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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정민철·한명재, ‘최강야구’ 합류… 최강 중계 완성 [공식]

JTBC ‘최강야구’가 오는 9월 새 시즌 첫 방송을 앞두고, KBO 대표 중계진인 한명재 캐스터와 한화 이글스의 정민철 해설위원의 합류를 공식 발표했다. 레전드 선수단에 이어 ‘최강 중계진’ 라인업까지 공개되며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최강야구’는 은퇴한 프로 출신 야구 선수들이 함께 팀을 이뤄 다시 야구에 도전하는 리얼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이다. 새 시즌에는 이종범 감독을 중심으로 김태균, 윤석민, 나지완, 이대형, 권혁 등 KBO 레전드로 구성된 선수단이 출연을 확정 지었다.한명재 캐스터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야구 캐스터이자 1세대 캐스터로, 야구 팬들에게는 ‘목소리만 들어도 경기 장면이 그려지는’ 인물로 손꼽힌다. 수십 년에 걸친 활발한 중계 활동을 통해 야구의 감동을 생생하게 전달해왔으며, 야구팬들의 마음을 울리는 ‘명언 제조기’라는 별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함께 중계를 맡을 정민철 해설위원은 투수 출신으로, 선수는 물론 코치, 단장까지 두루 역임한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갖춘 인물이다. 폭넓은 경험에 바탕을 둔 전문적인 해설과 특유의 재치 있는 언변으로 팬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으며, 감독의 전략과 선수들의 심리를 꿰뚫는 맞춤형 족집게 해설로 호평을 받고 있다. ‘대전의 황태자’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한화 이글스 팬들 사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두 사람은 지난 2015년부터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환상의 콤비로, ‘최강야구’에서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일 전망이다. 이종범 감독은 물론 김태균, 윤석민, 나지완, 이대형, 권혁 등 ‘최강야구’의 레전드 선수들과 만나 어떤 시너지를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한편, JTBC ‘최강야구’ 새 시즌은 오는 9월 방송된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5.07.14 16:07
프로야구

AI가 꼽은 '최고 투수' 선동열, '최고 타자' 이승엽..그렇다면 G.O.A.T는?

현재 인공지능(AI) 기술로도 스포츠의 승패를 정확하게 예측하긴 만만치 않다. 프로 스포츠팀이 현장에서 활용하는 트래킹 데이터 등 고급 정보가 공유되지 않은 데다, 선수의 부상 등의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그렇다면 AI가 ‘주관식 문제’에 대한 답은 어떻게 내놓을지 궁금해졌다.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KBO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투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퍼플렉시티(Perplexity)와 제미나이(Gemini)는 선동열을 꼽았다. 퍼플렉시티는 “선동열은 압도적인 기록과 영향력으로 ‘국보’라는 별칭을 얻었다”라며 그의 기록과 수상 경력을 나열했다. 아울러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올린 최동원이 선동열 비교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퍼플렉시티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홈페이지에서 기록을 검색했고, 각종 기사와 칼럼을 참조했다. 제미나이는 선동열에 이어 최동원·류현진·정민철·송진우를 차례로 꼽았다. 챗GPT는 김광현을 가장 먼저 거론했다. AI가 언급한 선수들이 활약한 시대와 환경은 각자 다르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다고 해도 어떤 포지션이었는지, 팀에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지 가늠할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KBO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타자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챗GPT는 이승엽·양준혁·이정후 순으로 답했다. 이어 장종훈·박병호·최형우도 언급했다. 제미나이는 이승엽·장효조·양준혁·이종범·이대호 순서라고 했다. 두 AI 모델 모두 KBO리그 통산 성적을 기반으로 순위를 매겼다. 퍼플렉시티는 이승엽에 이어 양준혁·박용택·이종범을 꼽았다. 공식 기록과 설문, 뉴스 등을 근거로 대답한 것이다.앞에 두 질문을 통합해서 다시 물었다. ‘투수와 타자를 통틀어 KBO리그 역대 최고 선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퍼플렉시티는 선동열과 이승엽을 함께 언급했다. 제미나이는 선동열·최동원·이승엽·이종범을 공동으로 선정했다. 챗GPT는 이승엽을 답으로 내놨다. 김식 기자 2025.03.21 11:30
영화

[오!뜨뜨] ‘이별, 그 뒤에도’ ‘피의 게임3’ 등, 수험생 취향 저격 콘텐츠 출격

정주행을 부르는 OTT 작품들만 일간스포츠가 모아 모아 엄선했습니다. 나 홀로, 가족, 친구, 연인 등 다양한 사람들과 즐겨주세요. <편집자 주> #넷플릭스: 이별, 그 뒤에도‘이별, 그 뒤에도’는 프러포즈 날, 연인 유스케를 사고로 잃은 사에코와 유스케의 심장을 이식받아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나루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끼고, 나루세는 자신 안에 살아 있는 유스케의 기억을 점점 자각한다. 드라마는 운명으로 얽힌 두 사람에게 다가온 가슴 아픈 기적을 그린다. 넷플릭스 영화 ‘치히로 상’,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비기닝’ 등에 출연한 아리무라 카스미가 사에코 역을 연기했다. 나루세 역은 최근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사랑 후에 오는 것들’로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던 사카구치 켄타로가 맡아 또 한 번 세심한 멜로 연기를 펼친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온스크린 섹션 초청작이다. #웨이브: 피의 게임 시즌3‘피의 게임’이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피의 게임’은 출연자들이 거액의 상금을 두고 게임의 최후 생존자로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시즌2부터 MBC에서 웨이브로 플랫폼을 옮긴 ‘피의 게임’은 숨겨진 룰, 예측 불가한 반전 전개로 숱한 화제를 낳으며 지난해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누적 신규 유료가입 견인 수치 1위를 기록했다.타 서바이벌 예능과의 차별점은 ‘불공평한 경쟁’이란 콘셉트로, 게임 규칙을 위반하지 않는 한 생존을 위한 어떠한 행동도 문제 되지 않는다. 서바이벌 예능의 시초 ‘더 지니어스’ 시리즈에서 활약한 장동민, 홍진호, 김경란에 화제의 인물 충주맨, 주언규, 최혜선 등이 새롭게 합류해 혈투를 펼친다. #티빙: 퍼펙트 리그 2024‘퍼펙트 리그 2024’는 공 하나에 울고 웃었던 2024 KBO 리그 10개 구단의 이야기를 선수와 커리어, 구단과 팀, 전술과 심리전, 순위 경쟁과 우승 등 여러 주제로 조명한 콘텐츠다.‘아워게임: LG트윈스’ 이현희 감독과 ‘골 때리는 그녀들’ 장정희 작가가 의기투합해 내놓는 스포츠 콘텐츠로 KBO 공인 레전드 이종범, 정민철, 박재홍, 이대호가 스토리텔러로 참여, 누구보다 우승이 간절했던 선수들의 비하인드 등을 들려준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1.15 06:05
프로야구

KBO, '야구의 날' 팬 감사 이벤트 진행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야구의 날을 맞아 팬 이벤트를 진행한다.KBO는 21일 "대한민국 올림픽 야구 역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2008년 8월 23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야구의 날'에 KBO 리그의 역대급 흥행에 감사하는 의미를 담아 다양한 팬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먼저 KBO 공식 인스타그램 채널에서는 21일부터 팬들의 '야구의 날'에 대한 추억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여러분의 ‘야구의 날’은 언제인가요?>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들 중 추첨을 통해 총 823명의 당첨자를 선정하여 야구의 날 기념 키링을 증정할 예정이다.또한 23일 프로야구 정규시즌 경기가 펼쳐지는 전국 5개 구장(잠실, 고척, 문학, 대구, 창원)에서는 야구를 사랑하는 성악가들의 동시다발적인 애국가 제창으로 경기 시작을 알린다. 잠실에는 소프라노 허지연, 고척 바리톤 유동직, 문학 메조소프라노 최혜영, 대구 테너 하석배, 창원 테너 정의근 성악가가 함께한다.그 외에도 KBO와 CGV는 한화와 두산의 경기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생중계하고 선수들을 응원하는 뷰잉파티 행사도 열린다. 이날 뷰잉파티에는 허구연 KBO 총재와 각 구단의 레전드 선수인 정민철, 유희관 해설위원이 참석해 팬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 날 뷰잉파티를 관람하는 모든 팬들에게는 야구의 날 기념 키링이 무료로 증정된다.행사 및 이벤트 관련 자세한 내용은 CGV 홈페이지 및 KBO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8.21 10:11
프로야구

[IS 포커스] "영구결번 목표" 당당한 영건 트리오, 한화 암흑기는 헛되지 않았다

"저곳에 하나 더 걸어놓고 싶어요. 그래서 절대 (팬들에게) 안 잊히게 하고 싶어요."한화 이글스는 지난달 31일 대전 KT 위즈전 선발 투수로 황준서(19)를 올렸다. 그에겐 1군 데뷔전이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사구 5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값진 데뷔 승을 챙겼다.황준서의 장점이 유감없이 드러난 경기였다. 직구 스피드는 최고 149㎞/h(평균 145㎞/h)를 기록했다. 왼손 투수로는 KBO리그 정상급 속도다. 구속만 빠른 게 아니다. 구종이 단조롭다는 우려를 씻었다. 멜 로하스 주니어, 강백호 등 KT 중심 타자들은 결정구로 스플리터가 날아올 줄 알고도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구위보다 눈에 띈 게 배짱이다. 사구도 나왔고, 안타를 맞아 실점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황준서는 도망가지 않고 공격적인 투구를 이어갔다. 삼진을 잡을 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고 세리머니를 했다. 팀 4번 타자 노시환이 홈런을 치자 두 손을 번쩍 드는 등 리액션도 적극적이었다.황준서는 승리 후 구단 인터뷰를 통해 "솔직히 긴장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긴장했다"면서도 "하지만 그걸 그라운드에서 표현하지 않는 게 내 장점이다. 긴장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포수인) 최재훈 선배님이 '후회 없이 즐겁게 해라. 부담 갖지 마라. 아직 스무 살이니 스무 살답게 던져라'고 하셨다. 그래서 딱 스무 살답게 던졌다"라며 웃었다. 황준서는 한화가 암흑기의 대가로 얻은 자산이다. 앞서 지명한 문동주, 김서현과 함께 최하위를 기록하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은 투수다. 세 명 모두 암흑기를 견뎌낸 게 아깝지 않은 가능성과 실력을 증명하는 중이다. 지난해 신인왕인 문동주는 지난달 28일 올해 첫 등판에서 최고 158.8㎞/h를 찍으며 5이닝 2실점 투구로 승리를 챙겼다.문동주는 "시즌 전 (구속이 빠르지 않아) 나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 지우셔도 될 것 같다. 나답게 잘 던지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나만 빼고 모두 날 걱정하시는 게 내 걱정이었다. 기대치가 높아졌으니 걱정하시는 것도 당연"이라며 웃었다. 시즌 첫 등판이 늦어졌던 김서현도 지난달 31일 등판에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 올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세 영건의 재능이 뛰어난 만큼 꿈도 크다. 등번호 1번인 문동주는 입단식에서 "저곳(대전구장 영구결번 전시. 3루 내야석 상단 위치)에 내 등번호를 달겠다"고 했고, 54번을 단 김서현도 "영구 결번을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레전드의 산실'인 한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려 한다.'왼손 에이스' 김광현(SSG 랜더스)과 같은 29번을 단 황준서 역시 지난달 31일 승리 후 "일단 저곳(영구결번 위치)에 하나 더 걸어놓고 싶다. 그래서 (팬들에게) 절대 잊히지 않도록 하고 싶다"며 "금색 등번호로 29번을 하나 달아 어린아이들도 나를 기억하게 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과거 영구결번 선수들은 모두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특히 송진우(21번) 정민철(23번) 장종훈(35번)은 빙그레 이글스의 전성기, 한화의 1999년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반대로 한화의 암흑기도 영구결번 선수들과 이별에서 시작됐다. 장종훈, 정민철, 송진우가 차례로 은퇴한 뒤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한 차례(2018년)에 불과했다. 김태균(52번)이 은퇴한 후에는 한 번도 없다. 영구 결번을 다짐한 영건 트리오의 목표가 실현된다면, 한화의 '오래전 그날'도 다시 이뤄질 수 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4.02 14:30
프로야구

[류현진 탐구생활②] 게으른 천재? '현진스타일' 만든 제구력[창간 54]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KBO리그 신인 시절(2006년) 팀 선배 구대성으로부터 배운 체인지업을 바로 실전에서 구사하고, 주 무기로 만든 일화는 익히 알려졌다. 한화 시절 대선배였던 이상군 북일고 감독은 "구대성이 류현진에게만 체인지업을 알려줬을까. 다른 투수들도 정민철의 커브, 문동환의 스플리터를 배웠을 것이다. 결국 자신의 것으로 만든 건 류현진뿐이다. 그만큼 손재주가 탁월했다"라고 치켜세웠다. 짧게 그리고 밀도 있게한 야구인은 "류현진을 훈련을 많이 하는 선수로 보긴 어려웠다"라고 했다. 노력보다는 타고난 재능이 더 돋보였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류현진이 신인 시절 롤모델로 삼았던 '레전드 투수' 송진우 한화 이글스 전 투수코치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일반적인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선수는 아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쏟아내는 열정과 그 안에 내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항상 느껴졌다. 훈련 방법이 달랐던 것 같다"라고 했다. 송진우 코치는 류현진에 대한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송 코치는 "2006년 미국(하와이) 스프링캠프에서 처음에 봤을 때는 (류현진의) 살이 조금 찐 상태였다. 러닝도 열심히 하는 편이 아니었다. 솔직히 '운동을 게을리하는 선수가 아닐까'하는 의구심도 생겼다”라고 했다. 송진우 전 코치는 이내 자신의 오판을 인정했다. 불펜 피칭에 임하는 류현진의 표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조금 더 함께 생활한 뒤엔 자신만의 방식으로 등판을 준비하고, 좋은 성적까지 내는 류현진의 모습에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한화 시절 선배이자 류현진의 멘토였던 정민철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도 류현진 특유의 구종 습득과 등판 준비를 주시했었다. 정 위원은 "류현진은 손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그런데 새 구종을 습득한 시간에 비해 빠르게 실전에서 활용한다. 일반적인 훈련 스케줄 외 시간을 자신의 투구를 연구하는 데 많이 썼다.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 강화를 위해 개인 시간에 밀도 있게 훈련하던 모습을 나도 기억한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류현진은 누구보다 노력파다"라고 했다. 습득력만큼이나 탐구력도 뛰어난 선수였다고 한다. 창영초 시절 류현진을 지도한 이호영 전 코치는 "어느날 '어떤 부분이 문제였는지 아느냐'고 묻자 현진이가 '하체에 힘이 전달되지 않았고, 컨트롤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라고 답하더라. 현진이는 항상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대답했다"며 비범했던 까까머리 선수 류현진을 기억했다. 이 코치는 이어 "한 가지를 알려주면 스스로 궁리해서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더라. 프로에서도 투구 자세든 구종이든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 궁리하고 찾았을 것"이라고 했다. 류현진에게 체인지업을 전수한 구대성도 "류현진이 던지는 체인지업은 가르쳐 준 그립과 다르다. 배운 뒤 바로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로 바꿔서 던지더라"라고 했다. 레전드 투수도 놀란 개성연습 투구 방식도 남달랐다고 한다. 정민철 위원은 "보통 투수들은 구속이나 공의 회전을 점검한다. 그런데 류현진은 마운드가 아닌 평지에서 공을 던졌고, 홈에서 마운드까지 거리(18.44m)보다 짧은 거리에서 가볍게 던지는 연습을 주로 했다. 영점(제구)을 잡는 방식이 조금 특이했다"라고 했다. 송진우 전 코치에게 이 일화를 묻자 그도 "(류)현진이가 어느 순간부터 (선발 등판 사이) 불펜 피칭을 하지 않았지만, 등판을 준비하며 뭔가 연구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나는 현진이가 더그아웃 바로 앞에서 불펜포수도 아닌, 김준기 전력분석원을 세워 두고 가볍게 체인지업과 커브에 회전을 주는 연습을 자주 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돌아봤다. 정민철 위원과 송진우 전 코치 모두 "결국 중요한 건 좋은 투구를 하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준비했는지 마운드 위에서 증명했다"라고 웃어 보였다. 류현진은 빅리그에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했다. 류현진은 LA 다저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MLB) 첫 스프링캠프를 소화한 2013년 2월, 단체 러닝에서 낙오해 현지 기자들의 의구심을 샀다. 흡연도 구설수에 올랐다. 등판을 앞두고 불펜 피칭을 하지 않는 그의 루틴까지 색안경을 보는 시선이 있었다. 정작 류현진은 외부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고, 팀 주축 선발 투수를 넘어 사이영상 후보까지 오르며 정상급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일본 리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용병' 경험을 한 정민철 위원은 "보통 외국인 선수는 현지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것을 깨뜨리기도 한다. 그런데 류현진은 생활부터 가치관을 유지하고 고수했다. '그저 야구장에서 잘 하면 된다'라는 마음가짐이 엿보였다"라고 전했다. 류현진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동료와 지도자 다수가 "낙천적이고, 넉살 좋고, 털털하다"라고 답한다. 그래서일까. 독기를 품고 야구를 대하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은사' 김인식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류현진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철저하게 하는 선수다. 겉보기와 다르다"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류현진과 비시즌 훈련을 함께 한 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안우진도 "운동 전후로는 말도 많이 하고 많이 웃지만, 운동이 시작되면 표정부터 달라지더라. 운동 집중력에 감탄했다"라고 했다. 자신만의 방식을 밀고 나가는 뚝심과 남다른 집중력. 류현진의 특별한 제구력의 원천 중 한 가지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9.26 06:20
프로야구

[김종문의 진심 합심] 트레이드의 심리학2

2020년 8월5일 대전구장, 점심 때가 막 지날 무렵입니다. 평소보다 서너 시간 일찍 도착했습니다. 출입문에서 11시 방향으로 중앙 계단이 있고 그 아래 작은 방이 있습니다. 저는 곧장 그리로 갔습니다. 과거 내빈실로 쓰던 곳으로, 포수 후면석 설치 이후 밀실이 된 공간입니다. 미디어 동선과 분리돼 있습니다. 창문 하나 없는 그 곳이 마치 워룸 (war room)처럼 느껴졌습니다. 2개월간 끈 한화와의 트레이드 협상 마지막 날의 기억입니다.정민철 한화 단장이 이내 들어옵니다. 둘 뿐입니다. 평소 차분하고 논리적인 상대는 "여론으로 급해졌다"는 말을 꺼냅니다. 불펜 투수가 급한 저였지만 상대도 시즌 최다패 불명예를 걱정합니다. 그만큼 서로 솔직해 졌고, 공감의 쓴웃음을 주고받은 것이 기억납니다. 한화는 우리 팀 1라운더 두 명을 협상의 전제로, 내-외야수도 끼우길 계속 원합니다. 그러나 둘 중 한 명은 당시 우리 팀 핵심이었습니다. 그 순간 '아랫 돌 빼서 윗돌 고인다'는 속담이 떠올랐습니다. 원하는 선수 얻겠다고 1위팀 스쿼드를 흔들 순 없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 제 내면에선 다른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뭣이 중한데'라고 속삭입니다.'‘지금 불펜 구멍은 내부 자원으론 못 막는데 어쩌려고'라는 걱정과 '오늘 여기서 매듭짓고 싶다'는 유혹이 고개를 듭니다.이럴 때를 위해 준비한 자료를 꺼냅니다. 그간 협상에서 보인 상대의 의중을 고려하고 우리 팀 내부 의견을 정리한 최종안입니다. 누군가 협상의 전권을 가졌어도 마지막 순간 자의적 판단을 줄이려는 장치였습니다. 마지막 카드는 우리의 또 다른 1라운더 출신 투수와 포수를 묶은 안이었습니다. 여기에 키스톤 백업 내야수를 추가 카드로 쥐고 있었습니다. "6월 협상 때 (한화가) 원하던 1라운더는 이제 팀 핵심입니다. 그땐 우리도 망설였지만 지금은 불가능합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오히려 상대의 트레이드 의지를 물었습니다. "무엇을 얻고 싶으세요? 즉시 전력 선수입니까, 미래 자원입니까, 1라운더입니까." 시즌 마치면 떠날 대표의 입장 대신 팀 레전드 출신인 단장의 안목을 지지합니다. 핵심 마무리 투수를 내준다는 상대팀 명분을 고려, 우리의 백업 투·타 자원을 활용해 1대4규모까지도 맞춰 주겠다고 했습니다. 대신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 내일 점심 전까지 답이 없으면 판을 접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화와 협상은 그렇게 끝납니다. 다음날 난처해 하는 협상 파트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협상은 낭떠러지에 놓인 외나무다리를 건너듯 위태롭습니다. 다른 채널을 준비하지 않으면 급할 수록 지는 싸움입니다. 손해 볼까 두렵고, 문이 닫힐까 조바심 납니다. 그래도 병렬 진행한 나머지 3개 팀 (KIA, SK, 삼성)과의 다른 길이 있었기에 선을 넘지 않았습니다. 트레이드 마감 (그해는 코로나로 개막이 미뤄져 트레이드 시한도 8월15일로 변경)까지 꼭 열흘 남았습니다. 다음 원정 경기가 열린 광주로 건너가 협상을 마무리합니다. 데드라인 사흘 앞둔 8월 12일, 밤 9시를 넘겨 KIA와 2대2 트레이드를 발표합니다. 여기도 우여곡절이 많습니다만…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습니다. 큰 잠재력을 알지만 당장 우리가 못쓰는 자원이기에 희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현재와 미래는 그래서 트레이드 오프 (trade off) 관계입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저명한 마이클 포터 교수도 트레이드 오프를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유망주를 끝까지 데려 간다고 모두 숙성된 와인이 되지 않습니다. 매몰비용 (투자한 계약금과 공들인 시간 등)이 아깝지만 이미 지난 일이고, 남은 건 감정입니다. 행동 경제학에선 의사결정 시 매몰비용을 제거하고 어떤 확률이 클지 살펴 보라고 제안합니다.불같이 타오르는 선수(hot hand)도 조심해야 합니다. 갑자기 좋은 성적이 지속될 거라는 믿음은 표본을 생각하지 않은 근시안입니다. 좋은 의사결정은 감정이나 선동을 배제하고 현 상태에 제대로 점수를 매기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여럿의 생각과 의견이 수평적으로 나눠져야 합니다. 저의 급한 성격을 눌러준 동료 선후배가 지금도 고맙습니다.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3.07.24 07:30
프로야구

팬 서비스...그 어려운 걸 취임 일성으로 전한 신임 단장

지난 8일 선임된 심재학(51) KIA 타이거즈 신임 단장은 ‘팬 퍼스트’를 강조했다. 9일 공식 취임 인터뷰를 앞두고 말을 아끼면서도 “팬이 납득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야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최준영 야구단 대표이사와의 면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팬이라고 강조했다고. 경기력은 보통 선수단 구성이나 감독의 운영 능력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팬이 가장 원하는 건 야구단 내 구성원의 일탈 행위 없이, 프로 정신을 잃지 않고, 가능한 많이 이기는 것이다. 물론 이게 어렵다. 팬이 납득할 수 있는 야구를 실현하는 건 현장 선수와 지도자의 몫이다. 단장은 보통 선수 육성과 영입, 구성원에 구단 운영에 비전을 제시해 사기를 북돋우는 일을 한다. 단장이 역량을 발휘해 팬 퍼스트를 실현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현재 KIA는 포수 트레이드가 우선 과제다. 새 단장이 정해지자, 포수진의 약한 공격력에 아쉬움을 갖던 KIA팬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주전급 포수 2명을 보유한 삼성 라이온즈가 구체적인 협상 대상자로 거론되면서 말이다. 실제로 심 단장이 KIA팬에게 줄 수 있는 취임 기념 선물로 딱 알맞다. 그가 말한 팬들이 즐거운 일이 실현되는 것. 물론 일례다. 올 시즌 초반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시속 160.1㎞/h 강속구를 던지는 문동주(한화 이글스)다. 2년 차 투수가 현재 리그 넘버원으로 인정받는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와 비견되고 있다.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김서현도 있다. 그도 파이어볼러다. 신인 선수 지명은 스카우트들이 오랜 시간을 공을 들여 만든 보고서에 단장이 사인을 하며 결정된다. 아무리 안목이 뛰어난 베테랑 스카우트를 보유하고 있어도, 단장의 오판에 의해 특급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유망주를 놓친 구단도 있다. 모든 단장이 같은 입장이다. 실력과 매력을 모두 갖춘 신인 선수를 뽑거나, 팀 내 유망주의 체계적인 성장을 이끄는 게 야구팬을 즐겁게 만드는 기초 공사다. 심재학 단장 앞에 놓인 비교적 큰 숙제다.방송사 해설위원 이력이 있는 야구인의 단장 부임이 이어지고 있다. 차명석 현 LG 트윈스 단장, 정민철 전 한화 이글스 단장, 양상문 전 LG 단장, 이숭용 전 KT 위즈 단장 등. 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도 메이저리그(MLB) 구단 스카우트 이력이 더 주목받지만, 잠시 마이크를 잡았다. KBO리그 대표 레전드 박용택·김태균도 현재 해설위원을 하고 있다. 선수 시절 각각 LG와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이들은 은퇴 뒤 현장에서 한 걸음을 떨어져 있길 바랐다. 그러면서도 다른 구단들의 운영을 어깨너머로 볼 수 있는 기회에 의미를 부여했다. 해설위원 활동은 시야를 넓힐 수 있다는 게 경험자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해설위원 시절이나 KBO(한국야구위원회) 자문위원 활동 등 그동안 심 단장의 행보를 돌아봤을 때 꽤 학구적인 야구인으로 보인다. 물론 10년 동안 코치를 맡아 현장 경험도 풍부하다. 야구인 심재학은 이제 코치나 해설위원, 기술위원이 아니다. 야구단 운영 부문 책임자다. 그동안 현장 안팎에서 쌓은 모든 경험을 팬 퍼스트를 위해 쏟아야 할 것 같다. 그 어려운 팬 퍼스트 실현을 취임 일성으로 내세웠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5.0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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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초 1500타점·선발 170승...최형우-양현종이 향하는 대기록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KIA 타이거즈가 ‘난적’ 삼성 라이온즈 3연전을 모두 잡고 도약 발판을 만들었다. ‘리빙 레전드’ 듀오가 투·타 기둥다운 역할을 해줬다. KIA는 지난 21일부터 열린 삼성과의 홈(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3연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1차전에선 2-4로 지고 있던 9회 말 주자 2명을 두고 나선 최형우가 끝내기 3점 홈런을 쳤다. 2차전에선 에이스 양현종이 5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6-2 승리를 이끌었다. 3차전에선 최형우가 1회 말 선취 타점과 7회 말 달아나는 솔로 홈런을 치며 5-3 승리를 견인했다. 데뷔 21년 차 ‘맏형’ 최형우와 17년 차 ‘현역 최다승 투수’ 양현종. 두 선수는 이번 3연전에서 대기록도 세웠다. 양현종은 2차전 승수 추가로 송진우·정민철(이상 은퇴)에 이어 역대 3번째로 개인 통산 160승을 거둔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선발승을 기준으로는 158승을 거두며, 157승이었던 정민철을 제쳤다. 최형우는 3차전 첫 타석에서 개인 통산 465번째 2루타를 쳤다. 이 경기 전까지 464개를 기록, 어깨를 나란히 했던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을 2위로 밀어냈다. KIA는 올 시즌 초반 고전하고 있다. 타선이 가라앉았고, 불펜진도 계속 흔들렸다. 삼성 3연전 전까지 4승 10패를 기록하며 리그 10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도약이 필요한 시점에 주축 선수들이 공격과 마운드를 이끌며 반등했다. 두 선수 모두 예상보다 잘 해주고 있다. 양현종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불펜 투수 임무를 수행하느라, 투구 수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즌 초반 실전 감각 저하를 안고 나서야 했다. 하지만 22일 삼성전 전에도 2경기 연속 7이닝을 막아내며 4점 이상 내주지 않았다. 관록과 투지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최형우는 나이가 변수였다. 우리 나이로 마흔한 살. 선수 자신도 전성기 기량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2일 개막 2번째 경기에서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23일 삼성전까지 타율 0.312를 기록,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나이를 지웠다. 두 선수는 또 대기록을 향한다. 양현종은 2승만 더하면 정민철(161승)을 제치고 통산 다승 단독 2위가 된다. 6승을 추가하면 송진우가 보유한 현재 최다 선발승(163승)도 갈아치울 수 있다. 역대 최초 선발 170승 달성 역시 늦어도 다음 시즌에는 가능해 보인다. 최형우는 올 시즌 11타점을 추가, 통산 1472타점을 기록했다. 전반기 안에 이승엽이 보유한 역대 1위(1498개)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초 1500만 타점 돌파도 눈앞이다. 선수에겐 동기부여, 팀은 집중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기록은 그런 것이다. KIA는 지난 시즌(2022)도 3~4월은 10승 14패로 7위였지만, 5월 한 달 동안 18승 8패를 기록하며 월간 승률 1위에 오르며 반등했다.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황대인의 타격감이 살아나면 더 좋은 경기력이 기대된다. 더 떨어지지 않는 게 중요했던 4월 레이스. 최형우와 양현종이 팀을 지켜냈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4.2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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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 '느림'이 빚은 문동주 '160.1㎞' 광속구

마침내, 드디어 한국야구가 시속 160㎞ 고지에 도달했다.문동주(20·한화 이글스)는 지난 1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1회 말 박찬호 타석에서 시속 160.1㎞(스포츠투아이 기준) 강속구로 3구 삼진을 잡았다. 장내 전광판에는 시속 159㎞가 찍혔고, 중계 방송사 구속에는 시속 161㎞가 나왔다. 마흔두 번째 시즌을 맞은 KBO리그의 역사에서 한국인 투수가 시속 160㎞ 공을 던진 건 처음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최대성(당시 롯데 자이언츠)이 2012년 9월 7일 한화전에서 기록한 시속 158.7㎞다. KBO리그 최고 에이스로 군림하고 있는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 지난해 9월 30일 SSG 랜더스전에서 시속 158.4㎞를 던져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기록이 없었던 건 아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시절 자체 스피드건으로 최고 시속 163㎞까지 찍은 바 있다. 임창용 역시 일본프로야구(NPB)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절 마의 시속 160㎞ 고지에 도달했다. 2009년 5월 15일과 16일 한신 타이거스전에 등판했던 임창용은 2경기에서 모두 최고 시속 160㎞ 기록을 남겼다. KBO리그에서는 전 SK 와이번스(현 SSG) 투수 엄정욱이 2군(퓨처스리그)에서 최고 시속 163㎞를 기록했으나 공인 기록은 아니었다. 걸출한 레전드들도 닿지 못한 고지에 스무 살 투수 문동주가 도달했다. 문동주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그는 지난 2022 신인 1차 지명을 통해 한화에 입단했다. 고교 3학년 때 이미 최고 시속 154㎞를 기록한 최대어였다.광속구를 던진 바탕에는 유전자를 빼놓을 수 없다. 문동주의 부친 문준흠 육상 감독은 투척(해머던지기) 국가대표 출신이다.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1 세계선수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했고, 현재도 장흥군청 육상팀 감독을 맡고 있다. 문 감독은 아들 문동주에게 해머 대신 강속구를 던지는 어깨와 건장한 체격(1m88㎝·97㎏)을 물려줬다.유전이 전부가 아니다. 아버지의 영향은 오히려 멘털에서 드러났다. 광주화정초 코치와 고교 사령탑으로 그를 지켜본 오철희 진흥고 감독은 "동주는 정신적인 부분에서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체육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인지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해력이 뛰어났다. 성실하고 착한 인성도 아버지로부터 좋은 부분만 배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타고난 천재'는 아니었다. 오철희 감독은 "초등학교 때 동주는 기본기가 참 좋은 선수였다. 유연성이 뛰어났고 기본기가 확실했다"면서도 "무등중 시절 성장이 더뎠다. 근력이 약해 빛을 보지 못했다. 입학 당시 구속이 시속 130㎞대 중반 정도였다"고 떠올렸다.진흥고 진학 후 본격적으로 꽃이 폈다. 입학하기 3~4개월 전 진흥고에 합류한 문동주는 하체부터 다졌다. 오철희 감독은 "당시 동주가 성장판이 덜 닫힌 상태였다.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 대신 하체 운동과 보강 훈련에 집중했다"고 전했다.오철희 감독은 "중학교 때 많이 던지지 못했으니 선수도, 부모님도 욕심이 날 법했을 것이다. 그런데 서두르지 않았다. 부모님은 고등학교 1학년만 야구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며 아들을 믿었다. 나도 초등학교 때부터 지켜본 그의 성장 가능성을 믿었다. 동주도 그에 따라 차분하게 훈련을 따라줬다"고 설명했다.대신 지식과 멘털을 키웠다. 문동주는 서한중 당시 진흥고 투수 코치의 지도 아래 이론 훈련과 부상 방지 교육을 충분히 받았다. 오철희 감독은 "그때 받은 수업이 강한 어깨를 만든 데 보탬이 된 것 같다. 동주가 중학교 때 또래 친구들에 밀리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었다. 고교 때는 기를 펼 수 있게 도왔다. 당시 에이스였던 김윤식(LG 트윈스)의 투구를 보면서 멘털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렇게 최대어 문동주가 만들어졌다. 고교 2학년 때 최고 시속 148㎞를 기록한 그는 3학년 때 드디어 전국구 에이스가 됐다. 그러나 연고팀 KIA는 1차 지명에서 또 다른 최대어 유격수 김도영을 선택했다.연고 지명 대신 전국 지명을 선택한 한화 스카우트팀은 쾌재를 불렀다. 당시 대형 투수 지명이 간절했다고 떠올린 정민혁 한화 스카우트팀장은 "문동주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던 선수였다. 신체 능력치도 좋고 피칭 메커니즘도 부드러웠다. 안 좋을 이유를 찾는 게 힘든 선수"라며 "고등학교 입학 후에야 본격적으로 투수를 했는데 매해 구속이 빨라졌다. 몸도 계속 성장했다. 2학년 때는 스피드만 빨랐는데, 3학년 때는 구속도 더 오르고 마운드에서 여유도 생겼다"고 했다.최하위 팀 입단이 문동주의 발목을 잡게 된 건 아닐까. 오철희 감독은 오히려 한화의 공을 치켜세웠다. 오 감독은 "한화의 공이 정말 크다. 한화는 지명 당시 '우리는 미래를 보고 선수단에 투자한다. 당연히 1군에서 기용하겠지만, 무리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그대로 지켜주고 있다"고 전했다.실제로 한화는 단 한 번도 서두르지 않았다. 12월생인 점, 전업 투수 경험이 짧은 점, 청소년 대표팀을 뛴 점까지 고려해 1군 스프링캠프 대신 2군 캠프에서 재활 훈련과 휴식을 우선했다. 투구 수를 세심하게 관리했고, 시즌 중 부상을 입자 회복 기간도 최대한 길게 잡았다. 최원호 한화 퓨처스팀 감독은 "구단은 문동주에 대해 장기적 로드맵을 수립, 처음부터 조심스럽게 다뤘다. 동주 같은 선수는 현장에서 임의로 건드리지 않는다. 다만 투구 시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어 구단과 논의해 밸런스만 조금 잡았다"고 전했다.최원호 감독은 "보통 투수는 20대 중반까지 매년 근력이 상승한다. 프로에 와 고등학교 때보다 체계적인 트레이닝과 관리를 받으면 근력이 증가한다. 동주는 증가 폭이 큰 편"이라며 "투구 동작에서도 끊김 없게 연결 동작이 매끄럽게 진행된다. 다리를 들고 나가는 스트라이드 과정도 밸런스가 좋다. 입단 당시에는 공을 뿌리는 시점에서 축을 형성하는 앞다리의 힘이 약했는데, 지금은 보완돼 지지대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바이오 메커닉으로 보면 투구 동작이 상당히 안정됐다"고 설명했다.최원호 감독은 "과거에는 지도자 성향에 따라 투수의 폼을 많이 손대는 경우가 많았다. 잘된 케이스도 있지만, 잘 풀리지 않은 케이스가 훨씬 많았다. 정민철 전 단장과 나는 신인 투수가 입단했을 때 밸런스를 잃어버렸거나, 스트라이크를 못 넣는 게 아니면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자고 결정했다"고 했다. 시속 160㎞는 문동주의 종착점이 아닌 출발점이다. 올 시즌 1승 1패 평균자책점 1.64를 기록 중인 그는 사실상 한화의 에이스다. 최원호 감독은 "1~2년 정도 경험하면 운영 능력이 향상될 거다. 20대 중반 정도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투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민혁 팀장도 "대한민국 1선발로 클 투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성이 너무 훌륭하다. 후배들이 동주를 롤 모델로 삼고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제2의 문동주도 나올 수 있을까. 이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투수들의 강속구에 완패한 한국 야구 전체의 숙제다. 문동주가 더 성장하고, 그와 경쟁할 투수들이 나와야 한국 야구의 체질이 강해질 수 있다. 오철희 감독은 "어디에서 훈련해도 기본적인 기술 훈련은 비슷하다. 대신 받아들이는 능력을 키우려면 이론 공부도 필요하다. 동주도 서한중 코치와 연구도 하고, 다치지 않는 방법을 배운 게 큰 자산이 됐다. 앞으로 지도자와 선수들이 신중하게 고민하고, 더 공부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최원호 감독은 "좋은 기술과 하드웨어를 가진 선수를 영입하고, 이들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분석해 장기 로드맵으로 이끄는지가 중요하다. 20대 초반 투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혹사를 막고 20대 중반에 정점을 맞게 키울 수 있다"고 바라봤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4.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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