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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병헌 ‘승부’ 150만 돌파…손익분기점 ‘정조준’

이병헌 주연 ‘승부’가 누적 관객 150만을 돌파했다.11일 영진위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 기준 ‘승부’는 개봉 16일째인 지난 10일 누적 관객수 150만 1581명을 기록했다.이로써 ‘승부’는 개봉 후 3주 연속 박스 오피스 1위, 예매율 1위 석권에 이어 손익분기점인 180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관객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주말인 오는 12일과 13일 양일간 진행될 무대인사에서도 특별한 굿즈를 준비했다고 배급사 바이포엠 스튜디오가 밝혔다. 주연 배우 이병헌이 영화 속에서 서예 실력을 뽐내며 썼던 ‘무심(無心)’을 새긴 리유저블백이 이번 주말 무대인사에서 한정 증정된다.한편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병헌을 비롯해 유아인, 고창석, 현봉식, 문정희, 김강훈 등이 출연한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4.11 08:51
영화

‘승부’ 김형주 감독 “유아인 직접 사과, 호연은 부정하지 않아” [IS인터뷰]

“‘죽을 죄를 지었다’고 하더라고요. 상황이 상황인지라 긴 대화가 오가진 못했습니다.”김형주 감독은 유아인과의 마지막 만남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감독은 최근 진행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저도 스킨십이 많은 편은 아니라 (마약 사건 이후) 유아인과 따로 연락한 적은 없다. 작년에 부친상 조문하러 갔을 때 (유아인이) 만난 것이 전부”라고 털어놨다.유아인은 김 감독이 새롭게 내놓는 영화 ‘승부’의 주연배우이자 그간 ‘승부’를 세상밖에 나오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은 존재다. 앞서 2021년 촬영을 마친 ‘승부’는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유아인이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수사받으면서 공개가 잠정 보류됐다. 이후 오랜 시간 묵혀있던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26일 극장에 걸리게 됐다. “만감이 교차해요. 다행히 마음고생한 순간이 지나갔죠. 저희가 넷플릭스에 공개되기로 하고 믹싱 등 포맷에 맞는 작업을 했거든요. 그러다 다시 극장용으로 작업해서 보니까 배우들 연기나 디테일이 보여서 좋았어요. 만족스러웠습니다.” ‘승부’는 대한민국 바둑의 전설 조훈현(이병헌)이 제자 이창호(유아인)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영화다. 김 감독은 “바둑을 소재로 했지만, 두 사람의 드라마가 주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많이 끌렸다”고 제작 계기를 밝혔다.“저는 1970년도 ‘월간바둑’부터 정독하고 초고를 썼어요. 하지만 관객은 바둑을 몰라도 볼 수 있는 게 중요했죠. 최대한 친절한 설명으로 경기 흐름을 가져간다면 충분히 인물 드라마를 따라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또 두 사람의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활용하고 스포츠 중계처럼 연출해서 접근성을 높이려고 했죠.”인물 드라마인 만큼 영화의 핵심 과제는 두 캐릭터 조훈현과 이창호 역 캐스팅이었다. 상반된 이미지를 가장 중요시했다는 김 감독은 “이병헌을 먼저 캐스팅하고 유아인을 캐스팅했다. 유아인은 외모, 연기 스타일 등 모든 면에서 이병헌과 달랐다. 또 이병헌의 아우라에도 주눅 들지 않는 배우였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연기적으로도 (유아인이) 굉장히 잘 표현해 줬다. (마약) 사건 때문에 연기적 평가나 좋았던 기억까지 부정하고 싶진 않다. 이병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처음에는 조훈현과 조금 다른 느낌이었는데 촬영이 시작되니 역시나 캐릭터를 씹어 먹었더라”고 극찬했다.김 감독은 배우 분량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했다. ‘승부’는 당초 이병헌, 유아인 투톱 영화로 소개됐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영화에서 이병헌은 전 회차 등장하는 반면, 유아인은 70% 정도만 나온다. 유아인이 나오지 않는 나머지는 분량은 아역 김강훈이 채웠다.“(마약) 사건 전과 후 달라진 건 없어요. 물론 감독 입장에서야 유아인이 빨리 나올수록 유리하죠. 하지만 성인 이창호를 보여주려면 소년 이창호의 모습을 충분히 보여줘야 했어요. 그래야 관객이 캐릭터를 쭉 따라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죠. 더욱이 한 신, 컷 몇 개 들어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고요. 기획 의도에 맞는 영화를 선보인 거죠.”영화를 계속 만지며 버텼던, 개봉까지 지난했던 시간을 어떻게 견뎠는지도 물었다. 김 감독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술만 진탕 마셨다.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이어 “지금은 많이 비워냈다. (유아인이) 잘못은 저지른 거고 벌은 받으면 되는 거고 본인을 위해서라도 잘 재활하면 좋을 거 같다”고 덧붙인 김 감독은 평소 좋아하는 프로게이머 오너(문현준)가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뒤 남겼던 말을 전했다.“그 선수가 ‘얼마나 예쁜 꽃이 피려고 이러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우여곡절 끝에 핀 꽃’이라고 했어요. 뜻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고 좋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멘털도 탄탄해졌고 이렇게 감사하게도 개봉하게 됐잖아요. 그저 지금 바람이 있다면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대중영화 감독으로서 미덕과 신뢰니까요.”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3.27 06:00
영화

‘승부’, 창고 영화의 반란…유아인은 독이자 약 [IS리뷰]

이유야 어찌 됐든 ‘승부’는 ‘창고영화’다. 크랭크업 후 개봉까지 걸린 시간만 무려 4년. 하지만 이질감이나 부대낌은 없다. 시대극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스토리와 시대를 타지 않는 배우들의 명연기 때문이기도 하다.영화는 제1회 응창기배(응씨배) 세계바둑대회에 출발한다. 조훈현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결승전 최종 제5국에서 중국의 섭위평 9단에게 불계승을 거두며 국민 영웅이 된다. 그로부터 5개월 뒤, 조훈현은 우연한 기회에 바둑 신동 이창호를 만난다. 허술하고 투박한 수지만, 그 속에 묘한 힘을 알아본 조훈현은 이창호를 첫 내제자로 삼고 한 지붕 아래에서 먹고 자며 그를 가르친다. 이후 이창호는 모두가 주목하는 바둑계의 희망으로 성장하고, 마침내 스승 조훈현에게까지 도전장을 내민다. 1990년 겨울, 두 사람은 29기 최고위전에서 드디어 맞붙는다. 모두가 조훈현의 승리를 예상한 상황. 하지만 조훈현은 이창호에게 충격적으로 패배하고 둘 사이는 삐걱대기 시작한다.‘승부’는 실화 베이스의 작품이다. 극중 이름과 동일한 ‘전투의 신’ 조훈현 9단과 ‘계산의 신’ 이창호 9단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연출을 맡은 김형주 감독은 한국 바둑사(史)에 길이 남을 명국들을 놓고 자잘하고 또 굵직한 변화를 더했다. 예컨대 사제간 첫 대결은 영화보다 앞선 제28기 최고위전으로, 스승의 반집승으로 끝났다.이러한 변주가 용인될 수 있었던 이유는 ‘승부’가 단순 바둑 영화가 아니라서다. 바둑이 비중 있게 다뤄지지만, 영화의 ‘진짜’ 알맹이는 바둑판을 사이에 둔 조훈현과 이창호 자체에 있다. 실제 영화는 냉정한 승부 세계에서 관계의 해체와 복원을 반복하는 두 사람의 심리 상태에 집중한다. 이창호가 조훈현 집에서 수련해 온 과정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거나 마지막 결전을 자료로 대체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바둑에 해박해야 재밌는 영화도 아니다. 작품 이해를 위해 필요한 정보는 연출로 채운다. 김 감독은 행마, 포석, 기재, 호선, 불계승, 패착 등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바둑 용어, 심지어 일상에서 통용되는 단어조차도 자막으로 설명한다. 여기에 프로기사 천승(고창석), 이용각(현봉식) 등 조훈현의 주위 인물을 해설위원처럼 활용, 직접적인 설명으로 이해를 돕는다.바둑 경기의 리듬감은 기대 이상이다. 김 감독은 표면적으로는 정적인 스포츠이지만, 속으로는 그 어떤 경기보다 치열한 바둑의 동적인 특성을 카메라에 잘 담아냈다. 상이한 두 9단의 기풍에서 오는 재미도 상당하다. 조훈현이 화려하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면, 이창호는 투박함 속 느긋함으로 물러서지 않는 수를 둔다. 서로 다른 기풍의 충돌은 묘한 앙상블을 만들며 저만의 속도감을 만들어 낸다. 배우들의 연기는 극강이다. “호랑이 새끼를 키운” 조훈현 역의 이병헌과 “스승을 잡아먹은” 이창호 역의 유아인은 러닝타임 내내 압도적 열연을 펼친다. 이들은 배우가 최소한 표정, 몸짓 변화로 어떤 긴장감까지 구축할 수 있는지를 직접 보여준다. 대국 사이사이 늘어지는 영화 속 리듬을 되찾는 것도 두 사람의 몫이다. 특히 ‘논란’의 주인공 유아인 연기가 눈에 띈다. 스크린 밖 유아인은 마약 스캔들로 영화에 제동을 걸었지만, 스크린 속 유아인은 영화의 동력으로 이야기를 나아가게 한다. 그는 아역 김강훈과 7:3으로 이창호 역을 나눠 가졌는데, 성인이 된 ‘돌부처’ 이창호 쪽을 맡았다. 스캔들로 활동이 중단되기 전 작품들 속에서 그려왔던 유아인 특유의 독기와 광기는 깔끔하게 지웠다. 이완이 뭔지 모르는 듯 굴던 집요한 표정 연기도 없다. ‘승부’ 속 유아인은 시종 느긋하고 어딘가 어리숙한 바둑 기사로만 존재한다. 직업 배우로서 유아인의 기약 없는 부재가 아쉽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오는 2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3.21 06:00
영화

냉정한 ‘승부’의 세계, 이병헌은 일류다 [IS포커스]

“승부의 세계에서는 일류가 아닌 인생은 너무 서글픈 거거든.” (‘승부’ 조훈현)배우 이병헌이 일류 바둑기사가 돼 일류 배우임을 증명했다. 대사보다는 찰나의 눈빛, 작은 몸짓으로 영화 전체의 공기를 좌우하며 자신이 대체 불가능한 배우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이병헌의 신작은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승부’다. 크랭크업 4년 만에 베일을 벗은 이 영화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 제자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정상에 재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극중 이병헌은 주인공 조훈현을 연기했다. 제아무리 협찬이 걸려 있어도 바둑을 “그깟 돌놀이”라고 취급하는 자리는 박차고 나올 만큼 바둑에 진심인 캐릭터로, 언제고 자신의 수를 믿는, 그래서 조금은 거만한 나르시시스트기도 하다.하지만 이창호(김강훈·유아인)의 등장 이후 정확히는 그의 성장으로 조훈현의 삶은 급변한다. 조훈현은 우연히 만난 바둑 신동 이창호를 내제자로 거둬 살뜰히 챙긴다. 겉으로는 짐짓 엄한 척 굴지만, 최고의 바둑 기사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친아들 못지않게 애정을 쏟는다. 그러나 이창호의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마침내 자신의 자리까지 탐하게 되자 조훈현의 또 다른 얼굴이 비집고 나온다.이병헌의 진가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자신만만했던 태도로 임했던 대국이 불리하게 돌아갈 때의 초조함과 불안, 결국 제자에게 왕좌를 내준 후의 패배감, 그 뒤에 따라붙는 차마 드러낼 수 없는 허탈함과 분노 등 이병헌은 찰나의 순간 조훈현이 느끼는 감정의 파동을 포착, 말투나 시선의 디테일로 표현한다. 더 이상 쪼갤 수 없을 것 같은 캐릭터의 감정마저 세분하며 캐릭터를 촘촘하게 채운다. 이병헌은 “조훈현을 연기하면서 무표정하고 정적인 가운데 극단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눈빛의 떨림 같은 작은 움직임이 필요했다”며 “한 줄 대사로 표현돼 있는 감정을 읽어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이병헌은 힘을 뺀 연기도 통달한 배우다. 영화 ‘남한산성’의 최명길, ‘남산의 부장들’의 김규평과 같이 극적인 얼굴도 강렬했지만, 고요함 속에서도 자주 빛났다. 인생을 송두리째 잃을 위기에 처한 ‘싱글라이더’의 재훈이나 딸을 구하겠다는 일념뿐이던 ‘비상선언’의 재혁일 때가 그랬다.이병헌은 날카로운 해석력으로 무표정 속에 표정을 그렸고, 공허한 눈빛에 무수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이번 ‘승부’를 통해 그 미더운 얼굴을 다시 한번 꺼냈다. 이병헌은 때로는 차갑고 때로는 뜨거운 조훈현의 심리를 따라가며 영화 전체 분위기까지 조절해 낸다. 그의 연기는 관객의 시선이 스크린 밖으로 쉬이 넘어가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다. 연출을 맡은 김형주 감독은 “고수의 풍모, 당당함, 무너졌을 때의 처절함까지 극과 극의 감정 표현을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로 이병헌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며 “촬영장에서 바둑판을 앞에 두고 눈빛의 떨림까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그가 이병헌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전했다.물론 이병헌이 조훈현의 감정을 모두 정적으로 표현하는 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웃긴다. 영화에는 제자의 경기 과정이 궁금해 몰래 훔쳐본다거나, 대국 다음 날 자신에게 사과하는 이창호에게 “바둑 앞에서 내가 선생이야?”라고 나무라 놓고는 나란히 앉기 싫어 조수석에 타는 등의 언밸런스한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이병헌은 특유의 태연자약 연기로 이 장면들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영화에 숨통까지 틔웠다.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승부’는 드라마틱한 사건보다 캐릭터 심리 변화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라 배우들의 연기가 특히 중요한 영화”라며 “이병헌은 (러닝타임) 2시간을 거의 매 신 등장해서 이끌어 간다. 특히 이병헌이 연기한 조훈현은 극적 변화가 없는, 감정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라고 짚었다.이어 “이병헌은 그 속에서도 질투심, 패배감 등을 치밀하게 보여줬다. 과장 없는 일상 연기로 캐릭터의 모든 생각을 표현했다. 또 중간중간 이병헌스러운 ‘조크’ 포인트를 과하지 않게 넣으며 재미도 줬다”며 “식상한 표현이지만 매 작품 자신의 연기력을 경신하는, 위대하고 보석 같은 배우다. 이병헌이 아니었으면 아무것도 아닌 작품이 됐을 만큼 훌륭한 연기였다”고 극찬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3.21 06:00
영화

유아인 지우고 이병헌 달린다…‘승부’ 흥행할 수 있을까 [IS포커스]

‘승부’가 원톱 영화로 관객들을 만난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유아인은 모두 지우고 이병헌 영화로 전면 배치, 작품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배급사 바이포엠스튜디오(이하 바이포엠)에 따르면 영화 ‘승부’는 오는 26일 개봉을 확정했다.당초 이 영화는 지난 2020년 크랭크인, 이듬해 촬영을 마쳤다. 하지만 공개 플랫폼 변경 등 이슈에 이어 주연 배우 유아인의 사법 리스크가 터지면서 오랜 시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표류했다. 그러던 중 기존 배급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가 바이포엠에 판권을 넘겼고 이후 개봉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여느 영화가 그렇듯 ‘승부’ 역시 개봉 고지 후 본격적인 홍보에 돌입했다. 다만 당초 기획 의도와 달리 노출 전략을 바꿨다.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과 이창호(유아인)의 이야기를 담는다. 실존 인물인 조훈현과 이창호는 사제지간이자 라이벌로, 영화는 이들 간 관계 변화를 따라가며 바둑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다시 말해 두 명이 주인공으로 극을 이끄는 ‘투톱’ 영화로, 캐스팅 단계에서도 이들 두 캐릭터에 특별히 공을 들였다.하지만 4년 만에 극장에 걸리는 ‘승부’는 이병헌 원톱 주연 영화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투자배급사 측은 ‘승부’의 로그 라인은 물론, 공식 포스터에도 유아인을 모두 삭제했다. 이후 순차 공개한 공식 예고편, 스틸 등에서도 유아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영화는 이병헌을 전면에 내세웠다. 공식 포스터에는 이병헌의 얼굴을 단독으로 걸었고, 예고편은 이병헌의 감정선을 따라간다. 유아인은 뒷모습 혹은 아역 버전(김강훈)으로만 등장한다. 리스크 ‘선 긋기’ 전략을 쓴 셈인데, 이는 ‘승부’의 새 배급사 바이포엠이 활용하는 마케팅 방식 중 하나다. 이들은 ‘소방관’ 때도 음주 운전 물의를 빚은 출연 배우 곽도원을 모든 홍보물에서 덜어내고 다른 지점, 예컨대 감동 실화, 소방관 노고, 조연 배우 등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팔았다. 그 결과 ‘소방관’은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손익분기점(25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 이번에도 동일한 카드를 꺼내 위기 타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일각에서는 애당초 유아인의 비중 자체가 역할 대비 크지 않았던 만큼 자연스러운 노선 변경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조훈현과 달리 이창호 캐릭터는 유아인과 아역 배우가 분량을 나눠 가지는 구조다. 여기에 ‘돌부처’라는 별명이 있는 이창호 기사의 실제 성향상, 대사보다 단순 호흡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많아 영화적으로 살릴 부분이 많지 않았을 거란 설명이다. 오랜만에 홀로 개봉의 무게를 짊어진 이병헌도 여느 때보다 홍보에 열심이다. 그는 지난 19일 ‘짠한형 신동엽’에 이어 21일 유재석의 ‘핑계고’ 녹화까지 마쳤다. 이병헌이 웹예능에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작인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당시 유튜브에 나온 적은 있지만, 사생활 오픈을 요하지 않는 공식 채널이나 ‘문명특급’ 같은 콘텐츠 소개 코너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스로 화제성 중심의 채널을 선택, 작품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여전히 ‘유아인 리스크’를 이유로 작품 흥행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영화 관계자는 “홍보 과정에서야 이병헌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고 해도 뚜껑을 열어보면 또 다를 일”이라며 “특히 실존 인물에 대한 호감도가 크기 때문에 (그를 연기한) 유아인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영화 한 편을 보는 게 더욱 신중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주연 배우 부정 이슈는 무시할 수 없다. ‘소방관’의 기적이 또 있을 거라고 보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3.05 05:49
영화

이병헌 싱크로율 지독하네…‘승부’, 유아인 없는 보도스틸 공개

이병헌이 조훈현 국수와 지독한 싱크로를 자랑한다.배급사 바이포엠 스튜디오는 26일 ‘승부’의 1차 보도스틸을 공개했다. 작품은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보안관’의 김형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날 공개된 스틸은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바둑 신동 이창호(김강훈)를 제자로 맞이하는 장면과 각양각색 캐릭터를 소화한 연기 고수 배우들의 모습이 담겨 있어 흥미로운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최근 상습 마약류 투약 혐의에 대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출연 배우 유아인의 모습은 빠져있어 눈길을 끈다. 먼저 세계 최고 바둑 대회에서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걸어가는 조훈현의 모습은 그가 당시 전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았던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어 바둑 레전드 ‘조훈현’과의 대국에서 담대하게 한 수를 두는 이창호의 스틸에서도 볼 수 있듯, 김강훈은 탁월한 연기력으로 이병헌과의 레전드 케미스트리를 선보이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낼 예정이다.또한 고창석은 극 중 바둑 기자 겸 프로 기사인 천승필로 변신, 스승 조훈현과 제자 이창호의 승부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며 그만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시대적 배경을 잘 표현한 뽀글머리를 하고 미소 짓고 있는 현봉식은 조훈현과 이창호의 사제지간을 이어준 ‘이용각’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며 풍성한 재미를 예고한다. 마지막으로 다정하게 이창호를 바라보는 문정희는 조훈현의 아내로 열연, 한 지붕 아래 스승과 제자 사이의 묘한 긴장감과 남편인 조훈현이 겪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견디는 ‘정미화’ 캐릭터를 과연 어떻게 입체적으로 그려낼지 흥미를 유발한다. 한편 실제 조훈현 국수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승리의 퍼레이드를 하는 사진이 공개되어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조훈현 역을 맡은 이병헌은 놀라운 싱크로율로 극의 몰입도를 높이며, 예비 관객들의 관람 욕구를 벌써부터 자극하고 있다.‘승부’는 오는 3월 26일에 극장에서 개봉한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2.26 16:41
스타

‘동백꽃’ 필구 김강훈, 벌써 키 180cm…몰라보게 성장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아역배우 김강훈이 훌쩍 성장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15일 김강훈은 자신의 SNS에 “180”이라는 짧은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해당 사진에는 김강훈이 검정색 외투를 입고 휴대폰을 보고 있는 모습 등이 담겼다. 특히 현재 신장 180cm로 ‘동백꽃 필 무렵’ 출연 당시와 비교해 크게 성장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2009년 생인 김강훈은 올해 15세다.김강훈은 지난 지난 2013년 데뷔 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동백꽃 필 무렵’, ‘재벌집 막내아들’ 등에 출연했다. 특히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극중 동백이(공효진)의 아들 강필구 역을 맡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5.01.16 08:02
드라마

김수현·변우석→김지원·김태리⋯‘2024 에이판 스타 어워즈’ 역대급 쟁쟁한 후보 공개

‘2024 서울콘 에이판 스타 어워즈(2024 SEOULCON APAN STAR AWARDS)’가 오는 28일 화려하게 열린다.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와 서울경제진흥원이 주최하고,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와 (주)가디언즈 컴퍼니가 주관하는 ‘2024 서울콘 에이판 스타 어워즈’는 오는 2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1관에서 개최된다.MC는 배우 김승우와 박선영 아나운서가 맡는다. 김승우는 지난 2018년과 2021년, 2023년 개최된 ‘에이판 스타 어워즈’의 MC로 활약했다. 그는 올해 다시 한번 MC 마이크를 잡고 시상식을 이끈다. 박선영 아나운서 또한 안정적인 진행 실력을 자랑하며 K드라마 축제 현장의 생생하고 활기찬 기운을 전달한다.쟁쟁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부문별 수상 후보자(작)도 공개됐다. 심사 대상은 2023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방영된 지상파, 종편, 케이블, OTT, 웹드라마 등 대한민국 모든 드라마 콘텐츠로 총 19개 부문을 시상한다.작품상 후보는 KBS2 ‘고려 거란 전쟁’, SBS ‘굿파트너’, tvN ‘눈물의 여왕’, 쿠팡플레이 ‘소년시대’ tvN ‘정년이’가 선정됐다.연출상 후보에는 송연화(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윤종호(tvN ‘선재 업고 튀어’), 이명우(쿠팡플레이 ‘소년시대’), 전우성(KBS2 ‘고려 거란 전쟁’), 정지인(tvN ‘정년이’)가 후보로 올랐다. 화려한 필력을 자랑한 작가 군단도 트로피를 놓고 격돌한다. 작가상 후보에는 박경화(tvN ‘졸업’), 박지은(tvN ‘눈물의 여왕’), 이남규(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시은(tvN ‘선재 업고 튀어’), 최유나(SBS ‘굿파트너’), 최효비(tvN ‘정년이’)가 이름을 올렸다.매회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중편 드라마 부문의 남자 최우수 연기상 후보는 김수현(tvN ‘눈물의 여왕’), 변우석(tvN ‘선재 업고 튀어’), 임시완(쿠팡플레이 ‘소년시대’), 지성(SBS ‘커넥션’), 지창욱(JTBC ‘웰컴투 삼달리’)이다. 중편 여자 최우수 연기상은 김지원(tvN ‘눈물의 여왕’), 김태리(tvN ‘정년이’), 김혜윤(tvN ‘선재 업고 튀어’), 이하늬(MBC ‘밤에 피는 꽃’), 장나라(SBS ‘굿파트너’, TV조선 ‘나의 해피엔드’)가 후보로 올랐다.장편 드라마 부문 역시 누가 받아도 이견이 없을 후보로 채워졌다. 장편 드라마 남자 최우수 연기상 후보로는 김정현(KBS2 ‘다리미 패밀리’), 백성현(KBS1 ‘수지맞은 우리’), 엄기준(SBS ‘7인의 탈출’), 지현우(KBS2 ‘미녀와 순정남’), 최수종(KBS2 ‘고려 거란 전쟁’)이 선정됐다. 여자 최우수 연기상에는 금새록(KBS2 ‘다리미 패밀리’), 엄현경(MBC ‘용감무쌍 용수정’), 유이(KBS2 ‘효심이네 각자도생’), 임수향(KBS2 ‘미녀와 순정남’), 함은정(KBS1 ‘수지맞은 우리’)이 이름을 올렸다.중편 드라마 남자 우수 연기상에는 변요한(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안보현(SBS ‘재벌X형사’). 이동휘(MBC ‘수사반장 1958’), 이이경(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이종원(MBC ‘밤에 피는 꽃’)이 후보에 올랐다. 여자 우수 연기상에는 고민시(넷플릭스 ‘스위트 홈 2’,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박신혜(SBS ‘지옥에서 온 판사’), 신예은(tvN ‘정년이’), 이미숙(tvN ‘눈물의 여왕’), 정은채(ENA ‘유어 아너’, tvN ‘정년이’)가 노미네이트됐다. 장편 드라마 남자 우수 연기상에는 김동준(KBS2 ‘고려 거란 전쟁’), 서준영(MBC ‘용감무쌍 용수정’), 윤선우(MBC ‘세 번째 결혼’), 이원종(KBS2 ‘고려 거란 전쟁’), 지승현(KBS2 ‘고려 거란 전쟁’)이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여자 우수 연기상에는 오현경(KBS1 ‘수지맞은 우리’), 윤해영(MBC ‘세 번째 결혼’), 이효나(KBS1 ‘우당탕탕 패밀리’), 임주은(MBC ‘용감무쌍 용수정’), 차화연(KBS2 ‘미녀와 순정남’)이 후보로 치열한 접전을 펼친다.단편/웹 드라마 남자 연기상 후보로는 김선호(디즈니+ ‘폭군’), ‘이상운(tvN ’O‘PENing(오프닝) 2024 - 덕후의 딸’), 이상이(TVING ‘사장님의 식단표’), 정상훈(MBC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가 선정됐고, 여자 연기상 후보에는 김정영(tvN ‘O’PENing(오프닝) 2024 - 덕후의 딸‘), 전혜빈(MBC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 정인선(tvN ’O‘PENing(오프닝) - 그랜드 샤이닝 호텔’), 한지현(TVING ‘사장님의 식단표’)이 선정됐다.남자 연기상에는 곽동연(tvN ‘눈물의 여왕’), 김인권(SBS ‘지옥에서 온 판사’), 박지환(TVING ‘우씨황후’, 디즈니+ ‘강매강’), 서현철(JTBC ‘웰컴투 삼달리’, 쿠팡플레이 ‘소년시대’), 유재명(디즈니+ ‘삼식이 삼촌’, 디즈니+ ‘노 웨이 아웃 : 더 룰렛’), 전배수(ENA ‘나의 해리에게’, tvN ‘눈물의 여왕’)이 후보에 올라 열띤 경쟁을 펼친다. 여자 연기상에는 김정난(tvN ‘눈물의 여왕’), 서이숙(디즈니+ ‘화인가 스캔들’), 이정은(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이혜영(MBC ‘우리, 집’), 정영주(tvN ‘선재 업고 튀어’,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 한예리(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후보로 경쟁한다.단 한 번 받을 수 있어 더 영광스러운 신인상 후보도 쟁쟁하다. 남자 신인상 후보에는 김정진(쿠팡플레이 ‘소년시대’,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노재원(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백서후(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이승협(tvN ‘선재 업고 튀어’), 이시우(쿠팡플레이 ‘소년시대’, KBS2 ‘완벽한 가족’), 허남준(넷플릭스 ‘스위트 홈 3’, ENA ‘유어 아너’)가 트로피를 두고 접전한다. 여자 신인상에는 강미나(JTBC ‘웰컴투 삼달리’), 강혜원(쿠팡플레이 ‘소년시대’), 금해나(디즈니+ ‘킬러들의 쇼핑몰’), 장다아(TVING ‘피라미드 게임’), 조윤수(디즈니+ ‘폭군’), 채원빈(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 이름을 올랐다.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청소년아역상(남) 후보는 김강훈(TVING ‘이재, 곧 죽습니다’,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 문성현(tvN ‘눈물의 여왕’), 신서우(JTBC ‘조립식 가족’), 이주원(tvN ‘눈물의 여왕’, JTBC ‘놀아주는 여자’)이다. 청소년아역상(여) 후보에는 김도은(JTBC ‘웰컴투 삼달리’), 박소이(JTBC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안세빈(디즈니+ ‘킬러들의 쇼핑몰’), 오은서(JTBC ‘조립식 가족’)가 발탁됐다.‘에이판 스타 어워즈’ 역대 대상 수상자에는 손현주(1회), 송혜교(2회), 조인성(3회), 김수현(4회), 송중기(5회), 이병헌(6회), 현빈(7회), 송중기(8회)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23년 열린 제9회 ‘서울콘 에이판 스타 어워즈’에서는 이준호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올해 역시 K드라마를 빛낸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여 치열한 경합을 펼친다. 쟁쟁한 후보들 중에서 누가 수상의 영예를 안을지 ‘2024 서울콘 에이판 스타 어워즈’에 대한 기대가 나날이 커진다.한편 10회를 맞은 ‘2024 서울콘 에이판 스타 어워즈’는 28일 서울 DDP아트홀1관에서 개최되고 tvN과 빅크를 통해 중계된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12.03 10:38
드라마

[정덕현 요즘 뭐 봐?] ‘파친코2’, 당당하게 버텨내는 선자... 이것이 한국인의 매력

“왜 한국인 이야기를 쓰나요?” 한국판으로 번역돼 나온 소설 ‘파친코’의 한국 독자들을 위한 서문에서 이민진 작가는 그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는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민진 작가는 10년 넘게 집필한 ‘파친코’를 낸 후에 ‘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을 쓰고 있는데 이 역시 한국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질문에 이민진 작가가 내놓은 답변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한국인 이야기를 씁니다.” 애플TV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가 시즌2로 돌아왔다. 2년만에 돌아왔지만 선자(김민하)의 얼굴을 보는 순간 시즌1에서의 그 매력이 다시 상기된다. 그 매력은 핍박받고 차별받는 상황에서도 당당한 이 인물의 태도에서 나온다. 어쩌면 저렇게 가난하고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꼿꼿할 수 있을까. 이민진 작가가 말하는 한국인의 매력이란 선자가 보여주는 바로 이 모습 그대로일 게다. ‘파친코’ 시즌1에서 선자는 한수(이민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아이까지 갖게 됐지만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수가 이미 일본에 아내와 딸들이 있고 곧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마침 하숙집을 찾아와 죽을 위기를 넘긴 이삭(노상현)이 홀로 아이를 키우려는 선자의 사정을 알게 된 후 함께 오사카로 가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선자는 고향을 떠나 오사카로 오지만 그 곳의 삶 또한 팍팍하기 이를 데 없다. 어려운 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싸우다 이삭마저 감옥에 끌려가자 홀로 두 아이(한수의 아들과 이삭 사이에서 낳은 아들)를 키워야 하는 선자는 길거리에 나와 김치 장사를 시작한다. 시즌2는 오사카에서 그 힘겨운 삶을 버텨내는 선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7년이 넘었지만 이삭은 돌아오지 않고, 궁핍한 삶에 밀주를 담가 밀거래까지 하다 체포된 선자는 감옥살이를 해야 할 처지에 놓이지만 한수의 도움으로 풀려난다. 오사카에 선자와 이삭이 왔을 때부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한수는 들여다보고 있었다. 자신의 아들 노아(김강훈)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역시 살피고 있었던 것. 마침 미군의 대규모 공습이 있을 거라는 정보를 알게 된 한수는 선자에게 그 곳을 떠나라고 말하지만 선자는 단호히 이를 거부한다. “옥살이 중인 남편 두고 내 어디 못갑니더. 그 사람 두고 내 어디 안갑니더. 못가예.” 여기서 한수와 선자의 대비되는 모습이 드러난다. 한수가 저 살 궁리만 하는 사람이라면, 선자는 자신과 아들을 거둬준 이삭을 끝까지 기다리는, 사람의 도리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고국을 떠나 일본에 정착해 살아가는 재일 한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핍박받는 한인들과 그들을 핍박하는 자들 사이의 대비를 드러낸다. 그것은 크게 보면 총칼에 의한 무력과 돈에 의한 금력이다. 즉 제국주의와 더불어 자본화되어가는 세상의 폭력이 이들 재일 한인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런데 ‘파친코’는 제국주의와 자본의 폭력에 대한 저항을 그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당당한 한인들의 태도를 통해서 보여준다. 그 당당함은 가난하고 배운 것 없어도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외면하지 않는 삶에서 나온다. 언청이에 다리를 저는 장애를 가졌지만 누구보다 강인하게 선자를 키워낸 아버지, 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하숙집을 홀로 운영하며 억척스럽게 살아낸 선자의 엄마 양진(정인지), 자신을 밀고해 감옥살이를 하게 만든 이를 용서하고 죽는 순간에도 아내와 아이 걱정을 하는 이삭, 그렇게 죽어가는 남편을 똑바로 바라보며 “내는 내 남편한테 사랑받고 존중받았으예. 전부 다 받은 거라예”라 말하는 선자…. ‘파친코’에는 저 이민진 작가가 말했던 매력적인 한국인들이 넘쳐난다. 대지진으로 도시가 무너지고 전쟁으로 쑥대밭이 된 세상 속에서도 지켜야 할 것은 지키며 살아가는 한인들이 보여주는 당당함은 그래서 자본과 무력이 권력이 된 세상을 숙연하게 만드는 카타르시스를 준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History failed us, but no matter) 인상적인 이 ‘파친코’ 원작 소설의 첫 문장이 담고 있는 의미도 바로 그것이다. 역사가 되기도 하는 세상의 폭력 앞에서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 대한 헌사. ‘파친코2’가 우리는 물론이고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매력이 바로 거기에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2024.09.09 05:55
드라마

[정덕현 요즘 뭐 봐?]‘이재, 곧 죽습니다’, 회귀물로 펼쳐놓은 장르 종합선물세트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를 보다 보면 그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에 빠져들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약간의 피로감을 느끼며 조금은 달달한 드라마가 당기기도 한다. 그래서 드라마들은 이른바 ‘멀티 장르’를 종종 시도해왔다. ‘동백꽃 필 무렵’이 멜로드라마에 까불이라는 연쇄살인범을 등장시켜 스릴러 장르를 끼워 넣음으로써 달달함과 따뜻함으로 자칫 느슨해질 수도 있는 드라마의 텐션을 높여놓는 그런 방식이다. 도저히 하나로 엮일 수 없을 것 같던 멜로와 스릴러도 엮이니, 의학과 사극이 더해지고, 무협액션과 멜로가, 심지어 크리처물과 시대극이 더해지는 건 이제 더 이상 이상한 일도 아니게 됐다.그래서일까.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를 보면 아예 본격적인 장르의 종합선물세트도 가능해졌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첫 회 한 회차만 봐도 청춘멜로와 재난물이 등장하더니 2회에는 학원액션물에 조폭누아르가 펼쳐진다. 3회로 가면 감옥을 배경으로 하는 액션스릴러가 펼쳐지더니 4회에서는 또 눈물샘을 자극하는 절절한 멜로가 등장한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회귀물이라고 하는 신박한 장치를 환생 판타지와 엮어 가능해진 서사다. 드라마는 회귀물의 정석대로 주인공인 취준쟁 이재(서인국)가 등장한 지 15분 만에 절망의 끝에 내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태강그룹 최종 면접에서 불운하게 떨어진 이후 오래도록 취준생의 삶을 살아온 이재는 여자친구 지수(고윤정)와도 소원해지고 아르바이트로 번 돈 전부를 투자 사기에 날려버린 후 삶에 대한 의지를 놓아버린다. 그는 “사는 게 두렵지 죽음 따윈 전혀 두렵지 않다”며 건물 옥상에서 투신한다. 하지만 이렇게 삶을 함부로 하고 ‘죽음’을 업신여긴 대가는 혹독했다. 깨어난 이재 앞에 나타난 죽음(박소담)이라는 미스터리한 여인은 그가 저지른 죄에 대한 벌로 12번의 죽음을 겪는 고통을 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죽음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가를 알려주겠다는 것. 그래서 죽음에 의해 삶으로 되돌려준 이재는 12번의 새로운 몸으로 들어간다. 재벌 3세 박진태(최시원)로 깨어나 개인 전용 비행기를 가진 부자로서의 삶을 꿈꾸게 되지만 그 꿈은 이내 추락하는 비행기와 함께 사라져버린다. 새로운 몸으로 깨어나긴 하지만 그 몸의 주인들은 모두 죽을 위기에 처해있다는 게 함정. 이재는 그 위기를 넘어야 비로소 그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처지에 놓인다. 다양한 장르의 변주는 그래서 이재가 새로운 삶으로 들어갈 때마다 가능해진다. 박진태가 재난물의 장르를 가능하게 한다면, 두 번째로 깨어난 몸인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 송재섭(성훈)은 낙하산 없이 추락해 안전그물이 처진 곳으로 떨어져야 하는 미션을 수행함으로써 코믹 액션 장르를 가능하게 한다. 또 세 번째 몸으로 회귀한 권혁수(김강훈)가 열일곱살 고등학생으로 학교폭력의 피해자라는 사실은 학원 액션물의 서사가 펼쳐지게 해준다. 이즈음 되면 시청자들은 이 신박한 세계관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지루해질 틈 없이 전개되는 새로운 서사와 새로운 장르들이 펼쳐지는데, 그것이 하나로 꿰어져 있어 일관된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어서다. 회귀물이라는 실로 다양한 장르와 서사들의 구슬을 꿰어 놓았다고나 할까. 이재 역할의 서인국과 죽음 역할의 박소담이 전체를 꿰어주는 실이 되어주면서 여기 꿰어지는 다채로운 배우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구슬 같은 존재감도 매력적이다. 최시원, 성훈, 김강훈, 장승조, 이재욱, 이도현, 김재욱, 오정세 같은 대세배우들이 저마다의 매력적인 연기를 색다른 장르 속에서 풀어내고 여기에 고윤정, 김지훈, 김성철, 유인수, 려운 같은 배우들이 연기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시청자들로서는 이처럼 다양한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진다. 그리고 이 화려한 장르의 종합선물세트를 따라가다 보면 그 재미 속에서 묵직한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그것은 죽음 따윈 전혀 두렵지 않아 쉽게 죽음을 선택했던 이재가 새로운 삶들로 회귀되면서 점점 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인다는 데서 나온다. 죽음을 마주해서야 비로소 보이는 삶의 의지. 그 의지가 있다면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의 삶조차도 하나의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고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2024.01.1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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