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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겠다”며 떠나는 린철순

“한국 프로야구 팬들이 정말 많이 그리울 거예요. 다시 오겠습니다.” 올해 KBO리그 마운드를 평정한 조쉬 린드블럼(32·미국)이 황금장갑을 품에 안고 한국을 떠난다. 린드블럼은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2년 연속 투수상을 받았다. 투수상 2년 연속 수상자가 나온 건 1998∼99년 현대 유니콘스 정민태에 이어 20년 만이다. 기쁜 날이지만 린드블럼은 활짝 웃을 수 없었다. 시상식을 끝으로 KBO리그와 이별하기 때문이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달 25일 다음 시즌에도 독점적으로 계약할 수 있는 권리를 구단이 갖는 보류 선수 명단에 린드블럼을 포함했다. 재계약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린드블럼이 미국 복귀를 원했다. 결국 두산은 4일 보류권을 포기했다. 린드블럼은 2015년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했다. 그해 13승11패, 평균자책점 3.56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2018년 두산으로 이적한 그는 에이스로 우뚝 섰다. 올해 20승 3패,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하며 두산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KBO리그 5시즌 통산 63승 34패, 평균자책점 3.55의 성적을 남겼다. 린드블럼은 KBO리그에 오기 전, LA 다저스·필라델피아 필리스·텍사스 레인저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등에서 뛰었지만, 주전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롯데에서 뛰다가 다시 빅리그 러브콜을 받았다. 2017년에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입단했지만, 4경기만 나와 10과 3분의 1이닝 동안 9실점으로 부진했다. 결국 그해 7월 롯데로 돌아왔다. 린드블럼은 “2년 전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됐다. 전력 분석을 더 잘하면서 한층 강해졌다”며 “나를 더 좋은 선수로 만들어주는 빅리그 팀에 가고 싶다. 이번 주가 지나면 (빅리그 계약의) 구체적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 언론은 휴스턴 애스트로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이 린드블럼에게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린드블럼은 지난해 골든글러브 시상식과 올해 최우수선수(MVP)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해는 막내딸 먼로(3)의 심장 수술 때문에, 올해는 해외 봉사활동 일정 때문이었다. 올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는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일정을 조정해 참석했다. 린드블럼은 “2008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야구선수로서 11년 중 5년을 한국에서 보냈다. 꽤 오랜 시간이었다”며 “다른 문화권에 살며 야구선수로서, 한 사람으로서 많이 성장했다. 팀 동료, 코치진, 팬들 모두 친절했다. 정말 가족 같았다. 모든 분이 정말 고맙다. 항상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린드블럼은 KBO리그에 머무는 동안 다른 외국인 선수와 비교해 팬들의 사랑을 유독 많이 받았다. 롯데 팬들은 그에게 ‘린동원’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2015년 롯데에서 210이닝을 던진 린드블럼을 보며 팬들은 작고한 ‘철완’ 최동원을 떠올렸다. 그는 무쇠팔 최동원상도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수상했다. 두산 팬들은 그를 ‘린철순’이라고 불렀다. 1982년 원년 우승의 주역 박철순처럼 빼어난 활약으로 올해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린드블럼의 또 다른 별명은 ‘린엔젤’이다. 미국에서 ‘린드블럼 재단’을 만들었던 그는 KBO리그에서도 선행을 이어갔다. 롯데 시절에는 사회복지시설 아동을 지원했다. 어린이들을 찾아가 선물도 건넸다. 두산 시절에는 먼로와 같은 병원에서 치료받던 환자와 그 가족, 스태프 등 30여 명을 잠실구장에 초청했다. 린드블럼은 “한국에 야구만 하러 온 건 아니었다. 한국에 있는 동안 지역 사회를 위해 뭔가 뜻깊은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하곤 했다. 린드블럼은 팬들의 사인 요청도 성실하게 응해주는 선수로 유명했다. 7일에는 소셜미디어에 ‘8일 서울 강남에서 깜짝 팬 사인회 열 것’이라고 공지했다. 짧은 공지 기간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많은 팬이 몰렸다. 린드블럼이 한국을 떠나며 팬들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린드블럼은 한국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그는 “큰딸 프레슬리(5), 아들 팔머(4), 막내딸 먼로가 한국에서 자랐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올 것이다”며 “그때는 나이가 들어 선수로 뛰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코치 등 관계자가 아니라 팬으로 와서 관중석에서 열정적으로 응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2019.12.1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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