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맥주'의 힘? 판은 카타르가 깔고, 돈은 두바이가 벌고
아이러니하다. 월드컵 개최지는 카타르인데 인접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가 이익을 보고 있다. 두바이와 카타르의 도하는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있다. 두 도시를 잇는 항공편은 매일 수십편에 달한다. 현재 두바이에서 숙박하면서 경기가 있는 날에만 카타르를 방문하는 식으로 월드컵을 즐기는 축구 팬이 수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최국이 아닌 두바이가 ‘월드컵 특수’를 누리는 이유는 경제·문화 인프라 덕이다. 카타르에는 각국에서 모인 축구 팬을 수용할 숙박 시설이 충분하지 않다. 반면 중동 최대의 관광도시로 꼽히는 두바이는 다양한 가격대의 숙박 시설을 마음 가는 대로 고를 수 있다. 두바이는 유명 관광지인 인공섬 ‘팜 주메이라’에 지은 신축 호텔을 축구 팬 숙소로 할당했다. 또한 두바이는 음주를 허용하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를 자랑하는 도시다. 축구 팬을 끌어모으기 좋은 환경이다. 카타르는 대회 기간에도 엄격한 음주·복장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 애초 경기장 인근 지정 구역에서 맥주 판매를 허가할 방침이었지만, 대회 직전 이를 번복하면서 축구 팬들을 실망하게 했다. 맥주회사 버드와이저는 카타르 정부의 ‘맥주 판매 금지’ 규정이 나온 직후, SNS(소셜미디어)에 “이러면 곤란한데”라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버드와이저는 카타르 월드컵을 위해 준비했던 맥주를 처리할 수 없게 되자, “우승 국가가 버드와이저를 갖는다. 누가 가져가게 될까?”라는 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물론 카타르 도하 시내에 있는 ‘팬 구역’과 외국인이 묵는 호텔, 호텔 인근 전자음악 공연장 등 지정된 구역에서는 음주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편히 즐겨야 하는 세계인의 축제에 제약이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 덕에 두바이가 웃는다. 대회 기간 두바이에서 숙박하면서 카타르에 오가는 웨일스 축구대표팀 응원단 ‘더 배리 혼스’ 소속의 개러스 에번스는 “카타르의 문화는 우리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술꾼들”이라고 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과 이란·웨일스와 미국의 경기가 열린 당일 두바이 공항의 한 터미널에서는 맥주가 동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두바이에서 음주한 뒤 카타르에서 경기를 보려는 영국과 웨일스 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두바이는 월드컵 기간 관광객들에게 간소화된 입출국 절차를 적용, 카타르 출입국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비교적 자유로운 이동도 두바이가 ‘월드컵 특수’를 누리는 데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바이 파이브 호텔 경영자인 카비르 멀챈대니는 월드컵 기간 객실의 90% 이상이 예약됐다면서 “이 같은 호황의 이유는 월드컵 이외에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희웅 기자 sergio@edaily.co.kr
2022.11.23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