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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류선규의 다른 생각] 개막전 국내 선발과 리그 경쟁력 강화 대책 필요

지난 1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5년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인 '도쿄 시리즈' 선발 맞대결은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와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였다. 두 선수 모두 일본 프로야구(NPB)를 대표하는 선수였던 만큼 일본 야구팬들이 느낄 자부심은 상당했다.지난 22일 열린 KBO리그 개막전은 5경기 모두 외국인 투수가 선발 중책을 맡았다. 국내 선발 투수가 없는 개막전은 역대 두 번째이자 2017년 이후 8년 만이었다. 개막전 선발 투수로 통산 다섯 번을 뛴 김광현(SSG 랜더스)은 "국내 투수로서 창피한 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존심도 조금 상하는 거 같기도 하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2007년 KBO리그에 데뷔한 김광현이 국내 선발 투수 없는 개막전을 맞이한 건 올해가 처음. 2017년 김광현은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재활 치료 중이었다. NPB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일본 매체인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오는 28일 개막하는 NPB 12개 팀의 개막전 선발 투수는 모두 일본인이다. 지난 시즌 재팬시리즈 우승팀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는 주니치 드래건스와의 개막전에 MLB 사이영상 출신 트레버 바우어가 아닌 아즈마 카츠키를 내세운다. 주니치 개막전 선발 투수는 지난해 NPB 평균자책점 1위 다카하시 히로토. NPB 명문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쿠바 특급' 리반 모이넬로가 아닌 아리하라 코헤이를 예고했다. NPB 일부 구단은 시즌 뒤 열리는 팬 페스티벌 행사에서 이듬해 선발 투수를 일찌감치 공개하는데 이는 국내 선발 투수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투수의 개막전 선발 비중이 높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0년 이후 외국인 투수들이 개막전 선발 자리의 절반 이상을 꾸준히 차지했다. 2023년부터 2년 연속 10개 구단 중 8개 구단이 외국인 투수에게 개막전 선발을 맡겼는데, 결국 올 시즌 상황까지 확대된 것이다. 한국야구로선 위기 의식을 느껴야 하는 대목이다. 야구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할 때는 선발 투수가 최소 3~4이닝은 기본적으로 책임졌다. 그런데 최근 국제대회를 보면 선발 투수에게 큰 역할을 기대하는 게 쉽지 않다. 선발이 약하니 불펜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본 대표팀과 가장 큰 격차로 벌어진 게 결국 선발 투수가 아닐까 싶다. NPB 개막전을 국내 자원이 독식하는 일본 야구의 강력함은 국제대회에서도 잘 드러난다. 올 시즌 개막 2차전 선발 투수를 보면 국내 투수가 적지 않다. 외국인 투수 1명이 부상으로 빠진 구단을 제외하더라도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손주영(LG 트윈스) 등이 마운드를 밟는다. 쉽지 않은 선택일 수 있지만, '이들이 개막전 선발을 맡았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개막전은 중압감이 큰 만큼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자양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KBO리그는 국제 대회 경쟁력과 리그 콘텐츠 강화라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개막전 선발을 국내 선발이 맡을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전 SSG 랜더스 단장정리=배중현 기자 2025.03.25 08:58
프로야구

[IS 이슈] '김광현 내년 연봉 30억원' 전례 찾기 힘든 예고 FA 계약 발표, 핵심은 '계약금'

전례를 찾기 힘든 자유계약선수(FA) 계약 예고 발표, 그 배경의 핵심은 '계약금'이다.SSG 랜더스 구단은 '오늘 최정(37) 측과 만나 긍정적으로 얘기를 나눴다. 선수 측이 FA 계약 방식으로 진행하길 원해 FA 시장이 열리는 6일 계약 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지난 4일 밝혔다. FA 선수의 계약을 사전에 예고하는 건 초유의 일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최정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보니 계약 예고라는 전례 없는 발표를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2018년 12월, 6년 최대 106억원(계약금 32억원, 총연봉 68억원, 옵션 6억원)에 FA 잔류 계약을 한 최정은 올겨울 개인 세 번째 FA 권리를 행사한다. 당초 SSG는 FA 시장이 열리기 전 비(非)FA 다년계약으로 최정을 눌러 앉힐 계획이었다. 2005년 입단 후 인천 야구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 KBO리그 통산 홈런 1위(495개)에 빛나는 그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구단 안팎에선 100억원대 계약을 제시했다는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왔다. 하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선수 측 에이전트는 특정 매체를 통해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기도 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SSG와 최정 측은 4일 만남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 계약은 사실상 마무리 수순. 눈길을 끄는 구단 발표 대목은 '선수 측이 FA 계약 방식으로 진행하길 원한다'라는 부분이다. 계약금 없이 연봉 계약을 해야 하는 비FA 다년계약과 달리 FA 계약은 거액의 계약금을 포함할 수 있다. 총액 100억원 규모의 4년 계약을 비FA 다년계약으로 진행하면 연봉은 25억원 수준. 이를 FA 계약으로 전환하면 40억원 정도를 계약금으로 받고 나머지 60억원을 연봉으로 분할할 수 있다. 계약 초반 목돈이 필요한 선수라면 '계약금+연봉'이 가능한 FA 계약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데 최정도 이를 원한 셈이다.SSG로선 FA 계약 방식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2022년 3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복귀한 에이스 김광현과 4년 최대 151억원(총연봉 131억원, 옵션 20억원) 계약을 한 상황. 김광현의 연봉은 2022년 81억원, 2023년 10억원, 2024년 10억원이었다. 추산하면 내년 시즌 연봉만 30억원이 될 전망이어서 샐러리캡(경쟁균형세) 부담이 작지 않다. 2025시즌 적용될 리그 샐러리캡이 137억1165만원이라는 걸 고려하면 김광현 연봉으로만 약 22%를 소진해야 한다. FA 계약의 계약금은 연평균으로 나뉘어 샐러리캡에 포함된다. 계약금 없이 연봉을 샐러리캡 상황에 따라 조율할 수 있는 비FA 다년계약보다 구단 운영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내년 시즌 샐러리캡이 꽉 찼다면 연봉을 계약 기간의 뒤로 미뤄 지급하는 방법이 있겠는데 FA 계약을 하게 되면 계약금이 고정비가 돼 구단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최정의 조건을 구단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석했다.이번 계약이 마무리되면 최정은 사실상 '종신 SSG맨'으로 커리어를 마감할 예정이다. 최정의 이번 시즌 성적은 타율 0.291(468타수 136안타) 37홈런 107타점. 출루율(0.384)과 장타율(0.594)을 합한 OPS가 0.978로 김도영(KIA·1.067) 구자욱(삼성 라이온즈·1.044)에 이어 국내 선수 중 3위였다. 풀타임으로 핫코너 수비까지 책임지며 공·수에서 건재를 과시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11.05 10:45
메이저리그

한국 국대에 밀린 선수에게 주전 빼앗긴 일본 국대...'9000만 달러' 사나이의 추운 봄

일본 야구 대표팀 주전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31·보스턴 레드삭스)는 올 시즌 험난한 주전 경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 소속팀 보스턴 레드삭스가 치른 9경기 중 5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다.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건 지난달 28·29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전뿐이다. 4월 19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전까지는 꾸준히 선발로 나섰다. 타율은 0.221에 불과했다. 이후 출전이 출었다. 26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선 대타로 나서 땅볼로 물러난 뒤 대수비로 교체됐다. 28일 컵스전에선 안타 4개를 치며 반등했고, 이튿날 경기도 나섰지만, 1·2일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3연전 1·2차전에서 또 결장했다. '코리안 빅리거'이자 지난해 3월 서로 덕담을 주고 받은 이정후와의 대결도 이뤄지지 않았다. 요시다는 올 시즌 지명타자로만 21경기(20선발)에 나섰다. 지난 시즌(2023) 713과 3분의 1이닝 나섰던 좌익수로는 교체 출전해 1이닝만 소화했다. 주 포지션은 외야수지만, 현재 소속팀에서 요시다는 지명타자 자원이다. 실제로 MLB닷컴 보스턴 뎁스 차트에서도 개럿 쿠퍼와 함께 지명타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보스턴 외야진 경쟁은 요시다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수비 경쟁력이 부족한 요시다는 타격 능력으로 자신을 어필해야 하지만, MLB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뿐 아니라 영건에게도 밀리고 있다. 현재 보스턴 외야진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타자는 타일러 오닐이다.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으로 뛰었던 2021시즌, 그를 지원한 주전 좌익수였다. 타율 0.286·34홈런을 기록했고, 외야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오닐은 지난해 12월 보스턴으로 트레이드 됐다. 세인트루이스는 2022~2023시즌 부상에 시달린 오닐을 전력 외 선수로 봤다. 당시 주전 전력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 내야수로 뛰었던 토미 에드먼, 일본 대표팀을 뛰었던 라스 눗바 그리고 팀 내 넘버원 유망주였던 조던 워커를 주전 외야진으로 봤다. 결국 보스턴으로부터 유망주 투수 닉 로버트슨과 빅터 산토스를 받고 오닐을 내줬다. 오닐은 올 시즌 보스턴뿐 아니라 아메리칸리그(AL)에서도 가장 뜨거운 타자다. 1일 기준으로 출전한 21경기에서 타율 0.320 9홈런을 기록했다. 거너 핸더슨(볼티모어 오리올스)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에 이어 홈런 부문 3위에 올라 있다. 세인트루이스 눗바와 워커는 1할 대 타율에 그치고 있고, 에드먼은 부상으로 올 시즌 출전이 없다. 보스턴 다른 외야진도 최근 페이스가 좋다. 한국계 미국인 롭 레프스나이더가 4월 중순부터 출전 기회를 많이 얻었고, 10경기에서 타율 0.379를 기록하며 요시다의 경쟁자로 떠올랐다. 베네수엘라 국적 빅리그 데뷔 2년 차 윌리어 아브레우도 3할(0.316) 대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1일 기준으로 홈런은 2개뿐이지만, 2루타 8개, 3루타 1개를 치며 5할(0.526) 대 장타율을 기록했다. 지명타자 자리는 주축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위해 쓰이기도 한다. 팀 간판타자 라파엘 데버스도 지난달 27일 컵스전에 지명타자로 나섰다. 현재 요시다는 붙박이 지명타자로도 보기 어렵다. 외야 경쟁은 타격 성적으로도 밀리고 있다. 올해 1월 스토브리그 기간 요시다가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9000만 달러(기간 5년) 몸값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라는 시선도 있었다. 그런데 현재 요시다의 입지는 1월보다 더 좁아졌다. 일본 매체는 1일 요시다가 왼손 엄지손가락 문제로 MRI 촬영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부상자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경쟁자들은 더 빠른 속도로 앞서갈 전망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5.02 17:25
메이저리그

'하루도 안 남은' 고우석, STL 극적 합류할까 "여전히 영입 후보군에 있다"

고우석의 미국 메이저리그(MLB) 협상 마감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고우석을 영입 후보에 올려 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지역 언론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의 데릭 굴드 기자는 3일(한국시간) 고우석이 여전히 세인트루이스 영입 후보군에 있다고 전했다. 굴드 기자는 세인트루이스의 FA(자유계약선수) 구원투수 영입 진행 상황을 묻는 한 팬의 질문에 “세인트루이스는 마쓰이 유키 영입에 성공하지 못했고, 조던 힉스와 베테랑 불펜투수 필 메이튼 등 몇몇 구원투수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면서 “고우석도 세인트루이스가 꾸준히 관심을 보인 투수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고우석의 협상기한이 곧 마감된다. 구단이 마쓰이에게 더 매력을 느낀 건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절차를 밟고 있는 고우석에 반해, 마쓰이는 이적료가 없는 FA 신분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고우석은 지난달 4일 LG 구단의 허가를 받고 MLB 구단과 협상하는 포스팅 시스템 이적 절차에 들어갔다. 한미 선수 계약협정에 따라 포스팅 시스템은 총 30일 동안만 가능하다. 고우석의 협상 마감 시한은 이달 4일 오전 7시로, 하루도 채 남지 않았다.세인트루이스는 오승환과 김광현이 뛰었던 팀으로, 올 겨울 고우석에게도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불펜 보강이 최우선 과제였던 구단은 마쓰이를 비롯해 외부 영입에 눈을 돌렸으나 고전하고 있다. 최우선 목표로 잡았던 마쓰이는 샌디에이고와 5년 총액 2800만 달러(약 363억원)에 계약을 맺으면서 구상이 틀어졌다. 불펜 보강이 시급해진 세인트루이스로선 고우석에게 눈을 돌릴 수 있다. 다만 매체가 언급한 대로 얼마 남지 않은 기한과 포스팅 비용은 구단으로선 부담이다. 지난 2017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고우석은 KBO리그 통산 7시즌 동안 19승 26패 139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61경기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로 KBO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그는 소속팀 LG가 통합 우승을 거두고 본인도 포스팅 신청 자격을 갖추자 미루지 않고 미국 무대 도전을 선언했다. 윤승재 기자 2024.01.03 11:16
메이저리그

[IS 피플] 핸섬? 특유의 여유·재치 발산...스타성 보여준 이정후

당당했다. 재치도 넘쳤다. 처음으로 메이저리그(MLB) 공식 석상에 나선 이정후(25)가 한국 야구 대표 아이콘다운 자신감으로 스타성을 발산했다. 이정후는 지난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입단식에 나섰다. 이정후가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한 15일 구단은 기간 6년·총액 1억1300만 달러(1462억원) 계약이 이뤄졌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정후는 이튿날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구단 사장,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 각 매체 취재진 등 100여 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처음으로 MLB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이정후는 입단식 내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가장 화제를 모은 말은 바로 '핸섬(handsome)'. 이정후는 자이디 사장으로부터 등번호 51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받아 입고, 구단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눌러쓴 뒤 취재진을 향해 "핸섬(잘 생겼나요)?"이라고 되물었다. 장내 참석한 이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못했다고 생각한 이정후는 허리를 숙여 단상에 있던 마이크에 얼굴을 가까이 댄 뒤 다시 한번 "핸섬?"이라고 말했다. 살며시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이정후의 넉살에 취재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Never looked better(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문구와 함께 이 장면을 게재했다. MLB닷컴도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모자를 쓰고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는 매력을 발산했다. 24명 정도의 취재진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입을 열었다"라며 주목했다. 언어 장벽도 이정후에겐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이정후는 이날 영어로 인사말을 전했다. "헬로 자이언츠, 마이 네임 이즈 이정후(안녕하십니까, 이정후입니다)"라고 운을 뗀 뒤 "한국에서 온 바람의 손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MLB 무대에서 뛰는 꿈을 이뤄 기쁘다는 심정을 전했고, 샌프란시스코팬을 향해 "이기기 위해 왔다. 레츠 고 자이언츠"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정후는 절친한 선배이자 이미 MLB에서 3시즌 뛴 김하성에게 여러 조언을 받았다. 영어 공부 필요성은 그중 한 가지였다. 이정후는 지난 10월 10일, 키움 히어로즈 고별전을 마친 뒤 이에 대해 묻는 말에 "많은 선배들이 공통적으로 영어 공부를 강조했다. 그동안 조금씩 했는데, 매일 하지 않아서 잘 늘지 않는 것 같다.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했다. 이정후는 입단에서 능숙하지 않았지만, 차분하게 영어로 인사말을 전했다. 유니폼을 입은 자신의 모습에 의견을 구하는 당찬 모습까지 보여줬다. 미국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이정후는 영어로 소감을 밝힐 의무가 없었지만, 그렇게 했다. 매력적이고 재치 있는 첫인상을 남겼다"라고 조명했다. 지난 2019년 12월, KBO리그 대표 좌완 투수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입단에서 ‘Hello STL’이란 팻말을 들고, 입단 소감을 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날 이정후는 당시 김광현보다 여유가 넘쳤다. 이정후는 이전에도 토크쇼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치 있는 입담과 재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너무 진지하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았다. KBO리그 최고 스타다운 여유가 전해졌다. 자신이 주인공이었던 MLB 입단식에서도 그랬다. 이정후는 이날 한국말로 "저는 아직 어립니다.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기량을 더 발전시킬 수 있고 우리 팀에 항상 승리를 안겨 줄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각오도 전했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2.17 19:20
프로야구

[IS 포커스] 포스팅 고우석의 현실과 긍정 시그널

LG 트윈스 고우석(25)의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 가능성과 분위기는 어느 정도일까.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고우석의 포스팅을 MLB 사무국에 요청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지난 15일 MLB 구단의 신분조회 사실이 알려진 고우석은 LG 구단과 협의 끝에 빅리그 도전을 결정했다. 다만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아니어서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MLB 문을 두드려야 한다. 고우석은 MLB 사무국이 포스팅을 고지하면 다음 날 오전 8시(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30일째 되는 날의 오후 5시까지 계약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MLB 도전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동갑내기 친구이자 처남인 외야수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와는 상황이 약간 다르다. 이정후는 키움 구단으로부터 포스팅을 허락받은 지난 1월부터 10개월 넘게 과정을 준비했다. 시즌 내내 해외 스카우트가 그의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다. 고우석의 경우 해외 진출 의사가 강하지만, 당장 올 시즌 뒤 포스팅을 시도할 거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그만큼 짧은 기한 내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 고우석은 자타공인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포스트 오승환'으로 불리며 지난해 리그 최연소 40세이브(24세 1개월 21일)를 달성, 개인 첫 구원왕(42세이브)에 올랐다. 시속 150㎞가 훌쩍 넘는 강속구가 트레이드 마크.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고우석의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51.6㎞에 이른다. 구위형 투수로 이름을 떨쳤지만, MLB에선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고우석의 구위가 KBO리그에선 톱 클래스지만 MLB에는 워낙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가 많다. 구속에서 특별하게 강점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빅리그 구단들이 고우석을 마무리 투수로 보고 영입하진 않을 거 같다. 다만 젊은 만큼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2016년 MLB에 진출한 오승환(현 삼성 라이온즈)의 첫 보직은 중간 계투였다. KBO리그와 일본 프로야구(NPB)를 거치며 아시아 대표 마무리로 이름을 떨친 그였지만 '괴물 투수'가 가득한 MLB에선 바로 뒷문을 맡지 못했다. 중간 계투에서 기량을 검증받은 뒤에야 마무리 투수로 보직을 바꿨다. 중간 계투는 마무리 투수보다 계약 총액이 낮다. 여러 복합적 이유로 고우석을 향한 미국 현지 매체의 관심은 아직 미미하다. 공신력 높은 언론보다 팬 커뮤니티 중심으로 그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스)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를 비롯해 NPB 출신 선발 투수들의 포스팅이 순위에서 앞선다. 시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코로나 시대 움츠렸던 MLB 구단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오른손 불펜 레이날도 로페스가 애틀랜타 브레이스와 3년 총액 3000만 달러(390억원)에 계약했다. 로페스는 올 시즌 68경기에 등판, 22홀드 6세이브를 기록한 오른손 불펜 자원으로 연평균 1000만 달러(130억원)의 높은 연봉을 보장받았다. 송재우 위원은 "고우석의 관건은 (이적했을 때 LG 구단이 받을) 포스팅 비용"이라며 "과거 포스팅 금액 때문에 계약을 거절한 사례(김광현·SK 와이번스)가 있다. 구단이 허락하더라도 연봉 협상에서 틀어지기도 한다. 500만 달러(65억원) 정도면 선수는 가겠다고 할 텐데, 그 정도까지 제시할 구단이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11.29 05:01
프로야구

[단독] 다카쓰 신고의 당부 “내가 알던 한국 야구 아니야…기본으로 돌아가라” [창간 54]

일간스포츠가 창간 54주년을 맞아 '레전드의 일침'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드러난 한국 야구에 대한 부진 이유를 되짚어 보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자는 취지입니다. 본지는 하리모토 이사오(한국명 장훈), 이토 쓰토무, 다카쓰 신고, 김성근 등 한국과 일본 야구에 정통한 레전드부터 일침(一針)을 들었습니다. 한국 야구가 다시 도약하길 바라는 이들의 ‘비수 같은 훈수’를 독자 여러분과 야구 관계자들에게 전합니다. 2008년 어느 날, 이광환 우리 히어로즈(현 키움) 감독이 코칭스태프 회식을 열었다. 경기 후 코치들, 그리고 몇몇 고참급 선수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푸는 자리였다. 당시 기자도 그 자리에 참석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얻었다. 참석자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다카쓰 신고였다.당시 다카쓰는 히어로즈의 외국인 투수였다.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네 차례나 구원왕에 올랐던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하기도 했다.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그가 마흔 살 나이에 KBO리그에서 뛰는 자체가 놀라웠는데, 사적인 자리에서도 한국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장면도 퍽 인상적이었다.다카쓰가 KBO리그에서 뛴 것은 한 시즌에 불과하다. 그러나 선수로서 직접 뛰고 부딪혔기에 한국야구에 대한 그의 관심과 이해가 높다. 현재 NPB 야쿠르트 스왈로스 감독을 맡고 있는 그에게 KBO리그와 2023년 WBC 4강에서 탈락한 한국 야구대표팀 대해 물었다. 투수 제구력 현저하게 퇴보다카쓰는 "내 입장에서 한국야구 대표팀의 실력을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예전과 비교하면 투수와 타자들의 기량이 저하됐다. (2023년 WBC에서는) 이전의 한국 대표팀 같지 않았다"고 설명했다.MLB와 NPB, KBO리그 모두에서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그는 특히 한국 마운드에 대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다카쓰는 "한국 투수들의 제구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힘에만 의존해서 공을 던지던데, 요즘에는 시속 150㎞의 빠른 공도 타자들이 잘 쳐낸다. 그럴수록 투수에겐 세밀함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어떤 경기나 선수를 특정하지 않았으나, 다카쓰가 본 장면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한국-호주전(3월 9일), 한국-일본전(3월 10일)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국은 두 경기에서 무려 17이닝 동안 21자책점(팀 평균자책점 11.12)을 기록했다.특히 일본전 4-6으로 뒤진 6회 말 무사 3루 위기에서 등판한 김윤식, 정우영, 이의리의 부진이 뼈아팠다. 코너워크를 할 제구가 안 되고,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투구할 구위와 배짱은 없었다. 이 순간, 한국 투수와 일본 타자의 격차는 어느 때보다 컸다. 몇 몇의 잘못도 아닌, 한국 마운드의 총제적인 문제가 드러난 장면이었다.다카쓰는 "사실 이건 기본기의 문제다. 투수는 학창 시절부터 (좋은 폼으로) 많이 던져야 한다. 나도 수백 개씩 투구했다. 불펜에서도 많이 던졌고, 타자들의 훈련을 도우면서 또 던졌다"고 말했다.그가 말하는 건 '용불용설(用不用說)'이다. 많이 던질수록 투수의 팔이 단련되고, 제구도 좋아진다는 주장이다. 이는 투구 수 관리를 중시하는 현대 이론과 배치되기는 한다. 다카쓰는 투수의 기량이 일정한 수준에 오르기까지는 충분히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선수 시절 다카쓰는 '특별한 공'을 던지지 못했다. 1991년 야쿠르트에 입단한 그는 선발 투수로서 자리 잡지 못하다가 구원 투수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시속 130㎞대의 주 무기 싱커를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으로 던졌다. 어려운 공이 아닌 것 같은데 그를 상대한 타자들은 정타를 맞히지 못했다. 더 던지고, 더 연구하는 일본 투수들다카쓰가 KBO리그 선수로 뛰었던 2008년은 한국 야구의 전성시대였다. 한국 야구는 그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과 쿠바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2009년 WBC에서는 일본과 5차례 명승부(2승3패)를 벌이며 준우승을 차지했다.다카쓰는 "기본적으로 한국 야구의 수준은 높다고 생각한다. (발전) 가능성이 큰 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국 대표팀의 기량이 일본 팀과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한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나온 립서비스일 수 있다. 그래도 10여 년 전에는 크지 않았던 한일 야구의 격차가 몇 년 사이 더 벌어진 건 틀림없다.2023년 WBC 최우수선수(MVP) 오타니 쇼헤이뿐 아니라, 일본에는 체격과 파워가 뛰어난 선수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세대교체에 실패한 채 여전히 김광현‧양현종에게 대표팀을 맡기는 KBO리그와 크게 대비됐다.다카쓰는 "일본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 방법이 체계적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타자의) 파워와 (투수의) 스피드가 향상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옛날 선배들보다) 많이 훈련하고, 연구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국야구의 잠재력은 여전히 높다고 생각한다. (일본과 대등해지려면) 기본기에 충실해야 할 거다. 기본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김식 기자◆다카쓰 신고(高津臣吾, 1968년 11월 25일~)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 감독. 1991년 야쿠르트에 입단해 1994년 센트럴리그 구원왕을 시작으로 네 차례 타이틀을 차지했다. 2004년 MLB 시카고 화이트삭스, 2005년 뉴욕 메츠에서 활약한 뒤 2006년 야쿠르트로 복귀했다. NPB 통산 286세이브, MLB 통산 27세이브를 기록하며 사사키 가즈히로에 이어 두 번째로 미‧일 300세이브를 돌파했다. 또 2008년에는 KBO리그(8세이브), 2010년에는 대만 프로야구(CPBL, 26세이브)를 경험했다. 이후 일본 독립리그 팀에서 선수 겸 감독으로 뛰다 2014년부터 야쿠르트 투수 코치를 맡았다. 2020년 야쿠르트 감독에 오른 뒤 2021년 센트럴리그 우승과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23.09.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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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할 수 없는 사건, 실망감·불쾌감 드려 사죄” 선수협 김현수 회장, WBC 음주 파문 사과

김현수(35·LG 트윈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장 겸 대표팀 주장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음주 파문과 관련해 사과했다.김현수 회장은 2일 사과문을 통해 “WBC 대회 기간 중 한국야구 대표팀의 일부 선수들의 대회 기간 음주논란에 대해 한국프로야구선수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국민 여러분과 프로야구를 사랑해 주시는 팬분들에게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김 회장은 “지난 3월 국민 여러분의 응원과 관심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WBC를 마치며 저희 선수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리그를 시작했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자는 각오로 리그를 진행하고 있었다”며 “이런 와중에 WBC 대회 기간 음주 논란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이 밝혀지며 국민 여러분과 프로야구팬분들에게 큰 실망감과 불쾌함을 드렸다”고 전했다. 이어 “좋은 경기력만 있어서는 국가대표라 할 수 없다.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라는 것이 얼마나 큰 책임감이 필요하고, 경기 외적으로도 타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선수협회는 국가대표로서 대회 기간 중 처신을 바르게 하지 못해 국가대표의 명예와 품위를 지키지 못한 이번 논란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국민 여러분께 사죄를 올린다. 실망했을 프로야구 동료 선수들에게도 죄송하다”고 설명했다.김 회장은 “선수들은 KBO 사무국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며, 재발방지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WBC 대표팀 주장이자 프로야구선수를 대표하는 선수협회의 현 회장으로서,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 매체는 WBC 대회 기간 중 일본 도쿄 시내 유흥업서에서 늦은 시간까지 음주 가무를 즐겼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었다. KBO는 WBC에 출전한 선수들을 전수 조사했고, 김광현(SSG 랜더스) 정철원(두산 베어스) 이용찬(NC 다이노스)이 음주 사실을 시인했다.이들은 1일 일제히 기자회견을 통해 고개 숙였지만, 술자리에는 결코 여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광현은 1군 엔트리에서 빠졌고, 정철원과 이용찬은 우선 엔트리에 남았다. KBO는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국가대표 운영 규정에 어긋남이 있으면 상벌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명석 기자 2023.06.0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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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개막전 '토종 선발' 2명…KBO리그 뼈아픈 현실

"KBO리그는 지난해 평균자책점 상위 10명 중 한국인 투수가 김광현(SSG 랜더스)을 비롯해 3명뿐이었다. 각 구단이 선발 로테이션에 투입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 혈안이 돼 있다. 자국 선수들이 경험 쌓는 자리가 줄어드는 악순환이다."지난 11일 일본 매체 풀카운트가 진단한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당시 이강철 감독이 이끈 야구대표팀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에서 '숙적' 일본에 3-14로 대패했다. 한국의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되자 일본은 KBO리그의 문제점을 상세히 분석했다. 그들이 주목한 부분 중 하나가 '허약한 마운드'였다. 야구 평론가 사토자키 도모야는 TV 아사히에 출연해 "한국 리그는 주력 투수가 거의 외국인 선수"라며 "KBO리그에선 자국 투수를 키우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3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10개 구단 감독과 주장, 주요 선수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날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개막전 선발이었다. 10개 구단 감독이 4월 1일 열리는 개막전 선발을 모두 발표했는데 '토종 선발'을 내세우는 건 SSG와 키움 히어로즈 두 구단에 불과했다. 왼손 에이스 양현종을 보유한 KIA는 외국인 투수 숀 앤더슨을 개막전 선발로 낙점해 '김광현 VS 양현종 매치업'이 불발됐다. NC 다이노스 역시 WBC 대표인 구창모가 아닌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에게 시즌 첫 경기를 맡겼다. 김종국 KIA 감독과 강인권 NC 감독은 "(앤더슨과 페디의) 컨디션과 구위가 가장 좋다"고 입을 모았다.개막전 5경기 중 국내 선발이 맞붙는 경기가 단 하나도 없다.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개막전 선발은 어느 순간 외국인 투수의 전유물처럼 받아들여진다. 국내 선발을 고집했던 한화 이글스마저 올해는 노선을 바꿨다. 한화는 2021년과 2022년 김민우가 개막전 투수였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전통적으로 개막전 선발 투수로 한국인 선발을 고집했다. 올 시즌은 그런 전통을 깨고 스프링캠프부터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준 버치 스미스가 등판한다"고 예고했다. LG 트윈스와 KT 위즈는 "(개막전에서) 서로를 이기기 위해 선택했다"며 케이시 켈리와 웨스 벤자민의 이름을 언급했다. WBC에서 활약한 토종 에이스 박세웅을 보유한 롯데는 댄 스트레일리, WBC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원태인의 소속팀 삼성은 데이비드 뷰캐넌이 중책을 맡는다. 두산 베어스의 선택도 라울 알칸타라였다. 두산은 시범경기 내내 사이드암스로 최원준이 강한 임팩트(3경기, 평균자책점 1.32)를 보여줬지만, 개막전 선발을 차지하지 못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알칸타라는 한국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고 현재 컨디션도 좋다. 어떤 팀과 붙더라도 쉽게 공략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개막전은 팬들의 이목이 쏠리는 '빅 게임'이다. 어느 경기보다 승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변수가 적은 외국인 투수를 내보내는 게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SSG와 키움의 선택은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올해 개막전에서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을 세우는 건 김광현(SSG)과 안우진(키움) 둘 뿐이다. 김광현은 개인 통산 네 번째, 안우진은 지난해에 이어 통산 두 번째 개막전 선발로 출격한다. 김원형 SSG 감독은 "김광현은 다들 아시겠지만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대한민국 1번 에이스"라고 극찬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안우진은 팬 여러분들이 아는 것처럼 자타공인 최고 투수라고 생각한다. 아직 부족한 게 있지만 계속 발전해나가고 큰 경기를 즐기고 강력한 투구를 할 수 있는 선수여서 개막전 선발로 낙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프로야구(NPB)는 KBO리그에 하루 앞선 31일 막을 올린다. 개막 시리즈로 열리는 6경기(12개 팀) 중 외국인 투수가 선발 등판하는 건 요미우리 자이언츠(타일러 비디)밖에 없다. KBO리그와 달리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 골든이글스) 오가와 야스히로(야쿠르트 스왈로스)를 비롯한 각 구단 토종 에이스들이 개막전을 책임진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3.31 06:30
프로야구

"한국, 야구 강국의 이미지는 무너졌다" [WBC]

"야구 강국의 이미지가 무너지고 있다."한일전에서 대패한 한국 야구대표팀을 두고 일본 언론도 쓴소리를 건넸다. 한국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일본과의 2차전에서 4-13으로 대역전패했다. 전날 호주전에 7-8로 패한 한국은 조 최하위로 추락, 8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한국은 선발 김광현의 2이닝 5K 무실점과 2회 3득점으로 기분 좋게 시작했으나, 이후 마운드가 두 번이나 4실점 이상 빅이닝을 허용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10점차 이상 경기에 주어지는 콜드게임을 간신히 면했다. '숙적' 일본에 당한 충격의 대패. 경기 후 일본 매체들도 한국의 한일전 패배를 집중 보도했다. 일본 스포츠매체 풀카운트는 '일본의 숙적인 한국은 왜 약해졌나'는 제목의 기사로 한국의 대패를 분석하기도 했다. 매체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이나 2009 WBC 대회처럼 과거 한일전은 늘 치열했다"라면서도 "한국은 2013, 2017 WBC 대회에서 1라운드에 탈락하며 한일전이 성사되지도 않았지만, 이번에 대패를 당하면서 '야구 강국'이라는 이미지가 무너지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매체는 한국의 고전 이유로 마운드를 지목했다. 매체는 "한일전 투수 기용이 이유를 말해준다. 한국은 호주전에 패하면서 대회 구원투수로 기용하려던 좌완투수 김광현을 선발로 내보냈다. 달리 의지할 선수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젊은 선수의 더딘 성장도 꼬집었다. 매체는 "한국의 젊은 투수 부족은 명단 발표 때부터 이야기가 나왔다. 타자 쪽에서도 고교야구에서 나무 배트를 사용하면서 강타자가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라면서 "지난 시즌 37세의 박병호가 홈런왕을 차지하고, 은퇴한 이대호가 KBO리그 타율 4위(0.331)에 오를 정도로 젊은 세대들이 따라잡지 못했다"라고 한국 야구의 현실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KBO리그의 토종 투수들이 부진하는 경향도 부진의 이유로 꼽았다. 매체는 "기술과 파워가 있는 타자들이 줄어들면서 투수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시즌 KBO리그에서 평균자책점 상위 10명 중 국내 투수는 김광현 포함 3명뿐이다. 나머지는 외국인 선수들이다"라면서 "각 구단들은 외국인 투수 영입에 혈안이 돼있다. 자국 선수가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어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윤승재 기자 yogiyoon@edaily.co.kr 2023.03.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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