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5전 6기’ KIA 서재응, 국내복귀후 ‘감격 첫 승’
29일 잠실구장. 두산전을 앞둔 KIA 선발 투수 서재응(31)은 스타킹을 유니폼 하의 위로 올려 신었다. 선수들이 각오를 새롭게 할 때 즐겨 사용하는 이른바 ‘농군패션.’ 멋에 죽고 멋에 사는 ‘폼생폼사’를 외치는 서재응으로선 파격적이었다. 그만큼 각오도 대단했다. 서재응은 “오늘(29일)로서 6경기째다. 이번에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하면 나가 죽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럴 만했다. 친구이자 라이벌 김선우(두산)가 2군에 내려가 있는 건 다음 문제. 몸값 총액 15억원을 받고 국내 복귀한 서재응은 이날 전까지 5차례의 선발 등판에서 단 1승도 따내지 못했다. 처음 2경기가 잘 던지고 팀 타선의 지원 부족 때문이었다면 이후 3차례는 스스로가 무너진 경기였다. 에이스의 부진 속에 팀은 최하위를 전전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나. 이날 서재응은 메이저리그 통산 28승 투수로 다시 돌아왔다. 최고 146㎞를 찍은 힘있는 직구에 두산 타자들은 헛방망이를 돌렸고, 직구 스피드로 들어오는 슬라이더(최고 135㎞)와 서클 체인지업(134㎞)는 스트라이크 안팎에서 춤을 췄다. 하이라이트는 4회. 3회까지 매이닝 안타를 허용하면서도 무실점으로 넘긴 서재응은 3-0으로 앞선 4회 최고 고비를 맞았다. 선두 오재원이 안타를 치고 나간 뒤 1사에서 도루를 허용했다. 홍성흔·고영민의 볼넷으로 만루위기. 여기서 메이저리그표 피칭이 빛을 발했다. 후속 유재웅을 3구 삼진으로 요리한 데 이어 채상병마저 볼카운트 2-2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며 고비를 넘겼다. 연속 삼진을 잡는 순간 서재응은 오른 주먹으로 불끈 쥐었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표정도 당당했다. 투구수가 100개(총 107개)를 넘은 7회 1사 후 연속 3안타를 맞고 1점을 내준 뒤 교체된 것이 옥에 티였지만 그의 호투는 KIA가 3연패를 탈출하는 데 바탕이 됐다. 6⅓ 7피안타 4탈삼진 3볼넷 1실점으로 6경기만에 시즌 국내 복귀 첫 승(2패)을 신고한 서재응은 “개인적 승리보다 팀이 이겨 기쁘다. 동료들 덕분이다. 타자들이 공격에서 수비에서 나에게 1승을 주기 위해 열심히 뛰어줘 고맙다. 그 동안 승리가 없었지만 조급함은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경기 전 조범현 감독과 최희섭이 미국에서 던질 때처럼 투구시 템포를 죽여 던져보라고 한 것이 두산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에서 도움이 된 것 같다. 메이저리그에서 했던 방식인데 그 동안 너무 전력투구만 했었다”고 호투의 비결을 공개했다. Tip서재응이 잠실구장 마운드에 오른 것은 약 12년만의 일. 서재응은 경기 전 “인하대 1년인 1996년 경남대와의 경기에서 던진 적이 있다. 내 기억으로는 그때 8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재응은 대학 2학년 때인 1997년말 뉴욕 메츠에 입단을 하면서 태평양을 건너갔기 때문에 이후 잠실구장에서 공을 던진 적은 없다. 비록 원정 구장이었지만 당시 좋은 기억은 마운드에서 훌륭한 마인드 컨트롤로 이어졌고, 결국 첫 승리를 낳았다. 잠실=정회훈 기자
2008.04.29 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