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한국 테니스 1위’ 정석영, 비주류 종목 1위로 산다는 건…
"내가 우리나라 랭킹 1위라는 게 많이 안타깝다."한국 테니스의 기대주 정석영(19·건국대)은 한국 남자테니스 랭킹 1위다. 하지만 같은 한국 1등인 피겨 김연아, 수영 박태환 등과는 다른 1등이다. 그의 남자 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은 366위이기 때문이다. 세계 1등으로 군림하고 있는 김연아와 박태환과 비교하면 서글퍼지는 현실이다. 한국 테니스는 2007년 ATP 36위까지 올랐던 이형택을 끝으로 100위대 선수가 없다. 4일(한국시간) 아시아 테니스 선수권 대회가 열리는 태국 방콕에서 만난 그는 "나보다 더 잘하는 선수들이 1위에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씁쓸하다"며 안타까워했다.사실 정석영이 한국 남자테니스 랭킹 1위에 오른 것은 칭찬받을 만하다. 그는 약 두달 전 한국 테니스계의 에이스로 불리는 선배들 남현우(27), 나정웅(20), 임용규(21)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아직 300위대에 머무르고 있지만, 그는 막 뜨기 시작한 샛별로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전영대(52) 대한테니스협회 부회장은 "정석영은 100위대로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남자 테니스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윤용일(39) 삼성증권 테니스단 코치도 "정석영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진중하게 경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있어 앞으로가 기대되는 선수다"라고 칭찬했다. 정석영도 한국 1위에 머무르지 않고 도전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올해 프로로 전환한 그는 걸출한 실력파들이 즐비한 챌린저(투어보다 한 등급 낮은 대회)를 주로 출전하고 있다. 비록 1회전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자신보다 나은 선수들과 대결하면서 실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실제로 일취월장하고 있다. 챌린저 대회에서 5주 연속 1회전에서 떨어졌던 그가 ATP 챌린저 닝보 오픈에서는 준우승 쾌거를 이뤘다. 그는 "경기를 하다보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서양 선수들에 비해 체격조건은 불리하지만 순발력은 훨씬 나아 나만의 특성을 개발하면 세계무대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감이 가득한 정석영은 멘탈도 남다르다. 1년의 반은 해외 투어를 다니는 테니스는 외로움과 싸워야 한다. 결국 몸과 마음이 지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정석영은 "투어다니는 게 너무 재밌고 즐겁다"며 웃었다. 정석영은 꿈도 당찼다. 그는 "세계 1위가 목표"라며 "특히 그랜드 슬램 중 호주 오픈에서 우승하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호주 오픈에서 우승하는 꿈을 자주 꿨다"고 말했다. 이어서 "내년에는 세계 랭킹 100위대까지 올려 더 빛나는 한국 랭킹 1위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방콕(태국)=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2012.12.05 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