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774억원 갖다바친 '최순실' 대기업들, 투자·고용 줄였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주도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재단에 돈을 퍼다준 대기업들이 올 한 해 투자와 고용에는 인색했다. 삼성·현대차·SK 등 대기업 총수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하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억원씩 돈을 건넬 때 정작 기업 내부에서는 구조조정이 펼쳐지고 투자금을 줄여나갔던 것이다. 삼성·현대차·SK…투자 감소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 등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대기업들의 올 3분기 누적 투자액은 41조83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5조1721억원보다 급격히 줄었다. 한 해 동안 감소한 금액은 13조3354억원으로 24.2%나 된다.투자액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곳은 현대차그룹이었다. 올 3분기 누적 투자액은 5조83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조원에 육박했던 것보다 9조4343억원 급감했다. 이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 가운데서는 물론 30대 그룹 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이다. 설비투자에 직결되는 유형자산 투자액이 급격히 줄어든 영향이 컸다.이어 감소액이 가장 큰 곳은 삼성이다. 삼성은 올 3분기까지 12조9045억원을 투자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215억원 줄었다. 유형자산과 무형자산 투자가 모두 줄었다. 유형자산 투자는 11조8975억원, 무형자산 투자는 1조7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2.3%, 26% 하락했다.SK는 지난해보다 1조8171억원 감소한 7조6302억원을 기록, 투자액 감소 3위를 차지했다. 유형자산 투자가 6조783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조263억원 감소한 영향이 컸다.삼성과 현대차·SK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가장 많은 금액을 출연한 곳이기도 하다. 삼성은 20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현대차 128억원·SK 111억원이었다.이들 기업들은 자신들의 공익재단에는 돈을 적게 내거나 아예 한 푼도 내지 않았다.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두 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한 기업의 공익재단 결산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은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계열 공익재단에는 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롯데는 지난해 동안 롯데장학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롯데복지재단 등 계열사 공익재단 3곳에 낸 기부금이 하나도 없었다. 한화와 KT 등도 모기업 공익재단에 기부를 하지 않았다. 출연 기업 절반 이상 직원도 줄여투자뿐 아니라 고용도 감소했다. 문제의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15개 기업 중 9개 기업에서 1년 사이에 1만명 이상이 짐을 쌌다.삼성의 인원 감축 규모가 가장 컸다. 삼성의 22개 계열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전체 직원 수는 21만2496명으로, 지난해 총 22만2011명 중 9515명이 회사를 떠났다. 삼성은 올해 삼성중공업을 포함해 삼성SDI·삼성전기·삼성엔지니어링·삼성물산 등 5개 계열사에서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직원이 급감했다.이어 두산과 KT의 직원 감축 규모가 뒤를 따랐다. 두산은 올 3분기까지 7개 계열사 총 직원 수가 1만6756명으로, 지난해 1만8734명보다 1978명이 줄었다.추가 구조조정은 없다던 KT도 10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KT의 올 3분기까지 총 직원은 4만7814명으로, 지난해 4만9017명에서 1203명이 감소했다.KT는 지난 2014년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KT 측은 '추가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지만 올해도 인원은 여지없이 줄었다.이어 포스코 583명·GS 393명·금호아시아나 246명·SK 202명·LS 185명·한진 120명이 회사를 떠났다.이에 대해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에 돈을 쓰지 않으면서 매출은 줄어드는 대신 영업이익만 증가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정책을 하고 있는 와중에 수억원을 부정적인 곳에 쓴 데 대해서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김성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려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하는데 총수 일가를 위해서만 8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다른 곳에 썼다"며 "자기들만 살기 위한 행동들은 반드시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애 기자 cho.eunae@joins.com
2016.11.17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