 뛰는 걸 보면서 '이놈 봐라'라는 생각이 들어 지켜봤다"라고 했다. 백사장에 이어 숙소까지 약 4㎞를 뛰어서 복귀하는 게 원래 계획된 훈련 코스였다. 최용호 감독은 백사장 러닝을 마친 안세영에겐 차를 타고 가자고 권유했지만, 이미 눈물을 그친 여덟 살 소녀는 이를 거부하고 계속 뛰었다. 오히려 눈물을 쏟은 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안세영의 어머니 이현희 씨였다. 그 순간을 회상한 이현희 씨는 "아빠(안정현 씨)는 운동을 해본 사람이었지만, 나는 그런 훈련 모습이 충격이었다. 사실 세영이는 전지훈련이 뭔지도 모르고 따라간 거였다. 울면서도 계속 뛰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라고 했다. 이용대는 초등학교 시절, 수준급 실력을 갖춘 20~30대 생활 체육 동호인들을 이겼다고 한다. 최용호 감독은 "처음에는 상대도 안 되더니, 이길 때까지 실력을 키웠다. 5학년 때부터는 지지 않더라"라고 돌아봤다. 안세영도 본격적으로 실전 경기를 치르며 '악바리' 기질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엘리트 체육 선수, 그것도 남자들과 자주 붙었다.최용호 감독은 "중고등학교 감독·코치를 맡고 있는 제자들이 자기 선수들을 내게 보내서 기술 지도와 연습 시합을 부탁하곤 했다. 함께 훈련하고 며칠 지나면 그 선수들이 세영이와 붙는 걸 거부하더라. 이기려고 악착같이 달려드니까 상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라고 회상했다. 체격과 힘이 월등했던 중고등학교 선수들은 열두 살, 초등학교 5학년인 어린 동생을 상대로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힘 조절을 하며 스매싱을 하면, 안세영이 다 커버해 1점을 내는 것도 어려웠다. 결국 최용호 감독은 군것질 값 만원을 내걸어 중고생 선수들을 코트로 불러냈다. 어느 순간부터는 안세영을 위한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게 주목적이 됐다. 최용호 감독은 고등학생을 질리게 만드는 안세영을 보며, 이용대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서는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멘털이 다르다. 상대가 누구든 이기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용호 감독은 이용대와 안세영 모두 '노력하는 천재'로 평가하면서도,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 원동력엔 차이가 있다고 봤다. 그는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이)용대는 돈을 많이 벌어 어머니를 호강시키겠다는 일념으로 배드민턴을 했다. 반면 세영이는 집안 사정이 괜찮았지만, 운동하는 독기는 용대 못지않았다. 세영이는 천성이 그런 것 같았다"라며 웃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1.07 06:35
스포츠일반

펜 대신 큐 잡고 '최연소 우승'…김영원 "당구 올인 후회 없다, 쿠드롱 기록 넘는 게 목표" [신년인터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취재진 질문에 답할 땐 떨리는 목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지난해 6월, 조재호와 김가영, 스롱 피아비 등 내로라하는 당구 스타들 옆에 앉아 2024~25시즌 프로당구 개막 미디어에 참석했던 ‘2007년생’ 김영원(18)의 모습은, 프로선수보다는 여전히 어린 학생에 더 가까웠다. 다른 선수들이 저마다 ‘우승’을 목표로 외칠 때도 그는 128강 통과를 목표로 답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영원은 어린 나이에 프로무대에 당차게 도전한 10대 선수로만 보였다.시즌 첫 투어 준우승 돌풍에 이어, 겨우 17세 23일의 나이로 프로당구 역대 최연소 우승까지. 시즌 개막 후 선보인 김영원의 경기력과 성적은 그래서 더 센세이셔널했다. 처음 큐를 잡은 시기까지 정확하게 기억할 만큼 구력은 짧지만, 타고난 재능에 엄청난 노력까지 더해지면서 단숨에 프로당구 정상급 선수 반열에 올랐다. 고등학교 진학 대신 일찌감치 당구선수의 길에 ‘올인’한 자신감을 직접 증명한 결과이기도 했다.최근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당구장에서 본지와 만난 김영원은 “너무 과분할 정도로 많은 걸 얻은 해라서 너무 감사하고 또 자랑스럽다”며 지난 2024년을 돌아봤다. 그는 “사실 우승까지는 전혀 예상을 못 했다. 운이 다 저를 따라온 것 같다. 당구를 사랑하는 마음에 연습을 많이 하고, 진심으로 고민하며 더 열심히 한 결과였던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다만 그저 운으로 치부하기엔 데뷔 시즌 투어 성적이 워낙 좋았다. 개막 투어(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부터 준우승을 차지하며 무서운 10대 돌풍을 일으키더니 이어진 2차 투어(하나카드 PBA 챔피언십)에서도 8강에 올라 상승세를 이어갔다.그리고 지난해 11월, 시즌 6번째 투어였던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에서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 오태준 등을 꺾고 역대 최연소 기록과 함께 투어 최정상에 섰다. 이어진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도 4강에 오르는 등 김영원은 이번 시즌 PBA 포인트 랭킹(19만 4500점)과 상금 랭킹(1억 5100만원) 모두 전체 3위에 올라 있다. 이제 막 프로당구 1부 투어에 입성한 '2007년생'의 성적이다. 게임 좋아하던 소년, 필연이었던 당구와의 인연처음 큐를 잡았을 때를 기억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2019년 7월”이라고 단번에 기억할 정도로 ‘짧은 구력’에 이뤄낸 성과라 더욱 놀랄 수밖에 없다. 사실 김영원과 당구는 필연에 가까웠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 그는 축구나 야구 등 다양한 스포츠나 게임 등을 함께 즐겼다. 당구와 인연을 맺은 것 역시도 아버지 김창수 씨를 따라 당구장으로 향했던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김영원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PC방에 가는 걸 되게 좋아했다. PC방에서 함께 밤을 새우기도 할 정도로 아빠랑 게임하는 걸 엄청 좋아했다”면서 “2019년 7월이었다. 아버지를 따라 당구장에서 처음 큐를 잡았다. 처음에는 당구가 답답하고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아버지 김창수 씨는 “당구를 치는 아버지로서, 아들과 함께 당구를 치는 건 최고의 로망 아니겠느냐”며 웃었다.물론 처음 큐를 잡은 초등학생에게 당구가 쉬울 리는 없었다. 김영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많고 또 답답했다”며 그때를 떠올렸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당구의 매력을 알게 됐다. 그는 “계속 어려운 걸 하다 보니까, 어려운 걸 제가 직접 풀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었다. 연습을 통해 안 풀리던 게 풀리면 기분이 그렇게 좋았다. 당구를 친 이후부터는 어릴 때 그렇게 좋아하던 게임에도 흥미가 사라졌다”고 웃어 보였다.이후 김영원은 당구에 완전히 빠졌다. 학교를 마친 뒤엔 당시 강남에 있던 당구장으로 향해 큐를 잡았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오롯이 본인의 의지였다. 그리고는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을 보였다. 어린 시절 산만했다던 김영원이지만, 당구대에서 큐만 잡으면 눈빛부터 달라졌다.아버지 김창수 씨는 “자기가 알아서 연습을 너무 열심히 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2배는 했다고 보시면 된다”며 “처음엔 ‘저러다 말겠지’ 했다. 그런데 코피를 흘려가면서도 큐를 놓지 않을 정도로 집중했다. 혼자서 10시간씩 쉬지도 않고 연습을 했다. 중간중간 제가 ‘쉬는 시간’을 만들어줘야 했을 정도다. 그래도 안 쉬고 당구를 쳤다. 연습하는 건 타고난 거 같다”고 했다. 고등학교 대신 택한 당구선수의 길자연스레 비슷한 세대와 비교해 실력이 늘어나는 속도는 월등히 빨랐다. 중등부 당구 대회는 일찌감치 제패했다. 한창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을 시기, 김영원의 꿈은 일찌감치 ‘당구 선수’가 됐다. 김영원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당구 선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침 제가 당구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아버지도 ‘당구 선수 해볼래?’라고 물어보셨고, 그때부터 당구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했다.다만 학업을 병행하면서 선수의 길을 걷는 게 쉽지는 않았다. 김영원은 “중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당구 선수를 하기엔 시간이 너무 모자란다고 생각했다”며 “이후 중학교는 1교시만 듣고 조퇴한 뒤 연습에 몰두했다. 중학생 때부터 아버지와 ‘학교는 별 의미가 없는 거 같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결국 김영원은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않았다. 대신 오롯이 당구 선수의 길을 걷기로 결단을 내렸다. 결코 쉽지 않았을 이 선택은 당구에 대한 열정, 그리고 부모님 등 가족들의 든든한 지원과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구 선수로서의 길을 아버지가 함께 걷는다면, 어머니는 뒤에서 묵묵히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아버지 김창수 씨는 “저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 가족사 탓에 ‘건강이 최고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영원이에게도 공부가 다는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다. 공부보다는 뛰어놀고 같이 노는 게 첫 번째였다”며 “공부를 하려면 학교를 가는 게 맞겠지만, 그저 졸업장을 따기 위해 학교에 가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영원이가 학교에 계속 다니면서 당구를 치는 것도, 다른 친구들에겐 오히려 피해가 될 수도 있었을 거 같았다”고 했다.결국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않은 김영원은 친구들이 등교할 때 매일 당구장으로 출근하며 연습량을 대폭 늘렸다. 김영원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9시쯤 당구장에 나와 저녁 7~8시까지 연습한다. 당구장이 11시 30분에 오픈하는데, 내가 가장 먼저 당구장 문을 열고 들어와서 연습을 시작해 저녁까지 계속 연습을 이어간다”고 했다.당구뿐만 아니라 자기 관리에도 조금씩 시간을 들이고 있다. 그는 “저녁 8시쯤 연습이 끝나면 따로 운동도 한다. 당구는 자세가 무너지면 어려워지기 때문에 하체가 중요해 10㎞ 정도씩 달리기도 한다”면서 “여기에 영어 공부도 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이 정말 당구를 잘 치는데, 선수들을 만났을 때 친해지고 또 공도 직접 물어보고 싶은 마음에 영어 회화를 공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김영원은 특히 쉬는 날도 없이 매일같이 연습과 훈련을 이어가는 중이다. 아직 어린 10대 소년에겐 지치고 힘든 루틴일 수 있다. 김영원은 그러나 “힘들지만, 그렇게 힘들게 해야 올라갈 수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감내해야 한다”며 “고등학교 대신 당구 선수의 길을 걷기로 한 결심에 후회는 전혀 없다”고 했다. 역대 최연소 우승, 센세이셔널한 데뷔 시즌남다른 노력에 엄청난 연습량이 더해지니, 실력은 더 가파르게 늘었다. 2022년 3부 투어를 시작으로 2023년 2부 투어, 그리고 2024년 1부 투어까지 매년 승격을 거듭해 2024~25시즌엔 17세에 불과한 나이에 당당히 프로당구 1부 투어 선수가 됐다. 어린 나이가 아니라 ‘실력’으로 주목받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24~25시즌 투어 첫 투어부터 준우승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결승 상대였던 강동궁은 “앞으로 20번은 우승할 선수”라며 김영원의 잠재력에 박수를 보냈다.2차 투어에서도 8강에 올랐지만, 이후 슬럼프도 찾아왔다. 3~5차 투어에선 64강~128강에서 탈락해 초반 돌풍이 사그라드는 듯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찾아온 슬럼프에도 김영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독기’를 품고 연습에 매달렸다. 김영원은 “그때 3경기를 힘들게 지고 나서 마음적으로 되게 힘들었다”면서도 “독기를 품었다. 연습량도 많이 늘렸고, 운동도 많이 했다. 머리도 짧게 깎으면서 의지를 다졌다”고 말했다.그리고 지난해 11월 6차 투어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김영원은 그야말로 프로당구 새 역사를 썼다. 128강을 시작으로 승승장구하더니 4강에서 마르티네스를 4-2로, 결승에선 오태준을 4-1로 각각 꺾고 투어 정상에 올랐다. 17세 32일의 나이로 우승, 지난 2020~21시즌 여자프로당구(LPBA) 김예은이 세웠던 종전 최연소 우승(20세 11개월 13일)의 기록을 무려 4년 가까이 앞당긴 대기록을 썼다.김영원은 “우승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운이 많이 따랐다. (4강 상대였던) 마르티네스도 자기 기량이 별로 안 나왔다고 느꼈다. 나도 잘 못쳤는데 오히려 편안하게 이겼다. 대회 운이 굉장히 많이 따르고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면서 “우승이 확정된 뒤엔 엄청 신나고, 막 날아갈 것 같았다. 내가 세운 최연소 우승 기록은 안 깨질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아버지 김창수 씨는 “주위에서 다들 부러워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아버지라고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다”면서 “3부에서 1년, 2부에서 1년 있었다. 이번 시즌 처음 1부에 들어왔는데 우승까지 할 줄은 몰랐다. 아들은 제 예상을 항상 계속 뛰어넘었다”고 했다.투어 우승 상금은 1억원. 김영원은 “통장에 숫자로만 돼 있으니 실감은 안 났다”면서도 “부모님 건강검진 선물부터 해드렸다. 뿌듯했다. 하나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목표 하나를 이뤄낸 제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크다. 아버지는 나를 위해 일도 포기하셨고, 어머니도 묵묵히 기다려 주시면서 뒷바라지해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남은 상금으로는 주위 분들께 많이 베풀고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기부도 해보고 싶다. 기부 역시도 어렸을 때부터 마음속에 담아뒀던 목표이자 꿈”이라고 덧붙였다. 무한한 가능성, 계속 이어질 김영원의 도전 해가 바뀌었지만, 김영원은 여전히 ‘18세’에 불과하다. 이미 투어 우승으로 증명한 실력에 엄청난 노력, 그리고 앞으로 계속 쌓일 경험까지 더해지면 선수로서 그의 성장 가능성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김영원은 차분하게 당구선수의 길을 걸어가면서도, 이미 한 번 올라선 정상에도 계속 도전하겠다는 의지다.그는 “제 자신이 자랑스럽다. 더 열심히 해서 더 많이 우승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많은 주목에) 부담은 안 된다. 선수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부담 대신에 '최대한 즐기자'는 느낌으로 치고 있다”고 했다.이어 김영원은 “당구 테이블에 제가 들어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집중을 못하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저만의 당구에만 신경 쓰고 연습을 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다. 다른 선수들은 (긴장한 탓에) 팔을 떠는 것도 보인다. 상대에 신경 쓰지 않고 저만의 당구를 잘치기 위해 계속 집중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일찌감치 당구 선수의 길을 택해 보란 듯이 성공을 이룬 만큼, 자신의 발걸음이 다른 선수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도 잘 알고 있다. “힘든 길이지만, 당장만 버티고 이겨내면 다른 어린 선수들도 저처럼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남긴 그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치는 모범적인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저랑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 저를 보고 많이 배울 수 있도록, 모범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프로당구 선수로서의 목표도 그려가고 있다. 역대 최연소 우승에 이어 프로당구 역사에 또 다른 획을 긋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각오다. 김영원은 “계속 연습하고 준비를 잘해서,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프레데리크 쿠드롱 선수가 4회 연속 우승했을 때가 있었다. 나는 그 이상을 목표로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당구계를 뒤흔들고 있는 '2007년생' 김영원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 창동=김명석 기자 2025.01.04 07:03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무정치의 세상에 살 수밖에 없는 그들

저는 맛칼럼니스트입니다. 음식과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직업입니다. 어쩌다가 방송사의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장기간 출연하게 되었습니다.(그래서 저를 연예인으로 여기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저는 연예인의 재능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냥 글쟁이입니다.) 그 덕분에 많은 연예인과 친해졌고 그들의 고민을 들을 기회가 자주 있었습니다.저는 SNS에서 정치적 입장을 숨긴 적이 없습니다. 제가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나가기 전부터 정치적이었고,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나가면서도 정치적이었습니다. 지금도 정치적이고, 죽을 때까지 정치적일 것입니다. 민주공화국은 국민이 정치를 하는 국가입니다. 여러분이 정치적 의견을 어떤 식으로든 표현을 하며 살아가듯이 저 역시 제가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여러분과 똑같이 그러고 사는 겁니다.연예인은, 그런데,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격 살인에 직업 박탈까지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예인이 정치적 의견을 내면 정치적으로 반대편이 있는 사람들이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방송에서 하차시키기 위해 인터넷에 악플을 다는 것은 기본이고 떼를 지어 여기저기에 항의 전화를 합니다. 연예인에게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데, 이미지에 심대한 손상을 입혀서 아예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마녀사냥입니다. 이런 일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언론은 클릭 수를 올리기 위해 오히려 마녀사냥을 부추깁니다.그래서 연예인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물론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숨김없이 대중 앞에서 말하는 연예인도 존재합니다. 그분들은 정말이지 큰 용기를 내고 있는 겁니다.연예인은 공인이니까 정치적 견해를 밝히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공인은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입니다. 어떤 게 공적인 일이냐 하면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으면서 하는 일’이라고 해석하면 적절할 것입니다. 연예인은 세금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유명하다고 공인인 것은 아닙니다.연예인들이 사적인 자리에서 제게 한 말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우리라고 왜 정치적 입장이 없겠어요. 아시다시피, 모든 인간은 정치적이잖아요. 우리는 말을 못 할 뿐이에요. 아니지요. 우리 사회가 말을 못 하게 해요. 한마디라도 하면 난리가 나잖아요. 난리가 나면 우리는 일을 못 해요. 우리 사회가 ‘너희는 조용히 해라’ 그러는 겁니다. 우리는 무정치의 세상에 삽니다. 우리에게 표현의 자유 같은 것은 없어요.” 외국은 사정이 어떤지 굳이 알아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사정만 살피면 됩니다.모든 국민에게 당연하게 주어져야 하는 표현의 자유가 일부 직업인에게는 억압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성찰을 해야 합니다.“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 가수 임영웅의 이 말을 정치적 논리로 따지는 것 말고 또 하나 우리가 살펴야 할 것은, 정치적 발언을 하면 밥그릇을 잃을 수도 있는 한국 연예계의 독특한 현상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 윤리인 양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임영웅은 “저는 노래하는 사람입니다”라는 말로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려고 했습니다. 그의 곤란한 입장을 저는 이해합니다. 연예인은 무정치의 세상에 살아야 직업을 유지하는 데에 유리하다는 것을 그도 알고, 저도 압니다. 그러나 노래를 하는 사람이라고, 연기를 하는 사람이 라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고, 배달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치적이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민주공화국은 그 어떤 직업을 가지든지 간에 모든 국민이 정치를 하는 국가입니다.무정치의 세상에 살겠다는 그들도 민주공화국에서 억압과 차별 없이 함께 살아야 하는 국민이 라는 점을 서로 인정해야 합니다. 다만 무정치의 세상을 유지하려면 “제가 정치인인가요?” 같은 말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말 자체가 매우 정치적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무정치의 세상에 살겠다는 그들에게 정치적 입장을 묻는 일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인격 살인과 생계 박탈의 마녀사냥을 당하기보다는 정치적 진공 상태에서 사는 것이 더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외부 칼럼은 일간스포츠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5.01.02 07:00
배구

감독까지 나선 MVP 홍보, '1표 차' 집안싸움은 졌지만 '8연승 공신' 인정받았다 [IS 스타]

"3라운드 MVP(최우수선수) 투표, 부키리치 부탁합니다."지난달, 5연승 가도를 달리던 고희진 정관장 감독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가던 중 걸음을 멈추고 부탁했다. 팀의 외국인 아웃사이드 히터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세르비아)의 팀 공헌도를 높게 평가한 고 감독은 부키리치가 라운드 MVP를 꼭 받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올 시즌 부키리치는 정관장의 복덩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올 시즌 정관장에 합류한 부키리치는 시즌 초반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홀로 코트를 지키며 팀을 지탱했고, 팀 사정상 포지션 변경에도 불구하고 잘 적응해내며 팀의 연승가도까지 이끌었다. 부키리치는 올 시즌 전반기까지 득점 4위(397점) 공격성공률 3위(42.24%)에 리시브 효율 7위(34.48%) 등 공수에서 팀을 지탱하고 있다. 프로 입문 후 처음 소화해 보는 포지션에서 거둔 쾌거였다. 부키리치는 올 시즌을 앞두고 포지션을 바꿨다. 아시아쿼터 아포짓 스파이커인 메가왓티 퍼티위(25·인도네시아)와 공존을 위한 팀의 선택을 따랐다.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로 뛰었던 부키리치는 올 시즌 정관장에 합류하면서 아웃사이드 히터로 포지션을 변경해 메가와 한 코트에서 뛰었다. 프로에서 아웃사이드 히터 경험이 없던 부키리치에게 큰 도전이었지만, 수비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며 새 포지션에 안착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이러한 부키리치를 두고 "대단하고 고마운 선수"라고 말했다. 고 감독은 "부키리치가 있어 우리가 원하는 전술을 할 수 있다. 너무 고맙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파트너 메가 역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부키리치는 수비에 정말 좋은 재능을 갖고 있다. 포지션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을텐데 큰 결정을 내려줘서 고맙다"라면서 "부키리치 덕분에 편하게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 그와 좌우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한 코트에서 뛸 수 있다는 게 기쁘고 행복하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다만 감독이 바라던 라운드 MVP는 받지 못했다. 기자단 투표에서 메가(13표)에 한 표 차로 뒤져 첫 라운드 MVP 수상이 불발됐다. 3라운드 득점 3위(153점) 공격성공률 2위(43.81%) 오픈 공격 성공률 2위(41.29%) 등 상위권 성적을 냈지만, 득점 2위(155점), 공격성공률 1위(52.76%) 등 각종 지표에서 메가보다 한 끗씩 모자랐다. 하지만 메가와 한 표 차 '집안싸움'을 벌일 정도로 부키리치는 공수 기량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고희진 감독의 '부탁'이 있던 당시 정관장은 3라운드 절반을 치른 상태였다. 부키리치는 라운드 MVP 기대에 대해 "아직 라운드 절반(3경기)이 더 남아있어 세 번을 더 이겨야 한다. 팀이 승리한다면 (MVP도) 받아보고 싶다"라며 개인 상보다 팀 승리를 더 중요시했다. 부키리치의 보이지 않는 희생 덕분에 정관장도 8연승을 질주, 2위권과의 격차를 줄이며 전반기를 기분 좋게 마쳤다. 윤승재 기자 2025.01.01 18:04
프로축구

코치로 ‘10년’ 구른 정경호 감독 “내년도 준우승? 솔직히 부담 없다…선수 성장에 포커스” [IS 강릉]

정경호 강원FC 신임 감독이 새로운 여정에 자신감을 표했다. 정경호 감독은 23일 오후 1시 강원 강릉시 오렌지하우스(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소중한 기회를 잡기 위해 많은 시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노하우를 얻었다. 잘 녹여내서 좋은 팀으로 만들어 볼 생각이다. 강원이 지금까지 많은 부분에서 언더리딩 구단으로 기복이 심했는데, 그 부분을 많이 올리려고 노력할 것이다. 우리 구단이 갖고 가야 할 철학과 비전, 경쟁력을 선수들과 잘 녹여내서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축구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정경호 감독은 2023시즌 후반기부터 수석 코치로 윤정환 전 감독을 보좌했다. 첫 시즌에는 팀을 강등 위기에서 건져냈고, 2024시즌에는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큰 성공 뒤에 지휘봉을 쥔 만큼, 부담이 클 만하다.하지만 정경호 감독은 “강원이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거뒀지만, 내년에 준우승만큼 해야 하지 않냐는 부담은 솔직히 없다. 부담보다는 내가 겪은 과정들, 포트폴리오를 통해 색깔 있고 단단한 팀을 만들고 싶다. K리그1에서 무너지지 않는, 탄탄하게 갈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부담감보다 선수들과 즐겁게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2014년 울산대 코치를 시작으로 10년간 코치 생활을 한 정경호 감독은 그동안 코치 시절 유상철 감독,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김태완 천안시티FC 감독, 김남일 전 성남FC 감독, 윤정환 전 강원 감독을 보좌했다.10년을 돌아본 정경호 감독은 “나는 행복한 지도자였다. 유상철 감독님을 시작으로 다섯 분의 감독님을 모셨다. 다섯 분의 감독님께 배울 게 많았다. 내 것으로 녹여야겠다는 것이 많았다. 그분들이 믿고 맡겨 주셨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셔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경쟁력이 생긴 것 같다”며 감사를 전했다. ▲다음은 정경호 감독과 일문일답.-소감과 각오.소중한 기회를 주신 김진태 구단주님께 감사하다. 김병지 대표님, 여러 이사님들에게 감사하다. 나르샤에게도 감사하다. 나는 굉장히 기회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소중한 기회를 잡기 위해 많은 시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노하우를 얻었다. 잘 녹여내서 좋은 팀으로 만들어 볼 생각이다. 강원이 지금까지 많은 부분에서 언더리딩 구단으로 기복이 심했는데, 그 부분을 많이 올리려고 노력할 것이다. 우리 구단이 갖고 가야 할 철학과 비전, 경쟁력을 선수들과 잘 녹여내서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축구를 보여줘야 한다. 강원도민들에게 하나의 콘텐츠가 됐으면 좋겠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팀을 만들도록 하겠다.-강원 돌풍이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는지.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런지, 내가 수석 코치 생활도 오래했고 감독 대행도 경험했다. 많은 것을 느꼈던 10년이다. 예전에는 이런 상황에 부담을 많이 느꼈다. 경험도 부족했고 내가 가진 철학과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은 강원이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거뒀지만, 내년에 준우승만큼 해야 하지 않냐는 부담은 솔직히 없다. 부담보다는 내가 겪은 과정들, 포트폴리오를 통해 색깔 있고 단단한 팀을 만들고 싶다. K리그1에서 무너지지 않는, 탄탄하게 갈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부담감보다 선수들과 즐겁게 해볼 생각이다.-다음 시즌 성적에 대한 목표는.K리그1은 누구도 우승, 강등 경쟁을 할 수 있는 혼돈의 시기다.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것 같다. 대표님한테도 우리가 내년에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팀은 아니지만 단단한 팀을 만들겠다고 했다. 선수들과도 그 부분에서 성장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다.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면 성적은 당연히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팬들의 기대치는 올라갔고, 챔피언스리그도 병행해야 한다. 전력 보강 등 구상은.전력 보강은 지금 김병지 대표님과 스카우트, 전력강화실장 등 시스템이 잘 돼 있다. 그런 시스템을 통해 양민혁을 발굴했다. 구단에서는 제2의 양민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실 정식 감독은 올해 처음이지만, 구단에서 좋은 선수를 잘 스카우트하는 등 감독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서 편하다. 선수를 보러 다니는 등 시간 할애가 많았는데, 전력강화팀과 소통해서 스카우트를 잘하면 내가 할 부분이 줄어든다. 오히려 팀에 집중하고 선수 케어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팬들 입장에서는 우려와 기대, 설렘이 있을 것이다. 코치 때는 잘했지만 정작 감독이 돼서 잘할까라는 우려도 있을 것이다. 그건 내가 경기장에서 감독으로서 증명을 해야 한다.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좋은 감독도 다 코치 시절은 있다. 코치 시절을 통해 감독이 되는 것이다. 나 또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좋고 건강한 팀을 잘 만들어 보겠다. -강원이 정경호 감독에게 어떤 의미인지.내가 지도자를 시작하면서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나서 강릉에서 쭉 축구를 했다. 강릉은 내게 아주 많은 것을 가져다준 곳이다. 선수로 성장하게 해줬고 지도자로 다시 돌아올 수 있어 큰 영광이다. 지도자를 시작하면서 강원에서 처음 감독을 할 거라는 건 진짜 생각 안 했다. 여기는 내게 소중하고 고향 팀이며 축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사랑을 받았다. 강원 감독이 되는 날이라면, 감독으로서 더 많은 커리어를 갖고 준비가 잘 돼 있을 때 강원을 맡았으면 생각은 있었다. 사람 일이라는 게 모르는 것 같다. 수석코치 제의를 받았을 때도 처음에는 고사했다. 팀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고, 고향 팀이라 부담스러웠다. 김병지 대표님께서 통화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해주셨고, 윤정환 감독님도 직접 전화 오셔서 이야기하셨다. 승강 플레이오프, 강등 경쟁에 있어서 많은 경험이 있었다. 내가 가진 경험이 강원에 도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받은 사랑을 돌려줄 계기가 될 거라는 생각으로 왔다. 부담을 이겨내는 건 용기인데, 결국 용기를 내서 2023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살아남았고 2024년 준우승이란 성과를 거뒀다. 이제는 부담보다는 용기를 갖고 멋진 팀, 단단한 팀, 강원만의 색을 가진 팀으로 만들고 싶다. 이제는 지도자의 역량이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감독이 어떤 역량을 가졌냐에 따라 팀 자체가 많이 변할 수 있고, 좋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 역할을 내가 감독으로서 잘 이뤄내면 강원이 돌풍보다는 언더리딩 구단으로서 자리를 잡아가는구나 등 방향성을 잡을 지도자가 되고 싶은 게 내 생각이다.-코치 시절 감독들에게 어떤 걸 흡수했는지.나는 행복한 지도자였다. 유상철 감독님을 시작으로 다섯 분의 감독님을 모셨다. 다섯 분의 감독님께 배울 게 많았다. 내 것으로 녹여야겠다는 것이 많았다. 그분들이 믿고 맡겨 주셨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셔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경쟁력이 생긴 것 같다. 사실 K리그에 젊은 지도자들이 많이 없다. 빠르게 감독을 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인데, K리그를 돌아보면 이정효 감독, 유병훈 감독 등 코치 시절을 잘 보낸 감독들이 팀을 잘 만드는 것 같다. 젊은 지도자들이 좀 더 인내를 갖고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갖고 지도자의 길을 갔으면 한다. 돌아보면 내가 그때는 왜 그것만 고집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몇 년이 지나서는 왜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라고 할 것이다. 내 축구 사고 방식과 철학이 계속 변하면서 세계적인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하는 부분이 잘 맞아서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감독으로서 변화는.수석 코치로 일을 오래 했다. 코치로 일할 때는 숲 안에 있는 나뭇가지를 디테일하게 안에서 보는 숲과 밖에서 보는 숲은 다르다. 밖에서는 큰 그림을 볼 수 있고 안에서는 나무마다 달라지는 걸 볼 수 있다. 수석 코치 때는 안에 들어가서 부족한 나무들을 가꿨다고 하면, 감독이 돼서는 숲의 모양을 보면서 어떻게 바뀌고 있구나 등 아름다운 숲을 가꿀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이제는 숲 안에 들어가서 경쟁력을 보고, 때로는 밖으로 나와서 우리 숲이 어떻게 보이는지 안과 밖을 넘나들며 잘 소통할 예정이다. -양민혁, 황문기 등 주축 선수 공백은 어떻게 메울지.전력강화실과 선수 보강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시도민구단은 예산의 한계도 있고, 선수들 몸값도 많이 올랐다. 내가 필요한 선수는 못 데려올 수도 있다. 결국 시도민구단은 파인다이닝이 아니라 일반 식당이다. 일반 식당이지만, 줄을 서 있는 맛집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 식당이 파인다이닝을 따라가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황문기와 양민혁이 빠진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새로운 선수들로 채우고 장점을 활용해서 제2의 황문기와 제2의 양민혁을 만드는 것이 강원의 역할인 것 같다.-선수를 볼 때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선수들에게 항상 다섯 가지를 이야기한다. 체력, 기술, 전술과 전략, 멘털, 태도다. 이제는 태도가 경쟁력이다. 감독, 선수 모두 태도가 경쟁력이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몰리지만, 재능이 있고 기술이 있어도 태도가 안 좋으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간절함을 갖고 훈련에 임하고 받아들였을 때 좋은 팀이 된다고 한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기분은 선택할 수 없지만, 태도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선택을 선수들에게 잘해 달라고 이야기한다. 나 또한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잘 코칭해야 한다.-코치진 구상은 어떻게 됐는지.다 마쳤다. 오피셜이 나가겠지만, 수석 코치로는 박용호 코치를 데려왔다. 필드 코치는 최효진 코치 등이 있다. 피지컬 파트에서는 올 시즌 안양에서 우승에 큰 역할을 한 장성민 코치를 모셨다. 구단 트렌드 자체가 B팀 선수들의 성장을 돕는 것인데, 대표님과 상의 하에 오범석 코치를 B팀 전담으로 모셨다. B팀과 A팀의 이원화를 확실히 할 것이다. 오범석 코치가 B팀을 하고 있지만, 내 방향성과 같아야 한다. B팀 선수들과 같은 방향, 가이드 라인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그래야 밑에 있는 선수들을 콜업했을 때 녹아들 수 있다. 처음 강원에서 시행되는 것들이 있는데, 4부리그에 나갔던 것과는 다른 개념의 운영이다. 내 철학을 잘 공유해서 뒤 선수들을 성장시키고, 성장됐을 때 들어오고 나가고가 자연스럽게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시간은 필요할 것이다. 짧은 시간에 시스템을 만드는 게 내 역할이다. 강원이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서 시도민구단의 모범이 되도록 잘 준비하겠다.-전지훈련 일정은.20일부터 소집해서 훈련하고 있다. 1월 1일에 튀르키예 안탈리아로 떠난다. 선수들도 1월 3~4일에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나는 역발상으로 우리가 1월 1일 새해에 전지훈련을 떠난다고 생각하자, 선수들에게 위닝 멘털리티를 심어주기 위해 그랬고 선수들이 받아들이고 있다. 1월 1일에 새 마음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하고 있다. 튀르키예에서 연습 경기를 많이 잡았다. 연습 경기를 통해 수정하고 분석하면서 게임 모델을 만들었듯이, 새로운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어떤 선수가 들어왔을 때 어떻게 장점을 살리느냐가 중요하다.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아주 명확한 게임 모델을 찾으려고 한다.-제2의 양민혁, 황문기 후보 선수는 누가 있을까.모르겠다. 제2의 양민혁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K리그 50년 역사에 처음 나온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양민혁과 동계훈련에 가서 정말 장점이 많고 성장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22세 자원이 부족하다고 봤는데, 민혁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튀르키예에서 경기를 거듭할수록 장점을 더 많이 봤고, 어디까지 성장할까라는 기대감은 있었다. 리그 스타트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고 봤다. 여담이지만, 양민혁이 토트넘으로 갔는데 성남에 있을 때도 김지수를 콜업해서 김남일 감독께 적극 추천해서 프로에 오게 했다. 김지수가 초반에는 경기에 많이 못 뛰었는데, 내가 훈련시키면서 괜찮다, 밸런스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도 김남일 감독에게 지수를 쓰자고 했다. 그때 당시에 스리백을 쓸 때인데, 김남일 감독님도 써보자고 했다. 김지수가 어리지만, 리딩 능력과 커버 등 스리백의 중앙에 쓰자고 했다. 김지수와 양민혁을 봤을 때, 이번 튀르키예 전지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밸런스르 보고 터치하고 케어하면 제2의 양민혁이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다. 해봐야 할 것 같다. -윤정환 감독도 인천에 부임했는데.따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 기사를 보고 알았다. 정말 아름답고 용기 있고, 대단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도전하는 것을 보며 많이 배웠다. 그런 도전 정신이 있기에 인천을 맡아서 좋은 성적을 내시리라 생각한다. 윤 감독님의 많은 장점을 알아서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인천이 2부에서 1부로 승격하는 데 일조하지 않을까 싶다. 경기 많이 챙겨보면서 응원하겠다.-축구 철학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철학은 내가 어떤 철학을 하겠다기보단, 많은 경험을 토대로 노하우가 쌓였다. 결국 노하우가 정립돼서 철학이 됐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철학은 늘 바뀔 수도, 고정적일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꾸는 게 내 철학이다. 구조적으로 이기고 들어가는 축구, 상대를 어렵게 만드는 축구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할 것이다. 선수들과 그런 부분을 잘 공유하는 게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시즌에도 포지션 변경 등 구상이 있는지.사실 포변에 대해 성공, 실패를 해봤다. 내가 상주 상무(김천 상무) 시절에 3년간 수석 코치를 했는데, 수많은 선수가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했다. 내가 있을 때는 포지션이 겹칠 때가 많았다. 그때 이 선수를 이렇게 써보고 하면서 노하우가 생겼다. 상주에 있을 때도 신세계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써보고, 미드필더 이규성을 홀딩으로 쓰면서 윤빛가람과 시너지를 만들었다. 그런 경험을 통해 포변이 가능했다. 실패 확률은 적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어떤 선수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장점을 살려야 한다. 황문기, 이기혁, 이유현이 성공했는데 어떤 포변이 일어날지는 모르겠다.-장결희의 몸 상태는 어느 정도이며 입단 가능성은.이번주까지 훈련하고 있다. 장점을 찾고 있다. 어릴 때는 굉장히 재능이 큰 선수였는데, 이 선수가 왜 지금 정체돼 있을까 생각하면서 관찰하고 있다. 관찰은 이번주까지 계속될 것이다. 우리가 연습 경기를 못해서 기존 훈련에서만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연습 경기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판단해야 한다. 그 부분을 감안해서 좋은 판단을 해야 한다.-가장 인상적인 축하 메시지는.축하 인사는 정말 많이 받았다. 수석코치를 오래하면서 고생한 걸 알아서 다들 ‘고생한 만큼 기회가 온 거니 잘 살렸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하위 리그 후배 지도자들은 감독님이 롤 모델이라고 하더라.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책임감을 느꼈다. 그 지도자들에게 내가 ‘사실 나도 톱클래스 지도자, 선수가 아니다. 나도 나름 프로에서 많은 경기를 뛰었고 월드컵도 다녀와서 지도자를 하고 있지만, 내게도 기회가 오기 힘들다. 여러분은 오죽하겠나. 더 힘들것이지만, 인내하고 공부하고 연구하라’고 했다. 사실 나도 감독이 빨리 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언젠가 준비돼 있으면 기회가 오고 역량을 펼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묵묵히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후배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 한국 축구가 더 발전하고 좋은 지도자를 많이 배출할 수 있다고 본다.-영감을 주는 유럽 팀은.유럽 축구를 많이 본다. 이제는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한정적이었는데, 이제는 굉장히 많다. 리버풀, 첼시 등 세계적으로 보면 젊은 지도자, 철학이 확실한 지도자들이 많아졌다. 이제는 배울 것도 많고, 한 지도자라기 보다 많은 장점을 가진 지도자가 많다. 이제는 그런 것들을 배워가면서 성장하는 지도자들이 많아졌다. 나 또한 그 트렌드에 맞게 가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많은 지도자들의 장점을 가져오는 방향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강릉=김희웅 기자 2024.12.23 15:21
드라마

고현정, 돈 벌기 위해 려운과 계약 체결 (‘나미브’)

고현정과 려운이 돈을 벌기 위해 운명 공동체가 된다.오는 23일(월) 첫 방송될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나미브’(극본 엄성민, 연출 한상재, 강민구, 기획 KT스튜디오지니, 제작 SLL, 스튜디오 우영수)에서 2차 메인 예고 영상을 공개, 서로의 인생을 건 계약을 체결한 강수현(고현정)과 유진우(려운)의 관계성에 궁금증이 모인다.공개된 영상에는 이들이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서로의 사연이 담겨 있다. 강수현은 청력을 잃고 학교폭력을 당하는 아들 심진우(이진우)를 지키기 위해, 유진우는 갈 곳을 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이에 강수현은 “돈이 되는 아이가 필요해”라며 반짝이는 재능을 가진 유진우를 제 손으로 직접 스카웃해간다. 성공률 100% 스타 제작자 강수현의 선택을 받은 원석답게 유진우는 무대 위에서 한없이 반짝인다.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서서히 진심이 되어가고 있는 두 사람의 관계 변화가 흥미를 돋운다. 실패를 숱하게 겪으며 좌절하는 유진우를 향해 “내가 할 수 있고 너도 할 수 있어”라며 용기를 주는 강수현의 다정한 목소리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진하게 울리고 있다. 과연 필요로 맺어진 강수현과 유진우의 인연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호기심이 모인다.이처럼 ‘나미브’는 아픈 아들을 위하는 엄마 강수현의 모정과 다시금 빛나고 싶은 연습생 유진우의 꿈이 만나 아무도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시너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들이 서로의 존재로 인해 목표하던 바를 이룰 수 있을지 ‘나미브’ 첫 방송에 기대가 모인다.‘나미브’는 해고된 스타 제작자 강수현과 방출된 장기 연습생 유진우가 만나 각자의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는다.‘나미브’는 오는 23일 오후 10시 ENA에서 첫 방송되며, 스트리밍은 본방 직후 KT 지니 TV, 지니 TV 모바일에서 무료로 제공된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4.12.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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