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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김종문의 진심합심] 내면의 악마가 나를 끌어내릴 때

2022년 7월, 해가 질 녘 하늘 속으로 타구가 사라집니다. 푸르스름한 보스턴의 여름밤 풍경은 아름답지만, 초보 외야수에겐 악몽의 시작입니다. 그는 하늘만 쳐다보며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당황한 모습으로 공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 손짓합니다. 공은 그의 뒤쪽에 떨어집니다. 망연자실한 그 선수는 공을 쫓아갈 생각도 하지 못합니다. 다른 동료가 급히 뛰어와 대신해 줍니다. 평범한 플라이 같던 타구는 인사이드 파크 홈런이 되고, 공을 놓친 선수는 엄청난 조롱과 야유의 대상이 됩니다. 소셜미디어(SNS) 등은 물론이고 야구장에서도 대놓고 심한 욕설을 듣습니다. 이름이 불리고 그가 등장할 때마다 야유는 기본이었습니다.재런 듀란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의 간판 중견수입니다. 지난해에는 올스타전에서 최우수선수(MVP)에도 뽑힌 다재다능한 스타플레이어입니다. 그렇지만 불과 3년 전에는 잦은 실수로 여론의 맹비난을 받습니다.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자리가 바뀐 유망주에게는 적응 기간이 필요했습니다. 당시 그는 "뒤를 돌아보기가 무서웠다. 팬을 보는 게 두려웠다"라고 고백합니다.지난달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클럽하우스: 보스턴 레드삭스의 1년’은 다큐멘터리입니다. 2024년 레드삭스 구성원들의 생각과 삶이 생생히 담겨 있습니다. 특히 4편 ‘아직 살아있다(Still Alive)’에서는 듀란의 충격적인 고백을 들려줍니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시도를 했다고 말합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빠진 듀란은 혼자 있는 방에서 총알이 든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총알이 발사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딸깍 소리가 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신이 내 목숨을 버리게 두지 않았다. 내가 있어야 할 이유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고 말합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선수. 그의 스토리는 단지 프로 스포츠 선수의 심리적 부담감을 이해하는 것 이상입니다. 일상에서, 관계에서 큰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우리에게 시사점이 많습니다. 이번 칼럼은 심리적 공황에 빠진 사람과 공감하고, 어떻게 극복해 가는지 배우는 데 초점을 맞추겠습니다.듀란은 다큐멘터리에서 마음 상태를 다양하게 묘사합니다. "짙은 먹구름이 머리 위로 뒤덮였다…공포의 섬에 갇힌 느낌"이라고 말합니다. 절망으로 스스로를 떠밀고도 있었습니다. "긍정적인 것은 금방 지나가고 부정적인 걸 움켜쥐고 있었다"라는 말에서 심한 우울감의 특징이 드러납니다. 경기 중 거칠게 욕하는 팬과 언쟁을 벌이는 자신의 상태를 진단합니다. "저의 멘털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어요. ‘약한 녀석’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자제력을 잃어요. 그게 저의 취약점이었죠."마음의 동굴 바닥으로 깊이 떨어지던 그가 어떻게 올스타 플레이어가 됐을까요. 그는 내면의 악마들을 직면합니다. 악마(demon)는 그가 쓴 표현입니다. "바보, 멍청이 같은 팬들의 욕보다 10배는 더 심한 말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미워하게 만드는 내면의 악마들이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라고 설명합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자신을 채찍질하는 소리는 바로 그의 머릿속에, 마음속에 있었습니다. 자책은 악마의 유혹이라고 하죠. 저 역시 한때 그런 고통을 겪었는데 '자책은 자멸이란 독을 스스로 삼키는 행위'라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듀란에게 자각의 순간은 방아쇠가 딸깍하는 순간, 아무 일 없이 끝났을 때 찾아옵니다. 그리고 일기를 씁니다. 기록의 의미를 이렇게 말합니다. "처음엔 이것저것 아무렇게 썼다. 이제는 내 감정을 파악한다. 그리고 작은 성취까지 축하한다." X(SNS)에 올린 그의 저널에는 '나는 무엇에 감사하는가'라고 적힌 빈칸을 채운 걸 보여줍니다.심리 상담에서도 자기에게 감사 편지를 쓰라고 추천합니다. 주고받는 사소한 고마움을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도 코칭을 공부한 뒤로 다시 쓰고 있습니다. 자기 내면과의 대화이자 명상의 시간에 해당합니다. 반복되는 감정의 패턴을 발견하게 해주고 일과 삶을 분리해 줍니다. 사소한 메모는 내면과의 대화이자 감정을 흘려보낼 배출구가 됩니다. 그렇게 쌓여 긍정의 책이 완성될 겁니다. 당신이 이룬 성공의 기록입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지메일닷컴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5.06.02 09:00
뮤직

“음악 그리고 팬들은 가수 조관우 인생의 이유죠” [IS인터뷰]

“공연을 위해 너무 긴장하고 몸을 만들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막힐 때도 있어요. 자연스럽게 가면 되는데, 어떻게 해야 팬들이 제 공연을 가슴에 담아 갈까, 그걸 과하게 신경쓰다 보니 때로는 예민해지기도 하죠.”결코 한순간도 똑같을 수 없는 ‘100%’ 라이브 무대를 준비하는 거장의 마음가짐은 역시 남다르다. 단순히 공연하는 ‘순간’을 즐기는 게 아닌, 가슴 속에 오래 기억되는 무대를 선사하고 싶은 마음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해간단다. 조관우는 오는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단독 콘서트 ‘2025 조관우 MUSIC_서울’ 를 개최한다. 지난 2월 고양 아람누리 공연에 이어 3개월 만에 다시 팬들을 만난다. 이번 콘서트는 클래식 전용극장인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된다. 조관우의 음악이 대중가요임에도 클래식한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는 만큼 고퀄리티 명품 공연이 예상된다. 최근 일간스포츠와 만난 조관우는 그런 만큼 “무겁게 마음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며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지난해 진행된 30주년 콘서트 ‘관우에게 광호가’가 그의 30년 음악 여정 넘어 언더그라운드 시절 심취했던 음악과 팝송까지 망라한 세트리스트로 채워졌다면, 이번 콘서트에는 장르를 뛰어넘는 ‘조관우 과(科)’의 음악 레시피가 준비됐다. ‘늪’, ‘꽃밭에서’, ‘길’, ‘님은 먼곳에’, ‘하늘 바다 나무 별의 이야기’, ‘별’, ‘영원’, ‘빗물’, ‘비가 오려나’, ‘또 다시 그리움’, ‘겨울이야기’, ‘악녀’, ‘삐리의 계획’, ‘한번쯤’, ‘그대 내 인생의 이유’, 드라마 OST ‘진정 난 몰랐네’ 등 조관우의 공식 디스코그라피 중심으로 꾸며진다. 이번 공연에서는 ‘속사포 래퍼’ 아웃사이더와 함께 한 신곡 무대도 최초 공개된다.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아웃사이더가 30주년을 맞은 조관우에 대한 존경과 헌정의 마음을 담아 선물한 곡으로, 바쁜 일정 탓에 작업은 올해가 되어서야 이뤄졌다. 미리 들어본 이 곡은 따뜻하고 포근한 빈티지 사운드에 짙은 감성의 조관우 보컬과 아웃사이더의 스타일리시한 래핑이 어우러져 신선함을 더한다. 조관우는 “아웃사이더도 같이 무대에 설 예정”이라 귀띔하며 “한없이 느긋한 나의 보컬과 아웃사이더의 빠른 랩이 어우러진 무대를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1994년 데뷔 첫 해부터 ‘늪’으로 큰 인기를 얻은 데 이어 이듬해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 2집 ‘메모리’가 300만 장이 팔리는 등 당대 최고 가수로 뜨거운 사랑을 받은 조관우.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대중가요계의 격변과 세대교체 바람 속에도 묵묵히 자신의 소리와 메시지를 고수해 온 조관우는 2010년 MBC ‘나는 가수다’를 통해 다시 대중과 소통하며 명성을 입증했다. 그의 음악 아닌 사생활이 세상의 관심사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데뷔 후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의 활동을 지탱해주는 건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그만의 독보성 뿐만이 아니라, 그걸 알아보고 변함없이 지지해주는 팬들의 힘이다. 이번 콘서트 부제 ‘그대 내 인생의 이유’라는 타이틀은 그래서 더 울림이 있다. “제가 살다 보니, 살아가는 이유가 노래와 음악 그리고 팬들이더라고요. 음악이, 팬들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인 거죠. 군대에 갔을 때 음악을 못 하게 될까봐, 계속 음악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그 땐 하나님께 기도한 거였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그렇게 할 수 있게 해준 게) 다 음악이고 팬들이더라고요. 팬들이, 내가 바라보는 하나님이 된 거죠. 그 당시의 마음을 가사로 써서 ‘그대, 내 인생의 이유’라는 곡을 발표했었는데 그걸 이번 공연의 타이틀로 하게 됐습니다.” 올해 초부터 음악으로 달려온 조관우의 레이스는 콘서트와 신곡 발표 이후에도 쉼표가 없다. 오는 6월엔 영화 ‘세하별(세상에 하나뿐인 별’(감독 김우석)로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 ‘세하별’은 풍요롭지 않아도 아들과 같이 살고 싶은 아빠와, 명절에 아빠에게 가고 싶은 아들이 갈망하는 소박한 꿈과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조관우는 “영화 ‘조선명탐정’ 속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젊은 분들 중엔 나를 배우로 아는 분들도 있더라”면서 “‘세하별’ 속 인물이 표현하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다. 감정이 올라올 때까지 스태프들이 많은 시간 기다려주기도 했다”고 촬영 후기를 전했다. 신곡 발표와 콘서트, 영화 개봉으로 상반기 내내 바쁜 일정이 예정됐지만 하반기에도 가수로서 음악을 통해 꾸준히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미 여러 곡의 발매 계획이 잡혀 있는 상태로, 거장과의 특별한 컬래버레이션도 준비 중이다. “어느 날 TV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었는데, 보면서도 계속 공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어요. 팬들을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음원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옛날의 히트곡만이 아니라 조관우의 음악을 꾸준히 사람들이 찾을 수 있게 할 생각이에요. 올해는 노래로 보다 다양하게 인사 드릴테니 기대해주세요.”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5.05.04 09:01
스타

‘보물섬’ 박형식 “아쉬움과 미련 크게 남아…진심으로 감사” 종영소감

‘보물섬’ 배우 박형식이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았던 만큼 아쉬움과 미련이 크게 남는다”며 13일 소속사 피앤드스튜디오를 통해 일문일답 종영 소감을 밝혔다.이날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2일 방송된 ‘보물섬’ 최종회는 전국 기준 자체 최고 시청률인 15.4%를 기록했다. 지난 2월 6.1%로 출발한 ‘보물섬’은 4회만에 10.2%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를 돌파하며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갔다. ‘보물섬’의 중심에는 단연 박형식이 연기한 서동주가 있었다. 박형식은 서동주를 단단하고 묵직하게 구축하며 배우로서의 깊이와 내공을 확실하게 증명해냈다. 스펙터클한 복수극의 중심에서 박형식은 탄탄한 캐릭터 몰입으로 서동주의 서사를 설득력 있게 완성하며 ‘보물섬’의 중심을 지켰다.한편 박형식은 봉인된 힘을 깨우려는 악의 무리를 상대로 벌이는 거대한 전투를 그린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 시리즈 ‘트웰브’로 돌아올 예정이다.이하 박형식 일문일답 전문 Q. ‘보물섬’이 어제부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서동주와의 작별을 맞이한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긴 여정을 마친 지금 ‘보물섬’과 서동주를 떠나보내는 소감이 어떤가.= 촬영 기간은 타 드라마들과 비슷했지만 체감상 훨씬 길게 느껴졌던 작품이었습니다. 처절한 동주의 삶을 연기하며 감정적으로 벅찰 때가 있었어도 긍정적이고 열정 가득한 ‘보물섬’ 팀 덕분에 잘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보물섬’과 동주를 떠나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았던 만큼 아쉬움과 미련이 크게 남습니다.Q. ‘보물섬’이라는 드라마와 서동주라는 캐릭터에 끌린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대본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떤 점이 박형식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보물섬’은 인간의 욕망과 야망이 얽히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아주 치밀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각자의 ‘보물섬’을 향한 여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야망과 복수심으로 몸부림치는 동주의 모습을 그려내 보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연기했던 인물들과 동주는 결이 전혀 다른 캐릭터였고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계산하고 움직이는 입체적인 면이 특히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다양한 색을 지닌 인물이기에 동주를 통해 더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컸습니다.Q. 서동주를 연기하기 위해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해 나갔나.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동주는 대산그룹 일가처럼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은 아니지만 ‘포토 메모리’라는 강력한 무기로 회장님의 신임을 얻고 비서실장 자리까지 올라간 인물입니다. 대산만을 위해 헌신하며 회장의 총애를 받게 되지만 그로 인해 대산가의 다른 인물들로부터 끊임없는 견제를 받게 되죠. 겉으로는 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지만 오히려 그 자신감 때문에 실패와 배신을 반복해서 겪기도 합니다. 동주라는 인물을 처음 마주했을 때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한 젊은이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어떻게든 대산에서 살아남고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기 위한 동주의 거칠고 고단한 삶을 어떻게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많이 고심했던 것 같습니다.Q. 박형식과 서동주가 닮았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면.= 동주는 겉으로는 흔들림 없이 강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깊은 상처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상처에 머무르기보다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는 점에서 저와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한 번 내린 결정에 대해 책임지고 후회 없이 끝까지 가려는 성향이 있어서 그런 면에서 동주에게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Q. 촬영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남해로 바다 촬영을 갔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봤던 기억이 나요. 촬영 중에도 이 멋진 배경이 드라마에 어떻게 담길지 기대가 컸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Q. 서동주는 사랑했던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총격으로 바다에 빠지고, 물고문까지 겪으며, 결국 누나까지 잃는 등 굉장히 극한의 감정을 소화해야 했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래서였는지 아무리 먹어도 계속 살이 빠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동주와 같은 상황에 부닥친 사람이 현실에 존재할 수 있을까, 만약 존재한다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촬영 막바지에는 허준호 선배님께서 “애 피골이 상접했네. 형식아, 작품 끝나면 몇 달 여행 다녀와서 푹 쉬어라”라고 말씀하셨죠. 하하.Q. 결국 염장선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멋지게 복수를 완성한 서동주의 엔딩에 여운이 깊다. 결말은 예상했던 방향이었는지, 그리고 서동주의 마지막 신을 연기할 때의 감회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동주를 잘 떠나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홀가분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동주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요트 위 동주의 엔딩 신이 실제로도 ‘보물섬’의 마지막 촬영 날이기도 했습니다. “컷!” 소리와 함께 모두가 고생했다고 인사를 나누고 감독님을 비롯한 배우, 스태프분들과 함께 그동안의 일들을 되새기듯 노을을 바라보며 서 있었던 그 순간의 정적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Q. ‘보물섬’은 박형식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도전적인 작품이자 중요한 터닝포인트로 보인다. 기존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며 ‘박형식의 재발견’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스스로에게서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다면.= 제가 이렇게 체력과 정신력이 강한 사람인지 처음 알았어요. 지금 돌이켜봐도 어떻게 해냈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지만 ‘보물섬’ 팀의 에너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보여드린 모습도 결국 제 안에 있던 부분이고 그걸 꺼내 보여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Q. ‘보물섬’을 사랑해 주신 시청자분들께 마지막 인사 부탁드린다.= 모든 시청자분께서 각자의 ‘보물섬’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 친구, 동료들이 언제나 그 ‘보물섬’보다 먼저이길 바랍니다. 그동안 ‘보물섬’을 사랑해 주시고, 서동주를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언제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5.04.1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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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음악도 인생도 ‘2막’ 연 에일리 “마음을 움직이는 아티스트 되고파” [IS인터뷰]

“지금까지 들려드렸던 음악보다는 좀 더 편안하게 들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K팝 최강 보컬리스트 에일리가 새 미니앨범 ‘메모어((Me)moir)’와 함께 아티스트 2막을 열었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에일리의 미니앨범 ‘메모어’는 회고록을 뜻하는 ‘Memoir’에 ‘나’를 뜻하는 ‘Me’를 괄호 안에 표기한 것으로, ‘인간 이예진’의 삶 속에서 ‘아티스트 에일리’가 누구인지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한 앨범이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2막’ 이라는 각오로 1년이라는 긴 시간 공들여 준비한 앨범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변화에 대한 갈망이 많이 투영된 앨범이기도 하고요.” 컴백 후 일간스포츠와 서면으로 만난 에일리는 이번 앨범이 자신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갖는 특별한 의미를 언급하며 “기존에 제 스타일을 좋아해 주셨던 분들이 좋아하실 수 있는 부분도 트랙별로 많이 신경 썼으니 타이틀곡뿐 아니라 ‘일루션’과 ‘미닝’도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앨범 작업은 BTS 프로듀서이자 글로벌 히트곡 메이커로 거듭난 피독과 함께 해 화제가 됐다. 개인적인 친분에 따른 작업이 아닌, 철저한 프로 대 프로의 만남이었다. 에일리는 “피독 프로듀서님과의 작업은 개인적으로 정말 하고 싶었던 작업이다. 최고의 프로듀서가 나의 어떤 새로운 점을 발견해줄 지 궁금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엠엠아이’(MMI)는 마이애미 비트 기반의 힙합 R&B 장르 곡이다. 제목은 ‘미 마이셀프 아이’의 약자로,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한 이야기를 유쾌하고 위트있게 담아냈다. 가사에는 나 자신과 사랑에 빠진 나와, 그렇기에 다른 누군가는 필요하지 않다는 주체적이고 당당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걸그룹 음악 같다는 질문에 에일리는 “작업을 하며 저나 피독 프로듀서님께서 의도했던 부분인 건 분명하다”며 반색했다. 실제로 ‘엠엠아이’는 애초에 걸그룹 노래로 쓰여진 곡이었다는 것. 에일리는 “녹음실에서 듣자마자 바로 가이드를 녹음하고 싶다고 말하고 진행했다”면서 “내가 바라던 방향과 조금씩 조각이 맞춰지는 과정이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즐거웠다”고 밝혔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외에도 ‘일루션’, ‘미닝’ 등이 수록됐다. 팝 R&B 장르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전 곡 영어 가사곡인 점도 인상적이다. 이에 대해 에일리는 “팝 R&B는 내가 워낙 좋아하던 장르였고, 데뷔 전에도 많이 불렀었다. 또 지난 앨범 수록곡들도 팝 R&B 장르의 음악을 많이 담아서 공개하곤 했었는데, 앨범을 전체적으로 다 들어주는 분들 외에는 내가 이런 음악을 하는지 많이 모르시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에일리는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조금 더 트렌디한 곡들로만 잘 찾아서 만들어 낸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앨범”이라며 “많은 분들이 에일리가 팝 R&B를 잘 하는 가수였다는 걸 기억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가수로서의 행보와 별개로 에일리는 요즘 즐겁다. 지난해 8월 혼인신고를 하고 최시훈과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는데다, 오는 20일 결혼식을 앞두고 있기 때문. 진정한 인생 2막을 앞둔 것과 관련해 에일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일상을 보내는 이예진의 삶은 꽤나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에일리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언제나 노래하는 걸 좋아하고, 무대에 서는 걸 즐기고, 팬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에일리는 똑같을 것 같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명실상부 ‘최강 보컬리스트’지만 “최강까지는 아니고 좋은 보컬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밝힌 에일리. 스스로 꿈꾸는 ‘아티스트 에일리’의 2막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밝혔다. “앞으로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드리고, 누군가에게는 슬픔을 추억하게 하고, 누구에게는 행복을 표현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자신감을 갖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아티스트요.” 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5.04.0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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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에일리 “피독 프로듀서, 나의 새로운 모습 발견해줄 지 궁금했다”(인터뷰②)

가수 에일리가 새 앨범 작업을 통해 프로듀서 피독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에일리는 지난 20일 새 미니앨범 ‘메모어((Me)moir)’로 1년 6개월 만에 컴백했다. 앨범명 ‘메모어’는 스스로에 대해 정의하고 설명하는 의미의 ‘Memoir’에 ‘나’를 뜻하는 ‘Me’를 괄호 안에 표기한 것으로 ‘인간 이예진’의 삶 속에서 ‘아티스트 에일리’가 누구인지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의도한 앨범이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엠엠아이’(MMI)를 비롯해 ‘일루션’, ‘미닝’ 등이 수록됐는데 방탄소년단(BTS) 프로듀서로 실력을 인정받은 피독이 전 곡 프로듀싱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에일리는 “피독 프로듀서님과의 작업은 개인적으로 정말 하고 싶었던 작업이다. 최고의 프로듀서가 나의 어떤 새로운 점을 발견해줄지 궁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에일리는 최근 MBC FM4U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 출연해 “피독과 평소 친분이 있던 건 아니”라며 “녹음실에서 미팅할 때 많은 곡을 들려줬는데 제일 좋은 곡들을 주섬주섬 다 담아왔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타이틀곡 ‘엠엠아이’는 애초에 걸그룹 노래로 쓰여진 곡이었다고. 하지만 에일리는 “녹음실에서 듣자마자 바로 가이드를 녹음하고 싶다고 말하고 진행했다”고 곡에 대한 만족도를 드러냈다. 이어 작업 과정을 통해 “내가 바라던 방향과 조금씩 조각이 맞춰지는 과정이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즐거웠다”며 “이걸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데, 아마도 내가 행복하게 노래했다는 점은 들으시는 분들 모두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에일리는 이번 앨범 전 곡이 영어 가사곡인 데 대해 “이번 앨범에서 가장 나 다운 음악을 하면서 내 본연의 보컬을 찾는데 모국어인 영어로 부르는 방법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어 영어로 진행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에일리는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조금 더 트렌디한 곡들로만 잘 찾아서 만들어 낸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앨범”이고 덧붙였다.에일리는 현재 각종 음악 방송 및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서 활발하게 컴백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오는 4월 20일엔 남편 최시훈과 웨딩마치를 울린다. 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5.03.28 06:00
드라마

박형식의 재발견… ‘보물섬’으로 풀베팅 매운맛 선사 [RE스타]

단연 박형식의 재발견이다. SBS 금토드라마 ‘보물섬’에서 인생 ‘풀베팅’을 통해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매운맛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첫 방송된 ‘보물섬’은 2조 원의 정치 비자금을 해킹한 서동주(박형식)가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 허일도(이해영)와 그의 뒤에 있는 악의 축 염장선(허준호)을 무너뜨리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복수전을 그린다. 박형식이 연기하는 극중 서동주는 대산그룹의 회장비서실 대외협력팀장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시키면 하는 인물로, 한 번 보면 모든 걸 기억하는 ‘포토 메모리’라는 능력으로 회사 회계 보고서의 오류를 찾고 대산그룹의 회장 차강천(우현)의 신임을 얻는다. 권력을 얻기 위해서 날달걀 두 개를 소주에 타먹는 회장의 난해한 입맛에 맞춰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얼굴이면 얼굴, 능력이면 능력, 다 갖춘 완벽한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서동주는 사랑 앞에서만 연약해지는 면모를 지녔다. 대산그룹 회장의 외손녀와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첫눈에 반한 대산에너지의 직원인 여은남(홍화연)을 선택한다. 성공의 길로 가는 지름길 대신 사랑을 택한 서동주가 맞닥뜨린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이다. 박형식은 대산그룹 회장의 외손녀인 여은남을 결혼식에서 마주한 뒤 나락으로 치닫고 욕망에 휩싸이는 서동주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서동주는 총을 맞고 죽음의 위기에 처하지만, 극적으로 살아난다. 2조 원의 비자금이 든 통장의 비밀번호를 혼자 기억하고 있는 서동주는 자신의 이름조차 잊어버린 모습으로 등장한다. 자극적인 전개가 이어지는 ‘보물섬’에서 박형식은 오로지 연기력 하나로 개연성을 채워나간다. 총살, 기억 상실 등 다소 극단적인 소재도 박형식의 열연과 만나면 긴장감을 조성하는 서사가 된다. 박형식은 강렬한 반전을 주면서도 속도감 있는 전개를 진행해 나가야 하는 인물을 맡아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피, 싸움, 돈과 권력을 향한 욕망이 난무하는 ‘보물섬’의 어두컴컴한 화면 속에서 선 굵은 표정을 보여주는 박형식의 얼굴은 무척이나 낯설다. 2010년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그가 고운 얼굴을 지우고 복수극의 주인공으로 돌아온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변신이었다. 박형식은 2010년 SBS ‘검사 프린세스’에서 이름도 없는 클럽 남성 역할 등 단역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해 15년 동안 꾸준히 연기를 해왔다. KBS2 ‘화랑’, tvN ‘청춘월담’을 통해 사극,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을 통해 판타지, tvN ‘해피니스’에서 좀비 아포칼립스, JTBC ‘닥터슬럼프’를 통해 의사 역할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러나 박형식이 맡아온 대다수의 캐릭터는 밝고 유쾌했다. 대중이 기억하는 박형식은 로맨스 코미디 장르에서의 모습이다. ‘힘쎈여자 도봉순’에서는 게임회사 대표 안민혁 역할로 괴력을 가진 도봉순(박보영)과 유쾌하면서 러블리한 로맨스 케미스트리를 보여줬고, 전작인 ‘닥터슬럼프’에서는 의료 사고로 100억 원의 빚을 얻게 되면서 슬럼프에 빠지지만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성장형 인물을 연기했다. 그런 만큼 ‘보물섬’은 박형식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박형식이 배우로서 쌓아온 이미지와 정반대의 캐릭터라는 점 때문이다. 박형식은 ‘보물섬’ 제작발표회에서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인사드렸다. 항상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서동주로 제가 보여드리지 않았던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박형식의 매운맛은 ‘보물섬’을 위해 쏟은 그의 노력에서 비롯된다. 액션부터 수영까지 박형식은 어려운 장면도 직접 소화했다. 특히 박형식은 바다에서 수영하는 장면을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직접 ‘망망대해’에 입수해 촬영했다. 이러한 박형식의 노력 덕분일까. ‘보물섬’은 1회부터 4회까지 꾸준히 시청률 상승세를 보였고 특히 지난 1일 방송된 4회에서는 자체 최고 시청률 10.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까지 돌파했다.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박형식은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던 모습과 완전 상반된 연기를 하고 있다. ‘보물섬’에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로맨스 장르를 주로 하던 과거와 다르게 연기에 깊이감과 내공이 생겼다”며 “외면적인 모습을 통해서도 이전과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고, 수난을 당한 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을 보여주는 어려운 내면 연기까지 잘 소화해야 하는 배역을 맡아서 활약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5.03.07 05:45
뮤직

피독, 에일리 새 미니앨범 프로듀싱…전곡 작곡·편곡 참여

가수 에일리의 7번째 미니앨범 ‘메모어((Me)moir)’에 피독(Pdogg)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오는 3월 20일 공개되는 에일리의 ‘메모어’ 앨범은 수록곡 전체를 방탄소년단(BTS)의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킨 빅히트 뮤직 전속 프로듀서 피독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피독은 타이틀곡 ‘엠엠아이(MMI)’를 포함해 ‘일루션’ ‘미닝’ 등 전곡에 작곡, 편곡자로 참여했다. 에일리는 데뷔곡 ‘헤븐’을 시작으로 지난 13년 동안 국내 최정상의 작곡가들과 작업해왔으나 앨범 전체를 한명의 프로듀서의 노래로 채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독은 작곡과 프로듀싱 뿐 아니라, 전곡의 편곡과 각 노래의 건반 및 신디사이저 등 연주에까지 참여해 에일리의 음악을 완전히 새로운 색으로 칠했다. 이번 앨범에 에일리가 피독과 함께 한 것은 음악적 변화에 대한 의지로, K팝을 글로벌 최정상으로 만든 프로듀서와 함께함으로써 사운드의 정교함과 완성도 면에서 기대감을 더한다. 에일리는 보컬과 퍼포먼스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번 앨범을 약 1년간 작업했으며, 그동안 리스너들이 발견하지 못한 새로움을 더해 이번 앨범을 완성했다. 에일리 소속사 A2Z엔터테인먼트는 “이례적으로 한명의 프로듀서와 전체를 작업해 기존에 어떤 앨범보다 음악적 집중도가 높은 작품이다”며 “피독 프로듀서와 작업 과정 자체가 아티스트에게 발견과 성장의 시간이었던 만큼 리스너들에게도 만족스러운 앨범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에일리의 미니앨범 ‘메모어’는 스스로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회고록’을 뜻하는 단어에 ‘나’를 의미하는 단어 ‘Me’를 괄호 안에 표기, ‘인간 이예진’의 삶 속에서 ‘아티스트 에일리’를 보여주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5.02.28 08:37
스포츠일반

[김종문의 진심합심] 주저함, 상대가 아닌 나의 함정

새해를 여는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호주오픈 테니스입니다. 테니스 4대 그랜드 슬램 대회 중 하나로 1월 중순에 시작합니다. 남반구에서 진행돼 겨울을 보내는 북반구 스포츠 팬에게 태양의 기운을 만끽하는 즐거움을 줍니다. 프랑스 오픈·윔블던·US 오픈에 비해 호주 오픈은 훨씬 리버럴합니다. 규칙을 바꿔 팬들의 경기 중 자리 이동을 허용할 정도로 클래식한 다른 테니스 코트 풍경과는 다른 에너지가 넘칩니다. 이젠 전설이 된 로저 페더러가 이 대회를 “해피 슬램 (happy slam, 분위기 좋은 그랜드 슬램 대회라는 뜻)”으로 불렀다죠.저는 이번 대회를 OTT 중계로 봤습니다. 특히 노박 조코비치(38·세르비아)와 카를로스 알카라스(22·스페인)의 8강전이 재미있었습니다.2023년 윔블던 결승 때 둘의 팽팽한 풀세트 접전에 매료됐던 저는 윔블던을 2연패 한 알카라스의 승리를 점쳤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습니다. 경기 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2~3세트를 제대로 뛰기 힘들었던 조코비치의 역전승이었습니다. 아무리 관록의 베테랑이라지만, 다리를 절뚝거리는 상태로 어떻게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노리는 20대의 기세를 꺾을 수 있었을까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알카라스는 주저함이라는 자기 함정에 빠졌던 겁니다. 경기 후 알카라스는 대회 공식 인터뷰에서 "상대가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걸 보면서 평소 같이 내 플레이를 못했다. ‘더 쉬워질 거야, 내가 실수 안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게임을 컨트롤한다고 여긴 내 실수"라고 인정합니다. 반대로 조코비치는 "카를로스가 집중력을 잃었다는 걸 알아챘다. 랠리에서 그의 망설임이 있었고 나를 상대하는 게 편안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합니다. 신예는 독하지 못했고, 라켓은 무뎠습니다. 노회한 상대는 그 틈을 간파합니다. 경기 중 메디컬 타임아웃을 예전부터 전술적으로 쓴다는 비판을 받는 조코비치여서 알카라스 팬이라면 얄밉다고 느낄 장면도 물론 있었습니다.제가 주목한 키워드는 알카라스의 망설임입니다. 상대의 느린 발과 밋밋한 리턴에 멈칫하고 위닝 샷 찬스에서 주저하는 그런 순간들입니다.저는 세트 스코어 1-1이던 3세트 조코비치가 앞선 5-3 세트 포인트 장면을 메모해 뒀습니다. 조코비치가 서브 게임에서 듀스를 만들고 브레이크로 연결시킬 찬스였습니다. 알카라스는 드롭샷으로 상대를 네트로 끌어들인 뒤 로브로 넘겨 조코비치의 발을 완전히 흔들어 놓습니다. 방향도, 중심도 잃고 곤경에 빠진 조코비치는 겨우 공을 띄워 보냅니다. ‘식은 죽 먹기’로 보이던 그 공을 알카라스는 지극히 평범한 포핸드로 칩니다. 스매싱 타이밍을 놓쳤더라도 코스조차 어정쩡했습니다. 움직임이 불편한 상대가 몇 발 옮길 필요 없이 백핸드를 때릴 수 있는 곳입니다. 조코비치는 놓치지 않고 날카로운 백핸드 한 방으로 세트를 가져옵니다. 알카라스의 쉬운 실수, 상대를 풀어주는 김빠진 샷의 전형을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세계 최고 수준의 스포츠 경기에서도 이런 일이 심심찮게 벌어집니다. 실력 대 실력으로 부딪히는 명승부도 볼거리지만 경기 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로 인해 스타 선수의 멘털이 흔들리고, 이를 이용하거나 또는 역이용하는 상대 선수와 팀, 갖가지 기지와 대응, 롤러코스터를 타는 경기 흐름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스포츠는 사람이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습니다. 찰나의 고민에 몸이 경직되고 힘을 써야 할 타이밍을 놓칩니다. 비슷한 모습을 우리 자신에게서도 발견하곤 합니다.여러분은 어떨 때 주저하거나 망설이게 되나요. 돌아보면 저는 의사결정을 할 때, 또는 협상의 자리에서 주저함을 경험했습니다. 스스로 불안하고 의심스러울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동료들과 그 과정을 잘 만들어 왔다면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걸 믿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도 어쩌면 완벽주의의 함정을 피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상대가 벌려 놓은 틀을 잠시 벗어나는 것도 다른 방법이겠고요. 내가 타임아웃을 걸고 숨을 돌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상대가 원하는 타이밍에 맞출 기회를 내주지 않는 것이죠. 위닝 샷의 순간, 망설이면 심리적으로 말립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지메일닷컴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5.02.10 07:30
문화

MBC, 故 오요안나 직장 내 괴롭힘 몰랐다... “사실 관계 확인 후 조사착수” [종합]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생전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MBC 측이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28일 입장을 밝혔다.앞서 한 매체는 오요안나의 휴대전화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유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15일 오전 1시 5분,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장에 원고지 18장 분량의 유서를 작성하고 스스로 생을 달리했다. 이 메모장에는 동료 기상캐스터가 잘못한 일을 자신에게 뒤집어씌웠고, 또 다른 기상 캐스터는 자신을 가르친다는 이유로 퇴근 시간 이후에 회사로 호출하거나 퇴근 시간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주장이 담겨있었다. 오요안나에 대한 괴롭힘은 2021년 5월 MBC 프리랜서가 된 이듬해 3월부터 지속됐다고 한다. 그러나 MBC 측은 오요안나가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관리 책임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신고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MBC는 “고인이 당시 회사에 공식적으로 고충(직장 내 괴롭힘 등)을 신고했거나, 신고가 아니더라도 책임있는 관리자들에게 피해사실을 조금이라도 알렸다면 회사는 당연히 응당한 조사를 했을 것”이라면서 “MBC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엄하게 처리하고 있으며, 프리랜서는 물론 출연진의 신고가 접수됐거나 상담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도 지체없이 조사에 착수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현재 故 오요안나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 사건 파장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MBC 기상캐스터 명단이 공유되고 있다. 이에 일부 팬들 및 누리꾼들은 가해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을 찾아나서며, 추궁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MBC 역시 직장내 괴롭힘 의혹 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며, 대중에게 질타를 받았다. 이에 대해 MBC 측은 “고인과 관련된 사실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라 MBC로서는 대응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그러면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한 무분별한 유포와 의혹 제기를 자제해주실 것을 요청 드립니다. 고인의 명예와 직결돼 있을 뿐 아니라 또 다른 차원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끝으로 MBC는 오요안나의 유서를 현재 갖고 있지 않다며, 유족들께서 유서를 기초로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다. 향년 28세. 당시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고인은 아이돌 연습생 출신으로 2019년 춘향선발대회에서 ‘숙’으로 당선됐다.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뽑히고, 평일 주말 뉴스 날씨를 맡았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기도 했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5.01.28 15:04
IT

인사 앞당긴 이재용, 삼성 반도체 '초격차' 대수술

초유의 위기론에 휩싸인 삼성전자가 예년보다 빠른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변화의 시기를 앞당겼다. 시장 우려를 직접 언급한 이재용 회장의 메시지를 반영해 '초격차' 기반 반도체 리더십 탈환 가속 페달을 밟았다는 분석이다.힘 얻은 반도체 수장 전영현삼성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 일주일가량 앞당긴 사장단 인사를 27일 발표했다. 12월 초에 사장단·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 방안을 내놨던 관례를 이번에도 깼다.이번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부회장급 경영진의 과감한 교체도 조심스럽게 점쳐졌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도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차세대 메모리 경쟁에서 뒤처지며 실적과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경쟁사 SK하이닉스는 최신 HBM3E 시장 주도권을 잡고 최대 고객인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우위를 점하며 올해 20조원 초중반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삼성전자를 추월할 전망이다.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이제 막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하기 위한 최종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이런 상황에 삼성전자는 올해 5월 DS(반도체)부문장에 오른 전영현 부회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위기 탈출에 속도를 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전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하고 메모리사업부를 직접 지휘하도록 해 DX(디바이스 경험)부문장 한종희 부회장과 함께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그룹 내 2인자로 꼽히는 정현호 사업지원TF장도 유임하며 부회장 3인 체제가 유지됐다.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인적 쇄신"이라며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해 부문별 사업 책임제 확립과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 지속 성장 가능한 기반 구축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반도체 사업을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내용의 조직 정비를 실시했다.먼저 DS부문 직속의 사장급 경영전략담당 보직을 신설했다. 반도체 기획·재무 업무를 거쳐 미래전략실 전략팀, 경영진단팀 등을 경험한 '전략통' 김용관 사장에게 반도체 경쟁력 조기 회복 미션을 부여했다.글로벌 1위 대만 TSMC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반등을 노리기 위해 파운드리사업부장은 교체했다.램·플래시설계팀과 SSD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하고 최근까지 미국 반도체 사업을 이끈 한진만 사장이 글로벌 고객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신기술 넘어 품질도 집중 모니터링스마트폰과 가전, TV를 아우르는 DX부문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종희 부회장이 위원장을 맡아 전사 차원의 품질을 점검하는 품질혁신위원회를 새로 만들었다.삼성전자가 애플과 전 세계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지만, 신제품 품질 이슈가 속속 제기되는 데 따른 판단으로 보인다.회사가 올해 하반기 선보인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3 프로'는 프리미엄 제품인데도 접합부 유격과 충전 박스 단차 등 불량이 발견되며 홍역을 앓은 바 있다. 경영진 교체는 최소화하면서도 반도체 조직에 대대적인 변화를 준 이번 결단에 업계 우려를 인지한 이재용 회장의 위기의식이 녹아있다는 해석이 나온다.이 회장은 지난 25일 열린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이 회장은 또 "삼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며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증권가는 이번 변화를 기점으로 삼성전자가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단기 실적의 방향성보다 HBM과 DDR5, 고용량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의 개선, 조직 개편 이후 점유율이 아닌 기술 중심의 리빌딩 전략 실행 여부 등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11.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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