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왜 우리만.." 김성근 감독, '물귀신 작전' 혹사 항변 유감
'물귀신 작전'인가. 김성근 한화 감독은 22일 대전 넥센전을 앞두고 투수 혹사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한 해에 부상 당하는 투수는 많다"며 "도대체 혹사의 기준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다른 팀 투수도 4일 연속 등판을 했다. 팀이 필요할 때 선수를 기용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어조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2년차 투수 김민우의 어깨 부상이 논란이 됐다. 한화 구단이 김민우의 부상 사실을 감춘 건 아니다. 한화 관계자는 지난달 김민우의 상태를 묻는 질문에 "어깨가 좋지 않다. 수술과 재활 중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의 마구잡이식 투수 기용, 과도한 훈련 투구, 부상 선수의 1군 동행 등 운영 방식은 늘 혹사 이슈를 만드는 게 사실이다.KBO리그는 시즌이 막바지를 향해 가면서 치열한 순위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가을야구 티켓을 놓고 경쟁하는 중위권 팀들은 마운드 전력을 쏟아붓다시피 한다. 김 감독은 투수 '혹사'가 리그 전체에 만연한데, 유독 자신에게만 비난이 몰린다는 점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래서 다른 팀들의 마운드 운용을 언급했다. 그러나 시즌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타 팀과 달리 한화는 시즌 내내 투수 혹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불펜 필승조 권혁과 송창식은 각각 90이닝을 넘게 던졌다. 심수창과 장민재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80이닝 이상 소화했다. 선발 로테이션 구멍은 '당겨쓰기'로 해결했다. 한화는 올해 111경기를 치르는 동안 나흘 휴식 후 선발 등판이 39차례에 달한다. 리그 최다 기록이다. 이러니 김 감독에게는 '혹사'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그럴 때마다 그는 '피해자'라고 항변한다. 144경기로 늘어난 스케줄, 구단의 투수 자원 부족 등 시스템 문제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장'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한다. "외부에서 언급하는 투수 혹사는 내부적인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은 다른 구단도 마찬가지다. 시즌 막판이 되자 '물귀신 작전'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김 감독은 22일 "넥센에선 젊은 투수 두 명이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별 말이 없었다. 혹사 논란은 우리 팀만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도 똑같이 혹사를 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김 감독의 말처럼 넥센에선 주력 셋업맨 한현희와 조상우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혹사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염경엽 넥센 감독은 "혹사 감독이 되기 싫었지만, 결과가 이렇게 됐으니 인정한다. 내 잘못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올해 불펜진의 투구 수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혹사 비판에는 항변하면서 정작 부상 당사자인 김민우에 대한 언급은 일체 하지 않았다. 안타까움이나 유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전=유병민 기자
2016.08.25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