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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2~3마디 정도 짧게 잡았다" 고명준의 발 빠른 대처와 감보아 상대 2안타 [IS 피플]

오른손 타자 고명준(23·SSG 랜더스)의 발 빠른 대처가 빛났다.고명준은 지난 14일 열린 인천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4타수 2안타(2루타 1개)를 기록했다. 팀이 2-4로 패해 활약을 조명받지 못했지만, 강속구 투수 롯데 선발 투수 알렉 감보아(28)를 상대로 멀티 히트를 해냈다. 이날 감보아는 최고 156㎞/h 강속구를 앞세워 6이닝 7피안타 6탈삼진 1실점 쾌투로 시즌 3승(1패)째를 따냈다.눈여겨볼 부분은 고명준의 대처였다. 이날 4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고명준은 1회 첫 타석 5구째 투수 땅볼로 아웃됐다. 하지만 4회 두 번째 타석 중전 안타(직구)에 이어 6회 세 번째 타석에선 좌중간 2루타(커브)를 때려냈다. 타석을 거듭할수록 감보아에게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고명준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첫 타석부터 평소보다 배트를 짧게 잡았다. 빠른 공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이었는데 두 번째 타석에선 (더 빠르게 배트를 휘둘러야겠다고 생각해 보통 타석과 비교하면) 2~3마디 정도 더 짧게 잡았다"라고 말했다. 감보아는 구속만큼 릴리스 포인트도 까다롭다. 몸을 최대한 활용해 높은 릴리스 포인트를 만들어내는데 이게 강속구와 맞물려 강력한 무기로 재탄생한다. 선수들 사이에선 "스트라이크 높은 쪽 코스를 대처하기 어렵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숭용 SSG 감독도 "릴리스 포인트가 높고 직구에 스피드가 있다. 아마 타석에서 봤을 때는 스트라이크로 생각했던 게 다 높게 떠서 볼이 됐을 거"라고 말했다. 고명준도 평소 하던 대로 타격했으면 감보아 상대로 고전했을 수 있다. 하지만 장타를 의식하지 않고 콘택트에 집중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명준은 프로 4년 차였던 지난 시즌 '주전'으로 도약했다. 2루수 정준재와 함께 이숭용 감독이 믿고 키우는 내야 자원 중 하나. 올 시즌에도 주전 1루수로 출전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 초반 주춤하던 타격감을 끌어올려 최근 8경기 타율이 0.394(33타수 13안타)에 이른다. 최근 10경기 중 7경기에서 멀티히트. 시즌 타율도 0.283(233타수 66안타)로 준수하다. 고명준은 "감독님이 경기에 꾸준히 내보내 주시니 타격감도 올라오는 거 같다"라고 공을 돌렸다. 감보아의 대처법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것도 벤치의 신뢰가 한몫한다. 범타로 물러나더라도 교체 없이 출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고명준의 성장을 돕고 있는 셈이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5.06.17 01:00
프로야구

"이번 주는 안 될 거 같다" 허리 통증 위즈덤, 대구 원정 합류 불발…시간 더 필요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34·KIA 타이거즈)의 1군 복귀까진 시간이 좀 더 필요할 전망이다.이범호 KIA 감독은 20일 수원 KT 위즈전에 앞서 위즈덤의 복귀 시점에 대해 "이번 주는 안 될 거 같다. 다음 주 화요일(27일)을 보고 지금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위즈덤은 허리 통증 문제로 지난 13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황. 이번 주말 예정된 삼성 라이온즈(대구)와의 원정 3연전 때 복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는데 쉽지 않다. 이 감독은 "(트레이닝 파트에서) 조금 더 천천히 가야 할 거 같다고 얘길 해서 그럴 거 같으면 주말보다는 다음 주 주중으로 해서 한번 컨디션을 체크해볼 생각"이라고 부연했다.위즈덤은 부상 전까지 시즌 35경기에 출전, 타율 0.240(121타수 29안타) 9홈런 26타점을 기록했다. 타율과 득점권 타율(0.216)이 높은 건 아니지만 팀 내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내며 장타율 0.537을 마크했다. 중심 타자 나성범(종아리 부상)에 이어 위즈덤까지 빠지니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범호 감독도 "다른 팀이 느낄 때 외국인 선수가 있는 거하고 없는 거하고 팀 자체가 달라 보일 거다. 아무래도 중심에서 위즈덤이 (김)도영이하고 (최)형우하고 같이 있어 주는 게 훨씬 더 좋은 상황"이라며 "(나)성범이가 있으면 중심에 4~5명이 모여 다른 팀한테는 부담이 클 거다. 아무래도 잘 치든 못 치든 주전 선수들이 (라인업에) 들어가 있으면 (상대) 팀이 부담을 느끼는 건 당연하기 때문에 그런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위즈덤은 부상 전까지 주로 2번 타자·1루수를 맡았다. 그가 빠진 2번 타순은 김선빈·오선우·최원준·박찬호가, 1루 수비는 변우혁·오선우·김규성 등이 커버하고 있다.위즈덤은 현재 퓨처스(2군)리그 일정을 소화하지 않고 치료에 전념하는 중이다. 지난 11일 인천 SSG 랜더스전이 마지막 실전인 상황. 이범호 감독은 "주말에 퓨처스에서 한두 경기 정도 뛰어보고 판단한다고 트레이닝 파트에서 했다. 그때 괜찮다고 하면 주중에 올릴 생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5.05.21 09:22
프로축구

돌아온 ‘정승원 더비’, 흐름 반전해야 하는 대구-서울

프로축구 K리그1 대구FC와 FC서울의 ‘정승원 더비’가 2개월 만에 열린다. 대구와 서울은 오는 18일 오후 4시 30분 대구iM뱅크PARK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14라운드를 벌인다. 리그 10위 대구(승점 11)와 9위 서울(승점 15)의 대결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지난 3월 29일 열린 시즌 첫 맞대결 때문이다. 당시 서울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서 1-2로 뒤지다 후반 45분 뒤 2골을 몰아쳐 짜릿한 역전승에 성공했다. 해당 경기에서 논란의 ‘역주행 세리머니’가 탄생했다.미드필더 정승원이 멋진 발리 슈팅으로 동점 골을 넣은 뒤 대구 팬들을 찾아가 세리머니를 펼친 것이다. 굳이 경기장 반대편 진영까지 전력 질주해 세리머니를 펼친 그의 행동은 큰 화제가 됐다. 축구 팬들은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 공격수 에마뉘엘 아데바요르(토고)의 역주행 세리머니를 떠올렸다. 정승원은 이후 팀의 역전 골을 도우며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정승원은 지난 2016년 대구에서 데뷔해 스타 선수로 떠오른 바 있다. 다만 코로나19 시기 방역 수칙 위반 논란에 이름을 올리고, 이후엔 계약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세리머니에 대해 “내가 더 성장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아이러니한 건 ‘역주행 세리머니’ 후 두 팀은 나란히 하락세를 탔다. 당시 3연패였던 대구는 구단 최다인 리그 7연패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박창현 감독도 지휘봉을 내려놓고, 현재는 서동원 감독 대행 체제로 일정을 소화 중이다. 최근 3경기선 1승 1무 1패다. 에이스 세징야의 부상 공백은 여전히 뼈아프다. 외국인 수비수 카이오(3골), 공격수 에드가(2골)의 분전이 위안이다. 서울 역시 리그 7경기 무승(4무 3패) 늪에 빠졌다. 많은 슈팅을 시도하고도 결정력 부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의 가장 마지막 리그 경기 승리가 2달 전 대구전이다. 대구는 안방인 대구iM뱅크PARK에서 설욕을 다짐한다. 서울은 좋은 기억을 되살려 최근 무승 늪에서 탈출해야 한다. 이 경기는 프로축구연맹 선정 '매치 오브 라운드'로도 꼽혔다.김우중 기자 2025.05.16 11:01
스포츠일반

박주봉 감독과 첫 호흡 '따봉'...안세영, 날개 달았다 [IS 포커스]

'셔틀콕 여제' 안세영(23·삼성생명)이 더 강해진다. 박주봉(61) 국가대표팀 총감독과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여자단식 랭킹 1위 안세영은 지난달 27일부터 일주일 동안 중국 샤먼에서 열린 2025 세계혼합단체선수권대회(수디르만컵) 일정을 소화했다. 3월 전영오픈에서 당한 오른쪽 허벅지 부상을 다스리고 나선 국제대회 복귀전이기도 했다. 이 대회는 남자단식·여자단식·남자복식·여자복식·혼합·복식 순으로 5판을 치러 3판을 먼저 이기는 쪽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안세영은 캐나다와의 조별리그(B조) 2차전부터 여자단식 주자로 출전, 5경기 연속 게임 스코어 2-0 승리를 거두며 부상 후유증 우려를 지웠다. 특히 4일 열린 중국과의 결승전에서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2위이자 지난해 안세영에게 2패를 안겼던 왕즈이에 완승을 거두기도 했다. 한국은 결승전에서 중국에 1-3로 패했지만, 안세영은 여전히 최강자다운 기량을 보여줬다. 전영오픈 이후 재활 치료에 매진한 안세영은 이번 수디르만컵에서 처음으로 박주봉 총감독과 호흡했다. 박 감독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복식,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배드민턴 레전드 중 한 명이다. 일본 배드민턴 부흥기를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그는 4월 초 공석이었던 한국 대표팀 총감독에 선임됐다. 안세영은 수디르만컵에 앞서 "그동안은 감독님을 적으로 만났는데, 이제는 우리의 감독님으로 계시는 것이다. 든든하게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박주봉 감독도 "(안세영은) 이미 성장이 이뤄진 선수다. 안세영 시대가 열렸다고 본다"라며 기대감을 전한 바 있다.사제지간이 된 안세영과 박주봉 감독은 안세영의 복귀전이었던 4월 28일 캐나다전부터 시너지를 발휘했다. 당시 안세영은 랭킹 21위 미쉘 리와의 2게임에서 고전했는데, 박 감독은 작전타임에 안세영을 향해 "너무 편안하게 (경기를) 하니까 다음 동작이 늦어진다. '때린다'라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라는 조언을 했다. 이후 안세영은 공격적으로 나섰고 바로 주도권을 되찾아 2게임을 승리로 마무리했다. 안세영은 5일 귀국 인터뷰에서 "체력이 떨어지고, 느려졌을 때 감독님께서 '네가 편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때 내가 느려졌고,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안세영은 상대 팀(일본) 사령탑으로 마주할 때도 박주봉 감독에게 친근한 마음을 느꼈다고 한다. 여느 감독과 달리 먼저 친근하게 다가오는 박 감독에 대해 "재미있게 장난도 많이 하시고, (선수들을) 즐겁게 해주신다. 앞으로 많은 도움을 받게 될 것 같다"라며 반겼다. 안세영은 6일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경기장과 한국에서 보내주신 응원에 무척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훈련으로 돌아갈 때네요. 곧 다시 뵙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을 남겼다. 올 시즌 출전한 5개 국제대회에서 25연승을 거둔 안세영은 오는 27일 열리는 싱가포르 오픈에 참가, 개인전 5연속 우승을 노린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5.08 06:00
프로야구

'오명진 그랜드슬램' 시범경기 타격왕 터졌다...두산, 롯데 잡고 2연패 탈출 [IS 잠실]

'시범경기 타격왕' 오명진(24·두산 베어스)의 방망이가 불붙기 시작했다.두산은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를 13-4로 크게 이겼다. 이날 경기 전 롯데에 당한 2연패를 끊은 두산은 시즌 12승(16패)째를 수확했다.4회 초까지 0-0으로 팽팽했던 경기는 오명진의 한 방으로 타격전으로 변했다. 이날 6번 타자로 출전했던 그는 4회 말 1사 만루 상황에서 롯데 왼손 투수 송재영의 초구 슬라이더를 통타해 흐름을 가져오는 만루 홈런으로 연결했다. 타자의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노렸던 송재영의 슬라이더가 몸쪽 실투로 들어갔고, 오명진이 이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 너머로 쏘아 올렸다. 오명진에겐 여러모로 뜻깊은 홈런포다. 2020년 입단한 오명진은 올 시즌 전까지 1군 9경기에만 출전해 하나의 안타도 때리지 못했다. 올해 기회가 왔다. 허경민(KT 위즈)이 이적하면서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시범경기 타율 0.407(1위)로 개막전 2루수 자리를 차지했다.최근 오명진의 타격감은 시범경기 때와 비슷하다. 개막 후 이달 10일까진 타율 0.111로 부진하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그는 23일 1군에 돌아온 후 5경기에서 하루(25일)를 제외하면 모두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26일엔 변화구를 쳐 안타도 만들었다. 조금씩 경험이 쌓인다면 1군에서 뛸 수 있는 선수로서 존재감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첫 안타도 없었던 그가 이제 첫 홈런까지 기록, 당당히 1군 선수로 안착하게 됐다. 오명진의 활약은 직전 2경기 6득점에 그쳤던 두산 타선이 폭발하는 도화선이 됐다. 두산은 오명진의 만루포 이후에도 김기연의 1타점 2루타, 정수빈의 1타점 적시타로 6-0까지 달아났다.롯데는 곧바로 전준우의 솔로포, 전민재의 1타점 2루타 등 3득점 반격했지만, 2연패를 끊고자 한 두산의 의지가 더 강했다. 두산은 5회 말 오명진의 2루타에 볼넷 2개를 더해 만루 기회를 잡았고, 김기연의 희생플라이와 박준영의 2타점 2루타로 쐐기를 박았다. 이어 7회 초 1실점 뒤엔 다시 4득점 빅이닝을 터뜨리며 대승을 자축했다. 오명진은 이번 빅이닝에도 2타점 2루타로 힘을 보탰다. 오명진이 4타수 3안타(1홈런) 1볼넷 6타점 2득점으로 타선을 이끈 가운데 마운드에선 왼손 최승용이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3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그는 지난달 26일 KT전에서 팀의 시즌 첫 승 경기 승리 투수가 된 바 있다. 이후 승운이 따르지 않았으나 타선 지원을 받고 5경기 만에 2승을 챙겼다.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5.04.27 17:23
배구

'빅게임 세터' 면모 증명...염혜선 "어쩌면 주인공은 우리" [IS 스타]

빅게임 세터. 정관장 염혜선(34)이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을 드라마로 만들었다. 염혜선은 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챔프전·5전 3승제) 4차전에 선발 출전, 정관장의 세트 스코어 3-2(25-20, 24-26, 36-34. 22-25, 15-12) 승리를 이끌었다. 변함없이 폭발적이었던 주포 메가왓티 퍼위티(38득점), 반야 부키리치(28득점)의 공격을 지원했고, 미들 블로커 정호영과 박은진을 활용한 중앙 속공으로 상대 블로커를 흔들었다. 두 차례 패스 페인트 공격으로 알토란 같은 득점을 해냈다. 1·2차전에서 패한 정관장은 3차전에 이어 4차전까지 잡고 시리즈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엄혜선은 오른쪽 무릎 부상을 안고 있다. 그러면서도 코트를 지키며 '야전 사령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도 그의 노련한 경기 운영과 투혼에 감탄했다. 염혜선은 3차전에서 정관장의 3-2 승리를 이끈 뒤 "챔프전에서 악역이 되기로 했는데, 이제 한 번 해냈다"며 웃었다. 정관장의 4차전 승리까지 이끈 그는 "어쩌면 주인공은 우리(정관장)일 수도 있겠다"라고 했다. 그는 "악역이 악역으로 (챔프전을) 끝내지 않고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대전에서 열린 13년 만에 열린 여자부 챔프전이었다. 염혜선은 홈팬들 앞에서 흥국생명이 축포를 쏘는 걸 막으려 했다. 모든 배구팬이 '배구 여제' 김연경의 은퇴 경기로 의미를 부여한 3차전과 4차전에서도 그는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이제 악역이 아닌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외친다. 염혜선은 "후회 없이 경기를 치르고 싶었다. 동료들이 지지 않길 바라는 게 느껴졌다. 모두 간절했기 때문에 (챔프전) 5차전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측면 공격력을 활용하면서도 상대의 허를 찌르는 중앙 속공 타이밍 잡는 게 염혜선의 역할이었다. 속공이나 이동공격이 통하지 않으면, 정관장의 공격 루트는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염혜선은 이런 상황에서 노련미를 발휘했다. 5차전 역시 염혜선의 손끝에 승부 양상이 달렸다. 역시 베테랑 세터인 흥국생명 이고은과의 '지략 대결'도 흥미 포인트다. 대전=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4.06 18:03
프로야구

김현수도 뺀다...염경엽 야구가 달라졌다

'염경엽 야구'가 달라졌다. 더 냉철해지고 독해졌다. LG 트윈스는 지난달 정규시즌 개막 후 최다 7연승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구단 개막 전 최다 연승 기록. 마운드와 타선, 그리고 수비가 조화를 이룬 가운데 염경엽 LG 감독의 달라진 경기 운영도 선두 질주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염경엽 감독은 과거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를 강팀 반열에 올려놓아 '염갈량(염경엽+제갈량)'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한 박병호와 강정호의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돕기도 했다. 지난해 염경엽 감독은 사실상 고정 라인업을 활용했다. 부상이 없다면 김현수·박해민·홍창기·문성주(이상 외야) 오지환·오스틴 딘·신민재·문보경(이상 내야) 박동원(포수)이 늘 선발 출전했다. LG의 정규시즌 144경기 라인업 개수는 101개(최다 1위 삼성 139개)로 가장 변동이 적은 팀이었다. 포스트시즌(PS) 9경기 중 부상 선수 발생에 따른 1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8경기의 출전 야수는 동일했다. 염경엽 감독도 "2024년엔 야수 9명으로 경기했다"고 한탄했다.2025시즌 염경엽 감독은 독해졌다. 지난달 25일 한화 이글스전에 김현수를 선발 라인업에서 뺐다. 상대 왼손 선발 류현진을 맞아 좌타자 대신 우타자 문정빈을 투입했다. 김현수는 지난달 27일 잠실 한화전 8회 2사 만루에서 2타점 결승타를 친 다음 날 선발 명단에서 또 제외됐다. 염 감독은 상대 왼손 선발 투수(로건 앨런)가 나서는 데다, 휴식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4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친 좌타자 오지환을 빼고 우타자 구본혁을 내보냈다. 지난달 22일 롯데 자이언츠와 개막전에서도 상대 왼손 선발 찰리 반즈를 맞아 김현수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려다가, 상대 성적(타율 0.346, 23타수 9안타) 강한 점을 고려해 처음부터 내보냈다. 김현수는 2~3일 경기에서도 상대 왼선 선발을 맞아 스타팅 라인업에서 제외됐다.올 시즌 염경엽 감독은 상대 투수의 유형과 맞대결 성적, 또 최근 컨디션을 고려해 라인업에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해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그동안 왼손 투수에 약했던 점을 고려, 올 시즌엔 우타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일찌감치 밝힌 바 있다. 이는 백업 선수 육성과도 연관이 있다. 지난해 주전 야구의 한계를 느낀 염경엽 감독은 마무리캠프부터 육성에 공을 들였다. 지난 1월 시무식에서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송찬의와 구본혁, 문정빈(이상 우타자) 이영빈(좌타자)을 올해 핵심 백업으로 키울 계획. 염 감독은 "특히 송찬의와 구본혁이 (선발과 교체 출전으로) 70경기는 출전해야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다. 그러면 우리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처음 LG 지휘봉을 잡은 2023년 팀의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왕조 건설'을 목표로 내건 지난해엔 정규시즌 3위에 머물렀다. 염 감독은 올해를 끝으로 LG와의 3년 계약이 만료된다. 염 감독은 "모두가 바라는 재계약 대상자가 되고 싶다"라며 우승 재도전 의지를 표현했다. LG에서 2000년 이후 재계약에 성공한 사령탑은 한 명도 없다. 염경엽 감독이 프로팀 지휘봉을 잡은 건 이번이 9번째 시즌. 올해 출발이 가장 좋다. 이형석 기자 2025.04.04 00:10
프로야구

심우준 결승타·카디네스 만루포...친정팀 비수 꽂은 이적생→흥미 유발 흥행 콘텐츠

지난 22·23일 열린 개막 시리즈에서 가장 눈길을 끈 스토리는 '이적생' 활약이다.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가 붙은 수원 경기가 대표적이다. 2014년부터 11년 동안 KT 위즈에서 뛰었던 심우준이 지난해 11월 한화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하며 이적한 뒤 공교롭게도 '친정팀'에서 한화 데뷔전을 치른 것. 심우준은 22일 개막전 한화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3회 초 첫 타석에서 호투하던 상대 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로부터 볼넷을 얻어낸 뒤 도루에 성공했고, 김태연의 안타가 나왔을 때 한화의 2025시즌 첫 득점을 해냈다. 2-2 동점이었던 7회 2사 2루에서는 투수 김민수를 상대로 우중간 2루타를 치며 이 경기 결승타를 쳤다. 심우준은 KT 소속으로 뛸 때도 까다로운 9번 타자였다. 타격 능력이 정상급은 아니었지만, 발이 빨라 상대 배터리를 항상 어렵게 만들었다. 이강철 KT 감독도 '적'으로 만난 심우준의 맹활약에 "부담스러운 존재"라고 했다. 심우준은 22일 첫 타석에서 수원팬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고, 7회 역전 적시타를 친 뒤에도 세리머니를 자제하며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었다. 10년 넘게 두산맨으로 뛰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KT로 이적한 리그 대표 3루수 허경민도 22일 1차전에서 3안타를 치며 맹활약했다. 23일 2차전 역시 KT가 0-2로 지고 있던 4회 말 무사 2·3루에서 상대 투수 라이언 와이스로부터 좌전 적시타를 치며 추격 득점을 만들었다. 4-4로 돌입한 연장 10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우중간 안타로 끝내기 주자로 나섰다. KT는 '장수 용병' 윌리엄 쿠에바스를 제치고 개막전 선발로 나선 헤이수스도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이적생 덕을 톡톡히 봤다.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가 만난 대구 경기 역시 묘한 유니폼을 바꿔 입은 선수 사이 묘한 인연으로 주목받았다. 지난 2시즌 키움 1선발이었던 아리엘 후라도가 삼성으로 이적해 개막전 선발 투수로 등판했고, 지난 시즌 대체 선수로 삼성에 합류했지만 7경기만 뛴 뒤 부상 이슈로 팀을 떠나며 구설수에 올랐던 루벤 카디네스가 키움과 계약해 라팍(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섰다. 후라도는 초반 2점을 내줬지만, 추가 실점 없이 6회까지 막아내며 지난 시즌 리그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부문 1위(24회)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카디네스는 1·2차전 모두 3안타를 치며 맹타를 휘둘렀다. 2차전에서는 만루홈런 포함 5타점을 올렸다.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 사이 '메가딜'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선수들도 개막 시리즈를 잘 치러냈다. '제2의 이정후'로 불렸던 김민석(두산)은 22일 개막전에서 4타수 2안타, 23일 2차전에서는 1안타를 기록했다. 데뷔 시즌(2023) 세 자릿수 안타를 치며 타격 잠재력을 보여준 김민석은 두산의 새 리드오프(1번 타자)를 맡았다. LG 트윈스에 2연패를 당한 롯데 자이언츠도 23일 2차전에 선발 등판한 '두산 출신' 전민재가 2안타를 치며 위안을 안겼다. 키움 수호신이었던 조상우는 KIA 타이거즈 이적 뒤 첫 등판이었던 22일 광주 NC 다이노스전 6회 초 1사 1·2루에 등판했지만, 맷 데이비슨에게 볼넷을 내준 뒤 박건우에게 2루타, 권희동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오며 부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3.25 14:34
스포츠일반

‘Farewell’ 전지희 “단순한 작별 인사 아냐, 신유빈과 마지막 경기 행복해”

국가대표 출신 탁구선수 전지희(32)가 ‘영혼의 파트너’ 신유빈(21·대한항공)과의 경기를 끝으로 뜻깊은 은퇴식을 가졌다.전지희는 지난 3일(한국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시리즈 2025 싱가포르 스매시에 1회전(64강)에서 신유빈과 만나 0-3(8-11 6-11 7-11)로 졌다. 이 경기는 WTT 시리즈에서 뛰는 전지희의 고별전이었다. 황금 콤비로 활약한 단짝 신유빈과의 매치로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두 선수는 경기가 끝난 후 포옹을 나누고, 하트 세리머니를 합작하며 추억을 함께했다.경기 뒤엔 WTT 사무국이 준비한 전지희의 은퇴식이 열렸다. 신유빈과 이은혜(대한항공), 서효원(한국마사회) 등 옛 대표팀 동료는 물론 주세혁 대한항공 감독도 자리를 빛냈다.14년의 현역 생활을 마감한 전지희는 감정이 복받친 듯 마이크를 잡으면서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WTT를 통해 “다시 시리즈에 초대해 준 것에 감사드린다. 2025년 경기에 뛸 계획이 없었지만, 특별한 초대를 받게 돼 너무 기쁘다”며 “이번 경기는 단순한 작별 인사가 아니라, 자신에게도 작별을 고하는 의미 있는 경기였다. 특히 신유빈과 마지막 경기를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친구와 함께 이런 특별한 순간을 보낼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전지희는 지난해 종합선수권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채 중국으로 떠났다. 지난달 이후 소속팀과 재계약하지 않았고, 태극마크도 반납했다. 전지희-신유빈이라는 황금 콤비도 마침표를 찍었다. 두 선수는 지난 2023년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호흡을 맞추며 은메달을 합작했다. 이어 같은 해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선 여자복식 정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선 동메달을 합작하기도 했다.전지희는 2014년 인천 AG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 기간 성적은 올림픽 동메달, 세계선수권 은메달, AG 금메달 1개·동메달 5개 등이다.신유빈은 WTT를 통해 “언니와 함께 복식을 하며 올림픽도 두 번이나 나갔다. 내가 처음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부터 지희 언니와 함께했다. 탁구는 물론, 많은 걸 배웠다. 최고의 파트너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행운이 또 있을까. 언니가 나를 거의 키워줬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끝으로 전지희는 팬들에게 “이 여정 동안 보여주신 사랑과 응원은 나에게 너무 큰 힘이 됐다. 팬들이 없었다면 선수들도 코트 위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탁구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김우중 기자 2025.02.04 09:30
프로축구

김기동 감독 “이제 시작일 뿐, 우승으로 FC서울 영광 되찾아야죠” [IS 인터뷰]

“선수단 버스도 몇 번 막혔을 텐데…. 끝까지 믿고 지지해 주셔서 큰 힘을 얻었죠.”지난 1년을 돌아보던 김기동(53) FC서울 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한때 홈에서 열린 공식전 5경기에서 내리 패배하는 등 부진했던 시즌 초반을 떠올리면서다. 시즌 개막 전부터 워낙 기대가 컸던 만큼 팬들의 실망감도 클 수밖에 없었을 성적. 서울 팬들은 그러나 성적 부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대신, 김기동호 서울의 반등을 묵묵히 기다려줬다.결과적으로 서울은 후반기 반등에 성공했다. 5년 만에 파이널A 무대에 진출했고, 나아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팀을 정상화 못 시키면 알아서 나가겠다”고 할 만큼 절치부심했던 김 감독도 이제는 웃으면서 그때를 돌아볼 수 있게 됐다. 김기동 감독은 “팬분들이 기다려주신 덕분에 원동력을 얻고 후반기에 힘을 낼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면서 “이제 시작일 뿐이다. 서울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기대만큼 실망도 컸던 김기동호 서울의 시작“부담이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부담은 됐지만, 저도 제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저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기 때문에, 기자회견장에서도 늘 자신감 있는 말들로 기자회견을 했던 거 같아요. 두려움보다는 자신과 설렘이 더 컸습니다.”지난 2024시즌을 앞두고 K리그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단연 김기동 감독이 포항 스틸러스를 떠나 서울 지휘봉을 잡은 것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의 제시 린가드(잉글랜드) 영입 등 전력 보강 효과도 있었지만, 서울이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돌풍의 팀이자 우승 후보로까지 주목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김기동 감독의 존재였다.물론 포항을 떠나 서울 지휘봉을 잡은 건 김 감독으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감독으로서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해서는, 결국 포항이 아닌 다른 팀에서의 성공과 증명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자칫 실패라도 하면 그동안 쌓아온 감독 커리어에도 생채기가 날 수도 있었던 상황, 김 감독은 그러나 과감하게 서울로 향했다.김기동 감독은 “포항이라는 팀에서 은퇴를 하고, 거기서 지도자 생활까지 했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김기동은 포항맨’이라고 얘기를 하셨다. ‘포항이니까 저 정도 했을 것’이라는 말들도 따라다녔다”며 “서울이라는 팀에서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인정받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저에 대해서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시즌 초반 서울의 부진은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5만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찬 김기동 감독의 홈 데뷔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에 그치는 등 개막 3경기 만에야 첫 승을 신고했고, 4월부터는 홈 5연패 늪까지 빠졌다. 시즌 초중반까지 김기동호 서울의 K리그1 성적은 4승 6무 7패로 중위권에 머물렀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관중석에선 시즌 초반부터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김기동 감독은 “사실 초반에 부진할 거란 건 예상을 했다. 1월에 새롭게 동계훈련을 시작하면서 제가 원하는 선수 구성이 안 됐기 때문”이라며 “선수 파이는 이미 커져 있고, 예산도 많이 나가 있었다. 선수단 정리가 안 되는데 새롭게 선수를 데리고 올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기존 선수들로 시즌을 준비했는데, 문제는 기존 선수들 대부분 경기에 못 뛰던 선수들이라는 점이었다. 결국 선수 구성이 어느 정도는 바뀌어야 하고, 서울의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문화가 바뀌기 전까지는 힘들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김 감독은 “다만 ‘이렇게까지 안 좋나’라는 생각은 들었다”며 예상보다 훨씬 더 못 미친 경기력과 결과에 속이 타 들어갔던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전반기 때는 힘들 수 있겠다 생각을 했는데, 자책골이 나오거나 실수가 나오면서 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안 풀리나 생각이 들었던 시기였다”고 했다.그나마 다행인 건, 성적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데도 김기동 감독이나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고, 팬들 역시도 묵묵히 기다려줬다는 점이었다. 이는 서울의 후반기 ‘반등’의 중요한 발판이 됐다. "걱정하지 마라" 김기동의 자신감, 서울의 눈부셨던 '반등'“팀이 부진했을 때 선수들한테는 항상 ‘걱정하지 마라, 후반기 때 분명히 좋아질 거고 난 그럴 자신이 있다’고 이야기해 줬어요. 자칫 제가 흔들리면서 조급해하고 싫은 소리를 하면 더 힘들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한결같이 중심을 지켰던 거 같습니다. 서포터스 회장님 만났을 때도 ‘걱정하지 마시라, 팀을 정상화 못 시키면 내가 알아서 나가겠다’고 했어요. 홈 5연패 후에도 버스를 안 막은 거에 대해 분명히 보답하겠다고 했죠.”서울의 부진에도 흔들리지 않던 김기동 감독의 자신감은 곧 현실이 됐다. 6월 말 시즌 첫 3연승을 달린 게 시작이었다. 이후 7~8월 파죽의 5연승을 포함해 9승 2패의 고공비행을 이어갔다. 전반기 주춤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시즌 전 많은 기대를 받았던 김기동호 서울의 모습이 경기력과 결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기동 감독의 전술이 서서히 뿌리를 내려가기 시작했고,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영입된 선수들의 존재감이 맞물린 결과였다.실제 이적시장에서 새로 영입한 센터백 야잔(요르단)은 후반기 12경기에 출전해 6차례나 K리그1 라운드 베스트11에 선정될 정도의 존재감을 보였다. 시즌 종료 후엔 K리그1 시즌 베스트11 후보로까지 이름을 올렸을 정도였다. 강현무 역시 새로 합류한 뒤 골문을 든든하게 지켰고, 루카스도 측면과 전방을 오가며 힘을 보탰다. 여기에 김기동 감독의 전술을 이해한 기존 선수들이 중심을 잡아주면서 서울의 경기력과 결과는 전반기와 비교해 크게 달라졌다. 김기동 감독은 “그렇다고 서울이 한 번에 좋아졌다고 생각은 안 한다”면서 “예전에 아들(김준호)에게 축구를 가르칠 때였다. 아주 쉬운 거를 가르치는데도 못 해서 막 화내면서 가르쳤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2주 정도 지나서 보면 가르쳤던 걸 어느새 하고 있다. 결국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이어 김 감독은 “여름에 골키퍼 강현무도, 수비수 야잔도 영입했다. 기술적인 보강을 위해 루카스도 데리고 왔다. 이 시기에 구단에서 힘을 실어줬다. 제가 원하는 선수를 픽할 수 있게끔 해줬다. 구단에서 추천한 선수나, 이적료가 비싸서 영입이 어려웠던 선수들도 결국엔 제 의견을 들어줬다”며 “전반기 때 준비하고 생각했던 부분과 새로 영입된 선수들이 만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 것 같다.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전술적인 부분이나 생활적인 부분을 계속 바꾸려고 노력했던 게 후반기에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말했다.결국 서울은 16승 10무 12패(승점 58), K리그1 4위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파이널 A 진입은 5년 만이고, 현재 진행 중인 ALC 엘리트와 ACL2의 K리그팀 성적에 따라 2025~26시즌 ACL 엘리트나 ACL2 출전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최근 4시즌 파이널 B에 머무르며 자존심을 구겼던 서울이 반등에 성공한 셈이다.김기동 감독은 “처음에 와서 생각했던 성적도 냈지만, 사실 초반에 조금 더 승점을 쌓았다면 더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처음에 안 좋았을 때 빨리 극복했다면, 동계 훈련 때 모든 선수들이 세팅되고 훈련하고 처음부터 잘 됐으면 더 높은 곳에 가 있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 한 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공격 포인트가 전부가 아니었던 '린가드 효과'2024시즌 서울, 그리고 후반기 반등에 빼놓을 수 없는 선수는 단연 린가드다. 시즌 초반 김기동 감독에게 고민을 안긴 선수이면서도, 시즌 중반 이후 팀의 주장 역할까지 맡아 선수단을 이끈 선수이기도 하다. 실제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김 감독이 공개적으로 ‘설렁설렁 뛴다’고 비판하기도 했고, 무릎 수술을 받아 전반기 4주 동안 전열에서 이탈하기도 했다.김기동 감독은 “좋은 축구에 대한 센스가 있고 좋은 선수인 건 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EPL에서 뛰지 않았겠느냐”면서 “하지만 처음에 만났을 땐 센스는 있지만 몸이 안 돼 있었다. 1년 6개월 간 팀을 못 찾았고, 개인 운동을 하면서도 무릎도 약간 이상이 있어서 슈팅을 부담스러워했다. 자기는 괜찮다고 하면서 시즌이 시작됐다”고 돌아봤다.이어 김 감독은 “전반기 땐 사실 린가드 활용을 많이 못했다. 무릎 수술을 할 때도 처음에는 무섭다고 했다. 해본 적이 없는 데다 한국에서 수술을 받는 게 무서웠던 것 같다”며 “그래서 ‘나를 믿고 해봐라, 나도 해봤는데 수술이 아니라 시술이다’라고 설득했다. 수술을 하고 나서는 ‘너무 고맙다, 너무 편하다’고 했다. 그때부터 훈련량을 늘렸고, 몸이 좋아질 수 있었던 거 같다”고 웃어 보였다. 실제 린가드는 시즌 중반 마수걸이골을 터뜨린 이후 차곡차곡 공격 포인트를 쌓았고, 결국 26경기에서 6골·3도움의 기록을 남겼다. 특히 대부분의 공격 포인트는 서울의 반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반기에 집중됐다. 그런데 린가드 효과는 비단 공격 포인트뿐만이 아니었다. 시즌 중반 이후엔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기성용 대신 주장 완장까지 찼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묘수가 됐다.김 감독은 “(기)성용이가 다치고 나서 고민을 많이 했다. 책임감을 주면 더 열심히 할 거 같아서, 린가드에게 주장 완장을 넘겨줬다. 그랬더니 말도 많아지고 팀을 이끌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며 “가끔 한 번씩 놔버릴 때가 있는데, ‘리더는 무조건 말보다 행동이 앞서야 한다’고 조언해 줬다. 린가드가 책임감을 갖고 선수단을 이끌면서, 다른 선수들도 린가드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했다.이어 “한국에 대해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너무 고마웠다. 예를 들어 올해 너무 더워서 훈련장도 완전히 맨땅 수준인 적이 있었다. 훈련을 거부해도 될 정도였다. 아마 다른 선수들이었다면 훈련을 안 했을 거다. 그런데 린가드는 달랐다. 훈련장 상태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훈련을 하는 등 계속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축구에 정말 진심이구나’ 생각이 들어서 고맙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김기동 감독은 린가드에게 감동했던 일화까지 전하며 웃어 보였다.“시즌 마지막 경기 김천 상무전을 끝난 뒤였어요. 김천에서 서울로 이동한 뒤 천천히 샤워하고 나왔는데, 린가드가 통역이랑 샤워장 밖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다 갔는데 왜 너는 안 갔어, 아까 인사했잖아’라고 했더니 ‘시즌 마지막인데 휴가 가기 전에 인사를 하겠다’며 기다리고 있던 거예요. 다른 한국 선수들도 안 그러는 걸 영국 선수가, 그것도 스타 선수가 시즌 마지막이라고 인사하고 간다고 기다린 거죠. 거기서 감동 먹었잖아요. 얼마나 예뻐요(웃음).” FC서울의 찬란한 영광을 되찾기 위하여서울에서의 첫 시즌을 마친 김기동 감독은 휴가 중에도 2025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번 시즌 파이널 A진입과 4위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내년에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특히 다음 시즌은 선수 구성부터 훈련까지 오롯이 김기동 감독이 원하는 방향대로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 자연스레 김 감독도, 서울 구단도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김기동 감독은 “사실 선수 구성에 머리가 아픈 시기다. 제가 원하는 선수들로 꾸려야 하고, 동계훈련부터 같이 해서 2월 15일에 새 시즌 스타트를 끊어야 한다. 선수 구성을 두고 구단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하면서 돌아가는 상황들을 체크하고 있다”고 했다.이번 시즌 후반기 팀의 반등을 이끈 선수들은 이제 2025시즌엔 초반부터 팀의 주축을 이룰 예정이다. 김 감독은 “린가드는 동계 훈련을 처음 하는 거다. 내년에는 초반부터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후반기 땐 햄스트링 쪽에 무리가 오던데, 겨울에 잘 준비하면 그런 것도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기대가 되는 선수”라며 “사실 야잔도 아직은 부족하다고 본다. 후반기 때 팀이 좋아지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동계훈련을 통해 올해보다 더 좋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새 시즌 목표는 뚜렷하다.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초반부터 꾸준히 좋은 경기력과 성적을 내는 것이다. 김기동 감독이 이번 시즌 사상 첫 단일시즌 50만 관중 대업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60만 관중 돌파에 다다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김기동 감독은 “50만 관중을 넘긴 게 사상 처음이라고 들었다. 사실 아쉬웠던 건 초반에 한 경기 관중 수가 5만 명이 넘었다가, 경기력이 좋지 않으니까 쭉쭉 떨어졌다는 점이다. 초반 성적만 좋았다면 총 관중수도 60만 명을 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만큼 어깨가 무거워졌다”며 “내년에는 초반부터 굴곡 없이 잘해서 더 많은 팬분들을 모셨으면 좋겠다. 축구가 정말 감동적이고 재미있다, 서울 축구 볼 만하다는 걸 느끼게 해 드리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물론 파이널 A나 ACL 진출 등에 만족할 생각은 없다. 서울 사령탑으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이다. 앞서 서울 지휘봉을 잡을 당시부터 늘 강조했던 목표이기도 하다. 김기동 감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내년에는 경기력도, 성적도 올해보다 나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부임할 때 (계약 기간) 3년 안에 무조건 우승한다고 했다. 이제 우승 한 번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그게 서울에서의 목표이자, 서울의 영광을 되찾는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걸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김기동 감독의 이러한 목표는, 비단 구단과 감독 김기동의 성공만을 위한 건 아니다. 이번 시즌 묵묵히 기다리고 응원해 준 서울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는 걸 김기동 감독 스스로 누구보다도 잘 안다. 인터뷰 내내 서울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던 이유이자, 김기동 감독이 서울에서의 성공을 자신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하다.“가족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예전에도 가족이라는 얘기를 했다가 지금도 팬분들께 아버지라는 이야기를 들어요. 가족이라는 건 그런 거 같아요. 자식들이 도둑질을 하더라도 혼내기보다 자초지종을 차분하게 물어보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게 부모의 마음이잖아요. 결국 어려울 때 내 편이 되어주는 게 가족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가 어려웠을 때 팬 여러분들, 수호신 여러분들이 제 편이 되어 주셨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 힘을 얻고 후반기 때 잘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내년에는 조금 더 즐거운 일만 있도록 노력할 테니까, 늘 그래 주셨던 것처럼 열정적인 지지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명석 기자 2024.12.2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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