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이순재·나문희·최주봉 등 연극 무대 노장 3인방 “연극은 할수록 어려워”
"오너라, 깃털 날리는 허풍쟁이들아! 이 비계 덩어리들아!" 지난 6일 저녁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라이프 인 더 씨어터.' 백발의 이순재가 큰 코 때문에 콤플렉스를 가진 기사 시라노로 변신해 우스꽝스러운 대사와 함께 칼을 휘두르자 객석에서 큰 웃음이 터졌다. 일흔 살이 훌쩍 넘은 그가 불사조 부대 대원으로 변신해 무대를 뒹구는 모습에도 관객들은 감동했다. 연극 '라이프 인 더 씨어터'에 출연하고 있는 이순재가 최근 모친상을 당한 중에도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대에 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순재 출연 공연은 연일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이순재(73)·나문희(67)·최주봉(63) 등 안방극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견 배우 3인방이 연극 무대에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이순재는 지난 10일 '라이프 인 더 씨어터'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며 큰 박수를 박았고, 나문희와 최주봉은 각각 '잘 자요, 엄마'(29일부터 11월 2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와 '그대를 사랑합니다'(대학로 더굿씨어터)로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다. 나문희와 최주봉의 연극 무대는 각각 12년·5년 만이다. 연극배우 출신인 이들이 무대를 향해 내뿜는 뜨거운 열정에 관객들이 전염되고 있다. 이순재는 '라이프 인 더 씨어터'에서 후배에게 진짜 연기를 가르치려는 선배 연극인으로 출연했다. 대사 하나하나가 평소 이순재의 연기관을 똑같이 옮겨 놓은 듯 진지했다. 모친상보다도 관객과의 약속이 더 중요했던 그였다. 그의 백발이 유난히 멋있게 보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녹화가 있었다. 상은 내 개인적인 상황이고, 관객과의 약속은 저버릴 수 없는 것이다. 연기자라는 직업이 불효 직종이다. 어머니가 95세이신 데다 돌아가시기 두 달 동안 무의식 상태였다. 마음의 준비를 해서 어머니의 죽음이 공연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그의 연기는 언제까지 이처럼 뜨거울 수 있을까. "우리는 시작이 연극이었고, 연극은 늘 내 곁에 있다. 책임있는 역으로 연극 무대에 서는 거라면 2~3년쯤 더 할 수 있을 듯 하다. 암기력 쇠퇴가 가장 큰 적이다. 침해기가 오면 스스로 물러날 거다." 12년 만에 정극에 도전하는 나문희는 7일 '잘 자요, 엄마' 제작발표회에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모았다. '잘 자요, 엄마'는 연기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어려운 작품. 딸이 자살하기 전 엄마와 딸이 치열하게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마지막 두 시간을 그린다. 나문희는 눈물·콧물 다 쏟아야 하는 엄마 델마 역을 맡았다. 캐스팅 후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습에 땀을 쏟아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막상 연습해 보니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올 여름 영화가 미뤄지면서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있어 만족한다. 나도 세 딸의 엄마다. 나하고 정말 가까운 이야기라 이 연극을 한다는 자체가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최근까지 드라마 '대왕세종'과 '밤이면 밤마다'에 출연한 최주봉은 연극 무대를 위해 다른 모든 스케줄을 정리했다. 73세에 진실한 사랑을 하는 김만석 노인 역을 맡았다. "그 동안 연극을 할 시간이 없었다. 연극이라는 것은 몸을 바치고, 미쳐야만 무대에 설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도 계속 섭외가 왔지만 무대가 무서워 감히 덤벼들지 못했다. 어설프게 하려면 안 하는 게 낫다"며 각오를 다졌다. "연극은 할수록 어렵다"는 이들 3인방에게 연기란 인생 끝까지 풀어야만 하는 숙제다. 글·사진 장상용 기자
2008.08.10 1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