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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눈물은 끝" 호철스쿨 수강생 김하경의 다짐

IBK기업은행 세터 김하경(26)은 지난 15일 흥국생명과 경기가 끝난 뒤 눈시울을 붉혔다. 3-2 승리를 거두면서 지긋지긋한 8연패에서 탈출하자 감정이 복받쳤다. 같은 세터 출신인 이숙자 해설위원은 "마음을 알 것 같다. 세터는 모든 결정을 하는 위치다.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이라고 했다.스트레칭을 하는 사이 김호철 감독이 다가와 김하경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을 땐 다시 눈물샘이 터졌다. 김하경은 "연패를 끊은 것도 있었고, 드디어 이겼다는 생각도 있었고, 여러 가지 생각이 나서인지 나도 모르게 그랬다"고 했다.경기 뒤 김호철 감독은 "우리 하경이는 많이 울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원석이 망치질을 견뎌내고 보석이 되는 것처럼 이 과정을 이겨내고 좋은 세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 감독은 "힘든 걸 알기 때문에 '하경이에게 말을 안 할까' 했는데 나도 모르게 이야기하게 된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김하경은 2014년 입단한 프로 8년차다. 그러나 지난 시즌까지 기록한 세트(공격으로 연결된 패스) 숫자는 278개에 그쳤다. 주전세터라면 한 라운드에도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입단 이후 늘 백업세터였고, 두 시즌 동안(2017~19년)은 실업팀 대구시청에서 뛴 적도 있다. 올 시즌도 조송화의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했다.하지만 조송화가 팀을 이탈하면서 김하경이 주전으로 올라섰다. 그 사이 팀 사령탑도 대행 체제를 거쳐 김호철 감독으로 바뀌었다. 세터는 감독의 전술을 코트에서 수행해야 한다. 김하경은 "경기를 많이 뛰는 건 좋다. 하지만 부담이 많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운동에만 몰두했다"고 했다.김호철 감독은 현역 시절 명세터였다. 자연스럽게 '호철스쿨'에서 가장 많은 가르침을 받는 건 세터 김하경과 이진(21)이다. 특히 주전세터인 김하경은 연습시간 전후로도 30분씩 더 훈련을 할 때가 많다.김하경은 "프로에서 세터 출신 감독님은 처음 만났다. 그냥 세터도 아니고 명세터 출신이니까 다른 감독님들보다 요구하는 것도 많고, 구체적인 지시도 많다"고 했다. 이어 "좋은 것 같다.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아지고. 몰랐던 것들도 배우고 있다. 과정 자체가 내게는 좋은 일"이라고 했다.김 감독은 남자팀을 지도하던 시절 선수들을 강하게 이끌어 '버럭 호철'이란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기업은행을 맡은 뒤 "예전에는 '버럭 호철'이란 말도 들었지만, 선수들의 말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감독 겸 아빠처럼 팀을 이끌고 싶다"고 했다. 김하경은 "감독님 말씀대로다. 처음에는 선수들도 엄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는 부드럽게 이야기하신다. 더 신경써주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김호철 감독이 온 뒤 기업은행 선수단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어수선했던 예전과 달리 김희진을 필두로 선수들의 투지가 경기에서 나왔다. 하지만 고비 때가 되면 패배의 기억이 스믈스믈 기어나와 선수들의 몸을 무겁게 했다.김호철 감독도 긴박한 경기 중엔 목소리가 높아졌다. '호통'은 아니지만 따끔한 일침을 했다. 흥국생명전 14-11로 앞선 5세트가 딱 그랬다. 김 감독은 매치포인트를 앞두고 작전타임을 불러 김하경에게 "(산타나 말고)다른 쪽 빼주면 누가 잡아먹어? 이XX야"라고 말했다.다소 강한 어투지만 과감한 승부를 하라는 지시라는 걸 선수들도 알았다. 베테랑 김수지도 웃음을 터트렸다. 김하경은 "그 장면을 몇 번 다시 봤다"고 웃으며 "감독님 말이 맞다. 누가 잡아먹지도 안는데 왜 그랬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실수한 건 생각하지 말고 다음 걸 바로 생각하라고 하시는데 그러려고 한다"고 말했다.김하경은 "울보라고 소문이 났다. 이제는 참으려고 한다"며 "올 시즌은 한 경기라도 더 이기는 게 목표다. 선수로서는 우승 세터가 되는 게 꿈이다. 그때까지 더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2.01.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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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신인왕 레이스 선두주자 OK 박승수

반화점을 돈 남자배구 신인왕 경쟁은 '1강' 구도다. OK금융그룹 박승수(20)가 구단 사상 첫 신인왕의 꿈을 키우고 있다.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OK금융그룹 훈련장에서 만난 박승수는 "경기를 많이 나가니까 너무 좋다. 파워와 높이, 모두 대학 때와는 다르지만 재밌다. 신인왕을 받는 게 올 시즌 목표"라고 했다.사실 시즌 전 박승수가 신인왕 레이스를 이끌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한양대 2학년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박승수의 지명 순위는 다섯 번째. 레프트 중에서는 세 번째였다. 아주 높은 평가는 아니었다.하지만 박승수를 뽑은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석 감독은 "공격력이 좋은 레오가 있기 때문에 서브 리시브가 좋은 박승수가 보탬이 될 것이다. 2~3라운드부터는 코트에 설 것"이라고 했다.박승수는 시즌 초반엔 육성군에 포함돼 연습했다. 박승수는 "육성군 훈련이 힘들다고 소문이 났다. 그 말대로였다. 하지만 덕분에 빠르게 올라온 것 같다"고 했다.석 감독의 기대 이상으로 박승수의 컨디션이 좋았고, 빠르게 기회가 왔다. 1라운드부터 교체로 코트를 밟기 시작했다. 자신의 데뷔전 날짜(10월 31일 대한항공전)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박승수는 "'준비하고 있으라'는 말을 들었지만 언제 투입될진 몰랐다. 설마설마 했는데 경기에 나갔다"고 떠올렸다.외국인선수들의 대포알 같은 서브도 척척 받아내자 출전시간이 점점 늘었다. 처음엔 리시브 한 번 하고 나왔지만, 나중엔 한 세트를 책임졌고, 이제는 스타팅 멤버가 됐다. 주포인 레오가 부상을 당하면서부터는 계속해서 선발로 나오고 있다. 박승수는 "교체일 땐 수비에 집중했는데, 이제는 공격도 해야 한다. 프로의 수비와 블로킹을 실감했다"고 했다.그래도 리시브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30.59%로 리그 13위를 달리고 있다. 일각에선 석진욱 감독의 현역 시절과 비교하기도 한다. 석 감독은 당시 가장 수비가 뛰어난 레프트였다. 박승수는 "리시브, 특히 플로터(흔들리는 서브) 서브는 자신있다"며 "감독님 현역 시절 모습을 영상으로도 봤다. 정말 수비가 완벽한 레프트더라"고 했다.박승수는 배구인 2세다. 어머니 박애경씨는 실업배구 도로공사에서 활약했다. 배구를 시작한 것도 어머니의 영향이었다. 박승수는 "어머니가 충남 청양초등학교 코치였다. 아버지도 초등학교 배구협회에서 일을 하셨다. 집에서도 자연스럽게 공을 만지고 놀다보니 선수가 됐다"고 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큰 손도 배구선수로서 활약하는 데 도움이 됐다. 박승수는 "학생 땐 아버지, 어머니가 배구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주셨는데, 프로가 되니 줄어드셨다"고 웃었다.1순위 홍동선(21·현대캐피탈), 3순위 정한용(21·대한항공)은 박승수와 함께 청소년 대표팀에 뽑혀 함께 활약했다. 신인왕 경쟁자이지만 '친한 형들'이다. 박승수는 "경계하는 마음은 없다. 서로 '훈련 힘드냐' '밥 맛있냐'고 연락하면서 지낸다. 하지만 신인왕을 양보할 생각은 전혀 없다. OK에 오래 남아서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용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2.01.0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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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군대에서 배구의 소중함 느낀 송희채

배구공 대신 소총을 잡고 보낸 18개월. 하지만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의 활약이다. 현역병으로 입대했던 송희채(29)가 우리카드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우리카드는 5연패 이후 4연승을 달리고 있다. 최하위까지 떨어졌지만 어느새 순위 싸움에 끼어들었다. 중심에 송희채가 있다. 공격, 수비, 리시브, 블로킹까지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주며 살림꾼 역할을 하고 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도 "희채가 온 뒤 팀이 안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주전으로 기용했다.배구 선수들은 대개 사회복무요원이나 상근예비역, 혹은 국군체육부대(상무)를 통해 병역을 치른다. 혼자서는 연습하기도 힘들고, 네트를 두고 하는 운동이라 감각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희채는 지난해 5월 일반병으로 입대했다.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상무 입대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송희채가 배치된 곳은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12보병사단. 본부근무대 위병소에서 하루 최대 4시간 근무를 하면 운동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송희채는 "오후 6시에 끝나는 날은 아예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주말엔 근무가 덜해서 오전, 오후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체육 시설을 쓰기 힘들어 맨몸 운동을 많이 했다"고 했다.사격 실력이 뛰어나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송희채는 "유산소 운동이 필요할 땐 축구를 많이 했다. 크고 빠르니까 (도르트문트 스트라이커 옐랑 홀란드에 빗댄) '인제 홀란드'로 불렸다"고 웃었다.공을 때리는 훈련은 벽과 그물을 이용했다. 송희채는 "부대에 양해를 구하고, 구단에서 보내온 공을 자주 만졌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벽치기'를 했다. 풋살장 그물에 대고 때리기도 했다. 부대에 야구선수 둘이 있어 캐치볼을 하는데 부러웠다"고 떠올렸다.배구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았다. 송희채는 "다른 세상에 있다보니 '내가 너무 좋은 환경에 있었구나'라고 느꼈다. 일반병으로 가다 보니 걱정한 사람도 많았는데 남들이 안 해본 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배구가 정말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연애 1년, 결혼 1년만에 군대에 갔다. 아내에게 미안해서 결혼반지를 늘 꼈다"고 했다. 전역한 지금도 목걸이에 반지를 차고 코트에 선다.코로나19로 쓰지 못한 휴가를 모아 한 달 정도 먼저 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송희채는 "네트를 두고 연습하지 못했기 때문에 코어 운동에 집중했다. 다행히 군에서 연습했던 게 도움이 됐는지 아직까진 네트 터치를 하지 않았다. 군대 다녀와서 점프력이 떨어졌다거나 현역으로 다녀온 티를 내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전역한 지 이틀 만에 코트에 섰다. 1년 반을 쉰 탓에 걱정도 컸다. 송희채는 "배구는 빠른 템포의 경기다. 순간순간 1초도 안 되는 사이 결정된다. 그전에는 몸이 바로바로 움직였는데 비시즌 운동을 하지 않아 판단을 내리거나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빠르게 회복하는 중"이라고 했다.송희채는 입대 한 달 전 삼성화재서 우리카드로 트레이드 됐다. 그는 "전 시즌에 너무 안 좋았고, 입대도 얼마 안 남아서 팀에서 쉬라고 했다. 소속팀이 없는 느낌이었다. 잊혀진 듯도 했다"고 떠올렸다.모든 것이 그에겐 새롭다. 송희채는 "내가 없는 사이 팀이 챔프전에 올랐다. 너무 부러웠다"며 "이제 시즌이 절반 남았다. 연승중이지만 만족하지 않는다. 밖에서 본 우리카드는 단단한 팀이었는데, 와서 보니 선수들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우리카드가 초반에 부진했지만 상위권과 격차는 크지 않다. 송희채는 "남자부가 역대급 혼전이라는데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하면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며 "감독님이 '너 자신을 믿으라'고 조언해줬다. 나 자신을 믿고, 팀에 힘을 싣고 싶다. 정신없이 하다 보면 팀도 올라가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1.12.2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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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현대건설의 언성 히어로, 캡틴 밍키

'언성 히어로' 황민경(31)이 현대건설의 선두 행진을 이끈다. 화려하진 않아도 든든한 수비와 강한 서브, 묵직함으로 주장 역할을 하고 있다.현대건설은 개막 이후 15경기를 치르는 동안 딱 한 번 졌다. 개막 12연승 이후 도로공사에세 패했지만, 이후 2연승을 이어가며 1위를 달리고 있다. 3년째 캡틴을 맡고 있는 황민경의 마음도 새롭다.황민경은 "팀 분위기가 좋다. 이렇게까지는 잘 될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솔지히 플레이오프권 정도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황민경은 마음을 놓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1라운드 전승을 달렸지만, 계속 잘 될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아직 안심할 수 없다. 2위권과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초반에 승점을 많이 따놓아야 한다"고 했다.황민경은 2019~20시즌을 앞두고 처음 주장이 됐다. 현대건설은 정규시즌 1위로 순항했지만, 코로나19로 끝까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챔프전은 열리지 않았고, 우승으로도 인정받지 못했다.지난해엔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극과 극을 모두 경험한 황민경도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황민경은 "꼴찌일 때 많이 힘들었다. 내가 부족한 게 많이 느껴져서 힘들었다. 올해는 팀원들 덕분에 잘 되는 거 같다"고 했다.스스로를 낮췄지만 올 시즌 황민경의 활약은 작지 않다. 득점은 팀내 5위지만 리시브와 디그는 2위다. 서브와 상대 스파이크를 받기 위해 항상 몸을 날리고 있다. 황민경은 "이젠 요령이 생겨서 멍이 생기진 않는다"고 웃었다. 그는 "제가 해야하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공격적인 부분은 다른 선수들이 할 수 있고, 내가 다른 부분을 신경쓰면 팀도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커리어 로우에 가까웠던 지난 시즌과 달리 컵대회(득점 2위)부터 황민경의 반등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황민경은 "작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몸 상태도 그렇지만. 심리적으로도 편해졌다. 컵대회를 치르면서 확신까지는 아니지만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황민경의 강점은 서브다. 서브왕도 한 차례 차지했고, 통산 서브 득점은 313개로 4위다. 현재 추세라면 언니들을 제치고 통산 1위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엔 서브 에이스는 11개에 머물렀다. 데뷔 첫 시즌을 제외하면 가장 적은 숫자다. 발바닥과 허리 부상 때문이었다. 시즌 막판에야 힘있게 볼을 때릴 수 있게 됐다.올 시즌은 더 좋아졌다. 지난 11일 GS칼텍스전에선 1세트에서 3연속 서브 에이스로 점수 차를 벌렸다. 14일 흥국생명전에서도 서브득점은 1개지만 초반 6연속 서브로 흥국생명의 기를 꺾었다. 서브 1위 현대건설에서 한 축을 맡고 있다.황민경은 "강성형 감독님께서 범실을 해도 되니 강하게 서브로 공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잘 된 것 같다. 모든 훈련에 있어서 범실을 신경쓰지 말고, 공격적인 배구를 하자고 하신다"고 설명했다.황민경의 별명은 '밍키'다. 동료들도 다들 그렇게 불러 이제는 이름보다 익숙한 호칭이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중인데 그 이름도 '황밍키'다. 선수들과의 일상, 여행, 짧은 영상들로 소통하고 있다. 최근 구독자 2만 명을 넘어섰다.황민경은 "팬들이 생일 파티를 해주셔서 애장품 경매를 했다. 팬들이 코로나 때문에 못 만나니까 라이브 방송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고, 팬 중 한 분이 편집을 해주셔서 꾸준히 올리게 됐다. 시간을 내서 찍기보다는 가볍게 찍은 걸 올린다. 올려놓고 보니 나중에 돌아보는 재미도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는 "최근 팬들이 늘었다. 방역 상황이 좋지 않은데 경기장 많이 찾아주셔서 놀랍고 감사하다"고 덧붙였다.황민경의 목표는 2년 전엔 불가피하게 치르지 못한 챔프전까지 가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는 것이다. 황민경은 "사실 정규리그 1등이 더 힘들다. 6개월을 지켜낸 건데 인정을 못 받아서 속상했다. 챔프전도 아예 못 해서 아쉬웠다"며 "목표는 언제나 우승이다. 지금도 우승을 하기 위해서 다같이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1.12.1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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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매운맛 보여주는 신인, 페퍼저축은행 박은서

앳된 외모의 신인이라고 얕보다간 매운 맛에 호되게 당한다. 여자배구 AI 페퍼스 박은서(18)가 신인왕 후보로 급부상했다.박은서는 지난 12일 KGC인삼공사전에서 데뷔 후 아포짓으로 선발 출전했다. 팀의 주포인 엘리자벳이 무릎 통증 때문에 빠져서였다. 윙스파이커로 교체투입돼 두자릿수 득점을 두 차례 올렸지만 선발은 처음. 박은서는 "엄청 긴장했는데 경기 전 언니들과 엘리(자벳)가 장난을 쳐줘서 경기 들어갈 때는 풀렸다"고 떠올렸다.팀원들의 도움 덕분이었을까. 박은서는 경기 내내 자신감있는 플레이를 했다. 팀 전체 공격 3분의 1을 책임지면서도 43.59%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면서 팀내 최다인 17점을 올렸다. 팀은 또다시 지면서 9연패에 빠졌지만, 김형실 감독은 "김연경이 연상된다"면서 흡족해했다.박은서는 아직 일신여상을 졸업하지 않은 신인이다. 올해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지명됐다. 신생팀 페퍼에 온 덕분에 빠르게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고교 때도 맡지 않았던 라이트로 나섰음에도 준수한 모습을 선보였다. 백어택도 9개 중 4개나 성공시켰다.박은서는 "고등학교 때 레프트로 포지션을 바꿨기 때문에 오래간만이었다. 걱정도 했다. 하지만 공격적인 부분이 잘 된 것 같다. 후위공격 연습도 많이 하지 못했는데 잘 돼서 나도 놀라고, 언니들도 놀란 눈치였다. 다만 서브나 블로킹이 아쉬웠다"고 했다.박은서의 키는 1m77㎝로 큰 편이 아니다. 하지만 빠른 스윙을 가졌고, 체구에 비해 힘이 좋다. 몸을 날리는 수비도 잘 한다. 리시브만 좀 더 좋아지만 공수를 겸비한 김연경 같은 선수가 될 수 있다. 조용한 성격이지만 코트에선 공격적이다. 박은서는 "그냥 내 앞에 오는 공을 때려야 하는 거니까 자신감 없이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박은서는 태릉선수촌이 낳은 '2세 체육인'이다. 아버지 박우씨는 1998 방콕 아시안게임 레슬링 동메달리스트다. 어머니 어연순씨는 실업리그 시절 도로공사에서 활약했고,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박은서의 동생까지 세 자매가 배구를 하고 있는 건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DNA 덕분이다.박은서는 "개막전 때 한 번 어머니가 경기를 보셨다. 많은 이야기를 하진 않으셨는데 내가 프로에 있는게 신기하시다고 했다. 동생들은 평소와 똑같다"고 웃었다. 사령탑 김형실 감독은 70대다. 하지만 친밀한 관계를 쌓아가며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박은서는 "감독님이 자상하시다. 운동을 안 할 때도 옆에서 말장난도 쳐주고, 분위기를 좋게 만든다. 혼낼 때도 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준다"고 했다.페퍼저축은행은 신생팀이라 신인을 7명이나 뽑았다. 실업리그 출신 큰언니 문슬기를 제외하면 동기만 6명이나 된다. 박은서는 "어렸을 때부터 친한 (박)연화와 (박)사랑이는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다. 단톡방에선 (서)채원이가 제일 말이 많아서 '제발 그만하라'고들 한다. 사랑이가 부상 때문에 경기를 못 뛰었는데 위로보다는 장난을 한 번씩 더 치면서 격려한다"고 전했다.페퍼저축은행은 개막 5연패 이후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첫 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후 9연패에 빠졌다. 박은서는 "첫 승 때 웜업존에서 응원하고 있었는데 언니들이 너무 잘 해서 '우와, 이기는 거 아니야' 했는데 이겨서 모두 손잡고 뛰어갔다"며 "지금도 이기고 싶다. 연패가 너무 길어지고 있는데 그래도 팀 분위기가 좋다. 한 번 더 이기는 경기가 나오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박은서의 말대로 페퍼저축은행 선수단은 항상 밝다. 젊은 선수들답게 에너지가 넘치고 실수를 해도 서로 웃어주며 다독인다. 김형실 감독도 "기죽지 않고 해주는 게 고맙다"고 한다. 박은서는 "승리도 중요하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게 느껴지고, 내일을 바라보면서 배구를 하고 있다. 언니들도 분위기를 항상 좋게 만들어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출전시간이 늘어나면서 박은서도 어느덧 신인왕 후보로 꼽히고 있다. 박은서는 신인왕을 받고 싶은 마음을 퍼센티지로 말해달라고 하자 "90%"라고 답했다. 이어 "처음엔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런 이야기가 나오니 욕심이 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1.12.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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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에너지 넘치는 듀오 강소휘-유서연

'쎈 언니' 느낌으로 맞췄어요." (강소휘)"사복이 별로 없어서 언니랑 상의했어요." (유서연)여자배구 GS칼텍스의 공수를 책임지는 ‘에너지 듀오’ 강소휘(24)와 유서연(22)이 뭉쳤다. 검은색으로 '깔맞춤'한 둘의 에너지는 코트 안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가장 어렵고 무섭다는 ‘1년 선·후배’지만 사이좋은 자매나 친구 같았다. 강소휘는 "거의 친구나 마찬가지”라며 웃었다.GS칼텍스는 지난 시즌 프로배구 사상 처음으로 트레블(컵대회-정규시즌-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올 시즌 전망이 밝지 않았다. 공격을 이끌었던 삼각편대 중 두 명이나 빠졌다. 메레타 러츠(미국)는 일본으로 떠났고,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이소영은 KGC인삼공사로 이적했다.1라운드는 3위로 마쳤지만, 2라운드부터 저력을 발휘하며 2위로 올라섰다. 선두 현대건설(승점 36·12승1패)이 독주하고 있지만, GS칼텍스(승점 31·10승4패·8일 기준)가 바짝 추격하고 있다. 공수에서 모두 뛰어난 강소휘(득점 8위, 수비 10위, 서브 5위)와 유서연(득점 16위, 수비 6위, 서브 12위) 덕분이다.팀의 중심이 된 강소휘는 "지난 시즌보다 순위가 내려갈까봐 걱정했다. 러츠와 소영 언니 역할이 컸는데, 두 명이 없으니까 '3위 안에만 들어도 대박'이라는 생각으로 부담을 덜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책임감은 그 전에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우리 팀은 한 명만 잘해서는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 팀워크로 이기는 팀이다. 짐을 다 같이 나눠지고 있고, 다 같이 잘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했다.2016~17시즌 흥국생명에서 뛰었던 유서연은 김해란의 보상선수로 지명돼 KGC인삼공사로 이적했다. 하지만 곧바로 오지영과 트레이드돼 도로공사로 향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는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었다. 이소영의 백업으로 코트에 자주 나섰던 유서연은 올 시즌 처음 주전으로 낙점됐고, 차상현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유서연은 "처음에는 부담이 컸다. '팀에 도움만 되자'는 생각으로 뛰었다. 소휘 언니가 많이 도와줬다. 팀이 하나로 뭉쳤다"고 했다. 강소휘는 "서연이가 두세 단계 성장했다. 처음 GS칼텍스에 왔을 땐 불안해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10년차 선수 같다"며 웃었다.유서연은 "주전 선수가 되고 싶었어도, 그게 큰 자리란 걸 알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차상현 감독님이 지난해부터 많은 기회를 주시고 출전 시간이 늘다보니 지금은 적응한 거 같다.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둘은 고교 시절까진 서로를 알지 못했다. 2018년 발리볼네이션스리그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처음 대화했다. 유서연은 "첫 인상이 세 보였다. 쉽게 못 친해질 줄 알았는데 지금은 '찐친(진한 친구)'이 됐다"고 했다. 유서연은 "같은 포지션이지만 소휘 언니를 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많이 배우려고 하고, 서로의 플레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블랙핑크의 팬인 강소휘의 매력은 노래 가사처럼 '착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태도'다. 때리기 어렵게 올라온 공도 연타 대신 강타로 처리한다. 강소휘는 "중·고등학생 때도 감독, 코치님들이 ‘무조건 강하게 패라’고 했다. 이젠 자신감이 생겼다. 감독님도 '페인트 넣고 반격당하기보다 네 손에서 처리하라'고 하신다. 가끔은 세팅된 토스보다 어려운 공이 더 좋다. 상대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점수가 잘 나는 것 같다"고 했다.'서로에게 뺏고 싶은 게 있느냐'는 질문에 유서연은 "소휘 언니는 '깡'이 있다. 겁 없이 하는 플레이를 닮고 싶다"고 했다. 강소휘는 "서연이는 블로킹에 맞고 바운드가 멀리 뛸 때 따라가는 순발력이 정말 좋다. 다양한 공격 기술도 뺏고 싶다"고 했다.디펜딩 챔피언의 압박감이 없을 수는 없다. 유서연은 "선수들끼리 지난 우승은 잊고, 새로 시작하자는 마음을 새겼다. 그래서 '우리다운 경기'를 하는 것 같다. 봄 배구를 먼저 목표로 하고, 차근차근 나아가려 한다"고 했다. 강소휘도 "봄 배구는 가야 한다. 선수들이 부상 없이 완주하는 게 목표다. 지난 시즌처럼 똑같이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라고 고개를 끄덕였다.강소휘는 지난 시즌 뒤 연봉 총액 5억원에 계약했다. 유서연은 내년 봄 FA 자격을 얻는다. 'FA 선배' 강소휘에게 팁을 하나 부탁했다. 강소휘는 "나는 협상을 한 번에 끝내서 알려줄 게 없다"고 했다. 유서연은 "일단 언니만큼 배구를 잘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미소지었다. 가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1.12.0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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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MZ세대 많은 IBK팬의 가라앉지 않는 분노

여자배구 IBK기업은행에 대한 팬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다. 주요 팬층인 MZ세대가 다양한 방식으로 구단에 항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스포츠빅데이터 전문 기업인 티엘오지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팬의 절반 이상(56%)은 보통 MZ세대로 구분되는 20대~30대로 분석된다. 10대는 8%, 40대는 14%, 50대 이상은 22%다. 스포츠 중에서도 고연령층의 선호도가 높았던 배구라는 걸 감안하면 극적인 변화다.남성(42%)보다 여성(58%)의 비율이 높다는 점도 흥미롭다. 실제로 화성체육관을 찾은 홈 팬들 중 상당수가 젊은 여성이다. 2020 도쿄올림픽 이후 김희진을 비롯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매료된 이들이 많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기업은행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 조송화가 팀을 이탈하고, 서남원 감독이 물러난 뒤 김사니 코치가 대행을 맡는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껴서다.소셜미디어 포스팅 키워드로는 '김희진' '곰돌이' '여자배구' 등이 주를 이뤘다. 김희진이 부상당하고 개막 7연패가 이어졌을 때는 '서남원_사퇴해' '서남원_파면'이 급증했다. 하지만 이후엔 '무단이탈' '서남원감독 경질반대'으로 바뀌었다. 정보 수집에 적극적이고,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는 세대답게 빠르게 분위기가 달라졌다.사실 MZ세대로 분류되는 20대~30대는 한 세대로 보기 어렵다.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워낙 변화가 빠르고 다양성이 강하다. 하지만 불평등과 공정성에 매우 민감하다. 그런 특징이 이번 IBK기업은행 사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하지만 IBK기업은행은 부실한 대책만 내놓고 있다. 조송화 문제와 관련해선 징계를 요청하며 한국배구연맹에 짐을 떠넘겼다. 감성한 단장이 새로 임명됐지만 김사니 대행에 대해선 '제재는 내리겠지만, 새 감독의 의지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관대한 입장이다.팬들은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기업은행 본사와 경기장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구단이 소지품 검사를 통해 막긴 했지만, 피켓과 현수막 등으로 구단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구단을 압박해 올바른 해결방식을 이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배구계에도 IBK 사태는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IBK기업은행은 여자부 7개 구단 중 가장 인기있는 구단이다. TV 시청률(28일 기준) 2위, 시청자수 1위, 포털사이트 동시접속자수 1위다.김사니 감독 대행이 처음 지휘한 23일 흥국생명전에선 V리그 올 시즌 최고 시청률(1.28%)을 찍었으나, 다음 경기인 27일 GS칼텍스전에선 0.78%까지 급락했다. 장기적으로는 배구 팬들의 시선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수치다.프로야구는 시즌 도중 방역 문제, 리그 중단 등 부정적 이슈가 이어지면서 시청률이 30% 이상 하락했다. 배구 역시 같은 길을 걷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기업은행이 프로배구의 일원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민폐'가 될 수 밖에 없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1.11.3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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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콧수염 러서방 “아내는 코치님”

V리그 2년차를 맞은 카일 러셀(28·삼성화재)의 활약이 눈부시다. 배구선수 출신 아내 이유하(28)의 코치 덕분에 펄펄 날고 있다.배구명가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6승 30패에 그치며 창단 후 처음으로 꼴찌로 추락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선수단을 재편했지만, 대형 선수는 영입하지 못했다. 개막 직전 구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오는 악재까지 맞았다. 올 시즌이 힘들 거로 보였다. 예상은 빗나갔다. 삼성화재는 1라운드에서 3승 3패를 거뒀다. 지난 시즌 거둔 승리의 절반을 벌써 기록했다.고희진 삼성화재 감독의 호언장담이 맞아떨어졌다. 그는 개막 전 "러셀을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러셀은 1라운드 득점 2위(176점), 오픈공격 2위(50.66%), 서브 2위(세트당 0.696개)에 오르며 활약했다.러셀은 지난 시즌 한국전력에서 뛰었다. 컵 대회 우승을 이끌고 정규리그에선 36경기 연속 서브득점 행진을 이어가며 서브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서브 리시브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고, 한전은 5위에 그쳐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러셀도 한전과 재계약하지 못했다.러셀에게 고희진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10일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러셀은 "흥분됐고, 정말 기뻤다. 삼성화재로부터 지명받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다시 한국에서 뛸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고희진 감독은 러셀의 포지션을 레프트에서 라이트로 옮겼다. 서브 리시브 부담을 줄이자 러셀의 공격력이 극대화됐다. 러셀은 "한국에서 2년째 뛰니 적응이 어렵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에게 많은 공격을 요구하는 만큼 책임감이 따르는 것도 잘 안다. 원래 내 포지션인 라이트로 와서 부담이 없고, 편안하다"고 했다.러셀은 "1라운드 결과는 만족스럽다. 지난해 삼성화재가 힘들었던 걸 안다. 감독님도 '좋은 성적을 냈다'고 칭찬했다"며 "사실 승리하지 못한 3경기에서도 이길 기회가 있었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그런 경기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팀원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올 시즌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은 세터 황승빈과는 대화를 통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영어 이름인 카일인 황경민은 "카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러셀은 "카일이라고 부르고 칭찬을 하면 뭔가 내게 하는 말 같아서 재밌다"고 했다.러셀에겐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한국 출신 이민자 아내다. 5세 때 미국으로 건너간 이씨의 미국 이름은 앨리슨. 13세 때 배구를 시작한 이씨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UCI)에 진학해 러셀을 만났다. 러셀은 "친구들이 있었고, 둘 다 배구를 해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다"고 했다."첫눈에 반했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오, 노(Oh, no)"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씨는 능숙한 한국어로 "2년 정도 친구로 지냈다. 데이트를 시작했을 때도 결혼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추억했다.이씨도 프로 선수를 꿈꿨고, 한국 리그 진출도 고려했다. 그러나 졸업 후 체육 교사가 될 기회가 생겨 미국에 남았다. 반면 러셀은 폴란드 팀과 계약했다. 장거리 연애가 둘 사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씨는 "1년 동안 교제하다가 떨어지게 됐다. 그러면서 애틋함이 생겼고, 그리움이 쌓였다"고 했다.러셀은 가끔 득점한 뒤 콧수염을 만지는 세리머니를 한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땐 콧수염을 길렀는데, 아내가 싫어할까 봐 면도한 적도 있다. 이제는 아내가 익숙해진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나도 콧수염이 좋다. 그런데 수염을 밀면 더 잘 생겼다"며 웃었다. 러셀은 '콧수염 러서방'이라고도 불린다. 러셀은 "서방이란 단어는 처음 듣는다. 뜻도, 어감도 좋은 것 같다"고 했다.유럽 리그에서 뛴 러셀은 2020년에 V리그 트라이아웃에 참가, 한전의 선택을 받았다. 러셀은 "아내와 교제하고, 프로선수가 되면서 한국에 오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실제로 이뤄져서 행복했다"고 말했다.지난해엔 두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지내진 못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경기장에도 갈 수 없었고, 이씨가 일 때문에 미국에 머무르기도 했다. 지금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유하씨가 함께 있어서 러셀이 더 안정적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학창 시절 농구, 야구, 풋볼도 했던 러셀은 15세 때 누나의 영향으로 배구를 시작했다. 한때 야구 선수를 꿈꾼 적도 있다. 그는 "아내도 야구를 좋아한다. 나는 새크라멘토 출신이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좋아한다. 아내는 LA 다저스 팬이다. (라이벌인 두 팀인 맞붙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최종전 마지막 30분 동안은 서로 말없이 경기만 봤다"고 했다.러셀은 "팀에는 제이슨(고희진 감독의 영어 이름)이 있고, 집에도 코치님이 있다. 바로 내 아내다. 항상 경기 뒤 함께 비디오를 보면서 플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많은 도움이 된다"며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남은 경기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1.11.1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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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레오는 레오다

6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쿠바 폭격기’ 레오(31·OK금융그룹)가 높이 날아오르고 있다. 레오는 역시 레오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남자배구 OK금융그룹은 2020~21시즌을 마친 뒤 선수단을 재편하는 리빌딩을 계획했다. 주전 세터 이민규와 간판 공격수 송명근이 나란히 입대했기 때문이다. 살림꾼이었던 심경섭도 팀을 떠나는 등 전력 손실이 컸다. 당장 우승을 노리는 게 아닌 미래 전력을 만들어가는 편이 나아 보였다.하지만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과 구단 스태프는 생각을 바꿨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OK금융그룹이 1순위 지명권을 얻어 레오를 데려왔기 때문이다.레오는 V리그 최고 외국인 선수 중 하나다. 2012~13시즌부터 3년 동안 삼성화재에서 뛰며 두 번 우승했다. 3년 연속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르기도 했다. 지치지 않고 뛰어올라 블로킹 위에서 스파이크를 때리는 모습은 상대팀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키(2m7㎝)가 큰 데도 몸무게가 80~90㎏에 불과했던 깡마른 쿠바 청년은 ‘코리안 드림’을 이룬 뒤 유럽과 중동 등에서 뛰었다.이번 트라이아웃에서 레오는 모든 구단이 1순위로 생각한 선수였다. 다만 30대 나이가 되면서 체중이 100㎏를 넘어 걱정이었다. 예전 같은 점프력과 체력을 보여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레오는 복귀전인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부터 존재감을 발휘했다. 56.1%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35점을 퍼부었다.레오의 장점은 서브 리시브에 참여하는 레프트라는 것이다.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의 포지션이 공격만 전담하는 라이트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레오의 팀 기여도가 높지만, 상대팀이 레오에게 집중적으로 서브를 넣는 건 부담이었다. 우리카드전이 그랬다. 하지만 레오는 서브 21개를 받으면서도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8점을 올렸다. 26일 KB손해보험전에서도 31점을 올려 지난해 득점왕 케이타와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개인기록도 화려하다. 26일 기준으로 레오는 득점 2위(104점), 공격종합 4위(54.07%), 후위공격 2위(61.90%), 서브 2위(세트당 0.692개)에 올랐다. 젊은 외국인 선수들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자신을 잘 아는 사람들이 많은 OK금융그룹에 입단한 것도 레오에겐 행운이었다. 석진욱 감독은 선수 시절 레오와 같이 뛰었다. 둘은 단단한 신뢰를 기반으로 허심탄회하게 소통한다. 남균탁 통역원과 오정대 트레이너도 삼성화재에서 함께 지냈다. 한국에 복귀 소감을 묻자 “부대찌개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좋다”며 웃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올 시즌 다크호스로 꼽힌 OK금융그룹도 순항하고 있다. 개막전에선 졌지만 2연승을 달리며 3위(2승 1패·승점 5)에 올랐다. 조재성과 차지환 등 공격력이 좋은 선수들이 레오를 돕고 있다. OK금융그룹 관계자는 “처음 왔을 때부터 레오가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지냈다. 구단에 무리한 요구도 하지 않는다. 프로 생활을 오래 하면서 성숙해진 느낌”이라고 귀띔했다. 레오는 “우리 팀 선수들이 어리다. 내가 한 경험들을 많이 전해주려 한다”고 했다. 곧 쿠바에 있는 그의 어머니와 아들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레오에게 남은 과제는 두 가지다. 시즌 끝까지 폭발력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세터 곽명우와 호흡을 더 잘 맞추는 것이다. 두 가지 목표를 위해 레오는 꾸준히 웨이트트레이닝하고, 곽명우와 자주 대화한다. 레오가 밝힌 올 시즌 목표 ‘캄페오니스(campeones·스페인어로 챔피언)’는 꿈이 아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1.10.2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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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선수들이 꼽은 우리팀 라이징스타는?

프로배구 개막이 다가왔다. 팬들이 기다리는 또 하나의 재미는 새 얼굴의 등장이다. 그동안 코트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저연차 선수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포인트다. 14일 열린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대표선수로 출전한 7명에게 다가올 시즌 주목할 3년차 이하 선수를 꼽아달라고 했다.가장 먼저 답변한 GS칼텍스 강소휘는 "4년차지만"이라는 단서와 함께 문지윤을 꼽았다. 2018년 IBK기업은행에서 데뷔한 문지윤은 이듬해 GS칼텍스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엔 데뷔 이후 가장 많은 39세트에 출전해 최다득점(65점)을 기록했다.강소휘는 "문지윤이 비시즌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굉장히 열심히 했다. 근육이 붙고, 펀치력이 세졌다. 지윤이의 공격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흥국생명 김미연은 세터 박혜진을 꼽았다. 지난해 입단한 박혜진은 세터로서 작지 않은 키(177cm)로 포스트시즌에도 출전하는 등 경험을 착실히 쌓았다. 올해 컵대회에선 김다솔 대신 선발 출전하기도 했다. 김미연은 "박혜진이 연습경기를 통해 많이 성장했다. 중요한 포지션이기 때문에 굉장히 기대되는 선수"라고 했다.IBK기업은행 김희진은 센터와 라이트를 소화할 수 있는 최정민을 찍었다. 지난해 시즌 막바지 GS칼텍스전에서 13점을 올려 눈길을 끌었던 최정민은 올시즌 컵대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서남원 감독도 최정민의 활용폭을 넓힐 것이라고 했다. 김희진은 "센터도 되고, 백어택도 되고, 서브도 좋은 선수라 많이 기대된다"고 했다.도로공사 박정아는 "신인이지만 경험이 있는 선수라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며 이윤정을 택했다. 박정아의 말대로 이윤정은 올해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2순위로 지명됐다. 하지만 2015년부터 실업팀 수원시청에서 뛰었다. 중앙을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도 주전 이고은의 뒤를 받칠 재목으로 점찍었다.KGC인삼공사 이소영은 박은진을 지목했다. 이미 주전으로 발돋움한 선수지만 "올림픽을 다녀와 성장했다"며 더욱 발전이 기대된다고 했다. 현대건설 황민경도 센터 이다현을 지목했다. 황민경은 "컵대회에서 라이징스타상을 받은 것처럼, 시즌 때도 아마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의 주장 이한비는 "우리 팀에는 신인들이 많아 모든 신인 선수들에게 기회가 되어 보여줄 수 있는 시즌이 되지 않을까 한다"며 팀원 전체를 이야기했다. 과연 어느 선수가 선배의 기대에 부응할지 흥미로운 대목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1.10.15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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