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다시 맞붙고 싶다" 세기의 대결에서 웃은 김광현의 희망, '시즌 실현' 가능성은 [IS 포커스]
"기회가 된다면 최고의 컨디션으로 다시 한번 (맞대결) 하고 싶다."지난 26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을 마친 뒤 왼손 투수 김광현(37·SSG 랜더스)이 한 말이다.이날 김광현은 류현진(38)과의 역사적인 첫 선발 맞대결에서 6이닝 2실점 쾌투로 시즌 6승째를 따냈다. 경기 전만 하더라도 객관적인 전력에서 김광현이 열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선두 한화는 지난 22일 KBO리그 역대 두 번째로 '단일시즌 10연승 2회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는 등 후반기 페이스가 가팔랐다. 반면 7위 SSG는 최근 8경기에서 1승(7패)밖에 따내지 못하는 부진이 이어졌다. 그런데 김광현은 노련했다. 최고 150㎞/h 강속구와 주무기인 고속 슬라이더를 앞세워 한화 타선을 잠재웠다.공교롭게도 류현진의 부진이 겹쳐 김광현의 투구가 더 주목받았다. 류현진의 기록은 1이닝 4피안타 2볼넷 5실점. 2005년 데뷔한 류현진이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1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종전 기록은 2011년 6월 10일 두산 롯데 자이언츠전(2이닝 7피안타 5실점) 2012년 7월 18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2이닝 9피안타 8실점)에서 기록한 2이닝.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 류현진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김경문 한화 감독은 빠르게 불펜을 가동했다.
맞대결에서 승리한 김광현은 마냥 기뻐하지 않았다. 2007년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한 김광현은 2006년 리그 사상 첫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왕을 동시 석권한 1년 선배 류현진의 투구를 보면서 성장했다. 김광현이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2008년부터 두 선수는 양현종(37·KIA 타이거즈)과 함께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에이스로 엎치락뒤치락했다. 전승 우승 신화를 쓴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비롯한 여러 국제대회에서 태극마크도 함께 달았다. 30대 중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성사된 매치업. 지난 23일 취재진과 만난 김광현은 "0대0으로 승부를 못 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게 강했던 한화 타자들을 분석하고 있다"며 의지를 불태우면서도 류현진과의 맞대결 관련 질문에선 몸을 낮췄다. 부담과 기대가 공존한 등판을 마친 그는 "더 컨디션이 좋아서 많은 이닝을 서로 소화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도 있다"라며 재대결을 희망했다. 그 바탕에는 류현진이 일시적인 난조에 시달렸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일종의 존중이 깔렸다.
올 시즌 김광현과 류현진의 '리턴 매치'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가능성은 반반이다. 27일까지 SSG와 한화는 12번의 맞대결을 소화, 잔여 4경기를 남겨 놨다. 8월 22일부터 대전에서 3연전을 치른 뒤 추후 편성될 1경기가 인천에서 열린다. 모처럼 두 선수가 같은 날 선발 등판했기 때문에 재대결 여지는 충분하다. 다만 변수가 될 수 있는 건 날씨다. 이번 맞대결도 우천으로 등판 간격이 조절되는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결국 김광현과 류현진의 두 번째 맞대결은 하늘이 그 열쇠를 쥐고 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5.07.27 17:35