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876건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경험한 적 없는 신선한 재미가 온다 [IS리뷰]

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이 한국영화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김독자(안효섭)는 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의 유일한 독자다. 소설은 학창 시절부터 직장인이 되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위로였다. 하지만 김독자의 회사 계약이 종료되는 날, 소설 역시 막을 내리고 김독자는 주인공 유중혁(이민호)이 홀로 살아남는 결말에 아쉬움을 느낀다. 허탈한 마음에 작가에게 메시지를 남긴 김독자는 곧 예상치 못한 답변을 받는다. “에필로그는 특별히 독자 투고 방식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직접 써봐라”는.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지하철이 멈추며 소설 속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은 싱숑 작가의 동명 웹소설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원작은 누적조회수 2억회, 별점 9.9점을 기록한 인기작으로 웹툰으로도 제작될 만큼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영화는 원작의 세계관과 게임 서사를 고스란히 가져와 축으로 삼고 이야기를 펼쳐낸다.강점은 선택과 집중이다. 총 353화(외전 포함)로 만들어진 원작 IP의 방대한 이야기는 2시간으로 임팩트 있게 압축됐다. 시나리오(미션)는 총 6개, 동호대교에서 멈춘 지하철에서 탈출하는 것으로 시작돼 금호역을 지나 충무로역까지 3호선 라인을 따라 전개된다. 캐릭터들의 전사 역시 ‘환영 감옥’ 설정을 활용해 빠르고 짚고 넘어간다. ‘전독시’는 영화란 매체 특성에 맞는 과감하면서도 영리한 생략으로 속도감 있는 전개를 유지한다. 원작의 영상화 과정에 우려를 샀던 세계관 구현은 기대 이상이다. 지하철 승강장, 동호대교 등 배경과 비형, 어룡, 화룡, 땅강아지 등 크리처는 물론, 시나리오와 아이템을 보여주는 네온 빛 안내창, 펌프를 연상케 하는 그린존 등 소설 속 활자들이 3D로 구현돼 펼쳐지는 데 여기서 발생하는 재미와 몰입감이 상당하다. 대규모 세트와 VFX(시각특수효과)로 구축된 완성도 높은 가상 세계는 서서히 관객을 스크린 밖이 아닌 게임 안으로 데려온다.이는 영화의 진입장벽을 허무는 무기이기도 하다. “원작을 봤든 보지 않았든 즐길 수 있게 디자인하는 게 목표였다”는 김병우 감독의 말처럼 ‘전독시’는 서사적, 시각적으로 촘촘하게 세계관을 설계해 원작에 대한 정보가 없는 관객들까지 품어낸다. 모든 게임이 끝난 후 남는 ‘함께’라는 보편적 메시지 또한 ‘전독시’를 마니아 영화가 아닌, 공감대 높은 상업 영화로 만드는 요소다.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는 비현실의 세계를 현실로 치환한다. 김독자로 극을 이끈 안효섭은 텐트폴 주인공 역할을 가뿐하고 너끈하게 해낸다. 데뷔 때부터 혹평을 들어본 적 없는 그의 연기는 스크린에서 빛을 발한다. 유중혁은 이민호여야만 했다. 소설 속 주인공인 유중혁은 세상에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는 캐릭터다. 달리 말해 몸짓 하나 대사 한 줄까지 작위적인 인물인데, 이민호는 여기서 오는 거부감을 오롯이 자신의 스타성으로 덮는다.김독자의 동료로 등장하는 채수빈, 신승호, 나나, 권은성은 맞춤형 캐릭터를 입은 듯한 오차 없는 연기를 펼쳐내며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이들의 활약은 충무로 젊은 배우의 부재가 실은 기회의 부재였음을 꼬집는다. 극 후반부 등장하는 지수는 언제나 그랬듯 화면보다는 무대에서, 배우일 때보다는 블랙핑크일 때 더 빛난다.속편을 예고하는 짧은 쿠키 영상이 하나 있다. 오는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7.16 10:08
영화

장르 그 자체 되기까지…이은결의 29주년 발자취 ‘트랙’ [IS리뷰]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된 장인들이 있다. 일루셔니스트 이은결 또한 국내 마술계에 있어 그런 존재다. 마술이라는 경계를 뛰어넘어 ‘일루션’이라는 독자적인 장르를 구축하기 이른 그의 발자취는 단지 개인의 궤적이 아닌 곧 K마술계의 역사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트랙’은 그런 이은결의 활동 29주년 내공을 집대성한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단독공연이다. 그의 굵직한 대표작들은 물론,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공연으로 지난 5월 경기도 고양에서 출발해 제주, 김해, 대구, 용인, 안산 등 성황리에 전국투어 중이다.제목처럼 길 위에서 시작점을 돌아보면서 공연은 출발한다. 평범했던 소년이 한국을 대표하는 일루셔니스트가 되기까지의 자전적 이야기를 하면서도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녹여 귀를 기울이게 한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화려한 기술의 향연이 이어진다. 한국인 최초로 마술 세계대회 1위를 차지했던 역사적인 퍼스트액트를 선보여 압도한다. 손 위에서 놀던 트럼프 카드 한 벌이 순식간에 비둘기가 되기도, 상자에 갇힌 파트너가 사라지기도 하면서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광경들이 지나간다. 이를 한껏 압축한 “비둘기에 카드 마술”이라는 관객 리뷰마저 이은결은 유쾌한 퍼포먼스로 승화시켜 직접 봐야 알 수 있는 임팩트를 선사한다.그렇다고 순간이동, 마임, 퍼펫(인형마술) 등 스펙터클 그 자체가 이은결 공연의 핵심은 아니다. 방점은 스토리텔링에 찍혀있다. 주요 국제마술대회를 휩쓸며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던 시절부터 터무니없는 9대 1 정산 계약을 당했던 가장 어두운 시기까지, 이은결은 마술이라는 ‘언어’를 빌려 인생의 굴곡을 이야기한다. 그의 마술은 볼거리를 넘어 보다 넓은 이야기의 적재적소 연출로서 빛난다. 보다 보면 마술 아닌 ‘일루션’이 무엇인지 와닿게 된다. 단순한 공중부양 마술이 아닌, 손 그림자가 프로젝션 새 이미지와 연결되어 현실의 대상을 함께 들어올리는 장면을 보면 가상과 실재가 모호한 ‘환상’ 그 자체로 느껴진다. 이는 영화 기술 초창기 최초의 SF 영화 ‘달세계 여행’을 만든 마술사 겸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를 오마주한 그의 공연 ‘멜리에스 일루션’을 거쳐 이번 ‘트랙’에도 녹아있다. 이번 공연에선 카메라와 화면을 활용해 무대 위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데, 결과물은 편집 툴로 만든 영상처럼 감각적이기에 트릭을 감추지 않아도 성립하는 일루션의 매력을 관객의 머릿속에 심어준다.꿈결 같은 무대에 자신도 오르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부터 나이를 잊고 눈을 빛내는 어르신까지, 이은결 공연은 연령층도 두루 넓다. 지난 5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연에는 첫 관람객뿐 아니라 두 번 이상이라는 마니아 관객층도 상당했다.관객과 상호작용을 놓치지 않는 이은결의 친근한 무대매너 덕분이기도 하다. 객석에 앉고 불이 꺼지면 조용히 감상해야 한다는 관극 문화가 요즘은 매너처럼 여겨진다지만 이 공연은 콘서트를 보듯 환호하거나 박수칠수록 재밌다. 공연 전 입장 시간부터 야구장 키스타임처럼 착석한 관객들을 카메라로 비추며 실시간 자막을 통해 말을 거는데, 즉석 티키타카가 극장의 엄숙한 공기를 걷어내고 말랑한 분위기를 형성한다.‘트랙’은 오는 18~20일 인천 부평아트센터해누리극장 공연을 끝으로 재단장 시간을 갖는다. 이은결은 오는 2026년, 기념비적인 30주년을 준비하고 있다. 장르가 된 장인이 펼칠 색다른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숏폼 시대에 마술 공연 직관의 의의를 실감할 수 있는 120분이다. 6세 이상 관람가.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7.09 06:00
영화

[IS리뷰] ‘쥬라기 월드4’ 한순 언니 VS 육해공 공룡, 시원하다 말았네

육해공 공룡이 총출동해 새 장을 연다. 스칼렛 요한슨이 뛰어들어 이들을 상대로 용병 액션을 펼치는데 딱 거기까지. 그밖엔 ‘아는 스릴’이 담긴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이다.2일 개봉한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이하 ‘쥬라기 월드4’)은 신약개발을 위해 공룡 유전자 채취에 도전하는 조라(스칼렛 요한슨)와 헨리 박사(조나단 베일리)가 지구상 가장 위험한 섬에서 펼치는 미션을 담은 이야기다. 배우 크리스 프랫이 이끈 ‘쥬라기 월드’ 3부작을 닫고, 스칼렛 요한슨을 주인공으로 새로 시작하는 이야기다.‘쥬라기 월드4’는 영제 ‘리버스’(Rebirth)답게 대표 공룡 프렌차이즈의 탄생을 알린 ‘쥬라기 공원’ 1편(1993)을 상기시킨다. 이야기는 적도 인근 프랑스 동부 한 섬에 위치한 이 시리즈의 빌런 기업 ‘인젠’의 비밀 연구소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복원 공룡이 풀려난 32년 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후 복원 공룡 테마파크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됐다가 시들해진 지 17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이야기가 출발한다.시리즈가 반복했듯 언제나 공룡은 자연의 섭리대로 탈출하고, 인간은 방법을 찾는데 풀려난 공룡의 통제가 만만치 않자 기후 위기 속 도태되도록 방치한 게 ‘쥬라기 월드4’의 배경이다. 길잃은 초식공룡이 다리를 막아 교통체증도 일어나는 뉴욕에서 용병 조라는 제약회사 대리인 마틴(루퍼트 프렌드)으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는다. 심장 질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공룡들이 뛰노는 적도의 섬으로 향해 세 개체의 DNA를 확보해달라는 ‘임파서블’한 임무다. 거절할 수 없는 거액을 약속받은 조라는 자문역 헨리 박사와 오랜 동료들과 함께 팀을 꾸려 적도로 향한다.‘쥬라기’ 시리즈 하면 전 시리즈를 통틀어 티라노사우르스, ‘쥬라기 월드’하면 벨로시랩터처럼 인상적인 ‘등장생물’들이 있다. 이번 작품은 새로운 ‘육해공 3강’이 등장한다. 바다의 모사사우르스와 육지의 타이타노사우르스, 하늘의 케찰코아틀루스는 이번 미션 타겟으로 선정돼 게임처럼 스테이지를 깨는 재미를 준다. 스릴 밸런스를 맞춰줄 일반인 가족도 등장한다. 겁도 없이 요트 한 척으로 바다를 건너려던 ‘공룡 불감증’인데 스피노사우르스에 호되게 당하며 조라 일행에 구출된다. 아버지와 장녀 커플, 어린 막내딸로 구성된 이들은 민간인을 감안해도 상당히 답답한 성격들이다. 그럼에도 예상이 되면서도 긴장되는 위기 상황 속에서 가족 관객들의 눈높이와 가장 가깝다.가장 기대 요소인 ‘블랙 위도우’ 스칼렛 요한슨의 액션은 후반부에서야 인상적이다. 요트 위 사격부터 와이어 절벽 액션 등 다채롭게 펼치지만 권총 한 자루 든 맨몸으로 공룡을 향해 뛰어들 때 도파민을 터뜨린다. 의외로 매력적인 건 헨리 박사 역 조나단 베일리다. 목숨이 위험한데 태연하게 ‘상리공생’ 같은 공룡 습성을 생중계하는 ‘덕후’스러움도, 스칼렛 요한슨과의 케미스트리도 그의 몫이다. 태국, 몰타 등 로케이션 촬영으로 담은 열대 정글과 늪지, 바다 풍경은 공룡 CG와도 실감나게 어우러진다. 털결이 보이는 공룡 피부를 만지는 장면은 CG기술로 생명의 신비까지 구현할 수 있다는 경탄을 준다. 다만 랩터와 교감했던 전작 주인공 오웬처럼 공룡과 유대를 쌓는 감동은 축소됐다. 하이라이트의 D렉스는 공룡보단 외계 괴수 영화를 보는 듯해 마니아 관객층 몰입을 낮춘다.메가폰을 잡은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시리즈 유산을 이어 공룡과 인간이 서로를 살상하는 스펙터클이나 공룡을 구하겠단 인간 중심적 사고 둘 다 택하지 않았다. 메시지에 힘을 주어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착각이고, 언젠가 욕심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화면의 시원함도 반감할 정도로 하지 말라는 짓을 전부 하고 마는 인물들을 보다 보면 ‘인간적’이다 싶다. ‘쥬라기 월드4’는 그중 이타심에 막연한 희망을 걸었다. 그것이 새 단장한 공룡 프렌차이즈를 이끌 추동력이 될지는 관객의 공감에 달렸다. 133분. 12세 관람가.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7.02 10:00
드라마

’러닝메이트’ 한진원 감독 “‘기생충’ 단단한 달걀같은 작품…메추리알이라도 나만의 것” [IS인터뷰]

“‘기생충’은 이전 세대 선배님들의 아주 단단한 달걀 같은 작품이죠. 좀 부족하겠지만 저는 메추리알 같은 저만의 어떤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러닝메이트’의 한진원 감독은 첫 연출작을 선보이게 된 소감을 묻자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한진원 감독은 영화 ‘기생충’의 공동 각본가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오스카 각본상을 수상해 주목받았다. 이름 앞에 늘 따라붙는 타이틀이 영예로운 이력이지만 한진원 감독은 최근 일간스포츠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도 떨리고 부담이 크다”고 털어놓으며 “나는 이 일을 쭉 하면서 살고 싶고 부담감은 당연히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세련된 척, 있어 보이는 척 하지 않고 다 드러내고 싶었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러닝메이트’는 불의의 사건으로 전교생의 놀림감이 된 노세훈(윤현수)이 학생회장 선거의 부회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온갖 권모술수를 헤치고 당선을 향해 달려가는 하이틴 정치 드라마다. 최근 ‘약한 영웅’ 시리즈, ‘스터디 그룹’ 등 학교 폭력을 다룬 학원물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러닝메이트’는 학원물에 ‘선거’란 소재를 접목해 조금은 색다른 시도를 했다. 주인공 윤현수를 비롯해 이정식, 최우성, 홍화연, 이봉준 등 신예 배우들이 다수 출연, 이들의 개성 넘치는 활약을 담았다. 한진원 감독은 “학원물은 워낙 액션물이 많고 충분히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다른 것을 하고 싶었다”며 “학생물을 10대들이 못 보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청소년 관람 불가가 많기 때문에 저는 15세 관람가로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고 선거를 소재로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인간관계라는 게 두 명 이상이 모이면 권력이 발생하잖아요. 누구한테 의존하기도 하고 누가 리더가 되기도 하고, 완벽하게 평등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히스토리를 표현하기에 투표, 선거 소재가 재밌을 것 같았죠.”한진원 감독은 “전체적인 이야기의 줄기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비슷하다. 소규모 구성원들이 큰 사회를 대변하는 이야기고, 그곳 1인자의 권력 놀음과 몰락 과정을 그린다”며 “너무 무겁고 진중한 느낌 보다는 조금 더 흥겹고 신명 나는 느낌으로 가져가고 싶었다”고 부연했다.당초 ‘러닝메이트’는 지난 3월 공개 예정이었지만 연기돼 지난달 19일 공개됐다. 티빙 측은 “편성 전략”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탄핵, 조기 대선 시국에 불필요한 오해나 논란이 없도록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됐다. 작품 공개 시기에 대해 한진원 감독은 “오히려 좋다”고 호쾌하게 이야기했다.“사실 전혀 (정치적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만든 건 아니었어요. 요즘은 제가 처음 이야기를 구상했을 때보다 훨씬 선거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아진 걸 느껴서 (공개 시기는) 더 좋은 것 같아요. 물론 나라가 위기에 처하는 건 별로 좋지 않지만요.” 한진원 감독은 과거 봉준호 감독과 함께 작업하며 작품을 대하는 많은 것들을 배웠고 이야기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에 대해 “단순히 천재가 아니라 가장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스태프부터 배우 이름을 다 외우는 것, 시나리오는 물론 본인이 직접 하는 것들을 흉내 내려고 많이 노력했다. 또한 작품을 장악하는 것이 되게 멋있으시다”고 밝혔다.앞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작품을 계속 내놓고 싶다는 욕심도 드러냈다. 한진원 감독은 “(작품을 준비하면서)봉 감독님께 여쭤보거나 지원받지는 않았다. ‘기생충’은 내 작품이기도 하지만 그분들의 작품이다”라고 이야기했다.“봉준호 감독님이 작업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감독님 같은 작품을 만들겠다가 아니라 감독님처럼 작품을 대하고 싶어요. 유니크한 작업을 하는 사람, 다음 작품이 보고 싶은 창작자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5.07.02 06:10
영화

[IS리뷰] ‘괴기열차’ 탄 주현영, 으스스한 건 딱 좋아

“경고합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들은 지금 당장 이곳을 나가시는 게 좋을 겁니다!”유튜버 ‘호러 퀸’ 다경은 호언장담하지만, 괴담 좀 즐겨봤다 싶으면 가볍게 올라타도 좋다. 주현영과 출발하는 ‘괴기열차’ 말이다. 심신미약자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어릴 적 공포 만화를 보는 듯 가볍게 오싹한 데 웃을 구석도 있다.‘괴기열차’는 조회수가 부진한 공포 유튜버 다경이 의문의 사건이 끊이지 않는 광림역에 소재 발굴 차 찾아가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는 공포 영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미드나잇 패션 섹션에 초청돼 신선함과 오락성을 검증받았다. ‘SNL 코리아’를 통해 얼굴을 알린 배우 주현영이 다경 역으로 스크린 주연으로 데뷔해 눈길을 끌었다. 이야기는 눅눅한 냄새가 느껴지는 듯한 지하철 터널, 한 남성이 의문의 발소리에 쫓기면서 시작한다. 이윽고 열차가 들어오는 굉음과 함께 언뜻 평범하지만, 위화감이 느껴지는 광림역의 풍경 속 취재에 나선 유튜버 다경이 등장한다. 의문의 실종 사건이 연달아 발생한 광림역에서 자극적인 냄새를 맡은 다경은 역장(전배수)을 찾아가 전통주로 설득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데 성공한다. ‘괴기열차’는 역장의 입을 빌려 괴담 모음집을 듣는 듯한 옴니버스식 구성이다. 지하철을 자주 이용할수록 그럴싸함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머리를 까딱이며 조는 다른 승객의 모습부터 성형외과 광고판, 심지어 자판기까지 무심코 지나치는 지하철 풍경 하나하나가 이야기의 소재가 된다.‘심야 택시 블루스’(2008)로 데뷔해 다수의 공포 영화를 선보여 온 탁세웅 감독은 ‘괴기열차’에도 일상에서 호러적 모먼트를 포착해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공포 숏폼 영상을 연달아 보는 듯한 속도감인데 몸에 힘을 주게 되면서도 견딜 만 하단 생각도 든다. 압도적인 초자연적 존재가 휘몰아쳐 혼을 쏙 빼놓기보단 으스스한데 흥미로운 판타지 스타일이다.납량특집 드라마들처럼 산발적인 에피소드를 저마다의 욕망이라는 한 주제로 묶어 통일감을 줬다. 다만 후반부 사이비 종교 ‘광림교’의 등장은 후속 시리즈 가능성도 열어둔 터라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캐릭터들은 평이하지만 배우진의 호연이 생기를 입혔다. 주현영은 그간 쌓아온 코믹한 MZ세대 이미지보다 현실적인 청년의 모습으로 점점 변모하는 다경의 심리를 탄탄히 쌓아 올려 터뜨렸다. 겁먹고 긴장한 공포영화 주인공의 얼굴은 물론, 일상 장면에서의 섬세한 감정표현이 눈에 띄었다. 잘하고 싶지만 쉽지 않은 목표를 말할 때 눈물이 핑 돌거나 쑥스러움에 나오는 신체 표현은 주현영의 탄탄한 관찰력을 방증해 연기 행보를 기대케 할 정도다. 광림역장 역을 맡은 전배수는 ‘국민 아버지’다운 친근한 중년의 모습 위 미스터리함을 추가했다. 그룹 골든차일드 출신 최보민은 다경의 짝사랑 상대인 PD 우진으로 분해 별미처럼 심어둔 로맨스 코드에서 달달한 케미스트리를 소화해 냈다. 이들이 주현영과 주고받는 티키타카는 객석에서 피식 웃음이 새도록 만든다.앞서 열린 언론 시사간담회에서 탁 감독은 “일상과 이어지는 현실적인 공포가 목표였다.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들이 지하철 타고 돌아가는 길이 더 무서웠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주안점을 밝혔다. 열대야도 피해 갈 에어컨 바람 서늘한 지하철, 한층 비일상적 이벤트가 고프다면 탑승해도 좋을 ‘괴기열차’다. 다음 달 9일 개봉. 94분. 15세 이상 관람가.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6.27 06:05
드라마

‘러닝메이트’ 한진원 감독 “선거운동 소재? 학생물 19세 아닌 15세 관람가로 만들고 싶어” [인터뷰②]

‘러닝메이트’의 한진원 감독이 선거운동 소재를 다룬 이유에 대해 다른 학원물과는 차별화를 두고 싶었다고 밝혔다.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러닝메이트’ 연출을 맡은 한진원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이날 한진원 감독은 “학원물은 워낙 액션물이 많고 충분히 기존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다른 것을 하고 싶었다”며 “인간관계라는 게 두 명 이상이 모이면 권력이 발생하지 않나. 누구한테 의존하기도 하고 누가 리더가 되기도 하고 완벽하게 평등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이어 “이런 히스토리를 표현하기에 투표, 선거를 하는 게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 10대들이 볼 수 있는 학원물을 만들고 싶었던 것도 있다”며 “학생물을 10대들이 못 보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청소년 관람 불가가 많기 때문에 저는 15세 관람가도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한진원 감독은 다만 “육체적인 폭력뿐이 아닌 다른 부분으로 표현했다”며 “우리 작품 행동적인 폭행이 없는 거지 폭력적인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부연했다.‘러닝메이트’는 불의의 사건으로 전교생의 놀림감이 된 노세훈(윤현수)이 학생회장 선거의 부회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온갖 권모술수를 헤치고 당선을 향해 달려가는 하이틴 정치 드라마다.지난 19일 티빙에서 전편이 공개됐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5.06.24 15:14
영화

[IS리뷰] '노이즈', 귀를 찢는 '찐' 공포가 온다 [무비로그①]

층간 소음이라는 현 사회 이슈와 익숙하면서도 낯선 소리로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영화 ‘노이즈’가 현실 밀착형 공포로 초여름 극장가를 시원하게 물들인다.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주영(이선빈)과 주희(한수아) 자매는 간신히 내 집 마련에 성공한다. 도심 외곽에 위치한 낡은 아파트지만, 자매가 살기엔 충분한 보금자리다. 하지만 입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체불명의 층간 소음이 시작되고 주희의 불만도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주희의 투정이 히스테리로 바뀌는 동안 주영은 지방 공장에서 일하며 기숙사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묵묵히 일하던 주영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온다. 동생이 사라졌다는 경찰의 연락이다. 주영은 급히 본가로 돌아와 동생의 행적을 추적한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의 불쾌하고 불편한 소음과 함께. 듣기 싫거나 시끄러운 소리 또는 소음. 영화 ‘노이즈’(Noise)는 제목의 정의와 속성을 활용한 작품이다. 소재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층간 소음이다. 누군가의 삶엔 치명적인 스트레스지만, 공권력으로 해결하기도 어려운 사회 문제로, 근래 영화 ‘원정빌라’, ‘백수아파트’ 등에서도 여러 차례 다뤄졌다. ‘노이즈’는 앞선 영화들이 그러했듯 층간 소음으로 시작된 사소한 이웃 간 다툼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담아냈다.공포는 소리로 먼저 온다. 테이프를 뜯는 날카로운 괴음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기 전까지 사운드가 주는 공포에 주목해 이야기를 발전시킨다. 우리 삶을 둘러싼 각종 소리들은 영화를 휘감으며 관객을 극 한가운데에 위치시킨다. 특히 결정적 순간마다 귀에 박히는, 귀를 찢을 듯한 소리는 서스펜스를 최대치로 끌어 올리는 중요한 장치다. 소리의 공포는 캐릭터 설정과 맞물려 더 큰 시너지를 낸다. 서사의 중심축인 주영은 청각장애인이다. 그는 보청기를 통해 청각이란 감각의 양극단을 오가는데, 이는 관객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작품을 연출한 김수진 감독은 주영과 관객의 청각을 같은 선상에 놓고, 미세한 소리까지 키웠다가 이내 모든 사운드를 제거하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패턴은 영화의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노이즈’만의 차별점이다.메인 소재를 비롯해 곁가지로 뻗은 이웃 간 무관심, 재건축 이슈 등을 보면, 시종 현실감을 앞세운 공포 스릴러 같지만, 또 마냥 그렇지는 않다. 극심한 층간 소음 스트레스에서 오는 환영과 환청은 극이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초자연적 요소들과 중첩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자연스럽게 일상과 유리된다. 영화의 결이 달라지는 지점이자 일종의 장르의 확장 또는 변주다.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의 시발점을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는 원흉을 아파트 내부에 숨겨 놓고 관객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든다. 관객이 한마음으로 누군가를 지목할 때면, 기다렸다는 듯 방향을 튼다.이 재미가 온전히 관객에게 전달되는 건 탄탄하게 짜여진 서사 때문이기도 하지만, 배우들의 균질한 연기 덕도 크다. 주인공 이선빈은 물론, 주희의 남자친구 기훈 역의 김민석부터 아파트 부녀회장으로 짧게 등장하는 백주희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안정적인 연기로 극을 채운다.특히 류경수의 존재감은 각별하다. 극중 류경수는 층간 소음으로 자매를 괴롭히는 의문의 남자 근배를 연기했다. 류경수는 좀처럼 내성이 생기지 않는 살벌한 연기로, 전반부 긴장을 책임진다. 그를 대표하는 작품 속 이미지와는 유사하지만, 현재 출연 중인 드라마 ‘미지의 서울’과는 상반된 얼굴이라는 점도 흥미롭다.오는 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6.18 06:00
영화

유해진·이제훈 ‘소주전쟁’, 달콤쌉쌀한 ‘주(酒)도권’ 전쟁 [IS리뷰]

‘소주전쟁’은 얼핏 브로맨스 또는 콤비물로 비치지만, 막상 뚜껑을 열면 그게 전부인 작품은 아니다. 경쟁과 배신의 난무 속 ‘살길’을 찾아가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일종의 ‘사회생활 백서’처럼 느껴지고, 그 끝에는 소주처럼 달착지근하면서도 쌉싸래한 여운이 남는다.이야기의 배경은 1997년 외환위기(IMF). 국민 소주 ‘국보소주’로 자리잡은 국보그룹은 문어발식 경영으로 자금난을 겪는다. 이를 지켜보던 글로벌 투자사 솔퀸 직원 인범(이제훈)은 국보그룹 매각을 목적으로, 회사 재무이사 종록(유해진)에게 접근한다. 인범은 종록에게 자신과 솔퀸이 회사 부도를 막아 주겠다고 호언장담하고, 한평생 회사에 몸 바친 종록은 인범의 말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그러나 인범은 머지않아 종록의 손을 놓고 자신의 진짜 목적을 드러낸다.‘소주전쟁’은 진로그룹이 1997년 부도 후 2005년 하이트맥주에 매각되기까지 과정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당시 미국 투자 회사 골드만삭스는 기업 회생이 절실했던 진로그룹에 다가갔고, 이들의 채권을 헐값에 집중 매입해 진로그룹의 최대 채권자가 됐다. 이후 골드만삭스는 진로그룹이 하이트맥주에 인수되는 것을 주도, 이때 채권을 매도해 이자 포함 1조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영화는 진로그룹을 국보그룹으로, 골드만삭스를 솔퀸으로 재구성해 이야기를 쌓았다. 다만 방점을 실화 자체가 아닌, 빼고 덧댄 인물들에 찍었다. ‘소주전쟁’은 당시 상황을 배경 삼고, 그 위에 위기를 악용하는 투자자, 방만한 기업 회장, 직업윤리를 잃은 변호사와 판사, 그리고 회사가 수단인, 또 반대로 전부인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인간군상을 올렸다. 얽히고설킨 이들은 자신의 ‘진짜’ 패는 숨긴 채, 끊임없이 배신하고 배신당하며 이야기를 추동시킨다. 이들 캐릭터의 인생 상승과 하강 곡선을 따라가며 영화가 취하는 건, 오로지 돈만 좇는 세태 풍자다. 흥미로운 지점은 돈을 향한 기득권들의 추악한 욕망을 그리는 동시에, 보다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욕망도 보여준다는 점이다. 특히 탐욕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인범의 이야기는 현재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공감을 살 만하다. 일과 삶의 우선순위를 놓고 던지는 화두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마음을 건드린다. 소주라는 키워드가 주는 기대감, 이를테면 서민의 애환 등도 이야기 곳곳에 녹아 있다. 주로 유해진의 몫이다. 종록을 연기한 유해진은 소시민의 얼굴을 하고서 치열한 대항 관계를 버텨낸다. 유해진은 편안하지만 예민한 연기로 극의 균형추로 기능하며, 노련하게 관객을 흡수한다. 유해진과 함께 영화의 많은 부분을 책임진 이제훈이나 또 다른 중심축인 손현주(석진우 역), 최영준(구영모 역) 등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다. 물론 전작들에서 소화한 캐릭터와 닿아있는 탓에 기시감이 들긴 하지만, 그만큼 확실한 안정감이 있다.자칫 놓칠 수 있는 장재현 감독의 카메오 출연은 생각보다 웃음 포인트가 적은 ‘소주전쟁’ 속 소소한 재미다. 장 감독은 ‘파묘’를 함께한 유해진과의 친분으로 이 영화에 힘을 보탰다.15세 이상 관람가.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6.01 09:00
영화

[IS리뷰] ‘하이파이브’, 그야말로 ‘장기’ 자랑 [무비로그①]

장기이식과 건강한 웃음, 심지어 초능력 액션이 공존할 수 있다. 그 증거로 ‘하이파이브’가 K코미디와 K히어로 영화에 방점을 찍었다. 장기들이 제 역할을 하며 몸을 지탱하듯 적재적소 재미가 빛났다.‘하이파이브’는 심장, 폐, 각막, 신장, 간을 이식받은 후 특별한 능력에 눈 뜬 다섯 인물과 그들의 능력을 탐내는 빌런의 대결을 그린 단순명료한 이야기다. 다만 ‘과속스캔들’ ‘써니’를 흥행에 성공 시킨 강형철 감독답게 인간미 느껴지는 따뜻한 웃음이 맛있게 버무려졌다.촬영을 마친 지 4년 만에 마침내 관객을 만나는 작품이다. 팀 ‘하이파이브’의 한 축인 유아인이 지난 2023년 마약 투약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개봉에 차질을 빚었다. 긴 시간 동안 후반 작업에 몰두한 덕에 ‘하이파이브’는 위기를 기회 삼은 ‘육각형’ 작품이 됐다. 영화는 구급차에 긴급 이송된 기묘한 인물의 장기가 새 주인을 찾아가며 시작된다. 태권도장 딸이자 선수였으나 경기 중 심정지로 쓰러졌던 십대 소녀 완서는 심장을 이식받았다. 이후 손목에 떠오른 문신과 함께 괴력과 스피드까지 갖추게 되며 삶이 180도 달라진다.작가 지망생 지성(안재홍)은 자신도 폐 이식 후 강풍 조절 능력을 갖게 됐다며 완서 앞에 나타나 “장기는 6개까지 기증할 수 있는거 알지”라며 초능력자를 더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두 사람은 각막을 이식받은 후 전자기파를 조종하게 된 백수 기동(유아인)과 신장을 이식받고 미녀가 된 ‘프레시 매니저’ 선녀(라미란)와 그렇게 만난 뒤 사이비 교주 영춘(박진영)과 재단에서 일하는 약선(김희원)까지 엮이며 파란만장한 사건이 펼쳐진다.템포 빠른 티키타카나 상황들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단단하게 쌓아 올린 캐릭터 덕분이다. 일례로 지성의 어설픔이 수시로 몸 개그로 나타나는 식이다. 여기에 개성 강한 캐릭터들끼리 저마다 서로 부딪칠 땐 또 다른 재미를 발생시키니 그야말로 ‘케미스트리’다.초능력물인 만큼 CG를 두른 액션의 첫인상은 과장될 수밖에 없다. 언덕길을 단 몇 초만에 주파하는가 하면, 공중에 뛰어오르거나 벽이 움푹 팰 정도로 세게 부딪히는 등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장면들의 향연인데 배우들의 리얼한 호연이 상쇄한다. 아무도 상상해 본 적 없을 야쿠르트 카트 추격신은 여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박진감에 코믹함까지 갖춰, 이 영화의 정체성 그 자체로 완성됐다. ‘써니’ ‘스윙키즈’ 등 귀가 즐거웠던 강 감독의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도 음악이 분위기를 살린다. 올드팝인 ‘스냅!’의 ‘더 파워’(The Power)가 흐르는 ‘힙스터’ 기동의 등장 장면부터 도드라진다. 손가락 튕기기 한방으로 전자기파를 다루는 초능력을 가진 기동의 캐릭터 성을 음악과 맞춰 키치하게 풀어냈다. 각 캐릭터 매력도를 높인 덕에 유아인 또한 스크린 밖 논란이 쉬이 연상되지 않는다. 오히려 20대 남성의 동상이몽 현실을 대변하며 ‘혐관’(혐오관계)을 연기한 유아인과 안재홍이 능청스레 벌이는 티격태격 설전은 ‘키보드 배틀’을 현실화한 양 웃음 타율이 높다. 깜짝 놀랄만한 장면의 주인공도 이들이다.장기를 이식받기 전까지는 아픔을 지닌 평범한 시민들이라는 점도 포인트다. 주인공들은 단지 병마와 싸운 것이 아닌 외로움과 우울함, 트라우마로 스스로를 좀먹었던 ‘루저’들이다. 이들이 세대를 초월해 공감대를 형성해 연대하고, 힘을 독점해 개인적 야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빌런과 맞서 타인을 돕고자 하니 감동과 사이다 한 스푼까지 챙겨간다.‘어벤져스’보다 친근하고 응원하고픈 우리네 영웅의 탄생이다. 오는 30일 개봉. 119분. 15세 이상 관람가.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5.28 08:00
영화

[IS리뷰] 레전드의 레전드 ‘미션 임파서블8’, 시리즈물의 모범 답안②

첩보 액션의 전설 ‘미션 임파서블’의 여덟 번째 이야기가 공개됐다. 더욱 화려해진 액션 시퀀스와 단단한 팀워크로 상업영화가 낼 수 있는 최상의 엔터테이닝을 선사한다.‘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하 ‘미션 임파서블’8)은 전작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2022)을 잇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전편에서 각종 쟁탈 끝에 마침내 십자가 키를 손에 쥔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포드코바를 찾아 나서면서 시작된다. 포드코바는 각국 정보기관 서버에 침입, 모든 것을 무력화시키는 인공지능 엔티티의 소스 코드이자 엔티티를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다. 에단 헌트는 포드코바가 2012년 북극해에 침몰한 잠수함 K599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오랜 동료 루터(빙 라메스)와 벤지(사이먼 페그), 그리고 그레이스(헤일리 앳웰), 파리(폼 클레멘티에프), 드가(그렉 타잔 데이비스)와 잠수함 위치 파악에 나선다. 에단 헌트에 주어진 시간은 단 사흘. 72시간 내 포드코바를 찾지 못하면 전 세계 곳곳에서 핵이 터진다. 에단 헌트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방해물 속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또 한 번 목숨을 건 미션에 도전한다.‘미션 임파서블8’은 앞선 시리즈들이 그러했듯 주인공 에단 헌트가 해결해야 할 명확한 미션과 목표를 제시한 후 드라마와 액션을 엮어낸다. 둘 중 방점이 찍힌 건 당연히 후자다. 영화는 전 시리즈들을 압도하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스펙터클이 주는 쾌락에 집중한다.배경은 육해공을 모두 아우른다. 시리즈의 시그니처인 에단 헌트의 질주 장면부터 125파운드(약 56kg)의 잠수복을 입고 펼치는 수중 미션, 2438m 상공에서 회전하는 비행기에 매달리는 장면까지 그야말로 아드레날린의 향연이다. 스케일은 물론, 완성도 면에서도 압도적이다. 이 모든 것을 소화한 톰 크루즈의 스턴트 연기에서는 어떠한 위력 혹은 괴력이 느껴진다. 새삼스레 그의 나이를 검색하게 만들 만큼 생생하고 강렬하다. CG 의존도가 필요 이상으로 높은 최근 영화들에서 보기 힘든 리얼 액션으로, 몰입과 쾌감이 상당하다.여느 때보다 속편 느낌이 짙다는 건 이 영화의 강점이자 허들이다. 어느새 시리즈의 절반을 함께한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이번 영화에 자신이 연출한 시리즈 혹은 그 이전 시리즈를 꽤 자주 소환시키고 연결시킨다. 현란한 액션신 사이사이 새겨 넣은 인물들, 특히 루터와 벤디 등과의 관계성은 시리즈와 함께 걸어온 이들에게는 선물처럼, 시리즈를 처음 접한 이들에겐 벽처럼 느껴진다.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와 테마는 동일하다. 에단 헌트는 다시금 자신의 존재 의의를 되새기며 “미래는 내가 선택하는 것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혼돈과 위기의 세계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친절과 신뢰, 이해와 선의와 같은 것임을 직접 행동과 결과로 증명한다.팬들의 관심사인 시리즈의 다음은 아마도 관객의 선택에 달린 듯하다. ‘미션 임파서블8’은 예고대로 ‘끝’을 말하면서 ‘시작’의 여지를 남기고 막을 내린다. 이 작품이 얼마만큼 흥행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속편 제작도 가능하다는 의미다.쿠키 영상은 없다. 오는 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5.15 05:30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